활빈당 2020 83화
조회 : 448 추천 : 0 글자수 : 5,065 자 2024-03-12
83화
동백고등학교 옥상
이 헌의 발차기에 정확히 관자놀이를 맞은 풍백은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실히 놀라운 광경이며 믿지 못할 장면이었던 것이다.
선도부 아이들은 환호를 질렀고 반면에 특검대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모두 충격을 금치 못한 상황에서 서섬천이 나선다.
섬천은 화룡과 제령에게 말한다.
“어서 네 사형을 뒤로 부축 하여라.”
“네”
제령은 풍백의 기절한 얼굴을 보면서 화룡과 함께 그를 데려온다.
연산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회장 이 헌이 어떤 술수를 부렸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전하 제가 풍백 대신 나서겠습니다.”
서섬천이 연산군에게 허락을 구한다.
“그래 방심하지 말고 제대로 싸워라. 상대가 무슨 기술을 쓰는지 잘 보고”
연산군의 허락 하에 서섬천은 이 헌을 노려보며 마주 선다.
“네 놈 제법 재주가 있구나. 나의 사제를 쓰러뜨리다니...”
“...”
이 헌은 서섬천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의 풍채는 크고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고 있어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뭐냐? 애송아 나를 보자마자 겁먹은 거냐?”
“아니”
“겁먹었다면 인정해라. 무릎 꿇고 빌면 목숨은 연명해주겠다.”
“...”
“내가 특검대 서열 1위 서섬천이다. 하하하”
서섬천은 굳이 피를 보지 않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려고 크게 웃는다. 하지만 상대방은 코웃음만 친다.
“그래서 어쩌라고?”
“뭐야? 건방지게”
“나 역시 이 학교 서열 1위다.”
“하 겁대가리 없는 새끼가”
서섬천은 잠시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휘젓다가 자세를 잡고 회장을 노려본다.
그의 눈빛은 번득이면서 마치 맹수가 사냥감을 노리듯 하였다.
“휘잉”
어느 새 섬천은 주먹을 앞으로 뻗는다. 바람을 가르며 그의 주먹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회장의 얼굴을 가볍게 스친다.
놀랍게도 살짝 스쳤는데도 회장의 얼굴이 상처를 입으면서 약간의 검붉게 물든 피가 고이기 시작한다.
“뭐 뭐냐?”
“방금 안보였는데”
선도부 아이들은 서섬천의 주먹이 너무 빨라서인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새 회장의 얼굴에 피가 살짝 나는 것을 보고 놀란다.
이 헌 역시 갑자기 이렇게 빠른 공격이 나올 줄 몰랐다. 찰나의 순간으로 몸을 움직여 피했기에 다행이지 만약 정통으로 맞았으면 바로 뻗었을 것이다.
‘놀랍군. 특검대들은 정말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구나!’
회장은 보통 사람들로는 이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은 구슬이 있고 방금 전 풍백의 힘을 흡수한 상태가 아닌가?
‘저 녀석의 힘도 흡수만 할 수 있다면 바랄게 없겠군.’
회장은 피를 닦으면서 서섬천을 노려본다.
일단 주변을 돌면서 서섬천의 발동작을 유심히 본다.
서섬천의 발동작은 약간 기묘했다. 발을 땅바닥에 완전히 붙이는 듯하였으나, 어느 새 다른 발로 살짝 떼면서 재빨리 살금살금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작두를 타는 모양처럼
‘도대체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예측이 안 되는 군. 이거 원 지치지도 않는가? 저렇게 가만히 있지도 않다니... ’
섬천은 춤을 추는 듯 하더니 유속을 사용하면서 회장의 복부를 향해 달려간다.
“허억”
회장 역시 옆으로 피하였으나 섬천은 발동작을 비틀면서 회장을 따라 복부를 공격한다.
“젠장할”
복부를 얻어맞은 이 헌은 숨을 헐떡인다. 한 번 피하였으나 교묘하게 발동작을 틀어 자신의 복부를 정확히 주먹으로 내지른 것이다.
“어떠냐?”
섬천은 다시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다시 공격하는 척 하더니 공중을 휙 뛰어오른다. 그러면서 날쌘 제비처럼 회장을 향해 손을 할퀸다.
회장은 재빨리 두 주먹으로 섬천의 공격을 막는다.
“타타타탁”
섬천이 공중에서 회장을 마구 할퀴는 장면은 실로 놀라웠다. 공중에 뜬 상태로 연달아 3번 이상 할퀴기 공격을 한 것이다.
“터억”
섬천이 땅에 착지하자, 회장은 숨을 고른다.
“왜 그러나? 나의 무공술에 겁을 먹은 거냐?”
“무공술?”
“그래 난 축지법도 쓰고 공중에서도 오래 떠 있을 수 있지”
섬천이 자기자랑이라도 하는 듯 회장을 깔보면서 말한다.
“그러니 이쯤하고 항복하는 게 어때? 사실은 홍길동이란 놈을 찾아왔는데 말이야”
섬천이 회장에게 항복하라고 종용하자 회장은 고민에 빠진다.
‘여기서 항복을? 그것보다 홍길동을 찾아왔다고 들었는데 설마!’
회장은 재빨리 머리를 굴리며 연산군과 특검대들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였다. 안 그래도 눈치 빠른 혜령이 그 동안의 정보를 수집한 결과 성태가 홍길동이 맞다고 판단하였다.
혜령은 섬천이 잠시 여유를 부리는 동안 회장에게 빠르게 다가가서 손수건을 건네 피를 닦아주는 척 하면서 말한다.
“이걸로 닦아. 그리고 잘 들어. 지금 저 놈들은 홍길동을 노리고 왔어. 홍길동은 저기 저 쪽에...”
혜령은 잠시 손짓으로 활빈당에 있는 성태를 가리킨다.
회장 역시 자신의 추측이 맞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항복하는 척 하면서 싸움을 피하는 게 좋아. 우리가 굳이 피를 흘릴 필요가 없잖아.”
“그건 그래”
회장 역시 자신이 굳이 힘들게 서섬천과 다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늘 궁금해 하던 성태의 정체를 파악하고 싶었다.
그 놈이 정말로 조선시대에서 온 홍길동이 맞는지 그리고 그의 능력은 어디까지이며 자신이 그 능력을 흡수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도 일어났다.
“이 봐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하는 거냐?”
서섬천이 잠시 기다리다가 회장과 구혜령이 무언가 주고받는 말이 길어지자 그에게 다가간다.
“네 놈들이 작당을 한다고 해서 나를 이길 것 같으냐?”
“그건 두고 봐야지”
회장은 혜령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물러나라고 한다.
그리고 서섬천을 노려본다.
“당신은 정말로 강하군!”
“그래 그걸 이제 알았나?”
“사실 내가 여기 서열 1위는 아니야!”
“뭐?”
“나 보다 더 잠재능력이 뛰어난 아이가 있지. 어때 붙어 보고 싶지 않아?”
“허 그래 누구냐 그 애는?”
“저기”
회장은 시치미를 떼는 듯 눈빛으로 성태가 있는 곳을 쳐다본다.
“?”
“저기 너희들이 찾던 그가 있어”
회장은 나지막하게 서섬천에게만 귀에 들리게끔 속삭이듯이 말한다. 시선은 다른 데로 두고
성태는 불안함을 느꼈다. 아까 전부터 연산군이 자신과 회장을 번갈아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정체를 최대한 감출려고 수아의 도움으로 변장까지 하였던 것이다.
몰래 가발을 붙이고 안경도 바꾸고 옷도 평소 입던 것과 다른 형태로 바꾸었던 것이다. 다른 학생들이야 성태로 보겠지만 예전에 그와 싸웠던 화룡이 잠시 성태를 홍길동으로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회장은 구슬의 반응으로 그리고 특검대나 연산군의 의도를 통해 성태를 찾아왔음을 짐작하였다.
성태는 하는 수 없었다. 최대한 자신이 홍길동의 영혼이 들어있다는 것을 감추려 했었다. 특검대와 선도부들이 싸우는 어부지리를 그 동안 잘 누리고 있었는데 회장이 눈치 챈 것 같았다.
서섬천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회장을 앞에 두고 뒤로 돌아본다.
“화룡!”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한창 싸움구경을 하던 화룡은 놀라서 쳐다본다.
“네 사형”
“저기 서 있는 아이가 누군지 모르느냐?”
서섬천이 성태를 가리키며 화룡에게 따지듯이 묻는다.
“엥?”
화룡은 워낙 많은 아이들로 인해 성태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마른 체격의 학생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약간 다르긴 했지만 예전에 싸웠던 홍길동과 비슷하기도 하였다.
“아차 천리안이 없지”
화룡은 천리안으로 투시하려고 하다가 예전에 빼앗긴 것을 알고 직접 성태에게로 걸어간다.
성태는 자신의 정체가 들킨 것을 알고 하는 수 없이 앞으로 나선다.
“네 놈! 그래 이 눈빛이었어.”
화룡은 성태를 잠시 쳐다보더니 홍길동이 맞다고 말하였다.
“많은 인파속이라 무심하게 쳐다보았건만 네 놈이 맞아”
“응 뭐야?”
아이들은 갑자기 싸움을 하다말고 성태에게로 시선이 쏠리자 웅성웅성 거렸다.
“소란스럽구나!”
연산군은 주변이 시끄러워지자 정신없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전하 드디어 찾았습니다.”
“그래? 어서 데리고 오너라”
화룡이 성태에게 다가가서 따라 오라고 한다.
성태는 말없이 터벅터벅 화룡을 따라 연산군 앞에 걸어간다. 옆에서 수아가 말려보지만 화룡이 눈을 부릅뜬다.
“당돌한 계집애. 네가 언니 반지를 훔친 것은 굳이 여기서 발설하지 않으마. 나 역시 보는 눈이 많아서 곤란하기는 싫으니.”
“성태야!”
수아는 최대한 성태를 숨겨두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괜찮아. 어차피 해결해야 할 일인데. 최대한 저들끼리 싸우면서 힘을 빼는데 실패했지만”
성태는 걱정마라는 듯이 화룡을 따라 걸어간다.
선도부 아이들은 다들 웅성웅성 거린다.
“성태 저 놈이 갑자기 나서는 거냐?”
“글쎄 뭔가 생각이 있겠지”
“활빈당도 활약을 하고 싶은 건가?”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자 소란스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화룡이 주문을 외운다.
“방음의 벽!”
화룡이 주술을 외우자 옥상 전체에 보이지 않는 소음벽이 설치되기 시작한다. 예전 경주에서 박물관 직원들과 다툴 때 썼던 기술이었다. 화룡에 의해 옥상 주변이 소음을 차단하는 투명한 벽으로 둘러 쌓이자 그 소란은 더 이상 밖으로 분출되지 못했다.
“그래 잘하였다. 나 역시 외부로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다.”
연산군의 말에 특검대들은 어느 새 그의 뒤로 간다.
“어서 오너라!”
성태는 말없이 연산군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성태는 하는 수 없이 화룡을 따라 연산군 앞에 당도한다.
연산군은 한참동안 성태를 쳐다보면서 관찰한다.
도무지 허약한 체격으로 어떻게 홍길동이 되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아하 그 놈의 영혼이 들어간 게 확실하구나! 제령 그의 영혼을 깨워라!”
“네 전하”
“?”
성태가 이들의 말을 듣고 제령을 쳐다보는 사이 제령이 주술을 걸어 성태의 시야를 흐리게 한다.
“나 역시 이런 허약한 학생을 피를 보게 하고 싶지 않다. 네 놈이 홍길동이라면 정체를 밝혀라!”
제령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워 성태의 주변을 검은 아지랑이로 감싼다.
선도부 아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든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주문을 외운다. 화룡은 소음벽을 치면서 제령의 주술은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게 손을 썼다.
아지랑이가 성태를 감싸자 성태는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이 괴로웠다.
“끄어어억”
성태가 검은 연기에 메스꺼워서 고개를 흔들고 부채를 꺼내서 검은 아지랑이를 마구 흩어냈다.
“파아앗”
부채를 휘두르자 그의 몸속에서 부채의 전음이 울렸다.
[홍길동을 깨워라! 저자들을 심판할 것이다]
“하지만 콜록콜록 할아버지를 힘들게 할 순 없어요.”
성태는 홍길동의 영혼을 부를 생각이 없었다. 선도부면 몰라도 연산군과 특검대들은 홍길동을 죽이러 여기까지 온 인물이 아닌가?
이들 앞에 홍길동을 소환해서 죽음의 위기로 몰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냥 자기가 몇 대 얻어맞더라도 자신이 홍길동이 아님을 증명하여 위기를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다.
동백고등학교 옥상
이 헌의 발차기에 정확히 관자놀이를 맞은 풍백은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실히 놀라운 광경이며 믿지 못할 장면이었던 것이다.
선도부 아이들은 환호를 질렀고 반면에 특검대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모두 충격을 금치 못한 상황에서 서섬천이 나선다.
섬천은 화룡과 제령에게 말한다.
“어서 네 사형을 뒤로 부축 하여라.”
“네”
제령은 풍백의 기절한 얼굴을 보면서 화룡과 함께 그를 데려온다.
연산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회장 이 헌이 어떤 술수를 부렸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전하 제가 풍백 대신 나서겠습니다.”
서섬천이 연산군에게 허락을 구한다.
“그래 방심하지 말고 제대로 싸워라. 상대가 무슨 기술을 쓰는지 잘 보고”
연산군의 허락 하에 서섬천은 이 헌을 노려보며 마주 선다.
“네 놈 제법 재주가 있구나. 나의 사제를 쓰러뜨리다니...”
“...”
이 헌은 서섬천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의 풍채는 크고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고 있어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뭐냐? 애송아 나를 보자마자 겁먹은 거냐?”
“아니”
“겁먹었다면 인정해라. 무릎 꿇고 빌면 목숨은 연명해주겠다.”
“...”
“내가 특검대 서열 1위 서섬천이다. 하하하”
서섬천은 굳이 피를 보지 않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려고 크게 웃는다. 하지만 상대방은 코웃음만 친다.
“그래서 어쩌라고?”
“뭐야? 건방지게”
“나 역시 이 학교 서열 1위다.”
“하 겁대가리 없는 새끼가”
서섬천은 잠시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휘젓다가 자세를 잡고 회장을 노려본다.
그의 눈빛은 번득이면서 마치 맹수가 사냥감을 노리듯 하였다.
“휘잉”
어느 새 섬천은 주먹을 앞으로 뻗는다. 바람을 가르며 그의 주먹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회장의 얼굴을 가볍게 스친다.
놀랍게도 살짝 스쳤는데도 회장의 얼굴이 상처를 입으면서 약간의 검붉게 물든 피가 고이기 시작한다.
“뭐 뭐냐?”
“방금 안보였는데”
선도부 아이들은 서섬천의 주먹이 너무 빨라서인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새 회장의 얼굴에 피가 살짝 나는 것을 보고 놀란다.
이 헌 역시 갑자기 이렇게 빠른 공격이 나올 줄 몰랐다. 찰나의 순간으로 몸을 움직여 피했기에 다행이지 만약 정통으로 맞았으면 바로 뻗었을 것이다.
‘놀랍군. 특검대들은 정말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구나!’
회장은 보통 사람들로는 이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은 구슬이 있고 방금 전 풍백의 힘을 흡수한 상태가 아닌가?
‘저 녀석의 힘도 흡수만 할 수 있다면 바랄게 없겠군.’
회장은 피를 닦으면서 서섬천을 노려본다.
일단 주변을 돌면서 서섬천의 발동작을 유심히 본다.
서섬천의 발동작은 약간 기묘했다. 발을 땅바닥에 완전히 붙이는 듯하였으나, 어느 새 다른 발로 살짝 떼면서 재빨리 살금살금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작두를 타는 모양처럼
‘도대체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예측이 안 되는 군. 이거 원 지치지도 않는가? 저렇게 가만히 있지도 않다니... ’
섬천은 춤을 추는 듯 하더니 유속을 사용하면서 회장의 복부를 향해 달려간다.
“허억”
회장 역시 옆으로 피하였으나 섬천은 발동작을 비틀면서 회장을 따라 복부를 공격한다.
“젠장할”
복부를 얻어맞은 이 헌은 숨을 헐떡인다. 한 번 피하였으나 교묘하게 발동작을 틀어 자신의 복부를 정확히 주먹으로 내지른 것이다.
“어떠냐?”
섬천은 다시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다시 공격하는 척 하더니 공중을 휙 뛰어오른다. 그러면서 날쌘 제비처럼 회장을 향해 손을 할퀸다.
회장은 재빨리 두 주먹으로 섬천의 공격을 막는다.
“타타타탁”
섬천이 공중에서 회장을 마구 할퀴는 장면은 실로 놀라웠다. 공중에 뜬 상태로 연달아 3번 이상 할퀴기 공격을 한 것이다.
“터억”
섬천이 땅에 착지하자, 회장은 숨을 고른다.
“왜 그러나? 나의 무공술에 겁을 먹은 거냐?”
“무공술?”
“그래 난 축지법도 쓰고 공중에서도 오래 떠 있을 수 있지”
섬천이 자기자랑이라도 하는 듯 회장을 깔보면서 말한다.
“그러니 이쯤하고 항복하는 게 어때? 사실은 홍길동이란 놈을 찾아왔는데 말이야”
섬천이 회장에게 항복하라고 종용하자 회장은 고민에 빠진다.
‘여기서 항복을? 그것보다 홍길동을 찾아왔다고 들었는데 설마!’
회장은 재빨리 머리를 굴리며 연산군과 특검대들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였다. 안 그래도 눈치 빠른 혜령이 그 동안의 정보를 수집한 결과 성태가 홍길동이 맞다고 판단하였다.
혜령은 섬천이 잠시 여유를 부리는 동안 회장에게 빠르게 다가가서 손수건을 건네 피를 닦아주는 척 하면서 말한다.
“이걸로 닦아. 그리고 잘 들어. 지금 저 놈들은 홍길동을 노리고 왔어. 홍길동은 저기 저 쪽에...”
혜령은 잠시 손짓으로 활빈당에 있는 성태를 가리킨다.
회장 역시 자신의 추측이 맞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항복하는 척 하면서 싸움을 피하는 게 좋아. 우리가 굳이 피를 흘릴 필요가 없잖아.”
“그건 그래”
회장 역시 자신이 굳이 힘들게 서섬천과 다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늘 궁금해 하던 성태의 정체를 파악하고 싶었다.
그 놈이 정말로 조선시대에서 온 홍길동이 맞는지 그리고 그의 능력은 어디까지이며 자신이 그 능력을 흡수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도 일어났다.
“이 봐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하는 거냐?”
서섬천이 잠시 기다리다가 회장과 구혜령이 무언가 주고받는 말이 길어지자 그에게 다가간다.
“네 놈들이 작당을 한다고 해서 나를 이길 것 같으냐?”
“그건 두고 봐야지”
회장은 혜령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물러나라고 한다.
그리고 서섬천을 노려본다.
“당신은 정말로 강하군!”
“그래 그걸 이제 알았나?”
“사실 내가 여기 서열 1위는 아니야!”
“뭐?”
“나 보다 더 잠재능력이 뛰어난 아이가 있지. 어때 붙어 보고 싶지 않아?”
“허 그래 누구냐 그 애는?”
“저기”
회장은 시치미를 떼는 듯 눈빛으로 성태가 있는 곳을 쳐다본다.
“?”
“저기 너희들이 찾던 그가 있어”
회장은 나지막하게 서섬천에게만 귀에 들리게끔 속삭이듯이 말한다. 시선은 다른 데로 두고
성태는 불안함을 느꼈다. 아까 전부터 연산군이 자신과 회장을 번갈아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정체를 최대한 감출려고 수아의 도움으로 변장까지 하였던 것이다.
몰래 가발을 붙이고 안경도 바꾸고 옷도 평소 입던 것과 다른 형태로 바꾸었던 것이다. 다른 학생들이야 성태로 보겠지만 예전에 그와 싸웠던 화룡이 잠시 성태를 홍길동으로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회장은 구슬의 반응으로 그리고 특검대나 연산군의 의도를 통해 성태를 찾아왔음을 짐작하였다.
성태는 하는 수 없었다. 최대한 자신이 홍길동의 영혼이 들어있다는 것을 감추려 했었다. 특검대와 선도부들이 싸우는 어부지리를 그 동안 잘 누리고 있었는데 회장이 눈치 챈 것 같았다.
서섬천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회장을 앞에 두고 뒤로 돌아본다.
“화룡!”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한창 싸움구경을 하던 화룡은 놀라서 쳐다본다.
“네 사형”
“저기 서 있는 아이가 누군지 모르느냐?”
서섬천이 성태를 가리키며 화룡에게 따지듯이 묻는다.
“엥?”
화룡은 워낙 많은 아이들로 인해 성태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마른 체격의 학생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약간 다르긴 했지만 예전에 싸웠던 홍길동과 비슷하기도 하였다.
“아차 천리안이 없지”
화룡은 천리안으로 투시하려고 하다가 예전에 빼앗긴 것을 알고 직접 성태에게로 걸어간다.
성태는 자신의 정체가 들킨 것을 알고 하는 수 없이 앞으로 나선다.
“네 놈! 그래 이 눈빛이었어.”
화룡은 성태를 잠시 쳐다보더니 홍길동이 맞다고 말하였다.
“많은 인파속이라 무심하게 쳐다보았건만 네 놈이 맞아”
“응 뭐야?”
아이들은 갑자기 싸움을 하다말고 성태에게로 시선이 쏠리자 웅성웅성 거렸다.
“소란스럽구나!”
연산군은 주변이 시끄러워지자 정신없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전하 드디어 찾았습니다.”
“그래? 어서 데리고 오너라”
화룡이 성태에게 다가가서 따라 오라고 한다.
성태는 말없이 터벅터벅 화룡을 따라 연산군 앞에 걸어간다. 옆에서 수아가 말려보지만 화룡이 눈을 부릅뜬다.
“당돌한 계집애. 네가 언니 반지를 훔친 것은 굳이 여기서 발설하지 않으마. 나 역시 보는 눈이 많아서 곤란하기는 싫으니.”
“성태야!”
수아는 최대한 성태를 숨겨두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괜찮아. 어차피 해결해야 할 일인데. 최대한 저들끼리 싸우면서 힘을 빼는데 실패했지만”
성태는 걱정마라는 듯이 화룡을 따라 걸어간다.
선도부 아이들은 다들 웅성웅성 거린다.
“성태 저 놈이 갑자기 나서는 거냐?”
“글쎄 뭔가 생각이 있겠지”
“활빈당도 활약을 하고 싶은 건가?”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자 소란스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화룡이 주문을 외운다.
“방음의 벽!”
화룡이 주술을 외우자 옥상 전체에 보이지 않는 소음벽이 설치되기 시작한다. 예전 경주에서 박물관 직원들과 다툴 때 썼던 기술이었다. 화룡에 의해 옥상 주변이 소음을 차단하는 투명한 벽으로 둘러 쌓이자 그 소란은 더 이상 밖으로 분출되지 못했다.
“그래 잘하였다. 나 역시 외부로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다.”
연산군의 말에 특검대들은 어느 새 그의 뒤로 간다.
“어서 오너라!”
성태는 말없이 연산군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성태는 하는 수 없이 화룡을 따라 연산군 앞에 당도한다.
연산군은 한참동안 성태를 쳐다보면서 관찰한다.
도무지 허약한 체격으로 어떻게 홍길동이 되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아하 그 놈의 영혼이 들어간 게 확실하구나! 제령 그의 영혼을 깨워라!”
“네 전하”
“?”
성태가 이들의 말을 듣고 제령을 쳐다보는 사이 제령이 주술을 걸어 성태의 시야를 흐리게 한다.
“나 역시 이런 허약한 학생을 피를 보게 하고 싶지 않다. 네 놈이 홍길동이라면 정체를 밝혀라!”
제령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워 성태의 주변을 검은 아지랑이로 감싼다.
선도부 아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든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주문을 외운다. 화룡은 소음벽을 치면서 제령의 주술은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게 손을 썼다.
아지랑이가 성태를 감싸자 성태는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이 괴로웠다.
“끄어어억”
성태가 검은 연기에 메스꺼워서 고개를 흔들고 부채를 꺼내서 검은 아지랑이를 마구 흩어냈다.
“파아앗”
부채를 휘두르자 그의 몸속에서 부채의 전음이 울렸다.
[홍길동을 깨워라! 저자들을 심판할 것이다]
“하지만 콜록콜록 할아버지를 힘들게 할 순 없어요.”
성태는 홍길동의 영혼을 부를 생각이 없었다. 선도부면 몰라도 연산군과 특검대들은 홍길동을 죽이러 여기까지 온 인물이 아닌가?
이들 앞에 홍길동을 소환해서 죽음의 위기로 몰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냥 자기가 몇 대 얻어맞더라도 자신이 홍길동이 아님을 증명하여 위기를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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