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 정벌(1)
조회 : 239 추천 : 0 글자수 : 4,488 자 2024-04-18
날렵하게 움직여 크페르토스의 공격을 피한 켈렌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얼음 분신을 소환했다.
다섯 기의 얼음 분신이 민첩하게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자 크페르토스는 멈칫했고, 켈렌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허공에서 얼음 화살을 만들어내 발사하는 동시에 얼음 안개와 냉기 방출을 시전했다.
"어림없다!"
허나 크페르토스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대검을 거칠게 휘두르며 냉기를 몰아내고 자신의 마력을 흩뿌렸다.
"네놈은 마계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어이쿠, 마계 밖으로 나가면 되는 건가, 그럼?"
"이미 늦었다. 마지막 자비를 베풀어 고통 없이 끝내주겠다.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여라."
흉흉한 마력을 내뿜으며 켈렌을 협박하는 크페르토스였지만, 효과는 없었다.
마왕에 비하면 호랑이와 고양이 정도의 차이.
켈렌을 어찌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 사실은 크페르토스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혼자서 마계를 정벌하러 왔다고. 용기가 대단하군."
"용기를 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는데."
"닥쳐라! 마계에 쳐들어온 것은 용기일지 모르나 우리 대귀족을 상대로 그런 말을 지껄이는 것은 오만에 불과하다!"
"...허."
크페르토스의 고함이 울려퍼지자, 마력을 숨기고 있던 마족 귀족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여섯.
일대일로 상대하면 급이 안 맞지만, 모두 합치면 마왕 이상의 전력.
단순히 마력만 놓고 봐도 켈렌이 열세였다.
그 와중에 각자 다루는 능력이 다를 테니...
"재밌는 전투가 되겠군."
"죽여라!"
크페르토스를 포함한 일곱 귀족이 쏜살같이 켈렌을 향해 쇄도했다.
다섯 얼음 분신이 그들을 막아섰지만, 시간을 오래 벌진 못할 터.
켈렌은 먼저 방어 계열 마법에 마력을 더 불어넣었다.
어떤 상황에 놓이게 돼도 이 두 가지 방어 마법은 켈렌의 목숨을 든든히 보장해줄 것이었다.
다음으론 공격에 들어섰다.
일곱 중 셋이 분신들에 맞섰고, 나머지 넷은 그대로 켈렌을 쫓았다.
이들의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켈렌은 선공에 나선 것이다.
발을 구르자 지면에서 얼음 가시가 솟구쳐나왔고, 네 귀족은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틀었다.
그 찰나에 켈렌은 얼음 안개 사이로 숨어들었고, 얼음 분신들이 우르르 솟구쳐나왔다.
켈렌과 조금 다르거나 결손이 있는 등 분신 자체는 신경 써서 만들진 않았지만, 적들을 헷갈리게 만들 정도는 됐다.
"어둠은 빛을 삼키리라."
그때, 네 귀족 중 하나, 어둠을 부리는 자, 아스코라토가 능력을 발동시켰다.
그의 손과 등에서 검고 탁한 기류가 뿜어져나오더니 주위를 감싸 마치 밤처럼 어둡게 만들었다.
"별빛이여, 적의 흔적을."
켈렌은 자신에게 저주이자 표식이 새겨진 것을 알았다.
마력 연결은 아주 단단하게 고정되었지만 그 양은 적은 것으로 보아 정말 흔적만을 남기는 듯 했다.
"저주가 그를 옭아매리니."
갉아먹는 자, 데트라소르의 저주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켈렌을 향해 작렬했다.
그러나 켈렌의 마력 충만한 얼음 방패가 저주를 무력화시켰다.
동시에 켈렌은 저주가 쏘아진 반대 방향으로 얼음창을 날렸다.
어둠 속에 숨은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공격이 날아온 반대 방향에 적이 있으리라는 판단.
그러나 귀족들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얼음창이 명중한 낌새가 없자, 켈렌은 곧바로 얼음 골렘을 소환해 자신을 보호하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크페르토스의 대검이 그의 마력을 잔뜩 머금은 채로 날아들었다.
얼음 골렘을 산산이 부숴버리고, 그 폭발로 켈렌을 멀리 날려버렸다.
"커억!"
그새 얼음 분신을 상대하던 세 귀족마저 켈렌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절망해라!"
희망을 부수는 자, 옵테르티오가 켈렌에게 사념 저주를 걸었다.
이미 완성된 저주를 마력을 매개로 하여 날리는 방식.
켈렌의 정신 방어를 교묘히 우회하여 타격을 주었다.
"...크음."
허나 빙설신룡의 가호가 순식간에 절망의 사념 저주를 걷어내주었고, 켈렌은 금방 정신을 차렸다.
켈렌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똑같이 사념 저주를 날려주었다.
"어, 어떻게? 네놈은 얼음 마법만 쓸 수 있을 텐데!"
물론 켈렌은 사념 저주 같은 마법은 쓰지 못했다.
단순히 흉내만 낸 것이었고, 그저 빈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으니.
그리고 속임수에 걸려든 옵테르티오는 자신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눈꽃 위성을 눈치채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네, 네놈이 감히...!!"
그러나 옵테르티오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온전한 육체라도 켈렌의 순수한 마력을 받아들였다간 몸이 얼음으로 변해버릴 터였다.
그런데 절반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사념체나 영체라면 어떨까.
존재의 본질이 훼손된다면 어떻게 될까?
동료이자 동족, 또한 같은 마계의 손꼽히는 강자 중 하나가 순식간에 뒤틀려 공허 속으로 사라진 것을 본 귀족들은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마법사가 영체의 천적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쉽게 당할 존재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페르토스는 대검을 꽉 쥐고, 마력을 최대한 내뿜으며, 땅을 힘껏 박찼다.
동요하는 것은 곧 눈앞의 적에게 시간을 주는 것.
감정적인 문제는 최대한 빨리 이 마법사를 처리하고 해결해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네가 가장 강한 놈인가보군."
크페르토스는 두 가지 요점을 간과했다.
첫째는 자신이 정신을 차린다고 한들, 다른 귀족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이고.
둘째는 켈렌이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절대적인 강함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었다.
"말... 같지도 않은...!"
자신의 대검이 켈렌의 손에 금이 갈라지자, 경악한 크페르토스는 대검을 놓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현명한 판단까지. 네놈은 오래 살려두면 안되겠어."
켈렌이 붙들고 있던 대검은 원래 얼음 덩어리였던 것처럼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수증기와 얼음 가루, 마력이 대량으로 뿜어져나온 것을 본 크페르토스는 켈렌이 무슨 짓을 했는지 예상이 되었으나...
"크으... 겨우 이 정도로 내가 굴복하리라 생각하는가!"
"내 분신들을 잊은 모양인데."
멈칫.
귀족들은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어둠으로 뒤덮인 공간 바깥은, 안개와 환상으로 자욱하고, 그 바깥에는 켈렌의 분신들이 숨어있었음을.
그리고 그 분신들은 여태 그들이 상대했던 약해빠진 것들이 아니었다.
"온전한 '나'의 분신들."
귀족들은 재빨리 분신들의 마력을 훑어보았다.
최소한 켈렌의 절반.
가장 강한 것은 거의 켈렌에 가까웠다.
켈렌을 직접 상대한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으... 으아아악!"
숲 속에 숨는 자, 루쿠라토가 비명을 지르며 어둠 장막 밖으로 도망쳤다.
"현명하지만 어리석은 판단이다."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지만, 바깥이 어떨지도 모른 채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
루쿠라토는 마치 수십 겹의 칼날로 단숨에 베어버린 듯 썰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얼음 조각이 되고 말았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
남은 이들은 침묵했다.
격차를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의 그들로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힘을 개방하거나, 죽거나.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사실상 한 가지 선택지만이 주어져 있었다.
"죽어라!"
그때, 무언가 전장에 난입했다.
모든 것을 단숨에 관통하고는, 정확히 켈렌을 향해 쇄도한 것은 증오하는 자, 오데라토트였다.
"오데라토트! 안 된다! 물러나야 한다!"
"멍청하긴. 네놈은 그래서 안 된다는 거다."
"무슨...!"
그러나 크페르토스는 다음 순간 보았다.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마법사가, 피를 토하며 휘청거리는 모습을.
오데라토트가 뚫고 들어온 곳을 통해, 몇몇 귀족들이 더 도착했다.
발악하는 자, 인푸르사니아.
혼란시키는 자, 마디시페로.
꿰뚫어보는 자, 인페네라토.
"급소를 피해갔지만 충격은 어마어마했을 터. 금방 일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켈렌은 방어 마법이 뚫렸다는 사실에 몹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컥!"
인푸르사니아가 켈렌의 등허리를 걷어차, 귀족들 사이로 날려버렸다.
켈렌은 마구 경련하는 신체를 통제하려 애썼지만, 힘을 개방한 귀족의 능력은 쉽게 견뎌낼 수 없었다.
"그렇군. 모두 힘을 개방한 건가."
한 번 힘을 개방하면 과도한 마력 운용으로 신체가 망가져 수십 년에 걸쳐 회복해야 했다.
그러나 켈렌은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
크페르토스도 금방 마음을 먹었다.
결국은 없애야 할 존재.
"크아아악!"
다른 귀족들도 뭔가를 깨달았는지 힘을 개방하고, 높이 뛰어올랐다.
모든 힘을 써서라도 제거해야 할 존재가 있다면 그건 눈앞의 마법사일 터.
마왕의 좌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켈렌을 제거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불가능!
"하압!"
마계 귀족들의 혼신의 일격이 켈렌을 향해 쇄도했다.
다섯 기의 얼음 분신이 민첩하게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자 크페르토스는 멈칫했고, 켈렌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허공에서 얼음 화살을 만들어내 발사하는 동시에 얼음 안개와 냉기 방출을 시전했다.
"어림없다!"
허나 크페르토스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대검을 거칠게 휘두르며 냉기를 몰아내고 자신의 마력을 흩뿌렸다.
"네놈은 마계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어이쿠, 마계 밖으로 나가면 되는 건가, 그럼?"
"이미 늦었다. 마지막 자비를 베풀어 고통 없이 끝내주겠다.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여라."
흉흉한 마력을 내뿜으며 켈렌을 협박하는 크페르토스였지만, 효과는 없었다.
마왕에 비하면 호랑이와 고양이 정도의 차이.
켈렌을 어찌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 사실은 크페르토스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혼자서 마계를 정벌하러 왔다고. 용기가 대단하군."
"용기를 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는데."
"닥쳐라! 마계에 쳐들어온 것은 용기일지 모르나 우리 대귀족을 상대로 그런 말을 지껄이는 것은 오만에 불과하다!"
"...허."
크페르토스의 고함이 울려퍼지자, 마력을 숨기고 있던 마족 귀족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여섯.
일대일로 상대하면 급이 안 맞지만, 모두 합치면 마왕 이상의 전력.
단순히 마력만 놓고 봐도 켈렌이 열세였다.
그 와중에 각자 다루는 능력이 다를 테니...
"재밌는 전투가 되겠군."
"죽여라!"
크페르토스를 포함한 일곱 귀족이 쏜살같이 켈렌을 향해 쇄도했다.
다섯 얼음 분신이 그들을 막아섰지만, 시간을 오래 벌진 못할 터.
켈렌은 먼저 방어 계열 마법에 마력을 더 불어넣었다.
어떤 상황에 놓이게 돼도 이 두 가지 방어 마법은 켈렌의 목숨을 든든히 보장해줄 것이었다.
다음으론 공격에 들어섰다.
일곱 중 셋이 분신들에 맞섰고, 나머지 넷은 그대로 켈렌을 쫓았다.
이들의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켈렌은 선공에 나선 것이다.
발을 구르자 지면에서 얼음 가시가 솟구쳐나왔고, 네 귀족은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틀었다.
그 찰나에 켈렌은 얼음 안개 사이로 숨어들었고, 얼음 분신들이 우르르 솟구쳐나왔다.
켈렌과 조금 다르거나 결손이 있는 등 분신 자체는 신경 써서 만들진 않았지만, 적들을 헷갈리게 만들 정도는 됐다.
"어둠은 빛을 삼키리라."
그때, 네 귀족 중 하나, 어둠을 부리는 자, 아스코라토가 능력을 발동시켰다.
그의 손과 등에서 검고 탁한 기류가 뿜어져나오더니 주위를 감싸 마치 밤처럼 어둡게 만들었다.
"별빛이여, 적의 흔적을."
켈렌은 자신에게 저주이자 표식이 새겨진 것을 알았다.
마력 연결은 아주 단단하게 고정되었지만 그 양은 적은 것으로 보아 정말 흔적만을 남기는 듯 했다.
"저주가 그를 옭아매리니."
갉아먹는 자, 데트라소르의 저주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켈렌을 향해 작렬했다.
그러나 켈렌의 마력 충만한 얼음 방패가 저주를 무력화시켰다.
동시에 켈렌은 저주가 쏘아진 반대 방향으로 얼음창을 날렸다.
어둠 속에 숨은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공격이 날아온 반대 방향에 적이 있으리라는 판단.
그러나 귀족들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얼음창이 명중한 낌새가 없자, 켈렌은 곧바로 얼음 골렘을 소환해 자신을 보호하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크페르토스의 대검이 그의 마력을 잔뜩 머금은 채로 날아들었다.
얼음 골렘을 산산이 부숴버리고, 그 폭발로 켈렌을 멀리 날려버렸다.
"커억!"
그새 얼음 분신을 상대하던 세 귀족마저 켈렌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절망해라!"
희망을 부수는 자, 옵테르티오가 켈렌에게 사념 저주를 걸었다.
이미 완성된 저주를 마력을 매개로 하여 날리는 방식.
켈렌의 정신 방어를 교묘히 우회하여 타격을 주었다.
"...크음."
허나 빙설신룡의 가호가 순식간에 절망의 사념 저주를 걷어내주었고, 켈렌은 금방 정신을 차렸다.
켈렌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똑같이 사념 저주를 날려주었다.
"어, 어떻게? 네놈은 얼음 마법만 쓸 수 있을 텐데!"
물론 켈렌은 사념 저주 같은 마법은 쓰지 못했다.
단순히 흉내만 낸 것이었고, 그저 빈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으니.
그리고 속임수에 걸려든 옵테르티오는 자신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눈꽃 위성을 눈치채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네, 네놈이 감히...!!"
그러나 옵테르티오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온전한 육체라도 켈렌의 순수한 마력을 받아들였다간 몸이 얼음으로 변해버릴 터였다.
그런데 절반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사념체나 영체라면 어떨까.
존재의 본질이 훼손된다면 어떻게 될까?
동료이자 동족, 또한 같은 마계의 손꼽히는 강자 중 하나가 순식간에 뒤틀려 공허 속으로 사라진 것을 본 귀족들은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마법사가 영체의 천적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쉽게 당할 존재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페르토스는 대검을 꽉 쥐고, 마력을 최대한 내뿜으며, 땅을 힘껏 박찼다.
동요하는 것은 곧 눈앞의 적에게 시간을 주는 것.
감정적인 문제는 최대한 빨리 이 마법사를 처리하고 해결해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네가 가장 강한 놈인가보군."
크페르토스는 두 가지 요점을 간과했다.
첫째는 자신이 정신을 차린다고 한들, 다른 귀족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이고.
둘째는 켈렌이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절대적인 강함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었다.
"말... 같지도 않은...!"
자신의 대검이 켈렌의 손에 금이 갈라지자, 경악한 크페르토스는 대검을 놓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현명한 판단까지. 네놈은 오래 살려두면 안되겠어."
켈렌이 붙들고 있던 대검은 원래 얼음 덩어리였던 것처럼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수증기와 얼음 가루, 마력이 대량으로 뿜어져나온 것을 본 크페르토스는 켈렌이 무슨 짓을 했는지 예상이 되었으나...
"크으... 겨우 이 정도로 내가 굴복하리라 생각하는가!"
"내 분신들을 잊은 모양인데."
멈칫.
귀족들은 그제야 느낄 수 있었다.
어둠으로 뒤덮인 공간 바깥은, 안개와 환상으로 자욱하고, 그 바깥에는 켈렌의 분신들이 숨어있었음을.
그리고 그 분신들은 여태 그들이 상대했던 약해빠진 것들이 아니었다.
"온전한 '나'의 분신들."
귀족들은 재빨리 분신들의 마력을 훑어보았다.
최소한 켈렌의 절반.
가장 강한 것은 거의 켈렌에 가까웠다.
켈렌을 직접 상대한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으... 으아아악!"
숲 속에 숨는 자, 루쿠라토가 비명을 지르며 어둠 장막 밖으로 도망쳤다.
"현명하지만 어리석은 판단이다."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지만, 바깥이 어떨지도 모른 채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
루쿠라토는 마치 수십 겹의 칼날로 단숨에 베어버린 듯 썰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얼음 조각이 되고 말았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
남은 이들은 침묵했다.
격차를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의 그들로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힘을 개방하거나, 죽거나.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사실상 한 가지 선택지만이 주어져 있었다.
"죽어라!"
그때, 무언가 전장에 난입했다.
모든 것을 단숨에 관통하고는, 정확히 켈렌을 향해 쇄도한 것은 증오하는 자, 오데라토트였다.
"오데라토트! 안 된다! 물러나야 한다!"
"멍청하긴. 네놈은 그래서 안 된다는 거다."
"무슨...!"
그러나 크페르토스는 다음 순간 보았다.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마법사가, 피를 토하며 휘청거리는 모습을.
오데라토트가 뚫고 들어온 곳을 통해, 몇몇 귀족들이 더 도착했다.
발악하는 자, 인푸르사니아.
혼란시키는 자, 마디시페로.
꿰뚫어보는 자, 인페네라토.
"급소를 피해갔지만 충격은 어마어마했을 터. 금방 일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켈렌은 방어 마법이 뚫렸다는 사실에 몹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컥!"
인푸르사니아가 켈렌의 등허리를 걷어차, 귀족들 사이로 날려버렸다.
켈렌은 마구 경련하는 신체를 통제하려 애썼지만, 힘을 개방한 귀족의 능력은 쉽게 견뎌낼 수 없었다.
"그렇군. 모두 힘을 개방한 건가."
한 번 힘을 개방하면 과도한 마력 운용으로 신체가 망가져 수십 년에 걸쳐 회복해야 했다.
그러나 켈렌은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
크페르토스도 금방 마음을 먹었다.
결국은 없애야 할 존재.
"크아아악!"
다른 귀족들도 뭔가를 깨달았는지 힘을 개방하고, 높이 뛰어올랐다.
모든 힘을 써서라도 제거해야 할 존재가 있다면 그건 눈앞의 마법사일 터.
마왕의 좌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켈렌을 제거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불가능!
"하압!"
마계 귀족들의 혼신의 일격이 켈렌을 향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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