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억!'
"으윽!"
나는 누군가 내 머리를 치려던 것을
간신히 왼쪽 팔로 방어했지만
넘어지고 말았다.
'윽... 내 팔... 뼈가 부러진 것 같은데...'
나는 팔을 부여잡고 고개를 들었다.
"아쉬워라~ 한 번에 끝냈어야지."
"쳇."
"어어...?"
고개를 들자 나는 당황했다.
블런과 쉐리가 나를
기습했다는 것을 알았다.
"블런...? 어째서..."
"크큭, 순진한 새끼."
블런이 음흉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불쌍해라~"
쉐리가 비웃는다.
"아아~ 한 방에 기절 시킬 수
있었는데."
블런이 아쉬워한다.
'기술, 기술을 써야 돼'
-사계진(四季陣)-
기술명을 말하자 발밑에 영역이
나타났다. 나는 얼른 일어나서
거리를 벌리기 위해 도망쳤다.
'몸이 가볍다. 이러면
도망칠 수 있겠어.'
"오빠 어디가~ 더 고통스러울
뿐이라구~"
-추적(追跡)-
쉐리의 머리 위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블런과 함께
나의 뒤를 쫓았다.
'구룩구룩!'
'퍼엉!'
새가 나의 발쪽으로 날아오더니
폭발했다.
"아아아아악!"
폭발과 동시에 넘어지고 말았다.
나의 양쪽 발은 화상을 입었고,
왼쪽 팔은 움직이지 않는다.
"으으윽..."
"뒤지란 말이야!"
블런이 높게 점프한 후 나를 향해
도약하며 주먹을 뻗는다.
'아직 영역 안에 있어.'
'콰앙!'
나는 정신을 부여잡고 블런이
나에게 닿기 직전에 몸을 옆으로
굴려 공격을 피했다.
"크큭, 다 뒤져가는 새끼가
발악하기는..."
블런이 내려다보며 말한다.
'어떻게 해야 하지...시간이라도
끌어봐야 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왜 이런 짓을 하냐고? 하하하!
그야 뻔하지 재밌잖아!
너도 느꼈잖아... 이 피의 냄새를!"
블런이 흥분하며 말한다.
"지금 니 새끼가 있는 곳 아래에
뭐가 있는지 알려줄까? 크큭큭."
블런이 신이난 듯 말한다.
"바로 갓 넘어온 세입자들의
살덩이들이 가득하다고! 하하하!"
-체인(Chain)-
'스르르륵.'
갑자기 블런의 발밑에서 쇠사슬들이
솟아나더니 블런의 몸을 묶었다.
"으윽! 뭐야 이건!"
블런이 몸부림친다.
'이게 뭐지? 무슨 상황이야...'
나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요즘 들어 새로운 세입자가
줄어든다 했더니 너였군."
연보라색의 로브를 입은
자줏빛 머리의 남성이
목이 잘린 쉐리의 머리를
한 손으로 들고 다가온다.
"쉐리!!! 넌 뭐야! 쉐리를 어떻게
한거야 이 개새끼야!!"
블런이 이성을 잃고 소리친다.
"알 거 없다. 이 진(陣)은 그쪽에서
친 것 같고..."
로브의 남성이 손을 블런쪽으로
뻗더니 주먹을 쥔다.
"끄으아아아악!!"
남성의 손짓에 맞춰 쇠사슬들이
블런의 몸을 꽉 조였다.
"질문에 대답해라. 너는 어디 소속이지?
너의 뒤는 누가 봐주고 있는거냐."
남성이 정색을 하며 블런에게 묻는다.
"크크큭... 좆... 까..."
'뿌드득, 콰직!'
쇠사슬들이 블런의 몸을 조이더니
이내 몸이 으스러지고 피를 뿜어대며
산산조각났다.
"흠... 옷이 더러워졌군."
남성이 로브의 튄 피를 털어낸다.
"그... 감사합니다..."
나는 겁을 먹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많이 다쳤군. 우리 길드로 가서
치료받지."
"어... 지금은 걸을 수가..."
"아아, 내가 실수했군. 조금만
참아줄 수 있나? 의사를 데려오지."
"네... 부탁드립니다..."
남성은 뛰어오르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우와... 빠르..'
"으윽..."
'아프다... 영역은 언제 사라진 거지...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는 걸지도...'
발목의 화상은 조금 아물었고,
왼쪽 팔은 여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 사람 엄청 강했지... 그래도
어린애들인데 고민도 없이 그렇게...'
나는 긴장이 풀려 그대로 쓰러졌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