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엄청 강했지... 그래도
어린애들인데 고민도 없이 그렇게...'
나는 긴장이 풀려 그대로 쓰러졌다.
'...'
"으으..."
나는 정신이 들었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누워 있던 침대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았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옆 책상에는
붕대, 가위, 여러 종류의 약들과
붉은 액체가 담겨있는 유리병이
있었다.
'여기는 의료 시설 같아 보이네.'
방에는 잘 정리되어 있는 침대들이
나란히 있었다.
'아무도 없는 건가?'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 그 사람이 길드에서
치료받자고 했었지...'
나는 팔을 움직였다.
'멀쩡하네...'
다리를 덮고 있던 이불을 개고
발목을 만졌다.
'화상도 다 나았잖아? 이 길드의
의사분이 치료해 주신 건가...
폭발 때문에 바지 아랫부분이
다 탔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침구들을 정리하고
창문쪽으로 걸어가 창밖을
내다봤다.
'어둡네. 얼마나 누워있었던 거지?
음... 높이로 봐서는 2층에
있는 것 같네.'
시드 월드에 밤이 찾아왔다.
'밖으로 나가도 되려나?'
나는 문쪽으로 걸어가 문에 귀를
바짝 댔다.
'...'
'아무소리도 안 들려...'
'끼익'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끼익'
그때 반대쪽 방에서 한 여성이
나왔다.
"어머! 몸은 괜찮으세요?"
'깜짝이야...'
"어... 네.'
"으음..."
여성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뭐... 뭐지?'
"다 나으셨네요! 방 안에
포션(Potion)이 한 병 있지
않았나요?"
나를 보고 다 나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내가 누워있었던
방으로 들어갔다.
'다 나은 걸 어떻게 알았지?
포션은 또 뭐야?'
"포션이 뭐죠?"
"이거에요! 다 나았더라도
피로는 회복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여성이 책상 위에 놓여있던
유리병을 들어 나에게 건네며
답한다.
"저희 길드 최고의 연금술사가
만든 거니 믿고 마셔도 됩니다!"
'그냥 뚜껑을 따서
마시면 되는 건가?"
나는 포션을 마셨다.
'아무 맛도 안 나네.'
"빈 병은 제게 주시고 잠깐만
계세요!"
여성은 빈 병을 가지고 반대쪽
방으로 들어갔다.
'오, 뭔가 기운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여깄습니다!"
여성이 깨끗한 옷을 가지고
다시 왔다.
"이건..."
"옷이 많이 헌 것 같아서요!
이걸로 갈아 입으세요."
나는 여성이 준 옷으로 갈아 입었다.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나가는
길은 복도 오른쪽으로 쭉 가시고,
계단을 이용하여 내려가시면
됩니다!"
여성은 나가는 길을 알려준 뒤
반대쪽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나는 여성이 알려준 대로 복도
끝으로 가서 계단을 내려갔다.
"어라, 처음 뵈는 분이네요?"
계단을 내려오자, 연분홍색
단발머리의 여성이 말을 건다.
"어 네..."
여성이 나를 유심히 봤다.
"아! 바인 씨가 말했던 분이신가요?"
'바인...?'
"그게 누구죠?"
"음...연보라색 로브를 입고
계시는데..."
"아, 맞아요."
"역시! 몸은 괜찮으시죠?"
"네, 완전 멀쩡해졌어요. 신세를
너무 많이 졌네요..."
여성이 의기소침해진 나를 보고
말한다.
"괜찮아요! 따지고 보면 저희 책임도
어느 정도 있으니까요."
나는 의아했다.
"저는 도움받은 거 밖에 없는데..."
"실은 요즘 새로운 세입자가
줄고 있어서 모든 길드가 조사하고
있었거든요. 보니깐 누군가가 길드를
사칭하고 다니면서 세입자들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더라고요..."
여성이 속상해한다.
"미리 예방하지 못한 길드의
책임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그 바인 씨에게
구해졌으니깐 빚을 졌잖아요."
"푸흡, 그러네요."
여성이 겨우 웃는다.
"아, 혹시 여기는 어디 길드인가요?"
"여기는 신뢰 길드입니다!
엇, 혹시 저희 길드에 들어오지
않을래요?"
여성이 권유한다.
'신뢰 길드구나... '
"음... 길드에 대해서 잘 몰라서요...
나중에 관심이 생기면 그때 다시
찾아올게요."
"그래요!"
여성이 웃는다.
"빚은 나중에 꼭 갚을..."
'콰앙!'
건물 밖에서 굉음이 났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