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빈당 2020 84화
조회 : 304 추천 : 0 글자수 : 5,007 자 2024-03-19
84화
동백고등학교 옥상
성태는 부채의 전음을 들었지만 홍길동을 이들 앞에서 소환해서 죽게 놔두기는 싫었다.
억지로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오는 것 같았다.
이윽고 제령이 만든 검은 아지랑이는 성태의 온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이야 제법 의지가 강하구나. 무리하지 말고 어서 정체를 밝히거라!”
“콜록 콜록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콜록”
“내가 아는 데 어디서 발뺌을...”
화룡이 성태에게 다그친다.
“화룡 이 허약한 녀석이 홍길동이 정말 맞느냐? 만약 아니라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앞에 일어났던 잘못과 함께”
연산군이 짐짓 노기를 띠자 화룡은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야 뭐해 빨리 소환하지 않고 그때처럼”
“무슨 말인지?”
성태는 일부러 시치미를 뗀다. 그저 자신에게 관심을 없애고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홍길동 할아버지가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 많은 무리들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전에 특검대에서도 제일 아래인 멸천과 상대할 때도 고전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였다.
화룡은 답답하기 시작했다.
“철썩철썩!”
화룡이 성태의 뺨을 여러 번 후려갈긴다.
성태의 얼굴이 붉게 부풀어 올랐지만 요지부동 이었다.
“하하 이 녀석 고집을 보게나.”
연산군이 짐짓 흥미로운 듯이 성태를 쳐다보면서 화룡을 번갈아 쳐다본다.
“제령아 나는 홍길동을 꼭 보아야겠다!”
연산군의 평범한 말은 제령에게 상당한 압박이었다. 당장 무리수를 써서라도 홍길동을 저 아이에게서 억지로 끌어내야 한다.
“사매 얼른 소혼술을 하게!”
섬천 역시 연산군의 비위가 상할까 봐 제령에게 다그친다,
제령은 고개를 젓더니 이윽고 자신의 비녀를 꺼낸다.
사실 제령 역시 마지못해 온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자신과 화룡의 잠재능력을 깨워주고 먹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연산군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가 없었으면 여전히 차디찬 길바닥에서 이리저리 떠도는 삶을 계속 유랑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특검대 생활을 오랫동안 해 보니 다들 너무 힘에 미쳐 있었고 특히 연산군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명을 거역하면 처벌을 받게 될까봐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기회가 되면 특검대를 그만두고 화룡과 함께 예전처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그런 제령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섬천이 다시 다그친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사매! 얼른 홍길동의 영혼을 끌어내라고!”
섬천의 다그침에 제령은 비녀를 뽑아 자신의 주술력을 끌어 모은다.
그러자 아까 전보다 훨씬 강력한 아지랑이가 성태의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 검은 아지랑이는 이번에 성태의 목으로 그리고 코로 입으로 곳곳으로 스며들어가려고 요동을 친다.
“읍 읍”
성태는 재빨리 코를 막아 보았지만 제령의 아지랑이는 점점 성태의 몸속에 들어가 반응을 하기 시작한다.
순간 성태는 자신의 내부에서 강력하지만 알 수 없는 기운에 압도되어 꼼짝할 수 없었다.
“꼬마 억지로 버티어 봤자 너만 손해다!”
제령이 이번에 비녀를 반지에 쓰다듬자 아지랑이가 춤을 추듯이 파동을 일으킨다.
그에 따라 성태는 속이 울렁거림을 느끼고 결국은 기절하듯이 손을 놓는다.
“털썩”
성태가 무릎을 주저앉듯이 꿇어 바닥에 앉는다.
그러더니 내부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기운이 느껴진다.
‘아 버틴다고 했는데’
성태는 꿈속에 들어간 것처럼 기절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성태의 몸이 위기를 느꼈는지 단전에서 기가 모이고 그것을 방출하듯이 홍길동의 영혼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파아아앗!!”
갑자기 섬광이 터지듯이 주변이 강력한 빛을 발하면서 밝아지기 시작했다.
“으앗”
아이들이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셔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제령의 주술력은 놀라웠다. 부채의 힘이 없이도 강제로 성태의 몸에서 잠들어 있던 홍길동을 깨운 것이다.
기절해 있는 줄 알았던 성태는 벌떡 일어선다. 성태 아니 홍길동은 성태의 몸에서 위기가 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둘러 싼 일당들을 쳐다본다.
“뭐냐?”
홍길동은 자신을 둘러싼 이들에게 묻는다.
연산군은 학생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그 기운이 엄청나게 커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깨어났느냐!”
“네 전하 확실합니다.”
제령의 대답에 연산군은 고개를 끄덕이고 홍길동을 마주 본다.
“그래 드디어 이렇게 만났구나! 네 너를 처단하기 위해 멀고 먼 조선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
홍길동은 다시 눈을 끄게 뜨고 주변을 보았다. 확실히 연산군과 특검대원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난감한지고.”
홍길동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오랜 만에 깨어났는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리고 연산군이 언젠가는 온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당도할 줄을 몰랐던 것이다.
‘일단 무슨 상황인지 파악부터 하자’
“잠깐 일각의 시간을 다오.”
홍길동은 그렇게 말하더니 멀리 서 있는 수아에게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일단 연산군의 포위망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그래 일각이다.”
연산군은 여유를 부리는 듯 가만히 앉아 있다.
길동은 수아에게 자초지종을 묻는다. 수아는 처음부터 옥상에서 벌어진 일과 선도부 그리고 연산군 일당들이 온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런 일이 있으면 성태는 나를 진즉 깨우지 않고”
수아는 성태의 마음을 공감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목숨이 위험할 지도 모른다고...
수아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최대한 홍길동에게 조심하라고 하면서 성태의 마음을 전했다.
“기특한지고 그럴 필요 없다. 어차피 나로 인해 벌어진 일! 내가 회자정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너희들이야말로 최대한 몸조심 하여라!”
“두목님 조심하십시오!”
혁진이가 걱정이 되는지 홍길동의 어깨를 잡는다.
길동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디선가 돌멩이가 쏜살같이 날아온다.
“퍼엉”
돌멩이는 빠른 속도로 홍길동의 얼굴을 빗겨나가 옥상 벽에 부딪혔다.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서섬천이 던진 것이다.
“네 이놈 성질머리는 고쳐주마”
하마터면 아이들이 다칠 뻔 한 것을 알고 홍길동은 바로 서섬천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래 네 놈부터 상대해주마!”
“크크크 내가 알던 홍길동이 정말 맞는가?”
“상대해 보면 알겠지”
“그래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
연산군은 섬천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관전하는 태도를 보인다.
“연산군 그리고 특검대 네 놈들! 같은 백성끼리 차별을 논하고 군림하는 네 놈들을 오늘 심판해 주겠다!”
홍길동의 큰 외침에 옥상이 쩌렁쩌렁 울린다.
선도부 아이들은 성태의 고함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리는지에 놀랐고, 이상한 놈들과 싸우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성태가 제대로 미쳤나 봐!”
“친위대도 상대하기 힘든 놈들을!”
“나 둬 저러라 뒤지고 말겠지 큭”
선도부 아이들이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수아가 외친다.
“비겁한 놈들은 입 닥치고 있지 그래? 나서서 도와줄게 아니면!”
“뭐 이 계집애가?”
동호가 수아의 말에 열 받아서 다가가려는 순간 혁진이가 가로 막는다.
“그만하고 싸움이나 지켜보자고”
“젠장 너희들은 나중에 죽었어!”
동호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 뒷걸음질 치면서 자신의 자리로 간다.
“병신들!”
혁진이는 길동이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지 자신도 달려들 것이라고 각오하고 홍길동의 싸움을 지켜보기로 했다.
“준비는 되었나?”
“그럼 물론이지”
홍길동은 서섬천을 바라보며 자세를 취한다.
상대는 특검대 서열 1위, 예전 조선에서 크게 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지만 승부가 쉽게 나지 않았다.
‘특검대들 중에 제일 무서운 놈이야. 공격 방향을 예측하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고. 게다가 이 아이의 몸으로는 내 위력을 제대로 다 발휘할 수 있을까?’
길동이 잠시 생각하는 사이 서섬천은 전광석화처럼 자신의 몸을 앞으로 기울며 주먹으로 공격한다.
“퍼어억”
길동의 얼굴을 정면으로 때리자 길동이 뒤로 넘어진다.
“크크크 싸움 중에 정신을 팔다니”
길동이 옷을 털면서 일어선다. 어느 새 자신의 코에 붉은 피가 흐르는 것이 보였다. 섬천의 공격이 적중한 것이다.
“젠장”
길동은 소매로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훔치고 손을 뻗는다.
“하압!”
길동이 손을 뻗어 서섬천의 주먹을 잡는다.
“각오해라”
길동은 그대로 서섬천의 주먹을 잡은 채로 팔을 돌린다.
“뚜두둑”
섬천의 팔이 꺾이면서 뒤로 비틀거린다.
“어떠냐?”
섬천은 뒤로 물러서면서 몸을 으쓱인다.
“?”
분명 팔이 부러졌는데도 여유만만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아압”
섬천은 자신의 기를 단전에 모아 부러진 팔 쪽으로 보낸다.
“투투툭”
그러자 놀랍게도 비틀린 팔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원상태로 회복되고 있었다.
“뭐냐? 네 놈은 연체동물인가?”
“큭 나름의 회복기술이라 해두지”
섬천은 홍길동에게 꺾인 팔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홍길동 잊었느냐! 나에겐 그딴 꺾기 기술은 안 통해”
선도부 아이들은 놀라워하였다.
분명 팔이 90도로 꺾인 것을 봤는데도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기는커녕 원 상태로 회복하는 모습을...
“와 지렸다.”
“뼈를 그냥 맞추네.”
“야 나도 태권도 배울 때 해 봤어”
“닥쳐 그거랑 이거랑 같아?”
“시끄럽구나!”
서섬천이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일갈을 하자, 다들 조용해한다.
“잡것들이 어디라고 함부로 지껄이느냐! 너희들이 아무리 날뛰어봤자 다 내 발밑에 꿇을 것이다”
섬천의 말에 선도부 아이들은 부르르 떨면서 감히 나서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다.
“회장님!”
선도부 아이들이 회장을 쳐다보지만 이 헌 역시 입장이 곤란했다.
이 헌 역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들은 여전히 많다는 사실에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구슬의 힘이 있지만 자신 역시 섬천을 조금 전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저기 있는 연산군이라는 자는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자신을 능가하는 자를 인정하기 싫었다. 늘 군림만 하는 위치에서 이 헌은 자존심이 많이 상하였다.
‘제기랄 이제 구슬의 힘을 얻는 방법을 알았는데도 아직 힘이 부족하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방법 밖에 없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는지 이 헌은 구혜령을 부른다.
“부회장 내가 급한 일이 있으니 선도부를 잠시 맏고 있어”
“왜 그런데 무슨 일이야?”
“가 볼 데가 있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이 헌은 혜령에게 선도부를 맡아달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급하게 옥상 밖으로 뛰쳐나간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선도부원들도 당황하였다.
회장이 갑자기 사라지자 선도부원들은 웅성웅성 거린다.
“하하하 나한테 겁을 먹고 도망이라고 간 것이냐?”
“다들 경거망동 하지말고 자리를 지켜!”
섬천이 지껄이든 말든 혜령은 부회장으로서 선도부원들에게 지시한다.
동백고등학교 옥상
성태는 부채의 전음을 들었지만 홍길동을 이들 앞에서 소환해서 죽게 놔두기는 싫었다.
억지로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오는 것 같았다.
이윽고 제령이 만든 검은 아지랑이는 성태의 온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이야 제법 의지가 강하구나. 무리하지 말고 어서 정체를 밝히거라!”
“콜록 콜록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콜록”
“내가 아는 데 어디서 발뺌을...”
화룡이 성태에게 다그친다.
“화룡 이 허약한 녀석이 홍길동이 정말 맞느냐? 만약 아니라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앞에 일어났던 잘못과 함께”
연산군이 짐짓 노기를 띠자 화룡은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야 뭐해 빨리 소환하지 않고 그때처럼”
“무슨 말인지?”
성태는 일부러 시치미를 뗀다. 그저 자신에게 관심을 없애고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홍길동 할아버지가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 많은 무리들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전에 특검대에서도 제일 아래인 멸천과 상대할 때도 고전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였다.
화룡은 답답하기 시작했다.
“철썩철썩!”
화룡이 성태의 뺨을 여러 번 후려갈긴다.
성태의 얼굴이 붉게 부풀어 올랐지만 요지부동 이었다.
“하하 이 녀석 고집을 보게나.”
연산군이 짐짓 흥미로운 듯이 성태를 쳐다보면서 화룡을 번갈아 쳐다본다.
“제령아 나는 홍길동을 꼭 보아야겠다!”
연산군의 평범한 말은 제령에게 상당한 압박이었다. 당장 무리수를 써서라도 홍길동을 저 아이에게서 억지로 끌어내야 한다.
“사매 얼른 소혼술을 하게!”
섬천 역시 연산군의 비위가 상할까 봐 제령에게 다그친다,
제령은 고개를 젓더니 이윽고 자신의 비녀를 꺼낸다.
사실 제령 역시 마지못해 온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자신과 화룡의 잠재능력을 깨워주고 먹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연산군을 싫어하지 않았다.
그가 없었으면 여전히 차디찬 길바닥에서 이리저리 떠도는 삶을 계속 유랑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특검대 생활을 오랫동안 해 보니 다들 너무 힘에 미쳐 있었고 특히 연산군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명을 거역하면 처벌을 받게 될까봐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기회가 되면 특검대를 그만두고 화룡과 함께 예전처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그런 제령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섬천이 다시 다그친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사매! 얼른 홍길동의 영혼을 끌어내라고!”
섬천의 다그침에 제령은 비녀를 뽑아 자신의 주술력을 끌어 모은다.
그러자 아까 전보다 훨씬 강력한 아지랑이가 성태의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 검은 아지랑이는 이번에 성태의 목으로 그리고 코로 입으로 곳곳으로 스며들어가려고 요동을 친다.
“읍 읍”
성태는 재빨리 코를 막아 보았지만 제령의 아지랑이는 점점 성태의 몸속에 들어가 반응을 하기 시작한다.
순간 성태는 자신의 내부에서 강력하지만 알 수 없는 기운에 압도되어 꼼짝할 수 없었다.
“꼬마 억지로 버티어 봤자 너만 손해다!”
제령이 이번에 비녀를 반지에 쓰다듬자 아지랑이가 춤을 추듯이 파동을 일으킨다.
그에 따라 성태는 속이 울렁거림을 느끼고 결국은 기절하듯이 손을 놓는다.
“털썩”
성태가 무릎을 주저앉듯이 꿇어 바닥에 앉는다.
그러더니 내부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기운이 느껴진다.
‘아 버틴다고 했는데’
성태는 꿈속에 들어간 것처럼 기절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성태의 몸이 위기를 느꼈는지 단전에서 기가 모이고 그것을 방출하듯이 홍길동의 영혼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파아아앗!!”
갑자기 섬광이 터지듯이 주변이 강력한 빛을 발하면서 밝아지기 시작했다.
“으앗”
아이들이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셔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제령의 주술력은 놀라웠다. 부채의 힘이 없이도 강제로 성태의 몸에서 잠들어 있던 홍길동을 깨운 것이다.
기절해 있는 줄 알았던 성태는 벌떡 일어선다. 성태 아니 홍길동은 성태의 몸에서 위기가 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둘러 싼 일당들을 쳐다본다.
“뭐냐?”
홍길동은 자신을 둘러싼 이들에게 묻는다.
연산군은 학생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그 기운이 엄청나게 커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깨어났느냐!”
“네 전하 확실합니다.”
제령의 대답에 연산군은 고개를 끄덕이고 홍길동을 마주 본다.
“그래 드디어 이렇게 만났구나! 네 너를 처단하기 위해 멀고 먼 조선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
홍길동은 다시 눈을 끄게 뜨고 주변을 보았다. 확실히 연산군과 특검대원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난감한지고.”
홍길동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오랜 만에 깨어났는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리고 연산군이 언젠가는 온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당도할 줄을 몰랐던 것이다.
‘일단 무슨 상황인지 파악부터 하자’
“잠깐 일각의 시간을 다오.”
홍길동은 그렇게 말하더니 멀리 서 있는 수아에게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일단 연산군의 포위망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그래 일각이다.”
연산군은 여유를 부리는 듯 가만히 앉아 있다.
길동은 수아에게 자초지종을 묻는다. 수아는 처음부터 옥상에서 벌어진 일과 선도부 그리고 연산군 일당들이 온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런 일이 있으면 성태는 나를 진즉 깨우지 않고”
수아는 성태의 마음을 공감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목숨이 위험할 지도 모른다고...
수아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최대한 홍길동에게 조심하라고 하면서 성태의 마음을 전했다.
“기특한지고 그럴 필요 없다. 어차피 나로 인해 벌어진 일! 내가 회자정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너희들이야말로 최대한 몸조심 하여라!”
“두목님 조심하십시오!”
혁진이가 걱정이 되는지 홍길동의 어깨를 잡는다.
길동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디선가 돌멩이가 쏜살같이 날아온다.
“퍼엉”
돌멩이는 빠른 속도로 홍길동의 얼굴을 빗겨나가 옥상 벽에 부딪혔다.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서섬천이 던진 것이다.
“네 이놈 성질머리는 고쳐주마”
하마터면 아이들이 다칠 뻔 한 것을 알고 홍길동은 바로 서섬천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래 네 놈부터 상대해주마!”
“크크크 내가 알던 홍길동이 정말 맞는가?”
“상대해 보면 알겠지”
“그래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
연산군은 섬천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관전하는 태도를 보인다.
“연산군 그리고 특검대 네 놈들! 같은 백성끼리 차별을 논하고 군림하는 네 놈들을 오늘 심판해 주겠다!”
홍길동의 큰 외침에 옥상이 쩌렁쩌렁 울린다.
선도부 아이들은 성태의 고함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리는지에 놀랐고, 이상한 놈들과 싸우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성태가 제대로 미쳤나 봐!”
“친위대도 상대하기 힘든 놈들을!”
“나 둬 저러라 뒤지고 말겠지 큭”
선도부 아이들이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수아가 외친다.
“비겁한 놈들은 입 닥치고 있지 그래? 나서서 도와줄게 아니면!”
“뭐 이 계집애가?”
동호가 수아의 말에 열 받아서 다가가려는 순간 혁진이가 가로 막는다.
“그만하고 싸움이나 지켜보자고”
“젠장 너희들은 나중에 죽었어!”
동호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 뒷걸음질 치면서 자신의 자리로 간다.
“병신들!”
혁진이는 길동이 위기에 처하면 언제든지 자신도 달려들 것이라고 각오하고 홍길동의 싸움을 지켜보기로 했다.
“준비는 되었나?”
“그럼 물론이지”
홍길동은 서섬천을 바라보며 자세를 취한다.
상대는 특검대 서열 1위, 예전 조선에서 크게 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지만 승부가 쉽게 나지 않았다.
‘특검대들 중에 제일 무서운 놈이야. 공격 방향을 예측하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고. 게다가 이 아이의 몸으로는 내 위력을 제대로 다 발휘할 수 있을까?’
길동이 잠시 생각하는 사이 서섬천은 전광석화처럼 자신의 몸을 앞으로 기울며 주먹으로 공격한다.
“퍼어억”
길동의 얼굴을 정면으로 때리자 길동이 뒤로 넘어진다.
“크크크 싸움 중에 정신을 팔다니”
길동이 옷을 털면서 일어선다. 어느 새 자신의 코에 붉은 피가 흐르는 것이 보였다. 섬천의 공격이 적중한 것이다.
“젠장”
길동은 소매로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훔치고 손을 뻗는다.
“하압!”
길동이 손을 뻗어 서섬천의 주먹을 잡는다.
“각오해라”
길동은 그대로 서섬천의 주먹을 잡은 채로 팔을 돌린다.
“뚜두둑”
섬천의 팔이 꺾이면서 뒤로 비틀거린다.
“어떠냐?”
섬천은 뒤로 물러서면서 몸을 으쓱인다.
“?”
분명 팔이 부러졌는데도 여유만만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아압”
섬천은 자신의 기를 단전에 모아 부러진 팔 쪽으로 보낸다.
“투투툭”
그러자 놀랍게도 비틀린 팔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원상태로 회복되고 있었다.
“뭐냐? 네 놈은 연체동물인가?”
“큭 나름의 회복기술이라 해두지”
섬천은 홍길동에게 꺾인 팔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홍길동 잊었느냐! 나에겐 그딴 꺾기 기술은 안 통해”
선도부 아이들은 놀라워하였다.
분명 팔이 90도로 꺾인 것을 봤는데도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기는커녕 원 상태로 회복하는 모습을...
“와 지렸다.”
“뼈를 그냥 맞추네.”
“야 나도 태권도 배울 때 해 봤어”
“닥쳐 그거랑 이거랑 같아?”
“시끄럽구나!”
서섬천이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일갈을 하자, 다들 조용해한다.
“잡것들이 어디라고 함부로 지껄이느냐! 너희들이 아무리 날뛰어봤자 다 내 발밑에 꿇을 것이다”
섬천의 말에 선도부 아이들은 부르르 떨면서 감히 나서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다.
“회장님!”
선도부 아이들이 회장을 쳐다보지만 이 헌 역시 입장이 곤란했다.
이 헌 역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들은 여전히 많다는 사실에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구슬의 힘이 있지만 자신 역시 섬천을 조금 전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저기 있는 연산군이라는 자는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자신을 능가하는 자를 인정하기 싫었다. 늘 군림만 하는 위치에서 이 헌은 자존심이 많이 상하였다.
‘제기랄 이제 구슬의 힘을 얻는 방법을 알았는데도 아직 힘이 부족하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방법 밖에 없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는지 이 헌은 구혜령을 부른다.
“부회장 내가 급한 일이 있으니 선도부를 잠시 맏고 있어”
“왜 그런데 무슨 일이야?”
“가 볼 데가 있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이 헌은 혜령에게 선도부를 맡아달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급하게 옥상 밖으로 뛰쳐나간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선도부원들도 당황하였다.
회장이 갑자기 사라지자 선도부원들은 웅성웅성 거린다.
“하하하 나한테 겁을 먹고 도망이라고 간 것이냐?”
“다들 경거망동 하지말고 자리를 지켜!”
섬천이 지껄이든 말든 혜령은 부회장으로서 선도부원들에게 지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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