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빈당 2020 87화
조회 : 201 추천 : 0 글자수 : 5,031 자 2024-04-09
87화
동백고등학교 옥상
갑자기 연산군과 제령이 옥상에서 사라지자 다들 놀라긴 했지만 섬천과 홍길동의 대결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 둘은 정말 피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홍길동이 주먹을 계속 난사하면 섬천은 교묘하게 피하면서 자신도 공격하였다.
홍길동 역시 유속을 사용하면서 큰 데미지는 살짝 피하면서 싸웠다.
싸움이 생각보다 길어지자 섬천은 화룡에게 눈짓을 준다.
홍길동 몰래 주술을 사용하라는 뜻이었다.
화룡 역시 정당한 대결을 보고 싶어서인지 내키지 않았지만 사형의 말을 거역하기도 난처한 상황이었다.
조용히 비녀에 기를 모은 다음 홍길동에게 보이지 않는 기운을 보낸다.
“올가미가 되어줘”
화룡이 낮게 주술을 외우며 홍길동에게 손을 뻗는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보이지 않는 무명의 기운이 홍길동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서섬천 대단하구나!”
홍길동은 숨을 골라 쉬면서 섬천의 발을 노려본다. 정말 잘 피하고 다녀서인지 까다로운 상대는 틀림없었다.
섬천은 화룡의 손동작을 보면서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흥 제법이야 그 동안 봐줬으니 이제 진짜로 대해주마”
“뭐? 네 놈 역시 헐떡이는 것을 보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군”
길동은 섬천을 향해 재빨리 달려가면서 손을 뻗는다. 예상대로 섬천은 공중으로 훌쩍 뛰어 오른다.
그 방향을 이제 예측했는지 홍길동 역시 용이 솟아오르듯이 주먹을 쥐고 섬천을 향해 위로 뛰어 오르려고 하였다.
“허억”
그런데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이 홍길동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발목에 무게가 갑자기 실리자 홍길동은 생각보다 높이 오르지 못하였고 잠깐 당황하였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섬천은 아래로 착지하면서 홍길동의 얼굴을 그대로 발로 가격한다.
“콰앙”
길동은 섬천의 발을 맞고 저 멀리 넘어지고 만다.
“하하하 어떠냐?”
길동은 재빨리 옷을 털고 일어선다. 방금 발목이 순식간에 무거워진 것이 찜찜했지만 알 도리가 없었다.
‘기분 탓인가?’
길동은 자세를 가다듬고 섬천이 달려오는 방향을 노려본다.
섬천이 발로 홍길동의 얼굴을 다시 공격한다. 길동은 기다렸다는 듯이 옆으로 피하면서 돌려차기로 섬천의 관자놀이를 향해 발을 휘두른다.
멋진 돌려차기였다.
하지만 발이 올라가는 순간에 갑자기 큰 바위가 눌러지는 기운이 들면서 섬천의 얼굴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스치기만 하였다.
“?”
그 사이 섬천은 길동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커억”
그리고 섬천은 돌려차기로 길동을 저 멀리 날려 보낸다.
“쿠당탕탕탕”
길동이 일어서서 주먹으로 반격하려 한다.
섬천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데 이번에는 주먹이 의도한 방향에서 약간 비켜나갔다.
“?”
무언가 자신의 몸을 의도대로 하지 않고 방해하는 것 같았다.
섬천은 길동이 주춤거리자 제대로 공격하기 시작한다.
“퍼퍼퍼퍽”
잽싸게 양팔로 막았지만 점점 길동은 섬천에게 밀리고 있었다.
수아는 길동이 갑자기 힘을 쓰지 못하고 섬천에게 당하자 걱정이 되었다.
길동은 막는 와중에 손을 뻗어 섬천의 복부에 통배권을 시전하였다.
“우욱”
섬천이 뒤로 살짝 물러선 사이 길동은 재빨리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발목에 모르는 힘이 들어갔는지 넘어지고 만다.
“꽈당”
“젠장할 무슨 더러운 술수를 쓰느냐?”
길동은 일어서면서 섬천에게 일갈한다.
섬천은 길동이 당황한 모습을 보자 화룡에게 더 눈짓을 한다. 화룡의 주술이 보이지 않는 올가미처럼 길동의 손과 발에 달라붙어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길동이 유속을 사용하면서 섬천에게 달려가는 사이 화룡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길동의 왼쪽 발목에 있는 올가미가 죄어오면서 길동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균형이 흐트러지게 되었다.
“젠장”
그러는 사이 섬천이 주먹으로 홍길동의 얼굴을 치면서 뒤로 돌아 길동을 붙잡는다.
“허억”
화룡이 주술을 써서 길동의 양 발목을 붙잡자, 섬천은 길동의 뒤로 돌아가서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커어억”
길동은 섬천의 손아귀에 목이 잡히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점점 더 죄어 오는 것이 느껴지면서 자신의 발목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죄어 오는 것을 짐작했다.
“큰일났네!”
멀리서 지켜보던 수아가 발을 동동 구른다.
방금 전만 해도 호각지세로 섬천과 싸우던 홍길동이 어느 순간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위기에 몰린 것을 보고 수아는 마음이 급했다.
아쉬운 대로 용기를 내어 탄금에게 다가가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너희들 역시 나의 적이 아니더냐?”
“아무래도 저 쪽에서 비겁한 술수를 쓴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수아는 탄금의 손을 붙잡고 도와달라고 애원한다.
어차피 연산군에 척을 두어 마음을 다진 탄금은 다시는 연산군 밑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홍길동을 도와야 하나?’
탄금이 고민하는 사이 아영이가 탄금에게 다가간다.
“할아버지를 도와주신다면 저도 당신의 동료를 돕겠습니다. 저는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아영이 역시 홍길동이 위험해 처하자 무릅쓰고 수아 옆에서 탄금을 설득한다.
탄금은 아영의 손목에 있는 염주를 자세히 쳐다본다. 확실히 밝은 기운이 느껴지면서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예사롭지 않은 물건이군. 아우의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흥 그래 내가 이번만은 도와줄 테니 은혜는 반드시 갚아라!”
“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영이와 수아가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아니 지금 우리도 좋은 상태가 아닌데 뭘 돕는다는 겁니까?”
탄금이 옆에 있던 형찬이 도리어 따지자 탄금은 조용히 하라고 경고를 준다.
“쳇”
투덜대는 형찬을 뒤로 하고 탄금은 가야금의 두 번째 줄에 3성의 공력을 넣는다.
“우우웅”
가야금이 소리를 내면서 빛을 발하자 탄금의 손에 화살 모양의 기운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
탄금은 정확히 홍길동의 목을 죄어 오는 섬천의 손목을 노리고 있었다.
“가라!”
가야금에서 무형의 기운이 화살처럼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제령은 축지법을 사용하면서 연산군과 함께 회장 이 헌을 추적하고 있었다.
“어디쯤이냐?”
연산군의 물음에 제령은 잠시 숨을 돌리며 품속의 수정구를 꺼내 든다.
수정구 안에서 붉은 점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제령은 이 헌이 이동하고 있는 곳이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의 눈!”
제령이 주술력을 끌어올리자 수정구 안에서 지도가 펼쳐지고 붉은 점의 위치가 선명해지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
“전하! 수정구에서 낯설지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볼 때”
“그래서?”
“예전에 제가 첨성대에서 만든 차원문과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그 놈이 경주에 간단 말이냐?”
“네 움직이는 동선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제령이 매의 눈을 사용하여 상대방이 어디로 이동하는 방향까지 예측해 볼 때 틀림없었다.
이 헌은 무슨 일인지 경주로 오토바이를 몰면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잘됐군. 첨성대에 네가 만든 차원문의 흔적이 있지 않느냐?”
“네 그 곳에서 만든 차원문은 없어졌지만 한 번 소환하였던 곳이니 다시 소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 곳으로 차원문을 만들어 이동하자!”
“네 전하!”
제령은 일각의 휴식을 취한 뒤에 수정구를 크게 만들고 첨성대의 차원문을 다시 소환시키려고 하였다.
동백고등학교 옥상
섬천은 자신만만하게 홍길동의 목을 점점 죄어 기절시키려고 하였다.
특검대 1위인 수장답게 그의 조임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천하의 홍길동이라도 빠져 나가기 힘들었다.
‘이대로 있다간 기절해 버릴 것이다.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천근추!’
홍길동은 부채를 잡고 온 몸이 돌덩어리처럼 무거워지는 천근추 기술을 사용하려고 하였다.
기를 손에 보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기운이 모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손목에 화룡이 보낸 무형의 고리 기운이 그를 제지하고 있었다.
“이런 컥컥”
길동은 숨이 막혀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와중에 멀리서 지켜보니 화룡이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을 보고 눈치를 챘다.
주술력으로 자신의 손과 발을 어느 정도 묶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제 때에 섬천을 공격하기 힘들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 챘다고 해서 지금 빠져나갈 방법이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모처럼 제대로 싸우려 했건만 이렇게 진단 말인가’
길동이 고통스러워하는 사이 어디선가 날아오는 물체가 보였다.
“쐐애애애액~!”
탄금이 가야금에서 무형의 화살을 뽑아 자신에게 날리는 것을 보았다.
“퍽!”
“으아악”
정확히 탄금의 화살은 섬천의 손을 공격하였던 것이다.
길동을 기절시키려고 힘을 집중하던 섬천은 예상치 못한 탄금의 공격에 손을 부여잡고 비틀거린다.
그 사이 길동은 재빨리 섬천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다행이야 그렇다면 누가 나를 도와주웠나?’
길동이 목에 난 상처를 쓰다듬으면서 주위를 보니 탄금이 멀리 서서 가야금을 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서섬천의 분노 어린 눈길이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이 이런 사저!!”
섬천은 자신의 손등에 피가 나는 것을 지혈하고 탄금을 노려보았다.
화룡 역시 놀라서 길동을 향해 뻗던 주술을 거두었다.
“사저 어찌 나를 공격한단 말이냐!”
“비겁한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그랬답니다.”
탄금은 조용히 섬천을 응시하면서 말한다.
“사저 지금 나를 공격한 것은 적으로 간주해도 되겠단 뜻이냐?”
“어차피 저와 혈사도 잡아서 단죄하러 오신 마당에 무엇이 두렵습니까?”
“네가 어찌 감히”
섬천은 탄금에게 실망을 하는 눈빛을 보이며 노려본다.
특검대 수장으로서 섬천은 탄금과 수련을 할 때가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섬천은 제령의 주술에 탄복하고 그녀에게 큰 관심을 가진 적도 있지만, 탄금과 함께 있을 때도 좋았다.
그녀가 가야금으로 퉁기는 연주는 정말 황홀하고 섬천의 마음을 들끓게 한 적도 많았다. 그래서 무공 일부를 그녀에게 전수하며 잘 대해 주었다.
가야금에는 능통했지만 특검대로서의 무공실력은 부족하였기에 섬천은 그녀의 무공을 직접 지도해 준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섬천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로지 자신의 아우 혈사만을 챙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안 그래도 힘에 너무 집착하고 성격이 급한 혈사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탄금의 가야금은 정말 신비했고 가야금 줄에 공력을 실어 공격하는 기술은 놀라웠다. 다만 그녀의 공력이 미약하여 섬천은 큰 마음먹고 공력을 일부 그녀에게 심어주었다.
그러자 가야금 줄에서 무형의 기운을 끌어내어 강력한 화살을 만들어 발사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섬천의 공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내 덕분에 익힌 기술로 나를 공격하다니...
“사저 정말 나한테 척을 지려 하는 것이냐?”
섬천은 실망하는 눈빛으로 탄금을 노려보고 있었다.
동백고등학교 옥상
갑자기 연산군과 제령이 옥상에서 사라지자 다들 놀라긴 했지만 섬천과 홍길동의 대결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 둘은 정말 피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홍길동이 주먹을 계속 난사하면 섬천은 교묘하게 피하면서 자신도 공격하였다.
홍길동 역시 유속을 사용하면서 큰 데미지는 살짝 피하면서 싸웠다.
싸움이 생각보다 길어지자 섬천은 화룡에게 눈짓을 준다.
홍길동 몰래 주술을 사용하라는 뜻이었다.
화룡 역시 정당한 대결을 보고 싶어서인지 내키지 않았지만 사형의 말을 거역하기도 난처한 상황이었다.
조용히 비녀에 기를 모은 다음 홍길동에게 보이지 않는 기운을 보낸다.
“올가미가 되어줘”
화룡이 낮게 주술을 외우며 홍길동에게 손을 뻗는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보이지 않는 무명의 기운이 홍길동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서섬천 대단하구나!”
홍길동은 숨을 골라 쉬면서 섬천의 발을 노려본다. 정말 잘 피하고 다녀서인지 까다로운 상대는 틀림없었다.
섬천은 화룡의 손동작을 보면서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흥 제법이야 그 동안 봐줬으니 이제 진짜로 대해주마”
“뭐? 네 놈 역시 헐떡이는 것을 보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군”
길동은 섬천을 향해 재빨리 달려가면서 손을 뻗는다. 예상대로 섬천은 공중으로 훌쩍 뛰어 오른다.
그 방향을 이제 예측했는지 홍길동 역시 용이 솟아오르듯이 주먹을 쥐고 섬천을 향해 위로 뛰어 오르려고 하였다.
“허억”
그런데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이 홍길동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발목에 무게가 갑자기 실리자 홍길동은 생각보다 높이 오르지 못하였고 잠깐 당황하였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섬천은 아래로 착지하면서 홍길동의 얼굴을 그대로 발로 가격한다.
“콰앙”
길동은 섬천의 발을 맞고 저 멀리 넘어지고 만다.
“하하하 어떠냐?”
길동은 재빨리 옷을 털고 일어선다. 방금 발목이 순식간에 무거워진 것이 찜찜했지만 알 도리가 없었다.
‘기분 탓인가?’
길동은 자세를 가다듬고 섬천이 달려오는 방향을 노려본다.
섬천이 발로 홍길동의 얼굴을 다시 공격한다. 길동은 기다렸다는 듯이 옆으로 피하면서 돌려차기로 섬천의 관자놀이를 향해 발을 휘두른다.
멋진 돌려차기였다.
하지만 발이 올라가는 순간에 갑자기 큰 바위가 눌러지는 기운이 들면서 섬천의 얼굴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스치기만 하였다.
“?”
그 사이 섬천은 길동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커억”
그리고 섬천은 돌려차기로 길동을 저 멀리 날려 보낸다.
“쿠당탕탕탕”
길동이 일어서서 주먹으로 반격하려 한다.
섬천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데 이번에는 주먹이 의도한 방향에서 약간 비켜나갔다.
“?”
무언가 자신의 몸을 의도대로 하지 않고 방해하는 것 같았다.
섬천은 길동이 주춤거리자 제대로 공격하기 시작한다.
“퍼퍼퍼퍽”
잽싸게 양팔로 막았지만 점점 길동은 섬천에게 밀리고 있었다.
수아는 길동이 갑자기 힘을 쓰지 못하고 섬천에게 당하자 걱정이 되었다.
길동은 막는 와중에 손을 뻗어 섬천의 복부에 통배권을 시전하였다.
“우욱”
섬천이 뒤로 살짝 물러선 사이 길동은 재빨리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발목에 모르는 힘이 들어갔는지 넘어지고 만다.
“꽈당”
“젠장할 무슨 더러운 술수를 쓰느냐?”
길동은 일어서면서 섬천에게 일갈한다.
섬천은 길동이 당황한 모습을 보자 화룡에게 더 눈짓을 한다. 화룡의 주술이 보이지 않는 올가미처럼 길동의 손과 발에 달라붙어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길동이 유속을 사용하면서 섬천에게 달려가는 사이 화룡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길동의 왼쪽 발목에 있는 올가미가 죄어오면서 길동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균형이 흐트러지게 되었다.
“젠장”
그러는 사이 섬천이 주먹으로 홍길동의 얼굴을 치면서 뒤로 돌아 길동을 붙잡는다.
“허억”
화룡이 주술을 써서 길동의 양 발목을 붙잡자, 섬천은 길동의 뒤로 돌아가서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커어억”
길동은 섬천의 손아귀에 목이 잡히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점점 더 죄어 오는 것이 느껴지면서 자신의 발목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죄어 오는 것을 짐작했다.
“큰일났네!”
멀리서 지켜보던 수아가 발을 동동 구른다.
방금 전만 해도 호각지세로 섬천과 싸우던 홍길동이 어느 순간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위기에 몰린 것을 보고 수아는 마음이 급했다.
아쉬운 대로 용기를 내어 탄금에게 다가가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너희들 역시 나의 적이 아니더냐?”
“아무래도 저 쪽에서 비겁한 술수를 쓴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수아는 탄금의 손을 붙잡고 도와달라고 애원한다.
어차피 연산군에 척을 두어 마음을 다진 탄금은 다시는 연산군 밑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홍길동을 도와야 하나?’
탄금이 고민하는 사이 아영이가 탄금에게 다가간다.
“할아버지를 도와주신다면 저도 당신의 동료를 돕겠습니다. 저는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아영이 역시 홍길동이 위험해 처하자 무릅쓰고 수아 옆에서 탄금을 설득한다.
탄금은 아영의 손목에 있는 염주를 자세히 쳐다본다. 확실히 밝은 기운이 느껴지면서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예사롭지 않은 물건이군. 아우의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흥 그래 내가 이번만은 도와줄 테니 은혜는 반드시 갚아라!”
“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영이와 수아가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아니 지금 우리도 좋은 상태가 아닌데 뭘 돕는다는 겁니까?”
탄금이 옆에 있던 형찬이 도리어 따지자 탄금은 조용히 하라고 경고를 준다.
“쳇”
투덜대는 형찬을 뒤로 하고 탄금은 가야금의 두 번째 줄에 3성의 공력을 넣는다.
“우우웅”
가야금이 소리를 내면서 빛을 발하자 탄금의 손에 화살 모양의 기운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
탄금은 정확히 홍길동의 목을 죄어 오는 섬천의 손목을 노리고 있었다.
“가라!”
가야금에서 무형의 기운이 화살처럼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제령은 축지법을 사용하면서 연산군과 함께 회장 이 헌을 추적하고 있었다.
“어디쯤이냐?”
연산군의 물음에 제령은 잠시 숨을 돌리며 품속의 수정구를 꺼내 든다.
수정구 안에서 붉은 점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제령은 이 헌이 이동하고 있는 곳이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의 눈!”
제령이 주술력을 끌어올리자 수정구 안에서 지도가 펼쳐지고 붉은 점의 위치가 선명해지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
“전하! 수정구에서 낯설지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볼 때”
“그래서?”
“예전에 제가 첨성대에서 만든 차원문과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그 놈이 경주에 간단 말이냐?”
“네 움직이는 동선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제령이 매의 눈을 사용하여 상대방이 어디로 이동하는 방향까지 예측해 볼 때 틀림없었다.
이 헌은 무슨 일인지 경주로 오토바이를 몰면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잘됐군. 첨성대에 네가 만든 차원문의 흔적이 있지 않느냐?”
“네 그 곳에서 만든 차원문은 없어졌지만 한 번 소환하였던 곳이니 다시 소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 곳으로 차원문을 만들어 이동하자!”
“네 전하!”
제령은 일각의 휴식을 취한 뒤에 수정구를 크게 만들고 첨성대의 차원문을 다시 소환시키려고 하였다.
동백고등학교 옥상
섬천은 자신만만하게 홍길동의 목을 점점 죄어 기절시키려고 하였다.
특검대 1위인 수장답게 그의 조임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천하의 홍길동이라도 빠져 나가기 힘들었다.
‘이대로 있다간 기절해 버릴 것이다.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천근추!’
홍길동은 부채를 잡고 온 몸이 돌덩어리처럼 무거워지는 천근추 기술을 사용하려고 하였다.
기를 손에 보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기운이 모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손목에 화룡이 보낸 무형의 고리 기운이 그를 제지하고 있었다.
“이런 컥컥”
길동은 숨이 막혀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와중에 멀리서 지켜보니 화룡이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을 보고 눈치를 챘다.
주술력으로 자신의 손과 발을 어느 정도 묶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제 때에 섬천을 공격하기 힘들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 챘다고 해서 지금 빠져나갈 방법이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모처럼 제대로 싸우려 했건만 이렇게 진단 말인가’
길동이 고통스러워하는 사이 어디선가 날아오는 물체가 보였다.
“쐐애애애액~!”
탄금이 가야금에서 무형의 화살을 뽑아 자신에게 날리는 것을 보았다.
“퍽!”
“으아악”
정확히 탄금의 화살은 섬천의 손을 공격하였던 것이다.
길동을 기절시키려고 힘을 집중하던 섬천은 예상치 못한 탄금의 공격에 손을 부여잡고 비틀거린다.
그 사이 길동은 재빨리 섬천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다행이야 그렇다면 누가 나를 도와주웠나?’
길동이 목에 난 상처를 쓰다듬으면서 주위를 보니 탄금이 멀리 서서 가야금을 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서섬천의 분노 어린 눈길이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이 이런 사저!!”
섬천은 자신의 손등에 피가 나는 것을 지혈하고 탄금을 노려보았다.
화룡 역시 놀라서 길동을 향해 뻗던 주술을 거두었다.
“사저 어찌 나를 공격한단 말이냐!”
“비겁한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그랬답니다.”
탄금은 조용히 섬천을 응시하면서 말한다.
“사저 지금 나를 공격한 것은 적으로 간주해도 되겠단 뜻이냐?”
“어차피 저와 혈사도 잡아서 단죄하러 오신 마당에 무엇이 두렵습니까?”
“네가 어찌 감히”
섬천은 탄금에게 실망을 하는 눈빛을 보이며 노려본다.
특검대 수장으로서 섬천은 탄금과 수련을 할 때가 즐거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섬천은 제령의 주술에 탄복하고 그녀에게 큰 관심을 가진 적도 있지만, 탄금과 함께 있을 때도 좋았다.
그녀가 가야금으로 퉁기는 연주는 정말 황홀하고 섬천의 마음을 들끓게 한 적도 많았다. 그래서 무공 일부를 그녀에게 전수하며 잘 대해 주었다.
가야금에는 능통했지만 특검대로서의 무공실력은 부족하였기에 섬천은 그녀의 무공을 직접 지도해 준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섬천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로지 자신의 아우 혈사만을 챙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안 그래도 힘에 너무 집착하고 성격이 급한 혈사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탄금의 가야금은 정말 신비했고 가야금 줄에 공력을 실어 공격하는 기술은 놀라웠다. 다만 그녀의 공력이 미약하여 섬천은 큰 마음먹고 공력을 일부 그녀에게 심어주었다.
그러자 가야금 줄에서 무형의 기운을 끌어내어 강력한 화살을 만들어 발사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섬천의 공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내 덕분에 익힌 기술로 나를 공격하다니...
“사저 정말 나한테 척을 지려 하는 것이냐?”
섬천은 실망하는 눈빛으로 탄금을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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