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빈당 2020 90화
조회 : 117 추천 : 0 글자수 : 5,098 자 2024-04-30
90화
제령이 이마의 땀을 훔치면서 수정구를 쓰다듬고 있었다. 수정구 안에서 첨성대가 보이고 이윽고 그 내부가 비쳐지기 시작한다.
그 광경은 참으로 요상하고 희한한 그림을 묘사하고 있었다. 예전에 제령이 만든 첨성대 내부의 차원문이 마치 아이가 기지개를 켜듯이 일어서서 울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일종의 파란 아지랑이들이 출렁거리면서 차원문이 다시 부활되는 모습이었다.
연산군은 그것을 지켜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제령이 의식을 마치자 이마에 흠뻑 땀이 젖어 있음을 알았다. 그녀가 땀을 닦으려고 하는데 뒤에서 연산군이 다가와 그녀의 이마를 닦아준다.
“잘했어”
연산군의 손길이 제령의 이마에 닿자 섬뜩한 기운이 들었다. 연산군이 특검대들을 통제하기 위해 신단에서 흘러나오는 마령의 가루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제령은 예전처럼 그를 대할 수 없었다.
‘언젠가 토사구팽처럼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죽이려 할 것이다.’
연산군의 성격 상 충분히 그러하고도 남을 만하였다.
그의 포악한 성격과 무자비함을 직접 눈으로 본 이상 제령은 그의 손길이 마치 벌레가 이마를 갉아먹는 섬뜩함이 들었다.
“그만 괜찮습니다.”
제령은 저도 모르게 연산군이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대자 뒤로 물러선다.
“?”
연산군이 잠시 어리둥절하면서 손을 거두자 제령은 그의 눈치를 살핀다.
“지금 내 호의를 뿌리쳤는가?”
약간의 노기가 띤 음성이 제령의 귀를 울렸다.
급히 제령은 무릎을 꿇고 연산군에게 사과한다.
“전하 노여움을 푸소서. 제가 너무 예민하였나이다.”
“네 너를 특별히 아끼는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
잠깐의 숨 막히는 침묵이 제령을 옭아매었다.
연산군은 말없이 수정구로 시선을 돌리자 그 안에서 첨성대 내부에 차원문이 어서 오란 듯이 아지랑이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 이제 들어가도 되느냐?”
“원래는 차원문끼리 서로 통해서 출입해야 하지만 같은 시대에서 공간만 이동할 때는 수정구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아직 시간은 많지만 미리 이동하자고”
“네 전하”
제령은 수정구에 기를 불어넣어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수정구에 비친 첨성대 내부에서도 자석이 끌어당기듯이 파란 아지랑이가 솟아나면서 연산군과 제령을 감싸기 시작한다.
동백고등학교 옥상
섬천과 홍길동은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홍길동이 만만치 않아서 섬천 역시 고전하고 있었다.
섬천은 연산군 말고는 천하를 대적할 자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홍길동이 어느 새 염주로 체력을 회복하고 부채를 사용하자 쉽게 이기기는 힘들 것 같았다.
“제법 싸움 실력이 상당하군.”
“서섬천 그 동안 너희들은 단체로 덤벼서 내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제야 제대로 1대1로 정당하게 겨루니 기대되는 걸”
“건방진 도적놈 같으니”
“누구보고 도적이라 하는가? 너희들이야말로 폭군 밑에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기생충 같은 무리들 아니냐!”
“무어라 무엄하다!”
섬천은 길동의 말에 약이 올랐는지 흥분하여 몸에 커다란 기를 모은다.
“받아라”
섬천이 손에 기를 모아 두 손을 펼치자 그 속에 응축되었던 덩어리들이 홍길동을 향해 쏟아져나간다.
“장풍?”
섬천이 장풍을 쏘자 홍길동은 위로 훌쩍 뛰면서 피한다.
“콰콰쾅!”
섬천이 쏜 장풍은 홍길동 밭 밑을 지나면서 옥상 벽에 부딪히자 벽이 파손되면서 금이 갔다.
“쿨럭쿨럭”
“와아 큰일 날 뻔”
벽에 가루가 흩어지면서 먼지가 수북이 오르고 선도부 아이들은 그 자리를 피하였다.
생각보다 위력이 대단하였다.
“천근추다”
홍길동은 공중에서 섬천을 향해 날라차기를 하면서 특수기술인 천근추를 사용하였다. 섬천의 어깨 위로 발이 올라가면서 갑자기 무게가 사정없이 무거워졌다.
“으아악”
섬천은 어깨에 거대한 바위가 짓누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넘어졌다. 길동은 사정을 봐주지 않고 계속 어깨를 눌러댔다.
섬천은 고통 속에서 품속에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미세한 폭탄처럼 생겼고 그것이 터지자 길동 주변이 뿌옇게 변하면서 매스꺼운 연기가 올라왔다.
“욱”
길동은 입 안에 연기가 들어오자 숨이 쉬기 힘들었는지 뒤로 물러난다.
섬천은 그 틈을 타서 빠져나와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비겁하구나 콜록”
“닥쳐라”
섬천은 길동이 연기로 인해 눈이 따가워서 비틀거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길동의 복부를 공격한다.
“퍼억”
길동은 사정없이 섬천의 주먹을 맞고 넘어진다.
“제대로 죽어봐라”
섬천이 길동을 쓰러뜨리고 올라타려 하는 사이 길동은 섬천의 얼굴방향을 향해 부채로 세게 휘두른다.
그러자 섬천이 뿌린 연기가 도리어 섬천의 얼굴을 향해 쏟아져 나간다.
“으윽”
길동은 섬천의 얼굴을 그대로 발로 차버린다.
“쿠당탕탕”
섬천은 뒤로 넘어지면서 어깨를 찧는다.
“받은 대로 돌려준다.”
“어림없다.”
섬천과 홍길동은 서로 간에 사투를 벌이면서 대결을 펼쳐나간다.
한 쪽이 우세한 듯 하더니 다른 쪽이 우세하고 서로간의 공방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길동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기를 잔뜩 모은 다음 섬천을 향해 달려간다.
섬천이 길동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뻗는다. 길동이 옆으로 피하면서 발길질로 섬천의 얼굴을 도리어 공격한다.
“휘잉”
“어딜”
섬천이 기묘한 동작으로 공중을 뛰어오른다. 실로 놀라운 무공술이었다.
“죽어라!”
섬천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홍길동의 어깨를 양손으로 내려 찍는다.
“퍼어억”
길동은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않고 어깨를 내주었다.
“?”
섬천이 길동의 어깨를 내려찍는 순간, 길동 역시 기를 모은 오른손으로 섬천의 복부에 통배권을 시전한 것이다.
“퍼억”
길동은 어깨가 너무 아팠지만 자신의 공격을 위해 섬천의 복부를 가격한 것이다.
“털썩”
어깨에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길동은 넘어졌다.
“하하하 어떠냐!”
섬천은 길동이 넘어진 자리로 가서 길동을 공격하려는 사이 자신의 복부에 큰 충격이 전해짐을 느꼈다.
“끄아아아아”
홍길동이 자신의 신체일부를 내주면서 시도한 통배권이 제대로 적중한 것이었다.
“쿨럭 쿨럭 크으으윽”
섬천은 자신의 오장육부가 춤을 추는 지 고통이 일어나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자신의 내장기관이 많은 충격을 받았는지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쿨럭 쿨럭”
길동 역시 어깨가 심하게 다쳐서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억지로 일어났다.
이제 마무리 일격을 하려고 길동은 부채에 기를 모았다.
‘어서 끝내야 돼. 계속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 없다.’
길동이 회심의 발차기를 하려는데 갑자기 기운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많은 기를 소모했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부채의 전음과 함께 길동은 자신의 영혼이 부채 속으로 빨려 들어감을 느꼈다.
‘아 아직 멀었는데’
아쉽게도 길동은 혼은 부채 속으로 들어가고 성태는 어지러운지 겨우 힘을 주고 일어서 있는 상태였다.
“아 머리야”
성태는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앞에 특검대의 수장 서섬천이 있는 것을 보았다.
“헉”
주변에 전부 자신과 섬천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곤란한 상황이’
홍길동 할아버지가 방금 싸우면서 기 소모가 심하였는지 부채 속으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녀석과 싸워야 하는 군’
성태는 어깨에 통증이 와서 비틀거렸다.
‘쓰러지면 안 되는데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상대는 특검대 그것도 수장이었다.
다행히 홍길동과 싸우면서 지금 섬천도 고통으로 입에 피를 토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내가 특검대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멀리서 수아가 이 사실을 눈치챘다.
아무래도 부채가 잠시 번쩍이는 것을 보았고 성태의 얼굴에 당황함과 놀라움이 섞여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성태야 이제 그만해”
수아가 성태에게 다가가서 그를 부축하여 뒤로 데려가려고 한다.
“쿨럭 어디를 도망 쿨럭”
섬천은 비틀거리면서 홍길동에게 다가간다.
섬천이 홍길동을 공격하려는 찰나 앞에서 누군가 가로막는다.
가야금을 들고 이를 제지하는 탄금이었다.
“뭐냐? 정말 나를 방해할 셈이냐?”
“이제 그만하세요.”
탄금이 섬천에게 더 이상 싸움을 벌이지 말라고 충고한다.
수아는 그 틈을 타서 탄금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성태를 데리고 아영이에게 간다.
“세상에 괜찮아?”
아영이는 성태의 상태를 살피면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핀다.
제일 크게 다친 부위는 어깨이며 아직도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잦은 충돌로 인해 얼굴과 몸 부위 등 살갗이 조금씩 째진 곳도 많았다.
“못살아. 방금 전 그렇게 힘들게 치유해줬는데 또 이 이렇게...”
아영이는 성태의 상처를 보고 등을 때린다.
“몸 관리 잘하라고”
“악 제가 아니라 홍길동 할아버지가 싸운 건데”
성태가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내자 아영이는 당황한다.
“아차 맞아 맞아 내가 깜빡했어 미안. 그런데 방금 전에도 치유하느라 염주에 기가 모이지 않아”
“아 그렇군요.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유한이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일단 아영이는 붕대를 가져와 성태의 어깨에 흐르는 피는 지혈시킨다.
“아악”
“조금만 참아”
“깨어났는데 어깨가 너무 아파서”
“어쩔 수 없지. 두목께서 뼈를 주고 살을 치는 작전대로 해서 그런거야.”
혁진이가 성태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토닥거린다.
“뭐? 뼈를 줘? 살을 주고 뼈를 치는 게 아니고?”
“시끄러 어쨌든 저기 특검대 대장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잖아”
“덕분에 그렇게 된 거네”
활빈당 아이들이 떠드는 사이 섬천은 탄금을 노려본다.
“금아”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사형”
탄금은 섬천의 눈빛을 피하며 가야금을 붙잡는다.
“설마 나를 정말로 공격할 셈이냐?”
“어차피 길이 다른 이상 어쩔 수 없지요. 사형께서 고집만 부리시지 않으면 저도 가만히 있을 것입니다.”
“도대체 왜 그러냐? 혈사 그 놈을 찾으러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더냐. 나한테라도 연통을 주었으면 어떻게든 일이 커지게 두지 않으련만”
“사형 어차피 지나간 일입니다. 혈사 사형은 자기 멋대로 탐욕을 부렸고요”
화룡이 옆에서 끼어들자 탄금이 나무란다.
“화룡 어째서 네 사형을 모독하느냐!”
“설마 당신의 아우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몰라서 묻는 소리요?”
화룡은 혈사랑 지난 번에 경주에 가서 불을 지르고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 다치게 하여 자신이 수습하느라 진땀을 뺀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부터 혈사의 탐욕스러움과 집착을 좋게 봐 줄 수 없었다. 그것을 누이인 탄금이 제대로 말리지 않아 탄금마저 미운 상태였다.
“입이 방정맞구나 화룡!”
“흥 어쨌든 아우의 잘못은 잘못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시 수습하러 내려왔고요”
“말을 똑바로 해라. 전하께서 홍길동을 잡으러 온 것이 아니냐? 왜 내 아우를 핑계 대느냐!”
“댁이야말로 말을 똑바로 하세요. 혈사 때문에 전하가 노하셔서 이렇게 된 것 아니오. 내가 수습하느라 얼마나...”
“쫘악”
탄금은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는 듯 화룡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악”
“건방진 년 네년부터 손봐주지”
제령이 이마의 땀을 훔치면서 수정구를 쓰다듬고 있었다. 수정구 안에서 첨성대가 보이고 이윽고 그 내부가 비쳐지기 시작한다.
그 광경은 참으로 요상하고 희한한 그림을 묘사하고 있었다. 예전에 제령이 만든 첨성대 내부의 차원문이 마치 아이가 기지개를 켜듯이 일어서서 울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일종의 파란 아지랑이들이 출렁거리면서 차원문이 다시 부활되는 모습이었다.
연산군은 그것을 지켜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제령이 의식을 마치자 이마에 흠뻑 땀이 젖어 있음을 알았다. 그녀가 땀을 닦으려고 하는데 뒤에서 연산군이 다가와 그녀의 이마를 닦아준다.
“잘했어”
연산군의 손길이 제령의 이마에 닿자 섬뜩한 기운이 들었다. 연산군이 특검대들을 통제하기 위해 신단에서 흘러나오는 마령의 가루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제령은 예전처럼 그를 대할 수 없었다.
‘언젠가 토사구팽처럼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죽이려 할 것이다.’
연산군의 성격 상 충분히 그러하고도 남을 만하였다.
그의 포악한 성격과 무자비함을 직접 눈으로 본 이상 제령은 그의 손길이 마치 벌레가 이마를 갉아먹는 섬뜩함이 들었다.
“그만 괜찮습니다.”
제령은 저도 모르게 연산군이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대자 뒤로 물러선다.
“?”
연산군이 잠시 어리둥절하면서 손을 거두자 제령은 그의 눈치를 살핀다.
“지금 내 호의를 뿌리쳤는가?”
약간의 노기가 띤 음성이 제령의 귀를 울렸다.
급히 제령은 무릎을 꿇고 연산군에게 사과한다.
“전하 노여움을 푸소서. 제가 너무 예민하였나이다.”
“네 너를 특별히 아끼는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
잠깐의 숨 막히는 침묵이 제령을 옭아매었다.
연산군은 말없이 수정구로 시선을 돌리자 그 안에서 첨성대 내부에 차원문이 어서 오란 듯이 아지랑이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 이제 들어가도 되느냐?”
“원래는 차원문끼리 서로 통해서 출입해야 하지만 같은 시대에서 공간만 이동할 때는 수정구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아직 시간은 많지만 미리 이동하자고”
“네 전하”
제령은 수정구에 기를 불어넣어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수정구에 비친 첨성대 내부에서도 자석이 끌어당기듯이 파란 아지랑이가 솟아나면서 연산군과 제령을 감싸기 시작한다.
동백고등학교 옥상
섬천과 홍길동은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홍길동이 만만치 않아서 섬천 역시 고전하고 있었다.
섬천은 연산군 말고는 천하를 대적할 자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홍길동이 어느 새 염주로 체력을 회복하고 부채를 사용하자 쉽게 이기기는 힘들 것 같았다.
“제법 싸움 실력이 상당하군.”
“서섬천 그 동안 너희들은 단체로 덤벼서 내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제야 제대로 1대1로 정당하게 겨루니 기대되는 걸”
“건방진 도적놈 같으니”
“누구보고 도적이라 하는가? 너희들이야말로 폭군 밑에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기생충 같은 무리들 아니냐!”
“무어라 무엄하다!”
섬천은 길동의 말에 약이 올랐는지 흥분하여 몸에 커다란 기를 모은다.
“받아라”
섬천이 손에 기를 모아 두 손을 펼치자 그 속에 응축되었던 덩어리들이 홍길동을 향해 쏟아져나간다.
“장풍?”
섬천이 장풍을 쏘자 홍길동은 위로 훌쩍 뛰면서 피한다.
“콰콰쾅!”
섬천이 쏜 장풍은 홍길동 밭 밑을 지나면서 옥상 벽에 부딪히자 벽이 파손되면서 금이 갔다.
“쿨럭쿨럭”
“와아 큰일 날 뻔”
벽에 가루가 흩어지면서 먼지가 수북이 오르고 선도부 아이들은 그 자리를 피하였다.
생각보다 위력이 대단하였다.
“천근추다”
홍길동은 공중에서 섬천을 향해 날라차기를 하면서 특수기술인 천근추를 사용하였다. 섬천의 어깨 위로 발이 올라가면서 갑자기 무게가 사정없이 무거워졌다.
“으아악”
섬천은 어깨에 거대한 바위가 짓누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넘어졌다. 길동은 사정을 봐주지 않고 계속 어깨를 눌러댔다.
섬천은 고통 속에서 품속에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미세한 폭탄처럼 생겼고 그것이 터지자 길동 주변이 뿌옇게 변하면서 매스꺼운 연기가 올라왔다.
“욱”
길동은 입 안에 연기가 들어오자 숨이 쉬기 힘들었는지 뒤로 물러난다.
섬천은 그 틈을 타서 빠져나와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비겁하구나 콜록”
“닥쳐라”
섬천은 길동이 연기로 인해 눈이 따가워서 비틀거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길동의 복부를 공격한다.
“퍼억”
길동은 사정없이 섬천의 주먹을 맞고 넘어진다.
“제대로 죽어봐라”
섬천이 길동을 쓰러뜨리고 올라타려 하는 사이 길동은 섬천의 얼굴방향을 향해 부채로 세게 휘두른다.
그러자 섬천이 뿌린 연기가 도리어 섬천의 얼굴을 향해 쏟아져 나간다.
“으윽”
길동은 섬천의 얼굴을 그대로 발로 차버린다.
“쿠당탕탕”
섬천은 뒤로 넘어지면서 어깨를 찧는다.
“받은 대로 돌려준다.”
“어림없다.”
섬천과 홍길동은 서로 간에 사투를 벌이면서 대결을 펼쳐나간다.
한 쪽이 우세한 듯 하더니 다른 쪽이 우세하고 서로간의 공방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길동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기를 잔뜩 모은 다음 섬천을 향해 달려간다.
섬천이 길동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뻗는다. 길동이 옆으로 피하면서 발길질로 섬천의 얼굴을 도리어 공격한다.
“휘잉”
“어딜”
섬천이 기묘한 동작으로 공중을 뛰어오른다. 실로 놀라운 무공술이었다.
“죽어라!”
섬천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홍길동의 어깨를 양손으로 내려 찍는다.
“퍼어억”
길동은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않고 어깨를 내주었다.
“?”
섬천이 길동의 어깨를 내려찍는 순간, 길동 역시 기를 모은 오른손으로 섬천의 복부에 통배권을 시전한 것이다.
“퍼억”
길동은 어깨가 너무 아팠지만 자신의 공격을 위해 섬천의 복부를 가격한 것이다.
“털썩”
어깨에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길동은 넘어졌다.
“하하하 어떠냐!”
섬천은 길동이 넘어진 자리로 가서 길동을 공격하려는 사이 자신의 복부에 큰 충격이 전해짐을 느꼈다.
“끄아아아아”
홍길동이 자신의 신체일부를 내주면서 시도한 통배권이 제대로 적중한 것이었다.
“쿨럭 쿨럭 크으으윽”
섬천은 자신의 오장육부가 춤을 추는 지 고통이 일어나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자신의 내장기관이 많은 충격을 받았는지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쿨럭 쿨럭”
길동 역시 어깨가 심하게 다쳐서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억지로 일어났다.
이제 마무리 일격을 하려고 길동은 부채에 기를 모았다.
‘어서 끝내야 돼. 계속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 없다.’
길동이 회심의 발차기를 하려는데 갑자기 기운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많은 기를 소모했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부채의 전음과 함께 길동은 자신의 영혼이 부채 속으로 빨려 들어감을 느꼈다.
‘아 아직 멀었는데’
아쉽게도 길동은 혼은 부채 속으로 들어가고 성태는 어지러운지 겨우 힘을 주고 일어서 있는 상태였다.
“아 머리야”
성태는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앞에 특검대의 수장 서섬천이 있는 것을 보았다.
“헉”
주변에 전부 자신과 섬천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곤란한 상황이’
홍길동 할아버지가 방금 싸우면서 기 소모가 심하였는지 부채 속으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녀석과 싸워야 하는 군’
성태는 어깨에 통증이 와서 비틀거렸다.
‘쓰러지면 안 되는데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상대는 특검대 그것도 수장이었다.
다행히 홍길동과 싸우면서 지금 섬천도 고통으로 입에 피를 토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내가 특검대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멀리서 수아가 이 사실을 눈치챘다.
아무래도 부채가 잠시 번쩍이는 것을 보았고 성태의 얼굴에 당황함과 놀라움이 섞여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성태야 이제 그만해”
수아가 성태에게 다가가서 그를 부축하여 뒤로 데려가려고 한다.
“쿨럭 어디를 도망 쿨럭”
섬천은 비틀거리면서 홍길동에게 다가간다.
섬천이 홍길동을 공격하려는 찰나 앞에서 누군가 가로막는다.
가야금을 들고 이를 제지하는 탄금이었다.
“뭐냐? 정말 나를 방해할 셈이냐?”
“이제 그만하세요.”
탄금이 섬천에게 더 이상 싸움을 벌이지 말라고 충고한다.
수아는 그 틈을 타서 탄금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성태를 데리고 아영이에게 간다.
“세상에 괜찮아?”
아영이는 성태의 상태를 살피면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핀다.
제일 크게 다친 부위는 어깨이며 아직도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잦은 충돌로 인해 얼굴과 몸 부위 등 살갗이 조금씩 째진 곳도 많았다.
“못살아. 방금 전 그렇게 힘들게 치유해줬는데 또 이 이렇게...”
아영이는 성태의 상처를 보고 등을 때린다.
“몸 관리 잘하라고”
“악 제가 아니라 홍길동 할아버지가 싸운 건데”
성태가 억울하다는 눈빛을 보내자 아영이는 당황한다.
“아차 맞아 맞아 내가 깜빡했어 미안. 그런데 방금 전에도 치유하느라 염주에 기가 모이지 않아”
“아 그렇군요.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유한이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일단 아영이는 붕대를 가져와 성태의 어깨에 흐르는 피는 지혈시킨다.
“아악”
“조금만 참아”
“깨어났는데 어깨가 너무 아파서”
“어쩔 수 없지. 두목께서 뼈를 주고 살을 치는 작전대로 해서 그런거야.”
혁진이가 성태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토닥거린다.
“뭐? 뼈를 줘? 살을 주고 뼈를 치는 게 아니고?”
“시끄러 어쨌든 저기 특검대 대장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잖아”
“덕분에 그렇게 된 거네”
활빈당 아이들이 떠드는 사이 섬천은 탄금을 노려본다.
“금아”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사형”
탄금은 섬천의 눈빛을 피하며 가야금을 붙잡는다.
“설마 나를 정말로 공격할 셈이냐?”
“어차피 길이 다른 이상 어쩔 수 없지요. 사형께서 고집만 부리시지 않으면 저도 가만히 있을 것입니다.”
“도대체 왜 그러냐? 혈사 그 놈을 찾으러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더냐. 나한테라도 연통을 주었으면 어떻게든 일이 커지게 두지 않으련만”
“사형 어차피 지나간 일입니다. 혈사 사형은 자기 멋대로 탐욕을 부렸고요”
화룡이 옆에서 끼어들자 탄금이 나무란다.
“화룡 어째서 네 사형을 모독하느냐!”
“설마 당신의 아우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몰라서 묻는 소리요?”
화룡은 혈사랑 지난 번에 경주에 가서 불을 지르고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 다치게 하여 자신이 수습하느라 진땀을 뺀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부터 혈사의 탐욕스러움과 집착을 좋게 봐 줄 수 없었다. 그것을 누이인 탄금이 제대로 말리지 않아 탄금마저 미운 상태였다.
“입이 방정맞구나 화룡!”
“흥 어쨌든 아우의 잘못은 잘못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시 수습하러 내려왔고요”
“말을 똑바로 해라. 전하께서 홍길동을 잡으러 온 것이 아니냐? 왜 내 아우를 핑계 대느냐!”
“댁이야말로 말을 똑바로 하세요. 혈사 때문에 전하가 노하셔서 이렇게 된 것 아니오. 내가 수습하느라 얼마나...”
“쫘악”
탄금은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는 듯 화룡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악”
“건방진 년 네년부터 손봐주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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