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2부] 내가 어딜 봐서 살인자야!? (by. 율리어스)
조회 : 272 추천 : 0 글자수 : 4,353 자 2024-04-13
멀어져 간다.
율리어스의 모습이 이제 릴리스티아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다.
‘후으…후으, 간 고야?’
나올 것도 없지만 한 번 게워 내고 나서야 속이 편해진 릴리스티아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불길한 생각이 현실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밀어내기 수준은 한참은 넘어버릴 정도로 막기조차 힘들다는걸.
‘밷짠님안떼 나 말고도…옵빠가 이슬 쭐…….’
백작의 저택에 오는데 긴장감과 들뜬 기대감만 크게 앞선 까닭이 문제였다.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누군가 있을 거라는 걸 간과한 것, 마냥 그 부분이 생각이 나기는커녕.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다가온 현실은 가혹하기보다는….
짓누르는 기운에 압도되어 움츠러들었지만, 아름다운 눈동자에 현혹되었다.
그런데 그건 아주 잠깐일 뿐이었다.
그 오빠라는 사람과의 첫 만남은.
‘무…무스은 사람이엇서….’
오빠는 차가우면서 글러 먹은 사람이었다.
어머니와 릴리스티아는 평민이라는 신분에 다섯 살 나이에 맞춰 아버지가 백작이라는 안 순간부터 신분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오빠라는 사람의 앞에서 취한 행동은 당연한 거였고 릴리스티아는 그 모습에 울컥했었다.
바로 받아들여지기란 건 힘들겠지만 그래도 기다렸는데….
그는 어머니를 끝까지 무시했다.
릴리스티아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더욱 속이 뒤틀린 걸지도 몰랐다.
오ㅃ…아니. 그는 이제 릴리스티아의 배다른 오빠 이전에 다른 각인이 뇌리에 꽂혀버렸다.
지울 수 없는 공포.
하지만 그런 좋지 않은 기억만이 남은 릴리스티아와 다르게 그녀들을 등지고 사라졌던 단 한 사람의 발걸음은 내심 들떠있었다는 건 본인만이 알고 있었다.
#.
율리어스는 겉으론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날 제법 들떠있었다.
‘아버지 말로는 오늘 온다고 했지?’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며 씩 웃었다.
흠칫!
부르르르….
( 바, 방금 봤어? )
( 뭔데?! )
하필이면 율리어스 옆을 지나가면서 고개 숙여 인사하던 두 명의 하녀 중, 얼굴에 주근깨가 많던 하녀가 쓸데없는 광경을 목격해 버리고 말았다.
전혀 아무것도 보지 못한 그 하녀는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주근깨 하녀는 진짜 못 볼 걸 본 것같이 치를 떨었다.
( 끄…. )
( 끄? )
뭔가 말하는가 싶더니. 주근깨 하녀는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율리어스가 시야가 사라졌음을 확인했었다.
주근깨 하녀는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정도로 꽤 철저한 성격인 듯싶었다.
( 아. 진짜. 사람 답답하게 만드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
“하아.”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귓속말이 아닌 밖으로 작은 한숨을 토로했다.
“진짜 끔찍했어.”
아직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지레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주근깨 하녀의 표정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칠색 팔색을 띄며 질려있었다.
“왜, 왜 그래요?
대체 뭘 봤기에 그러는 거예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질려선 아파 보일 정도로 오해하기에 십상이었다.
“조각상이 난데없이 웃었어.
그것도 불쾌하게……끔찍해,”
“조각…상이라면……헉!
유, 유 유 율리어스 도련님!?”
그러자 열심히 캐묻던 그 하녀마저도 얼굴색이 핏기가 사라지기 시작했었다.
“또 누굴 죽이려는 저러는 건지….”
주근깨 하녀는 듣는 귀도 없겠다. 혀를 찰지게 내둘렀다.
“서…설마…….
아무리 사악한 소악마라고 소문이 자자한 도련님이라고 지, 진짜 그러겠어요?!”
“너 이 저택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구나?”
율리어스 도련님의 뒤 흉을 보기 무섭더니, 갑자기 주근깨 하녀는 그 하녀에게 넌지시 화제를 돌렸다.
“4개월…? 아, 아니 3개월 조금 더 지난 거 같아요.”
“그러니까 그렇지!”
주근깨 하녀는 대뜸 ‘별수 없구나’의 표정이 얼굴에 확연히 드러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초급딱지도 제대로 떼지 못한 이 하녀를 하녀장이 자신에게 보낸 이유를 깨달았다.
이 저택에는 이미 율리어스이 도련님의 소문이 자자했었다.
그것도 아주 질이 나쁜 쪽으로.
아직 어린 나이에 여자를 밝히니. 변태니. 하인들을 별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변변찮은 이유로 괴롭힌다(?).
그런 것들과의 거리가 멀었지만 뭔가 한 번 걸리면 끝장난다는 분위기를 가진 게 율리어스 도련님이었다.
이참에 수습 기간도 졸업하지 못한 이 하녀도 미리 잘 알아둬야 목숨 보전(?)을 할 것 같은 느낌에 같은 하녀로써 그녀는 나름 선심을 쓰기로 했다.
“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너 이런 거 모르면 이 저택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끽(?)한다. 알지?”
그녀는 엄지를 들어 손목을 그어버리는 시늉까지 손수 보여주었다.
“히익.”
언제 하얗게 질렸다는 듯이 신랄하게 이야기하는 주근깨 하녀와 달리 그 수습 하녀는 핏기가 사라진 지 오래로 아예 새파랗게 질러버렸다.
백작가, 후작가 등등의 모든 귀족이 대부분 하인을 하등하게 여기는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하인들이 죽어 나가는 이유의 사례는 하인들에게 더러 많았다.
빠른 눈치.
잽싼 동작.
자신의 분수를 아는 행동.
가끔은 성격 자체에 모가 난 귀족이 거슬린다는 이유로도 하인을 하찮게 여겨 죽이는 이유도 있긴 했지만….
율리어스 도련님의 경우는 그런 것들과 비슷하기도 하고 아니할 수도 있었다.
아직 열 살밖에 넘지 않았지만, 겉보기엔 지적으로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소년은 그런 눈에 띄는 외모와 달리 명령적인 말투에 말수는 항상 적어 음침해 보일 정도였다.
거기에 눈빛은 가리비(조개)가 품던 연분홍빛 진줏빛의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동자는 처음 만나는 이들마다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마치 한 번만 봐도 다 꿰뚫어 보는 듯한 핏빛을 머금은 차가운 눈동자로 오인하여 기분 나쁜 눈빛이 역력하다고 소문이 나버렸다.
그 눈은 도저히 그 나이 또래의 귀족가의 영식(자제)로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한번은 이런 소문도 있었다.
소년은 암암리에 어른과 아이, 그리고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죽였다는 흉흉한 소문이 저택 안과 밖을 떠돌았다.
- 어둠으로 종식되어 죽어버린 채 간담이 서늘한 서슬 퍼런 그의 눈동자에는 차갑게 식어서 흐르는 죽은 자의 피가 비치는 정도가 아닌 흘러넘친다. -
이런 흉측하게 짝이 없으면서도 증거가 잡히지 않는 소문은 가라앉히기 힘들었지만, 백작가의 가주에 의해 입에 함부로 올리지 않을 정도로까지는 묻힐 순 있었다.
하긴,
직접 그런 장면을 본 사람도, 잡은 사람도, 장소와 시체 그 무엇도 발견된 바는 없었다.
그런데 소년의 겉모습과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분이 나쁜 살기에 패기에 짓눌러 소문이 진짜인지 가짜인 지를 분간하지 못할 뿐이었다.
“흣…쿨럭!”
“괘…. 괜찮아?”
그런 소문이 있다는 사실에 처음 접한 수습 하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사레가 들려버린 듯 연거푸 나오는 기침을 참지 못했다.
“콜…록. 흐읏. 괜, 괜찮아요. 후우.
그런데 진짜 율리어스 도련님의 살ㅇ…아니 그러니까. 그 소문이 사실이……예요?”
율리어스 도련님의 황폐한 소문에 접하면 접할수록 수습 하녀는 이 저택에 온 것에 대한 지금의 심정이 후회막급으로 밀려드는 감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뭐. 증거는 없지만….
아까 저 소악마 도련님이 웃는 걸 너도 직접 봤다면 믿고도 남지 않을까!?”
믿고 말곤 그건 다 본인의 자유였지만, 주근깨 하녀는 그의 꺼림칙한 썩은 미소를 본 이상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기우는 것 같았다.
“자…자, 잠시만요!
그 그 그 그러면 율리어스 도 도도도도 련님껜 저 저 저희 같은 하 하 하인들도…….”
무척이나 떨리고 있었다.
아직 그녀의 머릿속에선 상상까지의 틀에서만 일어날 법 한일의 선을 넘어버린 것만 같았다.
아마 그녀는 주근깨 하녀가 보여준 손모가지 행동에 질겁하기는 했지만, 자신에게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주근깨 하녀가 저택에 몇 해 먹은 선배(?)였던 만큼 진실을 묻고 싶었다.
하지만 확인 사살을 당하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목 또한 언젠가는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에 말을 제대로 잇지를 못했다.
“그, 그런 질문은 받지 않을게.”
주근깨 하녀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줄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녀도 직접 자기 눈으로 저택에서 율리어스 도련님에 의해 죽어 나간 하녀나 하인들은 본 적이 없었다.
반면, 소문은 계속 떠돌고 그를 가르치는 담당자들 또한 가르침 이외의 시간에는 가까이하지 않았다.
딱 거기까지다.
그걸로 보아서는 찍히지 않을 정도로만 숨죽여 저택에서 일만 하면서 지내면 괜찮을지 않을까란 생각에 주근깨 하녀도 묵묵히 지낼 뿐이었다.
절대 눈에 띄지만 말자.
아마 백작 저택에서 일하는 그들이라면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는 규정인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자칫 그 평화가 깨질지도 모르는 그림자가 그녀들의 머리 위로 드리워지고 있었다.
“야, 거기….”
하필이면 그때였다.
율리어스의 모습이 이제 릴리스티아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다.
‘후으…후으, 간 고야?’
나올 것도 없지만 한 번 게워 내고 나서야 속이 편해진 릴리스티아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불길한 생각이 현실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밀어내기 수준은 한참은 넘어버릴 정도로 막기조차 힘들다는걸.
‘밷짠님안떼 나 말고도…옵빠가 이슬 쭐…….’
백작의 저택에 오는데 긴장감과 들뜬 기대감만 크게 앞선 까닭이 문제였다.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누군가 있을 거라는 걸 간과한 것, 마냥 그 부분이 생각이 나기는커녕.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다가온 현실은 가혹하기보다는….
짓누르는 기운에 압도되어 움츠러들었지만, 아름다운 눈동자에 현혹되었다.
그런데 그건 아주 잠깐일 뿐이었다.
그 오빠라는 사람과의 첫 만남은.
‘무…무스은 사람이엇서….’
오빠는 차가우면서 글러 먹은 사람이었다.
어머니와 릴리스티아는 평민이라는 신분에 다섯 살 나이에 맞춰 아버지가 백작이라는 안 순간부터 신분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오빠라는 사람의 앞에서 취한 행동은 당연한 거였고 릴리스티아는 그 모습에 울컥했었다.
바로 받아들여지기란 건 힘들겠지만 그래도 기다렸는데….
그는 어머니를 끝까지 무시했다.
릴리스티아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더욱 속이 뒤틀린 걸지도 몰랐다.
오ㅃ…아니. 그는 이제 릴리스티아의 배다른 오빠 이전에 다른 각인이 뇌리에 꽂혀버렸다.
지울 수 없는 공포.
하지만 그런 좋지 않은 기억만이 남은 릴리스티아와 다르게 그녀들을 등지고 사라졌던 단 한 사람의 발걸음은 내심 들떠있었다는 건 본인만이 알고 있었다.
#.
율리어스는 겉으론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날 제법 들떠있었다.
‘아버지 말로는 오늘 온다고 했지?’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며 씩 웃었다.
흠칫!
부르르르….
( 바, 방금 봤어? )
( 뭔데?! )
하필이면 율리어스 옆을 지나가면서 고개 숙여 인사하던 두 명의 하녀 중, 얼굴에 주근깨가 많던 하녀가 쓸데없는 광경을 목격해 버리고 말았다.
전혀 아무것도 보지 못한 그 하녀는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주근깨 하녀는 진짜 못 볼 걸 본 것같이 치를 떨었다.
( 끄…. )
( 끄? )
뭔가 말하는가 싶더니. 주근깨 하녀는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율리어스가 시야가 사라졌음을 확인했었다.
주근깨 하녀는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정도로 꽤 철저한 성격인 듯싶었다.
( 아. 진짜. 사람 답답하게 만드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
“하아.”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귓속말이 아닌 밖으로 작은 한숨을 토로했다.
“진짜 끔찍했어.”
아직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지레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주근깨 하녀의 표정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칠색 팔색을 띄며 질려있었다.
“왜, 왜 그래요?
대체 뭘 봤기에 그러는 거예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질려선 아파 보일 정도로 오해하기에 십상이었다.
“조각상이 난데없이 웃었어.
그것도 불쾌하게……끔찍해,”
“조각…상이라면……헉!
유, 유 유 율리어스 도련님!?”
그러자 열심히 캐묻던 그 하녀마저도 얼굴색이 핏기가 사라지기 시작했었다.
“또 누굴 죽이려는 저러는 건지….”
주근깨 하녀는 듣는 귀도 없겠다. 혀를 찰지게 내둘렀다.
“서…설마…….
아무리 사악한 소악마라고 소문이 자자한 도련님이라고 지, 진짜 그러겠어요?!”
“너 이 저택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구나?”
율리어스 도련님의 뒤 흉을 보기 무섭더니, 갑자기 주근깨 하녀는 그 하녀에게 넌지시 화제를 돌렸다.
“4개월…? 아, 아니 3개월 조금 더 지난 거 같아요.”
“그러니까 그렇지!”
주근깨 하녀는 대뜸 ‘별수 없구나’의 표정이 얼굴에 확연히 드러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초급딱지도 제대로 떼지 못한 이 하녀를 하녀장이 자신에게 보낸 이유를 깨달았다.
이 저택에는 이미 율리어스이 도련님의 소문이 자자했었다.
그것도 아주 질이 나쁜 쪽으로.
아직 어린 나이에 여자를 밝히니. 변태니. 하인들을 별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변변찮은 이유로 괴롭힌다(?).
그런 것들과의 거리가 멀었지만 뭔가 한 번 걸리면 끝장난다는 분위기를 가진 게 율리어스 도련님이었다.
이참에 수습 기간도 졸업하지 못한 이 하녀도 미리 잘 알아둬야 목숨 보전(?)을 할 것 같은 느낌에 같은 하녀로써 그녀는 나름 선심을 쓰기로 했다.
“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너 이런 거 모르면 이 저택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끽(?)한다. 알지?”
그녀는 엄지를 들어 손목을 그어버리는 시늉까지 손수 보여주었다.
“히익.”
언제 하얗게 질렸다는 듯이 신랄하게 이야기하는 주근깨 하녀와 달리 그 수습 하녀는 핏기가 사라진 지 오래로 아예 새파랗게 질러버렸다.
백작가, 후작가 등등의 모든 귀족이 대부분 하인을 하등하게 여기는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하인들이 죽어 나가는 이유의 사례는 하인들에게 더러 많았다.
빠른 눈치.
잽싼 동작.
자신의 분수를 아는 행동.
가끔은 성격 자체에 모가 난 귀족이 거슬린다는 이유로도 하인을 하찮게 여겨 죽이는 이유도 있긴 했지만….
율리어스 도련님의 경우는 그런 것들과 비슷하기도 하고 아니할 수도 있었다.
아직 열 살밖에 넘지 않았지만, 겉보기엔 지적으로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소년은 그런 눈에 띄는 외모와 달리 명령적인 말투에 말수는 항상 적어 음침해 보일 정도였다.
거기에 눈빛은 가리비(조개)가 품던 연분홍빛 진줏빛의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동자는 처음 만나는 이들마다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마치 한 번만 봐도 다 꿰뚫어 보는 듯한 핏빛을 머금은 차가운 눈동자로 오인하여 기분 나쁜 눈빛이 역력하다고 소문이 나버렸다.
그 눈은 도저히 그 나이 또래의 귀족가의 영식(자제)로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한번은 이런 소문도 있었다.
소년은 암암리에 어른과 아이, 그리고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죽였다는 흉흉한 소문이 저택 안과 밖을 떠돌았다.
- 어둠으로 종식되어 죽어버린 채 간담이 서늘한 서슬 퍼런 그의 눈동자에는 차갑게 식어서 흐르는 죽은 자의 피가 비치는 정도가 아닌 흘러넘친다. -
이런 흉측하게 짝이 없으면서도 증거가 잡히지 않는 소문은 가라앉히기 힘들었지만, 백작가의 가주에 의해 입에 함부로 올리지 않을 정도로까지는 묻힐 순 있었다.
하긴,
직접 그런 장면을 본 사람도, 잡은 사람도, 장소와 시체 그 무엇도 발견된 바는 없었다.
그런데 소년의 겉모습과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분이 나쁜 살기에 패기에 짓눌러 소문이 진짜인지 가짜인 지를 분간하지 못할 뿐이었다.
“흣…쿨럭!”
“괘…. 괜찮아?”
그런 소문이 있다는 사실에 처음 접한 수습 하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사레가 들려버린 듯 연거푸 나오는 기침을 참지 못했다.
“콜…록. 흐읏. 괜, 괜찮아요. 후우.
그런데 진짜 율리어스 도련님의 살ㅇ…아니 그러니까. 그 소문이 사실이……예요?”
율리어스 도련님의 황폐한 소문에 접하면 접할수록 수습 하녀는 이 저택에 온 것에 대한 지금의 심정이 후회막급으로 밀려드는 감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뭐. 증거는 없지만….
아까 저 소악마 도련님이 웃는 걸 너도 직접 봤다면 믿고도 남지 않을까!?”
믿고 말곤 그건 다 본인의 자유였지만, 주근깨 하녀는 그의 꺼림칙한 썩은 미소를 본 이상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기우는 것 같았다.
“자…자, 잠시만요!
그 그 그 그러면 율리어스 도 도도도도 련님껜 저 저 저희 같은 하 하 하인들도…….”
무척이나 떨리고 있었다.
아직 그녀의 머릿속에선 상상까지의 틀에서만 일어날 법 한일의 선을 넘어버린 것만 같았다.
아마 그녀는 주근깨 하녀가 보여준 손모가지 행동에 질겁하기는 했지만, 자신에게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주근깨 하녀가 저택에 몇 해 먹은 선배(?)였던 만큼 진실을 묻고 싶었다.
하지만 확인 사살을 당하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목 또한 언젠가는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에 말을 제대로 잇지를 못했다.
“그, 그런 질문은 받지 않을게.”
주근깨 하녀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줄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녀도 직접 자기 눈으로 저택에서 율리어스 도련님에 의해 죽어 나간 하녀나 하인들은 본 적이 없었다.
반면, 소문은 계속 떠돌고 그를 가르치는 담당자들 또한 가르침 이외의 시간에는 가까이하지 않았다.
딱 거기까지다.
그걸로 보아서는 찍히지 않을 정도로만 숨죽여 저택에서 일만 하면서 지내면 괜찮을지 않을까란 생각에 주근깨 하녀도 묵묵히 지낼 뿐이었다.
절대 눈에 띄지만 말자.
아마 백작 저택에서 일하는 그들이라면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는 규정인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자칫 그 평화가 깨질지도 모르는 그림자가 그녀들의 머리 위로 드리워지고 있었다.
“야, 거기….”
하필이면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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