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4화
조회 : 813 추천 : 0 글자수 : 3,334 자 2022-07-31
"네가 더 무섭거든”
진수의 얼굴이 살짝 차가워진다. 등에 살짝 튀어나와있는 문신은 조금의 위압감을 준다. 오른쪽 옅은 눈썹의 끝에는 약간의 칼자국도 있다. 마른 편은 아니지만 조금 큰 키에 근육이 좀 끼여 있기에 날렵하지만 단단해 보인다.
“나는 설계만 하지만 넌 직접 일하잖아.”
서아가 진수를 바라보며 말한다.
서아의 눈을 피하는 진수. 진수는 조금의 슬픈 눈가와 함께 입엔 차가운 웃음을 짓는다.
----------
-개인주택에 거주한다. 주택은 고급 지지만 재벌들이 사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집 주변의 CCTV 사각지대를 찾기 힘들다. 저택 사망이 가능하지만 좀 힘들 것 같다. 자가용이 2대나 있다. 그러나 주차된 시간대를 확인해 보면 주변의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듯하다. 사진 속의 골프가방이 눈에 띈다. 이동 공간들을 보면 골프를 치러 시외로 이동하지 않으므로 교통사고도 힘들다. 00대학병원에 자주 방문한다. 00대학 병원의 ‘대상’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당뇨 및 고관절염, 심장질환이 있다. 작년 심장 질환에 의해 심장 보조 장치 수술을 했다고 나온다.
심장 보조 장치 수술에 대해 자료를 누군가에게 sns로 요구하는 서아. 그로부터 한 뉴스 자료를 받는다.
/“…국내 로봇 회사 ***x에서 00대학교에서 연구한 심장 보조 장치를 올해를 기준으로 상용화하기로 결정했다. 심장 보조 장치는 심장근육 약화로 인해 심질환 우려가 큰 사람을 대상으로 만든 장치이다. 의사가 판단하여 심질환 위험이 상당한 경우에 심장에 장착하여 심장 근육을 강화시켜 심질환 위험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기에 의존하는 경우 심장이 더 약화가 되어 기기에 계속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에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장 보조 장치에 대한 자료는 산업 정보이기 때문에 구하기 힘듭니다. 3일 내로 최선을 다하여 보내 드리겠습니다./
자료는 다운로드하면 sns에선 바로 삭제된다. 외국회사의 노트북 앞에서 몇 시간째 자료들을 분석하는 서아.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인 것 같다. 보통의 대상들 보다 소득 상위가 높기에 블랙박스나 CCTV, 지문인식 도어락 등 집 주변의 보안 수준이 높다. 서아에게 주어진 일들이 원래 그렇다. 보편적인 대상이 아닌 것이 대다수이다.
-심장보조 장치를 이용해 보고 싶다. 최신 기술인 만큼 결함이 존재한다. 그러나 최신 기술인 만큼 저작권으로 인해 자료를 구하기 힘들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까.
그렇지만 기기 오류로 인한 심장 관련 사망은 정말 완벽한 사고사이다.
심장보조 장치 관련 서적을 찾는 서아 최신 과학 잡지와 논문을 발견한다. 몇 분 후에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 진수로부터 그 서적들을 받는다.
서적에서 주된 원리들을 파악하는 서아. 결함들을 언급하는 부분들을 읽어본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의료기기의 비약적인 진보, 현대의학의 결정체, 심장질환의 희망, 영생의 단계로, 부분 기계화의 현실화, 현대의학 기술의 축복‘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의의에 작자 및 연구자들의 흥분과 희망이 가득 적혀있다. 관련 논문의 최 권위자인 00대학교의 교수를 만나러 갈 때, 나 또한 의학에 대한 흥분과 희망의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에 갔을 때 그 교수는 만나지 못했지만 관련 박사 과정의 조교를 만날 수는 있었다.
“저희 학교 동아리에서 학술 주제로…의학의 신비로움…심장 질환 관련 기술…다른 논문을 살펴본 결과…”
-의료 관련 다양한 질문들을 했으며 기기에 대한 기술의 질문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낼 수 있었다. 과학적 호기심과 진로 관련 질문으로 발톱을 덮어두고 그 사이에 송곳을 하나 심어 둔다.
“혹시 이 기기의 결함이나 취약한 점은 없나요?”
살짝 심오한 눈빛으로 바뀐 박사 앞의 희망적인 질문과 선뜻 다름을 느낀다.
“심장 관련 의료기기인 만큼 안정성이 중요하죠. 심장근육을 자극하는 기기인 만큼 자극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외부 전자파에 민감합니다. 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해 광속 케이블 기술을 차용했지만 강한 전자기파에는 취약할 수도 있죠.”
위험성에 대한 주제로 선정할 것 같다며 더 자세한 정보들을 알아가는 서아. 노트에 정리한 것을 바탕으로 다시 노트북에 정리를 한다.
-‘생명의 살리는’이라는 문구가 몇 십 번 보인다. 생명을 살리려는 도구를 탐구하는 나의 목적은 결함을 이용해 죽이려는 것이다. 수많은 사례들이 보인다. 그 사례들의 주변 가족들, 의사와 연구원들의 희열, 수술 후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들이 지나간다. 내가 맡은 일의 ‘대상’도 저 사례가 아닐까?
-내가 정리한 자료들은 같이 웃고 있다. 작가의 희망을 노래하고 밝은 미래들을 떠들고 있다. 글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모은 사람은 웃지 못한다. 겉으로는 그들에게 동참하는 듯, 자신 또한 생명의 구원에 벅차올라 감동하여 자신의 노력을 헌신할 예정인 듯, 더 완벽한 미래를 만들어 주는 곳에 동참하는 것처럼 모아 놓았다. 그러나 나는 연기를 하고 있었고 그들과 나는 함께할 수 없다. 연필과 타이핑으로 사람들은 인류의 발전을 기약하고 있지만 나는 그 날카로운 연필로 그’대상’의 심장을 찌르고
나는 또 혼자다.
며칠이 지나고 진수가 원래의 자료를 받고 다른 자료를 주려고 온다. 1층에서 한 아저씨와 작업대 앞에 서있다.
“서아야~ 뭐 하니~, 안녕하세요 사영아저씨”
“어 그래 진수야. 가지고 온 것들 좀 줘봐라.”
배터리 및 기타 철제를 들고 온 진수. 설명서도 함께 준다.
“뭘 만들길래…사람이 왔으면 좀 인사라도 해라.”
음료를 아저씨에게 건네는 진수. 서아에게는 빨대를 꼽아 입에다가 댄다. 쪽쪽 마시는 서아지만 눈은 바쁘다.
“맛있지, 요즘 잴 잘나가는 거 사 왔다 임마.”
“치워봐, 아저씨 이거 강도가 너무 낮은데요?”
일에 집중하는 서아. 오늘도 무시당하는 진수이다. 조금 큰 뚜껑처럼 생긴 물체를 가지고 서아와 사영아저씨가 상의를 하고 있다.
“강도를 높이려면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구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영아저씨, 키는 조금 작지만 팔뚝은 엄청 굵고 탄탄하게 보인다. 턱에 난 흰 수염 가닥은 아저씨의 나이를 보여준다. 진수가 준 커피 캔을 호로록 먹고 있는 아저씨.
설계도를 보며 생각하고 있는 서아를 보며 진수는 다시 음료수를 가까이 들고 간다. 맛있게 먹는 서아. 진수는 뿌듯해한다.
“개꿀맛 인정? 아저씨 근데 이거 뭐예요?"
호기심에 질문을 하는 진수
“그거, 이번 일에 중요한 거다. 전자석 같은 거다.”
‘전자석이 뭐지’ 생각하는 진수, 대충 아는 눈치인 척한다. 전자석을 유심히 쳐다보는 진수. 반면 서아는 설계를 다시 하려고 계단으로 올라간다. 진수가 준 음료수는 들고 간다.
-------
“그때 네가 그 전자석을 들고 갈 줄 알았냐”
약간의 한탄 섞인 말로 서아는 진수에게 말한다.
맥주 한 캔을 더 따는 서아 옆에 소주도 한 병 꺼낸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마시는 서아. 안주는 마른 오징어뿐이다. 강가에 남녀가 아직 앉아있다.
-술은 잘 넘어간다. 몇 개의 일을 해도 각각의 기억이 잊어지지 않는다. 매 순간순간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 사람들의 이름은 모르지만 어디 살았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디가 아픈지... 그들의 가족보다 많이 아는 듯하다. 그들의 가족은 알기 싫다. 가족까지 알면 너무 생각할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그런 사항은 일부러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일 때문에 그 주변을 다시 가게 되면 '몇 번째의 대상’들이 뇌에 아른거린다. 이 시간 때에 그 '대상'은 이 길을 지나가고 있겠지... 저기 기차 소리, 귀 염증 때문에 아플 텐데... 이제 다른 사람이 '대상'의 가게였던 곳을 운영하네...
-나중에는 이 도시 전부 나의 기억으로 구성된 장소가 될 것 같다. 도시 전체를 서릿발로 만드는 느낌이다. 어디에서도 나를 찌를 수 있는 그런 도시. 얼음왕국 같다. 그러나 계속 일하는 것 보면 나는 아직 찔려도 아프지는 않은 것 같다.
끝
진수의 얼굴이 살짝 차가워진다. 등에 살짝 튀어나와있는 문신은 조금의 위압감을 준다. 오른쪽 옅은 눈썹의 끝에는 약간의 칼자국도 있다. 마른 편은 아니지만 조금 큰 키에 근육이 좀 끼여 있기에 날렵하지만 단단해 보인다.
“나는 설계만 하지만 넌 직접 일하잖아.”
서아가 진수를 바라보며 말한다.
서아의 눈을 피하는 진수. 진수는 조금의 슬픈 눈가와 함께 입엔 차가운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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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택에 거주한다. 주택은 고급 지지만 재벌들이 사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집 주변의 CCTV 사각지대를 찾기 힘들다. 저택 사망이 가능하지만 좀 힘들 것 같다. 자가용이 2대나 있다. 그러나 주차된 시간대를 확인해 보면 주변의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듯하다. 사진 속의 골프가방이 눈에 띈다. 이동 공간들을 보면 골프를 치러 시외로 이동하지 않으므로 교통사고도 힘들다. 00대학병원에 자주 방문한다. 00대학 병원의 ‘대상’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당뇨 및 고관절염, 심장질환이 있다. 작년 심장 질환에 의해 심장 보조 장치 수술을 했다고 나온다.
심장 보조 장치 수술에 대해 자료를 누군가에게 sns로 요구하는 서아. 그로부터 한 뉴스 자료를 받는다.
/“…국내 로봇 회사 ***x에서 00대학교에서 연구한 심장 보조 장치를 올해를 기준으로 상용화하기로 결정했다. 심장 보조 장치는 심장근육 약화로 인해 심질환 우려가 큰 사람을 대상으로 만든 장치이다. 의사가 판단하여 심질환 위험이 상당한 경우에 심장에 장착하여 심장 근육을 강화시켜 심질환 위험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기에 의존하는 경우 심장이 더 약화가 되어 기기에 계속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에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장 보조 장치에 대한 자료는 산업 정보이기 때문에 구하기 힘듭니다. 3일 내로 최선을 다하여 보내 드리겠습니다./
자료는 다운로드하면 sns에선 바로 삭제된다. 외국회사의 노트북 앞에서 몇 시간째 자료들을 분석하는 서아.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인 것 같다. 보통의 대상들 보다 소득 상위가 높기에 블랙박스나 CCTV, 지문인식 도어락 등 집 주변의 보안 수준이 높다. 서아에게 주어진 일들이 원래 그렇다. 보편적인 대상이 아닌 것이 대다수이다.
-심장보조 장치를 이용해 보고 싶다. 최신 기술인 만큼 결함이 존재한다. 그러나 최신 기술인 만큼 저작권으로 인해 자료를 구하기 힘들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까.
그렇지만 기기 오류로 인한 심장 관련 사망은 정말 완벽한 사고사이다.
심장보조 장치 관련 서적을 찾는 서아 최신 과학 잡지와 논문을 발견한다. 몇 분 후에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 진수로부터 그 서적들을 받는다.
서적에서 주된 원리들을 파악하는 서아. 결함들을 언급하는 부분들을 읽어본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의료기기의 비약적인 진보, 현대의학의 결정체, 심장질환의 희망, 영생의 단계로, 부분 기계화의 현실화, 현대의학 기술의 축복‘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의의에 작자 및 연구자들의 흥분과 희망이 가득 적혀있다. 관련 논문의 최 권위자인 00대학교의 교수를 만나러 갈 때, 나 또한 의학에 대한 흥분과 희망의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에 갔을 때 그 교수는 만나지 못했지만 관련 박사 과정의 조교를 만날 수는 있었다.
“저희 학교 동아리에서 학술 주제로…의학의 신비로움…심장 질환 관련 기술…다른 논문을 살펴본 결과…”
-의료 관련 다양한 질문들을 했으며 기기에 대한 기술의 질문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낼 수 있었다. 과학적 호기심과 진로 관련 질문으로 발톱을 덮어두고 그 사이에 송곳을 하나 심어 둔다.
“혹시 이 기기의 결함이나 취약한 점은 없나요?”
살짝 심오한 눈빛으로 바뀐 박사 앞의 희망적인 질문과 선뜻 다름을 느낀다.
“심장 관련 의료기기인 만큼 안정성이 중요하죠. 심장근육을 자극하는 기기인 만큼 자극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외부 전자파에 민감합니다. 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해 광속 케이블 기술을 차용했지만 강한 전자기파에는 취약할 수도 있죠.”
위험성에 대한 주제로 선정할 것 같다며 더 자세한 정보들을 알아가는 서아. 노트에 정리한 것을 바탕으로 다시 노트북에 정리를 한다.
-‘생명의 살리는’이라는 문구가 몇 십 번 보인다. 생명을 살리려는 도구를 탐구하는 나의 목적은 결함을 이용해 죽이려는 것이다. 수많은 사례들이 보인다. 그 사례들의 주변 가족들, 의사와 연구원들의 희열, 수술 후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들이 지나간다. 내가 맡은 일의 ‘대상’도 저 사례가 아닐까?
-내가 정리한 자료들은 같이 웃고 있다. 작가의 희망을 노래하고 밝은 미래들을 떠들고 있다. 글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모은 사람은 웃지 못한다. 겉으로는 그들에게 동참하는 듯, 자신 또한 생명의 구원에 벅차올라 감동하여 자신의 노력을 헌신할 예정인 듯, 더 완벽한 미래를 만들어 주는 곳에 동참하는 것처럼 모아 놓았다. 그러나 나는 연기를 하고 있었고 그들과 나는 함께할 수 없다. 연필과 타이핑으로 사람들은 인류의 발전을 기약하고 있지만 나는 그 날카로운 연필로 그’대상’의 심장을 찌르고
나는 또 혼자다.
며칠이 지나고 진수가 원래의 자료를 받고 다른 자료를 주려고 온다. 1층에서 한 아저씨와 작업대 앞에 서있다.
“서아야~ 뭐 하니~, 안녕하세요 사영아저씨”
“어 그래 진수야. 가지고 온 것들 좀 줘봐라.”
배터리 및 기타 철제를 들고 온 진수. 설명서도 함께 준다.
“뭘 만들길래…사람이 왔으면 좀 인사라도 해라.”
음료를 아저씨에게 건네는 진수. 서아에게는 빨대를 꼽아 입에다가 댄다. 쪽쪽 마시는 서아지만 눈은 바쁘다.
“맛있지, 요즘 잴 잘나가는 거 사 왔다 임마.”
“치워봐, 아저씨 이거 강도가 너무 낮은데요?”
일에 집중하는 서아. 오늘도 무시당하는 진수이다. 조금 큰 뚜껑처럼 생긴 물체를 가지고 서아와 사영아저씨가 상의를 하고 있다.
“강도를 높이려면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구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영아저씨, 키는 조금 작지만 팔뚝은 엄청 굵고 탄탄하게 보인다. 턱에 난 흰 수염 가닥은 아저씨의 나이를 보여준다. 진수가 준 커피 캔을 호로록 먹고 있는 아저씨.
설계도를 보며 생각하고 있는 서아를 보며 진수는 다시 음료수를 가까이 들고 간다. 맛있게 먹는 서아. 진수는 뿌듯해한다.
“개꿀맛 인정? 아저씨 근데 이거 뭐예요?"
호기심에 질문을 하는 진수
“그거, 이번 일에 중요한 거다. 전자석 같은 거다.”
‘전자석이 뭐지’ 생각하는 진수, 대충 아는 눈치인 척한다. 전자석을 유심히 쳐다보는 진수. 반면 서아는 설계를 다시 하려고 계단으로 올라간다. 진수가 준 음료수는 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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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네가 그 전자석을 들고 갈 줄 알았냐”
약간의 한탄 섞인 말로 서아는 진수에게 말한다.
맥주 한 캔을 더 따는 서아 옆에 소주도 한 병 꺼낸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마시는 서아. 안주는 마른 오징어뿐이다. 강가에 남녀가 아직 앉아있다.
-술은 잘 넘어간다. 몇 개의 일을 해도 각각의 기억이 잊어지지 않는다. 매 순간순간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 사람들의 이름은 모르지만 어디 살았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디가 아픈지... 그들의 가족보다 많이 아는 듯하다. 그들의 가족은 알기 싫다. 가족까지 알면 너무 생각할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그런 사항은 일부러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일 때문에 그 주변을 다시 가게 되면 '몇 번째의 대상’들이 뇌에 아른거린다. 이 시간 때에 그 '대상'은 이 길을 지나가고 있겠지... 저기 기차 소리, 귀 염증 때문에 아플 텐데... 이제 다른 사람이 '대상'의 가게였던 곳을 운영하네...
-나중에는 이 도시 전부 나의 기억으로 구성된 장소가 될 것 같다. 도시 전체를 서릿발로 만드는 느낌이다. 어디에서도 나를 찌를 수 있는 그런 도시. 얼음왕국 같다. 그러나 계속 일하는 것 보면 나는 아직 찔려도 아프지는 않은 것 같다.
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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