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아델리아의 결심 (2)
조회 : 1,083 추천 : 0 글자수 : 5,290 자 2022-09-21
009 아델리아의 결심(2)
아카데미 검술대회. 아카데미는 봄에는 검술 대회, 가을에는 사냥 대회로 재학생들의 무예를 점검한다.
검술대회는 검술학부 학생 뿐 아니라 재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무력을 중요시하는 에스키움 제국은 아카데미 검술대회에 관심이 많다.
검술대회에 결선에 오른 학생들은 재학중, 황실 근위대 기사 입단 테스트 제안을 받기도 했다.
지난 3년간 검술대회 우승자는 리카드였다.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이라고, 아델리아는 리카드가 없는 검술대회라면 우승할 자신이 있었다.
리카드는 입학 때부터 검술 실력이 남달랐다. 그는 북부 출신답게 일찍부터 검을 다뤘다.
몬스터 침입이 잦은 북부는 남녀 모두 8살 때부터 검술을 배운다.
리카드는 그보다도 일찍 검을 배워 8살때 이미 몬스터를 상대했다.
실전에서 배운 살기가 몸에 벤 리카드라 평범한 학생들은 기싸움에서 이미 지고 들어갔다.
아무도 리카드에게 덤빌 생각을 못했지만 아델리아는 아니었다.
그녀는 교내에서 유일하게 리카드에게 대련을 신청한 사람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패배였지만 그런데도 그녀는 자주 리카드에게 대련을 신청했다.
사실 아델리아의 검술도 상당한 경지였기에, 대련마다 그녀는 1분 가까이 리카드를 상대했었다.
아델리아는 쌍둥이 동생인 라이너와 어릴 때부터 검술을 배웠다. 아델리아의 검술 스승은 어머니인 올리비아 프레오였다.
올리비아 프레오는 북부 변방 남작가의 차녀였다.
그녀는 오직 실력만으로 황실 근위대 기사가 되었고, 결국 부기사단장 자리까지 올라갔다.
출중한 실력으로 대륙의 명문 기사 가문 출신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검술대회와 사냥대회는 물론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그녀가 보여준 검술은 황제의 눈에 들 정도로 엄청났다.
현 황제인 마테오 요하르 하네스 집권 초기에 남부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때 황제의 오른팔인 프레오 백작도 전쟁에 참가했다.
프레오 백작은 전통적인 문관 귀족으로 무력이 약했다. 대신 군전략의 중추 역할을 해 황제파에 매우 중요한 인재였다.
남부 귀족들에게는 거슬리는 존재였던 프레오 백작은 자주 암살에 시달렸는데, 황제가 붙여준 올리비아 덕에 수많은 암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온갖 위기 상황을 잘 넘긴 프레오 백작이지만 그도 피하지 못한 위기가 있었다. 비밀리에 보급품 운송 중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
적의 꾀에 수십명의 호위기사가 숨졌고, 그의 곁에 남은 건 올리비아가 유일했다.
올리비아는 수십명의 기사를 혼자 상대하면서도 위축되지 않고 끝까지 백작을 지켰다.
한계에 다다를 즘에 황제가 파견한 기사단이 도착했고, 둘은 다행히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프레오 백작은 온몸이 멀쩡한 채로 구해졌지만 올리비아는 아니었다.
전면에서 수많은 기사를 상대한 그녀였기에 몸이 멀쩡할 리 없었다.
오랜 치료 끝에 그녀는 일상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기사로 복귀할 수는 없어 결국 부기사단장직을 사임했다.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그녀를 프레오 백작이 붙잡았다. 갑작스러운 청혼이었지만 올리비아는 받아들였고 둘은 결혼하게 되었다.
올리비아는 백작 부인이 되어서도 검술에 욕심이 많았다.
직접 검은 못 들었지만, 백작가 기사단 훈련을 맡아서 했고 서부 백작령 기사단을 관리하기도 했다.
두 자녀의 검술도 직접 알려주었는데, 올리비아의 재능을 그대로 닮은 아델리아와 달리 라이너는 중도에 검술을 포기했다.
올리비아와 마찬가지로 검의 매력에 빠진 아델리아는 단 하루도 검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아카데미 입학 전인 15살에는 백작가 기사단장인 케스라 자작과 대등한 수준이기까지 했다.
행정동 게시판 벽보를 보는 아델리아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학년 장학금과 황실 근위대 기사 입단 추천서]
검술대회 에서 우승만 하면 프레오 백작에게 둘러댈 적당한 구실이 생긴다.
나디아 공주를 찾을 단서도 백작가보다는 기사단에서 얻기 쉬울 것이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내년에 온드라국 사신단이 온다. 사신단을 맞는 것이 기사단이니 그때 쏠쏠한 정보를 들을 지도 모른다.
‘어. 졸업을 미뤄야 하나?’
아델리아는 검술대회 안내글을 더 살펴봤다.
[참가대상 : 신청당시 재학생이라면 학년 무관, 누구나 참석 가능.]
‘신청당시 재학생이면 되는 건가? 검술학부에서 확인해 봐야겠어.’’
아델리아는 지도교수와 면담할 때 검술학부에도 들리기로 마음먹었다. 지도교수 면담은 며칠 뒤이니 오늘은 학교에서 더 볼일이 없었다.
아델리아는 마차가 있는 방향으로 복도를 걸었다.
‘훗 이제 길이 보이네.’
아델리아는 들뜬 마음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마차로 걸어가자, 카페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마부 렉스와 예나가 마부석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예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큰소리로 웃다 아델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예나는 몸을 바로잡고 마부석에서 내려와 마차문을 열고 아델리아를 맞이했다.
“아가씨, 빨리 오셨네요 일은 다 보셨어요?”
아델리아는 예나가 평소보다 기분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며 예나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 올라탔다.
“어. 잘 끝냈어. 그만 돌아가자.”
예나도 아델리아를 따라서 마차에 올라탔다. 예나는 내부 창으로 렉스에게 백작저로 가달라고 말했다.
렉스가 말고삐를 쥐자 마차가 천천히 움직였다. 아델리아는 조기졸업과 검술대회를 생각하면서 턱을 괴고 창 밖을 쳐다봤다.
조기 졸업은 지도교수라는 변수에 따라 어찌될지 모르지만 검술대회라는 좋은 대안이 생겼다.
‘회귀 전에는 검술대회 포상으로 장학금만 있었던 것 같은데.’
아델리아는 포상이 회귀 전과 달라진 것 같았지만, 과거에는 검술대회에 관심이 없어서 포상을 정확히 기억 못하는 것 같았다.
그땐 검술대회에 나가 봤자 리카드에게 질게 뻔해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대신 학생들과 대련을 자주 했는데, 리카드 말고 숨은 강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대련을 즐겼었다.
‘물론 리카드 말고는 다 시시했지만.’
검술대회를 생각하면서 창밖을 보는데 갑자기 익숙한 디저트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아델리아는 놀란 눈으로 마차 안에서 벌떡 일어나 창밖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델리아의 갑작스런 행동을 지켜보던 예나는 깜짝 놀라 아델리아의 허리를 붙잡았다.
“아가씨, 위험해요. 앉으세요. 무슨 일이세요.”
예나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아델리아를 쳐다봤다. 예나의 근심과 달리 아델리아의 표정은 오늘 하루 중 가장 밝았다.
“어어, 예나 마차 당장 세워.”
“예? 예.”
예나는 내부 창을 열어, 렉스에게 마차를 세워 달라고 말했다. 렉스는 마차를 도로 한쪽으로 몰아세웠다.
마차가 정차하자, 아델리아는 급하게 마차에서 내려 반대쪽에 있는 가게를 쳐다봤다.
‘글레이즈 메이즈.’
아델리아가 아카데미 다닐 때, 단골 케이크 가게였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리카드가 서운하게 할 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들렀던 가게였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황궁에서 일할 때는 케이크 가게에 자주 갈 수 없어 속상했다.
재학 중인 라이너에게 케익을 사오라고 부탁한 적도 자주였다. 문제는 본인도 간수 못하는 그라 부탁을 들어준 적이 없었다는 거지만.
하루는 지방에서 돌아오는 길에 시간이 남아서 가게를 찾았었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엄청 설렜지만 주인이 바뀌어서 엄청 당황했었다.
그래도 맛은 똑같을 거라 생각하며 케이크를 주문했지만 맛이 완전 달랐었다.
원래 주인이 새로운 가게를 열었나 싶어 수소문을 해봤지만, 주인 아주머니가 몸이 안 좋아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말만 들려왔다.
그 후로 글레이즈 메이즈에 발길을 끊었다.
“케이크 … 포장해가자.”
아델리아는 예나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케이크 가게로 걸어갔다.
“아가씨 같이 가요.”
예나는 아델리아를 따라가면서 렉스에게 소리쳤다.
“렉스, 잠시만 기다려줘요.”
렉스는 마부석에서 고개만 끄덕였다.
‘진짜 주인 아주머니가 있는 가게인 거지?’
아델리아는 긴장된 맘을 추스르면서 케이크 가게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아델리아 아가씨.”
케이크 전시대 앞에는 예전 그대로 로라 아주머니가 상냥하게 웃으며 아델리아를 맞아주고 있었다.
‘아, 다행이다. 로라 아줌마의 케이크를 다시 먹어볼 수 있다니.’
아델리아는 가게 내부를 훑어보면서 천천히 케이크 전시대로 이동했다.
입술에는 달짝지근한 맛이 감돌았다. 갓 구운 빵과 꿀맛 우유에서 나오는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전시대 앞까지 오자 과일 향, 초콜릿 향, 버터 향기에 온몸이 푹 빠져버렸다.
“오늘도 딸기 케이크로 드릴까요?”
‘아, 로라 아줌마 맞구나.’
아델리아가 가게에서 가장 좋아한 것이 딸기 케이크였다. 로라 아줌마가 만든 딸기 케이크는 다른 케이크 가게에서 흉내조차 낼 수 없었다.
케이크 위에는 생크림을 버무린 딸기가 올려져 있는데, 딸기 본연의 맛에 달콤함이 더해져 정말 맛있었다.
시폰 케이크 속에도 딸기가 조각조각 들어가 있어, 케이크를 먹을 때마다 딸기가 상큼하게 씹혔다.
아델리아는 귀족 영애의 체면도 잊은채 입맛을 다시면서 로라에게 웃었다.
“케이크 더 볼게요.”
로라는 아델리아에게 상냥하게 화답했다.
“네, 그러세요.”
진열대 안에는 딸기 케이크는 물론, 초콜릿케이크, 호두 케이크, 시폰 케이크, 밀크 케이크, 온갖 케이크들이 아델리아를 불렀다.
아델리아는 딸기 케이크를 많이 먹었지만, 다른 케이크도 맛있어서 매번 메뉴를 바꿔가며 먹었었다..
“아가씨, 주문하셨어요?”
뒤따라온 예나도 침을 꿀꺽 삼키며 아델이라를 바라봤다. 아델리아는 생기 가득한 표정으로 예나의 두 손을 꽉 쥐었다.
“응, 주문할거야.”
아델리아는 로라에게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면서 활짝 웃었다.
“로라 아주머니,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남은 케이크 다 포장해주세요.”
아델리아의 주문에 로라는 동그라진 눈을 깜빡거렸다. 예나도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네? 이걸 다 포장해가신다고요? 아가씨 배 터지시겠어요.”
“괜찮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얼마나 로라 아줌마 케이크를 그리워했는데. 뒷말을 삼키면서 입을 다셨다.
하긴 회귀 전 아델리아는 로라 아주머니 고향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아델리아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로라를 쳐다봤다.
“아가씨, 저기서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어요? 포장 해드릴게요.”
“아, 딸기 케이크, 밀크 케이크는 먹고 갈게요. 예나, 렉스에게 저기 샌드위치 주고 와.”
아델리아는 예나와 케이크를 먹으면서 포장을 기다렸다.
회귀한 이후로 여러가지 복잡했지만, 자신이 좋아했던 케이크를 다시 먹는 지금은 어느때보다 행복했다.
더불어 자신을 회귀시켜 준 나디아 공주에게 감사도 잊지 않았다.
아카데미 검술대회. 아카데미는 봄에는 검술 대회, 가을에는 사냥 대회로 재학생들의 무예를 점검한다.
검술대회는 검술학부 학생 뿐 아니라 재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무력을 중요시하는 에스키움 제국은 아카데미 검술대회에 관심이 많다.
검술대회에 결선에 오른 학생들은 재학중, 황실 근위대 기사 입단 테스트 제안을 받기도 했다.
지난 3년간 검술대회 우승자는 리카드였다.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이라고, 아델리아는 리카드가 없는 검술대회라면 우승할 자신이 있었다.
리카드는 입학 때부터 검술 실력이 남달랐다. 그는 북부 출신답게 일찍부터 검을 다뤘다.
몬스터 침입이 잦은 북부는 남녀 모두 8살 때부터 검술을 배운다.
리카드는 그보다도 일찍 검을 배워 8살때 이미 몬스터를 상대했다.
실전에서 배운 살기가 몸에 벤 리카드라 평범한 학생들은 기싸움에서 이미 지고 들어갔다.
아무도 리카드에게 덤빌 생각을 못했지만 아델리아는 아니었다.
그녀는 교내에서 유일하게 리카드에게 대련을 신청한 사람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패배였지만 그런데도 그녀는 자주 리카드에게 대련을 신청했다.
사실 아델리아의 검술도 상당한 경지였기에, 대련마다 그녀는 1분 가까이 리카드를 상대했었다.
아델리아는 쌍둥이 동생인 라이너와 어릴 때부터 검술을 배웠다. 아델리아의 검술 스승은 어머니인 올리비아 프레오였다.
올리비아 프레오는 북부 변방 남작가의 차녀였다.
그녀는 오직 실력만으로 황실 근위대 기사가 되었고, 결국 부기사단장 자리까지 올라갔다.
출중한 실력으로 대륙의 명문 기사 가문 출신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검술대회와 사냥대회는 물론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그녀가 보여준 검술은 황제의 눈에 들 정도로 엄청났다.
현 황제인 마테오 요하르 하네스 집권 초기에 남부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때 황제의 오른팔인 프레오 백작도 전쟁에 참가했다.
프레오 백작은 전통적인 문관 귀족으로 무력이 약했다. 대신 군전략의 중추 역할을 해 황제파에 매우 중요한 인재였다.
남부 귀족들에게는 거슬리는 존재였던 프레오 백작은 자주 암살에 시달렸는데, 황제가 붙여준 올리비아 덕에 수많은 암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온갖 위기 상황을 잘 넘긴 프레오 백작이지만 그도 피하지 못한 위기가 있었다. 비밀리에 보급품 운송 중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
적의 꾀에 수십명의 호위기사가 숨졌고, 그의 곁에 남은 건 올리비아가 유일했다.
올리비아는 수십명의 기사를 혼자 상대하면서도 위축되지 않고 끝까지 백작을 지켰다.
한계에 다다를 즘에 황제가 파견한 기사단이 도착했고, 둘은 다행히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프레오 백작은 온몸이 멀쩡한 채로 구해졌지만 올리비아는 아니었다.
전면에서 수많은 기사를 상대한 그녀였기에 몸이 멀쩡할 리 없었다.
오랜 치료 끝에 그녀는 일상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기사로 복귀할 수는 없어 결국 부기사단장직을 사임했다.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그녀를 프레오 백작이 붙잡았다. 갑작스러운 청혼이었지만 올리비아는 받아들였고 둘은 결혼하게 되었다.
올리비아는 백작 부인이 되어서도 검술에 욕심이 많았다.
직접 검은 못 들었지만, 백작가 기사단 훈련을 맡아서 했고 서부 백작령 기사단을 관리하기도 했다.
두 자녀의 검술도 직접 알려주었는데, 올리비아의 재능을 그대로 닮은 아델리아와 달리 라이너는 중도에 검술을 포기했다.
올리비아와 마찬가지로 검의 매력에 빠진 아델리아는 단 하루도 검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아카데미 입학 전인 15살에는 백작가 기사단장인 케스라 자작과 대등한 수준이기까지 했다.
행정동 게시판 벽보를 보는 아델리아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학년 장학금과 황실 근위대 기사 입단 추천서]
검술대회 에서 우승만 하면 프레오 백작에게 둘러댈 적당한 구실이 생긴다.
나디아 공주를 찾을 단서도 백작가보다는 기사단에서 얻기 쉬울 것이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내년에 온드라국 사신단이 온다. 사신단을 맞는 것이 기사단이니 그때 쏠쏠한 정보를 들을 지도 모른다.
‘어. 졸업을 미뤄야 하나?’
아델리아는 검술대회 안내글을 더 살펴봤다.
[참가대상 : 신청당시 재학생이라면 학년 무관, 누구나 참석 가능.]
‘신청당시 재학생이면 되는 건가? 검술학부에서 확인해 봐야겠어.’’
아델리아는 지도교수와 면담할 때 검술학부에도 들리기로 마음먹었다. 지도교수 면담은 며칠 뒤이니 오늘은 학교에서 더 볼일이 없었다.
아델리아는 마차가 있는 방향으로 복도를 걸었다.
‘훗 이제 길이 보이네.’
아델리아는 들뜬 마음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마차로 걸어가자, 카페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마부 렉스와 예나가 마부석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예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큰소리로 웃다 아델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예나는 몸을 바로잡고 마부석에서 내려와 마차문을 열고 아델리아를 맞이했다.
“아가씨, 빨리 오셨네요 일은 다 보셨어요?”
아델리아는 예나가 평소보다 기분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며 예나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 올라탔다.
“어. 잘 끝냈어. 그만 돌아가자.”
예나도 아델리아를 따라서 마차에 올라탔다. 예나는 내부 창으로 렉스에게 백작저로 가달라고 말했다.
렉스가 말고삐를 쥐자 마차가 천천히 움직였다. 아델리아는 조기졸업과 검술대회를 생각하면서 턱을 괴고 창 밖을 쳐다봤다.
조기 졸업은 지도교수라는 변수에 따라 어찌될지 모르지만 검술대회라는 좋은 대안이 생겼다.
‘회귀 전에는 검술대회 포상으로 장학금만 있었던 것 같은데.’
아델리아는 포상이 회귀 전과 달라진 것 같았지만, 과거에는 검술대회에 관심이 없어서 포상을 정확히 기억 못하는 것 같았다.
그땐 검술대회에 나가 봤자 리카드에게 질게 뻔해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대신 학생들과 대련을 자주 했는데, 리카드 말고 숨은 강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대련을 즐겼었다.
‘물론 리카드 말고는 다 시시했지만.’
검술대회를 생각하면서 창밖을 보는데 갑자기 익숙한 디저트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아델리아는 놀란 눈으로 마차 안에서 벌떡 일어나 창밖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델리아의 갑작스런 행동을 지켜보던 예나는 깜짝 놀라 아델리아의 허리를 붙잡았다.
“아가씨, 위험해요. 앉으세요. 무슨 일이세요.”
예나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아델리아를 쳐다봤다. 예나의 근심과 달리 아델리아의 표정은 오늘 하루 중 가장 밝았다.
“어어, 예나 마차 당장 세워.”
“예? 예.”
예나는 내부 창을 열어, 렉스에게 마차를 세워 달라고 말했다. 렉스는 마차를 도로 한쪽으로 몰아세웠다.
마차가 정차하자, 아델리아는 급하게 마차에서 내려 반대쪽에 있는 가게를 쳐다봤다.
‘글레이즈 메이즈.’
아델리아가 아카데미 다닐 때, 단골 케이크 가게였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 리카드가 서운하게 할 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들렀던 가게였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황궁에서 일할 때는 케이크 가게에 자주 갈 수 없어 속상했다.
재학 중인 라이너에게 케익을 사오라고 부탁한 적도 자주였다. 문제는 본인도 간수 못하는 그라 부탁을 들어준 적이 없었다는 거지만.
하루는 지방에서 돌아오는 길에 시간이 남아서 가게를 찾았었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엄청 설렜지만 주인이 바뀌어서 엄청 당황했었다.
그래도 맛은 똑같을 거라 생각하며 케이크를 주문했지만 맛이 완전 달랐었다.
원래 주인이 새로운 가게를 열었나 싶어 수소문을 해봤지만, 주인 아주머니가 몸이 안 좋아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말만 들려왔다.
그 후로 글레이즈 메이즈에 발길을 끊었다.
“케이크 … 포장해가자.”
아델리아는 예나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케이크 가게로 걸어갔다.
“아가씨 같이 가요.”
예나는 아델리아를 따라가면서 렉스에게 소리쳤다.
“렉스, 잠시만 기다려줘요.”
렉스는 마부석에서 고개만 끄덕였다.
‘진짜 주인 아주머니가 있는 가게인 거지?’
아델리아는 긴장된 맘을 추스르면서 케이크 가게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아델리아 아가씨.”
케이크 전시대 앞에는 예전 그대로 로라 아주머니가 상냥하게 웃으며 아델리아를 맞아주고 있었다.
‘아, 다행이다. 로라 아줌마의 케이크를 다시 먹어볼 수 있다니.’
아델리아는 가게 내부를 훑어보면서 천천히 케이크 전시대로 이동했다.
입술에는 달짝지근한 맛이 감돌았다. 갓 구운 빵과 꿀맛 우유에서 나오는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전시대 앞까지 오자 과일 향, 초콜릿 향, 버터 향기에 온몸이 푹 빠져버렸다.
“오늘도 딸기 케이크로 드릴까요?”
‘아, 로라 아줌마 맞구나.’
아델리아가 가게에서 가장 좋아한 것이 딸기 케이크였다. 로라 아줌마가 만든 딸기 케이크는 다른 케이크 가게에서 흉내조차 낼 수 없었다.
케이크 위에는 생크림을 버무린 딸기가 올려져 있는데, 딸기 본연의 맛에 달콤함이 더해져 정말 맛있었다.
시폰 케이크 속에도 딸기가 조각조각 들어가 있어, 케이크를 먹을 때마다 딸기가 상큼하게 씹혔다.
아델리아는 귀족 영애의 체면도 잊은채 입맛을 다시면서 로라에게 웃었다.
“케이크 더 볼게요.”
로라는 아델리아에게 상냥하게 화답했다.
“네, 그러세요.”
진열대 안에는 딸기 케이크는 물론, 초콜릿케이크, 호두 케이크, 시폰 케이크, 밀크 케이크, 온갖 케이크들이 아델리아를 불렀다.
아델리아는 딸기 케이크를 많이 먹었지만, 다른 케이크도 맛있어서 매번 메뉴를 바꿔가며 먹었었다..
“아가씨, 주문하셨어요?”
뒤따라온 예나도 침을 꿀꺽 삼키며 아델이라를 바라봤다. 아델리아는 생기 가득한 표정으로 예나의 두 손을 꽉 쥐었다.
“응, 주문할거야.”
아델리아는 로라에게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면서 활짝 웃었다.
“로라 아주머니,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남은 케이크 다 포장해주세요.”
아델리아의 주문에 로라는 동그라진 눈을 깜빡거렸다. 예나도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네? 이걸 다 포장해가신다고요? 아가씨 배 터지시겠어요.”
“괜찮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얼마나 로라 아줌마 케이크를 그리워했는데. 뒷말을 삼키면서 입을 다셨다.
하긴 회귀 전 아델리아는 로라 아주머니 고향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아델리아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로라를 쳐다봤다.
“아가씨, 저기서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어요? 포장 해드릴게요.”
“아, 딸기 케이크, 밀크 케이크는 먹고 갈게요. 예나, 렉스에게 저기 샌드위치 주고 와.”
아델리아는 예나와 케이크를 먹으면서 포장을 기다렸다.
회귀한 이후로 여러가지 복잡했지만, 자신이 좋아했던 케이크를 다시 먹는 지금은 어느때보다 행복했다.
더불어 자신을 회귀시켜 준 나디아 공주에게 감사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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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3 광산탐사 (3)조회 : 86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69 12.012 광산탐사 (2)조회 : 79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21 11.011 광산탐사 (1)조회 : 81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40 10.010 읽어버린 기억조회 : 88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89 9.009 아델리아의 결심 (2)조회 : 1,08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90 8.008 아델리아의 결심 (1)조회 : 1,22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57 7.007 동부의 왕자조회 : 7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807 6.006 17살의 봄조회 : 1,24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86 5.005 회귀 (2)조회 : 27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90 4.004 회귀 (1)조회 : 56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26 3.003 비내리는 무도회(03)조회 : 49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920 2.002 비내리는 무도회(02)조회 : 705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876 1.001 비내리는 무도회(01)조회 : 1,625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