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도망치자
조회 : 1,206 추천 : 0 글자수 : 5,825 자 2022-08-13
학교 축제는 대학생들이 가장 즐거워하면서도 가장 기대를 많이 하는 날이다.
여러 가지 놀거리와 먹거리들. 그리고 학교 자체에서 불러주는 이름난 연예인까지.
게다가 축제 기간 동안은 수업이 거의 다 휴강이 되니 학생들이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현에게 학교 축제라는 것은 귀찮은 일과중 하나였다.
번거롭고,
귀찮고,
짜증 났다.
그것이 이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최초로 맞이하는 축제일지라도 말이다.
“야야, 너무 간지럽잖아!”
“가만히 있어. 네가 계속해서 움직이니까, 붓으로 계속 네 눈을 찌르고 싶잖아.”
나영의 협박에 아현이 이리저리 꼼지락대던 몸을 가만히 곧추세웠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던 나영의 한쪽 입꼬리가 씨익하고 올라간다.
“그래,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어야지? 아·현·양?”
“젠장…….”
나영은 아현이 인상을 쓰자, 파운데이션으로 붓으로 툭툭 털며 경고했다.
“어허! 네가 이러면 이럴수록 결국 너만 고달파진다니깐. 선배들과 동기들이 너만 기대하고 있는데, 네가 계속 말 안듣고 그러면 대학생활이 고달파지는 건 너뿐이야. 알겠어?”
“끄응.”
아현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확실히 이번에 벌칙을 받지 않는다면, 과대나 선배들에게 찍히겠지. 그렇다면 남은 대학 생활은 어쩌면 혼자이거나, 선배들의 괴롭힘에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아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평생 여자로 불리며 이리저리 시켜대는 선배들의 행동들과, 이런 자신을 멀리하는 동기들.
그렇게 살 순 없었다.
“뭐해. 빨리 작업안하고.”
아현은 결국 반항하는 것을 포기했다. 나영은 히죽히죽 웃더니, 파우치에서 아이라이너를 꺼내들었다.
“조금만 기다려봐. 언니가 정말로 예쁘게 만들어줄게. 흐흐흐.”
나영은 변태처럼 웃어대는 모습과는 다르게 손놀림만은 전문가 못지 않았다. 그녀의 화려한 손놀림이 아현의 빛나는 외모를 더욱더 부각시켰다.
하얀 피부를 좀더 빛나게 만들고,
얼굴의 윤곽을 만들어 좀 더 여성스럽게 보이게 만든다.
그 안에 존재하는 눈화장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선보여, 깊으면서도 그윽한 눈망울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나영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화장법들이 아현의 얼굴을 점점 더 돋보이게 한다.
아현은 점점 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남자로서의 부분이 점점 더 지워지고, 그 자리를 여성적인 매력이 채워진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이러다가 연애는 제대로 하겠나 싶다.”
“아무도 없음 나랑 하면 되지.”
문득 튀어나온 말.
아현의 시선이 나영에게 향한다. 나영은 그런 아현의 눈을 힐끗 본뒤 붓을 아현의 두 볼의 살짝 털어냈다.
“넌 나에게 있어서 완벽한 스케치북이거든.”
그녀의 고양이 같은 입꼬리가 보이자, 아현은 흥 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농담은 그쯤해둬. 나는 너 말고 좀 더 연약한 여자와 사귈거야.”
“세상에 그런 여자는 존재하지 않을 걸? 천생 여자처럼 살아갈 놈아.”
나영은 릿밤을 바르는 것을 마무리로 손을 뗐다.
“좋아. 완벽해!!”
그녀는 마지막 마무리를 한 후, 과방의 문을 열었다.
“다 되었어요.”
복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과대와 동기들, 그리고 담당하던 선배 몇 명의 시선이 그쪽으로 모아졌다. 그리고,
“…….”
잠깐 몇 초간에 침묵이 이어졌다.
아현은 멍하니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누군가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거 어떡하면 좋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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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소란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깔깔깔 웃어대는 소리와, 고성. 그리고 즐거운 대화들이 학교 전체를 들썩였다.
“야야, 거기 빨리 치워. 다음 손님 오신다고!”
“어이 병아리 거기 빨리 고기 안 구워?”
과 주점에서도 대학생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손님들이 계속해서 밀어닥치는 통에 정신 없이 움직이는 서빙하는 학생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쁘게 고기를 굽거나 요리를 하는 학생들.
바깥에 바삐 오가는 사람들보다 그들이 더 바빴다.
“야, 그 녀석은 아직 멀었어?”
“글쎄요. 나영이가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했는데요?”
“야! 조금 더 빨리 안되는 거야? 지금 인원이 없어서 일이 밀리고 있잖아. 그냥 오라 그래! 바쁘다고.”
성난 선배의 고성.
바쁘게 고기를 굽던 남자 후배는 속으로 툴툴거렸지만, 하늘 같은 선배를 거역할 순 없었다.
그때 였다.
“오늘의 여신이신 신데렐라의 등장입니다~!.”
나영의 나긋하면서도 활기찬 목소리가 주점 입구에서 터져나온다. 그 소리에 손님도, 서빙하는 새내기도 고기를 굽던 2∼3학년 선배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그쪽으로 시선을 보았다.
그리고
소란스러웠던 가게가 침묵했다.
푸른 한복 치마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중간부분에서 한번 접어 일부러 풍성하게 만든 치마는, 부드러움과 완곡미를 선사하고, 허리부분이 더 가느다랗게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었다.
대신 위의 저고리의 색깔은 무척이나 하얬다.
더러움 없는 순백의 옷감은, 풍성한 치마와 어울려 몸매를 맵시 있게 감싸주었다. 소맷자락과 치맛자락에 수놓아져 있는, 고풍스런 무늬 또한 한복 특유의 아름다움을 곁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전부 악세사리에 지나지 않았다.
오로지 이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밖에 사용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주점안에 있던 사람들은 고풍스런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 모든 것이 저 여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묶지 못한 머리카락들이 아래로 늘어뜨려 신비감을 조성하고, 묶은 여러개의 댕기머리가 하얀 저고리에 수놓아진다.
그 밑에 존재하는 하얀 달덩이 같은 얼굴에 떠오른 색기 짙은 고양이 눈매.
부끄러운지 살짝 내리깐 그 시선은 주점안에 남심의 마음을 흔들긴 충분해보였다.
무언가 마음에 안드는지, 입술 끝을 살짝 깨물고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하나의 도도한 매력으로 보여,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앗아가 버렸다.
“여신이다…….”
가게 안에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말에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고개를 아래 위로 움직였을 뿐.
아현은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화려하고도 귀찮은 꼬락서니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얼굴에 씌워진 답답한 화장과 무거운 가발은 대체 뭘 위한 것인가.
여기저기 꼿히는 사람들의 시선.
마치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됐지? 나 이제 간다.”
이런 부끄럽고 남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1초라도 더 있기 싫었다. 하지만 나영은 그런 아현의 마음을 강제로 붙잡았다.
“무슨 소리야. 이제부터 시작인데, 어딜 도망가려고?”
이제부터 시작?
아현의 고운 아미가 살포시 모아진다. 나영은 그런 아현을 보며 고양이 같은 웃음을 짓더니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카메라였다.
그것도 그냥 일반적인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커다란 렌즈가 돋보이는, 전문 카메라맨이나 카메라 작가가 쓸법한 전문가용 카메라였다.
나영은 카메라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커다란 렌즈를 아현에게 겨누었다.
“오늘은 돈벌이가 되어 줘야겠어, 신데렐라 아가씨~.”
“뭐?”
아현의 머릿속에 무언가 불길한 상상이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나영이 그의 손을 잡고 천막 안쪽으로 끌고 들어갔다.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마. 이 언니가 다 알아서 해줄게.”
이 언니가 다 알아서 해줄게.
아현의 머릿속에 그녀가 내뱉은 문장이 쿡하고 박혔다.
만난지도 거의 10년이 넘어가는 10년지기 악우. 그녀가 눈동자가만 굴리고 있어도,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아는 사이에, 지금 그녀가 하는 말 뜻을 아현이 모를리 없었다.
나영이 말하는 ‘이 언니가 다 알아서 해줄게.’라는 말은 ‘널 지옥으로 보내주겠어’라는 말과 똑같은 뜻이었으니까.
아현은 어떻게든 막으려고 거부의 말을 뱉으려고 했다.
“야 나…….”
“자자, 여기 예쁜 아가씨의 사진 찍는데, 단돈 오천원! 같이 찍고 싶으면 만원입니다!”
“자자, 줄서요. 줄. 줄 안서시면 사진 못찍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현의 꿈에 불과했다.
호객행위를 하며 아현의 한 쪽 팔을 잡는 이름모를여 선배와 다른 쪽 팔을 붙잡은 과대 정유나가 영업용 스마일을 지으며 아현을 한 쪽으로 끌고 갔다.
반항은 용납하지 않겠다.
자신을 둘러 싼, 여성진들의 강렬한 의지가 눈에 보였다. 아현은 결국 그들이 하는 인도에 따라 끌려가는 수 밖에 없었다.
주점은 그야말로 인기의 절정이 뭔지 잘 알려주고 있었다.
오로지 아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왔고, 줄을 서야 하는 사람들은 결국 번호표를 뽑아 자리에 착석하니 음료와 음식들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사진 촬영을 이용해 돈을 벌자는 나영의 계획 또한 대박을 터뜨렸다.
본래부터 여성이라고 오해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했던 아현. 그것이 나영의 신기의 가까운 화장술과 더해지니, 이건 마치 대학교 제일의 퀸카라 할지라도, 발끝도 미치지 못할 미모의 여신이 탄생한 것이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허락을 받은 사람들의 폰에서 셔터음이 연속적으로 울린다. 아현은 어떻게든 사진 촬영을 피하려고 했지만, 눈을 부라리는 과의 여성 선배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내리 감았다. 어떻게든 시선을 돌리는 것만이 아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이었다.
‘…토할 것 같다.’
애초에 이런 자리에 오는게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도 싫었고, 그것이 자신이 가진 외모 때문이라는 것이 더욱더 싫었다.
어릴 때와 똑같다.
부담스런 주변의 시선.
시선으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
그리고 어렸을 적에 있었던……,
“…….”
아현은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어렸을 적 있었던 트라우마가 올라올 것 같아,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나, 나영아…….”
힘겹게 들리는 아현의 가녀린 목소리.
나영이는 카메라를 조작하려다 말고, 아현을 향해 다가왔다.
“괜찮아??”
하얗게 질린 아현의 얼굴. 나영은 카메라를 찍으려다 말고 가까이 다가왔다. 선배들도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사진을 찍던 사람들을 물렸다.
“어떻게 된거야? 괜찮은거야?”
다급한 나영의 목소리. 하지만 아현은 이미 공황상태에 빠져있었다.
“나, 나,…….”
말을 더 읊지 못하고 더듬는다.
더는 참을 수 가 없었다.
아현은 다가오는 나영의 손을 뿌리치고 그대로 주점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야! 유아현 어디가!”
뒤에서 들려오는 나영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린다. 안타깝게도 아현은 그런 목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패닉에 빠져있었다.
‘어서 빨리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야해.’
자신을 보지 않는 보지않는 곳으로.
그런 시선으로 보지 않는 곳으로.
어서 빨리.
어서 빨리.
하지만 지금은 축제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 당연하고, 온갖 인간군상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축제였다. 그것은 지금 이 자리를 도망치려하는 아현에게는 너무나도 불리한 것이었다.
게다가.
“어? 뭐야. 엄청예쁜데?”
“뭐? 어디? 어디?”
누군가가 아현의 손목을 거칠게 잡는다.
고개를 돌리니 술이 얼큰하게 취한 남학생 한 명이 눈에 들어온다.
“뭐, 뭐야.”
아현은 어떻게든 빠져나올려고 힘을 줘봤지만, 당황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야, 도망가지 말고, 우리랑 술 마시지 않을래?”
“우리랑 같이 저 쪽에서 술마시자 응?”
치근덕 대며 다가오는 술에 취한 남학생들.
“이것들이 이거 안놔?!”
결국 화를 냈다. 지금 자신이 여장했다는 사실도 잊은 채,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뭐야. 목소리도 엄청 매력적인데?”
남자 같지도, 또는 여자 같지도 않은 중저음의 목소리. 하지만 술취한 사내들은 그것이 여성의 목소리인지, 남성 목소리인지 구별하지 않았다.
그저 아현의 외모만 보고 판단했을 뿐이었다.
직감했다.
더는 벗어날 수 없음을.
아현은 주먹을 쥐었다. 이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더는 폭력을 쓰면 안된다고 경고받았지만은, 더는 참기 힘들었다. 어서 빨리 이 녀석들을 때려 눕히고 한적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펑퍼짐한 한복이 거추장스러웠지만, 주먹을 휘두르는 데는 불편함은 없었다.
‘안녕 나의 대학생활.’
마음속에 깃든 조그마한 각오를 마친 뒤, 아현은 그대로 힘껏 주먹을 날렸다.
아니, 날릴려고 했다.
-텁.
술 취한 사내의 손목을 붙잡는 가녀린 손이 아니었다면,
“그쯤 하지?”
강렬한 미성.
아현의 눈이 술취한 남성의 손목을 잡은 목소리의 주인에게 향했다.
그것은 한 남자였다.
잘 다려진 연미복을 각에 맞춰서 입은 깔끔한 수트가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밤에도 녹아들지 않고, 빛이 날듯한 검은색의 집사복.
그에 비해 얼굴은 무척이나 하얀 편이었다.
앞머리 몇 가닥만 남긴 채 올백으로 넘긴 그의 머리 스타일. 그 밑에 존재하는 하얀 피부는 옷과 머리카락이 검어서인지, 더욱더 하얗게 보이는 것 같았다.
가녀린 눈썹과 조금은 날카로워 보이는 눈동자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다만, 얼음이 일 정도로 냉막하면서도 차가운 인상이 그의 매력을 다 깎아먹고 있었다.
“뭐냐, 넌. 이거 안놔?”
술 취한 사내가 아현이 말을 그대로 따라한다. 집사가 웃긴지 피식웃었다.
“네가 그 손을 놓으면 나도 놓지.”
“이 허여멀건한 새끼가!”
사내가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집사복을 입은 사내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사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는 손목에서 전해져 오는 조여오는 고통을 느껴야했다.
“아야야야야.”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 술취한 사내. 아픔 때문인지, 사내는 아현의 손목을 놓아줄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이!!”
친구 인듯한 술취한 사내 둘이 덤벼든다. 집사복의 사내는 그런 둘의 주먹을 고개를 젓히는 것과 허리를 조금 트는 것으로 피한다.
하지만 현재 상태는 2대1상황.
누가보더라도 집사복을 입은 상대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손목을 주무르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내가 일어나면 그때는 말도 못하게 어려울 상황이 될거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하지? 같이 싸우는 게 나을까?’
아현은 치맛자락을 끌고 집사옆에 섰다. 찍히더라도 여차하면 같이 싸울것이다.
하지만 아현의 그런 각오는 집사가 그의 손목을 잡았을 때, 모래처럼 허물어졌다.
“도망치자.”
“응?”
그가 등을 돌린다. 아현은 영문도 모르고 물음표를 열심히 띄워봤지만, 집사의 이끌림에 그대로 끌려 달아났다.
“야 어디가 거기서!”
“이 새끼들이 거기서지못해!”
등 뒤에 들리는 얼큰하게 취한 남자들의 목소리를 뒤로 남긴 채, 아현과 집사는 그렇게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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