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 사랑도 구라다
조회 : 1,515 추천 : 0 글자수 : 3,286 자 2022-09-22
원룸으로 돌아온 신평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다시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다.
그녀가 못 생긴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눈에 번쩍 띌 만큼의 미인도 아니다.
주말에는 은행에서 창구 영업을 안하기 때문에 다음주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자신이 꽤 세련된 방식으로 번호를 전달해 주었지만 절대 전화가 걸려올 리 없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혹시 연락이 온다면...어디서 만날까.
카페, 식당, 술집, 칵테일바...
온갖 잡생각을 하던 그는 벌떡 일어나 책상앞에 앉아 PC를 켰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변에 분위기 좋은 카페나 식당이 어디 있는지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터넷 창을 연 그는 시작화면에 낯익은 사진이 하나 눈에 들어오자 얼른 그 기사를 클릭했다.
TV로 후원광고 보다가 한 위기가정 아동에 50억 기부한 30대 독거남 화제
"생색내고 싶지 않다."...정작 본인은 월세방.
TV에 나오는 위기가정 아동의 모습을 보고 약 2주동안 총 50억을 기부한 30대 독거남이 화제다. 굿네이버스 측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A씨(32세 남)는 지난달 30일 1만 원을 시작으로 매일 금액을 늘려 2주간 총 50여원을 한 가정에게 후원했다. 기부금액이 1천만 원이 넘어 굿네이버스 측이 특별회원으로 등재하기 위해 A씨에게 연락을 시도하자 그는 '조용히 기부하기를 원한다. 생색을 내고 싶지 않다'며 등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주민 B씨는 "A씨는 항상 편의점을 오가며 식사를 해결하고 항상 초라한 행색으로 다닌다."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특히 그는 한 위기가정에 집중적으로 거액을 지원하여 현재까지 50억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음에도 '앞으로도 계속 후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후원을 받는 위기 아동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여중생으로 책상도 없는 좁은 방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면서 컴퓨터가 없어 학교 온라인 수업도 제대로 못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예솔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은행 앞에 서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자신의 사진이 얼굴은 모자이크 된 채 실려 있다.
그는 머리끝이 쭈뼛 서는 것을 느끼며 화면을 아래로 천천히 스크롤했다.
댓글 7
-BEST 미친..넘
-헐, 대단합니다
-이 분을 국회로!
-나한테 천만 원만 기부해줬으면...ㅋㅋ
-아직 살만한 세상
-저거 수상. 세무조사 해봐야하는거 아님?
-클린봇이 부적절한 표현을 감지한 댓글입니다.
댓글을 찬찬히 살펴보던 그는 인터넷 창을 닫고 떨리는 손으로 책상 위에 있던 전자담배를 집어 들었다.
----------------------------------------------------
잠시 후. 동네 근처 호프집.
구석에 앉아 혼자 맥주를 마시던 신평은 갑자기 두 손으로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그 기자가 기사를 쓸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자기 몰래 사진까지 찍었을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 되었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볼 것이다.
매일 입고 다니는 반팔 티와 반바지, 자신의 뒤쪽으로 보이는 신한은행 노원역 간판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다.
이 기사가 다른 기사에 묻혀 버리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는 500cc잔을 들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벌써 두 잔째 마시고 있지만 전혀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그는 테이블위의 벨을 눌렀다.
직원이 다가오자 그는 검지 손가락을 들었다.
"이거 하나 더."
자신의 맥주 주량은 500cc.
500cc 이상 마시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지금은 도무지 맨정신으로 집에 있을 수가 없다.
그때 테이블 위에 있던 스마트폰에서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스마트폰을 집어 든 그는 처음 보는 번호로 온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안녕하세요^^신한은행 이경이에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그는 놀라서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메시지를 들여다봤다.
분명 그녀에게서 온 문자메시지이다.
그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연락주셨네요~감사! 퇴근하셨어요?
그가 답장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또 답장이 왔다.
-당연하죠ㅎ 지금 시간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한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답장을 보냈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야 한다.
-시간되시면 커피 한잔 하실까요?
-아이스커피?
성공이다.
재빨리 시간과 장소를 정한 그는 카운터로 뛰어가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
잠시 후. 노원역 근처 카페.
"연락 주실 줄 몰랐어요."
"왜요? 그럼 연락처는 왜 주신 거에요?"
"하하. 그건..."
검은 정장 차림의 신평은 혼자 웃더니 멋쩍은 듯 테이블 위의 잔을 들어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지난주 토요일에 장례식장에 입고 갔던 그 정장을 입고 나왔다.
"그런데 하시는 일이..."
"아, 저요?"
신평은 환한 표정으로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네."
"전 그냥 뭐...펀드매니저?"
사업을 한다고 말하려다가 무슨 사업을 하냐고 물어 볼까 봐 순간 직업을 바꾸었다.
"어머! 정말요?"
은행 창구에서 펀드 상담도 하는 그녀는 그의 입에서 '펀드매니저'라는 말이 나오자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니..뭐 회사에 다니는 건 아니고 소소하게..."
오늘 그가 삼십억을 이체한 것을 확인한 지점장은 마감 시간이 되자 그녀를 불러 그에 대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어쩐지 후원 단체에 후원하시는 금액이..."
"아. 그건 뭐 제가 후원한다기 보다는...고객들의 돈이 조금씩 모여서..."
스스로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었지만 자신이 거액을 후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
"근데 실례지만 나이가?"
그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지만 다행히 그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전 올해 서른...이에요."
그럼 서른 두세 살이라고 생각한 신평은 애써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그래요? 20대 중반인 줄 알았는데.."
"어머, 호호. 그 쪽은 나이가?"
"아, 전 이경씨보다 두 살 많아요."
"아, 그래요? 젊은 나이에 성공하셨네요."
"뭐 성공은 뭐..."
"혹시 결혼은..."
"결혼했으면 제가 여기 있겠습니까?"
"아, 그런 건가요?"
"이경씨는 혹시 남자친구가?"
"전 아직...그냥."
"아니, 옆에서 이경씨를 가만히 둔 단 말이에요? 은행에도 남자직원들 많을텐데..."
"다들 유부남이에요. 결혼 안 하신 분들도 저한테 뭐 별 관심을..."
그녀는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이 크고 피부가 좋아 호감이 가는 인상이다.
"아, 제가 은행에 있다면 바로 작업 들어갈 텐데..."
그가 갑자기 치고 들어오자 그녀는 작게 웃으면서 잔을 들어 아이스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다시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다.
그녀가 못 생긴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눈에 번쩍 띌 만큼의 미인도 아니다.
주말에는 은행에서 창구 영업을 안하기 때문에 다음주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자신이 꽤 세련된 방식으로 번호를 전달해 주었지만 절대 전화가 걸려올 리 없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혹시 연락이 온다면...어디서 만날까.
카페, 식당, 술집, 칵테일바...
온갖 잡생각을 하던 그는 벌떡 일어나 책상앞에 앉아 PC를 켰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변에 분위기 좋은 카페나 식당이 어디 있는지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터넷 창을 연 그는 시작화면에 낯익은 사진이 하나 눈에 들어오자 얼른 그 기사를 클릭했다.
TV로 후원광고 보다가 한 위기가정 아동에 50억 기부한 30대 독거남 화제
"생색내고 싶지 않다."...정작 본인은 월세방.
TV에 나오는 위기가정 아동의 모습을 보고 약 2주동안 총 50억을 기부한 30대 독거남이 화제다. 굿네이버스 측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A씨(32세 남)는 지난달 30일 1만 원을 시작으로 매일 금액을 늘려 2주간 총 50여원을 한 가정에게 후원했다. 기부금액이 1천만 원이 넘어 굿네이버스 측이 특별회원으로 등재하기 위해 A씨에게 연락을 시도하자 그는 '조용히 기부하기를 원한다. 생색을 내고 싶지 않다'며 등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주민 B씨는 "A씨는 항상 편의점을 오가며 식사를 해결하고 항상 초라한 행색으로 다닌다."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특히 그는 한 위기가정에 집중적으로 거액을 지원하여 현재까지 50억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음에도 '앞으로도 계속 후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후원을 받는 위기 아동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여중생으로 책상도 없는 좁은 방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면서 컴퓨터가 없어 학교 온라인 수업도 제대로 못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예솔 인턴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은행 앞에 서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자신의 사진이 얼굴은 모자이크 된 채 실려 있다.
그는 머리끝이 쭈뼛 서는 것을 느끼며 화면을 아래로 천천히 스크롤했다.
댓글 7
-BEST 미친..넘
-헐, 대단합니다
-이 분을 국회로!
-나한테 천만 원만 기부해줬으면...ㅋㅋ
-아직 살만한 세상
-저거 수상. 세무조사 해봐야하는거 아님?
-클린봇이 부적절한 표현을 감지한 댓글입니다.
댓글을 찬찬히 살펴보던 그는 인터넷 창을 닫고 떨리는 손으로 책상 위에 있던 전자담배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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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동네 근처 호프집.
구석에 앉아 혼자 맥주를 마시던 신평은 갑자기 두 손으로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그 기자가 기사를 쓸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자기 몰래 사진까지 찍었을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 되었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볼 것이다.
매일 입고 다니는 반팔 티와 반바지, 자신의 뒤쪽으로 보이는 신한은행 노원역 간판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다.
이 기사가 다른 기사에 묻혀 버리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는 500cc잔을 들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벌써 두 잔째 마시고 있지만 전혀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그는 테이블위의 벨을 눌렀다.
직원이 다가오자 그는 검지 손가락을 들었다.
"이거 하나 더."
자신의 맥주 주량은 500cc.
500cc 이상 마시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지금은 도무지 맨정신으로 집에 있을 수가 없다.
그때 테이블 위에 있던 스마트폰에서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스마트폰을 집어 든 그는 처음 보는 번호로 온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안녕하세요^^신한은행 이경이에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그는 놀라서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메시지를 들여다봤다.
분명 그녀에게서 온 문자메시지이다.
그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연락주셨네요~감사! 퇴근하셨어요?
그가 답장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또 답장이 왔다.
-당연하죠ㅎ 지금 시간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한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답장을 보냈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야 한다.
-시간되시면 커피 한잔 하실까요?
-아이스커피?
성공이다.
재빨리 시간과 장소를 정한 그는 카운터로 뛰어가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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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노원역 근처 카페.
"연락 주실 줄 몰랐어요."
"왜요? 그럼 연락처는 왜 주신 거에요?"
"하하. 그건..."
검은 정장 차림의 신평은 혼자 웃더니 멋쩍은 듯 테이블 위의 잔을 들어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지난주 토요일에 장례식장에 입고 갔던 그 정장을 입고 나왔다.
"그런데 하시는 일이..."
"아, 저요?"
신평은 환한 표정으로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네."
"전 그냥 뭐...펀드매니저?"
사업을 한다고 말하려다가 무슨 사업을 하냐고 물어 볼까 봐 순간 직업을 바꾸었다.
"어머! 정말요?"
은행 창구에서 펀드 상담도 하는 그녀는 그의 입에서 '펀드매니저'라는 말이 나오자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니..뭐 회사에 다니는 건 아니고 소소하게..."
오늘 그가 삼십억을 이체한 것을 확인한 지점장은 마감 시간이 되자 그녀를 불러 그에 대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어쩐지 후원 단체에 후원하시는 금액이..."
"아. 그건 뭐 제가 후원한다기 보다는...고객들의 돈이 조금씩 모여서..."
스스로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었지만 자신이 거액을 후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
"근데 실례지만 나이가?"
그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지만 다행히 그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전 올해 서른...이에요."
그럼 서른 두세 살이라고 생각한 신평은 애써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그래요? 20대 중반인 줄 알았는데.."
"어머, 호호. 그 쪽은 나이가?"
"아, 전 이경씨보다 두 살 많아요."
"아, 그래요? 젊은 나이에 성공하셨네요."
"뭐 성공은 뭐..."
"혹시 결혼은..."
"결혼했으면 제가 여기 있겠습니까?"
"아, 그런 건가요?"
"이경씨는 혹시 남자친구가?"
"전 아직...그냥."
"아니, 옆에서 이경씨를 가만히 둔 단 말이에요? 은행에도 남자직원들 많을텐데..."
"다들 유부남이에요. 결혼 안 하신 분들도 저한테 뭐 별 관심을..."
그녀는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이 크고 피부가 좋아 호감이 가는 인상이다.
"아, 제가 은행에 있다면 바로 작업 들어갈 텐데..."
그가 갑자기 치고 들어오자 그녀는 작게 웃으면서 잔을 들어 아이스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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