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 연애 세포
조회 : 1,537 추천 : 0 글자수 : 3,168 자 2022-09-26
토요일 저녁 10시. 이춘복참치 노원점.
기름장에 찍은 참치회를 김으로 덮어 입안에 넣은 신평이 맥주잔을 들자 이경이 비어 있는 소주잔을 내밀었다.
벌써 소주 한 병과 맥주 두 병을 거의 다 마셨다.
"이경씨,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냐? 소주 한 병 벌써 다 먹었는데..."
"아냐, 안주만 좋으면 소주 두 병 정도는 먹을 수 있어."
그녀의 잔에 소주를 따르던 신평은 벨을 누르더니 소주를 한 병 더 시키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열이 올랐는지 불그스레한 얼굴을 한 그녀는 말과 다르게 꽤 취한 듯 보였다.
눈동자의 초점이 약간 흐려진 상태다.
둘은 만난 지 몇 시간만에 벌써 말을 놓는 사이가 되어 버렸는데 타로카페에서 사주를 본 후 심리적으로 급격히 가까워졌다.
마지막에 무당이 공짜로 궁합을 봐주겠다더니 둘이 견우와 직녀가 따로 없다느니 하는 말로 립서비스를 해주었다.
신평은 자신의 사주가 좋지 않아 무당이 입 발린 말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경은 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넌 꿈이 뭐냐?"
신평이 불쑥 꿈을 물어보자 이경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그를 잠시 쳐다보았다.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사는 거. 너는?"
"나 참, 꿈이 겨우 그거야?"
"인생 뭐 있나? 그냥 행복하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그러는 넌 뭔데?"
"나?"
"......"
그는 자신의 맥주잔에 남아 있는 맥주를 다 비우고 젓가락으로 참치회를 집어 기름장에 푹 찍었다.
"난 먹고 자고 노는 거."
"뭐? 에이 그런게 어딨어? 남자가 시시하게..."
"시시하다니? 모두에게 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 더 즐겁게 사는 놈이 결국 이기는거야?"
"무슨 게임하니? 이기고 지고 하게..."
"에이..."
"허 참, 넌 하루 24시간 중에 몇 시간 정도 행복하냐?"
"음...한 1시간? 2시간?"
"그럼 넌 겨우 그 한두 시간 동안 행복감을 느끼려고 22시간을 투자하는 거야."
"하긴. 나도 진짜 돈만 많으면 당장 일 때려치지."
이경은 갑자기 속이 타는지 소주잔에 남은 술을 입에 털어넣더니 다시 빈 잔을 내밀었다.
"좀 천천히 마셔."
"왜? 술값 많이 나올까 봐?"
"나 참, 소주 한 병에 얼마 한다고..."
"하긴 넌 돈이 많으니까..."
소주를 받은 그녀는 맥주병을 들더니 그의 빈 잔에 맥주를 채워 주었다.
"넌 직업이 뭐야? 솔직히 말해. 펀드매니저 아닌 거 아니까."
갑자기 그녀가 직업을 묻자 신평은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젓가락으로 초생강을 하나 집어 들고 입에 넣어 아삭아삭 씹었다.
"펀드매니저 맞아. 하루 수익률이 100%야."
그녀는 한참 동안 그에게 눈을 흘기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소주잔을 들었다.
"......"
"진짜야. 내가 너한테 왜 거짓말 하겠냐?"
"......"
"......"
"너 나 좋아해?
젓가락으로 김을 집으려던 그는 그녀가 갑자기 돌직구를 날리자 김을 떨어뜨리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너 취했어?"
"아니, 안 취했는데."
"취한 거 같은데?"
"아닌데."
신평은 김을 겨우 집어들어 입에 구겨 넣더니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술이 취했는지 그녀가 예쁘게 보인다.
"지금 몇 시냐?
"왜 말을 돌려?"
"무슨 말? 너 좋아하냐고 한 거?
"그래."
"당연히 좋으니까 여기까지 왔겠지. 남자는 좋아하지 않으면 이런 짓 안 해."
"그래?"
만족한 표정을 지은 이경은 그제서야 스마트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11시네."
"그래? 나가자."
신평은 물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몸을 일으켰다.
이경은 접시에 남아 있는 잠시 회를 보더니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 스마트폰을 핸드백에 넣고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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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19금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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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토요일 아침 11시. 세피아 입구.
밖으로 나오자마자 뜨거운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자 신평은 눈을 찌푸리며 이경을 쳐다봤다.
"야, 너 집에서 뭐라고 안 해?"
"나 혼자 살아."
"그래?"
"......"
"왜?
"아니. 그냥."
"나 배고파. 해장하러 가자. 우리."
어느새 자신의 팔짱을 낀 이경이 '우리'라는 단어를 쓰자 신평은 씩 웃으며 도로에 서 있는 빈 택시를 가리켰다.
택시에 올라탄 신평은 이경이 옆자리에 올라타며 차문을 닫자 기사에게 짧게 말했다.
"기사님. 을지로 우래옥 이요."
"어머? 나 냉면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해장에는 냉면이 최고지. 거기 육수가 끝내주잖아."
신평은 순간 '야, 세상에 여름에 냉면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냐?'라고 말하려다가 급히 말을 돌렸다.
그녀가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자신의 손을 꼭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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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침대에 누워 천장을 멀뚱멀뚱 쳐다보던 신평은 모기 한 마리가 얼굴 근처로 날아오자 입으로 후 불며 몸을 일으켰다.
책상위에 있던 전기모기향을 켠 그는 다시 침대 위로 드러누웠다.
내일은 그녀와 인천 앞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오랜만에 연애세포가 살아나 인생에 활력이 생기는 느낌이다.
렌트를 하려다 택시를 타고 가기로 마음 먹었는데 택시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계좌에 6,000만 원 가량이 들어 있고 월요일에는 60억, 화요일에 120억, 수요일에는 240억이 생긴다.
그러면 이제 모든 게 끝이다.
내일은 하루종일 그녀와 돌아다니며 놀아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전자담배를 입에 물었다.
갑자기 어제 타로카페에서 무당이 한 말이 떠오른 것이다.
자신이 조만간 재물복이 터지겠지만 그 복 때문에 오히려 화가 생겨서 죽을 고비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가족에게 옮기라는 말을 남겼다.
지금 자신은 재산이 없다.
하지만 다음 주면 몇 백억을 가진 재력가가 되는데 하필 어제 그 무당을 만나 재수없는 말을 들은 것이다.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지만 자꾸 찝찝한 기분이 들어 기분이 더럽다.
냉장고를 연 그는 와인이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반바지를 입고 지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오랜만에 가는 편의점이다.
기름장에 찍은 참치회를 김으로 덮어 입안에 넣은 신평이 맥주잔을 들자 이경이 비어 있는 소주잔을 내밀었다.
벌써 소주 한 병과 맥주 두 병을 거의 다 마셨다.
"이경씨,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냐? 소주 한 병 벌써 다 먹었는데..."
"아냐, 안주만 좋으면 소주 두 병 정도는 먹을 수 있어."
그녀의 잔에 소주를 따르던 신평은 벨을 누르더니 소주를 한 병 더 시키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열이 올랐는지 불그스레한 얼굴을 한 그녀는 말과 다르게 꽤 취한 듯 보였다.
눈동자의 초점이 약간 흐려진 상태다.
둘은 만난 지 몇 시간만에 벌써 말을 놓는 사이가 되어 버렸는데 타로카페에서 사주를 본 후 심리적으로 급격히 가까워졌다.
마지막에 무당이 공짜로 궁합을 봐주겠다더니 둘이 견우와 직녀가 따로 없다느니 하는 말로 립서비스를 해주었다.
신평은 자신의 사주가 좋지 않아 무당이 입 발린 말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경은 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넌 꿈이 뭐냐?"
신평이 불쑥 꿈을 물어보자 이경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그를 잠시 쳐다보았다.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사는 거. 너는?"
"나 참, 꿈이 겨우 그거야?"
"인생 뭐 있나? 그냥 행복하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그러는 넌 뭔데?"
"나?"
"......"
그는 자신의 맥주잔에 남아 있는 맥주를 다 비우고 젓가락으로 참치회를 집어 기름장에 푹 찍었다.
"난 먹고 자고 노는 거."
"뭐? 에이 그런게 어딨어? 남자가 시시하게..."
"시시하다니? 모두에게 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 더 즐겁게 사는 놈이 결국 이기는거야?"
"무슨 게임하니? 이기고 지고 하게..."
"에이..."
"허 참, 넌 하루 24시간 중에 몇 시간 정도 행복하냐?"
"음...한 1시간? 2시간?"
"그럼 넌 겨우 그 한두 시간 동안 행복감을 느끼려고 22시간을 투자하는 거야."
"하긴. 나도 진짜 돈만 많으면 당장 일 때려치지."
이경은 갑자기 속이 타는지 소주잔에 남은 술을 입에 털어넣더니 다시 빈 잔을 내밀었다.
"좀 천천히 마셔."
"왜? 술값 많이 나올까 봐?"
"나 참, 소주 한 병에 얼마 한다고..."
"하긴 넌 돈이 많으니까..."
소주를 받은 그녀는 맥주병을 들더니 그의 빈 잔에 맥주를 채워 주었다.
"넌 직업이 뭐야? 솔직히 말해. 펀드매니저 아닌 거 아니까."
갑자기 그녀가 직업을 묻자 신평은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젓가락으로 초생강을 하나 집어 들고 입에 넣어 아삭아삭 씹었다.
"펀드매니저 맞아. 하루 수익률이 100%야."
그녀는 한참 동안 그에게 눈을 흘기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소주잔을 들었다.
"......"
"진짜야. 내가 너한테 왜 거짓말 하겠냐?"
"......"
"......"
"너 나 좋아해?
젓가락으로 김을 집으려던 그는 그녀가 갑자기 돌직구를 날리자 김을 떨어뜨리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너 취했어?"
"아니, 안 취했는데."
"취한 거 같은데?"
"아닌데."
신평은 김을 겨우 집어들어 입에 구겨 넣더니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술이 취했는지 그녀가 예쁘게 보인다.
"지금 몇 시냐?
"왜 말을 돌려?"
"무슨 말? 너 좋아하냐고 한 거?
"그래."
"당연히 좋으니까 여기까지 왔겠지. 남자는 좋아하지 않으면 이런 짓 안 해."
"그래?"
만족한 표정을 지은 이경은 그제서야 스마트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11시네."
"그래? 나가자."
신평은 물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몸을 일으켰다.
이경은 접시에 남아 있는 잠시 회를 보더니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 스마트폰을 핸드백에 넣고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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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19금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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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토요일 아침 11시. 세피아 입구.
밖으로 나오자마자 뜨거운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자 신평은 눈을 찌푸리며 이경을 쳐다봤다.
"야, 너 집에서 뭐라고 안 해?"
"나 혼자 살아."
"그래?"
"......"
"왜?
"아니. 그냥."
"나 배고파. 해장하러 가자. 우리."
어느새 자신의 팔짱을 낀 이경이 '우리'라는 단어를 쓰자 신평은 씩 웃으며 도로에 서 있는 빈 택시를 가리켰다.
택시에 올라탄 신평은 이경이 옆자리에 올라타며 차문을 닫자 기사에게 짧게 말했다.
"기사님. 을지로 우래옥 이요."
"어머? 나 냉면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해장에는 냉면이 최고지. 거기 육수가 끝내주잖아."
신평은 순간 '야, 세상에 여름에 냉면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냐?'라고 말하려다가 급히 말을 돌렸다.
그녀가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자신의 손을 꼭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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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침대에 누워 천장을 멀뚱멀뚱 쳐다보던 신평은 모기 한 마리가 얼굴 근처로 날아오자 입으로 후 불며 몸을 일으켰다.
책상위에 있던 전기모기향을 켠 그는 다시 침대 위로 드러누웠다.
내일은 그녀와 인천 앞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오랜만에 연애세포가 살아나 인생에 활력이 생기는 느낌이다.
렌트를 하려다 택시를 타고 가기로 마음 먹었는데 택시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계좌에 6,000만 원 가량이 들어 있고 월요일에는 60억, 화요일에 120억, 수요일에는 240억이 생긴다.
그러면 이제 모든 게 끝이다.
내일은 하루종일 그녀와 돌아다니며 놀아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전자담배를 입에 물었다.
갑자기 어제 타로카페에서 무당이 한 말이 떠오른 것이다.
자신이 조만간 재물복이 터지겠지만 그 복 때문에 오히려 화가 생겨서 죽을 고비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가족에게 옮기라는 말을 남겼다.
지금 자신은 재산이 없다.
하지만 다음 주면 몇 백억을 가진 재력가가 되는데 하필 어제 그 무당을 만나 재수없는 말을 들은 것이다.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지만 자꾸 찝찝한 기분이 들어 기분이 더럽다.
냉장고를 연 그는 와인이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반바지를 입고 지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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