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드디어 각성! 그런데 페널티의 상태가?(2)
조회 : 1,141 추천 : 3 글자수 : 5,336 자 2022-08-20
잘생긴 모솔 성자로 전직합니다.
2화
드디어 각성! 근데 페널티의 상태가?(2)
목이 부어라 과음을 지른 후.
“......”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백지가 된 기분이라는 말을 완벽하게 이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저 사람 왜 저런데.”
“쯧쯧. 젊은 놈이 불쌍하네.”
“겉만 멀쩡한 사람인가 보다.”
꼴에 각성은 했다고 평상시에는 못 들었을 남들의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근데 전직이 얼굴을 따지는 건 진짜 아니지 않나?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시스템은 평등해야지.
하...
터벅터벅, 비틀비틀 앞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숙이고 한강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쩝. 잘생기긴했네.”
각성하면서 자랐는지 등을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긴 백발.
남성의 한 손에 가려질 것만 같은 조그만한 얼굴에 샤프한 턱선.
청량감과 시크함이 공존하는 것 같은 벽안.
높은 콧대와 살짝 유혹적인 빨간 입술.
변화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키 159cm로 아슬아슬하게 공익을 가지 못하는 개엿같은 키가 187cm로 커지고 모델을 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만 같은 황금비율로 변했다.
‘어좁’ 그 자체였던 어깨는 얼굴 3개를 나열해서 떨어질 것 같지 않게 넓어졌고 심각했던 발목 통뼈와 굵은 허벅지의 문제는 언제 있었냐는 듯 능청을 부리는 것 같았다.
“이거지. 이게 인생이지.”
여자랑 말을 할 수 없다는 페널티는 아팠지만 잘생겨졌다는 게 어디야.
이제 어딜 가도 무시당하지 않겠지. 나를 회피하던 사람들이 사라졌겠지.
흐흐흐.
아 자꾸 이상한 웃음소리가 나오네. 그리고 이 웃음소리가 자꾸 나오는 이유는 더 있다.
페널티명이 ‘적응불가’였었지.
하지만 이에 대항하듯 완벽하게 적응을 끝낸다면?
그렇다면 이 페널티가 풀리지 않을까?
“너무 웃으니 배가 아프네. 마치 꼭 시린 것처럼.”
시린 것처럼?
“아 옷이 작아졌구나. 그럴 줄 알고 다행히 롱패딩을 챙겼었지.”
바로 가방을 들고 롱패딩을 꺼내는 도중 누가 내 몸을 살포시 콕콕 찔렀다.
“저기요. 그쪽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번호 가능한가요?”
이후 작은 목소리로 앙큼한 놈. 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들렸다.
나 지금 번호 따이는 거야?
이 성스러운 행위가 바로 번호 따임이라는 것 이구나.
‘네, 여기요.’
[페널티 : 적응불가로 인해 말을 하실 수 없습니다.]
“아 씨발.”
페넬티 때문에 상대방에게 말을 못 건네는구나.
그럼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자. 내 번호가...
“하. 씨발이라니. 변태처럼 다니는 놈한테 번호를 물어본 내 잘못이지. 알았어. 네 눈앞에 꺼져줄게.”
‘저기요. 저기요! 그게 아니라. 제가 말 못할 사정이. 아니 이걸 어떻게 바디랭귀지로 표현해.’
[페널티 : 적응불가로 인해 말을 하실 수 없습니다.]
[페널티 : 적응불가로 인해 말을 하실 수 없습니다.]
“하 시바. 욕을 안 하고 싶어도 안 할 수가 없네.”
이후 롱패딩을 주섬주섬 꺼내 입었다.
“에휴 집이나 가야지.”
잘생겨져도 홀로 쓸쓸하게 걸어나는 가온이었다.
오는 동안 변호 따임이라는 신성한 이벤트는 열리지 않았다.
너무 잘생기고 귀티가 흐르는 게 그 이유였지만, 가온은 전혀 몰랐다.
삐삐삐삐 문이 열립니다.
어느 때와 똑같이 현관에 달린 전신거울을 봤다.
하지만 어느 때와 다른 것이 있었으니.
그 정체는 얼굴이었다.
“26년째 얼굴은 풍년이구나. 풍악을 울려야겠는데.”
일일 출석체크도 빼놓으면 섭섭하지.
근데 대사는 바꿔도 좋지 않을까?
이후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잘생겼다. 나는 잘생겼다. 나는 잘생겼다.”
뭔가 되게 뿌듯하네.
이후 방 안으로 들어가 씻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1시간 이상, 그것도 거울을 보면서.
욕실에서 나온 후 몸을 닦고 큰 옷을 입었다.
컴퓨터로 직행한 뒤 곧장 외출복과 내복 몇 벌을 구입한 뒤 바벨넷에 접속했다.
잘생기면 인싸라는 이상한 논리를 사용하며 커뮤활동을 줄여야 하나 생각했지만 그 마음은 이내 사라졌다.
이 재밌는 걸 어떻게 그만둬.
커뮤니티를 뒤적이다 보니 내 이야기를 발견했다.
[제목] 아침에 풍기문란범 만난 썰.
오늘 아침 조깅을 하다가 있었던 일임.
오늘도 조깅을 하는데 다리 밑에 존잘남 한 명이 있는 거임.
그래서 바로 번호 따러 갔지.
근처에서 보니 더 잘생겼고 옷도 심하게 작은 옷을 입어서 노출이 꽤 있었음.
바로 이거다 싶어 번호를 물어보니 “아 씨발” 이라고 답변하는 거임.
순간 빡돌았는데 얼굴 보니 바로 수긍하고 나옴.
잘생긴 애들도 변태 짓 하는구나.
추천 : 345 비추천 : 486
[댓글]
─ 네 다음 망상.
─ 네가 못생겨서 까인 게 아닐까?
└ 아프게 팩트로 때리네.
─ 나도 잘생긴 애 보고 싶어ㅠㅠ
─ 어떻게 생겼었는데?
└ 긴 백발에 청안이었는데 비율이랑 이목구비랑 장난 아니었음.
└ 백발+청안이면 성자 아님?
└ 킹능성있다. 성자 오늘 각성한 거일 수도
└ ㅋㅋ그런거면 성자 불쌍하네. 히든피스 다 뺏겼엌ㅋㅋ
“벌써 내 이름이 나오네.”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내 이름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생겼다.
각성도 했겠다. 이제 속 시원하게 불러보네.
이걸로 있었던 흑역사가 떠오르니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확신을 가지고 외쳤다.
“상태창”
[이름 – 정가온]
[직업 – 이름 모를 신의 성자(히든)]
[레벨 : 1]
[스킬 – 경국지색(유니크) 순도 높은 성력(히든) 성스러운 신체(히든)]
[능력 – 힘(12) 민첩(13) 체력(16) 성력(24) 감각(9) 잔여 능력 포인트는 0p입니다.]
상태창을 본 나는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경국지색이야 얼굴이 개연성임을 드러낼 둘도 없는 스킬이었고, 순도 높은 성력은 말 그대로 성력의 순도를 높여줘 같은 성력이여도 더 강하게 효과가 작용하는 특성이다. 예를 들면 상대방은 2의 성력으로 해결되는 것이 나는 1의 성력으로 해결이 된다. 성스러운 신체는 지금 잘생겨진 내 몸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몸의 내부도 좋아져 신체 능력이 크게 향상하게 하고 최대 능력치 100이라는 한계를 해체하는 효과도 있다.
“크으. 영롱하다 영롱해.”
앞으로의 성장 방침이 문제인데.
우선 게임에서 했던 것처럼 성력 위주로 키우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문제는 지금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유명한 성당에서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를 해야 하는데 세상이 변하고 해외로 나가기가 너무 힘들어진 것이 문제였다. 또 남아있는 성당이 거의 없기도 하고.
“이건 게임 내 존재하던 성당에서 렙업하는게 더 좋겠다.”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면 히든구역도 구현이 되는 것 같고, 어짜피 후반 가면 성당이랑 종교 하나 만들어야 하니깐. 미래를 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성력 렙업은 일단 보류하고 보조직업을 정령사를 할까, 테이머를 할까. 생각했다.
처음에는 칼, 창, 방패를 들까 생각도 했지만, 히키코모리 인생 26년 그런 게 될 리가 없었다.
아무리 고인물이라 한들 실제로 몬스터를 잡을 때 발생되는 고통, 두려움은 별개였다.
운동도 꾸준히 했지만, 운동신경이 좋은 편도 아니었고 할 때마다 힘들었다.
‘얼굴이 처참했으면 절대 안 했지. 암, 그렇고 말고.’
아 진짜 입꼬리 내리는 법을 까먹었어.
이 얼굴 너무 잘생긴 거 아니냐구~
자아도취에 한 번 더 빠져 술이라도 까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커뮤니티 실시간 랭킹 1위에 내 이름이 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뭐야. 내가 왜 실시간 랭킹 1위야.”
고개를 좌측으로 45도씩 갸웃거리고는 실검 1위로 들어갔다.
[제목] 성자 개같이 부활(불 이모지x3)
제목 봐서 알겠지만 오늘 오전 성자가 개같이 부활했다.
5252 성자쿤 혼토니(진짜) 각성을 못했던 것이었냐구~
오해해서 미안하다. 와타시(나) 성자쿤에게 무릎 꿇고 사죄를 빈다.
(대충 위에서 나온 글 하이퍼링크)
이 것을 미루(봐라). 성자가 붓카츠(부활)했다.
십존은 이제 긴장을 해야할 것이다.
성자는 혼토다카라.(진짜니깐)
쿠쿠쿠쿠쿠쿸
추천 : 3742 비추천 : 11437
[댓글]
─ 씹덕 씨발
─ 말투 개ㅈ같네
─ 애니나 쳐 보러 가
─ 역겹긴 한데 말투로 극딜 넣는 거 보니 글쓴이 불쌍하누
└ 전혀 안 불쌍한데.
└ ㅇㅈ
└ ㄹㅇㅋㅋ
─ 저 사실만으로 확답 짓기에는 근거가 빈약하지 않음?
└ 한국에 긴 백발에 청안인데 키가 크고 잘생겼다? 빼박 성자인데. 외국인한테 말 걸면 바벨이 직접 통역해준다는 문구가 뜨는데 글쓴이가 안 적은 거 보면 백퍼 한국인임.
└ nose난 이냐?
└ 노잼이다 진짜.
└ 개꿀잼인디.
└ -틀-
└ -잼-
─ 성자쿤 드디어 이 세상으로 나오는 거냐구~ 진짜 기대된다.
└ 말투 18 제발.
─ 성자쿤 이 세계는 칠흑과도 같았어. 하지만 너라는 한 줌의 빛으로 살아갈 희망을 얻었어. 어서 구원‘해줘’ -구원단 일동-
└ 성자오면 이 사이비놈들 또 판치는 거임?
└ 저희는 사이비가 아닙니다!
└ ㅋㅋㅋㅋㅋㅋ 올해 들은 말 중에 제일 웃김.
└ 올해 시작된 지 이제 10시간 된 거 아님?
└ ㅇㅇ 그래서 이 표현 씀.
└ ㅇㅋ..
“와 진짜 어질어질하네.”
생각해보니 내가 복귀하면 구원단 애들 날뛰는 거 아니야?
관심 끄고 살아야지 무조건.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나였다.
“슬슬 복귀의 신호탄도 날려야 되고 각종 보너스를 받으려면 개인 채널을 만들긴 해야 하는데.”
개인 채널을 만들려고 앞길이 막막했다.
게임에서는 주도적으로 팬덤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겨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외모와 행보로 주목을 모은 상태에서 갭모에를 주기 위해 오타쿠 흉내를 내긴 했었지.
의문을 품을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맞다면 맞는거야.
암튼 그 결과 외모로 여성 유저를 잡고 오타쿠 흉내로 남성을 잡았었지.
“이렇게 날먹으로 뜨기는 힘들겠지.”
세상이 변한 지 5년 이미 랭커들을 보면 억 단위의 큰 팬덤을 보유하고 있고 이 시장에서 떡상하기에는 옛날에 이 유저가 유명했다. 라는 카더라로는 정도는 힘들었다.
“결국 내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데. 친구라도 있으면 물어볼 텐데.”
그렇게 5분간 로뎅의 생각하는 동상처럼 고민하다가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미튜브를 켰다.
미튜브의 알고리즘에 통칭 ‘아스나짱’ 보였다.
“아 맞다. 나 친구 있었지. 티켓팅 고인물 친구한테 물어볼까?”
친구 좋은 점이 무엇인가.
바로 고난과 역경에 부딪쳤을 때 서로 으쌰으쌰하면 이겨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아닌가? 친구가 없이 오래 살아서 잘 모르겠네.
그래도 물어보면 도움이 되겠지. 은근 습자지 지식이었던 애니깐.
[연락처] 첫 실친
시원하게 전화하자.
침을 삼키고 전화버튼을 눌렀다.
빠라라라라 빠라라라라
-여보세요.
-혹시 지금 바쁘냐?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시간 널널한데 왜?
-너 혹시 바벨튜브나 미튜브 만들어 본 적 있냐?
-있음. 미튜브 구독자 85만명 보유 중.
-레알? 지리네.
-그래서 그건 왜 물어보는데.
-각성도 했겠다. 바벨튜브나 할까 해서.
-아 너 게임시절 유명하다고 했었지. 내가 참고했던 자료 보내줄게.
-땡큐땡큐
-근데 미튜브 이름 뭐임? 나도 구독해 줄게.
-헌터 분석가 멍멍이 이게 내 미튜브명임.
-진짜? 나도 그거 자주 보는데.
헌터 분석가 멍멍이는 구독자가 85만 명이지만 조회수는 100만을 항상 넘기는 유명 미튜버이다. 분석하는 실력도 좋아서 자주 즐겨보던 채널이었다. 이게 내 친구인 것인지 처음 알았네. 내 안에서 친구의 위상이 조금 더 상승했다.
-구독함?
-당연하지.
-자료 보냈다.
-감사 감사. 만들어서 보여드림 피드백점.
-오케이. 빠이
-빠이
뚝.
바톡!
오 벌써 왔다보네.
친구의 바톡명을 바꾸고 자료를 본 후 곧장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식음전폐 3시간 만에 완성했다.
사실 채널명 정하고, 소개글 적고, 홈페이지 화면을 꾸미는게 다이긴 했지만 말이다.
우선 홈페이지 화면에는 내 셀카를 크게 한 장 박았고, 채널명은 핸썸 성자. 소개글은 break the world 시절의 그 성자가 맞습니다. 라고 깔끔하게 적었다.
[바톡-멍멍이]
-(대충 홈페이지 꾸민 사진)
어떰? ㄱㅊ?
-낫뱃이네. 언제 데뷔할 거?
-내일이나 모레로 할까 생각 중.
-그럼 내일 나랑 합방하고 모레 데뷔 ㄱㄱ
-그럼 나야 땡큐지.
-내일 오후 8시 ㄱㄴ?
-ㄱㄴ. 근데 합방 뭘로 하려고.
-내가 니 바벨튜브 실시간 관전하면서 분석하려고.
-그럼 그거 3일 뒤에 하자. 나 챙길 거 있음.
-히든피스 먹게?
-ㅇㅇ
-ㅇㅋ. 근데 남아있는 게 있냐?
-ㅇㅇ. 나 성자임.
-성자라고? 찐?
-홈페이지 제대로 안 봄? 왜 뒷북이냐.
-와. 진짜네. 그래서 3일 뒤 8시 할 거지?
-예스.
유명 미튜버빨을 받으면 구독자가 확 생기겠지.
일단 직업 퀘부터 빠르게 깨고 화려하게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야지.
만능 가방(1회 출격완료)을 들고 집을 나섰다.
2화
드디어 각성! 근데 페널티의 상태가?(2)
목이 부어라 과음을 지른 후.
“......”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백지가 된 기분이라는 말을 완벽하게 이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저 사람 왜 저런데.”
“쯧쯧. 젊은 놈이 불쌍하네.”
“겉만 멀쩡한 사람인가 보다.”
꼴에 각성은 했다고 평상시에는 못 들었을 남들의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근데 전직이 얼굴을 따지는 건 진짜 아니지 않나?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시스템은 평등해야지.
하...
터벅터벅, 비틀비틀 앞으로 걸어갔다.
고개를 숙이고 한강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쩝. 잘생기긴했네.”
각성하면서 자랐는지 등을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긴 백발.
남성의 한 손에 가려질 것만 같은 조그만한 얼굴에 샤프한 턱선.
청량감과 시크함이 공존하는 것 같은 벽안.
높은 콧대와 살짝 유혹적인 빨간 입술.
변화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키 159cm로 아슬아슬하게 공익을 가지 못하는 개엿같은 키가 187cm로 커지고 모델을 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만 같은 황금비율로 변했다.
‘어좁’ 그 자체였던 어깨는 얼굴 3개를 나열해서 떨어질 것 같지 않게 넓어졌고 심각했던 발목 통뼈와 굵은 허벅지의 문제는 언제 있었냐는 듯 능청을 부리는 것 같았다.
“이거지. 이게 인생이지.”
여자랑 말을 할 수 없다는 페널티는 아팠지만 잘생겨졌다는 게 어디야.
이제 어딜 가도 무시당하지 않겠지. 나를 회피하던 사람들이 사라졌겠지.
흐흐흐.
아 자꾸 이상한 웃음소리가 나오네. 그리고 이 웃음소리가 자꾸 나오는 이유는 더 있다.
페널티명이 ‘적응불가’였었지.
하지만 이에 대항하듯 완벽하게 적응을 끝낸다면?
그렇다면 이 페널티가 풀리지 않을까?
“너무 웃으니 배가 아프네. 마치 꼭 시린 것처럼.”
시린 것처럼?
“아 옷이 작아졌구나. 그럴 줄 알고 다행히 롱패딩을 챙겼었지.”
바로 가방을 들고 롱패딩을 꺼내는 도중 누가 내 몸을 살포시 콕콕 찔렀다.
“저기요. 그쪽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번호 가능한가요?”
이후 작은 목소리로 앙큼한 놈. 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들렸다.
나 지금 번호 따이는 거야?
이 성스러운 행위가 바로 번호 따임이라는 것 이구나.
‘네, 여기요.’
[페널티 : 적응불가로 인해 말을 하실 수 없습니다.]
“아 씨발.”
페넬티 때문에 상대방에게 말을 못 건네는구나.
그럼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자. 내 번호가...
“하. 씨발이라니. 변태처럼 다니는 놈한테 번호를 물어본 내 잘못이지. 알았어. 네 눈앞에 꺼져줄게.”
‘저기요. 저기요! 그게 아니라. 제가 말 못할 사정이. 아니 이걸 어떻게 바디랭귀지로 표현해.’
[페널티 : 적응불가로 인해 말을 하실 수 없습니다.]
[페널티 : 적응불가로 인해 말을 하실 수 없습니다.]
“하 시바. 욕을 안 하고 싶어도 안 할 수가 없네.”
이후 롱패딩을 주섬주섬 꺼내 입었다.
“에휴 집이나 가야지.”
잘생겨져도 홀로 쓸쓸하게 걸어나는 가온이었다.
오는 동안 변호 따임이라는 신성한 이벤트는 열리지 않았다.
너무 잘생기고 귀티가 흐르는 게 그 이유였지만, 가온은 전혀 몰랐다.
삐삐삐삐 문이 열립니다.
어느 때와 똑같이 현관에 달린 전신거울을 봤다.
하지만 어느 때와 다른 것이 있었으니.
그 정체는 얼굴이었다.
“26년째 얼굴은 풍년이구나. 풍악을 울려야겠는데.”
일일 출석체크도 빼놓으면 섭섭하지.
근데 대사는 바꿔도 좋지 않을까?
이후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잘생겼다. 나는 잘생겼다. 나는 잘생겼다.”
뭔가 되게 뿌듯하네.
이후 방 안으로 들어가 씻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1시간 이상, 그것도 거울을 보면서.
욕실에서 나온 후 몸을 닦고 큰 옷을 입었다.
컴퓨터로 직행한 뒤 곧장 외출복과 내복 몇 벌을 구입한 뒤 바벨넷에 접속했다.
잘생기면 인싸라는 이상한 논리를 사용하며 커뮤활동을 줄여야 하나 생각했지만 그 마음은 이내 사라졌다.
이 재밌는 걸 어떻게 그만둬.
커뮤니티를 뒤적이다 보니 내 이야기를 발견했다.
[제목] 아침에 풍기문란범 만난 썰.
오늘 아침 조깅을 하다가 있었던 일임.
오늘도 조깅을 하는데 다리 밑에 존잘남 한 명이 있는 거임.
그래서 바로 번호 따러 갔지.
근처에서 보니 더 잘생겼고 옷도 심하게 작은 옷을 입어서 노출이 꽤 있었음.
바로 이거다 싶어 번호를 물어보니 “아 씨발” 이라고 답변하는 거임.
순간 빡돌았는데 얼굴 보니 바로 수긍하고 나옴.
잘생긴 애들도 변태 짓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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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네 다음 망상.
─ 네가 못생겨서 까인 게 아닐까?
└ 아프게 팩트로 때리네.
─ 나도 잘생긴 애 보고 싶어ㅠㅠ
─ 어떻게 생겼었는데?
└ 긴 백발에 청안이었는데 비율이랑 이목구비랑 장난 아니었음.
└ 백발+청안이면 성자 아님?
└ 킹능성있다. 성자 오늘 각성한 거일 수도
└ ㅋㅋ그런거면 성자 불쌍하네. 히든피스 다 뺏겼엌ㅋㅋ
“벌써 내 이름이 나오네.”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내 이름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생겼다.
각성도 했겠다. 이제 속 시원하게 불러보네.
이걸로 있었던 흑역사가 떠오르니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확신을 가지고 외쳤다.
“상태창”
[이름 – 정가온]
[직업 – 이름 모를 신의 성자(히든)]
[레벨 : 1]
[스킬 – 경국지색(유니크) 순도 높은 성력(히든) 성스러운 신체(히든)]
[능력 – 힘(12) 민첩(13) 체력(16) 성력(24) 감각(9) 잔여 능력 포인트는 0p입니다.]
상태창을 본 나는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경국지색이야 얼굴이 개연성임을 드러낼 둘도 없는 스킬이었고, 순도 높은 성력은 말 그대로 성력의 순도를 높여줘 같은 성력이여도 더 강하게 효과가 작용하는 특성이다. 예를 들면 상대방은 2의 성력으로 해결되는 것이 나는 1의 성력으로 해결이 된다. 성스러운 신체는 지금 잘생겨진 내 몸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몸의 내부도 좋아져 신체 능력이 크게 향상하게 하고 최대 능력치 100이라는 한계를 해체하는 효과도 있다.
“크으. 영롱하다 영롱해.”
앞으로의 성장 방침이 문제인데.
우선 게임에서 했던 것처럼 성력 위주로 키우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문제는 지금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유명한 성당에서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를 해야 하는데 세상이 변하고 해외로 나가기가 너무 힘들어진 것이 문제였다. 또 남아있는 성당이 거의 없기도 하고.
“이건 게임 내 존재하던 성당에서 렙업하는게 더 좋겠다.”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면 히든구역도 구현이 되는 것 같고, 어짜피 후반 가면 성당이랑 종교 하나 만들어야 하니깐. 미래를 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성력 렙업은 일단 보류하고 보조직업을 정령사를 할까, 테이머를 할까. 생각했다.
처음에는 칼, 창, 방패를 들까 생각도 했지만, 히키코모리 인생 26년 그런 게 될 리가 없었다.
아무리 고인물이라 한들 실제로 몬스터를 잡을 때 발생되는 고통, 두려움은 별개였다.
운동도 꾸준히 했지만, 운동신경이 좋은 편도 아니었고 할 때마다 힘들었다.
‘얼굴이 처참했으면 절대 안 했지. 암, 그렇고 말고.’
아 진짜 입꼬리 내리는 법을 까먹었어.
이 얼굴 너무 잘생긴 거 아니냐구~
자아도취에 한 번 더 빠져 술이라도 까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커뮤니티 실시간 랭킹 1위에 내 이름이 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뭐야. 내가 왜 실시간 랭킹 1위야.”
고개를 좌측으로 45도씩 갸웃거리고는 실검 1위로 들어갔다.
[제목] 성자 개같이 부활(불 이모지x3)
제목 봐서 알겠지만 오늘 오전 성자가 개같이 부활했다.
5252 성자쿤 혼토니(진짜) 각성을 못했던 것이었냐구~
오해해서 미안하다. 와타시(나) 성자쿤에게 무릎 꿇고 사죄를 빈다.
(대충 위에서 나온 글 하이퍼링크)
이 것을 미루(봐라). 성자가 붓카츠(부활)했다.
십존은 이제 긴장을 해야할 것이다.
성자는 혼토다카라.(진짜니깐)
쿠쿠쿠쿠쿠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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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씹덕 씨발
─ 말투 개ㅈ같네
─ 애니나 쳐 보러 가
─ 역겹긴 한데 말투로 극딜 넣는 거 보니 글쓴이 불쌍하누
└ 전혀 안 불쌍한데.
└ ㅇㅈ
└ ㄹㅇㅋㅋ
─ 저 사실만으로 확답 짓기에는 근거가 빈약하지 않음?
└ 한국에 긴 백발에 청안인데 키가 크고 잘생겼다? 빼박 성자인데. 외국인한테 말 걸면 바벨이 직접 통역해준다는 문구가 뜨는데 글쓴이가 안 적은 거 보면 백퍼 한국인임.
└ nose난 이냐?
└ 노잼이다 진짜.
└ 개꿀잼인디.
└ -틀-
└ -잼-
─ 성자쿤 드디어 이 세상으로 나오는 거냐구~ 진짜 기대된다.
└ 말투 18 제발.
─ 성자쿤 이 세계는 칠흑과도 같았어. 하지만 너라는 한 줌의 빛으로 살아갈 희망을 얻었어. 어서 구원‘해줘’ -구원단 일동-
└ 성자오면 이 사이비놈들 또 판치는 거임?
└ 저희는 사이비가 아닙니다!
└ ㅋㅋㅋㅋㅋㅋ 올해 들은 말 중에 제일 웃김.
└ 올해 시작된 지 이제 10시간 된 거 아님?
└ ㅇㅇ 그래서 이 표현 씀.
└ ㅇㅋ..
“와 진짜 어질어질하네.”
생각해보니 내가 복귀하면 구원단 애들 날뛰는 거 아니야?
관심 끄고 살아야지 무조건.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나였다.
“슬슬 복귀의 신호탄도 날려야 되고 각종 보너스를 받으려면 개인 채널을 만들긴 해야 하는데.”
개인 채널을 만들려고 앞길이 막막했다.
게임에서는 주도적으로 팬덤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겨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외모와 행보로 주목을 모은 상태에서 갭모에를 주기 위해 오타쿠 흉내를 내긴 했었지.
의문을 품을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맞다면 맞는거야.
암튼 그 결과 외모로 여성 유저를 잡고 오타쿠 흉내로 남성을 잡았었지.
“이렇게 날먹으로 뜨기는 힘들겠지.”
세상이 변한 지 5년 이미 랭커들을 보면 억 단위의 큰 팬덤을 보유하고 있고 이 시장에서 떡상하기에는 옛날에 이 유저가 유명했다. 라는 카더라로는 정도는 힘들었다.
“결국 내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데. 친구라도 있으면 물어볼 텐데.”
그렇게 5분간 로뎅의 생각하는 동상처럼 고민하다가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미튜브를 켰다.
미튜브의 알고리즘에 통칭 ‘아스나짱’ 보였다.
“아 맞다. 나 친구 있었지. 티켓팅 고인물 친구한테 물어볼까?”
친구 좋은 점이 무엇인가.
바로 고난과 역경에 부딪쳤을 때 서로 으쌰으쌰하면 이겨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아닌가? 친구가 없이 오래 살아서 잘 모르겠네.
그래도 물어보면 도움이 되겠지. 은근 습자지 지식이었던 애니깐.
[연락처] 첫 실친
시원하게 전화하자.
침을 삼키고 전화버튼을 눌렀다.
빠라라라라 빠라라라라
-여보세요.
-혹시 지금 바쁘냐?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시간 널널한데 왜?
-너 혹시 바벨튜브나 미튜브 만들어 본 적 있냐?
-있음. 미튜브 구독자 85만명 보유 중.
-레알? 지리네.
-그래서 그건 왜 물어보는데.
-각성도 했겠다. 바벨튜브나 할까 해서.
-아 너 게임시절 유명하다고 했었지. 내가 참고했던 자료 보내줄게.
-땡큐땡큐
-근데 미튜브 이름 뭐임? 나도 구독해 줄게.
-헌터 분석가 멍멍이 이게 내 미튜브명임.
-진짜? 나도 그거 자주 보는데.
헌터 분석가 멍멍이는 구독자가 85만 명이지만 조회수는 100만을 항상 넘기는 유명 미튜버이다. 분석하는 실력도 좋아서 자주 즐겨보던 채널이었다. 이게 내 친구인 것인지 처음 알았네. 내 안에서 친구의 위상이 조금 더 상승했다.
-구독함?
-당연하지.
-자료 보냈다.
-감사 감사. 만들어서 보여드림 피드백점.
-오케이. 빠이
-빠이
뚝.
바톡!
오 벌써 왔다보네.
친구의 바톡명을 바꾸고 자료를 본 후 곧장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식음전폐 3시간 만에 완성했다.
사실 채널명 정하고, 소개글 적고, 홈페이지 화면을 꾸미는게 다이긴 했지만 말이다.
우선 홈페이지 화면에는 내 셀카를 크게 한 장 박았고, 채널명은 핸썸 성자. 소개글은 break the world 시절의 그 성자가 맞습니다. 라고 깔끔하게 적었다.
[바톡-멍멍이]
-(대충 홈페이지 꾸민 사진)
어떰? ㄱㅊ?
-낫뱃이네. 언제 데뷔할 거?
-내일이나 모레로 할까 생각 중.
-그럼 내일 나랑 합방하고 모레 데뷔 ㄱㄱ
-그럼 나야 땡큐지.
-내일 오후 8시 ㄱㄴ?
-ㄱㄴ. 근데 합방 뭘로 하려고.
-내가 니 바벨튜브 실시간 관전하면서 분석하려고.
-그럼 그거 3일 뒤에 하자. 나 챙길 거 있음.
-히든피스 먹게?
-ㅇㅇ
-ㅇㅋ. 근데 남아있는 게 있냐?
-ㅇㅇ. 나 성자임.
-성자라고? 찐?
-홈페이지 제대로 안 봄? 왜 뒷북이냐.
-와. 진짜네. 그래서 3일 뒤 8시 할 거지?
-예스.
유명 미튜버빨을 받으면 구독자가 확 생기겠지.
일단 직업 퀘부터 빠르게 깨고 화려하게 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야지.
만능 가방(1회 출격완료)을 들고 집을 나섰다.
작가의 말
욕이 조금 많네요 ㅎㅎ
끝맺음도 이렇게 쓰는 게 많나 싶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잘생긴 모솔 성자로 전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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