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드디어 각성! 그런데 페널티의 상태가?(1)
조회 : 1,176 추천 : 4 글자수 : 4,992 자 2022-08-20
잘생긴 모솔 성자로 전직합니다.
1화
드디어 각성! 그런데 페널티의 상태가?(1)
삐삐삐삐 문이 열립니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온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현관에 달린 전신거울을 봤다.
통뼈 발목, 굵은 허벅지가 1차 공격을 했고 있는 건가 싶은 어깨가 2차 공격을 했다.
쓰레기처럼 보이는 몸뚱아리를 다 보고 역겹게 생긴 얼굴을 봤다.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네.”
25년이 넘게 꾸준히 보고 있는 얼굴이지만 처음 볼 때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거울을 본다고 얼굴이 달라지나.
더욱 괴로움에 몸부림칠 뿐이지.
하...
그래도 조금이라도 잘생겼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정든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 일일 출석체크나 다름이 없는 최면을 시작했다.
“나는 사람답게 생겼다. 나는 사람답게 생겼다. 나는 사람답게 생겼다.”
이후 손을 씻고 히터와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를 켜고 접속한 곳은 바벨넷.
바벨넷은 시스템의 관리하에 있는 대형 커뮤니티이다.
바벨튜브도 존재하는데 바벨튜브는 각성자들이 하는 방송을 볼 수 있다.
이 현대사회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바벨넷이 생긴 이유는 간단했다.
흔히 웹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도입부와 비슷하다 못해 똑같기 때문이다.
4년 전인 2030년 1월 1일에 인류는 큰 위기를 맞이했다.
각국의 수도에 큰 규모의 지진, 마른 벼락과 함께 탑이 생성되었다.
이후 각국의 도시나 시골 등 모든 곳에서 게이트가 열리면서 제1차 지구멸망의 날이 찾아왔다.
제1차 지구멸망의 날이라는 수식어답게 게이트에서 쏟아져나온 온갖 괴물들로 인해 전 세계인구의 10%가 사라졌다.
이렇게 세계가 멸망하나 싶었던 것도 잠시.
소위 말하는 ‘각성자’가 생겨나면서 각성자들이 몬스터를 죽이고 게이트를 클리어하면서 제1차 지구멸망의 날을 끝냈다.
그러던 도중 많은 사람들은 깨닫는다.
격변한 세계가 게임 속 세상과 동일하다는 점.
게임의 이름은 break the world로 장르는 vr mmorpg 이었다.
등장할 때부터 많은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고 그 결과 사전예약만 2억 명 가까이 되었었다.
그럼 이 게임이 흥했는가?
출시 후 6개월만 놓고 따진다면 백이면 백 그렇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다르다.
한번 죽으면 모두 리셋이 된 상태로 부활 된다는 점. 헬을 넘어서 극헬이라고 불릴 정도의 높은 난이도.
또 아이템 합성, 뽑기, 강화가 모두 확률 게임이었고 이 확률 또한 극헬.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운영진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년에 1번씩 업데이트를 하던 것도 5년이 지나자 사라졌고, 거기다가 버그가 너무나도 많았다. 9급 게이트에 한 번씩 7급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은 일상다반사였으며 한 번씩 이유 없이 캐릭터가 죽어 뼈 빠지게 키운 것이 증발되는 것이었다.
이런 버그들이 전혀 고쳐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떠났다.
그리고 클리셰적으로 나는 이 게임의 고인물 중 1명이다.
문제는 아직 각성을 못했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말이 돼?
게임 내 PvE 세계랭킹 10위 안, PvP는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들어가는 랭커인 내가 각성이 안 되다니.
세상이 변하고 4년 동안 가장 많이 찡찡대는 점이다.
심지어 나를 강제로 사망 처리한 글들이 수천 개나 될 정도이다.
[제목] 유명했던 존잘성자 어디감?
똥겜 말기에서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 유명했던 성자 어디감?
설마 죽었나?
죽은거면 너무 슬프다ㅠㅠ
잘생긴 오빠유ㅠㅠㅠ
추천 : 4876 비추천 : 359
[댓글]
─ 성자를 포함해서 안 보이는 사람이 많긴 해 ㅋㅋ
└ 쫄았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인 건 확실
└ 그 또라이가 죽었을 리가 없는데
└ 그걸 니가 그걸 어캐 알아
└ 친추까지 할 정도로 친분이 있으니깐ㅋ
└ ㅈ랄은 ㄴㄴ
└ 방구석 찐따가 열폭하네ㅋㅋ
아니... 각성을 못했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야?
그런데 나를 너무 잘 아네.
진짜 친추창에 있었던 사람인가.
실제로 게임 내에서 팬덤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팬덤명은 ‘구원단’, 팬덤 랭킹은 14위였다.
그러면 뭐하냐. 제일 중요한 각성을 못했는데.
다른 글이나 보자.
“오 이게 실시간 1등이네. 한국 십존에 관한거라. 한번 볼까.”
[제목] 한국 국대에 관하여
솔직히 우리나라 국대가 제일 강한 것 같지 않냐?
솔직히 원딜이 넘사급임
천조국 국대도 우리집 강아지밥 같던데.
내일 열리는 국가전 한국이 무조건 1위다. 증거자료를 보여줌
(대충 전재산 한국 1위 한다는 토토에 꼬라박은 사진)
나 믿고 투자해라. 무려 32배나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대충 한국 국대가 모인 사진)
그런 의미로 한국인이라면 한국 국대 구독과 좋아요. 꼭 하자^^
추천 : 1972 비추천 : 257511
[댓글]
─ 혼자 길바닥에 나앉아라. 왜 남에 인생을 망치려고 함?
─ 인정합니다. 전재산 꼬라박읍시다(난 안해)
─ 천조국 국대가 니네집 강아지밥 이라고? 니네집 강아지 드래곤이냐?
└ 드래곤은 엄연한 도마뱀과임.
└ 눈치 더럽게 없네ㅋ
└ 먼개소리임? 눈치 있는데.
└ ㅋㅋㅋ친구없지? 앗 팩폭이었나?
└ 친구 있다 ㅆㅂ럼아.
└ 무섭당... 왜 화내...
└ ㅋㅋㅋ어질어질하네.
─ 전재산 버릴 바에 저한테 조금만 주세요.
└ 니가 열심히 일해, 인생 그렇게 살지 말고.
└ ㅗ
한국 국대라. 확실히 약한 편은 아니지만 국가전 1등을 할 만큼 강한 편은 아니지.
국가전이란 1년에 1번, 1월 1일에 열리는 대회로 시스템이 직접 주관하는 가장 큰 이벤트이다.
1위 보상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아마 게임이랑 동일하다면 대량의 경험치와 에픽 등급의 아이템 카드, 스킬 카드를 줄 것이다.
참고로 등급순서는 노말 > 매직 > 레어 > 에픽 > 유니크 > 레전데리 > 유일 이다.
글쓴이가 구독과 좋아요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개인방송 시스템 때문이다.
개인방송의 구독자와 좋아요가 많을수록 국가전 같은 특수 이벤트나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 좋은 버프를 받는다. 또 한 달을 간격으로 아이템도 받고. 반면 싫어요는 디버프를 받는다.
이걸로 중국이 욕을 많이 먹었었지.
아군에게는 좋아요 테러를 적에게는 싫어요 테러를.
인구수 많은 나라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중국인답게 정도를 몰랐다.
이런 사기성을 가지고 중국이 탑을 많이 클리어하지 못한 이유는 이 규칙은 탑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라는 점에 있다.
탑은 각국에 하나씩 있으며 격변과 함께 생성되었다.
탑에 오르는 이유는 두 개가 있다.
우선 첫 번째는 게임(현실)의 클리어를 위해서이고 탑의 층수는 100층이다.
문제는 게임이었던 시절에도 단 한 명도 클리어한 사람이 없었다.
두 번째 이유가 강해지기 위해. 우선 보스를 처지 하는데 0.1%라도 기여를 하면 주는 보상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이는 곧 전투력과 비례한다.
이게 현재 천조국이 국가전 1등을 하는 이유이다.
내일로 세상이 변한 지 내일로 정확하게 5년. 현재까지 탑 클리어 34층으로 1등은 미국이다. 2등은 32층으로 러시아. 5등은 29층으로 중국.
한국은 6등으로 27층 일본은 8등으로 24층이다.
“이번 배팅도 역시 미국한테 해야 하나.”
인터넷으로 걸려다가 모니터 앞에 있는 티켓을 보고 맘을 돌렸다.
티켓의 정체는 국가전 티켓
그것도 좌석이 1열에 존재하는 최고급 티켓이었다.
티켓을 보니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아 구하는데 힘들었지. 아마 피시방 옆자리 티켓팅 고인물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옆자리 티켓팅 고인물 친구와는 외모부터 성격까지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
“나도 친구와 술 한잔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걸까.”
상대가 남자지만 잠깐 두근두근했다.
물론 여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여자는 기본이요 남자들도 나를 싫어해서 단 한 번도 ‘약속’이라는 거창한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일 현장에서 배팅을 하겠다고 생각하던 도중 눈앞에 파란창이 떴다.
띠링!
[전 세계 모든 유저에게 공지드립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여 주세요.]
각성도 못한 비각성자도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짜증나긴 하네.
실제로 처음 이 기능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난 각성한 줄 알고 별의 별 뻘짓을 다했었다.
그 결과가 ‘생긴 만큼 사는 놈이네’라는 낙인이었고.
쓰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프다.
“인벤토리 오픈.”
[인벤토리가 오픈됩니다.]
[인벤토리 (1/10)]
─ 제5차 업데이트 안내서
전 세계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알다시피 관리자인 리자입니다.
제5차 업데이트의 내용은 break the world의 업데이트 내용과 동일합니다.
추가된 점은 현재 인류의 50%가 각성자인 상태입니다.
금일이후로 모든 인류가 각성합니다.
행복이 가득하길. ─
업데이트 안내서를 본 나는 두 눈을 끔뻑거렸다.
“전인류 각성? 그럼 나도 각성하는 것인가!”
세상이 격변한지 어느덧 4.9년.
4.9년간 은근히 멸시당하던... 아 외모 때문에 항상 강한 멸시를 당했었구나...
음... 암튼 드디어 각성한다.
“딱 기다려라. 잘생긴 얼굴.”
게임 내에서 존잘 성자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날 우연히 발견했던 기연 때문이다.
다른 히든피스는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전파되었을지 몰라도 이 기연만큼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애초에 히든 아이템이면 몰라도 히든 직업은 세상에 하나뿐이다.
거기다가 발견하는 법이 태평양에서 잃어버린 핸드폰 찾기보다도 어려워 발견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 조차도 노리고 한 것이아닌 처음 주량측정을 한답시고 노안주 소주 5병을 드링킹 했다가 우연히 얻어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아 잘생겨지면 뭐하지.”
흐흐흐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간다.
머릿속에서 1초마다 버킷리스트가 갱신되고 있었다.
일단 여자친구부터 만들자!
모솔인생 25.9년 내일로 끝이다.
하하하하핫.
아 너무 바보같나.
아무렴 어때. 이제 꼴뚜기 인생 탈출인데.
오랜만에 웃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
[제5차 업데이트가 종료되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좋은 소식이 나를 반겼다.
“드디어 각성을 했네. 아 행복해요. 당장 히든직업 얻으러 간다.”
말 그대로 나는 씻지도 않고 대충 옷 하나 걸쳤다.
그후 작업재료를 넣은 가방을 메고 모자를 쓰고 한강으로 달려갔다.
지금 시간이 오전 6시. 한강에는 은근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있었다.
‘다 예쁘고 잘생겼네.’
나도 곧 그렇게 되겠지.
이후 다리 밑으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놨다.
다리 밑에 있는 꽃을 조심스래 뽑아 한강에 살포시 얹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빌었다.
“잘생겨지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다. 웃으면서 살고 싶다!”
[축하합니다!]
[히든직업 : 이름 모를 신의 성자로 전직합니다.]
드디어! 앞으로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듬직하게 생겼네, 착하게 생겼네, 공부 잘하게 생겼네.’라는 말도 살면서 못 들어볼 정도로 끔찍한 외모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달고 살았다.
잘생긴 얼굴로 사는 내가 너무 기대된다.
라고 생각한 지 1시간째.
[처리중 99%]
언제 끝나. 처리를 무슨 1시간 동안 해. 시스템선생님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찐 고성능 아니었나요? 얼굴이 안 변하는데요.
[오류! 오류!]
? 저기요? 선생님?
[얼굴의 격의 차이가 너무 극심합니다.]
...... 전직도 얼굴을 따져...?
[개체명 : 정가온에게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페널티라니. 이건 진짜 아니잖아요. 저한테 왜그러세요.
[페널티 : 적응불가]
[적응불가 : 당신은 새로운 얼굴에 적응을 하실 수 없습니다. 앞으로 당신의 적응을 도와드리기 위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도움-당신은 동성이 아닌 생명체에게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권속은 예외입니다.)]
...... 그러니깐 페널티 한줄 요약을 하면 ‘넌 여자에게 말을 할 수 없다.’ 잖아.
씨발? 진짜 아니지 이건. 드디어 잘생겨졌는데! 여자랑 이야기를 못하다니!
내 버킷리스트는! 내 행복라이프는!
“아아아아아아앜!”
내 고성이 오전 6시의 한강을 강타했다.
1화
드디어 각성! 그런데 페널티의 상태가?(1)
삐삐삐삐 문이 열립니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온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현관에 달린 전신거울을 봤다.
통뼈 발목, 굵은 허벅지가 1차 공격을 했고 있는 건가 싶은 어깨가 2차 공격을 했다.
쓰레기처럼 보이는 몸뚱아리를 다 보고 역겹게 생긴 얼굴을 봤다.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네.”
25년이 넘게 꾸준히 보고 있는 얼굴이지만 처음 볼 때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거울을 본다고 얼굴이 달라지나.
더욱 괴로움에 몸부림칠 뿐이지.
하...
그래도 조금이라도 잘생겼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정든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 일일 출석체크나 다름이 없는 최면을 시작했다.
“나는 사람답게 생겼다. 나는 사람답게 생겼다. 나는 사람답게 생겼다.”
이후 손을 씻고 히터와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를 켜고 접속한 곳은 바벨넷.
바벨넷은 시스템의 관리하에 있는 대형 커뮤니티이다.
바벨튜브도 존재하는데 바벨튜브는 각성자들이 하는 방송을 볼 수 있다.
이 현대사회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바벨넷이 생긴 이유는 간단했다.
흔히 웹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도입부와 비슷하다 못해 똑같기 때문이다.
4년 전인 2030년 1월 1일에 인류는 큰 위기를 맞이했다.
각국의 수도에 큰 규모의 지진, 마른 벼락과 함께 탑이 생성되었다.
이후 각국의 도시나 시골 등 모든 곳에서 게이트가 열리면서 제1차 지구멸망의 날이 찾아왔다.
제1차 지구멸망의 날이라는 수식어답게 게이트에서 쏟아져나온 온갖 괴물들로 인해 전 세계인구의 10%가 사라졌다.
이렇게 세계가 멸망하나 싶었던 것도 잠시.
소위 말하는 ‘각성자’가 생겨나면서 각성자들이 몬스터를 죽이고 게이트를 클리어하면서 제1차 지구멸망의 날을 끝냈다.
그러던 도중 많은 사람들은 깨닫는다.
격변한 세계가 게임 속 세상과 동일하다는 점.
게임의 이름은 break the world로 장르는 vr mmorpg 이었다.
등장할 때부터 많은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고 그 결과 사전예약만 2억 명 가까이 되었었다.
그럼 이 게임이 흥했는가?
출시 후 6개월만 놓고 따진다면 백이면 백 그렇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다르다.
한번 죽으면 모두 리셋이 된 상태로 부활 된다는 점. 헬을 넘어서 극헬이라고 불릴 정도의 높은 난이도.
또 아이템 합성, 뽑기, 강화가 모두 확률 게임이었고 이 확률 또한 극헬.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운영진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년에 1번씩 업데이트를 하던 것도 5년이 지나자 사라졌고, 거기다가 버그가 너무나도 많았다. 9급 게이트에 한 번씩 7급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은 일상다반사였으며 한 번씩 이유 없이 캐릭터가 죽어 뼈 빠지게 키운 것이 증발되는 것이었다.
이런 버그들이 전혀 고쳐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떠났다.
그리고 클리셰적으로 나는 이 게임의 고인물 중 1명이다.
문제는 아직 각성을 못했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말이 돼?
게임 내 PvE 세계랭킹 10위 안, PvP는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들어가는 랭커인 내가 각성이 안 되다니.
세상이 변하고 4년 동안 가장 많이 찡찡대는 점이다.
심지어 나를 강제로 사망 처리한 글들이 수천 개나 될 정도이다.
[제목] 유명했던 존잘성자 어디감?
똥겜 말기에서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 유명했던 성자 어디감?
설마 죽었나?
죽은거면 너무 슬프다ㅠㅠ
잘생긴 오빠유ㅠㅠㅠ
추천 : 4876 비추천 : 359
[댓글]
─ 성자를 포함해서 안 보이는 사람이 많긴 해 ㅋㅋ
└ 쫄았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인 건 확실
└ 그 또라이가 죽었을 리가 없는데
└ 그걸 니가 그걸 어캐 알아
└ 친추까지 할 정도로 친분이 있으니깐ㅋ
└ ㅈ랄은 ㄴㄴ
└ 방구석 찐따가 열폭하네ㅋㅋ
아니... 각성을 못했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야?
그런데 나를 너무 잘 아네.
진짜 친추창에 있었던 사람인가.
실제로 게임 내에서 팬덤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팬덤명은 ‘구원단’, 팬덤 랭킹은 14위였다.
그러면 뭐하냐. 제일 중요한 각성을 못했는데.
다른 글이나 보자.
“오 이게 실시간 1등이네. 한국 십존에 관한거라. 한번 볼까.”
[제목] 한국 국대에 관하여
솔직히 우리나라 국대가 제일 강한 것 같지 않냐?
솔직히 원딜이 넘사급임
천조국 국대도 우리집 강아지밥 같던데.
내일 열리는 국가전 한국이 무조건 1위다. 증거자료를 보여줌
(대충 전재산 한국 1위 한다는 토토에 꼬라박은 사진)
나 믿고 투자해라. 무려 32배나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대충 한국 국대가 모인 사진)
그런 의미로 한국인이라면 한국 국대 구독과 좋아요. 꼭 하자^^
추천 : 1972 비추천 : 257511
[댓글]
─ 혼자 길바닥에 나앉아라. 왜 남에 인생을 망치려고 함?
─ 인정합니다. 전재산 꼬라박읍시다(난 안해)
─ 천조국 국대가 니네집 강아지밥 이라고? 니네집 강아지 드래곤이냐?
└ 드래곤은 엄연한 도마뱀과임.
└ 눈치 더럽게 없네ㅋ
└ 먼개소리임? 눈치 있는데.
└ ㅋㅋㅋ친구없지? 앗 팩폭이었나?
└ 친구 있다 ㅆㅂ럼아.
└ 무섭당... 왜 화내...
└ ㅋㅋㅋ어질어질하네.
─ 전재산 버릴 바에 저한테 조금만 주세요.
└ 니가 열심히 일해, 인생 그렇게 살지 말고.
└ ㅗ
한국 국대라. 확실히 약한 편은 아니지만 국가전 1등을 할 만큼 강한 편은 아니지.
국가전이란 1년에 1번, 1월 1일에 열리는 대회로 시스템이 직접 주관하는 가장 큰 이벤트이다.
1위 보상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아마 게임이랑 동일하다면 대량의 경험치와 에픽 등급의 아이템 카드, 스킬 카드를 줄 것이다.
참고로 등급순서는 노말 > 매직 > 레어 > 에픽 > 유니크 > 레전데리 > 유일 이다.
글쓴이가 구독과 좋아요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개인방송 시스템 때문이다.
개인방송의 구독자와 좋아요가 많을수록 국가전 같은 특수 이벤트나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 좋은 버프를 받는다. 또 한 달을 간격으로 아이템도 받고. 반면 싫어요는 디버프를 받는다.
이걸로 중국이 욕을 많이 먹었었지.
아군에게는 좋아요 테러를 적에게는 싫어요 테러를.
인구수 많은 나라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중국인답게 정도를 몰랐다.
이런 사기성을 가지고 중국이 탑을 많이 클리어하지 못한 이유는 이 규칙은 탑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라는 점에 있다.
탑은 각국에 하나씩 있으며 격변과 함께 생성되었다.
탑에 오르는 이유는 두 개가 있다.
우선 첫 번째는 게임(현실)의 클리어를 위해서이고 탑의 층수는 100층이다.
문제는 게임이었던 시절에도 단 한 명도 클리어한 사람이 없었다.
두 번째 이유가 강해지기 위해. 우선 보스를 처지 하는데 0.1%라도 기여를 하면 주는 보상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이는 곧 전투력과 비례한다.
이게 현재 천조국이 국가전 1등을 하는 이유이다.
내일로 세상이 변한 지 내일로 정확하게 5년. 현재까지 탑 클리어 34층으로 1등은 미국이다. 2등은 32층으로 러시아. 5등은 29층으로 중국.
한국은 6등으로 27층 일본은 8등으로 24층이다.
“이번 배팅도 역시 미국한테 해야 하나.”
인터넷으로 걸려다가 모니터 앞에 있는 티켓을 보고 맘을 돌렸다.
티켓의 정체는 국가전 티켓
그것도 좌석이 1열에 존재하는 최고급 티켓이었다.
티켓을 보니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아 구하는데 힘들었지. 아마 피시방 옆자리 티켓팅 고인물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옆자리 티켓팅 고인물 친구와는 외모부터 성격까지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
“나도 친구와 술 한잔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걸까.”
상대가 남자지만 잠깐 두근두근했다.
물론 여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여자는 기본이요 남자들도 나를 싫어해서 단 한 번도 ‘약속’이라는 거창한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일 현장에서 배팅을 하겠다고 생각하던 도중 눈앞에 파란창이 떴다.
띠링!
[전 세계 모든 유저에게 공지드립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여 주세요.]
각성도 못한 비각성자도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짜증나긴 하네.
실제로 처음 이 기능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난 각성한 줄 알고 별의 별 뻘짓을 다했었다.
그 결과가 ‘생긴 만큼 사는 놈이네’라는 낙인이었고.
쓰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프다.
“인벤토리 오픈.”
[인벤토리가 오픈됩니다.]
[인벤토리 (1/10)]
─ 제5차 업데이트 안내서
전 세계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알다시피 관리자인 리자입니다.
제5차 업데이트의 내용은 break the world의 업데이트 내용과 동일합니다.
추가된 점은 현재 인류의 50%가 각성자인 상태입니다.
금일이후로 모든 인류가 각성합니다.
행복이 가득하길. ─
업데이트 안내서를 본 나는 두 눈을 끔뻑거렸다.
“전인류 각성? 그럼 나도 각성하는 것인가!”
세상이 격변한지 어느덧 4.9년.
4.9년간 은근히 멸시당하던... 아 외모 때문에 항상 강한 멸시를 당했었구나...
음... 암튼 드디어 각성한다.
“딱 기다려라. 잘생긴 얼굴.”
게임 내에서 존잘 성자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날 우연히 발견했던 기연 때문이다.
다른 히든피스는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전파되었을지 몰라도 이 기연만큼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애초에 히든 아이템이면 몰라도 히든 직업은 세상에 하나뿐이다.
거기다가 발견하는 법이 태평양에서 잃어버린 핸드폰 찾기보다도 어려워 발견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 조차도 노리고 한 것이아닌 처음 주량측정을 한답시고 노안주 소주 5병을 드링킹 했다가 우연히 얻어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아 잘생겨지면 뭐하지.”
흐흐흐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간다.
머릿속에서 1초마다 버킷리스트가 갱신되고 있었다.
일단 여자친구부터 만들자!
모솔인생 25.9년 내일로 끝이다.
하하하하핫.
아 너무 바보같나.
아무렴 어때. 이제 꼴뚜기 인생 탈출인데.
오랜만에 웃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
[제5차 업데이트가 종료되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좋은 소식이 나를 반겼다.
“드디어 각성을 했네. 아 행복해요. 당장 히든직업 얻으러 간다.”
말 그대로 나는 씻지도 않고 대충 옷 하나 걸쳤다.
그후 작업재료를 넣은 가방을 메고 모자를 쓰고 한강으로 달려갔다.
지금 시간이 오전 6시. 한강에는 은근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있었다.
‘다 예쁘고 잘생겼네.’
나도 곧 그렇게 되겠지.
이후 다리 밑으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놨다.
다리 밑에 있는 꽃을 조심스래 뽑아 한강에 살포시 얹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빌었다.
“잘생겨지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다. 웃으면서 살고 싶다!”
[축하합니다!]
[히든직업 : 이름 모를 신의 성자로 전직합니다.]
드디어! 앞으로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듬직하게 생겼네, 착하게 생겼네, 공부 잘하게 생겼네.’라는 말도 살면서 못 들어볼 정도로 끔찍한 외모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달고 살았다.
잘생긴 얼굴로 사는 내가 너무 기대된다.
라고 생각한 지 1시간째.
[처리중 99%]
언제 끝나. 처리를 무슨 1시간 동안 해. 시스템선생님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찐 고성능 아니었나요? 얼굴이 안 변하는데요.
[오류! 오류!]
? 저기요? 선생님?
[얼굴의 격의 차이가 너무 극심합니다.]
...... 전직도 얼굴을 따져...?
[개체명 : 정가온에게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페널티라니. 이건 진짜 아니잖아요. 저한테 왜그러세요.
[페널티 : 적응불가]
[적응불가 : 당신은 새로운 얼굴에 적응을 하실 수 없습니다. 앞으로 당신의 적응을 도와드리기 위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도움-당신은 동성이 아닌 생명체에게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권속은 예외입니다.)]
...... 그러니깐 페널티 한줄 요약을 하면 ‘넌 여자에게 말을 할 수 없다.’ 잖아.
씨발? 진짜 아니지 이건. 드디어 잘생겨졌는데! 여자랑 이야기를 못하다니!
내 버킷리스트는! 내 행복라이프는!
“아아아아아아앜!”
내 고성이 오전 6시의 한강을 강타했다.
작가의 말
커뮤니티 댓글 길이가 더 길어도 되는지 궁금하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잘생긴 모솔 성자로 전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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