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소악마의 부름
조회 : 579 추천 : 1 글자수 : 3,561 자 2022-08-23
다음 날, 숙취로 인한 두통을 느낀 핸섬이 침대에서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잘 아는 천장이군.”
핸섬은 혹시라도 자신이 이세계로 건너왔을 때처럼 밤새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하룻밤의 백일몽으로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하룻밤만에 사라져버렸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도 존재했다.
부스럭부스럭.
핸섬은 취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손에 꼭 쥐고 있던 작은 종이를 매만졌다.
어젯밤, 술에 취해 만난 마가토 원수가 그에게 전해준 종이.
그 종이의 질감이 어제 그가 겪은 일이 결코 꿈 속의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핸섬은 침대에 누워 잠시 생각을 하다가 돌연 손바닥을 펼쳤다. 그리고는 구깃구깃한 종이를 펼쳐 그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아나톨 포스탈리스 가(街) 5번지, 75007 포어리.
“이건······. 여기로 오라는 얘기겠지?”
마가토 원수가 자신에게 어째서 이 종이를 건네준 것인지.
그 정확한 의도는 핸섬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추측하건대, 결코 장난 같은 걸 하려고 준 것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날짜가 적혀있지 않은 건 언제 오든 상관없다는 얘기인가?”
과연 마가토 원수가 그날 술에 취한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여기에 가면 들을 수 있을까? 아니면 사실은 그저 마가토 원수가 자신과 친해지고 싶었던 것뿐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핸섬의 뇌리를 파고들었지만, 이내 그는 자신이 지금 결정해야 할 것은 한 가지뿐임을 이해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그때, 핸섬은 방 밖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발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우다다닥! 우당탕탕!!
이 저택에서 저런 소리를 내고 돌아다닐 인간은 단 한 명밖에 없었으므로. 그리고 그 인간은 절대로 핸섬이 좋아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오빠!!”
그 사람은, 아니, 그녀는 다름 아닌 핸섬의 여동생, 오펠리아 핸섬이었다.
그녀의 나이는 만으로 6살.
조그마한 몸에 악마가 깃들 나이였다.
핸섬은 두려운 눈빛으로 잠겨 있는 방문을 쳐다보았지만, 곧 그 얇은 나무벽이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즐리 오빠아!!!”
쾅쾅쾅!!
오펠리아가 그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니, 부수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핸섬은 그런 방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조그마한 반항이라도 하듯 방 밖을 향해 소리쳤다.
“왜 불러!?”
“아빠가 내려오래!!”
“아버지가······?”
그런데 그녀가 자신에게 볼일이 있는 게 아니라 심부름인 듯했다. 핸섬은 마침 잘됐다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알았어! 내려갈테니까, 먼저 가있어!”
“······.”
이어지는 적막. 핸섬은 어쩐지 그 침묵이 이 다음에 찾아올 폭풍의 전조처럼 느껴졌다.
쾅쾅쾅쾅!!
그리고 그게 맞았다.
“오빠!! 문 좀 열어봐!!!”
괜스레 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옛날 잔혹 동화에 나오는 악마의 목소리처럼 느껴지는 핸섬이었다.
“하아!”
하지만 어쩌랴.
여길 나가려면 저 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을.
그리고 아마 그녀는 내가 방밖으로 나갈 때까지 저 앞에서 계속 저러고 있으리라.
아니면 문을 박살내거나.
어쩔 수 없이 핸섬은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옷을 챙겨입고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을 열자마자 오펠리아가 입꼬리가 귀에 걸린 얼굴로 방 안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핑크빛이 도는 짧은 머리가 소악마가 안식의 장소를 침범하려는 모습에 핸섬이 급하게 손을 뻗었다.
“잠깐!”
“나, 물감 좀 빌려줘!!”
그러나 오펠리아를 막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녀는 자신을 붙잡는 핸섬의 손을 우악스럽게 비집고는 미꾸라지처럼 자리 사이로 몸을 집어넣어 그를 지나쳤다.
“야!!”
누가 여섯 살을 미운 여섯 살이라고 불렀는가.
핸섬이 볼 때 여섯 살은 죽여버리고 싶은 여섯 살이 분명했다.
***
잠시 후, 핸섬은 혼신의 힘을 다해 간신히 오펠리아를 자신의 방에서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녀가 목적을 이루는 것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히히히히······. 예쁘다.”
오펠리아가 핸섬의 방에서 꺼내온 파란색 물감을 손에 들고 히죽이죽 웃고 있었다.
“그거 아껴써라. 비싼 거라고.”
“응! 알았어.”
“아니, 진짜로 비싼 거라고. 보석 갈아서 만든 거라서 그거 하나에 말 하나 값은 한단 말이야.”
“나도 알아!”
“······.”
그래, 아니까 가져갔겠지.
오펠리아가 보석을 갈아서 만들었다는 청금석 파란 물감을 쳐다보며 눈을 빛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핸섬의 안색은 급격히 흙빛으로 변해갔다.
왜냐면 저 분홍 악마가 그에게서 가져간 물건 중에 온전히 올아온 물건이 없었으니까.
아마 저 물감도 같은 운명을 피하지 못하리라.
“그래, 어디 이번에는 약속 지키나 보자.”
“응!”
핸섬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며 계단을 내려가는 오펠리아를 바라보며 그가 자신의 방문을 굳게 닫았다. 그리고는 오펠리아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는 건데?”
“몰라!”
“들은 거 없어?”
“아니, 들은 게 너무 많아서 모르겠어!”
“······.”
그러자 오펠리아가 손가락을 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유를 열거하기 시작했다.
아니, 난사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몰랐다.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오빠 어제도 술 먹고 취해서 집에 들어왔지~ 군대에서 오빠 욕한다고 엄마 걱정하는 소리도 들었고~ 아침에 펜델 중위님이 오빠 출근 안 했다고 찾아 왔다가 돌아갔지~ 아! 오셔서 어제 오빠가 술 취해서 카페에서 난동 부린 거랑~ 계급장 집어던진 얘기도 해줬어! 자기도 챙기는 거 잊어버렸다고 나중에 만들어주겠다던데! 그런데 그 얘기 듣고 화난 건 엄마였으니까 아빠가 오빠 왜 부르는 지는 잘 모르겠는 걸~?”
“······그래, 대단하네.”
끝도 없이 이유를 늘어놓는 오펠리아의 말에 핸섬이 도중에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질색인 표정으로 나긋나긋 그녀에게 말했다.
“오펠리아, 넌 핸섬 가에서 100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언어의 천재가 분명한 것 같다.”
“당연하지!”
하지만 핸섬의 말에도 오펠리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양 보무도 당당히 계단을 걸어내려갔다.
그 뒤를 따르는 핸섬의 표정은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펜델 중위님이 왔다가신건가.’
물론, 지금 그가 군대에 가야 할 시간을 어긴 것은 아니었다. 왜냐면 현재의 혁명군은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 군대였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 그대로다.
혁명군 간부는 출근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있었다. 즉, 자율 근무제라는 얘기. 무슨 그런 군대가 있냐고 하겠지만, 실제가 그런 걸 어쩌겠는가.
핸섬도 군대가 자율근무제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있었다.
‘쓰레기 같은 군대. 가서 무슨 꼴을 보려고 꼬박꼬박 출근해? 가서 할 일도 없는데.’
현재의 혁명군은 10년 전에 자신을 절대군주라고 외치던 옴스트라누스 황제를 처형시키며 그 시작을 알렸다.
혁명의 구호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
흔히 시민 혁명이라 부르는 이 혁명을 통해 혁명군은 지금의 포스탈리카 공화국을 세웠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포스탈리카의 군대는 ‘자율적인 군대’를 표방하고 있었으니, 바로 그들이 혁명을 일으키며 외친 그 ‘자유’를 위한답시고 만든 정책의 결과였다.
자율적인 출퇴근. 평등한 상하 관계.
전투 시에도 박애의 정신을 잃지 않는 군대!
그리고 그 빌어먹을 군대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지금 핸섬이 만나러 가는 그의 아버지, 포어드 중장이었다.
그래서 오필리아의 뒤를 따르는 핸섬의 표정에는 복잡한 기분이 가득 차 있었다.
“근데 혼내려고 부르는 건 아닌 것 같던데?”
그때, 앞서가던 오펠리아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음? 그럼 방금 한 얘기는 다 뭔데?”
핸섬은 오펠리아가 한 얘기 중에 좋은 측에 드는 얘기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점을 확실히 기억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혼내려고 부르는 게 아니라고?
오펠리아가 대답했다.
“응! 그래서 나도 혼내려고 부르는 건가 했는데, 왠지 아빠 표정이 기분 좋아 보였거든! 그래서 그건 아닌 것 같아.”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핸섬은 그녀의 말에 더욱 뭐 때문제 자신을 부르는 건지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음 순간, 1층에 도착한 오펠리아가 곧바로 식당으로 뛰어가며 그 반대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빠는 지금 별관에 있어! 거기로 가봐!”
오펠리아는 곧 핸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흠······.”
그리고 핸섬은 사라진 오펠리아가 가리킨 별관을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별과안~?”
그의 아버지가 평소엔 잘 가지도 않는 별관에 있다는 얘기가 그렇게 생소하게 들릴 수가 없었다.
“잘 아는 천장이군.”
핸섬은 혹시라도 자신이 이세계로 건너왔을 때처럼 밤새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하룻밤의 백일몽으로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하룻밤만에 사라져버렸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도 존재했다.
부스럭부스럭.
핸섬은 취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손에 꼭 쥐고 있던 작은 종이를 매만졌다.
어젯밤, 술에 취해 만난 마가토 원수가 그에게 전해준 종이.
그 종이의 질감이 어제 그가 겪은 일이 결코 꿈 속의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핸섬은 침대에 누워 잠시 생각을 하다가 돌연 손바닥을 펼쳤다. 그리고는 구깃구깃한 종이를 펼쳐 그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아나톨 포스탈리스 가(街) 5번지, 75007 포어리.
“이건······. 여기로 오라는 얘기겠지?”
마가토 원수가 자신에게 어째서 이 종이를 건네준 것인지.
그 정확한 의도는 핸섬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추측하건대, 결코 장난 같은 걸 하려고 준 것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날짜가 적혀있지 않은 건 언제 오든 상관없다는 얘기인가?”
과연 마가토 원수가 그날 술에 취한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여기에 가면 들을 수 있을까? 아니면 사실은 그저 마가토 원수가 자신과 친해지고 싶었던 것뿐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핸섬의 뇌리를 파고들었지만, 이내 그는 자신이 지금 결정해야 할 것은 한 가지뿐임을 이해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그때, 핸섬은 방 밖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발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우다다닥! 우당탕탕!!
이 저택에서 저런 소리를 내고 돌아다닐 인간은 단 한 명밖에 없었으므로. 그리고 그 인간은 절대로 핸섬이 좋아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오빠!!”
그 사람은, 아니, 그녀는 다름 아닌 핸섬의 여동생, 오펠리아 핸섬이었다.
그녀의 나이는 만으로 6살.
조그마한 몸에 악마가 깃들 나이였다.
핸섬은 두려운 눈빛으로 잠겨 있는 방문을 쳐다보았지만, 곧 그 얇은 나무벽이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즐리 오빠아!!!”
쾅쾅쾅!!
오펠리아가 그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니, 부수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핸섬은 그런 방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조그마한 반항이라도 하듯 방 밖을 향해 소리쳤다.
“왜 불러!?”
“아빠가 내려오래!!”
“아버지가······?”
그런데 그녀가 자신에게 볼일이 있는 게 아니라 심부름인 듯했다. 핸섬은 마침 잘됐다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알았어! 내려갈테니까, 먼저 가있어!”
“······.”
이어지는 적막. 핸섬은 어쩐지 그 침묵이 이 다음에 찾아올 폭풍의 전조처럼 느껴졌다.
쾅쾅쾅쾅!!
그리고 그게 맞았다.
“오빠!! 문 좀 열어봐!!!”
괜스레 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옛날 잔혹 동화에 나오는 악마의 목소리처럼 느껴지는 핸섬이었다.
“하아!”
하지만 어쩌랴.
여길 나가려면 저 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을.
그리고 아마 그녀는 내가 방밖으로 나갈 때까지 저 앞에서 계속 저러고 있으리라.
아니면 문을 박살내거나.
어쩔 수 없이 핸섬은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옷을 챙겨입고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을 열자마자 오펠리아가 입꼬리가 귀에 걸린 얼굴로 방 안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핑크빛이 도는 짧은 머리가 소악마가 안식의 장소를 침범하려는 모습에 핸섬이 급하게 손을 뻗었다.
“잠깐!”
“나, 물감 좀 빌려줘!!”
그러나 오펠리아를 막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녀는 자신을 붙잡는 핸섬의 손을 우악스럽게 비집고는 미꾸라지처럼 자리 사이로 몸을 집어넣어 그를 지나쳤다.
“야!!”
누가 여섯 살을 미운 여섯 살이라고 불렀는가.
핸섬이 볼 때 여섯 살은 죽여버리고 싶은 여섯 살이 분명했다.
***
잠시 후, 핸섬은 혼신의 힘을 다해 간신히 오펠리아를 자신의 방에서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녀가 목적을 이루는 것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히히히히······. 예쁘다.”
오펠리아가 핸섬의 방에서 꺼내온 파란색 물감을 손에 들고 히죽이죽 웃고 있었다.
“그거 아껴써라. 비싼 거라고.”
“응! 알았어.”
“아니, 진짜로 비싼 거라고. 보석 갈아서 만든 거라서 그거 하나에 말 하나 값은 한단 말이야.”
“나도 알아!”
“······.”
그래, 아니까 가져갔겠지.
오펠리아가 보석을 갈아서 만들었다는 청금석 파란 물감을 쳐다보며 눈을 빛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핸섬의 안색은 급격히 흙빛으로 변해갔다.
왜냐면 저 분홍 악마가 그에게서 가져간 물건 중에 온전히 올아온 물건이 없었으니까.
아마 저 물감도 같은 운명을 피하지 못하리라.
“그래, 어디 이번에는 약속 지키나 보자.”
“응!”
핸섬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며 계단을 내려가는 오펠리아를 바라보며 그가 자신의 방문을 굳게 닫았다. 그리고는 오펠리아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는 건데?”
“몰라!”
“들은 거 없어?”
“아니, 들은 게 너무 많아서 모르겠어!”
“······.”
그러자 오펠리아가 손가락을 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유를 열거하기 시작했다.
아니, 난사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몰랐다.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오빠 어제도 술 먹고 취해서 집에 들어왔지~ 군대에서 오빠 욕한다고 엄마 걱정하는 소리도 들었고~ 아침에 펜델 중위님이 오빠 출근 안 했다고 찾아 왔다가 돌아갔지~ 아! 오셔서 어제 오빠가 술 취해서 카페에서 난동 부린 거랑~ 계급장 집어던진 얘기도 해줬어! 자기도 챙기는 거 잊어버렸다고 나중에 만들어주겠다던데! 그런데 그 얘기 듣고 화난 건 엄마였으니까 아빠가 오빠 왜 부르는 지는 잘 모르겠는 걸~?”
“······그래, 대단하네.”
끝도 없이 이유를 늘어놓는 오펠리아의 말에 핸섬이 도중에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질색인 표정으로 나긋나긋 그녀에게 말했다.
“오펠리아, 넌 핸섬 가에서 100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언어의 천재가 분명한 것 같다.”
“당연하지!”
하지만 핸섬의 말에도 오펠리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양 보무도 당당히 계단을 걸어내려갔다.
그 뒤를 따르는 핸섬의 표정은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펜델 중위님이 왔다가신건가.’
물론, 지금 그가 군대에 가야 할 시간을 어긴 것은 아니었다. 왜냐면 현재의 혁명군은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 군대였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 그대로다.
혁명군 간부는 출근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가 있었다. 즉, 자율 근무제라는 얘기. 무슨 그런 군대가 있냐고 하겠지만, 실제가 그런 걸 어쩌겠는가.
핸섬도 군대가 자율근무제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있었다.
‘쓰레기 같은 군대. 가서 무슨 꼴을 보려고 꼬박꼬박 출근해? 가서 할 일도 없는데.’
현재의 혁명군은 10년 전에 자신을 절대군주라고 외치던 옴스트라누스 황제를 처형시키며 그 시작을 알렸다.
혁명의 구호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
흔히 시민 혁명이라 부르는 이 혁명을 통해 혁명군은 지금의 포스탈리카 공화국을 세웠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포스탈리카의 군대는 ‘자율적인 군대’를 표방하고 있었으니, 바로 그들이 혁명을 일으키며 외친 그 ‘자유’를 위한답시고 만든 정책의 결과였다.
자율적인 출퇴근. 평등한 상하 관계.
전투 시에도 박애의 정신을 잃지 않는 군대!
그리고 그 빌어먹을 군대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지금 핸섬이 만나러 가는 그의 아버지, 포어드 중장이었다.
그래서 오필리아의 뒤를 따르는 핸섬의 표정에는 복잡한 기분이 가득 차 있었다.
“근데 혼내려고 부르는 건 아닌 것 같던데?”
그때, 앞서가던 오펠리아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음? 그럼 방금 한 얘기는 다 뭔데?”
핸섬은 오펠리아가 한 얘기 중에 좋은 측에 드는 얘기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점을 확실히 기억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혼내려고 부르는 게 아니라고?
오펠리아가 대답했다.
“응! 그래서 나도 혼내려고 부르는 건가 했는데, 왠지 아빠 표정이 기분 좋아 보였거든! 그래서 그건 아닌 것 같아.”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핸섬은 그녀의 말에 더욱 뭐 때문제 자신을 부르는 건지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음 순간, 1층에 도착한 오펠리아가 곧바로 식당으로 뛰어가며 그 반대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빠는 지금 별관에 있어! 거기로 가봐!”
오펠리아는 곧 핸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흠······.”
그리고 핸섬은 사라진 오펠리아가 가리킨 별관을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별과안~?”
그의 아버지가 평소엔 잘 가지도 않는 별관에 있다는 얘기가 그렇게 생소하게 들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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