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화 찍!
조회 : 631 추천 : 1 글자수 : 4,023 자 2022-08-23
핸섬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땀을 식혔다.
"흐흥~ 흥~ 흥흥~"
별장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사람이 하필이면 어릴 적에 부모님의 권유로 친하게 지내던 마야일 줄 그 누가 알았을까.
"흥흥~ 오빠! 물감 좀 뜯어줘!"
그리고 그 마야의 차에 동승한 것이 자신 뿐만이 아닐 줄은 또 누가 알았겠는가. 안 그래도 불편한 인간이 둘이나 있었다.
"내가 왜."
"뜯어줘어어~!!"
오펠리아가 핸섬과 마야 사이에서 불과 조금 전에 내 방에서 강제로 빌려간 물감을 들고 발을 구르며 그의 몸을 흔들었다.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짤랑짤랑한 목소리로 핸섬의 귀를 때렸다.
"그간 잘 지낸 모양이네, 이런 시국에 한가롭게 별장까지 운동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운동하던 거 아니야."
"아깐 운동하고 있었던 거라면서?"
"그래, 그랬지."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나 놀리니?"
"오빠아아~! 이거 따 달라니까!?"
"하아!"
핸섬은 자신의 옆에서 자꾸만 자신을 귀찮게 하는 두 소악마들에게 질색이라는 표정으로 눈을 꾹 감았다.
마야 푸엘.
그녀는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 포어드 중장의 절친, 체제르 푸엘의 장녀로, 어릴 적에 그 인연으로 자주 핸섬의 저택에 놀러오곤 했었다.
하지만 햄선은 그 시절에도 그녀와 어울리기 힘들었었다.
어른이라고 꼭 애들을 보듬어주고, 잘 대해줘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아니, 오히려 어른이기 때문에 그 작은 소악마와 어울려주는 게 어려웠던 것이리라.
'자꾸 찾아와서 귀찮게 굴고, 남의 그림에 멋대로 색칠하고, 자기보다 피아노 잘 친다고 화내는데 어느 누가 좋아해? 그런 걸 좋아하는 놈이 미친 거지.'
핸섬은 그 시절을 생각하면 끔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의 오펠리아와 판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가 센, 아니, 악마와 같은 성격의 유녀 시절을 그와 함께 보냈던 것이다.
차라리 오펠리아가 그녀보다 나을지 몰랐다.
왜냐면 그녀는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힘도 세지 않으니까.
'내가 쟤 만낫을 때가 아직 10살 되기 전이니까, 그땐 저 년이 나보다 힘도 세고 키도 컸었지.'
힘이 없어 당해야만 하는 사람의 기분을 그대들이 아는가?
핸섬은 알았다. 비유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그러던 관계가 파탄 난 것은 불과 3년 전.
핸섬이 13살이고, 그녀가 12살일 때의 일이었다.
"푸후···.!"
핸섬은 기억하고 싶은 옛 흑역사를 떠올리며 몸을 뒤척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야가 핸섬에게 새침하게 물었다.
"왜 그래? 아까부터 얼굴이 새파란데?"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아파 보인다니까."
"네가 잘 못 본 거야. 안 아파."
".....넌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하나도 달라진 게 없구나?"
마야가 내 반응에 고개를 돌리며 볼을 부풀렸다.
"내가 뭐?"
"여전히 재수 없어."
핸섬이 되묻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그 사이에 끼어있던 오펠리아가 핸섬과 마야의 대화에서 감도는 미묘한 톤을 감지했는지,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핸섬이 그녀를 이 저택에서 쫓아낸 것이 3년 전이니, 당시 세 살이었던 오펠리아는 사실상 마야를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어쩐지 마야를 쳐다보는 오펠리아의 시선이 묘했다. 이어서 그녀가 그 묘한 시선을 담아 핸섬에게 물었다.
"오빠, 아빠?"
뭐라는 거지? 아프냐고 묻는 건가?
핸섬은 오펠리아가 발음 실수를 한 것이라 생각하고는 그녀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아프냐고? 아니. 안 아파."
"아니, 아빠."
"그래, 아프냐고 물어 본 거 아냐?"
"아니, 아빠."
"......"
그런데 오펠리아는 몇 번이나 고개를 젓더니, 이내 마야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엄···.. 읍!"
핸섬은 순간적으로 오펠리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요즘 소꿉놀이에 미쳐 살더니, 뭐만하면 다 그런 식으로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기겁하며 오펠리아의 입을 틀어막은 핸섬이 그녀의 손에 들린 물감을 낚아챘다.
"물감 따 달라고 했지? 알았으니까 조용히 해."
"방금 뭐였어?"
"아무것도 아니야. 알면 다쳐. 궁금해 하지마."
"뭐래···.."
핸섬의 돌발적인 행동에 마야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었지만, 이내 다시 다리를 꼬며 창 밖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아마 그렇게 궁금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오히려 궁금한 것은 따로 있는 듯, 다시금 침묵을 깨며 핸섬에게 질문을 던졌다.
"뭐야, 초대장을 보낸 건 그쪽이면서······"
"무슨 초대장?"
대답은 운전석에 있던 집사에게서 되돌아왔다.
"한달 전, 핸섬 가에서 차남의 그림 전시회를 연다는 초대장이 저희 푸엘 가에 도착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주님께서도 오늘을 위해 고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설마 핸섬 경께서는 모르고 계셨습니까?"
"......"
망할 아버지···. 무려 한 달 전부터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니.
핸섬은 그렇게까지 해서 아들에게 수치를 안겨주고 싶은 아버지의 치밀한 음모에 소름이 돋았다.
'이거 설마 내가 자기 의견에 반대했다고, 꼽주는 건가!? 그런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핸섬에게 아버지의 행동은 그런 식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그가 군대에 들어간 것이 3개월 전이고, 막장 군대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에게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던 것이 두달 전이었다.
그때부터 핸섬과 포어드 중장 사이는 악화일로를 달렸고, 일주일 전에는 기어코 군 수뇌부에 전쟁불가론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올렸다.
당연히 그 소식을 들은 포어드 중장은 길길이 날뛰었고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 전부터 이미 핸섬을 엿먹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이렇게 치사하게 나올 겁니까, 아버지!?'
핸섬은 그동안 그에게 쌓인 정이란 정은 전부 날아가는 기분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리고 그러한 핸섬의 태도에 무언가 감을 잡은 마야가 다리를 바꿔 꼬으며
"흐응~ 그 반응을 보니까 네가 초대장을 보낸 건 아닌 모양이구나? 어쩐지. 전에 나한테 그런 창피를 줘놓고 뻔뻔하게 초대장을 보낸다 싶어서 이상하긴 했어."
안 그래도 정신 사나운 와중에 정신 사나운 계집애까지.
'정말, 최악이군.'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것인지 핸섬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난 또 네가 전시회에 날 초대했다길래 사과라도 하려는 줄 알았지."
심지어 개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마야였다.
그 말에는 참을 수 없었던 핸섬이 말꼬리를 잡았다.
"내가 사과를 왜 해? 멋대로 상처받고 뛰쳐나간 건 그쪽이면서."
"하!? 너, 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솔직히 건드리고 싶지 않은 주제였지만, 이쯤되면 물러날 수도 없었다.
"당연하지. 내가 그때 너 때문에 얼마나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는지 아냐? 다시 한 번 말해줄테니까, 잘 들어. 너, 존나 민폐야. 같잖은 피해의식 가지고 울고불고 난리치는 꼴 보는 것도 이젠 질렸어. 그러니까 여기까지 불러놓고 이런 말해서 미안하긴한데, 그냥 이대로 차 돌려서 돌아가면 안 되겠냐?"
"하, 하!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네!"
"크흠···..!"
그때 앞에서 크게 기침하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보조석에 앉아 있던 그녀의 아버지, 체제르 푸엘이었다. 아무래도 자기 딸이 다른 남자한테 이런 소리를 듣는 게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겠지.
하지만 핸섬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과거에도 몇 번 있었기에 아마 나름의 각오도 하고 왔으리라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그에게 실례가 되는 말을 한 것은 분명 했으니, 핸섬은 간단하게 그에게 사과했다.
"아빠한테 사과를 왜 해!? 하려면 나한테 해야지!!"
마야가 그 말에 길길이 날뛰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양심이란 게 있으면 절대로 화를 낼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그녀에겐 그런 게 전혀 없는 모양이었으니까.
우린 그런 걸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개자식이라고 부르지.
차마 욕설까지 입에 담을 수 없었던 핸섬이 입을 꾸욱 다물었다.
"......."
그런 핸섬을 마야가 눈에서 불이라도 지필 기세로 노려보았다.
그때, 여전히 사이에 끼어있던 오펠리아가 끼어들며 말했다.
"역시 아빠랑 엄···. 읍!"
핸섬은 다시 한 번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어어! 물감 따줄게! 지금 따줄게 조용히 해!"
"야!!"
이어서 다급하게 오펠리아의 손에서 자신의 물감을 집어든 핸섬이 밀봉된 부분을 꺾자, 튜브 안에 갇혀 있던 푸른색 물감이 순간적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찍! 튀어나갔다.
불과 1ml에 불과한 극소량의 물감이었지만, 그 푸른색 안감은 그대로 허공을 날아 분노로 붉게물든 마야의 눈동자에 직격했다.
"꺄악!!"
"어, 이런. 실수."
하지만 그 실수가 별로 미안하지 않은 핸섬이었다.
"흐흥~ 흥~ 흥흥~"
별장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사람이 하필이면 어릴 적에 부모님의 권유로 친하게 지내던 마야일 줄 그 누가 알았을까.
"흥흥~ 오빠! 물감 좀 뜯어줘!"
그리고 그 마야의 차에 동승한 것이 자신 뿐만이 아닐 줄은 또 누가 알았겠는가. 안 그래도 불편한 인간이 둘이나 있었다.
"내가 왜."
"뜯어줘어어~!!"
오펠리아가 핸섬과 마야 사이에서 불과 조금 전에 내 방에서 강제로 빌려간 물감을 들고 발을 구르며 그의 몸을 흔들었다.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짤랑짤랑한 목소리로 핸섬의 귀를 때렸다.
"그간 잘 지낸 모양이네, 이런 시국에 한가롭게 별장까지 운동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운동하던 거 아니야."
"아깐 운동하고 있었던 거라면서?"
"그래, 그랬지."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나 놀리니?"
"오빠아아~! 이거 따 달라니까!?"
"하아!"
핸섬은 자신의 옆에서 자꾸만 자신을 귀찮게 하는 두 소악마들에게 질색이라는 표정으로 눈을 꾹 감았다.
마야 푸엘.
그녀는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 포어드 중장의 절친, 체제르 푸엘의 장녀로, 어릴 적에 그 인연으로 자주 핸섬의 저택에 놀러오곤 했었다.
하지만 햄선은 그 시절에도 그녀와 어울리기 힘들었었다.
어른이라고 꼭 애들을 보듬어주고, 잘 대해줘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아니, 오히려 어른이기 때문에 그 작은 소악마와 어울려주는 게 어려웠던 것이리라.
'자꾸 찾아와서 귀찮게 굴고, 남의 그림에 멋대로 색칠하고, 자기보다 피아노 잘 친다고 화내는데 어느 누가 좋아해? 그런 걸 좋아하는 놈이 미친 거지.'
핸섬은 그 시절을 생각하면 끔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의 오펠리아와 판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가 센, 아니, 악마와 같은 성격의 유녀 시절을 그와 함께 보냈던 것이다.
차라리 오펠리아가 그녀보다 나을지 몰랐다.
왜냐면 그녀는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힘도 세지 않으니까.
'내가 쟤 만낫을 때가 아직 10살 되기 전이니까, 그땐 저 년이 나보다 힘도 세고 키도 컸었지.'
힘이 없어 당해야만 하는 사람의 기분을 그대들이 아는가?
핸섬은 알았다. 비유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그러던 관계가 파탄 난 것은 불과 3년 전.
핸섬이 13살이고, 그녀가 12살일 때의 일이었다.
"푸후···.!"
핸섬은 기억하고 싶은 옛 흑역사를 떠올리며 몸을 뒤척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야가 핸섬에게 새침하게 물었다.
"왜 그래? 아까부터 얼굴이 새파란데?"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아파 보인다니까."
"네가 잘 못 본 거야. 안 아파."
".....넌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하나도 달라진 게 없구나?"
마야가 내 반응에 고개를 돌리며 볼을 부풀렸다.
"내가 뭐?"
"여전히 재수 없어."
핸섬이 되묻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그 사이에 끼어있던 오펠리아가 핸섬과 마야의 대화에서 감도는 미묘한 톤을 감지했는지,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핸섬이 그녀를 이 저택에서 쫓아낸 것이 3년 전이니, 당시 세 살이었던 오펠리아는 사실상 마야를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어쩐지 마야를 쳐다보는 오펠리아의 시선이 묘했다. 이어서 그녀가 그 묘한 시선을 담아 핸섬에게 물었다.
"오빠, 아빠?"
뭐라는 거지? 아프냐고 묻는 건가?
핸섬은 오펠리아가 발음 실수를 한 것이라 생각하고는 그녀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아프냐고? 아니. 안 아파."
"아니, 아빠."
"그래, 아프냐고 물어 본 거 아냐?"
"아니, 아빠."
"......"
그런데 오펠리아는 몇 번이나 고개를 젓더니, 이내 마야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다.
"엄···.. 읍!"
핸섬은 순간적으로 오펠리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요즘 소꿉놀이에 미쳐 살더니, 뭐만하면 다 그런 식으로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기겁하며 오펠리아의 입을 틀어막은 핸섬이 그녀의 손에 들린 물감을 낚아챘다.
"물감 따 달라고 했지? 알았으니까 조용히 해."
"방금 뭐였어?"
"아무것도 아니야. 알면 다쳐. 궁금해 하지마."
"뭐래···.."
핸섬의 돌발적인 행동에 마야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었지만, 이내 다시 다리를 꼬며 창 밖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아마 그렇게 궁금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오히려 궁금한 것은 따로 있는 듯, 다시금 침묵을 깨며 핸섬에게 질문을 던졌다.
"뭐야, 초대장을 보낸 건 그쪽이면서······"
"무슨 초대장?"
대답은 운전석에 있던 집사에게서 되돌아왔다.
"한달 전, 핸섬 가에서 차남의 그림 전시회를 연다는 초대장이 저희 푸엘 가에 도착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주님께서도 오늘을 위해 고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설마 핸섬 경께서는 모르고 계셨습니까?"
"......"
망할 아버지···. 무려 한 달 전부터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니.
핸섬은 그렇게까지 해서 아들에게 수치를 안겨주고 싶은 아버지의 치밀한 음모에 소름이 돋았다.
'이거 설마 내가 자기 의견에 반대했다고, 꼽주는 건가!? 그런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핸섬에게 아버지의 행동은 그런 식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그가 군대에 들어간 것이 3개월 전이고, 막장 군대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에게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던 것이 두달 전이었다.
그때부터 핸섬과 포어드 중장 사이는 악화일로를 달렸고, 일주일 전에는 기어코 군 수뇌부에 전쟁불가론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올렸다.
당연히 그 소식을 들은 포어드 중장은 길길이 날뛰었고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 전부터 이미 핸섬을 엿먹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이렇게 치사하게 나올 겁니까, 아버지!?'
핸섬은 그동안 그에게 쌓인 정이란 정은 전부 날아가는 기분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리고 그러한 핸섬의 태도에 무언가 감을 잡은 마야가 다리를 바꿔 꼬으며
"흐응~ 그 반응을 보니까 네가 초대장을 보낸 건 아닌 모양이구나? 어쩐지. 전에 나한테 그런 창피를 줘놓고 뻔뻔하게 초대장을 보낸다 싶어서 이상하긴 했어."
안 그래도 정신 사나운 와중에 정신 사나운 계집애까지.
'정말, 최악이군.'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것인지 핸섬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난 또 네가 전시회에 날 초대했다길래 사과라도 하려는 줄 알았지."
심지어 개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마야였다.
그 말에는 참을 수 없었던 핸섬이 말꼬리를 잡았다.
"내가 사과를 왜 해? 멋대로 상처받고 뛰쳐나간 건 그쪽이면서."
"하!? 너, 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솔직히 건드리고 싶지 않은 주제였지만, 이쯤되면 물러날 수도 없었다.
"당연하지. 내가 그때 너 때문에 얼마나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는지 아냐? 다시 한 번 말해줄테니까, 잘 들어. 너, 존나 민폐야. 같잖은 피해의식 가지고 울고불고 난리치는 꼴 보는 것도 이젠 질렸어. 그러니까 여기까지 불러놓고 이런 말해서 미안하긴한데, 그냥 이대로 차 돌려서 돌아가면 안 되겠냐?"
"하, 하!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네!"
"크흠···..!"
그때 앞에서 크게 기침하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보조석에 앉아 있던 그녀의 아버지, 체제르 푸엘이었다. 아무래도 자기 딸이 다른 남자한테 이런 소리를 듣는 게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겠지.
하지만 핸섬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과거에도 몇 번 있었기에 아마 나름의 각오도 하고 왔으리라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그에게 실례가 되는 말을 한 것은 분명 했으니, 핸섬은 간단하게 그에게 사과했다.
"아빠한테 사과를 왜 해!? 하려면 나한테 해야지!!"
마야가 그 말에 길길이 날뛰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양심이란 게 있으면 절대로 화를 낼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그녀에겐 그런 게 전혀 없는 모양이었으니까.
우린 그런 걸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개자식이라고 부르지.
차마 욕설까지 입에 담을 수 없었던 핸섬이 입을 꾸욱 다물었다.
"......."
그런 핸섬을 마야가 눈에서 불이라도 지필 기세로 노려보았다.
그때, 여전히 사이에 끼어있던 오펠리아가 끼어들며 말했다.
"역시 아빠랑 엄···. 읍!"
핸섬은 다시 한 번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어어! 물감 따줄게! 지금 따줄게 조용히 해!"
"야!!"
이어서 다급하게 오펠리아의 손에서 자신의 물감을 집어든 핸섬이 밀봉된 부분을 꺾자, 튜브 안에 갇혀 있던 푸른색 물감이 순간적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찍! 튀어나갔다.
불과 1ml에 불과한 극소량의 물감이었지만, 그 푸른색 안감은 그대로 허공을 날아 분노로 붉게물든 마야의 눈동자에 직격했다.
"꺄악!!"
"어, 이런. 실수."
하지만 그 실수가 별로 미안하지 않은 핸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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