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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129 추천 : 1 글자수 : 5,182 자 2022-09-27
주변에선 계속해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젠 슬슬 날씨가 더워질 때라서 우린 그늘진 장소로 자릴 옮겼다. 이후 그곳에 앉아, 잠시 좀 쉬기로 했다. 나는 메마른 강을 바라봤다. 강에 물이라도 좀 흘렀으면, 그곳에서 씻고, 물도 마시고, 엔비와 함께 낚시나 하면서 생선이나 또 실컷 잡아먹고 있었을 텐데... 그러고 보면 이 물이라는 액체가 여태껏 흔하디흔한 것 같았는데, 저렇게 없거나 부족하면 여러모로 불편한 것 같기는 했다. 그러면서 불도, 물도 다 일상생활을 할 땐 빠짐없이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들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또 들었다.
"배고프다..."
엔비가 나무를 등진 채 앉아서 중얼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침 식사도 안 하고 여태껏 달려왔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가 중천에 뜬 걸로 보아 지금은 점심시간 쯤인 것 같았다.
"슬슬 뭣 점 차려 먹을까?"
엔비 옆에 서 있던 샹들레가 물었다.
"그러도록 하자!"
"그거 좋지!"
나와 엔비는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이후 샹들레는 짐칸으로 가서 이것저것 꺼낸 뒤, 무언갈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엔비는 나무를 등진 채 가만히 앉아, 매미들이 내는 곡소리나 들으며 한가로이 시간을 지새웠다.
......
그녀가 저 너머에서 우리를 불렀다. 그래서 우린 자리에서 일어난 뒤,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는 장소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는 그렇게 점심 식사가 시작됐다.
"뭐야? 왜 고기가 없어?"
엔비가 만들어진 점심 식사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자 샹들레는 그런 엔비를 보며 날씨가 더워서 어쩌고, 짐칸 안에는 냉동 보관이 저쩌고 하면서 고기가 없는... 정확하게는 짐칸 안에 고기 같은 소재를 따로 담을 수 없었던 이유에 관해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
"지난번처럼 또 채소만 온종일 먹고 지내게 생겼네..."
엔비가 고개를 저었다.
`지난번에 채소만 먹고 지낸 것 같지는 않은데...`
......
우린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마친 뒤, 햇볕이 좀 사그라질 때까지 그늘 안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저놈의 햇빛은 시간이 지나도 열기가 사그라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거 예정보다 시간이 더 걸리게 생겼네..."
엔비가 나무를 등진 채 앉아서 눈을 감고 중얼댔다.
"그러게나 말이야..."
나는 그의 옆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얼른 볼 일을 마쳐야 할 텐데..."
엔비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왜? 급할 건 없잖아?"
"볼 일을 빨리 안 마치면, 고기를 못 먹잖아..."
`그것 때문에 그런 거였냐...`
"그래도 엔비 네가 이렇게 하자고 했잖아? 설령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감수해야지!"
샹들레가 핵심을 찔렀다.
"알아, 안다고!"
......
영원히 떠 있을 것만 같던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덕분에 강렬한 열기가 이젠 조금 사그라들었다. 우린 그 길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저마다 자리를 잡고 길을 나섰다.
"이거 아무래도 방식에 변화를 좀 줘야 할 것 같아."
엔비가 반대편 자리에서 팔짱을 끼고 말했다.
"방식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엔비를 보며 물었다.
"그러니깐 간단히 예를 들자면, 오전 도중엔 상관없을 지 몰라도 이제 점심시간 때부터 슬슬 더워지고,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난 뒤에는 열기가 사그라지잖아?"
"그렇지."
"그리고 저녁쯤이 되면 이제 오전 이른 때처럼 상관이 없을지는 몰라도 밤이 되면 또 근처 부근에 터를 잡고 난 뒤, 안착해야 하고 말이지. 그러니깐 이왕 다닐 거라면, 좀 덜 더울 시간대를 활용해 보자 이거지!"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샹들레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게 뭐냐면..."
......
초승달... 별들... 시원한 공기와 바람... 적막한 주변... 약간 익은 주변 땅...
......
어느새 밤이 됐다. 그래서 주변은 어두컴컴하다. 그리고 매미 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햇빛이 비치지는 않지만, 땅은 미지근하다. 하지만 밤 시간대가 되니 시원했다. 우린 현재 밤하늘 아래에서 마차에 램프를 매달고, 말을 타고 계속해서 길을 나서고 있는 도중이다. 이 일은 아까 저녁 시간이 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말했듯이 덜 더욱 때면, 실질적으로 봤을 땐 점심 시간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들이잖아? 그러니 효율성을 고려해 볼 때 더울 땐 쉬고, 차라리 그 시간대에 주변에 적당히 그늘진 장소에서 잠을 자고, 저녁이나 밤이 되면 식사하고 더워지기 전까지 또 길을 나아가자 이 말이야."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그런데 엔비, 야밤 도중에는 어두워서 길을 나서기 힘들지 않을까?"
나는 엔비를 보며 물었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왜냐면, 짐칸 안에 램프가 있으니깐!"
`램프?`
나는 그녀의 얘길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후 난 짐칸 안을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정말로 짐칸 안에 램프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짐칸 위엔 램프를 걸 수 있는 갈고리도 따로 매달려 있었다.
`지금 처음 알았네...`
"준비성 하나는 철저하네..."
엔비가 짐칸 안을 보며 중얼댔다. 이렇게 우린 계획을 변경하여, 저녁이 될 시점 주변에 적당히 터를 잡고 나서 잠을 청했다.
......
주변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눈을 떠 보니 저녁을 지나, 한밤 도중인 것 같다. 나는 하품을 하고 자리에 앉아,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봤다. 엔비와 샹들레는 아직 잠이 든 채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꼬르륵대는 소리가 났다.
`아마 엔비겠지? 배가 고픈가 보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까 점심을 먹은 뒤, 주변에 터를 잡고 나서부터 여태껏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저녁 일찍이 잠이 들었더니 배가 좀 고팠다.
`친구들을 깨울까?`
나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저 둘을 그냥 두기로 했다. 나는 상관없지만, 저들은 온종일 말을 몰며 지내느라 피곤했을 테니 조금 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후 난 배도 고프고, 잠은 안 오길래 이 주변을 잠시 배회하며 돌아다니기로 했다.
......
적막하고 어두운 주변... 하늘에서 비춰오는 달빛... 귀뚜라미 소리...
......
주변이 좀 어둡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닐 만은 했다. 그러면서 더운 시기의 저녁이나 밤에는 이렇게 야외에서 머물고 지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건물 내부는 저녁이나 밤이 되어도 그 안에 있으면 왠지 모르게 덥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숙까지 하면서 그렇게 지내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노숙하면, 씻지도 못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왠지 모르게 여관에 있을 때가 살짝 그리워졌다.
`그때가 좋긴 좋았지. 그나저나 친구들 보려고 놀러 온 거였는데...`
지난 일들을 떠 올리니 왠지 모르게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도 함께 들었다. 저런 때 말고도 그동안 힘들기도, 괴롭기도, 혼란스럽기도, 막막하기도 했던 그런 때가 분명 있었는데,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저런 때가 더 선명하고, 안 좋은 기억들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 내 주변에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는 좋은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이든 저든 다 지난 나날들이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다 지난 뒤, 떠올리면서 웃음을 지을 수가 있는 것 아닐까? 그게 항상 좋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나쁠 수만도 없는... 이런저런 감정이 교차하고, 그 속에서 많은 선택을 하고, 길을 걷고, 방황하고, 나아가며 마음속 한쪽에 차곡차곡히 쌓여나가는 그것이 바로 추억... 그리고 그건 지금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들 또한 나중에 가서는 저런 식으로 즐거운 추억거리로 회상하며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덕분에 좀 힘이 들긴 해도 기운이 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또 기대됐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앞으로 나날들이 말이다.
......
난 주변을 조금 더 배회하며 돌아다니다가 친구들이 자는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뒤, 나는 모포 위에 누웠다. 그리곤 별이 밝게 빛나는 하늘을 바라봤다.
`나는 지금 행복한 걸까?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앞으로도 이런 순간이 계속될까? 만약 그러다가 언젠가, 어느 날, 하루 이곳을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게 된다면...`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우울해졌다. 그때 주변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샹들레가 모포를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잤어?"
"웅..."
그녀가 눈을 비비고, 하품한 뒤, 날 바라봤다.
......
우린 잠든 엔비는 그대로 둔 채 땔감을 모아둔 곳에 불을 지폈다.
"언제 일어난 거야?"
"얼마 안 됐어."
나는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저기 샹들레..."
"왜 그래?"
"만약 내가 언젠가 이곳에서 사라지게 되면 어떨 것 같아?"
"사라진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뭐냐면..."
......
나는 꿈에 관련된 얘기를 그녀에게 했다. 내가 가끔 꾸던 그 하얀 공간과 그곳에서 마주하게 된 사내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그러니깐 잭, 네가 이곳과는 다른 세상에서 왔고, 언젠가 할 일이 끝나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그런 얘기야?"
"맞아, 그런데 잘 모르겠어. 할 일이 끝나면 이곳에서 떠나게 되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하지만 그 아저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언젠가 그렇게 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이 또한 결국 끝이 나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랬구나... 그런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면 되잖아! 그게 뭐든지 간에 지금이 중요한 법이라고! 그러니 앞날이 어찌 됐건 간에 그저 현재에 충실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네 말대로 나중에 가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잭, 설령 네가 떠나도 우린 널 잊지 않을 거야! 그러니깐 나중 일은 나중에 가서 보도록 하고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래, 알겠어!"
그녀의 대답을 들으니 왠지 우울했던 마음이 한층 가벼워지고, 근심은 덜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배고프다..."
엔비가 나무를 등진 채 앉아서 중얼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침 식사도 안 하고 여태껏 달려왔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가 중천에 뜬 걸로 보아 지금은 점심시간 쯤인 것 같았다.
"슬슬 뭣 점 차려 먹을까?"
엔비 옆에 서 있던 샹들레가 물었다.
"그러도록 하자!"
"그거 좋지!"
나와 엔비는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이후 샹들레는 짐칸으로 가서 이것저것 꺼낸 뒤, 무언갈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엔비는 나무를 등진 채 가만히 앉아, 매미들이 내는 곡소리나 들으며 한가로이 시간을 지새웠다.
......
그녀가 저 너머에서 우리를 불렀다. 그래서 우린 자리에서 일어난 뒤,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는 장소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는 그렇게 점심 식사가 시작됐다.
"뭐야? 왜 고기가 없어?"
엔비가 만들어진 점심 식사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자 샹들레는 그런 엔비를 보며 날씨가 더워서 어쩌고, 짐칸 안에는 냉동 보관이 저쩌고 하면서 고기가 없는... 정확하게는 짐칸 안에 고기 같은 소재를 따로 담을 수 없었던 이유에 관해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
"지난번처럼 또 채소만 온종일 먹고 지내게 생겼네..."
엔비가 고개를 저었다.
`지난번에 채소만 먹고 지낸 것 같지는 않은데...`
......
우린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마친 뒤, 햇볕이 좀 사그라질 때까지 그늘 안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저놈의 햇빛은 시간이 지나도 열기가 사그라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거 예정보다 시간이 더 걸리게 생겼네..."
엔비가 나무를 등진 채 앉아서 눈을 감고 중얼댔다.
"그러게나 말이야..."
나는 그의 옆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얼른 볼 일을 마쳐야 할 텐데..."
엔비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왜? 급할 건 없잖아?"
"볼 일을 빨리 안 마치면, 고기를 못 먹잖아..."
`그것 때문에 그런 거였냐...`
"그래도 엔비 네가 이렇게 하자고 했잖아? 설령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감수해야지!"
샹들레가 핵심을 찔렀다.
"알아, 안다고!"
......
영원히 떠 있을 것만 같던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덕분에 강렬한 열기가 이젠 조금 사그라들었다. 우린 그 길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저마다 자리를 잡고 길을 나섰다.
"이거 아무래도 방식에 변화를 좀 줘야 할 것 같아."
엔비가 반대편 자리에서 팔짱을 끼고 말했다.
"방식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엔비를 보며 물었다.
"그러니깐 간단히 예를 들자면, 오전 도중엔 상관없을 지 몰라도 이제 점심시간 때부터 슬슬 더워지고,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난 뒤에는 열기가 사그라지잖아?"
"그렇지."
"그리고 저녁쯤이 되면 이제 오전 이른 때처럼 상관이 없을지는 몰라도 밤이 되면 또 근처 부근에 터를 잡고 난 뒤, 안착해야 하고 말이지. 그러니깐 이왕 다닐 거라면, 좀 덜 더울 시간대를 활용해 보자 이거지!"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샹들레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게 뭐냐면..."
......
초승달... 별들... 시원한 공기와 바람... 적막한 주변... 약간 익은 주변 땅...
......
어느새 밤이 됐다. 그래서 주변은 어두컴컴하다. 그리고 매미 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햇빛이 비치지는 않지만, 땅은 미지근하다. 하지만 밤 시간대가 되니 시원했다. 우린 현재 밤하늘 아래에서 마차에 램프를 매달고, 말을 타고 계속해서 길을 나서고 있는 도중이다. 이 일은 아까 저녁 시간이 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말했듯이 덜 더욱 때면, 실질적으로 봤을 땐 점심 시간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들이잖아? 그러니 효율성을 고려해 볼 때 더울 땐 쉬고, 차라리 그 시간대에 주변에 적당히 그늘진 장소에서 잠을 자고, 저녁이나 밤이 되면 식사하고 더워지기 전까지 또 길을 나아가자 이 말이야."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그런데 엔비, 야밤 도중에는 어두워서 길을 나서기 힘들지 않을까?"
나는 엔비를 보며 물었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왜냐면, 짐칸 안에 램프가 있으니깐!"
`램프?`
나는 그녀의 얘길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후 난 짐칸 안을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정말로 짐칸 안에 램프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짐칸 위엔 램프를 걸 수 있는 갈고리도 따로 매달려 있었다.
`지금 처음 알았네...`
"준비성 하나는 철저하네..."
엔비가 짐칸 안을 보며 중얼댔다. 이렇게 우린 계획을 변경하여, 저녁이 될 시점 주변에 적당히 터를 잡고 나서 잠을 청했다.
......
주변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눈을 떠 보니 저녁을 지나, 한밤 도중인 것 같다. 나는 하품을 하고 자리에 앉아,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봤다. 엔비와 샹들레는 아직 잠이 든 채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꼬르륵대는 소리가 났다.
`아마 엔비겠지? 배가 고픈가 보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까 점심을 먹은 뒤, 주변에 터를 잡고 나서부터 여태껏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저녁 일찍이 잠이 들었더니 배가 좀 고팠다.
`친구들을 깨울까?`
나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저 둘을 그냥 두기로 했다. 나는 상관없지만, 저들은 온종일 말을 몰며 지내느라 피곤했을 테니 조금 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후 난 배도 고프고, 잠은 안 오길래 이 주변을 잠시 배회하며 돌아다니기로 했다.
......
적막하고 어두운 주변... 하늘에서 비춰오는 달빛... 귀뚜라미 소리...
......
주변이 좀 어둡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닐 만은 했다. 그러면서 더운 시기의 저녁이나 밤에는 이렇게 야외에서 머물고 지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건물 내부는 저녁이나 밤이 되어도 그 안에 있으면 왠지 모르게 덥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숙까지 하면서 그렇게 지내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노숙하면, 씻지도 못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왠지 모르게 여관에 있을 때가 살짝 그리워졌다.
`그때가 좋긴 좋았지. 그나저나 친구들 보려고 놀러 온 거였는데...`
지난 일들을 떠 올리니 왠지 모르게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도 함께 들었다. 저런 때 말고도 그동안 힘들기도, 괴롭기도, 혼란스럽기도, 막막하기도 했던 그런 때가 분명 있었는데,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저런 때가 더 선명하고, 안 좋은 기억들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 내 주변에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는 좋은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이든 저든 다 지난 나날들이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다 지난 뒤, 떠올리면서 웃음을 지을 수가 있는 것 아닐까? 그게 항상 좋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나쁠 수만도 없는... 이런저런 감정이 교차하고, 그 속에서 많은 선택을 하고, 길을 걷고, 방황하고, 나아가며 마음속 한쪽에 차곡차곡히 쌓여나가는 그것이 바로 추억... 그리고 그건 지금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들 또한 나중에 가서는 저런 식으로 즐거운 추억거리로 회상하며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덕분에 좀 힘이 들긴 해도 기운이 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또 기대됐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앞으로 나날들이 말이다.
......
난 주변을 조금 더 배회하며 돌아다니다가 친구들이 자는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뒤, 나는 모포 위에 누웠다. 그리곤 별이 밝게 빛나는 하늘을 바라봤다.
`나는 지금 행복한 걸까?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앞으로도 이런 순간이 계속될까? 만약 그러다가 언젠가, 어느 날, 하루 이곳을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오게 된다면...`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우울해졌다. 그때 주변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샹들레가 모포를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잤어?"
"웅..."
그녀가 눈을 비비고, 하품한 뒤, 날 바라봤다.
......
우린 잠든 엔비는 그대로 둔 채 땔감을 모아둔 곳에 불을 지폈다.
"언제 일어난 거야?"
"얼마 안 됐어."
나는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저기 샹들레..."
"왜 그래?"
"만약 내가 언젠가 이곳에서 사라지게 되면 어떨 것 같아?"
"사라진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뭐냐면..."
......
나는 꿈에 관련된 얘기를 그녀에게 했다. 내가 가끔 꾸던 그 하얀 공간과 그곳에서 마주하게 된 사내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그러니깐 잭, 네가 이곳과는 다른 세상에서 왔고, 언젠가 할 일이 끝나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그런 얘기야?"
"맞아, 그런데 잘 모르겠어. 할 일이 끝나면 이곳에서 떠나게 되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하지만 그 아저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언젠가 그렇게 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이 또한 결국 끝이 나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랬구나... 그런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면 되잖아! 그게 뭐든지 간에 지금이 중요한 법이라고! 그러니 앞날이 어찌 됐건 간에 그저 현재에 충실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네 말대로 나중에 가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잭, 설령 네가 떠나도 우린 널 잊지 않을 거야! 그러니깐 나중 일은 나중에 가서 보도록 하고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래, 알겠어!"
그녀의 대답을 들으니 왠지 우울했던 마음이 한층 가벼워지고, 근심은 덜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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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And...조회 : 1,1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2,216 40.Masquerade - The Original The End조회 : 926 추천 : 0 댓글 : 1 글자 : 2,140 39.A Piece of Memory : Part 01조회 : 1,16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00 38.3 - 8 (The End)조회 : 1,19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9,855 37.3 - 7조회 : 1,137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182 36.3 - 6조회 : 1,0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24 35.3 - 5조회 : 1,23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43 34.3 - 4조회 : 1,1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69 33.3 - 3조회 : 26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25 32.3 - 2조회 : 2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19 31.3 - 1조회 : 17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73 30.Episode 03. The Temple of Water조회 : 17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13 29.2 - 9 (The End)조회 : 15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100 28.2 - 8조회 : 16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만 27.2 - 7조회 : 17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320 26.2 - 6조회 : 18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85 25.2 - 5조회 : 1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175 24.2 - 4조회 : 2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66 23.2 - 3조회 : 1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66 22.2 - 2조회 : 1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98 21.2 - 1조회 : 14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68 20.Episode. 02 - A Summer Festival조회 : 15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638 19.1 - 17 (The End)조회 : 1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343 18.1 - 16조회 : 18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15 17.1 - 15조회 : 21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39 16.1 - 14조회 : 1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17 15.1 - 13조회 : 14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27 14.1 - 12조회 : 1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11 13.1 - 11조회 : 1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30 12.1 - 10조회 : 2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828 11.1 - 9조회 : 1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15 10.1 - 8조회 : 4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77 9.1 - 7조회 : 18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854 8.1 - 6조회 : 16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67 7.1 - 5조회 : 2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85 6.1 - 4조회 : 28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77 5.1 - 3조회 : 2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08 4.1 - 2조회 : 2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67 3.1 - 1조회 : 16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66 2.Episode. 01 : ARTHUR VAN PIOS조회 : 2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55 1.???조회 : 1,4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