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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103 추천 : 0 글자수 : 5,869 자 2022-09-24
밖으로 나가자, 쨍쨍한 햇빛 덕분에 눈이 부셨다. 비밀기지 안에서 논 지 꽤 된 것 같았는데, 해는 아직 중천에 떠 있었다. 그리고 날씨는 화창하다 못해, 쾌청했다.
`찜통 안에 있으면, 이런 기분일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이후 우린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날씨가 덥지만, 저 너머에서 불어오는 미지근한 산들바람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나무 잎사귀는 바람 따라 춤을 추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
우린 마을 회관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지하에 있다고 한다. 식당은 회관에 들어선 뒤, 왼쪽으로 향하면, 지하로 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우린 계단을 거쳐, 지하로 향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식당 내부로 향했다.
......
"음식들이여 내가 왔다!"
프랭키가 신난 듯 말했다. 그런 뒤, 그는 바로 왼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세나랑 아이라는...
"세나가 없네?"
나는 주위를 두리번댔다.
"세나? 세나라면, 지금 저기서 일하고 있을걸?"
토마스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나는 그곳을 바라봤다. 세나가 주방 안에서 머리카락을 묶고, 앞치마를 메고, 일하고 있었다. 우리는 왼쪽으로 향했다.
......
우리는 저마다 급식 판에 음식을 배급받은 뒤, 오른쪽으로 향했다.
......
우리는 오른쪽 두 번째 줄에 착석했다. 그런 뒤, 식사를 시작했다.
"잭은 여기서 처음 먹어 보는 거지? 맛은 어때?"
"괜찮은 것 같아!
나는 옆자리에 앉은 토마스를 보며 대답했다. 실로 먹을 만했다.
......
"잘 먹었다!"
식사를 가장 먼저 빠르게 마친 프랭키가 말했다.
"다들 잘 먹었어?"
누군가가 이쪽으로 와서 말했다. 세나였다.
"세나구나!"
"일 끝났어?"
"어서 와!"
토마스, 프랭키, 샹들레가 세나를 보며 말했다.
"식사는 했어?"
"이제 슬슬 식사하려고!"
세나가 날 보며 대답했다.
"고생했어..."
아이라가 낮게 말했다.
"그래, 마을이 그렇게 돼서 바쁘기는 하지만, 덕분에 이런 것도 하고, 보람은 있네..."
이후 세나는 먹거리를 들고 자리로 왔다.
"그럼 우리는 놀러 가볼 테니 천천히 먹고 와!"
프랭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잭!"
"알겠어."
나는 토마스를 보며 대답했다.
......
그 길로 우리(나, 토마스, 프랭키)는 도피처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이곳에서 놀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놀았다. 그렇게 나는 비밀기지에서의 한 때와는 또 다르게 즐겁고, 재미있는 한때를 즐겼다.
......
주위에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두 손에 공을 든 채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있었다. 이제 슬슬 어두워질 것 같았다.
"잭! 인제 그만 돌아가자!"
토마스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그런데 넌 다른 애들처럼 회관에선 안 지내?"
"회관? 여기는 좀 불편해서..."
"그랬구나..."
"그리고 내가 없으면 할아버지랑 할머니께서 외로우실지도 모르잖아!"
"그렇겠다!"
나는 씩 하고 웃었다. 이후 우린 저 멀리서 여자애들과 놀고 있는 샹들레와 함께 귀가 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가 지났다.
......
하늘에서 비추는 뜨거운 햇살... 울창한 숲... 흙길... 나무... 메마른 강길... 다리... 저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신전...
......
눈을 뜨니 주변이 파랗다. 그리고 적막하고, 조용하다. 나는 지금 어딘가에 둥둥 뜬 채... 혹은 가라앉은 상태인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햇빛이 어렴풋이 비췄다. 이곳은 아무래도 물 속인 것 같았다. 그런데 물 속인데, 숨을 쉴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의아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왜 이런 곳에...`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잭... 나를 만나러 와."
"뭐라고? 넌 누구야!?"
......
눈을 뜨자, 아직 어두웠다. 창문 너머로 별이 보였다. 친구들은 아직 자고 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물 속이었고...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고, 그리고...
`뭐였더라?`
뭔가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후 나는 다시 이불을 덮고,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왠지 기분이 나쁘고, 찜찜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새벽 시간대라서 덜하기는 하지만, 좀 더웠다. 그래서 나는 몸을 일으킨 뒤, 집 밖으로 향했다.
......
고요한 산속의 새벽... 귀뚜마리 소리... 어두운 하늘... 별들... 큼지막한 달...
......
나는 숨을 크게 들이킨 뒤, 내쉬었다. 역시 산속의 공기만 한 건 또 없는 것 같다. 난 토마스도,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친구들도 그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한때가 그리웠던 걸지도 모른다. 물론 지난번에도 이런 적은 있었고, 그 당시에도 밤하늘에는 별과 달이 보였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랐고, 또 지금처럼 여유로운 때도 아니었으니... 새삼 그런 사실이 와 닿고, 체감됐다. 설령 같은 상황일지라도 주변이나, 현재의 마음가짐에 따라 사물이나 현상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는 것 같다.
`아까 꿨던 꿈은 과연 뭐였을까? 지난번에도 뭔가 안 좋은 꿈을 꾼 적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 전에 그렇게까지 안 좋은 내용 같지는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자꾸 찜찜했다. 왠지 보기 싫은 장면을 본 듯한... 만나선 안 될 걸 만난 듯한... 마주해선 안 될 걸 마주한 듯한... 그냥 모른 채 지냈으면 더 좋았을 법한... 그런 기분이 막연히 들었던 새벽의 한때였다. 이후 난 집 안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잠을 청했다.
......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자, 어느새 아침이 되어있었다. 창문 너머로 따스하기보다는... 쨍쨍하고, 후덥지근한 햇빛이 비쳐 들어왔다. 덕분에 좀 푹푹 찌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직 이른 오전 도중이라서 그런 느낌은 덜 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내버려 뒀다가는 익어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하품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토마스가 근처에서 엔비랑 놀고 있었다. 샹들레는 보이지 않았다.
......
"얘들아..."
나는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일어났구나?"
"일어났어?"
토마스와 엔비가 날 바라봤다. 현재 토마스의 손에는 한 손에 풀 같이 생긴 게 들려있다.
"방금 일어났어. 샹들레는?"
"저기..."
엔비가 부엌을 가리켰다.
보아하니 할머니와 함께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잭! 이제 곧 음식이 다 되니 식사하러 가자!"
`배가 고팠는데, 잘 됐다. 그나저나 뭔가 좀 허전한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오늘은 오전 일을 안 했지...
"알겠어! 그런데 토마스, 오늘은 아침 일 안 해도 돼?"
"아침 일? 그거라면..."
"아까 우리가 다 해 놨다!"
엔비가 토마스의 말을 가로챘다.
"그랬구나..."
뭔가 아쉬웠다.
"다들 식사해!"
저 너머에서 샹들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후 우린 아침 식사하러 주방 쪽으로 향했다.
......
음식... 구운 네모난 빵 조각들... 계란 후라이... 치즈... 채소... 얇게 썰린 고기... 햄... 샐러드... 과일... 드레싱... 소스... 참깨... 음료...
......
음식들이 제각기 종류별로 상 위에 따로 놓여 있었다.
"이게 뭐야?"
나는 상에 놓인 음식들을 보며 물었다.
"잠깐만 기다려 봐!"
샹들레가 씩 하고 웃었다. 이후 그녀는 따로 흩어진 재료들을 모아서 뭔가를 만들었다.
......
"이건..."
나는 완성된 음식을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토스트 같았다.
"토스트네!"
톰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겠다!"
엔비가 기대에 찬 듯 말했다.
"어서 먹어 봐! 아마 맛이 끝내줄걸?"
샹들레가 자신만만하게 권했다.
"잘 먹을게!"
이후 나는 완성된 토스트의 냄새를 한번 맡아봤다. 좋은 냄새가 났다. 그러면서 따끈따끈한 열기도 함께 느껴졌다. 아침으로 이렇게 간단한 식사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우린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토스트를 양손으로 집었다. 이후 나는 입을 크게 벌린 뒤, 한 입 베어 물었다.
......
다양한 재료들이 함께 어우러져 섞이며, 가지각색의 맛이 저마다 조화를 이뤘다. 그러면서 또 다른 감칠맛이 서서히 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소스였다.
"어때?"
샹들레가 우리에게 물었다.
"맛있..."
"이거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는데?"
엔비가 내 말을 잘랐다.
"엔비! 그래도 죽으면 안 되지!"
토마스가 엔비에게 태클을 걸었다.
"그건 그렇지..."
이렇게 우린 오전부터 맛난 토스트를 먹으며, 왁자지껄하고 유쾌한 한때를 지냈다.
......
나는 아침 식사가 끝난 뒤, 할아버지께서 시킨 심부름을 하려고 홀로 시장에 방문했다.
"요즘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물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더군..."
"그러게나 말이야. 최근 들어본 얘기로는 신전에 무슨 일이 생겼다나, 뭐라나..."
상인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 나갔다. 나는 심부름을 마치고 나서 귀가를 하기 전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
아늑한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그립기도, 정겹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곳에 홀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그런 채로 영문도 모른 채 떠돌다가 우연히 철창 안에 갇힌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게 된 장소...
......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여기서부터 시작됐지... 이제 돌아갈까?`
나는 볼일도 끝났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느긋이 귀가하려고 했지만, 날씨가 더워서 얼른 오두막집으로 향해야겠다 싶었다.
......
`저건?`
저 너머로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그곳에는 붉은 눈빛에 무녀 복장을 한 여성이 서 있었다.
......
"오랜만이에요."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당신이었군요. 이번에 본 건 축제 이후로 처음이죠?"
그녀가 나를 보더니 웃었다.
"그러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축제는 잘 즐기셨나요?"
"네, 도중에 잠깐 난감한 일이 한 번 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 정말 친절하셨죠..."
"친절까지야..."
"그렇지 않아요. 남들이 방관하고, 주저하던 일을 홀로 망설임 없이 풀어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닌걸요!"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습니다."
그녀가 눈웃음을 지었다. 마치 내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데 지난번에 알 수 없는 얘기를 하셨잖아요. 그것에 관해 좀 여쭤봐도 될까요?"
"그거 말이군요! 그녀들이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런데 사실 그녀들이 기다리고 있던 건 원래 당신이 아니에요. 그저 우연스레... 또는 불행하게도 당신이 이 게임의 희생자로 선택되었을 뿐..."
`게임? 선택? 이게 무슨 말이지?`
"선택받았다는 게 무슨 말이죠? 그녀들은 또 누구고요?"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겁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결국에는 마주하게 될 순간들일 테니..."
"그런데 당신은 누구죠?"
"전 인도자... 길을 잃고, 방황하는 어린 양에게 길 안내를 해 주는... 말하자면, 저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이정표 같은 존재랍니다. 아마 조만간 또 어디서 뵙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니 그때까지 무운이 함께 하시길!"
이후 저 너머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
눈을 뜨자,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후 나는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찜통 안에 있으면, 이런 기분일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이후 우린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날씨가 덥지만, 저 너머에서 불어오는 미지근한 산들바람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나무 잎사귀는 바람 따라 춤을 추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
우린 마을 회관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지하에 있다고 한다. 식당은 회관에 들어선 뒤, 왼쪽으로 향하면, 지하로 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우린 계단을 거쳐, 지하로 향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식당 내부로 향했다.
......
"음식들이여 내가 왔다!"
프랭키가 신난 듯 말했다. 그런 뒤, 그는 바로 왼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세나랑 아이라는...
"세나가 없네?"
나는 주위를 두리번댔다.
"세나? 세나라면, 지금 저기서 일하고 있을걸?"
토마스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나는 그곳을 바라봤다. 세나가 주방 안에서 머리카락을 묶고, 앞치마를 메고, 일하고 있었다. 우리는 왼쪽으로 향했다.
......
우리는 저마다 급식 판에 음식을 배급받은 뒤, 오른쪽으로 향했다.
......
우리는 오른쪽 두 번째 줄에 착석했다. 그런 뒤, 식사를 시작했다.
"잭은 여기서 처음 먹어 보는 거지? 맛은 어때?"
"괜찮은 것 같아!
나는 옆자리에 앉은 토마스를 보며 대답했다. 실로 먹을 만했다.
......
"잘 먹었다!"
식사를 가장 먼저 빠르게 마친 프랭키가 말했다.
"다들 잘 먹었어?"
누군가가 이쪽으로 와서 말했다. 세나였다.
"세나구나!"
"일 끝났어?"
"어서 와!"
토마스, 프랭키, 샹들레가 세나를 보며 말했다.
"식사는 했어?"
"이제 슬슬 식사하려고!"
세나가 날 보며 대답했다.
"고생했어..."
아이라가 낮게 말했다.
"그래, 마을이 그렇게 돼서 바쁘기는 하지만, 덕분에 이런 것도 하고, 보람은 있네..."
이후 세나는 먹거리를 들고 자리로 왔다.
"그럼 우리는 놀러 가볼 테니 천천히 먹고 와!"
프랭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잭!"
"알겠어."
나는 토마스를 보며 대답했다.
......
그 길로 우리(나, 토마스, 프랭키)는 도피처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이곳에서 놀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놀았다. 그렇게 나는 비밀기지에서의 한 때와는 또 다르게 즐겁고, 재미있는 한때를 즐겼다.
......
주위에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두 손에 공을 든 채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있었다. 이제 슬슬 어두워질 것 같았다.
"잭! 인제 그만 돌아가자!"
토마스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그런데 넌 다른 애들처럼 회관에선 안 지내?"
"회관? 여기는 좀 불편해서..."
"그랬구나..."
"그리고 내가 없으면 할아버지랑 할머니께서 외로우실지도 모르잖아!"
"그렇겠다!"
나는 씩 하고 웃었다. 이후 우린 저 멀리서 여자애들과 놀고 있는 샹들레와 함께 귀가 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가 지났다.
......
하늘에서 비추는 뜨거운 햇살... 울창한 숲... 흙길... 나무... 메마른 강길... 다리... 저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신전...
......
눈을 뜨니 주변이 파랗다. 그리고 적막하고, 조용하다. 나는 지금 어딘가에 둥둥 뜬 채... 혹은 가라앉은 상태인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햇빛이 어렴풋이 비췄다. 이곳은 아무래도 물 속인 것 같았다. 그런데 물 속인데, 숨을 쉴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의아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왜 이런 곳에...`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잭... 나를 만나러 와."
"뭐라고? 넌 누구야!?"
......
눈을 뜨자, 아직 어두웠다. 창문 너머로 별이 보였다. 친구들은 아직 자고 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물 속이었고...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고, 그리고...
`뭐였더라?`
뭔가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후 나는 다시 이불을 덮고,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다. 왠지 기분이 나쁘고, 찜찜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새벽 시간대라서 덜하기는 하지만, 좀 더웠다. 그래서 나는 몸을 일으킨 뒤, 집 밖으로 향했다.
......
고요한 산속의 새벽... 귀뚜마리 소리... 어두운 하늘... 별들... 큼지막한 달...
......
나는 숨을 크게 들이킨 뒤, 내쉬었다. 역시 산속의 공기만 한 건 또 없는 것 같다. 난 토마스도,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친구들도 그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한때가 그리웠던 걸지도 모른다. 물론 지난번에도 이런 적은 있었고, 그 당시에도 밤하늘에는 별과 달이 보였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랐고, 또 지금처럼 여유로운 때도 아니었으니... 새삼 그런 사실이 와 닿고, 체감됐다. 설령 같은 상황일지라도 주변이나, 현재의 마음가짐에 따라 사물이나 현상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는 것 같다.
`아까 꿨던 꿈은 과연 뭐였을까? 지난번에도 뭔가 안 좋은 꿈을 꾼 적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 전에 그렇게까지 안 좋은 내용 같지는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자꾸 찜찜했다. 왠지 보기 싫은 장면을 본 듯한... 만나선 안 될 걸 만난 듯한... 마주해선 안 될 걸 마주한 듯한... 그냥 모른 채 지냈으면 더 좋았을 법한... 그런 기분이 막연히 들었던 새벽의 한때였다. 이후 난 집 안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잠을 청했다.
......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자, 어느새 아침이 되어있었다. 창문 너머로 따스하기보다는... 쨍쨍하고, 후덥지근한 햇빛이 비쳐 들어왔다. 덕분에 좀 푹푹 찌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직 이른 오전 도중이라서 그런 느낌은 덜 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내버려 뒀다가는 익어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하품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토마스가 근처에서 엔비랑 놀고 있었다. 샹들레는 보이지 않았다.
......
"얘들아..."
나는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일어났구나?"
"일어났어?"
토마스와 엔비가 날 바라봤다. 현재 토마스의 손에는 한 손에 풀 같이 생긴 게 들려있다.
"방금 일어났어. 샹들레는?"
"저기..."
엔비가 부엌을 가리켰다.
보아하니 할머니와 함께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잭! 이제 곧 음식이 다 되니 식사하러 가자!"
`배가 고팠는데, 잘 됐다. 그나저나 뭔가 좀 허전한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오늘은 오전 일을 안 했지...
"알겠어! 그런데 토마스, 오늘은 아침 일 안 해도 돼?"
"아침 일? 그거라면..."
"아까 우리가 다 해 놨다!"
엔비가 토마스의 말을 가로챘다.
"그랬구나..."
뭔가 아쉬웠다.
"다들 식사해!"
저 너머에서 샹들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후 우린 아침 식사하러 주방 쪽으로 향했다.
......
음식... 구운 네모난 빵 조각들... 계란 후라이... 치즈... 채소... 얇게 썰린 고기... 햄... 샐러드... 과일... 드레싱... 소스... 참깨... 음료...
......
음식들이 제각기 종류별로 상 위에 따로 놓여 있었다.
"이게 뭐야?"
나는 상에 놓인 음식들을 보며 물었다.
"잠깐만 기다려 봐!"
샹들레가 씩 하고 웃었다. 이후 그녀는 따로 흩어진 재료들을 모아서 뭔가를 만들었다.
......
"이건..."
나는 완성된 음식을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토스트 같았다.
"토스트네!"
톰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겠다!"
엔비가 기대에 찬 듯 말했다.
"어서 먹어 봐! 아마 맛이 끝내줄걸?"
샹들레가 자신만만하게 권했다.
"잘 먹을게!"
이후 나는 완성된 토스트의 냄새를 한번 맡아봤다. 좋은 냄새가 났다. 그러면서 따끈따끈한 열기도 함께 느껴졌다. 아침으로 이렇게 간단한 식사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우린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토스트를 양손으로 집었다. 이후 나는 입을 크게 벌린 뒤, 한 입 베어 물었다.
......
다양한 재료들이 함께 어우러져 섞이며, 가지각색의 맛이 저마다 조화를 이뤘다. 그러면서 또 다른 감칠맛이 서서히 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소스였다.
"어때?"
샹들레가 우리에게 물었다.
"맛있..."
"이거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는데?"
엔비가 내 말을 잘랐다.
"엔비! 그래도 죽으면 안 되지!"
토마스가 엔비에게 태클을 걸었다.
"그건 그렇지..."
이렇게 우린 오전부터 맛난 토스트를 먹으며, 왁자지껄하고 유쾌한 한때를 지냈다.
......
나는 아침 식사가 끝난 뒤, 할아버지께서 시킨 심부름을 하려고 홀로 시장에 방문했다.
"요즘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물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더군..."
"그러게나 말이야. 최근 들어본 얘기로는 신전에 무슨 일이 생겼다나, 뭐라나..."
상인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 나갔다. 나는 심부름을 마치고 나서 귀가를 하기 전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
아늑한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그립기도, 정겹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곳에 홀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그런 채로 영문도 모른 채 떠돌다가 우연히 철창 안에 갇힌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게 된 장소...
......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여기서부터 시작됐지... 이제 돌아갈까?`
나는 볼일도 끝났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느긋이 귀가하려고 했지만, 날씨가 더워서 얼른 오두막집으로 향해야겠다 싶었다.
......
`저건?`
저 너머로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그곳에는 붉은 눈빛에 무녀 복장을 한 여성이 서 있었다.
......
"오랜만이에요."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당신이었군요. 이번에 본 건 축제 이후로 처음이죠?"
그녀가 나를 보더니 웃었다.
"그러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축제는 잘 즐기셨나요?"
"네, 도중에 잠깐 난감한 일이 한 번 있었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 정말 친절하셨죠..."
"친절까지야..."
"그렇지 않아요. 남들이 방관하고, 주저하던 일을 홀로 망설임 없이 풀어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닌걸요!"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습니다."
그녀가 눈웃음을 지었다. 마치 내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그런데 지난번에 알 수 없는 얘기를 하셨잖아요. 그것에 관해 좀 여쭤봐도 될까요?"
"그거 말이군요! 그녀들이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런데 사실 그녀들이 기다리고 있던 건 원래 당신이 아니에요. 그저 우연스레... 또는 불행하게도 당신이 이 게임의 희생자로 선택되었을 뿐..."
`게임? 선택? 이게 무슨 말이지?`
"선택받았다는 게 무슨 말이죠? 그녀들은 또 누구고요?"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겁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결국에는 마주하게 될 순간들일 테니..."
"그런데 당신은 누구죠?"
"전 인도자... 길을 잃고, 방황하는 어린 양에게 길 안내를 해 주는... 말하자면, 저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이정표 같은 존재랍니다. 아마 조만간 또 어디서 뵙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니 그때까지 무운이 함께 하시길!"
이후 저 너머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
눈을 뜨자,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후 나는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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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And...조회 : 1,1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2,216 40.Masquerade - The Original The End조회 : 926 추천 : 0 댓글 : 1 글자 : 2,140 39.A Piece of Memory : Part 01조회 : 1,15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00 38.3 - 8 (The End)조회 : 1,19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9,855 37.3 - 7조회 : 1,129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182 36.3 - 6조회 : 1,09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24 35.3 - 5조회 : 1,2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43 34.3 - 4조회 : 1,1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69 33.3 - 3조회 : 26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25 32.3 - 2조회 : 2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19 31.3 - 1조회 : 17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73 30.Episode 03. The Temple of Water조회 : 17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13 29.2 - 9 (The End)조회 : 15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100 28.2 - 8조회 : 16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만 27.2 - 7조회 : 17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320 26.2 - 6조회 : 18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85 25.2 - 5조회 : 1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175 24.2 - 4조회 : 2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66 23.2 - 3조회 : 1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66 22.2 - 2조회 : 1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98 21.2 - 1조회 : 14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68 20.Episode. 02 - A Summer Festival조회 : 15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638 19.1 - 17 (The End)조회 : 1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343 18.1 - 16조회 : 18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15 17.1 - 15조회 : 21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39 16.1 - 14조회 : 1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17 15.1 - 13조회 : 14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27 14.1 - 12조회 : 1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11 13.1 - 11조회 : 1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30 12.1 - 10조회 : 2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828 11.1 - 9조회 : 1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15 10.1 - 8조회 : 4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77 9.1 - 7조회 : 18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854 8.1 - 6조회 : 16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67 7.1 - 5조회 : 2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85 6.1 - 4조회 : 28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77 5.1 - 3조회 : 2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08 4.1 - 2조회 : 2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67 3.1 - 1조회 : 16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66 2.Episode. 01 : ARTHUR VAN PIOS조회 : 2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55 1.???조회 : 1,41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