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8 (The End)
조회 : 1,187 추천 : 0 글자수 : 9,855 자 2022-09-29
"배고프다..."
나는 낮게 중얼댔다.
"그러면 이제 슬슬 뭣 좀 차려 먹을까?"
"그러자!"
"카레... 양고기..."
자고 있던 엔비가 우리 대화를 들은 건지는 몰라도 잠꼬대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와 샹들레는 한바탕 웃었다. 이후 우린 그를 깨워, 간단히 밤참을 마친 뒤, 다시 길을 나섰다.
......
우린 현재 램프를 켜고 나서 짐칸에 매단 채, 야반도주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말을 타고 길을 나서는 중이다. 나는 처음에는 램프를 켜도 `야밤 도중에 다니기 불편하거나,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 주변 길은 완만하고, 평평하고, 일직선으로 쭉 이어져 있는 구도라서 딱히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덥지 않은 것까지는 좋은데, 이거 시차 적응이 안 되네. 몸도 찌뿌둥하고 말이야..."
엔비가 반대편 자리에서 하품하며 기지개를 켰다. 이번에는 샹들레가 말을 몰며 하품했다. 시차 적응이 안 되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지내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나는 엔비를 보며 피식했다.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괜찮아지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깐 어서 이 재미 없는 일 마치고 돌아가자."
엔비는 대답한 뒤, 반대편 방향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너네는 왜 날도 안 더운데, 내 양쪽에 앉아서 가는 거야?"
샹들레가 말에게 채찍질하며 물었다.
"난 바람이나 좀 쐬고 싶어서..."
"위와 같음."
"상관없지만, 그래도 자리가 좀 좁아서 불편하네..."
"살이 쪄서 그런 거 아니고?"
"뭐라고!?"
말이 잠깐 경로를 이탈한 뒤,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살이 쪄서 그런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
"아님 마는 거지, 왜 말을 더듬어? 혹시 어딘가 아픈 곳이라도 찔렀나?"
엔비가 실실 쪼갰다.
"시끄러워! 숙녀한테 살이 쪘다고 하다니 비신사적이야!"
"쪼끄만 게 숙녀는 무슨..."
"내가 보기엔 네가 더 쪼끄만 것 같은데?"
"난 고양이가 아니야!"
"누가 뭐래?"
`역시 이 둘 장단이 잘 맞는 것 같다.`
우린 이렇게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갈 길을 계속 나아갔다. 아직 시차 적응도 잘 안되고, 졸리고, 피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의 떠들썩한 모습을 보니 즐거웠다.
......
저 너머로부터 동이 트기 시작했다.
"벌써 오전인가 보네..."
"그러게. 오전이네..."
이후 난 건너편 자리에 앉아있는 샹들레를 바라봤다. 그녀는 현재 뾰로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아직도 저러고 있네...`
......
햇빛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더워진다..."
"그러게..."
엔비가 자리에 늘어진 채 신음했다. 나도 현재 그와 비슷한 모습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봐."
샹들레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게 우린 어제 계획해둔 것처럼 주변의 그늘진 자리에 적당히 터를 잡았다. 이후 슬슬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이렇게 누군가에겐 하루가 시작됐지만, 누군가에겐 하루가 지났다.
......
나는 지금 자리에 누워 있다.
`잠이 안 온다...`
피곤한 건 맞는 것 같은데, 막상 점심시간 도중에 잠을 자려고 하니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 시점 사방에선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생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군..."
"그러게..."
엔비가 자리에 누운 채로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를 보고 씩 하고 웃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나름 잘 적응한 건지는 몰라도 샹들레는 현재 가만히 누워, 새근새근하며 잘 자고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기지개를 켰다.
"어디 가려고?"
"잠이 안 와서 이 주변이나 잠깐 돌아보려고..."
"그래? 그럼 나도 그래야겠다. 같이 가자! 그나저나 쟤는 잘만 자네..."
엔비가 샹들레를 바라봤다. 그렇게 나와 엔비는 의도치 않게 햇볕이 쨍쨍한 점심시간 도중의 숲속을 거닐게 되었는데...
......
"열매가 있네?"
나는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바라봤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여기저기 나무에 열매가 잔뜩 매달려있었다.
"좀 있다가 돌아가면서 열매나 좀 따서 갈까?"
"그래, 그러자!"
엔비가 날 보며 씩 하고 웃었다. 나는 그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 우린 좀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눈앞에 웬 연못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선 어떤 동물이 한 마리가 느긋이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저게 뭐지?`
나는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사슴 같이 생겼다.
"엔비, 저거 사슴 맞지?"
"사자는 아닌 것 같다."
엔비가 그것을 보며 대답했다. 이후 우린 사슴을 붙잡고 나서 잠시 연못에서 수영하기로 했다.
......
엔비가 옆에서 몸을 풀며 소리를 냈다. 나는 빤스만 입은 채 몸을 풀었다.
"그러고 보니..."
"왜 그래?"
"샹들레를 깜박하고 있었네... 데리고 올까?"
"잘 자는 애를 뭣 하러 깨워? 자는 애는 그냥 두고 어서 씻기나 하자!"
`그건 그러네...`
"그러자!"
이후 엔비는 연못 속으로 퐁당 소리를 내며 입수했다. 이어서 나는 연못 속으로 풍덩 소리를 내며 입수했다. 그렇게 우린 한참 동안 연못 속에서 헤엄치고 놀았다.
......
우린 잠시 햇볕을 쬐며 몸을 말린 뒤, 지난번처럼 연못 안에 있는 생선들을 어느 정도 잡고 나서 짐칸 안에 저장해 놓은 뒤, 겸사겸사 나무 열매도 수확하고 마지막으로 붙잡은 사슴을 가지고 원래 있던 장소로 향했다.
"오늘은 먹을 게 많네!"
엔비가 씩 하고 웃었다.
"그러게! 먹을 복이 터진 것 같아!"
나는 씩 하고 웃었다.
......
우리는 현장에 도착한 뒤, 일사불란하게 조리 과정을 마치고 나서 사슴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무 열매는 잘 씻고, 후식으로 먹기로 했다.
"냄새 좋다. 역시 이 세상에서 고기 익는 냄새만큼 좋은 냄새는 또 없는 것 같아..."
엔비가 두 눈을 감고 말했다. 이후 우린 자고 샹들레를 깨운 뒤, 사슴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
엔비가 갑자기 인상을 찡그리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그래?"
"뭔가를 깜박한 것 같아서... 그런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
"혹시 소스 때문에 그래?"
내 물음에 엔비가 답한 뒤, 샹들레가 물었다.
"그것 때문에 그런가? 왠지 자꾸만 찝찝한 기분이 들더라고? 확실히 고기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소스가 빠지면 섭섭하지!"
"그건 그래."
"그러면 소스 꺼내서 찍어 먹자!"
우린 그런 얘기를 잠시 나눈 뒤, 짐칸 안에 있는 소스를 꺼냈다. 그러면서 채소들도 함께 즐겼다. 그렇게 우리는 즐거운 점심 식사를 즐겼다. 그런데 나와 엔비는 그땐 몰랐다. 우리가 정말로 깜박한 그 무언가가 무엇이었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
우린 현재 말을 몰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지금은 오후 시간이라서 햇빛이 어느 정도 사그라진 상태다.
"피곤하다..."
엔비가 말을 몰며 중얼댔다.
"그러게 피곤하다..."
난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
"그래도 넌 말을 몰고 있지는 않잖아?"
"말을 몰면 오히려 덜 피곤하지 않아?"
"그래도 피곤한 건 마찬가지야. 그나저나 아까까지만 해도 씻고 나와서 기분도 좋고 뽀송뽀송했었는데..."
"그러게..."
"씻고 나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게 있어. 별일 아니니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
이번에는 샹들레가 말을 몰았다. 엔비는 반대편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다. 피곤해서 잠이 든 모양이다.
`피곤할 만도 하지...`
그러고 보니 나랑 엔비가 잠자는 걸 깜박했다. 아까 엔비가 자꾸 뭔가를 깜박한 것 같다고 하더니 이거였나 보다.
"잭, 짐칸에서 생선 냄새 같은 게 나는 것 같지 않아?`
"생선? 생선이라면, 아까 우리가 잡아서 통 안에 넣어 놨어!"
나는 샹들레를 바라봤다.
"그래?"
"나랑 잭이 아까 너 자고 있을 때 이리저리 부지런하게 다니면서 사냥하고 다녔다."
잠든 줄 알았던 엔비가 눈을 감고 말했다.
`원래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
저 너머로부터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날은 이제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일찍 잠자기 위해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와 엔비는 샹들레가 저녁 식사 준비하는 동안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기로 했다.
"피곤하다. 이러다가 눈그늘 생기겠네..."
`피곤하다는 거겠지?`
나는 엔비를 바라봤다.
"그러면 오늘은 좀 일찍 자도록 해!"
"그래, 그래야겠다. 식사가 다 되면 얘기해..."
엔비는 대답하던 도중 잠자리에 들었다.
......
주위에서 매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놈의 매미들은 나랑 과거에 원수라도 진 건가? 시도 때도 없이 날 괴롭히네...`
엔비가 눈을 감고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평소엔 그다지 듣고 싶지도, 들을 만한 소리도 아닌 매미 울음소리지만, 이런 날, 이런 순간 듣게 되니 왠지 재밌었다.
......
한쪽에선 엔비의 코골이 소리, 다른 한쪽에서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서로 부조화를 이루며 섞여 들렸다. 나는 점점 밤을 향해 가는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
눈을 뜨자, 더웠다. 그것에 모자라 아래쪽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밑 도리를 바라봤다. 엔비가 그곳에서 자고 있었다.
`왠지 무겁고, 덥더라니... 그런데 왜 여기서 자는 거지?`
이후 난 하늘을 바라봤다. 날씨가 어두컴컴했다. 그리고 저 너머로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름은 덥고, 공기도 미지근하고, 땀도 나서 기분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숲에서 은은히 불어오는 바람과 그러한 것들에서 묻어나오는 냄새는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때가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저 매미 소리 빼고는 말이다.
"잭, 엔비!"
저 너머에서 샹들레가 우리를 보며 소리쳤다. 이제 식사 준비가 다 된 모양이다.
"지금 갈게!"
나는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이후 난 엔비를 깨웠다. 그리고 우린 현장으로 향했다.
......
"날씨도 더운데, 뜨거운 음식이라니..."
엔비가 자리에 앉은 채 불평했다.
"지난번에도 얘기하지 않았나? 더위는 더위로 이겨내야 한다고..."
샹들레가 한 손엔 그릇을 들고, 다른 손에는 국자로 음식을 담았다.
"그렇다고 굳이 뜨거운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어?"
엔비가 그녀가 건네준 그릇을 받았다.
"더울 때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게 더 낫지 않아? 그래야, 더운 기분을 덜 느낄 거 아니야."
"어차피 더운 건 마찬가지인데,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오늘도 역시 장단이 잘 맞는 둘이었다.
"이건 뭐야?"
나는 샹들레가 건네준 그릇을 받고 나서 물었다.
"생선찜이야! 원래는 구워 먹으려고 했었는데, 이제 슬슬 밤이니 쪄서 먹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그랬구나..."
"좌우지간... 배고프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고 이제 식사나 시작 해 볼까?"
엔비는 그렇게 말 한 뒤, 생선찜 냄새를 맡았다.
"냄새 좋다..."
"누가 만든 건데!"
"이거 보니깐 술이 마시고 싶어지네."
"여기까지 와서 웬 술이야?"
"술 좀 마실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래도 내일쯤이면, 현장에 도착할 텐데... 좀 참는 게 낫지 않겠어?"
"참는 건 더위만 해도 이미 원 없이 참고 있는데..."
"그만하고 이제 식사나 하자."
난 이 둘을 중재했다. 이후 우린 생선찜을 배불리 먹었다.
......
"잘 먹었다."
엔비가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자리에 누웠다.
"아까는 덥다고 뭐라 하지 않았어?"
"지금은 좀 덜 덥잖아. 그러니 이 마음이 하늘같이 넓은 엔비 님이 참고, 넘어가 주셔야지."
엔비가 날 보며 대답했다.
"그래."
이후 우린 주변 정리하고 나서 잠자기 위해 자리에 누웠다.
......
눈을 뜨자, 하늘이 좀 어둑했다. 아무래도 새벽쯤인 것 같다. 그리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현재 엔비와 샹들레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둘 다 피곤했던 모양이다. 나도 어제 잠을 못 자기는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보다는 노고가 그다지 심한 편은 아니어서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후 나는 더 누워서 잘까 했는데, 새벽 도중이라서 그런지 날씨도 선선하고 또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아서 왠지 모르게 주변을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산책에 나섰다.
......
난 별생각 없이 숲 여기저기를 거닐며 다녔다. 그런데 역시 새벽이라서 그런지 어두컴컴했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오로지 하늘에서 비추는 달빛에 의지한 채로 걸어 다녀야 했다.
`랜턴을 들고 올 걸 그랬나?`
......
눈을 뜨자, 아까 자고 있었던 그 장소다.
`여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엔비와 샹들레가 주변 정리하고 있었다.
"넌 뭘 했다고 온종일 자고 있어? 얼른 일어나! 출발하게..."
엔비가 멀찌감치에서 소리쳤다.
`꿈인가?`
뭔가 이상했다. 왜냐면, 꿈치고는 생생했기 때문이다.
`뭐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이나 한잔 마셔!"
엔비가 내게 수통을 건네줬다. 이후 우린 출발하려고 했는데...
......
"저기..."
"왜 그래?"
샹들레가 말고삐를 쥔 채 물었다.
"이쪽으로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숲 쪽을 가리켰다.
"숲속으로 들어가서 뭐 하려고?"
반대편 자리에 앉아있는 엔비가 물었다.
"이쪽으로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게 무슨 말이야?"
"숲길로 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그런 건 아닌데..."
"멀쩡한 길을 내버려 두고, 왜 숲속으로 가자는 건데?"
"엔비,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저리로 가 보자. 어차피 급할 필요가 없으니깐..."
샹들레가 엔비에게 제안했다.
"난 얼른 볼 일 다 보고 나서 귀가한 뒤, 푹 쉬고 싶은데..."
엔비가 팔짱을 끼고, 인상을 찡그렸다.
`고기 먹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고?`
이후 우린 지도에 적힌 정상적인 길이 아닌 숲속 길로 향하게 됐다.
......
"일찍 도착했네?"
엔비가 눈앞의 거대하고, 웅장한 하얀색 신전을 바라봤다. 그렇다. 우린 예정보다 꽤 빨리 물의 신전에 도착했다. 신전의 바로 앞에는 메마른 채, 움푹 파인 갈라진 땅이 보였다.
"그러게..."
나는 피식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신전을 보며 중얼댔다.
"볼 일은 이걸로 다 끝난 거 아니야?"
엔비가 신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 잠깐 살펴보러 가자면서? 그러니깐 잠깐 살펴봤으니깐 볼 일은 다 끝난 거지!"
"그게 아니라, 무슨 일이 생겼나 보러 온 거잖아!"
샹들레가 엔비에게 태클 걸었다.
"어차피 살펴본다는 점에선 같잖아, 그러니깐 이제 돌아가자!"
엔비가 보챘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잠깐 둘러만 보자."
나는 이들에게 제안했다.
"귀찮은데..."
엔비가 중얼댔다. 이후 우린 신전 주변을 잠깐 둘러봤다.
......
우린 마지막으로 물의 신전 문 앞에 다가섰다.
"둘러볼 건 다 둘러본 것 같은데?"
엔비가 주위를 두리번댔다.
"남은 건 이 안뿐인 것 같아."
샹들레가 입구를 바라봤다. 이곳의 입구는 현재 굳게 닫혀 있다. 그리고 문고리 같은 건 따로 달리지 않았다. 또한 미닫이식으로 돼 있지도 않아서 이걸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이것을 입구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면 그냥 부수고 들어가자!"
"어떻게?"
"어쩌긴 뭘 어째? 그냥 부수면 되는 거지."
엔비가 날 보며 별일 아닌 듯 대답했다.
"그러다가 안에 있는 사람이 화내면 어쩌려고 그래?"
샹들레가 엔비를 말렸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지내기나 하나?"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이쯤하고 돌아가자. 더는 확인할 것도 없는 것 같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신전 입구에 손을 기댔다. 그러자 갑자기 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
"뭐지?"
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문이 열린 신전 내부를 바라봤다. 어두컴컴했다.
"아무래도 들어오라고 하는 것 같은데?"
엔비가 신전 내부를 바라봤다.
"그러면 한 번 들어가 보자!"
샹들레가 씩 하고 웃었다. 이후 우린 물의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
우린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열려 있었던 신전 문이 닫혔다. 이후 우리는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곳에는 문이 하나 있었다.
......
엔비가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이후 우린 또 다른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앙으로 향했다.
......
이곳의 내부는 널찍하지만, 딱히 인적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지?"
엔비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도 없나?`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던 도중 저 너머로 사람 한 명이 보였다. 우린 그 사람한테 가까이 다가갔다.
......
"실례합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몸을 내 쪽으로 돌렸다.
......
하늘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작은 얼굴... 파란색 머리띠... 얇은 하얀색 원피스... 치마 밑단은 무릎 위 조금까지 올라갔다.
머리카락은 단발머리이다. 앞 머리카락은 일자다. 눈썹 아래로 조금 내려갔다. 눈은 크다. 코는 작다. 덩치는 가장 작았다. 피부는 하얗다.
......
"오랜만이야!"
그녀가 반갑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아는 사람이야?"
샹들레가 옆에서 물었다.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누구였더라?`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후 나는 그녀를 자세히 바라봤다. 생김새 자체는 확실히 낯이 익기는 했다.
......
`여름 축제 때였나?`
"수?"
나는 문득 떠오른 이름을 낮게 중얼거렸다.
"맞아!"
`수라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왜냐면, 지난번에 만났던 모습과는 뭔가 좀 달랐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커졌다. 덩치가 더 자라 있었다.
"둘이 무슨 관계야?"
엔비가 나랑 수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말하자면, 오빠랑 나중에 결혼할 사이라고 하면 되려나? 아니면 지금 당장 해도 좋아! 왜냐면, 나는 순결을 바칠 준비가 됐으니깐..."
수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지?`
"그게 무슨 말이야?"
샹들레가 볼에 홍조를 좀 띠면서 물었다. 아무래도 수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당황한 모양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 아가씨!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는 법이라고!"
엔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 거 알 게 뭐야! 오빠, 나랑 결혼할 거지?"
수가 웃으면서 물었다.
......
"나는 그럴 수 없어..."
......
"그래? 그러면, 죽어!"
그 얘기를 끝으로 수가 내 가슴을 찔렀다. 이후 주변이 어두컴컴해졌다.
......
Fail......
......
이 세상은 그렇게 멸망해버렸다.
......
Q : '게임을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 네
- 아니오
나는 낮게 중얼댔다.
"그러면 이제 슬슬 뭣 좀 차려 먹을까?"
"그러자!"
"카레... 양고기..."
자고 있던 엔비가 우리 대화를 들은 건지는 몰라도 잠꼬대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와 샹들레는 한바탕 웃었다. 이후 우린 그를 깨워, 간단히 밤참을 마친 뒤, 다시 길을 나섰다.
......
우린 현재 램프를 켜고 나서 짐칸에 매단 채, 야반도주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말을 타고 길을 나서는 중이다. 나는 처음에는 램프를 켜도 `야밤 도중에 다니기 불편하거나,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 주변 길은 완만하고, 평평하고, 일직선으로 쭉 이어져 있는 구도라서 딱히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덥지 않은 것까지는 좋은데, 이거 시차 적응이 안 되네. 몸도 찌뿌둥하고 말이야..."
엔비가 반대편 자리에서 하품하며 기지개를 켰다. 이번에는 샹들레가 말을 몰며 하품했다. 시차 적응이 안 되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지내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나는 엔비를 보며 피식했다.
"그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괜찮아지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깐 어서 이 재미 없는 일 마치고 돌아가자."
엔비는 대답한 뒤, 반대편 방향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너네는 왜 날도 안 더운데, 내 양쪽에 앉아서 가는 거야?"
샹들레가 말에게 채찍질하며 물었다.
"난 바람이나 좀 쐬고 싶어서..."
"위와 같음."
"상관없지만, 그래도 자리가 좀 좁아서 불편하네..."
"살이 쪄서 그런 거 아니고?"
"뭐라고!?"
말이 잠깐 경로를 이탈한 뒤,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살이 쪄서 그런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
"아님 마는 거지, 왜 말을 더듬어? 혹시 어딘가 아픈 곳이라도 찔렀나?"
엔비가 실실 쪼갰다.
"시끄러워! 숙녀한테 살이 쪘다고 하다니 비신사적이야!"
"쪼끄만 게 숙녀는 무슨..."
"내가 보기엔 네가 더 쪼끄만 것 같은데?"
"난 고양이가 아니야!"
"누가 뭐래?"
`역시 이 둘 장단이 잘 맞는 것 같다.`
우린 이렇게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갈 길을 계속 나아갔다. 아직 시차 적응도 잘 안되고, 졸리고, 피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의 떠들썩한 모습을 보니 즐거웠다.
......
저 너머로부터 동이 트기 시작했다.
"벌써 오전인가 보네..."
"그러게. 오전이네..."
이후 난 건너편 자리에 앉아있는 샹들레를 바라봤다. 그녀는 현재 뾰로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아직도 저러고 있네...`
......
햇빛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더워진다..."
"그러게..."
엔비가 자리에 늘어진 채 신음했다. 나도 현재 그와 비슷한 모습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봐."
샹들레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게 우린 어제 계획해둔 것처럼 주변의 그늘진 자리에 적당히 터를 잡았다. 이후 슬슬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이렇게 누군가에겐 하루가 시작됐지만, 누군가에겐 하루가 지났다.
......
나는 지금 자리에 누워 있다.
`잠이 안 온다...`
피곤한 건 맞는 것 같은데, 막상 점심시간 도중에 잠을 자려고 하니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 시점 사방에선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생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군..."
"그러게..."
엔비가 자리에 누운 채로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를 보고 씩 하고 웃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나름 잘 적응한 건지는 몰라도 샹들레는 현재 가만히 누워, 새근새근하며 잘 자고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기지개를 켰다.
"어디 가려고?"
"잠이 안 와서 이 주변이나 잠깐 돌아보려고..."
"그래? 그럼 나도 그래야겠다. 같이 가자! 그나저나 쟤는 잘만 자네..."
엔비가 샹들레를 바라봤다. 그렇게 나와 엔비는 의도치 않게 햇볕이 쨍쨍한 점심시간 도중의 숲속을 거닐게 되었는데...
......
"열매가 있네?"
나는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바라봤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여기저기 나무에 열매가 잔뜩 매달려있었다.
"좀 있다가 돌아가면서 열매나 좀 따서 갈까?"
"그래, 그러자!"
엔비가 날 보며 씩 하고 웃었다. 나는 그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 우린 좀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눈앞에 웬 연못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선 어떤 동물이 한 마리가 느긋이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저게 뭐지?`
나는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사슴 같이 생겼다.
"엔비, 저거 사슴 맞지?"
"사자는 아닌 것 같다."
엔비가 그것을 보며 대답했다. 이후 우린 사슴을 붙잡고 나서 잠시 연못에서 수영하기로 했다.
......
엔비가 옆에서 몸을 풀며 소리를 냈다. 나는 빤스만 입은 채 몸을 풀었다.
"그러고 보니..."
"왜 그래?"
"샹들레를 깜박하고 있었네... 데리고 올까?"
"잘 자는 애를 뭣 하러 깨워? 자는 애는 그냥 두고 어서 씻기나 하자!"
`그건 그러네...`
"그러자!"
이후 엔비는 연못 속으로 퐁당 소리를 내며 입수했다. 이어서 나는 연못 속으로 풍덩 소리를 내며 입수했다. 그렇게 우린 한참 동안 연못 속에서 헤엄치고 놀았다.
......
우린 잠시 햇볕을 쬐며 몸을 말린 뒤, 지난번처럼 연못 안에 있는 생선들을 어느 정도 잡고 나서 짐칸 안에 저장해 놓은 뒤, 겸사겸사 나무 열매도 수확하고 마지막으로 붙잡은 사슴을 가지고 원래 있던 장소로 향했다.
"오늘은 먹을 게 많네!"
엔비가 씩 하고 웃었다.
"그러게! 먹을 복이 터진 것 같아!"
나는 씩 하고 웃었다.
......
우리는 현장에 도착한 뒤, 일사불란하게 조리 과정을 마치고 나서 사슴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무 열매는 잘 씻고, 후식으로 먹기로 했다.
"냄새 좋다. 역시 이 세상에서 고기 익는 냄새만큼 좋은 냄새는 또 없는 것 같아..."
엔비가 두 눈을 감고 말했다. 이후 우린 자고 샹들레를 깨운 뒤, 사슴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
엔비가 갑자기 인상을 찡그리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그래?"
"뭔가를 깜박한 것 같아서... 그런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
"혹시 소스 때문에 그래?"
내 물음에 엔비가 답한 뒤, 샹들레가 물었다.
"그것 때문에 그런가? 왠지 자꾸만 찝찝한 기분이 들더라고? 확실히 고기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소스가 빠지면 섭섭하지!"
"그건 그래."
"그러면 소스 꺼내서 찍어 먹자!"
우린 그런 얘기를 잠시 나눈 뒤, 짐칸 안에 있는 소스를 꺼냈다. 그러면서 채소들도 함께 즐겼다. 그렇게 우리는 즐거운 점심 식사를 즐겼다. 그런데 나와 엔비는 그땐 몰랐다. 우리가 정말로 깜박한 그 무언가가 무엇이었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
우린 현재 말을 몰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지금은 오후 시간이라서 햇빛이 어느 정도 사그라진 상태다.
"피곤하다..."
엔비가 말을 몰며 중얼댔다.
"그러게 피곤하다..."
난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
"그래도 넌 말을 몰고 있지는 않잖아?"
"말을 몰면 오히려 덜 피곤하지 않아?"
"그래도 피곤한 건 마찬가지야. 그나저나 아까까지만 해도 씻고 나와서 기분도 좋고 뽀송뽀송했었는데..."
"그러게..."
"씻고 나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게 있어. 별일 아니니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
이번에는 샹들레가 말을 몰았다. 엔비는 반대편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다. 피곤해서 잠이 든 모양이다.
`피곤할 만도 하지...`
그러고 보니 나랑 엔비가 잠자는 걸 깜박했다. 아까 엔비가 자꾸 뭔가를 깜박한 것 같다고 하더니 이거였나 보다.
"잭, 짐칸에서 생선 냄새 같은 게 나는 것 같지 않아?`
"생선? 생선이라면, 아까 우리가 잡아서 통 안에 넣어 놨어!"
나는 샹들레를 바라봤다.
"그래?"
"나랑 잭이 아까 너 자고 있을 때 이리저리 부지런하게 다니면서 사냥하고 다녔다."
잠든 줄 알았던 엔비가 눈을 감고 말했다.
`원래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
저 너머로부터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날은 이제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일찍 잠자기 위해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와 엔비는 샹들레가 저녁 식사 준비하는 동안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기로 했다.
"피곤하다. 이러다가 눈그늘 생기겠네..."
`피곤하다는 거겠지?`
나는 엔비를 바라봤다.
"그러면 오늘은 좀 일찍 자도록 해!"
"그래, 그래야겠다. 식사가 다 되면 얘기해..."
엔비는 대답하던 도중 잠자리에 들었다.
......
주위에서 매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놈의 매미들은 나랑 과거에 원수라도 진 건가? 시도 때도 없이 날 괴롭히네...`
엔비가 눈을 감고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평소엔 그다지 듣고 싶지도, 들을 만한 소리도 아닌 매미 울음소리지만, 이런 날, 이런 순간 듣게 되니 왠지 재밌었다.
......
한쪽에선 엔비의 코골이 소리, 다른 한쪽에서는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서로 부조화를 이루며 섞여 들렸다. 나는 점점 밤을 향해 가는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
눈을 뜨자, 더웠다. 그것에 모자라 아래쪽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밑 도리를 바라봤다. 엔비가 그곳에서 자고 있었다.
`왠지 무겁고, 덥더라니... 그런데 왜 여기서 자는 거지?`
이후 난 하늘을 바라봤다. 날씨가 어두컴컴했다. 그리고 저 너머로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름은 덥고, 공기도 미지근하고, 땀도 나서 기분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숲에서 은은히 불어오는 바람과 그러한 것들에서 묻어나오는 냄새는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때가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저 매미 소리 빼고는 말이다.
"잭, 엔비!"
저 너머에서 샹들레가 우리를 보며 소리쳤다. 이제 식사 준비가 다 된 모양이다.
"지금 갈게!"
나는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이후 난 엔비를 깨웠다. 그리고 우린 현장으로 향했다.
......
"날씨도 더운데, 뜨거운 음식이라니..."
엔비가 자리에 앉은 채 불평했다.
"지난번에도 얘기하지 않았나? 더위는 더위로 이겨내야 한다고..."
샹들레가 한 손엔 그릇을 들고, 다른 손에는 국자로 음식을 담았다.
"그렇다고 굳이 뜨거운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어?"
엔비가 그녀가 건네준 그릇을 받았다.
"더울 때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게 더 낫지 않아? 그래야, 더운 기분을 덜 느낄 거 아니야."
"어차피 더운 건 마찬가지인데,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오늘도 역시 장단이 잘 맞는 둘이었다.
"이건 뭐야?"
나는 샹들레가 건네준 그릇을 받고 나서 물었다.
"생선찜이야! 원래는 구워 먹으려고 했었는데, 이제 슬슬 밤이니 쪄서 먹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그랬구나..."
"좌우지간... 배고프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고 이제 식사나 시작 해 볼까?"
엔비는 그렇게 말 한 뒤, 생선찜 냄새를 맡았다.
"냄새 좋다..."
"누가 만든 건데!"
"이거 보니깐 술이 마시고 싶어지네."
"여기까지 와서 웬 술이야?"
"술 좀 마실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래도 내일쯤이면, 현장에 도착할 텐데... 좀 참는 게 낫지 않겠어?"
"참는 건 더위만 해도 이미 원 없이 참고 있는데..."
"그만하고 이제 식사나 하자."
난 이 둘을 중재했다. 이후 우린 생선찜을 배불리 먹었다.
......
"잘 먹었다."
엔비가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자리에 누웠다.
"아까는 덥다고 뭐라 하지 않았어?"
"지금은 좀 덜 덥잖아. 그러니 이 마음이 하늘같이 넓은 엔비 님이 참고, 넘어가 주셔야지."
엔비가 날 보며 대답했다.
"그래."
이후 우린 주변 정리하고 나서 잠자기 위해 자리에 누웠다.
......
눈을 뜨자, 하늘이 좀 어둑했다. 아무래도 새벽쯤인 것 같다. 그리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현재 엔비와 샹들레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둘 다 피곤했던 모양이다. 나도 어제 잠을 못 자기는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보다는 노고가 그다지 심한 편은 아니어서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후 나는 더 누워서 잘까 했는데, 새벽 도중이라서 그런지 날씨도 선선하고 또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아서 왠지 모르게 주변을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산책에 나섰다.
......
난 별생각 없이 숲 여기저기를 거닐며 다녔다. 그런데 역시 새벽이라서 그런지 어두컴컴했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오로지 하늘에서 비추는 달빛에 의지한 채로 걸어 다녀야 했다.
`랜턴을 들고 올 걸 그랬나?`
......
눈을 뜨자, 아까 자고 있었던 그 장소다.
`여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엔비와 샹들레가 주변 정리하고 있었다.
"넌 뭘 했다고 온종일 자고 있어? 얼른 일어나! 출발하게..."
엔비가 멀찌감치에서 소리쳤다.
`꿈인가?`
뭔가 이상했다. 왜냐면, 꿈치고는 생생했기 때문이다.
`뭐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이나 한잔 마셔!"
엔비가 내게 수통을 건네줬다. 이후 우린 출발하려고 했는데...
......
"저기..."
"왜 그래?"
샹들레가 말고삐를 쥔 채 물었다.
"이쪽으로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숲 쪽을 가리켰다.
"숲속으로 들어가서 뭐 하려고?"
반대편 자리에 앉아있는 엔비가 물었다.
"이쪽으로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게 무슨 말이야?"
"숲길로 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그런 건 아닌데..."
"멀쩡한 길을 내버려 두고, 왜 숲속으로 가자는 건데?"
"엔비,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저리로 가 보자. 어차피 급할 필요가 없으니깐..."
샹들레가 엔비에게 제안했다.
"난 얼른 볼 일 다 보고 나서 귀가한 뒤, 푹 쉬고 싶은데..."
엔비가 팔짱을 끼고, 인상을 찡그렸다.
`고기 먹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고?`
이후 우린 지도에 적힌 정상적인 길이 아닌 숲속 길로 향하게 됐다.
......
"일찍 도착했네?"
엔비가 눈앞의 거대하고, 웅장한 하얀색 신전을 바라봤다. 그렇다. 우린 예정보다 꽤 빨리 물의 신전에 도착했다. 신전의 바로 앞에는 메마른 채, 움푹 파인 갈라진 땅이 보였다.
"그러게..."
나는 피식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신전을 보며 중얼댔다.
"볼 일은 이걸로 다 끝난 거 아니야?"
엔비가 신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 잠깐 살펴보러 가자면서? 그러니깐 잠깐 살펴봤으니깐 볼 일은 다 끝난 거지!"
"그게 아니라, 무슨 일이 생겼나 보러 온 거잖아!"
샹들레가 엔비에게 태클 걸었다.
"어차피 살펴본다는 점에선 같잖아, 그러니깐 이제 돌아가자!"
엔비가 보챘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잠깐 둘러만 보자."
나는 이들에게 제안했다.
"귀찮은데..."
엔비가 중얼댔다. 이후 우린 신전 주변을 잠깐 둘러봤다.
......
우린 마지막으로 물의 신전 문 앞에 다가섰다.
"둘러볼 건 다 둘러본 것 같은데?"
엔비가 주위를 두리번댔다.
"남은 건 이 안뿐인 것 같아."
샹들레가 입구를 바라봤다. 이곳의 입구는 현재 굳게 닫혀 있다. 그리고 문고리 같은 건 따로 달리지 않았다. 또한 미닫이식으로 돼 있지도 않아서 이걸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이것을 입구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면 그냥 부수고 들어가자!"
"어떻게?"
"어쩌긴 뭘 어째? 그냥 부수면 되는 거지."
엔비가 날 보며 별일 아닌 듯 대답했다.
"그러다가 안에 있는 사람이 화내면 어쩌려고 그래?"
샹들레가 엔비를 말렸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지내기나 하나?"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이쯤하고 돌아가자. 더는 확인할 것도 없는 것 같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신전 입구에 손을 기댔다. 그러자 갑자기 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
"뭐지?"
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문이 열린 신전 내부를 바라봤다. 어두컴컴했다.
"아무래도 들어오라고 하는 것 같은데?"
엔비가 신전 내부를 바라봤다.
"그러면 한 번 들어가 보자!"
샹들레가 씩 하고 웃었다. 이후 우린 물의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
우린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열려 있었던 신전 문이 닫혔다. 이후 우리는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곳에는 문이 하나 있었다.
......
엔비가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이후 우린 또 다른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앙으로 향했다.
......
이곳의 내부는 널찍하지만, 딱히 인적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지?"
엔비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무도 없나?`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던 도중 저 너머로 사람 한 명이 보였다. 우린 그 사람한테 가까이 다가갔다.
......
"실례합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몸을 내 쪽으로 돌렸다.
......
하늘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작은 얼굴... 파란색 머리띠... 얇은 하얀색 원피스... 치마 밑단은 무릎 위 조금까지 올라갔다.
머리카락은 단발머리이다. 앞 머리카락은 일자다. 눈썹 아래로 조금 내려갔다. 눈은 크다. 코는 작다. 덩치는 가장 작았다. 피부는 하얗다.
......
"오랜만이야!"
그녀가 반갑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아는 사람이야?"
샹들레가 옆에서 물었다.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누구였더라?`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후 나는 그녀를 자세히 바라봤다. 생김새 자체는 확실히 낯이 익기는 했다.
......
`여름 축제 때였나?`
"수?"
나는 문득 떠오른 이름을 낮게 중얼거렸다.
"맞아!"
`수라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왜냐면, 지난번에 만났던 모습과는 뭔가 좀 달랐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커졌다. 덩치가 더 자라 있었다.
"둘이 무슨 관계야?"
엔비가 나랑 수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말하자면, 오빠랑 나중에 결혼할 사이라고 하면 되려나? 아니면 지금 당장 해도 좋아! 왜냐면, 나는 순결을 바칠 준비가 됐으니깐..."
수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지?`
"그게 무슨 말이야?"
샹들레가 볼에 홍조를 좀 띠면서 물었다. 아무래도 수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당황한 모양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 아가씨!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는 법이라고!"
엔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 거 알 게 뭐야! 오빠, 나랑 결혼할 거지?"
수가 웃으면서 물었다.
......
"나는 그럴 수 없어..."
......
"그래? 그러면, 죽어!"
그 얘기를 끝으로 수가 내 가슴을 찔렀다. 이후 주변이 어두컴컴해졌다.
......
Fail......
......
이 세상은 그렇게 멸망해버렸다.
......
Q : '게임을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 네
- 아니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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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Masquerade - The Original
41.And...조회 : 1,1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2,216 40.Masquerade - The Original The End조회 : 926 추천 : 0 댓글 : 1 글자 : 2,140 39.A Piece of Memory : Part 01조회 : 1,15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00 38.3 - 8 (The End)조회 : 1,19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9,855 37.3 - 7조회 : 1,129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182 36.3 - 6조회 : 1,09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24 35.3 - 5조회 : 1,2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43 34.3 - 4조회 : 1,10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69 33.3 - 3조회 : 26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25 32.3 - 2조회 : 2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19 31.3 - 1조회 : 17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73 30.Episode 03. The Temple of Water조회 : 17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13 29.2 - 9 (The End)조회 : 15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100 28.2 - 8조회 : 16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1.3만 27.2 - 7조회 : 17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320 26.2 - 6조회 : 18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85 25.2 - 5조회 : 1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175 24.2 - 4조회 : 2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66 23.2 - 3조회 : 1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66 22.2 - 2조회 : 1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98 21.2 - 1조회 : 14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68 20.Episode. 02 - A Summer Festival조회 : 15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638 19.1 - 17 (The End)조회 : 1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343 18.1 - 16조회 : 18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15 17.1 - 15조회 : 21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39 16.1 - 14조회 : 1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17 15.1 - 13조회 : 14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27 14.1 - 12조회 : 1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11 13.1 - 11조회 : 1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30 12.1 - 10조회 : 2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828 11.1 - 9조회 : 1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15 10.1 - 8조회 : 4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77 9.1 - 7조회 : 18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854 8.1 - 6조회 : 16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67 7.1 - 5조회 : 2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85 6.1 - 4조회 : 28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77 5.1 - 3조회 : 2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08 4.1 - 2조회 : 2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67 3.1 - 1조회 : 16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66 2.Episode. 01 : ARTHUR VAN PIOS조회 : 2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55 1.???조회 : 1,41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