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너의 의미
조회 : 1,245 추천 : 1 글자수 : 4,695 자 2022-12-28
54-4
“아쉽다……”
곤이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걸린 윤의 하얀 손가락에 입을 맞추며 깍지를 풀었다.
손가락으로 닿아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숨결에 윤이 눈을 떴다.
언제부터 손깍지를 끼고 있었던 것일까?
윤의 귓볼이 달아올랐다.
“이쁜아. 지금 당장 여길 떠야해.”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곤은 혈관으로 꽂혀있는 바늘을 뽑아 던졌다.
살갗을 타고 손끝으로 피가 떨어져 내렸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윤의 외침을 뒤로하고 곤은 창문을 열어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역시나 불청객이 들이 닥쳤다.
도끼, 망치, 무쇠칼을 손에 쥐고 있는 튀기들의 아우라가 범상치 않다.
평소답지 않게 어쩌다 잠이 들었을까?
포주가 버선발로 그들을 맞이한다.
“저 썅년이.”
돈 한다발을 던져 주고 얻은 은신처였다.
맘 같아선 당장이라도 포주의 목을 부러뜨리고 싶지만, 홀몸이 아니다.
지금의 몸 상태로는 윤의 가드가 되지 못할 것이다.
열린 창으로 비가 들이쳤다.
눈을 뜨고 있기엔 제법 많은 양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저것들과 맞딱뜨리지 않을 통로는 이 창문이 유일했다.
곤은 강한 빗줄기에 흔들리는 전깃줄을 응시한다.
아침에는 참새들이, 저녁에는 까마귀들이 앉아 노가리를 까던 전깃줄이니 적어도 감전 위험은 없을 것이었다.
“가자.”
곤이 바닥에 놓인 책가방을 어깨로 둘러 매며 윤의 팔을 잡았다.
“잠시만요.”
윤은 구석으로 처박혀있던 곤의 재킷을 주워들었다.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내렸다.
자세히 보려 고개를 숙이자 곤이 윤의 팔을 잡아 끌었다.
고개를 돌려 바닥을 재차 확인했다.
분명 해바라기씨다.
“어차피 다 젖을 건데, 그딴거 왜 챙겨.”
창문 앞으로 나란히 선 두 사람.
“괜찮겠니?”
“아뇨.”
곤의 물음에 윤이 고개를 저었다.
“옷 입어요. 그리고 가요.”
덧붙이는 윤의 말에 씨익 미소짓는 곤이다.
전깃줄은 불과 20미터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맞은 편 4층 건물의 옥상을 지났고 있었다.
출발 전 곤은 천사의 얼굴을 확인한다.
역시나…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괜한 기우였다.
곤이 먼저 창밖으로 손을 뻗어 전깃줄을 움켜잡았다.
곧바로 몸을 실었다.
무게가 더해지자 전깃줄이 휘청이다 다시 제 자리를 찾는다.
빗물에 시야 확보는 물론이고 손이 미끄러워 이동이 만만치 않았다.
오로지 전깃줄에만 의지한채 허공을 가로지르는 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 아찔함에 윤은 침을 삼켰다.
3분의 1지점에 이르자 이동을 잠시 멈춘 곤이 고개를 돌려 윤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출발 신호로 받아 들인 윤은 교복으로 손바닥을 두어 번 문질러 닦은 후 전깃줄에 몸을 실었다.
전깃줄이 또 한번 휘청였다.
윤을 시야에서 놓지 않는 곤.
허공에서 흔들리던 윤의 두 다리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자 그제야 전진을 재개한다.
이윽고 목표지점에 다다른 곤이 손을 풀고 지면으로 뛰어내렸다.
발바닥으로 흡수된 충격이 전신으로 퍼져왔다.
상처가 욱신거렸다.
빗줄기 사이로 윤을 응시하는 곤의 눈동자가 초조하다.
마침내 윤이 옥상으로 막 진입하려 할 찰나였다.
뒤 늦게 쪽방으로 들이 닥친 사내들이 도끼로 전깃줄을 찍어 내렸다.
“강윤!!!!!!!!!”
잘려나간 전깃줄의 꼬리로 불꽃이 튀며 정전이 일었다.
미처 옥상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윤이었다.
충격으로 곤은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뇌가 말라 숨쉬는 것 조차 잊을 때였다.
“…거참, 그렇게 들이댈땐 언제고… 절박함이 너무 부족한거 아닌가…?”
어딘선가 들려오는 윤의 목소리.
그제야 정신 든 곤은 어둠속에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난간 아래를 정신없이 훑기 시작한다.
“좀 서두르죠?”
찾았다!
곤은 옥상 난간으로 매달려있는 윤의 손목을 잡아 끌어올렸다.
윤의 상체가 곤에게 기울고 그러한 녀석을 꼬옥 끌어 안는 곤.
이내 곤의 입술이 윤의 귀와 뺨과 관자놀이에 닿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그의 체온에 윤의 떨림이 거짓말 처럼 진정되었다.
잠시 후 곤은 입고 있던 자켓 안감을 찢어 자신의 손목과 윤의 손목을 풀어지지 않게 꽉 묶는다.
정전 복구가 빠르지 않을 터였다.
“집착 쩌네.”
“주고나 그딴 소리해.”
곤의 음성에 윤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동요를 숨길 수 있는 어둠이 고마웠다.
달빛 아래 붉어진 자신의 얼굴이 더 또렷하게 보이는 줄은 꿈에도 모른채.
곤은 윤의 손을 붙들고 오로지 달빛에만 의존한채 건물을 빠져나왔다.
어둠이 눈에 익을 무렵, 골목안은 두 사람을 잡으러 다니는 사내들로 꽤 소란스러웠다.
사내들의 욕설과 함께 어둠을 휘젓는 손전등의 불빛이 한데 뒤섞여 빗속을 채워 나갔다.
그들의 그물망을 피해 이 골목을 빠져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
두 사람이 골목 어귀에 접어들 때였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여러개의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쏟아져 나왔다.
이에 발길을 돌려 곁으로 난 골목으로 황급히 몸을 피하자, 그곳에서 사내 하나를 맞닥뜨렸다.
“어라? 이 새끼들! 야아!! 찾았다! 여기다. 여기……! 웁!!!”
사내의 목소리는 곤에게 입이 틀어막혀 더는 들리지 않았다.
그대로 곤이 사내의 목을 비틀어 버리려 하자, 윤이 그를 저지한다.
사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팔꿈치로 자상을 입은 곤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순간 살을 에는 통증에 곤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토할뻔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며 고통을 삼켰다.
이윽고 사내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곤의 손이 그대로 벽을 향해 꽂혔다.
퍽 소리와 함께 사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곤은 허리를 굽혀 쓰러진 사내의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사내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사내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 곤은 곧바로 칼을 손에 넣자 사내의 발목을 움켜 잡았다.
“무슨 짓이에요!”
윤의 외침에 곤은 자신의 입술로 검지손가락을 올려 보이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제발 그러지 말고 그냥 가요!”
윤의 만류에도 결국 사내의 아킬레스건을 끊어 버리는 곤이다.
눈을 감고 뒤돌아서는 윤의 머리로 곤의 큰손이 닿아왔다.
곤은 자신의 가슴팍으로 녀석의 작은 머리통을 끌어 당겼다.
“이렇게라도 저들의 기동력을 끊어 놔야해. 네녀석 아니었음 저 새끼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윤의 코끝으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진한 피 냄새가 느껴졌다.
54-5
얼마나 걸었을까?
골목을 벗어 났지만, 여전히 빗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그사이 빗줄기는 더욱 강해져 폭우가 되었다.
보도를 쓸어내릴 듯 퍼붓는 폭우에 사람은 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조차 구경 할 수가 없다.
이 외진 곳에 발이 묶였다.
꼬르륵. 꼬르륵.
“배고프니? 뭘 좀 먹어야겠는데.”
곤이 윤의 작은 머리통으로 손을 얹었다.
자신을 보고 미소짓는 곤의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파리하다.
윤은 분위기 파악 못하는 이놈의 위를 당장이라도 떼어내고 싶었다.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도로에서 벗어나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돌다 불이 켜져 있는 작은 식당을 발견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안도감도 잠시, 문이 잠겨 열리지 않았다.
쾅!쾅!쾅! 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30대 초반의 여자가 등장했다.
“오늘 장사는 끝났는데요.”
곤을 바라보는 여자의 눈에 겁이 서려있다.
여자가 미닫이 문을 닫으려는 순간 곤의 손이 문을 잡았다.
“…그만 가요.”
곤의 등뒤로 들려오는 소년의 목소리에 여자가 슬쩍 곁눈질로 그 대상을 확인한다.
교복을 입은 소년이었다.
소년이 뒤 돌아설때다.
“저기, 학생. 들어와요.”
식당 내부는 방이 딸린 8평 남짓의 아주 좁은 공간이었다.
“자, 여기.”
여자는 흠뻑 젖은 두 사람에게 수건을 건네었다.
“감사합니다.”
“아이 아빠가 회사에서 아직 퇴근을 못 하고 있어서, 가게에 꼼짝없이 갇힌 꼴이네요.”
문이 열려진 방으로 다섯 날 남짓의 사내 아이가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금 남아있는 재료로는 김치찌개랑 고등어 구이만 가능한데 괜찮을까요?”
여자의 물음에 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고등어 머리는 제거 바랍니다.”
윤은 곤을 쳐다보았다.
생선 대가리에 대한 자신의 공포증을 알고있는 이는 극소수였다.
그는 마치 몸에 꼭 맞는 옷 같다.
“이 근방에 하룻밤 묵어갈 숙소가 있을까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여자에게 곤이 물었다.
“네. 있어요.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골목 끝으로 아주 오래된 여인숙이 하나 있어요.”
“아쉽다……”
곤이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걸린 윤의 하얀 손가락에 입을 맞추며 깍지를 풀었다.
손가락으로 닿아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숨결에 윤이 눈을 떴다.
언제부터 손깍지를 끼고 있었던 것일까?
윤의 귓볼이 달아올랐다.
“이쁜아. 지금 당장 여길 떠야해.”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곤은 혈관으로 꽂혀있는 바늘을 뽑아 던졌다.
살갗을 타고 손끝으로 피가 떨어져 내렸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윤의 외침을 뒤로하고 곤은 창문을 열어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역시나 불청객이 들이 닥쳤다.
도끼, 망치, 무쇠칼을 손에 쥐고 있는 튀기들의 아우라가 범상치 않다.
평소답지 않게 어쩌다 잠이 들었을까?
포주가 버선발로 그들을 맞이한다.
“저 썅년이.”
돈 한다발을 던져 주고 얻은 은신처였다.
맘 같아선 당장이라도 포주의 목을 부러뜨리고 싶지만, 홀몸이 아니다.
지금의 몸 상태로는 윤의 가드가 되지 못할 것이다.
열린 창으로 비가 들이쳤다.
눈을 뜨고 있기엔 제법 많은 양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저것들과 맞딱뜨리지 않을 통로는 이 창문이 유일했다.
곤은 강한 빗줄기에 흔들리는 전깃줄을 응시한다.
아침에는 참새들이, 저녁에는 까마귀들이 앉아 노가리를 까던 전깃줄이니 적어도 감전 위험은 없을 것이었다.
“가자.”
곤이 바닥에 놓인 책가방을 어깨로 둘러 매며 윤의 팔을 잡았다.
“잠시만요.”
윤은 구석으로 처박혀있던 곤의 재킷을 주워들었다.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내렸다.
자세히 보려 고개를 숙이자 곤이 윤의 팔을 잡아 끌었다.
고개를 돌려 바닥을 재차 확인했다.
분명 해바라기씨다.
“어차피 다 젖을 건데, 그딴거 왜 챙겨.”
창문 앞으로 나란히 선 두 사람.
“괜찮겠니?”
“아뇨.”
곤의 물음에 윤이 고개를 저었다.
“옷 입어요. 그리고 가요.”
덧붙이는 윤의 말에 씨익 미소짓는 곤이다.
전깃줄은 불과 20미터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맞은 편 4층 건물의 옥상을 지났고 있었다.
출발 전 곤은 천사의 얼굴을 확인한다.
역시나…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괜한 기우였다.
곤이 먼저 창밖으로 손을 뻗어 전깃줄을 움켜잡았다.
곧바로 몸을 실었다.
무게가 더해지자 전깃줄이 휘청이다 다시 제 자리를 찾는다.
빗물에 시야 확보는 물론이고 손이 미끄러워 이동이 만만치 않았다.
오로지 전깃줄에만 의지한채 허공을 가로지르는 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 아찔함에 윤은 침을 삼켰다.
3분의 1지점에 이르자 이동을 잠시 멈춘 곤이 고개를 돌려 윤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출발 신호로 받아 들인 윤은 교복으로 손바닥을 두어 번 문질러 닦은 후 전깃줄에 몸을 실었다.
전깃줄이 또 한번 휘청였다.
윤을 시야에서 놓지 않는 곤.
허공에서 흔들리던 윤의 두 다리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자 그제야 전진을 재개한다.
이윽고 목표지점에 다다른 곤이 손을 풀고 지면으로 뛰어내렸다.
발바닥으로 흡수된 충격이 전신으로 퍼져왔다.
상처가 욱신거렸다.
빗줄기 사이로 윤을 응시하는 곤의 눈동자가 초조하다.
마침내 윤이 옥상으로 막 진입하려 할 찰나였다.
뒤 늦게 쪽방으로 들이 닥친 사내들이 도끼로 전깃줄을 찍어 내렸다.
“강윤!!!!!!!!!”
잘려나간 전깃줄의 꼬리로 불꽃이 튀며 정전이 일었다.
미처 옥상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윤이었다.
충격으로 곤은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뇌가 말라 숨쉬는 것 조차 잊을 때였다.
“…거참, 그렇게 들이댈땐 언제고… 절박함이 너무 부족한거 아닌가…?”
어딘선가 들려오는 윤의 목소리.
그제야 정신 든 곤은 어둠속에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난간 아래를 정신없이 훑기 시작한다.
“좀 서두르죠?”
찾았다!
곤은 옥상 난간으로 매달려있는 윤의 손목을 잡아 끌어올렸다.
윤의 상체가 곤에게 기울고 그러한 녀석을 꼬옥 끌어 안는 곤.
이내 곤의 입술이 윤의 귀와 뺨과 관자놀이에 닿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그의 체온에 윤의 떨림이 거짓말 처럼 진정되었다.
잠시 후 곤은 입고 있던 자켓 안감을 찢어 자신의 손목과 윤의 손목을 풀어지지 않게 꽉 묶는다.
정전 복구가 빠르지 않을 터였다.
“집착 쩌네.”
“주고나 그딴 소리해.”
곤의 음성에 윤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동요를 숨길 수 있는 어둠이 고마웠다.
달빛 아래 붉어진 자신의 얼굴이 더 또렷하게 보이는 줄은 꿈에도 모른채.
곤은 윤의 손을 붙들고 오로지 달빛에만 의존한채 건물을 빠져나왔다.
어둠이 눈에 익을 무렵, 골목안은 두 사람을 잡으러 다니는 사내들로 꽤 소란스러웠다.
사내들의 욕설과 함께 어둠을 휘젓는 손전등의 불빛이 한데 뒤섞여 빗속을 채워 나갔다.
그들의 그물망을 피해 이 골목을 빠져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
두 사람이 골목 어귀에 접어들 때였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여러개의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쏟아져 나왔다.
이에 발길을 돌려 곁으로 난 골목으로 황급히 몸을 피하자, 그곳에서 사내 하나를 맞닥뜨렸다.
“어라? 이 새끼들! 야아!! 찾았다! 여기다. 여기……! 웁!!!”
사내의 목소리는 곤에게 입이 틀어막혀 더는 들리지 않았다.
그대로 곤이 사내의 목을 비틀어 버리려 하자, 윤이 그를 저지한다.
사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팔꿈치로 자상을 입은 곤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순간 살을 에는 통증에 곤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토할뻔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며 고통을 삼켰다.
이윽고 사내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곤의 손이 그대로 벽을 향해 꽂혔다.
퍽 소리와 함께 사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곤은 허리를 굽혀 쓰러진 사내의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사내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사내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 곤은 곧바로 칼을 손에 넣자 사내의 발목을 움켜 잡았다.
“무슨 짓이에요!”
윤의 외침에 곤은 자신의 입술로 검지손가락을 올려 보이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제발 그러지 말고 그냥 가요!”
윤의 만류에도 결국 사내의 아킬레스건을 끊어 버리는 곤이다.
눈을 감고 뒤돌아서는 윤의 머리로 곤의 큰손이 닿아왔다.
곤은 자신의 가슴팍으로 녀석의 작은 머리통을 끌어 당겼다.
“이렇게라도 저들의 기동력을 끊어 놔야해. 네녀석 아니었음 저 새끼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윤의 코끝으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진한 피 냄새가 느껴졌다.
54-5
얼마나 걸었을까?
골목을 벗어 났지만, 여전히 빗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그사이 빗줄기는 더욱 강해져 폭우가 되었다.
보도를 쓸어내릴 듯 퍼붓는 폭우에 사람은 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조차 구경 할 수가 없다.
이 외진 곳에 발이 묶였다.
꼬르륵. 꼬르륵.
“배고프니? 뭘 좀 먹어야겠는데.”
곤이 윤의 작은 머리통으로 손을 얹었다.
자신을 보고 미소짓는 곤의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파리하다.
윤은 분위기 파악 못하는 이놈의 위를 당장이라도 떼어내고 싶었다.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도로에서 벗어나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돌다 불이 켜져 있는 작은 식당을 발견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안도감도 잠시, 문이 잠겨 열리지 않았다.
쾅!쾅!쾅! 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30대 초반의 여자가 등장했다.
“오늘 장사는 끝났는데요.”
곤을 바라보는 여자의 눈에 겁이 서려있다.
여자가 미닫이 문을 닫으려는 순간 곤의 손이 문을 잡았다.
“…그만 가요.”
곤의 등뒤로 들려오는 소년의 목소리에 여자가 슬쩍 곁눈질로 그 대상을 확인한다.
교복을 입은 소년이었다.
소년이 뒤 돌아설때다.
“저기, 학생. 들어와요.”
식당 내부는 방이 딸린 8평 남짓의 아주 좁은 공간이었다.
“자, 여기.”
여자는 흠뻑 젖은 두 사람에게 수건을 건네었다.
“감사합니다.”
“아이 아빠가 회사에서 아직 퇴근을 못 하고 있어서, 가게에 꼼짝없이 갇힌 꼴이네요.”
문이 열려진 방으로 다섯 날 남짓의 사내 아이가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금 남아있는 재료로는 김치찌개랑 고등어 구이만 가능한데 괜찮을까요?”
여자의 물음에 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고등어 머리는 제거 바랍니다.”
윤은 곤을 쳐다보았다.
생선 대가리에 대한 자신의 공포증을 알고있는 이는 극소수였다.
그는 마치 몸에 꼭 맞는 옷 같다.
“이 근방에 하룻밤 묵어갈 숙소가 있을까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여자에게 곤이 물었다.
“네. 있어요.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골목 끝으로 아주 오래된 여인숙이 하나 있어요.”
작가의 말
액션 씬 정말 힘듭니다. 머리를 쥐어뜯고 벽에 머리 처 박으며 썼네요. 글은 일주일 전에 완성했는데, 수정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ㅠ.ㅠ
부끄럽지 않은 글을 올리고 싶어서, 어젯밤에는 접속사 하나 붙이는 것 때문에 한 시간 고민하다, 그자리에서 30분을 꾸벅 졸았다는 거 아닙니까ㅎㅎㅎ
직딩인지라 글 쓰는 시간이 좀 부족한데 글까지 느려요~ 이런 제 자신이 가끔 속상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나아가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시고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닫기모든 것은 혀끝으로부터 BL
28.28화 핸드잡조회 : 1,8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2,631 27.27화 손주사위조회 : 1,207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451 26.26화 그럼에도조회 : 1,14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623 25.25화 너의 의미조회 : 1,248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695 24.24화 타투 스마일조회 : 1,16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6,104 23.23화 청춘 고교입니다만조회 : 1,256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404 22.22화 심장을 바치다.조회 : 1,527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946 21.21화 배꼽조회 : 1,32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468 20.20화 선지국밥조회 : 53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334 19.19화 곤조회 : 524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987 18.18화 미치고 싶을 때조회 : 776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933 17.17화 삼각관계 - START조회 : 836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461 16.16화 열상조회 : 53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819 15.15화 첫사랑조회 : 603 추천 : 1 댓글 : 3 글자 : 4,086 14.14화 별빛이 내린다.조회 : 67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801 13.13화 에이스조회 : 727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270 12.12화 너만이 내 세상조회 : 499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058 11.11화 제 살 깎기조회 : 778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697 10.10화 벚꽃 내리다.조회 : 759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399 9.9화 BOOM!!조회 : 647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993 8.8화 경계선조회 : 54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261 7.7화 춘식이 - 108배의 서막조회 : 66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754 6.6화 재혁 - 순애보조회 : 51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810 5.5화 그들의 천사조회 : 638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166 4.4화 곤- 길위에서조회 : 745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555 3.3화 질투조회 : 873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848 2.2화 혀 끝에서 부터조회 : 734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879 1.1화 춘광조회 : 3,273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