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손주사위
조회 : 1,204 추천 : 1 글자수 : 4,451 자 2023-01-18
#55
“아이고, 이 할미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도 모르고…”
윤과의 통화 후 할머니는 가슴에 돌이라도 얹힌 마냥 답답해졌다.
오늘 춘광으로 김의원의 측근이 손님으로 다녀갔었다.
하필 그 시각에 그 지랄을 떨었으니, 두 아이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이 김의원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급작스러운 두통에 할머니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2시간 전.
“할머니! 손주사위 왔어요!”
주조장에서 빚어 놓은 술을 살피던 할머니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할머니! 손주사위 왔다구요!”
천청벽력과도 같은 재혁의 외침에 할머니는 기함을 치며 주조장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 화상이! 오데, 귀한 집 손주 혼삿길을 막을라고! 오늘 니 죽고 내 죽어보자!!”
때마침 주방에서 나오는 재혁을 발견한 할머니는 벌게진 얼굴로 두팔을 걷어 붙이며 걸음을 재촉했다.
“할머니! 손주사위 왔어요!!”
“그 입 안 닥치나! 한 번만 더…!!!”
“윤아! 강윤!”
이제는 아주 손님들 방까지 기웃거리며 손주의 이름을 불러 재끼는 재혁의 모습에 할머니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일제강점기와 6.25라는 고난의 시대를 겪어낸 할머니는 맷집이 아주 단단하다고 스스로 자부하던 사람이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기 전까진.
할머니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물을 잔뜩 머금은 무거운 공기가 당장이라도 비가 되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강윤!”
재혁의 외침과 동시에 할머니의 콧등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순간 짜증이 밀려들었다.
꼭 재혁이 비를 몰고 온 것만 같아 화가 치밀었다.
“아무도 없나?! 정과장! 정과장! 뭣들 하노! 저 화상 후딱 안 치우고!”
허리를 굽혀 온 힘을 다해 고함 치는 할머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재혁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할머니! 저왔어요. 손주사위!!”
그 또한 고집스럽게 허공을 향해 악을 썼다.
그러자 닫혀있던 객실의 문들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무슨일이야?”
“주인장 얼굴 오랜만이네.”
“하여튼 요즘 것들은,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왜에~? 사내 녀석이 저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어떤 녀석인지, 상판대기 좀 보자.”
가운데 방으로 초로의 남자가 목을 빼고 밖을 내다 보았다.
“가만, 저 아이 김의원네 장남 아냐?”
“어, 그런것 같은데.”
“인물이 워낙 출중해서 한눈에 알아 보겠네.”
“그런데 이집에 손녀가 있었나?”
“손녀는 무슨, 사내아이 둘 있는 걸로 아는데.”
“방금 저녀석이 손주사위라고 하지 않았어?”
“뭐, 손주사위? 손녀사위가 아니고?”
“손주사위라는 말이 뭐야? 요즘 그런 말이 있나?”
“자네가 잘못 들은 거 아냐?”
“아니야. 손주사위라고 말하는 걸 똑똑히 들었다고.”
“그러고보니 여기 손주 하나가 죽은 지 에미를 닮아 그렇게 미색이라는 소문이 있긴하지.”
“혹시 춘광의 가수였던 경애를 말하는 건가?”
“그래, 그 경애. 세상에 그런 미인이 또 있을까. 난 지금까지도 경애를 능가하는 미인은 못 봤다네.”
“……박복한 년.”
“아무튼 그년 아들이 자랄수록 미색이 피어난다고 하더라니까. 왜, 새나 짐승도 수컷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하물며 지 에미의 경국지색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고 하니 눈먼 사내 하나둘 정도는 있을 법 하지 않겠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김의원 골머리 좀 썩겠는데, 내년 총선도 앞두고 있는데 말이야."
“자칫 하다간 큰 악재가 될 수 있겠어.”
“자네들 너무 멀리 나가는 거 아냐? 아직 헷갈릴 수도 있을 나이잖아. 좋은 집안에 인물까지 훤한데, 어디 여자들이 가만히 놔두겠어? 여자 맛을 보면 그땐 정신 차리겠지.”
잠시 후.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나타나더니 재혁의 팔다리를 움켜잡고 대문 밖으로 끌어 내었다.
“그나저나, 이 화상이 아즉 안 가고, 문 밖에 있는 건 아니것제.”
손주의 말이 마음에 걸린 할머니는 우산을 쓰고 문밖을 나섰다.
무섭게 내리는 빗물에 할머니는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검은 하늘이 뚫렸다.
두어 걸음에 할머니는 빗물에 절여진다.
우산이 무의미 하다.
“늘그막에 이게 무신 짓이고.”
대문을 열고 좌우를 살피는 할머니, 역시나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금 걸음을 되돌릴 때다.
“할머니, 윤이 연락 받은 거 있어요?”
재혁의 목소리였다.
“에그머니나!!”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뻔한 할머니는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서, 열린 문 뒤로 가려진 재혁을 찾아낸다.
“니, 미쳤나! 여즉 집에 안갔드나!”
소스라치게 놀라는 할머니를 가만히 응시하는 재혁.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할머니는 손주 걱정도 안되세요?”
“윤이, 형준이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좀 전에 전화 왔었다.”
그러자 재혁의 입가로 조소어린 미소가 일었다.
“지금 형준이와 함께 있다구요……?”
“학교에서 윤이 안 만났나? 그렇다고 비 처 맞고 기다리고 있는 바보가 어딨노?”
한두 걸음 왔던 길로 되돌아 가던 할머니는 등뒤로 아무런 기척이 없자, 다시금 뒤돌아서서 재혁을 향해 성을 내기 시작한다.
“뭐하노! 퍼뜩 안 따라오고! 니, 지금 움직였다간 비에 떠내려간다!”
그제야, 할머니 뒤를 따르는 재혁.
어느덧 할머니와 나란히 하게되자, 재혁은 말없이 할머니의 손에서 자신의 손으로 우산을 옮겨왔다.
그리고는 나머지 손으로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할머니의 보폭에 맞춰 걸음을 함께한다.
#55-1
샤워를 마친 재혁이 허리에 타월을 걸치고 나오자, 욕실 문 앞으로 할머니가 서있다.
“어이구야. 이 빨래판 좀 보래이~ 거기에다가 빨래 빨아도 되것데이~”
할머니의 시선이 재혁의 복근에 머물렀다.
“어. 안그래도, 할머니 손주 전용이야.”
할머니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경험을 또 한다.
철썩!
재혁의 등짝으로 찰진 소리가 났다.
“아,아파요! 무슨 노친네 손이 이리 매워?!”
“이기, 아즉 정신을 몬 차리고!”
철썩! 철썩! 퍽퍽퍽!
“그만하세요! 진짜! 그러다가 수건 내려가요!”
등으로 선명하게 찍혀있는 빨간 손도장.
“수건 내려가면 뭐 어쩔낀데!”
할머니의 말과 동시에 수건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이구야~ 실하데이~ 언제 이리 컸노?”
재혁은 말없이 수건을 집어 들어 자신의 허리로 두른다.
“우리 혁이 이자 사내가 다 됐네.”
할머니의 눈이 뿌듯함으로 빛났다.
“정말 힘든 나날 들이었어요. 틈틈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똘똘이의 자아가 깨어나 저를 한계 끝까지 밀어 붙이곤 했어요. 결국 지금의 제 육체는 고통이 만들어낸 산물인거죠.”
“뭐라카노?”
“이 모든 게 할머니 손주 덕분이라는 말이에요.”
재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론가 사라지는 할머니, 잠시 후 되돌아 온 할머니의 손으로 가위가 들려있다.
“니는 말로해서는 도저히 안되겄다. 이참에 고추 떼자!”
“......”
그 길로 조용히 윤의 방으로 걸어 들어가 방문을 잠궈 버리는 재혁이었다.
#54-7
깜빡. 깜빡. 깜빡. 깜빡.
노란빛의 전구가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한다.
낡은 여인숙의 방은 욕실이 딸려있지 않았다.
결국 씻는 걸 포기한 채 두 사람은 젖은 옷을 벗었다.
불이 꺼졌다 켜질 때마다 두 사람의 살갗이 하나 둘씩 드러났다.
마지막 남은 팬티 한 장 까지 벗어 던졌을 땐, 서로가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이불 속에 몸을 누였다.
이불에서 곰팡이 냄새가 피어올랐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윤의 세포 저 밑바닥에서 부터 북소리가 울렸다.
나란히 있는 타인의 알몸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집요한 집중이 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대로 잠들 수만 있다면 이불의 곰팡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피곤에 절어있었다.
어느덧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누워있는 두 사람.
두 사람의 농밀한 침묵 사이로 노란불빛이 들었다.
드러난 윤의 손목으로 피멍이 짙게 베었다.
곤은 눈길을 돌려 자신의 손목을 확인했다.
역시나 짙은 피멍이다.
곤의 입가로 피식 미소가 일었다.
꼭 탯줄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묘한 감동이 일었다.
곤은 이내 혀를 빼어 윤의 피멍을 핥았다.
윤의 살갗으로 부드러운 혀의 감촉이 감겨왔다.
꼭 손목이 녹아 내릴 것만 같았다.
결코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종족 답게 곤의 혀가 윤의 감긴 두 눈을 핥고 빠알간 입술을 핥는다.
핥고 핥고 핥고 또 핥는다.
적군의 성을 함락 하듯 집요하게 핥는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적군의 혀를 맞이하고 싶은 윤의 혀다.
그러나 윤은 헐리기 보다 깊은 심연을 택한다.
곧이어 들려오는 윤의 얕은 호흡소리에 곤은 어처구니 없다는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수면으로 빠져 들었다.
“아이고, 이 할미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도 모르고…”
윤과의 통화 후 할머니는 가슴에 돌이라도 얹힌 마냥 답답해졌다.
오늘 춘광으로 김의원의 측근이 손님으로 다녀갔었다.
하필 그 시각에 그 지랄을 떨었으니, 두 아이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이 김의원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급작스러운 두통에 할머니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2시간 전.
“할머니! 손주사위 왔어요!”
주조장에서 빚어 놓은 술을 살피던 할머니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할머니! 손주사위 왔다구요!”
천청벽력과도 같은 재혁의 외침에 할머니는 기함을 치며 주조장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 화상이! 오데, 귀한 집 손주 혼삿길을 막을라고! 오늘 니 죽고 내 죽어보자!!”
때마침 주방에서 나오는 재혁을 발견한 할머니는 벌게진 얼굴로 두팔을 걷어 붙이며 걸음을 재촉했다.
“할머니! 손주사위 왔어요!!”
“그 입 안 닥치나! 한 번만 더…!!!”
“윤아! 강윤!”
이제는 아주 손님들 방까지 기웃거리며 손주의 이름을 불러 재끼는 재혁의 모습에 할머니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일제강점기와 6.25라는 고난의 시대를 겪어낸 할머니는 맷집이 아주 단단하다고 스스로 자부하던 사람이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기 전까진.
할머니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물을 잔뜩 머금은 무거운 공기가 당장이라도 비가 되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강윤!”
재혁의 외침과 동시에 할머니의 콧등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순간 짜증이 밀려들었다.
꼭 재혁이 비를 몰고 온 것만 같아 화가 치밀었다.
“아무도 없나?! 정과장! 정과장! 뭣들 하노! 저 화상 후딱 안 치우고!”
허리를 굽혀 온 힘을 다해 고함 치는 할머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재혁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할머니! 저왔어요. 손주사위!!”
그 또한 고집스럽게 허공을 향해 악을 썼다.
그러자 닫혀있던 객실의 문들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무슨일이야?”
“주인장 얼굴 오랜만이네.”
“하여튼 요즘 것들은,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왜에~? 사내 녀석이 저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어떤 녀석인지, 상판대기 좀 보자.”
가운데 방으로 초로의 남자가 목을 빼고 밖을 내다 보았다.
“가만, 저 아이 김의원네 장남 아냐?”
“어, 그런것 같은데.”
“인물이 워낙 출중해서 한눈에 알아 보겠네.”
“그런데 이집에 손녀가 있었나?”
“손녀는 무슨, 사내아이 둘 있는 걸로 아는데.”
“방금 저녀석이 손주사위라고 하지 않았어?”
“뭐, 손주사위? 손녀사위가 아니고?”
“손주사위라는 말이 뭐야? 요즘 그런 말이 있나?”
“자네가 잘못 들은 거 아냐?”
“아니야. 손주사위라고 말하는 걸 똑똑히 들었다고.”
“그러고보니 여기 손주 하나가 죽은 지 에미를 닮아 그렇게 미색이라는 소문이 있긴하지.”
“혹시 춘광의 가수였던 경애를 말하는 건가?”
“그래, 그 경애. 세상에 그런 미인이 또 있을까. 난 지금까지도 경애를 능가하는 미인은 못 봤다네.”
“……박복한 년.”
“아무튼 그년 아들이 자랄수록 미색이 피어난다고 하더라니까. 왜, 새나 짐승도 수컷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하물며 지 에미의 경국지색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고 하니 눈먼 사내 하나둘 정도는 있을 법 하지 않겠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김의원 골머리 좀 썩겠는데, 내년 총선도 앞두고 있는데 말이야."
“자칫 하다간 큰 악재가 될 수 있겠어.”
“자네들 너무 멀리 나가는 거 아냐? 아직 헷갈릴 수도 있을 나이잖아. 좋은 집안에 인물까지 훤한데, 어디 여자들이 가만히 놔두겠어? 여자 맛을 보면 그땐 정신 차리겠지.”
잠시 후.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나타나더니 재혁의 팔다리를 움켜잡고 대문 밖으로 끌어 내었다.
“그나저나, 이 화상이 아즉 안 가고, 문 밖에 있는 건 아니것제.”
손주의 말이 마음에 걸린 할머니는 우산을 쓰고 문밖을 나섰다.
무섭게 내리는 빗물에 할머니는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검은 하늘이 뚫렸다.
두어 걸음에 할머니는 빗물에 절여진다.
우산이 무의미 하다.
“늘그막에 이게 무신 짓이고.”
대문을 열고 좌우를 살피는 할머니, 역시나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금 걸음을 되돌릴 때다.
“할머니, 윤이 연락 받은 거 있어요?”
재혁의 목소리였다.
“에그머니나!!”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뻔한 할머니는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서, 열린 문 뒤로 가려진 재혁을 찾아낸다.
“니, 미쳤나! 여즉 집에 안갔드나!”
소스라치게 놀라는 할머니를 가만히 응시하는 재혁.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할머니는 손주 걱정도 안되세요?”
“윤이, 형준이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좀 전에 전화 왔었다.”
그러자 재혁의 입가로 조소어린 미소가 일었다.
“지금 형준이와 함께 있다구요……?”
“학교에서 윤이 안 만났나? 그렇다고 비 처 맞고 기다리고 있는 바보가 어딨노?”
한두 걸음 왔던 길로 되돌아 가던 할머니는 등뒤로 아무런 기척이 없자, 다시금 뒤돌아서서 재혁을 향해 성을 내기 시작한다.
“뭐하노! 퍼뜩 안 따라오고! 니, 지금 움직였다간 비에 떠내려간다!”
그제야, 할머니 뒤를 따르는 재혁.
어느덧 할머니와 나란히 하게되자, 재혁은 말없이 할머니의 손에서 자신의 손으로 우산을 옮겨왔다.
그리고는 나머지 손으로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할머니의 보폭에 맞춰 걸음을 함께한다.
#55-1
샤워를 마친 재혁이 허리에 타월을 걸치고 나오자, 욕실 문 앞으로 할머니가 서있다.
“어이구야. 이 빨래판 좀 보래이~ 거기에다가 빨래 빨아도 되것데이~”
할머니의 시선이 재혁의 복근에 머물렀다.
“어. 안그래도, 할머니 손주 전용이야.”
할머니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경험을 또 한다.
철썩!
재혁의 등짝으로 찰진 소리가 났다.
“아,아파요! 무슨 노친네 손이 이리 매워?!”
“이기, 아즉 정신을 몬 차리고!”
철썩! 철썩! 퍽퍽퍽!
“그만하세요! 진짜! 그러다가 수건 내려가요!”
등으로 선명하게 찍혀있는 빨간 손도장.
“수건 내려가면 뭐 어쩔낀데!”
할머니의 말과 동시에 수건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이구야~ 실하데이~ 언제 이리 컸노?”
재혁은 말없이 수건을 집어 들어 자신의 허리로 두른다.
“우리 혁이 이자 사내가 다 됐네.”
할머니의 눈이 뿌듯함으로 빛났다.
“정말 힘든 나날 들이었어요. 틈틈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똘똘이의 자아가 깨어나 저를 한계 끝까지 밀어 붙이곤 했어요. 결국 지금의 제 육체는 고통이 만들어낸 산물인거죠.”
“뭐라카노?”
“이 모든 게 할머니 손주 덕분이라는 말이에요.”
재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론가 사라지는 할머니, 잠시 후 되돌아 온 할머니의 손으로 가위가 들려있다.
“니는 말로해서는 도저히 안되겄다. 이참에 고추 떼자!”
“......”
그 길로 조용히 윤의 방으로 걸어 들어가 방문을 잠궈 버리는 재혁이었다.
#54-7
깜빡. 깜빡. 깜빡. 깜빡.
노란빛의 전구가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한다.
낡은 여인숙의 방은 욕실이 딸려있지 않았다.
결국 씻는 걸 포기한 채 두 사람은 젖은 옷을 벗었다.
불이 꺼졌다 켜질 때마다 두 사람의 살갗이 하나 둘씩 드러났다.
마지막 남은 팬티 한 장 까지 벗어 던졌을 땐, 서로가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이불 속에 몸을 누였다.
이불에서 곰팡이 냄새가 피어올랐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윤의 세포 저 밑바닥에서 부터 북소리가 울렸다.
나란히 있는 타인의 알몸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집요한 집중이 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대로 잠들 수만 있다면 이불의 곰팡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피곤에 절어있었다.
어느덧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누워있는 두 사람.
두 사람의 농밀한 침묵 사이로 노란불빛이 들었다.
드러난 윤의 손목으로 피멍이 짙게 베었다.
곤은 눈길을 돌려 자신의 손목을 확인했다.
역시나 짙은 피멍이다.
곤의 입가로 피식 미소가 일었다.
꼭 탯줄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묘한 감동이 일었다.
곤은 이내 혀를 빼어 윤의 피멍을 핥았다.
윤의 살갗으로 부드러운 혀의 감촉이 감겨왔다.
꼭 손목이 녹아 내릴 것만 같았다.
결코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종족 답게 곤의 혀가 윤의 감긴 두 눈을 핥고 빠알간 입술을 핥는다.
핥고 핥고 핥고 또 핥는다.
적군의 성을 함락 하듯 집요하게 핥는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적군의 혀를 맞이하고 싶은 윤의 혀다.
그러나 윤은 헐리기 보다 깊은 심연을 택한다.
곧이어 들려오는 윤의 얕은 호흡소리에 곤은 어처구니 없다는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수면으로 빠져 들었다.
작가의 말
이번 화는 대사가 많아 나름 빨리 마무리 되었습니다.
연재 주기가 더 짧아 지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닫기모든 것은 혀끝으로부터 BL
28.28화 핸드잡조회 : 1,8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2,631 27.27화 손주사위조회 : 1,207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451 26.26화 그럼에도조회 : 1,14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623 25.25화 너의 의미조회 : 1,245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695 24.24화 타투 스마일조회 : 1,16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6,104 23.23화 청춘 고교입니다만조회 : 1,253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404 22.22화 심장을 바치다.조회 : 1,527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946 21.21화 배꼽조회 : 1,316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468 20.20화 선지국밥조회 : 53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334 19.19화 곤조회 : 524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987 18.18화 미치고 싶을 때조회 : 776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933 17.17화 삼각관계 - START조회 : 836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461 16.16화 열상조회 : 53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819 15.15화 첫사랑조회 : 603 추천 : 1 댓글 : 3 글자 : 4,086 14.14화 별빛이 내린다.조회 : 67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801 13.13화 에이스조회 : 727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270 12.12화 너만이 내 세상조회 : 499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058 11.11화 제 살 깎기조회 : 778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697 10.10화 벚꽃 내리다.조회 : 759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399 9.9화 BOOM!!조회 : 647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993 8.8화 경계선조회 : 54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261 7.7화 춘식이 - 108배의 서막조회 : 66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754 6.6화 재혁 - 순애보조회 : 51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810 5.5화 그들의 천사조회 : 638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166 4.4화 곤- 길위에서조회 : 745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555 3.3화 질투조회 : 873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848 2.2화 혀 끝에서 부터조회 : 734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879 1.1화 춘광조회 : 3,273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