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심장을 바치다.
조회 : 1,484 추천 : 1 글자수 : 4,946 자 2022-10-30
#54-1
“지금 애 한테 뭐하는 짓이야?!”
끌려 들어간 방으로 유방을 드러낸 여자가 짙은 갈색 피부의 사내의 팔에 매달렸다.
사내의 근육질 팔이 마치 파리를 쫓듯 여자를 가볍게 밀쳐내자, 바닥으로 처박히는 살덩이다.
윤은 이틈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사내의 손을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어 물었다.
“아아아악!”
화가난 사내가 미처 풀지 않은 손으로 윤의 입을 또 다시 틀어 막으려 들자, 녀석은 등으로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던진 후 사내의 팔을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벽으로 발을 박차고 뛰어올라 큰 호를 그리며 사내의 어깨로 안착한다.
균형을 잃을 듯 비틀 거리는 사내.
윤은 사내의 목을 아주 꺾어버릴 작정으로 오른팔을 그의 목에 걸고 나머지 팔로 사내의 얼굴을 힘껏 뒤로 젖혔다.
그러자 이어지는 사내의 반격.
그대로 허리를 뒤로 넘겨 매트리스 위로 윤을 찍어 내린다.
“욱!”
강한 충격에 순간 머리가 멍했다.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윤이 머리를 흔들 때였다.
억센 사내의 손이 윤의 목을 조여왔다.
“커,컥…”
피가 쏠려 얼굴이 죽은 석류처럼 검붉다.
윤의 양손이 사내의 손을 떼어 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꿈쩍 않는다.
이에 발차기로 사내의 복부를 가격 하려 들자 나머지 손이 윤의 다리를 잡아 들었다.
허벅지 아래로 내려가 있는 사내의 팬티.
모자란 호흡에 정신이 아득해 지는 윤.
사내가 윤의 하의를 끌어내리며 녀석의 가랑이 사이로 자신의 단단하게 솟은 짙은 성기를 들이밀 때였다.
“아아악!!!”
고통으로 자지러지는 사내의 비명소리와 함께 살갗 타는 냄새가 났다.
어느덧 사내의 뒷목으로 반쯤 타 들어간 마리화나를 짓이기고 서있는 곤.
사내가 몸을 틀어 곤에게 주먹을 휘두르자, 곤은 기다렸다는 듯 손에 쥐고있던 재떨이를 사내의 눈썹으로 비벼대듯 내리쳤다.
퍽!!
찢어진 사내의 피부에서 피가 두두둑 떨어졌다.
흐렸던 시야가 명료해지자 윤은 성난 타투 스마일을 알아본다.
곤의 왼쪽 가슴에 아로새겨진 스마일은 곧 그의 심장이다.
사내가 곤의 복부로 어깨를 박아 넣으며 그를 넘어뜨리려 했지만, 큰 체급 차이에도 용케 버텨 낸다.
순간 곤의 엄지손가락이 사내의 눈을 후벼 팠다.
이내 괴성과 함께 뒷걸음 치는 사내의 아가리로 주먹을 꽂아넣으며, 발차기로 균형을 무너뜨린다.
사내가 나동그라지자 곤은 축 늘어진 사내의 성기를 발로 찍어 내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상의를 입지 않아 드러난 곤의 상체로 거즈가 누더기 처럼 기워져 있다.
물에 잉크가 퍼지듯 거즈는 서서히 피로 물들어 간다.
“욱.”
윤의 헛 구역질에 곤이 돌아보았다.
“3일 내내 선지국만 처 먹었더니, 피만 봐도... 웁..”
자신에게 이불을 둘러 주던 윤의 헛구역질이 계속되자, 여자는 소년의 등을 두드렸다.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곤의 시선과 그 시선을 붙들고 놓지 않는 윤의 눈.
“저기요, 토해도 됩니까?”
윤의 말에 곤이 싱긋 웃음 짓는다.
“어, 내 방 아니야.”
곤은 이만 천사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한듯, 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딸깍.
그때였다.
곤의 귓가로 안전핀이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머리를 겨누는 권총과 커지는 윤의 두 눈.
곤이 천천히 양팔을 머리위로 올리는 가 싶더니, 재빠르게 몸을 틀어 사내의 손목을 꺾고 권총을 빼앗아 들었다. 예사롭지 않은 수제 권총이었다.
이어 사내의 머리채를 잡으며 아가리로 총구를 쑤셔 넣는 곤.
“그러지 마요.”
윤이 말했다.
목소리로 미세한 떨림이 일었다.
“내가 당하고는 못살아서 말이지.”
이윽고 곤이 방아쇠를 당겼다.
#53-2
파아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있다.
“나도 하나 줘라.”
학교 옥상으로 담배를 태우는 도영에게 재혁이 다가왔다.
“너도 빵 하냐?”
“어. 성욕감퇴.”
“미친새끼.”
도영이 재혁을 향해 담배갑을 던졌다.
다시 되돌려 받은 담배갑에서 담배 두 개피가 사라져 있었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재혁에게로 던졌다.
긴 포물선을 그리던 라이터는 재혁을 지나 손이 닿지 않을 곳으로 떨어져 내렸다.
도영의 코 앞까지 다가선 재혁.
입술에서 덜렁거리는 담배를 도영의 반쯤 타들어간 담배 솔기 끝에 맞대어 필터를 빨아 당겼다.
때마침 부는 바람에 불이 옮겨 붙질 않자, 왼손을 들어 바람을 가리며 필터를 더욱 깊이 빨아 당긴다.
큰 손 안으로 비스듬히 숙여진 재혁의 얼굴을 도영은 저도 모르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남자가 봐도 정말이지 감탄이 절로나는 얼굴이었다.
곧이어 재가 빨갛게 타올랐다.
옥상난간으로 팔꿈치를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 재혁의 시선이 윤의 교실을 향한다.
재혁은 윤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살갗이 따가웠다.
지난 밤은 자신의 성기를 끊어 내버리고 싶을 정도로 성욕이 일어 벽으로 머리를 다 찧고서야 베게로 머리를 누일 수 있었다.
제 품에 안기까지 얼마나 수 많은 시간을 버텨내야만 했던가.
여덟 살로 넘어가는 추운 겨울.
덕구를 따라 한 달간 춘광 별채로 머무르게 된 어느 날이었다.
녀석들은 할머니를 따라 깊은 산속에 자리한 사찰에 도착했고, 덕구랑 신나게 놀던 재혁은 어느덧 암자에 들어서게 되었다.
당장 깨져 버릴 정도로 쨍한 파란 하늘 아래 코빨간 동자승이 얼어있는 개울을 깨고 있었다.
자신의 주먹보다 큰 돌을 들고 내리 찧다 그만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는 동자승을 재혁이 급히 안아세웠다.
이어서 날아간 고무신 한짝을 주워다 동자승의 작은 발로 신겨 준 후 자신의 머리만한 돌을 들어 얼어있는 개울을 향해 내리 꽂았다.
파래진 손이 까져 피가 흐르고, 뼈가 으스러져라 돌을 내리치고서야, 얼음 아래로 갇혀있던 물이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동자승이 박 바가지로 급히 물을 퍼 담으며 재혁을 향해 함박 웃음을 지어 보일 때 였다.
거짓말 처럼 하늘에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함박눈 아래, 세상 하얗던 동자승의 웃음은 재혁의 심장을 사로잡아 지금까지 놓질 않는다.
동자승은 물이 담긴 박 바가지를 들고 사찰의 정재소로 들어갔다.
뒤를 따르던 재혁은 동자승의 손에서 물이 담긴 박바가지를 빼앗아 들더니, 느닷없이 철민스님의 얼굴로 차가운 물을 끼얹었다.
아이에게 이런 가혹한 일을 시키는 어른에게 분노가 치솟았다.
그 후로 재혁은 하루가 멀다하고 동자승을 보기 위해 사찰을 찾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재혁은 정과장을 붙들고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를 우연히 목격한다.
재혁의 심장을 사로잡고 있는 동자승이 오래전 부터 할머니가 찾아 헤매던 덕구의 배다른 동생이며, 곧 출가 준비를 위해 학교 가까이로 있는 다른 사찰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는 사연이었다.
재혁은 그 길로 별채를 나와 사찰로 향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숨어있던 재혁은 모두가 잠이든 깊은 밤.
법당으로 불을 질렀다.
그리고 동자승의 손을 잡고 절을 뛰쳐나왔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찰은 전소했다.
재혁은 귓가로 꽂아 두었던 나머지 담배를 꺼내어, 줄담배를 이어갔다.
담배를 길게 빨았다.
억누르고 있던 숨이 풀리고, 연기가 쨍한 하늘로 구름이 되기 위해 날아 올랐다.
윤에게 이미 심장을 바쳤다.
녀석을 절대 빼앗기지 않는다.
가질 수 없다면 뱃속에 묻어서라도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정팔아, 형준이가 다니는 학교가 어디라고 했지?”
옥상에서 후배와 탁구를 치고 있던 정팔은, 재혁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녀공학인데..”
“선배님, 청춘고등학교요.”
후배의 말과 동시에 강한 스매싱을 날리는 정팔, 탁구공이 도영의 얼굴을 맞고 떨어졌다.
이에 도영이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혀를 찬다.
“김재혁, 너 때문에 하루 동안 선배들 존나게 밀어 옥상을 열긴 했는데, 이꼴이나 보려고 그짓거리를 했나싶다.”
옥상에는 부원 미달로 동아리실을 미처 배정받지 못한 탁구부를 비롯해, 만화 오타쿠, 수예부, 이소룡 숭배자등 평소 범접하기 힘든 아이들의 집합소가 되어있었다.
그간 3학년 일진들의 전유물이었던 옥상을 재혁이 자신을 따르는 과거 일진들과 함께 선배 일진들을 밀어내고 옥상을 개방했다.
무엇보다 윤에게 학교 위 하늘을 선물하고 싶었다.
“야! 김재혁, 점심시간 끝나려면 멀었는데 벌써 가냐?”
정팔의 물음에 옥상 문을 열며 재혁이 답한다.
“어. 청춘고등학교에 볼일이 좀 있어서.”
“야, 청춘고등학교면 나도 같이가야지!”
정팔이 라켓을 던지며 재빨리 재혁의 뒤를 따르자, 뒤에서 후배의 외침이 날아들었다.
“선배님, 경기 도중에 그렇게 가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이에 뒤돌아서며 정팔이 답한다.
“네 눈에는 이 강한 바람이 느껴지지 않느냐, 이런 상태에서 경기는 무의미 하다.”
그렇게 사라지는 정팔의 등뒤로, 후배의 중얼거림이 이어진다.
“쳇, 언제는 바람에 날리는 탁구공까지 제어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프로라더니.”
교문을 나설때쯤 곁으로 두영이 함께 했다.
“청춘고는 연합의 톱 3위에 드는 강호다. 만만치 않은 곳이야.”
“혁아, 형준이는 만나서 뭐하려고?”
정팔의 물음에 답하는 재혁.
“하이바.. 아주 죽여 버린다.”
“지금 애 한테 뭐하는 짓이야?!”
끌려 들어간 방으로 유방을 드러낸 여자가 짙은 갈색 피부의 사내의 팔에 매달렸다.
사내의 근육질 팔이 마치 파리를 쫓듯 여자를 가볍게 밀쳐내자, 바닥으로 처박히는 살덩이다.
윤은 이틈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사내의 손을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어 물었다.
“아아아악!”
화가난 사내가 미처 풀지 않은 손으로 윤의 입을 또 다시 틀어 막으려 들자, 녀석은 등으로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던진 후 사내의 팔을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벽으로 발을 박차고 뛰어올라 큰 호를 그리며 사내의 어깨로 안착한다.
균형을 잃을 듯 비틀 거리는 사내.
윤은 사내의 목을 아주 꺾어버릴 작정으로 오른팔을 그의 목에 걸고 나머지 팔로 사내의 얼굴을 힘껏 뒤로 젖혔다.
그러자 이어지는 사내의 반격.
그대로 허리를 뒤로 넘겨 매트리스 위로 윤을 찍어 내린다.
“욱!”
강한 충격에 순간 머리가 멍했다.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윤이 머리를 흔들 때였다.
억센 사내의 손이 윤의 목을 조여왔다.
“커,컥…”
피가 쏠려 얼굴이 죽은 석류처럼 검붉다.
윤의 양손이 사내의 손을 떼어 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꿈쩍 않는다.
이에 발차기로 사내의 복부를 가격 하려 들자 나머지 손이 윤의 다리를 잡아 들었다.
허벅지 아래로 내려가 있는 사내의 팬티.
모자란 호흡에 정신이 아득해 지는 윤.
사내가 윤의 하의를 끌어내리며 녀석의 가랑이 사이로 자신의 단단하게 솟은 짙은 성기를 들이밀 때였다.
“아아악!!!”
고통으로 자지러지는 사내의 비명소리와 함께 살갗 타는 냄새가 났다.
어느덧 사내의 뒷목으로 반쯤 타 들어간 마리화나를 짓이기고 서있는 곤.
사내가 몸을 틀어 곤에게 주먹을 휘두르자, 곤은 기다렸다는 듯 손에 쥐고있던 재떨이를 사내의 눈썹으로 비벼대듯 내리쳤다.
퍽!!
찢어진 사내의 피부에서 피가 두두둑 떨어졌다.
흐렸던 시야가 명료해지자 윤은 성난 타투 스마일을 알아본다.
곤의 왼쪽 가슴에 아로새겨진 스마일은 곧 그의 심장이다.
사내가 곤의 복부로 어깨를 박아 넣으며 그를 넘어뜨리려 했지만, 큰 체급 차이에도 용케 버텨 낸다.
순간 곤의 엄지손가락이 사내의 눈을 후벼 팠다.
이내 괴성과 함께 뒷걸음 치는 사내의 아가리로 주먹을 꽂아넣으며, 발차기로 균형을 무너뜨린다.
사내가 나동그라지자 곤은 축 늘어진 사내의 성기를 발로 찍어 내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상의를 입지 않아 드러난 곤의 상체로 거즈가 누더기 처럼 기워져 있다.
물에 잉크가 퍼지듯 거즈는 서서히 피로 물들어 간다.
“욱.”
윤의 헛 구역질에 곤이 돌아보았다.
“3일 내내 선지국만 처 먹었더니, 피만 봐도... 웁..”
자신에게 이불을 둘러 주던 윤의 헛구역질이 계속되자, 여자는 소년의 등을 두드렸다.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곤의 시선과 그 시선을 붙들고 놓지 않는 윤의 눈.
“저기요, 토해도 됩니까?”
윤의 말에 곤이 싱긋 웃음 짓는다.
“어, 내 방 아니야.”
곤은 이만 천사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한듯, 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딸깍.
그때였다.
곤의 귓가로 안전핀이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머리를 겨누는 권총과 커지는 윤의 두 눈.
곤이 천천히 양팔을 머리위로 올리는 가 싶더니, 재빠르게 몸을 틀어 사내의 손목을 꺾고 권총을 빼앗아 들었다. 예사롭지 않은 수제 권총이었다.
이어 사내의 머리채를 잡으며 아가리로 총구를 쑤셔 넣는 곤.
“그러지 마요.”
윤이 말했다.
목소리로 미세한 떨림이 일었다.
“내가 당하고는 못살아서 말이지.”
이윽고 곤이 방아쇠를 당겼다.
#53-2
파아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있다.
“나도 하나 줘라.”
학교 옥상으로 담배를 태우는 도영에게 재혁이 다가왔다.
“너도 빵 하냐?”
“어. 성욕감퇴.”
“미친새끼.”
도영이 재혁을 향해 담배갑을 던졌다.
다시 되돌려 받은 담배갑에서 담배 두 개피가 사라져 있었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재혁에게로 던졌다.
긴 포물선을 그리던 라이터는 재혁을 지나 손이 닿지 않을 곳으로 떨어져 내렸다.
도영의 코 앞까지 다가선 재혁.
입술에서 덜렁거리는 담배를 도영의 반쯤 타들어간 담배 솔기 끝에 맞대어 필터를 빨아 당겼다.
때마침 부는 바람에 불이 옮겨 붙질 않자, 왼손을 들어 바람을 가리며 필터를 더욱 깊이 빨아 당긴다.
큰 손 안으로 비스듬히 숙여진 재혁의 얼굴을 도영은 저도 모르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남자가 봐도 정말이지 감탄이 절로나는 얼굴이었다.
곧이어 재가 빨갛게 타올랐다.
옥상난간으로 팔꿈치를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 재혁의 시선이 윤의 교실을 향한다.
재혁은 윤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살갗이 따가웠다.
지난 밤은 자신의 성기를 끊어 내버리고 싶을 정도로 성욕이 일어 벽으로 머리를 다 찧고서야 베게로 머리를 누일 수 있었다.
제 품에 안기까지 얼마나 수 많은 시간을 버텨내야만 했던가.
여덟 살로 넘어가는 추운 겨울.
덕구를 따라 한 달간 춘광 별채로 머무르게 된 어느 날이었다.
녀석들은 할머니를 따라 깊은 산속에 자리한 사찰에 도착했고, 덕구랑 신나게 놀던 재혁은 어느덧 암자에 들어서게 되었다.
당장 깨져 버릴 정도로 쨍한 파란 하늘 아래 코빨간 동자승이 얼어있는 개울을 깨고 있었다.
자신의 주먹보다 큰 돌을 들고 내리 찧다 그만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는 동자승을 재혁이 급히 안아세웠다.
이어서 날아간 고무신 한짝을 주워다 동자승의 작은 발로 신겨 준 후 자신의 머리만한 돌을 들어 얼어있는 개울을 향해 내리 꽂았다.
파래진 손이 까져 피가 흐르고, 뼈가 으스러져라 돌을 내리치고서야, 얼음 아래로 갇혀있던 물이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동자승이 박 바가지로 급히 물을 퍼 담으며 재혁을 향해 함박 웃음을 지어 보일 때 였다.
거짓말 처럼 하늘에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함박눈 아래, 세상 하얗던 동자승의 웃음은 재혁의 심장을 사로잡아 지금까지 놓질 않는다.
동자승은 물이 담긴 박 바가지를 들고 사찰의 정재소로 들어갔다.
뒤를 따르던 재혁은 동자승의 손에서 물이 담긴 박바가지를 빼앗아 들더니, 느닷없이 철민스님의 얼굴로 차가운 물을 끼얹었다.
아이에게 이런 가혹한 일을 시키는 어른에게 분노가 치솟았다.
그 후로 재혁은 하루가 멀다하고 동자승을 보기 위해 사찰을 찾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재혁은 정과장을 붙들고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를 우연히 목격한다.
재혁의 심장을 사로잡고 있는 동자승이 오래전 부터 할머니가 찾아 헤매던 덕구의 배다른 동생이며, 곧 출가 준비를 위해 학교 가까이로 있는 다른 사찰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는 사연이었다.
재혁은 그 길로 별채를 나와 사찰로 향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숨어있던 재혁은 모두가 잠이든 깊은 밤.
법당으로 불을 질렀다.
그리고 동자승의 손을 잡고 절을 뛰쳐나왔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찰은 전소했다.
재혁은 귓가로 꽂아 두었던 나머지 담배를 꺼내어, 줄담배를 이어갔다.
담배를 길게 빨았다.
억누르고 있던 숨이 풀리고, 연기가 쨍한 하늘로 구름이 되기 위해 날아 올랐다.
윤에게 이미 심장을 바쳤다.
녀석을 절대 빼앗기지 않는다.
가질 수 없다면 뱃속에 묻어서라도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정팔아, 형준이가 다니는 학교가 어디라고 했지?”
옥상에서 후배와 탁구를 치고 있던 정팔은, 재혁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녀공학인데..”
“선배님, 청춘고등학교요.”
후배의 말과 동시에 강한 스매싱을 날리는 정팔, 탁구공이 도영의 얼굴을 맞고 떨어졌다.
이에 도영이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혀를 찬다.
“김재혁, 너 때문에 하루 동안 선배들 존나게 밀어 옥상을 열긴 했는데, 이꼴이나 보려고 그짓거리를 했나싶다.”
옥상에는 부원 미달로 동아리실을 미처 배정받지 못한 탁구부를 비롯해, 만화 오타쿠, 수예부, 이소룡 숭배자등 평소 범접하기 힘든 아이들의 집합소가 되어있었다.
그간 3학년 일진들의 전유물이었던 옥상을 재혁이 자신을 따르는 과거 일진들과 함께 선배 일진들을 밀어내고 옥상을 개방했다.
무엇보다 윤에게 학교 위 하늘을 선물하고 싶었다.
“야! 김재혁, 점심시간 끝나려면 멀었는데 벌써 가냐?”
정팔의 물음에 옥상 문을 열며 재혁이 답한다.
“어. 청춘고등학교에 볼일이 좀 있어서.”
“야, 청춘고등학교면 나도 같이가야지!”
정팔이 라켓을 던지며 재빨리 재혁의 뒤를 따르자, 뒤에서 후배의 외침이 날아들었다.
“선배님, 경기 도중에 그렇게 가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이에 뒤돌아서며 정팔이 답한다.
“네 눈에는 이 강한 바람이 느껴지지 않느냐, 이런 상태에서 경기는 무의미 하다.”
그렇게 사라지는 정팔의 등뒤로, 후배의 중얼거림이 이어진다.
“쳇, 언제는 바람에 날리는 탁구공까지 제어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프로라더니.”
교문을 나설때쯤 곁으로 두영이 함께 했다.
“청춘고는 연합의 톱 3위에 드는 강호다. 만만치 않은 곳이야.”
“혁아, 형준이는 만나서 뭐하려고?”
정팔의 물음에 답하는 재혁.
“하이바.. 아주 죽여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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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후원 처음 받아봅니다. ㅎㅎㅎ 맘 따숩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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