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생활에 나는 왜이리도 잘 적응되고 있느지 모르겠다. 몸이 할머니가 되니 몸에 벤 아줌마 근성이 자동으로 발동되는 것인지. 병원에서 나오는 간이 덜밴 환자식이 왜이리도 맛있고 편한건지. 직장다니며 워킹맘들이 주말이 지나 출근하면 늘 입버릇처럼 하던 남이 해주는 밥은 국에 돌을 말아도 맛있다며 흘려 듣던 그말에 완전 공감이 되고 있는 나자신이 너무 싫어 지고 있다. 더욱이 할머니 연기에도 아주 자연스러워졌고 처음부터 할머니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이다.
"할머니 빨리 일어나봐. 나 이제 영혼까지도 할머니가 되어 버릴것 같아.아직 결혼도 안해봤는데. 너무 억울하자나.할머니 빨리 눈좀 떠봐 앞으로 할머니 말은 무조건 잘 들을게."
미동없는 나의 몸을 바라 보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당연히 대꾸가 없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푸념아닌 푸념을 늘어 놓았다.
드륵
병실문이 주인의 허락과 상관없이 열렸다.
"할머니 건우오빠 오늘 안왔어요.전화도 안받고 연락이 안되서요. 여기는 왔을것 같았는데...... 혹시 건우 오빠 오게 되면 이 번호 연락 주실래요."
"나 전화기 없어"
"그럼 저 왔었다고 전화 기다린다고 해 주실래요"
건우 오빠 앞에서는 그렇게도 깍득이 대하고 단아 안부 먼저 묻고 한없이 착한 양을 얼굴을 하더니, 지금은 단아 얼굴한번 쳐다보지 않고 자신의 용건만을 쏟아내는 지현.
절친으로써의 우리 관계속에서는 처음 보는 새로운 모습에 난 입이 다물어 지지 않으며 오늘도 내 머리를 쥐어 뜯고 있다.
'머저리 나름 산전 수전 다 겪고 사람을 속내를 뚫어 본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동태 눈깔을 가진 사람 볼줄 모르는 멍청이 머저리였넹.'
똑똑한척 나 잘난 줄 알았던 지난날의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럽고 한심스러워 한숨에 한숨만 거듭할 때, 선화는 다시 한번 건우의 전화를 당부 하고는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병실을 나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