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조
조회 : 1,768 추천 : 0 글자수 : 7,652 자 2022-09-01
[현탁 작가님께.
작가님의 소중한 원고를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검토해본 결과, 작가님의 성향과 저희 출판사가 지향하는 방향성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저희 출판사에서 출판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소중한 작품을 읽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점 정말 감사드립······.]
-콰앙.
내 머리가 수직으로 테이블에 떨어지며 커다란 소리를 낸다.
도서관 내의 사람들의 시선이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씨이··· 그냥 너님 글은 재미없어요 라고 써붙이지······.”
차라리 솔직하기만 했다면, 이렇게 화가 나진 않을 것이다.
이건 뭐 비꼬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예의있고 정중하게 보내 놓으면 다라고 생각하는건가?
“에라이!”
나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강제로 꺼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던져버리고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부리고 싶었지만, 도서관에서 쫓겨날까 두려워 간신히 화만 삭혔다.
이게 몇 번째일까?
투고만 해도 벌써 10개가 넘어가고 폐기했던 기획안들도 20종이 넘어간다.
하나, 하나 휴지통으로 보내며, 얼마나 피 눈물을 흘렸던가. 아이디어는 정말 신선하고, 충격적인 엔딩까지도 다 생각해뒀었는데,
‘죄송합니다만, 저희 출판사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달라서.’
‘저희 출판사는 이 장르를 선호하지 않습······.’
‘저희 출판사는······.’
결국 수많은 퇴짜만 많이 날 반길 뿐이었다.
‘나 진짜 글 쓰면서 성공할 순 있는걸까?’
오랫동안 글을 써오며 생겼던 한 줄기의 의심.
집에선 정상적인 회사원생활이나 하는게 도움이 더 될거라 타박하고, 주변에선 이런 나를 보며 조언 섞인 조롱해댄다.
마치 이 길을 걷는 내가 잘못되었다는 듯이,
‘아니면 진짜 나는 작가로서의 재능이 없는 거겠지.’
나는 나직이 한숨을 쉬며 폰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녀석 또 왔네. 질리지도 않나?”
“볼때마다 시끄러워 죽겠어. 저런 진상은 빨리 쫓아내야 하는데.”
“그러게 말이야. 도서관 이용하는 매너가 전혀 없어. 아예 출입을 금지시켰으면 좋겠는데.”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나는 쑥덕쑥덕하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책장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이곳 공립 도서관은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보금자리나 마찬가지였다.
많은 양의 서적과 다양한 장르는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와 생각할 거리를 주기엔 충분했으며, 또한 조용했기에 소설의 스토리에 대한 아이디어나 영감을 찾으러 자주 이곳에 찾아왔다.
물론 제일 중요한 건, 이곳이 다름 아닌 공짜라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여기에서 괜히 민원 들어와, 쫓겨났다간 큰일이다. 안 그래도 여기 관리하는 사서에게 경고 1회 먹었는데, 아마 또 걸리면 바로 출입이 금지될지도 몰랐다.
그때 였다.
“아냐. 아냐. 이게 아닌데. 아냐.”
무언가 중얼중얼거리며 이쪽으로 들어오는 특유의 뿔테안경을 낀 한 여성.
이곳을 관리하는 깐깐한 사서였다.
‘뭐야, 왜 여기로 오고 있어?!’
설마, 진짜로 민원을 넣어버린건가?
아까 일어난 나를 보며 불쾌와 경멸을 담은 시선들이 떠올랐다.
‘아니, 무슨 좀 시끄럽게 한다고 벌써부터 민원을 넣다니. 너무한거 아닌가?’
점차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사서의 모습.
위기다.
나는 어떻게든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저 그러니까······. 저 그렇게 많이 시끄럽게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나는 어떻게든 변명을 하며, 사서의 모습을 힐긋 힐긋 살펴보았다.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만 중얼거리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리는 사서. 몸도 어디가 좋지 않은지, 연신 비틀대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한 쪽 손에 있는 길다랗게 뽑힌 커터칼의 날이었다.
피가 흐르는 걸 모르는 건지, 날을 세게 움켜쥔 채로 나에게 다가오는 사서의 모습.
위험하다.
머릿속에 위험신호가 번개같이 스쳐지나갔다.
“저, 저기요? 사서 아가씨? 그거 그렇게 쥐면 큰일나는데······?”
나는 어떻게든 그녀를 만류하려 했지만, 사서는 그런 내말이 들리지 않는지, 계속해서 무언가 중얼거리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정신은 없어보이고, 눈동자는 제대로 나를 향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곳저곳을 뒤룩뒤룩 굴리고 있다.
말이 통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가 저런 정신병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면 119에 신고해서, 나의 대한 민원을 얼버무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결단을 내린 나는 들고 있던 책을 가슴에 품으며, 슬그머니 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누군가의 비명이 아니었으면.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도서관에 있던 여성 손님의 것이었을까? 내 바로 뒤에서 울려퍼지는 높은 새된 소리에 뒤룩뒤룩 굴리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자리를 잡았다.
그것이 신호탄이었다.
“아아안돼애애!”
사서가 새된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나를 향해 덤벼드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쭉 다가오는 더 없이 위험한 빛을 내는 커터칼.
나는 순간적으로 팔을 이용해 그녀의 그 공격을 막았다. 커터칼이 살 안쪽을 헤집는 섬뜩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크으윽!”
억눌린 신음이 새어나온다. 뿌리치려고 해봤지만, 칼이 깊숙하게 박힌 채라, 제대로 뿌리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뭔 놈의 여성의 힘이 이렇게 세지?’
아무리 내가 집돌이에, 방구석 폐인처럼 생활하고 있다지만, 이런 삐쩍 마른 젓가락 같은 몸매의 여성을 못이길 정도로 나약하진 않았다.
“아닌데, 이게 아닌데, 아냐. 아냐······.”
나를 보며 중얼거리는 사서의 눈에는 나를 죽이겠다는 살의는 없었다. 다만 낯 빛이 하얗게 질린 채, 무언가 두려운 듯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사, 살인이야!! 누군가 도와줘요!!”
그때였다. 비명을 지르던 여성이 도망치며 사람들을 부른것이었다.
순간 사서의 눈이 여성쪽으로 향했고.
“···아니야아아아!!”
팔에 새로이 아픔이 그어지며 나를 압도하던 무게가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사서는 나를 버리고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 듯 여성에게 달려나갔다.
그녀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고, 또한 피아 구분없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사서의 표적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이해 하지 못한체, 비명지르며 도망다니기에 급급했다.
결국 도서관의 소동은 경찰차와 구급차가 도착하고서야 일단락이 되었다.
도서관에 있었던 사람 몇 명이 크게 다쳤고, 범인 또한 날만 있던 커터칼로 온종일 휘두르다가 자신의 몸에 박아넣는 이상한 기행을 보여주었기에 경찰차보단 구급차에 실려 갔다.
나 또한 피해자와 마찬가지라 같이 병원에 가게 되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그저 도서관 사서나 보던 여성이 갑자기 미친듯 사람들을 마구 마구 찌르고 자신도 자살시도를 하다니.
‘대체 이게 무슨일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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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응급 환자입니다!”
“뭐야. 무슨 환자야. 일단 수술실로!”
“네!”
“환자 차트는?”
“네. 성함은 최소영. 나이는 27세. 여성이고. 도서관의 사서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을 향해 커터 칼을 휘두르다가, 마지막에 자신의 배를 깊숙이 찔렀다고 합니다.”
“배를? 일단 장기가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부터.”
“네, 선생님 근데 특이사항이······.”
“뭔데?”
“이 환자,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뭐? 아니, 그럼 임신한 상태인데, 자신의 배를 찔렀단 말이야?”
“임신 4개월로 추정되는 결과. 환자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하 나원 참··· 기가막히는 군.”
“서,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뭐야. 배가 왜 이렇게 불러 있어? 아까 분명 임신 4개월이라고 하지 않았나?”
“네, 네. 아깐 분명 배가 이렇지 않았는데······?”
“뭐, 뭐야 더 커지잖아?!”
“서, 선생님! 선생님!”
“간호사 빨리 응급벨을, 수술 중지! 수술 중···컥!”
“꺄아악! 선생니임!”
“컥, 커억. 쿨럭 쿨럭. 가, 간호사···간호사아···어어억!!”
“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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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분은 처치가 끝났으니 일단 여기에 누워계셔주세요.”
간호사가 사무적인 목소리와 함께 다른 환자가 있는 곳으로 총총간다.
팔은 여전히 욱씬 거렸지만. 아예 못움직 정도는 아니었다. 팔을 거의 난도질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정도 밖에 다치지 않은 것은 거의 행운이라고 날 치료해준 의사가 이야기 했다.
이런데 행운이 있을 바에, 차라리 투고나 공모전에 운이 따르는 게 더 좋은데······.
나는 침대에 드러누우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아까 있었던 도서관에 사건. 사서가 갑자기 난동을 부리며, 사람들에게 커터칼을 휘두른 충격이었다.
“깐깐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람에게 함부로 칼을 휘두를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엔 아직도 바쁜지 의사와 간호사들이 정신없이 응급실 안을 돌아다닌다.
이런 응급실의 상황을 보는 것도, 경험은 경험이라 기록하기 위해, 품안에 넣어둔 작은 수첩을 찾았다.
‘하, 이런순간에도 나란녀석은.’
습관이란건 이런 순간에도 발휘 되는가 싶다.
‘빨리 고시원으로 돌아가 글을 쓰고 싶다.’
꺼냈던 수첩을 움켜쥔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접수대 앞에 섰을 무렵 문제가 하나 생겼다.
“어? 어라······?”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주머니 어디를 뒤져봐도 지갑은 커녕, 그 흔한 천원짜리 하나 나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자, 잠시만요. 저 갑자기 배가 아파서······.”
게슴츠레 흩겨 보는 접수원의 눈빛을 뒤로 한체, 나는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어떡하지?
아까 고시원에서 나올 때, 지갑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겨우 기억해냈다.
“하, 씨이 진짜······.”
후회는 언제나 해도 늦다. 지금 내가 걱정해야 할 일은 이제 이 병원에서 어떻게 당당하게 밖으로 나가느냐 였다.
돈 없어서 경찰에게 잡히거나 접수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만은 사양이다.
그때였다.
-와장창!
“꺄아아아!”
“뭐, 뭐야!”
“괴, 괴물이다 사, 살려줘!”
바깥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란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무슨 소리지?
나는 화장실 입구에서 고개만 빼꼼이 내밀어 바깥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끝없는 비명과 피가 난무하는 아비규환이었다.
“이게···무슨······.”
도망치는 사람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습격하는 한 무리의 녹색의······.
그 순간 눈 앞에 날카로운 수술용 메스가 들이밀어졌다.
생각이 자동적으로 끊겼다.
“우아아악!”
피가 잔뜩 묻은 번뜩이는 칼날에 몸이 반사적으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메스를 쥐고 있던 존재가 히죽하고 입을 귀까지 찢은 체 웃으며, 나를 따라 화장실 안으로 들어온다.
그제야 나는 나를 습격한 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짧고 땅딸만한 키. 뾰족하게 뻗은 귀와, 마귀처럼 툭 나와 있는 매부리코 밑에는 길게 벌어진 입 안에 상어 이빨처럼 날카로운 이들이 듬성듬성 나있었다.
마치 폭삭 늙어버린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벌거숭이인 주제에 온 몸이 녹색으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고, 고블린?”
생각이 반사적으로 말이 되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말이 옳다는 듯, 녹색의 괴물은 나를 향해 히죽 웃으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고블린에 손에 들린 수술용 메스가 섬뜩한 빛을 내며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그것을 반사적으로 들고 있는 수첩으로 막았다.
-푹.
얇지 않은 수첩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린다. 내가 설마 막을 줄은 몰랐는지, 놈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든다.
기회다.
나는 수첩을 비틀어 놈의 메스를 빼앗고는 당황하여 뒷걸음 치는 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켁!”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녹색의 얼굴이 검은 피와 함께 화장실 바닥에 나뒹군다.
얼굴만 무섭지, 체격과 힘은 현저히 떨어진다. 마치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것 같았다.
이길 수 있다.
그것을 깨닫자 마자, 나는 곧바로 그대로 쓰러진 녀석을 향해 그대로 짓밟았다.
받았던 당혹, 공포, 분노가 욕지꺼기와 함께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케룩, 케룩······.”
놈은 입에서 연신 검은 피를 흘리며 괴로워 하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기절한 것 같았다.
“헉, 헉······.”
몇 번 움직인것도 아닌 것 같은데,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입에서 단내가 나온다.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일이야.”
고블린이라니······.
아니, 이게 고블린이 맞긴 하나? 반사적으로 외치긴 하지만, 이게 진짜 고블린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저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나오는 고블린에 대한 묘사가 지금 쓰러져 있는 이 괴물의 모습과 흡사해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것 뿐이었다.
나는 수첩에 꽂힌 메스를 빼냈다. 피가 묻은 메스여서 그런지 구멍이 피투성이가되어, 이젠 수첩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쓰던 자료와 설정들이 아까워 차마 버리지 못하고 품에 넣었다.
화장실 문을 더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바깥은 아직도 아수라장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악을 쓰는 소리와 악의로 가득찬 작달만한 녹색 인간들의 비웃음 소리가 접수대 전체에 우려퍼졌다.
“아, 안돼!”
약한 녀석들이라고 용감하게 싸우고 있던 한 사내가 몰려오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한다.
사내의 다리가 놈들이 가져온 링거대에 걸려 쓰러지고, 그 틈을 타 다른 녀석이 가져온 수술용 가위가 목젖을 찌른다. 그리고 그 위를 나머지가 올라타서 가지고 있는 흉기들로 난도질 했다.
“크아아아악!!”
무척 지능적이면서도 잔인한 장면이었다.
놈들은 쓰러진 사내가 죽었는지, 아님 살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저 욕망과 악의가 범벅된 비웃는 얼굴로 사내의 몸에 수십개의 칼자국을 낼 뿐이었다.
도망쳐야 한다.
이곳에 있다간 나도 저 사내꼴이 될 게 뻔했다. 아니 애초에 저렇게 잔인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화장실 문을 닫고 심호흡을 했다.
아까 잠시 엿봤을 때, 용감히 싸우다 죽었던, 사내 근처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을 확인 했었다.
거리는 꽤나 가깝긴 했지만, 근처에 고블린들이 있었기에, 함부로 달려나갔다간 곧바로 꼬치신세가 될게 뻔했다.
타이밍이 필요했다.
물론 아주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개체 하나, 하나가 작고 연약했기에, 한 두 마리 정도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청소용구함을 뒤져 비교적 가벼운 빗자루를 들었다. 밀대걸레는 무겁고, 위험 할때, 재빨리 휘두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들의 눈에 띄지 않기를 기도하며, 화장실 문을 살그머니 열었다.
다행이도 그들은 눈에 보이는 생존자를 쫓아다니느라, 이쪽에 신경쓰지 않았다.
죽은 남자가 있는 쪽을 보아하니, 찌르는 것에 이젠 질렸는지,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4~5마리.
좀 더 줄었으면 좋겠는데······.
긴장감에 빗자루와 책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때 였다.
-띵.
움직이지 않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더니 바로 2층에 멈추는게 아닌가. 모든 고블린들의 시선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뭐, 뭐야!”
“꺄아아아악!”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바깥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란스러워진다. 고블린 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가지고 있는 흉기들을 들고 안으로 습격해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하지만 약해 빠진 체격의 차이로 인해 엘리베이터안에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들을 뿌리치며 도망나왔고, 고블린들이 도망나온 사람들을 신나하며 쫓아갔다..
천고의 기회였다.
나는 곧바로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와 곧바로 내달렸다.
“그륵?!”
몰려가던 무리중 몇 명이 나를 확인하고 달려들었지만, 아무렇게나 휘두른 빗자루에 머리를 얻어맞고 그대로 나뒹굴었다.
이대로라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도망갈 수 있을 거 같았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한다. 거리는 불과 몇 미터.
너무나도 좋은 타이밍이었다.
나는 좀 더 힘을 내어 뜀박질의 속도를 높였고, 딱 내가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너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바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그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으직.
가죽이 찢어지는 괴이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안에 몸을 반쯤 들이밀고 있던 내 발목을 잡던 녹색의 손톱.
내 시선이 자연스레 발목을 향했고,
나는 볼 수 있었다.
죽은 사내의 몸을 찢고 태어난 두 개의 손. 그리고 그 몸속에 숨어 있던 여러개의 악의적인 눈동자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그들이 어째서 사람들을 죽였는지 그 순간 이해했다.
그들은 다른데서 온게 아니었다.
사람을 죽이고 그 안에 자신의 동포들을 양산해 내고 있었다.
마치 좀비가 사람을 감염시키고, 같은 좀비로 만드는 것처럼.
“으, 으아아아악!!”
시체의 살을 찢고 기어나오는 고블린들을 나는 발작적으로 걷어찼다. 한 녀석이 힘없이 나뒹굴었지만, 다른 수많은 녀석들은 그 틈을 타 내 몸으로 기어올라와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 피부를 긁어댔다.
나는 악다구니를 써대며 들고 있던 책과 빗자루를 버리고 기어올라오는 놈들을 뜯어내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던졌다.
나는 마지막까지 고블린을 던진 다음 닫힘 버튼을 눌렀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쓰라림보다 살아남았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래서 였을까?
나는 엘리베이터 바깥에서 날 노려보는 악의적인 눈을 한 고블린이 들고 있던 무기를 보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일보직전에 날라 들어온 창날. 그것이 사정없이 내 배에 깊숙이 박혔다.
“커흐윽!”
나는 고통이 있는 와중에도, 있는 힘을 다해, 배에 박힌 조잡한 창날을 빼 밖으로 밀어냈다. 다행이도 문은 닫혔지만, 내 몸은 엘리베이터 안에 쓰러지고 있었다.
배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몸에 힘이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마치 죽음이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이대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체 죽는건 싫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재밌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스타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그 모든 바램이 사라진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았다.
내 몸에서 괴물이 튀어나오지 않길 바라면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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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글만 쓰던 내가 고블린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생존전문가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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