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나는 지키지 못했기에 맞서 싸우려고 한다.
조회 : 1,271 추천 : 0 글자수 : 5,183 자 2022-09-23
일단 우리는 문을 다시 고치고, 싸울 수 없는 노약자를 골라, 감옥문을 지키게 했다.
애초에 우리 상대는 녹색의 괴물들.
놈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순간, 곧바로 적군이 몇 마리씩 충원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때문에, 싸우지도 못할 사람들을 배제하는 작업은 필요했다.
“그래도 문제는 있다.”
한영이 굳은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싸울 수 있다곤 해도, 이 사람들은 그저 일반인에 불과하다. 이 사람들 조차 싸우다, 놈들에게 당한다면 놈들의 숫자를 불려주는 꼴 밖에 되지 않아.”
결국 그것이 문제였다.
이쪽 인원이 아무리 많다고는 해도, 한번 죽는 순간, 적들이 순식간에 보충된다.
말 그대로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량에 밀려 그대로 전멸할 것이다.
아군이 많으면 많을수록, 불리해지는 싸움이라니, 너무나 불공평하고, 불합리했다.
“그, 그라믄 어쩝니까?”
“…….”
재경이 물어보지만, 그 누구도 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최대한 놈들과 전투를 하지 않고, 놈들을 일망타진 할 수 있는 방법. 그런 신기에 가까운 전법이 있을 리가 없다.
설사 있다곤 해도, 그것을 고민할 시간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들킨지 1시간은 훌쩍 넘긴 상태.
제 2진이 언제 밀고 올지 알 수 없었다.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
“이봐, 혹시 담배남아 있는 거 가지고 있나?”
그때 표정에 거만함을 잔뜩 깔고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다. 아까 이곳에서 총을 들고 활약했던 중년 남성이었다.
“와예, 뭐할라꼬예?”
아랫사람 대하는 듯한, 말투에 재경의 표정이 절로 불퉁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년남성은 뻔뻔하게 재경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대만 줄 수 있나?”
“예? 안됩니더! 지금 여기서 연초 태웠다간 놈들이 순식간에 몰려올낍니더.”
“에이, 빡빡하게 왜이래? 어차피 몰려올거라며, 내가 이 총으로 지켜줄게. 총알 한방이면 어떤 괴물이든, 한방에 저 세상 간다니깐.”
“아이참! 안된다니깐 그러네! 아이씨요! 그깟 총알 몇 개 있어봤자, 지금 몰려오는 애들에게는 쨉도 안됩니더.”
“쨉도 안되긴!! 아까 못봤어? 내가 이 총으로 대장 대갈통을 날려버렸잖아!”
“허이고, 그건 아이씨 운이고예!”
“뭐, 운?! 너 말 다했어!?”
조막만한 실랑이가 벌어진다. 더 보지 못한 한영과 태식아저씨, 주변 사람등등이 뜯어말린다.
하지만 나는 다른 생각에 빠져있었다.
-반장님! 곧 따라잡힐 것 같습니다!
-그럼 연막탄 뿌려!
-이이씨 이거 한 개비 밖에 안 피웠는데…….
매캐한 발암물질, 담배.
유독 코가 좋고, 냄새에 민감한 놈들이라, 추적을 뿌리치는데 좋다고 한영이 알려줬었다.
그렇다면……?
나는 가방을 뒤져, 호일과 탁구공 곽을 꺼냈다.
그리곤 그대로 탁구공에 호일을 돌돌말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탁구공 연막탄.
그때,
머릿속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잠깐만요!!”
워낙 소리가 컸던 탓일까?
멱살잡이를 시전하던 중년남성도, 그것을 말리던 한영과 태식아저씨도, 그밖에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리낟.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큰 소리를 냈다.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고블린 놈들을 직접적으로 상대하지 않고, 놈들을 일망타진 시키는 전법.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작전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
연락이 끊겼다.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나태해졌던 고블린의 살육본능이 깨어났다.
인간이 침입했는지, 아니면 게을러터진 동지녀석이 연락을 받지 않은건지 알수 없었지만, 거기 까지 생각할정도로 그 고블린은 똑똑하지 않았다.
그저 합법적으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 왔기에, 놈은 곧바로 인간들이 있는 지하 감옥쪽으로 달려갔다.
그런 생각을 이 녀석만 한 것도 아닌지, 옆에 몇 말의 다른 놈들이 따라붙는다.
-비켜! 내가 먼저다!
-너나 꺼져라!
서로 밀치면서 자신의 뒷 꽁무니를 뒤쫓는 놈들.
병신들.
어차피 자신이 먼저 도착할 게 뻔한데, 서로 밀치며 견제를 하니,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
‘내가 먼저다.;
무조건 먼저 도착한다.
반드시 먼저 도착해서, 인간들을 살육할테다.
그렇게 2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려왔을 때였다.
-푸슉.
-푸슉.
기이한 소음.
태어나서 단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는 소음과 함께, 어디선가 안개 같은 것이 복도에서 뿜어져 나오는게 아닌가.
그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민감한 콧구멍에 꽂혔다.
“케륵?!”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며 코를 감쌌다.
하지만 이미 매캐한 냄새는 코의 점막을 자극하고, 목구멍을 짓누르며, 폐를 태웠다.
“켈룩, 켈룩.”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본능적으로 이 냄새를 피하기 위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려 몸을 돌렸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대체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연기 때문에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안구도 자극했기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것 또한 시야를 좁히는 데 한몫했다.
“크웨엑!! 켈룩, 켈룩.”
같이 도착한 녀석들도 이 빌어먹을 연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이제야 놈은 지금 이 사오항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서걱.
그것이 내가 읽고 있던 고블린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나는 놈의 먹을 딴, 단검의 피를 대충 털고는, 방독면의 시야를 대충 닦아냈다.
소리를 들어보니, 다들 정리를 끝낸 듯, 고블린의 기침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작전은 성공이로군.”
한영이 나에게 다가와 한마디 전한다.
“네, 근처에 방독면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요.”
“일단 여기도 공공건물이니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거지.”
탁구공 연막탄은 생각보다 냄새가 독했고, 발암물질이 뿜어져 나와서 그런지, 연기안에서 행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방독면 보관 장소가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나 다름 없었다.
물론 그것이 일반인이 쉽게 쓰고 벗을 수 있게 제작된 것이라거나, 대부분의 몇몇 남성이 민방위 훈련을 통해 배웠다는 것 역시 운적 요소로 작용했다.
“이제 한영씨가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락스나 세제좀 수거해 주세요. 아마 화장실 같은 곳에 비치 되어 있을 거에요.”
“알겠네. 자네도 몸 조시하길 바라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경과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곧바로 2층을 향해 진입했다.
사람들이 미리 연막탄을 집어던지고, 혼란스러워 하는 고블린들을 나와 재경이 제압하거나, 죽인다.
물론 그들의 생사를 관장하는 것은 오로지 내 일이었다.
제일 앞서서 달려나가, 우선적으로 놈들을 척살하고, 놈들의 기억을 탈취한다.
그들의 기억을 통해, 경찰서 내부 지도와 현재 병력 근황, 잡아갔던 사람들의 위치가 점진적으로 알아간다.
“역시 선상님 생각이 맞았네예. 어뜩케 아셨십니꺼?”
재경이 감탄한 듯, 말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을 했지만, 재경을 비롯한 사람들도 재경과 비슷한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놀람과 기대, 그리고 선망.
한번도 받아본적이 없는 그런 눈빛이었기에 괜시리 뒷머리를 긁적였다.
“놈들의 생활방식을 알 수 있다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을 겁니다.”
사실 이런 한국 건물 내부에서 연막탄을 터트리며 테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소방관을 꿈꿨던 종우씨의 기억에 따르면, 이런 대형 건물들은 환풍과 환기가 잘되어 있으며, 어느 곳이든 창문이 없는 곳이 잘 없기 때문에, 이런 연막탄으로 터트린다 하더라도, 인명피해는 거의 없다.
게다가 소방시설 또한 잘 되어 있어, 몇 분이면 연기 따윈 금세 빠지게 시스템 조정이 잘되어 있다. 특별히 큰 불이 나지 않는 이상, 싸구려 탁구공으로 만든 연기로는 이 이상의 테러는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놈들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빛을 완전 차단하기 위해, 창문은 모조리 가리고, 거기다가 나무판을 덧 대어 아예 막아버린다. 게다가 전기로 움직이는 환풍구조차 사람의 손에 닿지 않아, 공기가 흐를래야 흐르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연막탄의 연기조차 사라지지 않아, 계속해서 건물내에 머물게 된다.
사라지지 않는 연기와, 발암물질.
사람의 몸에 해로울지 몰라도, 지금 우리에겐 절실히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1차 작전인 연막탄은 실험성공입니다. 그렇다면 2차 작전으로 돌입하겠습니다.”
2차 작전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결연한 표정을 짓는다.
나 또한 그들의 얼굴을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제 그들은 화장실과 세면실. 물이 나오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수도꼭지를 열어버릴 것이다.
목표는 옥상 환기구와 물탱크.
그리고 그곳에서 모은 세제들로 염소가스를 발생시켜 그대로 경찰서 내부공기를 죽음의 가스실로 만들어버릴 것이었다.
보통은 어렵겠지만, 이렇게까지 밀실로 이루어진 건물이라면, 염소가스의 농도가 늘었으면 늘었지, 줄진 않을 것이다.
한영이 이끄는 팀 또한 1층에서 락스와 과산화수소 세제들을 모아 오며, 물이 나오는 곳은 전부 열어버릴 것이었다.
하지만,
“정말, 정말 가능할까요?”
안경 낀 대학생이 부들부들 떨면서 말한다.
“저, 전 괴물들이 고작 이런 탁구공이나 고춧가루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 않아요.”
“…….”
방독면 아래 동공이 끊임없이 떨리고 있는 그의 모습.
내 얼굴이 어두워졌다.
확실히 그의 말이 맞다.
놈들이 아무리 연기나 발암물질 같은거에 약하다고 해도, 그것이 어떤 놈이든 당한 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나 다름없다.
개체수도 많을뿐더러, 지능 또한 가늠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아무리 내가 그들의 기억을 읽고 철저한 대비를 한다해도, 어느 순간에 나타날 돌연변이로 인해 내성이 생기는 놈들이 나타날 것이다.
내가 고블린에 대해 어떻게 상대할지를 가르쳐주긴 했지만, 솔직히 불안하고 자신 없었다.
그때, 그런 남자의 등을 후려치는 사람이 있었다.
놈들을 하나 쯤 죽이고 싶다고 말하던 아주머니였다.
“이봐 총각, 뭘 그리 꿍얼꿍얼거리고 있어.”
“아, 아줌마.”
안경 낀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본다. 아주머니는 야무진 눈동자를 하곤,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곳에서 가만히 죽기만 기다리는 것보단 낫지 않아?”
“그, 그래도 최소한의 무장이란게 있잖아요. 고작 이런 호일로 감싼 탁구공이나, 고춧가루담은 주머니로 어떻게 괴물들을 상대해요. 게다가 우린 저 사람처럼 싸움 잘하지도, 머리도 좋지도 않잖아요. 저 사람들 없으면, 괴물들이 나타나는 순간 다 죽을거에요.”
흔들리는 눈동자 밑에 눈물이 주룩 주룩 흐른다.
공포의 범벅이 된, 그 얼굴. 하지만 아주머니의 말은 달랐다.
“고작 이런거? 그럼 저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몽둥이가 있으면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아까 보니까 총도, 있던데, 그거라도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겠어?”
아주머니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꽤 오래되보이는, 한때는 만능 무기 취급받던 맥가이버 칼이었다.
“나는 이런 무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이랑 아들을 구하지 못한 못난 년이야. 농안에서 괴물들에게 끌려나와 여기에 갇힐 때까지 벌벌 떨기만 했던 년이라고.”
“아, 아줌마…….”
“무기가 있으면 뭔가 달라질거 같아? 천만에. 아무것도 달라지는거 없어. 그렇게 되면 나는 또 벌벌 떨면서 농안에 들어가버릴 거야. 남편과 아들을 놔두고.”
아주머니는 남성의 손을 열어, 들고 있던 맥가이버 칼을 쥐어주었다.
“난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
아주머니의 얼굴이 나에게 향한다.
무언가 결연한 듯 하면서도, 평온한. 표정이 날 반겼다.
“고마워, 총각.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줘서.”
“…아,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눈을 내리 깔았다.
어쩐지 눈을 마주치기 부담스러웠다.
“꼭 성공시킬 게,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괴물놈들을 반드시 죽일 수 있다면, 꼭 성공 시킬게.”
“…….”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목에서 차오르는 무언가를 억지로 내리누르고 있을 뿐.
그렇게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다독이며, 등을 돌렸다.
지금 아니면 더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
“…꼭 사십시오! 살아서, 옥상에서 보는 겁니다!!”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게 아주머니와 사람들은 하얀 연기 너머로 떠났다.
“…선상님, 우리도 얼른 가입시더.”
“예.”
재경과 나도 놈들의 기억이 만든 맵을 찾아 움직였다.
꼭 다시 봤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남기고,
작가의 말
죄송합니다. 말할 수 없는 문제가 터져서 긴급히 커뮤를 끊어야 했습니다.
진정되면 다시 돌아와서 여러분과 다시 함께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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