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고블린 로드 사냥 시작.
조회 : 1,115 추천 : 1 글자수 : 4,706 자 2022-09-25
그것은 끔찍한 고통의 역사였다.
평범한 직장인, 학생, 곧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그녀들의 평범하고도 평탄했던, 인생들은 갑작스레 괴물들이 나타남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소중한 부모, 남편, 친구들이 잔인하게 목숨을 잃었고,
공포속에 그들에게 끌려갔다.
이유는 단 하나.
그녀들이 마침 경찰서를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에 이어진 기억은 대체로 똑같았다.
오직 고통과 공포로 얼룩진 치욕스런 기억.
그런 기억속에,
놈이 있었다.
기묘하게 생긴 지팡이를 가지고, 괴물들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윽박지르던, 한 괴물.
살색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거적떼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허리에는 온갖 종류의 권총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하얀 뼈들이 얽키설키 엮어 마치 왕관처럼 놈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괴물들의 왕이 있다면 저런 모습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모습은 무척이나 화려하고, 위엄이 있었다.
그 괴물은 여성들에게 다가오며 무언가 중얼중얼거리더니, 냅다 지팡이로 등을 내리찍었다.
살이타고, 녹아내리는 아픔과 함께, 그녀의 머릿속에 무언가 내려왔다.
뭐가 내려왔는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그저 끝없는 무저갱처럼 펼쳐진 공포 뿐.
“허어억!!”
허파를 누군가가 강제적으로 쥐었다가 풀어버린 느낌.
들고 있던 배트를 던져버리곤, 머리를 움켜잡았다.
‘이건, 이건 너무하잖아.’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그저 경찰서를 지나쳤다는 이유로, 그렇게 큰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걸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분명히 스쳐간 화려한 고블린 놈의 모습.
그건 아마 고블린 주술사가 두려워 했던 존재.
로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 줄기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흐른다.
“서, 선상님요…….”
재경이 나직이 나를 부른다.
고개를 돌려보니, 새하얗게 질린 채로 나를 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마치 못볼 것 보았다는 듯, 아니 그 보다는 이해하지 못하는 괴물을 보는 것 같은 혐오와 공포의 감정이 그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처참하게 아예 곤죽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내 의지로.
그 순간 손에 든 야구배트가 너무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사람의 머리통을 두들긴 감촉과, 살덩어리를 내리쳐 짓이기는 불쾌한 감촉이 동시에 일어난다.
“우, 욱.”
놈들을 죽였다는 것과는 다르다. 일반 사람을, 고통스럽게 고문당한 사람을 때려 죽였다는 사실이 온몸에 배어 있었다.
그것이 비록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곤 해도 말이다.
하지만,
“웁…….”
쳐올라오는 무언가를 간신히 씹어 삼켰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당장에라도 바닥에 내팽겨 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은, 나는 애써 괜찮은 척,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재경씨.”
“네, 네, 넵.”
새하얗게 질려 있던 재경이 화들짝 놀란다.
“못…볼 꼴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걸 알아냈습니다.”
“주, 중요한 거요? 그, 그기 뭔데요?”
“놈의 목적입니다.”
나는 새하얗게 질린 재경을 붙잡고 알아낸 것을 하나 둘, 설명했다.
고블린은 가지지 못한, 그녀들이 가지고 있던 로드에 대한 기억. 최대한 요약해서 알려줬기에, 빼먹은 정보들이 있긴 했지만, 재경은 요약된 정보만으로도,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을 유추해냈다.
“그, 그럼 그 로드라는 새끼가 사람들을 이용해 다른 괴물을 부른다는 겁니꺼?”
“예. 제가 병원에서 본 것도, 지금 이 상황과 무척이나 비슷했습니다. 아마, 똑같은 놈들 보다는 다른 괴물 같은게 튀어나올지도 모릅니다.”
오로지 번식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을 사냥하기만 하면 해결 될 문제니까.
그렇다면 지금 이 의식이나 행동은, 자기들 종족 뿐만이 아닌, 다른 미지의 괴물을 부르기 위해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대체 뭘 부를려고 한거지?’
호기심이 문득 들었지만, 애써 고개를 털어냈다.
어차피 뭐가 나오든간에 우리들에게 해로웠으면 해로웠지, 이롭진 않을 것이다.
“그, 그럼 우리 수연이도?!”
재경의 얼굴이 혜쓱해 졌다.
“지금 당장 찾지 않으면 이 아가씨들처럼…….”
말을 꺼내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곧바로 입을 다물었건만, 이미 재경의 눈을 닫혀진 문을 향했다.
“아, 안됩니다! 수연아! 수연아!!”
“재, 재경씨……!”
재경이 튀어오르듯, 일어섰다.
막아야 한다!
당장이라도 문을 벌컥 열고, 튀어나가려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재경씨! 일단 진정하세요!!”
“이것 쫌 노으이소! 빨리 우리 수연이 찾아야 되예. 안 그라믄, 안 그라믄…….”
“재경씨!! 그렇게 막무가내로 뛰어나가봤자! 개죽음만 당할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수연씨는 누가 구합니까!”
“아…….”
내 말에 정신이 들었는지, 동작을 멈췄다.
“재경씨. 이럴 때 일수록 냉정해 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죽어요.”
“아, 아아…….”
재경이 힘없이 풀썩 주저 앉는다.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어떻게든. 그러니 일단 먼저 반장님과,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게 좋겠습니다.”
“예, 알겠십니더……. 지는 선상님만 믿을게예…….”
재경은 그렇게 무전기로 사람들에게 무전을 넣었다.
하지만,
-치직, 칙 치직….
어느 누구도 받는 사람은 없었다.
“와, 와이라지. 고장났나? 반장님요! 아줌마! 태식아이씨요! 대답좀 해보소!”
재경이 허둥지둥 무전기를 탁탁 두드리며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의미 없는 백색소음만 들릴 뿐, 사람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제길!
들고 있던 배트로 강하게 바닥에 내리찍었다.
‘내가 조금만 더 놈들의 기억을 확인 했었다면’
그게 아니라면, 종우씨 가 잡혀 있던 방에서 조금만 더 확인 했었더라면,
차라리.
차라리 거기 있는 여성들을 먼저 내 손으로 죽여버렸다면, 미리 알고 대비를 했었을 텐데.
-혀, 형사님. …죄송합……니다. 전…지키지, 지키지… 못했습니다.
순간 종우의 기억책 –책임감-이 펼쳐졌다.
고블린들에게 잡혀서, 눈이 파내어지고 온갖 종류의 고문당하던 종우.
그러는 와중에 여성의 비명소리와 로드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었다.
-이 모든 건 로드가 시킨 일입니다.
맞다.
이 모든 것은 로드가 꾸민짓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미리 올 것이라걸 알고 꾸민 것 같진 않다.
그저, 그는 다른 생명체가 올 수 있도록 의식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 의식을 반대로 돌리는 법도 알고 있지 않을까?’
자신은 없다.
그저 일회성 의식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고, 놈을 죽인다 하더라도, 의식이 사라지리란 법은 없었다.
그래도,
[고민하고 정체해서 나중에 명안을 떠올리는 것보다 당장 무언가 행동하는 편이 낫다.]
내가 무척 좋아했던 소설에서 나온 주인공의 대사 한 토막.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내가 죽인 놈의 기억을 읽는 법 뿐.
그렇다면 지금 해야할 일은 하나 뿐이다.
나는 당장 쓸 수 있는 장비들을 점검했다.
은박지, 탁구공, 단검, 락스, 과산화수소 세제, 휘발유, 테이저건, 권총, 에프킬러…….
“서, 선상님 어쩌시려고예?”
무전기만 붙잡던 재경이 묻는다.
“이 곳 주인 새끼좀 만나보려구요.”
“예?”
나는 재경에게 내가 세운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근데, 죽이는 건 둘째 치고라도, 그 새끼를 찾을 수 있겠십니까? 괴물놈들 기억을 봐도 잘 모르신다 안켔십니까.”
확실히 그건 그랬다.
고블린 놈들의 기억에는 로드에 대한 기억은 어쩐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제대로 된 모습이 존재하지 않고, 그저 실루엣만으로만 존재하는 로드의 모습,
하지만, 여성들의 기억에는 로드의 모습이 생생하게 찍혀 있었다.
“그런 걸 보면 아무래도 놈의 지배하는 힘이 고블린 놈들에게 미치는 것 같습니다.”
최대한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면서, 존재감만 어필하는 능력.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멍청한 고블린 놈들은 지배할 때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있다.
“놈은 분명 고블린 놈들을 피해서 움직일게 뻔하죠. 그렇다면 고블린 놈들의 기억속에 있는 공백을 조사하면 됩니다.”
그리고 나는 그 지역을 특정하는데 성공했다.
오로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놈들의 기억. 조사하는 데는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럼 어덴지 찾으셨어예?”
“정확한 건 아니지만, 놈들의 기억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모든 층에 있으며, 건물 구조상 사람들 눈에 띄기 쉽도록 설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놈들의 기억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을 법한 장소는 단 한곳도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놈은 고문하는 방에 들어가 의식을 치룬다.
고블린의 생각을 지배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전부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동할 때, 놈들이 못보게, 의식조차 못하고 빠르게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놈이 기거하는 장소는 하나 뿐이다.
“놈은 분명 엘리베이터에 있을겁니다.”
“엘리베이터…….”
재경의 표정이 납득하는 쪽으로 변화한다.
“그럼 어서 준비하죠.”
놈을 사냥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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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
포물선을 그리고 날라가는 연기를 뿜어내는 동그란 은박지.
착지 하는 순간 거세게 하얀 연기를 내 뿜으며 주변의 선선한 공기를 오염시킨다.
“케륵, 케륵.”
“켈룩, 켈룩.”
미처 대비하지 못한 고블린놈들의 눈과 코에 체액이 새어나온다.
나는 곧바로 다가가 그대로 놈의 머리통을 붙잡았다.
“케에엑!”
기분나쁜 불쾌감과 함께 놈의 머리통이 고깃덩어리가 되어 터져나간다.
덕분에 내 손에 남은건 하얀 두개골 뿐.
나머지 고블린은 재경이 쓰러트렸고, 그 틈을 타, 나머지 두 개의 두개골을 수집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엘리베이터 주변 통로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연막탄을 뿌렸다.
재경이 말하는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거리가 있었기에 이런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최대한 주변 정리하면서, 연막탄을 최대한 많이 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눌러 우리가 있는 층으로 향하게 한다.
놈이 안에 있다면, 연막을 던져서 눈과 코를 막아버리고, 곧바로 놈의 머리를 잡고 터트려버린다.
그게 안되면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의 화력을 집중시켜 한 순간에 폭사시켜버린다.
만약, 놈이 없다면 내부에다가 연막을 뿌려버리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놈이 올 때까지 숨어서 대기한다.
“근데, 선상님. 과연 우리끼리 놈을 죽일 수 있을까예.”
걱정스런 그의 말. 나는 두개골을 주섬주섬챙기며 말했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분들을 구할 수 있을겁니다. 수연씨를 포함해서 말이죠.”
“……예.”
그렇게 주변 정리를 다 정리한 후, 나는 재경이 안내 해준 중앙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하지만 거기서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와 맞닥뜨렸다.
“어, 어……?”
“이게 대체 무슨…….”
우리 둘의 신음 속에 있는 엘리베이터에는 스위치가 모조리 부숴져 있었다.
작가의 말
비축분 다 날리고 일일로 쓰고 있네요... 날림이라 죄송합니다...
닫기글만 쓰던 내가 고블린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생존전문가가 된 이유
30.30 끝도 없는 위험.조회 : 1,16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461 29.29. 판단의 댓가.조회 : 1,21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57 28.28화 넌 반드시 내가 죽인다.조회 : 1,10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06 27.27화 내가 진짜로 원하던 것. (수정본)조회 : 1,27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329 26.26화 링 위에 서기전엔 온갖 계획을 세운다. 한 대 쳐맞기 전까지는.조회 : 1,08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66 25.25화 고블린 로드 사냥 시작.조회 : 1,123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706 24.24화 그 분이 오신다!조회 : 1,124 추천 : 1 댓글 : 0 글자 : 5,435 23.23화 나는 지키지 못했기에 맞서 싸우려고 한다.조회 : 1,27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83 22.22화 반격시작.조회 : 30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08 21.21화 우리는 호구 잡이가 아니야조회 : 3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60 20.20화 고블린들은 계속해서 진화한다.조회 : 48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421 19.19화 던전 입장.조회 : 43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89 18.18화 경찰서 습격작전조회 : 31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14 17.17화 거점 습격조회 : 42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25 16.16화 탈출 성공조회 : 35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31 15.15화 고블린 주술사 공략조회 : 52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288 14.14화 고블린 주술사조회 : 39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34 13.13화 살아나줘서 고마워...조회 : 4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66 12.12화 야매 의사조회 : 38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89 11.11화 제가... 의사입니다.조회 : 92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92 10.10화 나는 너무나 약했다.조회 : 67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59 9.9화 홉 고블린과의 2차전조회 : 5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620 8.8화 시작의 장소조회 : 55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94 7.7화 은밀하게 화려하게조회 : 56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809 6.6화 공략의 시작조회 : 660 추천 : 0 댓글 : 1 글자 : 6,122 5.5화 능력의 부작용조회 : 48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01 4.4화 홉 고블린조회 : 70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87 3.3화 기억은 책이 되어조회 : 66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99 2.2화 자살병조회 : 69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995 1.징조조회 : 1,76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