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조회 : 932 추천 : 0 글자수 : 4,954 자 2022-09-20
[뛰어난 채집 재능]
[뛰어난 요리 재능]
[뛰어난 재능 랜덤 2개]
고를 것이 없다. 선택지는 가장 아래뿐 다.
행운도 없지만 지금으로써는 운에 맞기는 것이 전부다. 무엇을 고를지 정한 김지원은 시선을 가장 아래로 옮긴 뒤 확정했다.
카드 두 개가 빠르게 회전하며 앞면을 보였다.
[뛰어난 전략의 재능]
[뛰어난 판단의 재능]
‘좋은 건가?’
카드가 나오고 곧바로 시간의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후읍.”
-타악
자세를 튼 뒤에 땅을 박차고 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동시에 제나단이 멀리 있는 나무까지 날아가 처박혔다.
-텅!
“커헉!”
덩치 큰 고블린 놈이 이쪽을 눈치챘다. 곧바로 몽둥이가 김지원을 뭉개기 위해 들어 올려졌다.
몽둥이가 어찌나 큰지 몽둥이 그림자에 신체가 전부 가려졌다. 맞으면 손바닥에 납작해지는 모기 꼴 날 것이다.
-씨익
원래라면 죽을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기에 겁부터 먹고 안전한 수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뭔가 자신감이 생겼다. 이대로 쭉 달려도 저 몽둥이에 맞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전투 경험이 늘어서 그런가. 조금씩이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효율적이고 완벽한 수가 나올지 떠오른다.
-후웅!
상단에서 몽둥이가 중력의 힘을 받아 거세게 바람을 뭉갠다. 가히 엄청난 속도였다.
검을 버린 채 슬라이딩으로 바닥을 끌었다.
-콰앙! 챙!
거대한 소음이 울리고 먹먹하게 이명이 들려왔다.
드윌란은 숲이 많은 지형에서 긴 검은 여러 가지 제약을 받는다며 단검을 품에 지니고 있으라 했다.
드윌란의 말이 맞았다. 행동의 폭이 넓어졌다.
-스릉!
놈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며 단검으로 있는 힘껏 놈의 발목을 그어 힘줄을 잘라냈다.
-써억!
“키에엑!”
“쳇.”
제대로 힘줄이 있는 안쪽까지 베이지 않았다. 힘이 부족했든 검이 예리하지 않았든 실패다. 소리 지른 놈이 당황하며 이후 살이 베인 발목을 보고는 분노했다.
몸을 일으키고는 곧바로 제나단을 등에 엎어 달렸다.
“커헉··· 콜록···.”
제나단이 달릴 때마다 제나단의 몸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달리는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고 그럴 때마다 고통스럽게 기침을 토했다. 입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곧 죽을 놈처럼 말이다.
“괜찮냐?”
“아···니요···.”
[제나단 프로리젠]
상태:위험
생각:펠렌 크라운 형님의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 이대로 가면 고블린 놈들에게 잡힌다.
‘위험하네’
상태가 안 좋다. 등에 업고 도망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고블린 놈들이 나보다 1.5배는 빠르고 날렵하다. 드윌란이 오는 것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고블린이 아니라 저 멀리 있는 더 강하고 위험한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을 테니.
당장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서 완벽한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김지원에게는 아직 방법은 있었으니.
“대답하지 말고 들어 다리로 허리 쪽 감아서 안 흔들리게 꼬고 있어. 한 손으로는 고정하기 힘들어.”
대답 없이 내 허리를 양 다리로 꼬았다.
김지원이 입가 주변에서 피를 조금 훔쳐 주위 나무에 바르기 시작했다. 20초 조금 지났을까.
저 멀리 발소리가 들린다. 예상대로 고블린 놈들이 냄새를 맡으며 따라붙었다.
잘 보이지 않는 덤불 뭉치 속에 제나단을 숨기며 놈들이 제발 발견하지 못하길 빌었다.
“여기에서 숨도 쉬지 말고 쥐 죽은 듯이 있어. 너 안 버릴 거야.”
곧바로 나무를 타고 올랐다. 이후 단검을 꽉 잡는다.
기본기 검술 재능이 단검에도 적용될지는 미지수였다. 다만 손에서 느껴지는 단검의 그립감은 굉장히 안정적이다.
“키렉···.”
고블린 놈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래에서 몰래 보이게 제대로 수가 보이지 않았지만 감으로는 4마리다.
이길 수 있을까.
한 명을 기습으로 죽이고 시작한다 해도 이후가 문제였다. 놈들의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렵다.
“키르륵······.”
놈들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피 냄새가 여러 곳에서 진동해서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단검을 고쳐 잡아, 단검 끝이 땅을 향하게 했다.
고블린 놈들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낙하지점에 놈이 들어올 때. 그때 시작한다.
괜스레 긴장됐지만, 실수할 정도로 큰 긴장은 아니다. 실수한다면 죽어야 하니, 되려 냉정해졌다.
-파삭 파삭
“키르륵···.”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고블린이 가까워질 때쯤, 코를 킁킁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내 한 놈이 고개를 위로 올린다.
‘지금!’
김지원이 나무 위에서 단검을 꽉 쥔 채 뛰어내렸다.
-화악!
고블린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졌다. 그림자는 점점 짙어진다.
“켁?”
-푸욱!!
목 사이로 비스듬하게 단검이 비집고 들어간다. 급소를 찌른 것은 아니지만, 목 안쪽을 비틀어 놨으니 곧 죽는다.
‘다음은?’
눈동자를 굴리며 다른 놈들을 스캔했다.
“키엑!”
곧바로 몽둥이가 휘둘러지고 김지원은 칼에 찔린 고블린을 방패 삼아 뒤로 피했다.
-퍼억!
-띠링
[돌발 퀘스트! (반복)]
강화된 고블린 3마리를 처치하세요.
1/3
매정한 새끼, 눈도 깜빡 안 하고 그대로 때려죽였다. 분명 어떻게든 내게 데미지를 줄 심상이었겠지.
놈의 생각이 먹힌 건지 방패로 고블린을 세웠지만, 충격과 힘이 전해졌다. 순간 몽둥이의 힘에 몸이 가라앉는다.
“크윽!”
뛰듯 구르기로 자리에서 벗어나며 단검을 바로 잡았다. 시야를 앞으로 했을 때는 두 놈이 몽둥이를 들고 덤비고 있었다.
“키엑!”
“키륵!”
‘오른쪽 고블린 놈의 몽둥이가 더 빠르다.’
침착하게 몽둥이 하나를 측면으로 비스듬히 숙여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고개를 순간 뒤로 빼 턱을 노린 두 번째 몽둥이를 피해냈다.
놈들이 성급하게 공격해 못 피할 속도임에도 아슬아슬한 차이로 피해낼 수 있었다.
-써억!
“케에엑!”
고블린도 나를 때릴 수 있다면 나도 벨 수 있다.
김지원은 공격을 피하면서도 단검의 길이를 최대한 활용해서 오른쪽 고블린을 베어냈다.
죽을 만큼 큰 데미지는 아니었지만, 놈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어지간히 아픈가 보다.
오른쪽 놈이 다시 한 번 몽둥이를 휘둘렀다.
“키엑!”
-후웅!
‘지금!’
상체를 낮추고 바닥을 쓸듯 놈의 다리와 함께 걸어 재꼈다. 놈이 쓰러지고 곧바로 단검을 고쳐 잡으며 목 안쪽으로 단검을 찔러 넣었다.
-띠링
강화된 고블린 3마리를 처치하세요.
2/3
“키에엑!!”
뒤에서 다친 놈이 힘겹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몸을 가능한 옆으로 빼냈고 가까스로 머리를 피해 어깨가 맞았다.
-빠악!
“끄윽···!”
젠장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하기에는 나 자신에게 빈틈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지금 몸이 무거웠다. 충격이 온몸을 타고 전해졌다. 더럽게 아프다. 쇄골이 부서질 듯 겨우 부서지지 않은 고통이다. 다행히 승모근이 잘 받쳐줬다.
단검을 뽑아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두르려 장전하는 몽둥이를 손으로 치워버리고 단번에 목을 잡아 악력으로 강하게 짜냈다.
“케겍ㄱㅔㄱ켁!!켁”
뒤에 있는 놈에게 지원을 부르지만 늦었다. 김지원은 단검으로 빠르게 놈의 복부를 한 번, 두 번, 세 번, 연속적으로 강하게 찔렀다.
-푸욱! 푸욱! 푸욱!
찌를 때마다 놈이 파르르 떤다. 곧 죽듯 떨리는 몸이 멈췄다.
-띠링
[돌발 퀘스트! (반복) ]
강화된 고블린 3마리를 처치하세요.
3/3
보상:뛰어난 재능 선택권
고개를 나머지 한 놈이 있는 쪽으로 돌리며 보상을 받았다.
다시 한번 화면에 색이 빠졌다. 이제는 익숙한 화면이다. 고개를 돌려 놈의 움직임을 시야에 들일 수 있었다.
몽둥이를 들고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했다. 분명 조금이라도 늦게 받았다면 몽둥이에 대가리가 작살났겠지.
‘후우···.’
한시름 놓는다. 카드가 돌아가고 눈앞에는 카드 3개가 놓였다.
이제는 딱히 기대되거나 그러지 않았다. 이 지옥에서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뭐가 나올까.’
-촤라락
[뛰어난 대화의 재능]
[뛰어난 언어의 재능]
[뛰어난 랜덤 재능 2개]
필요 없는 것이다. 이번에도 랜덤 재능 두 개를 골랐다.
[뛰어난 투척의 재능]
[뛰어난 간 보기의 재능]
-띠링
하나는 쓸모를 모르겠고 투척의 재능은 전에도 본 적 있는 것 같다.
시야에 색이 채워졌고 점차 고블린의 느릿한 움직임이 가속되어 갔다. 동시에 자신의 몸도 움직였다.
“키에에엑!!”
후웅!
김지원은 뒤로 몸을 던지듯 빼면서 탄성으로 단검을 던졌다. 놈의 미간에 단검이 꽂힌다.
달려오던 놈은 생기를 잃고 대가리를 박았다.
단검 사이로 뇌수가 흐르는 것 같다.
-띠링
강화된 고블린 3마리를 처치하세요.
1/3
무덤덤한 표정으로 숨을 크게 내뱉고는 머리에 꽂혀 있는 단검을 힘줘 뽑았다.
온 신경이 집중되니 긴장이 확 풀렸다. 순간 몸이 가벼워지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쿵쾅 뛰는 심장의 고동 소리와 맞물리는 이명뿐이다.
가까스로 정신차리고 행동의 갈피를 잡는다.
“제, 제나단!”
-파삭!
“허억··· 허억···.”
제나단이 무거운 눈꺼풀로 나를 바라봤다. 제나단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지금까지 근육을 쥐어 짜내면서 정신줄을 붙잡고 있었다.
“와···주셨네요···. 죄송해요···. 곧 죽을 거 같은데···.”
“아무 말, 하지 마. 너 그 정도로는 안 죽어. 그냥 나무에 쎄게 처박힌 거야.”
“네···.”
제나단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이미 죽음을 체념한 표정에 자신의 세상이 너무나도 비좁아 보였다. 제나단에게는 지금 무엇이 보이고 있을까.
나도 아닐 것이고 바라보고 있는 하늘도 아닐 것이다.
이를 악물고 제나단을 등에 업는다.
“······!!”
-털썩
김지원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으니 무작정 힘을 주며 억지로 일어났다.
다리 근육이 터질 듯했다. 이대로 가다간 걷지 못하는 불구가 되버릴 것 같다.
이미 수축할 대로 수축해 힘을 짜낼 여백은 없었다. 한계를 넘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냈다.
“끄으윽···! 움직여라···! 시발! 쫌!!”
화난다.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힘겹게 일어나 한 발짝 내딛고 마지막 한 발짝을 내디디며 쓰러졌다.
바닥을 지지해줄 손이 없어 코부터 바닥에 처박았다.
아까는 잘만 움직이던 다리가 지금은 너무나도 짜증난다. 내 다리가 아닌 것 같다.
‘왜 안 움직여, 제발 움직이라고···.’
“시발···.”
제나단이 추가로 피를 토해냈다. 이미 자신도 한계에 도달했으니. 글렀다.
뒤에서 고블린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분명 다가오고 있을 터인 고블린의 목소리가 점점 더 작게 느껴진다.
누가 도와줄 사람 없나···?
“······.”
드윌란?
드윌란은 언제 올까. 우리를 위험에 빠트렸으면 적어도 책임감을 가지고 구해내야 할 텐데 지금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타이밍인데 왜 곁에 없을까.
-꽈악
무책임하고 멍청하다. 교수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왜 이곳으로 왔는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키에엑!!”
“키륵!”
-후웅!
확실히 죽었다. 몽둥이가 바람을 가른다. 분명 내 머리통을 부셔버릴 거리가 나온 거겠지.
“죽었네···.”
김지원은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그때다.
이후 멀리서 바람을 찢는 소리가 들렸다. 가른다는 것과는 소리의 질이 달랐다. 마치 제트기가 상공을 비행하는 소리.
그것이 저 멀리서 점점 가깝게 들려왔다.
-파아앙!!
김지원은 눈을 감았다. 피곤하기도 했고 몸이 말을 안 듣기도 했다.
-띠링
[드윌란이 당신을 100% 신뢰합니다. 따라서 드윌란을 파티원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파티원으로 등록하시겠습니까?]
[뛰어난 요리 재능]
[뛰어난 재능 랜덤 2개]
고를 것이 없다. 선택지는 가장 아래뿐 다.
행운도 없지만 지금으로써는 운에 맞기는 것이 전부다. 무엇을 고를지 정한 김지원은 시선을 가장 아래로 옮긴 뒤 확정했다.
카드 두 개가 빠르게 회전하며 앞면을 보였다.
[뛰어난 전략의 재능]
[뛰어난 판단의 재능]
‘좋은 건가?’
카드가 나오고 곧바로 시간의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후읍.”
-타악
자세를 튼 뒤에 땅을 박차고 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동시에 제나단이 멀리 있는 나무까지 날아가 처박혔다.
-텅!
“커헉!”
덩치 큰 고블린 놈이 이쪽을 눈치챘다. 곧바로 몽둥이가 김지원을 뭉개기 위해 들어 올려졌다.
몽둥이가 어찌나 큰지 몽둥이 그림자에 신체가 전부 가려졌다. 맞으면 손바닥에 납작해지는 모기 꼴 날 것이다.
-씨익
원래라면 죽을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기에 겁부터 먹고 안전한 수를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뭔가 자신감이 생겼다. 이대로 쭉 달려도 저 몽둥이에 맞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전투 경험이 늘어서 그런가. 조금씩이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효율적이고 완벽한 수가 나올지 떠오른다.
-후웅!
상단에서 몽둥이가 중력의 힘을 받아 거세게 바람을 뭉갠다. 가히 엄청난 속도였다.
검을 버린 채 슬라이딩으로 바닥을 끌었다.
-콰앙! 챙!
거대한 소음이 울리고 먹먹하게 이명이 들려왔다.
드윌란은 숲이 많은 지형에서 긴 검은 여러 가지 제약을 받는다며 단검을 품에 지니고 있으라 했다.
드윌란의 말이 맞았다. 행동의 폭이 넓어졌다.
-스릉!
놈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며 단검으로 있는 힘껏 놈의 발목을 그어 힘줄을 잘라냈다.
-써억!
“키에엑!”
“쳇.”
제대로 힘줄이 있는 안쪽까지 베이지 않았다. 힘이 부족했든 검이 예리하지 않았든 실패다. 소리 지른 놈이 당황하며 이후 살이 베인 발목을 보고는 분노했다.
몸을 일으키고는 곧바로 제나단을 등에 엎어 달렸다.
“커헉··· 콜록···.”
제나단이 달릴 때마다 제나단의 몸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달리는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고 그럴 때마다 고통스럽게 기침을 토했다. 입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곧 죽을 놈처럼 말이다.
“괜찮냐?”
“아···니요···.”
[제나단 프로리젠]
상태:위험
생각:펠렌 크라운 형님의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 이대로 가면 고블린 놈들에게 잡힌다.
‘위험하네’
상태가 안 좋다. 등에 업고 도망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고블린 놈들이 나보다 1.5배는 빠르고 날렵하다. 드윌란이 오는 것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고블린이 아니라 저 멀리 있는 더 강하고 위험한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을 테니.
당장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서 완벽한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김지원에게는 아직 방법은 있었으니.
“대답하지 말고 들어 다리로 허리 쪽 감아서 안 흔들리게 꼬고 있어. 한 손으로는 고정하기 힘들어.”
대답 없이 내 허리를 양 다리로 꼬았다.
김지원이 입가 주변에서 피를 조금 훔쳐 주위 나무에 바르기 시작했다. 20초 조금 지났을까.
저 멀리 발소리가 들린다. 예상대로 고블린 놈들이 냄새를 맡으며 따라붙었다.
잘 보이지 않는 덤불 뭉치 속에 제나단을 숨기며 놈들이 제발 발견하지 못하길 빌었다.
“여기에서 숨도 쉬지 말고 쥐 죽은 듯이 있어. 너 안 버릴 거야.”
곧바로 나무를 타고 올랐다. 이후 단검을 꽉 잡는다.
기본기 검술 재능이 단검에도 적용될지는 미지수였다. 다만 손에서 느껴지는 단검의 그립감은 굉장히 안정적이다.
“키렉···.”
고블린 놈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래에서 몰래 보이게 제대로 수가 보이지 않았지만 감으로는 4마리다.
이길 수 있을까.
한 명을 기습으로 죽이고 시작한다 해도 이후가 문제였다. 놈들의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렵다.
“키르륵······.”
놈들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피 냄새가 여러 곳에서 진동해서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단검을 고쳐 잡아, 단검 끝이 땅을 향하게 했다.
고블린 놈들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낙하지점에 놈이 들어올 때. 그때 시작한다.
괜스레 긴장됐지만, 실수할 정도로 큰 긴장은 아니다. 실수한다면 죽어야 하니, 되려 냉정해졌다.
-파삭 파삭
“키르륵···.”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고블린이 가까워질 때쯤, 코를 킁킁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내 한 놈이 고개를 위로 올린다.
‘지금!’
김지원이 나무 위에서 단검을 꽉 쥔 채 뛰어내렸다.
-화악!
고블린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졌다. 그림자는 점점 짙어진다.
“켁?”
-푸욱!!
목 사이로 비스듬하게 단검이 비집고 들어간다. 급소를 찌른 것은 아니지만, 목 안쪽을 비틀어 놨으니 곧 죽는다.
‘다음은?’
눈동자를 굴리며 다른 놈들을 스캔했다.
“키엑!”
곧바로 몽둥이가 휘둘러지고 김지원은 칼에 찔린 고블린을 방패 삼아 뒤로 피했다.
-퍼억!
-띠링
[돌발 퀘스트! (반복)]
강화된 고블린 3마리를 처치하세요.
1/3
매정한 새끼, 눈도 깜빡 안 하고 그대로 때려죽였다. 분명 어떻게든 내게 데미지를 줄 심상이었겠지.
놈의 생각이 먹힌 건지 방패로 고블린을 세웠지만, 충격과 힘이 전해졌다. 순간 몽둥이의 힘에 몸이 가라앉는다.
“크윽!”
뛰듯 구르기로 자리에서 벗어나며 단검을 바로 잡았다. 시야를 앞으로 했을 때는 두 놈이 몽둥이를 들고 덤비고 있었다.
“키엑!”
“키륵!”
‘오른쪽 고블린 놈의 몽둥이가 더 빠르다.’
침착하게 몽둥이 하나를 측면으로 비스듬히 숙여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고개를 순간 뒤로 빼 턱을 노린 두 번째 몽둥이를 피해냈다.
놈들이 성급하게 공격해 못 피할 속도임에도 아슬아슬한 차이로 피해낼 수 있었다.
-써억!
“케에엑!”
고블린도 나를 때릴 수 있다면 나도 벨 수 있다.
김지원은 공격을 피하면서도 단검의 길이를 최대한 활용해서 오른쪽 고블린을 베어냈다.
죽을 만큼 큰 데미지는 아니었지만, 놈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어지간히 아픈가 보다.
오른쪽 놈이 다시 한 번 몽둥이를 휘둘렀다.
“키엑!”
-후웅!
‘지금!’
상체를 낮추고 바닥을 쓸듯 놈의 다리와 함께 걸어 재꼈다. 놈이 쓰러지고 곧바로 단검을 고쳐 잡으며 목 안쪽으로 단검을 찔러 넣었다.
-띠링
강화된 고블린 3마리를 처치하세요.
2/3
“키에엑!!”
뒤에서 다친 놈이 힘겹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몸을 가능한 옆으로 빼냈고 가까스로 머리를 피해 어깨가 맞았다.
-빠악!
“끄윽···!”
젠장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하기에는 나 자신에게 빈틈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지금 몸이 무거웠다. 충격이 온몸을 타고 전해졌다. 더럽게 아프다. 쇄골이 부서질 듯 겨우 부서지지 않은 고통이다. 다행히 승모근이 잘 받쳐줬다.
단검을 뽑아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두르려 장전하는 몽둥이를 손으로 치워버리고 단번에 목을 잡아 악력으로 강하게 짜냈다.
“케겍ㄱㅔㄱ켁!!켁”
뒤에 있는 놈에게 지원을 부르지만 늦었다. 김지원은 단검으로 빠르게 놈의 복부를 한 번, 두 번, 세 번, 연속적으로 강하게 찔렀다.
-푸욱! 푸욱! 푸욱!
찌를 때마다 놈이 파르르 떤다. 곧 죽듯 떨리는 몸이 멈췄다.
-띠링
[돌발 퀘스트! (반복) ]
강화된 고블린 3마리를 처치하세요.
3/3
보상:뛰어난 재능 선택권
고개를 나머지 한 놈이 있는 쪽으로 돌리며 보상을 받았다.
다시 한번 화면에 색이 빠졌다. 이제는 익숙한 화면이다. 고개를 돌려 놈의 움직임을 시야에 들일 수 있었다.
몽둥이를 들고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했다. 분명 조금이라도 늦게 받았다면 몽둥이에 대가리가 작살났겠지.
‘후우···.’
한시름 놓는다. 카드가 돌아가고 눈앞에는 카드 3개가 놓였다.
이제는 딱히 기대되거나 그러지 않았다. 이 지옥에서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뭐가 나올까.’
-촤라락
[뛰어난 대화의 재능]
[뛰어난 언어의 재능]
[뛰어난 랜덤 재능 2개]
필요 없는 것이다. 이번에도 랜덤 재능 두 개를 골랐다.
[뛰어난 투척의 재능]
[뛰어난 간 보기의 재능]
-띠링
하나는 쓸모를 모르겠고 투척의 재능은 전에도 본 적 있는 것 같다.
시야에 색이 채워졌고 점차 고블린의 느릿한 움직임이 가속되어 갔다. 동시에 자신의 몸도 움직였다.
“키에에엑!!”
후웅!
김지원은 뒤로 몸을 던지듯 빼면서 탄성으로 단검을 던졌다. 놈의 미간에 단검이 꽂힌다.
달려오던 놈은 생기를 잃고 대가리를 박았다.
단검 사이로 뇌수가 흐르는 것 같다.
-띠링
강화된 고블린 3마리를 처치하세요.
1/3
무덤덤한 표정으로 숨을 크게 내뱉고는 머리에 꽂혀 있는 단검을 힘줘 뽑았다.
온 신경이 집중되니 긴장이 확 풀렸다. 순간 몸이 가벼워지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쿵쾅 뛰는 심장의 고동 소리와 맞물리는 이명뿐이다.
가까스로 정신차리고 행동의 갈피를 잡는다.
“제, 제나단!”
-파삭!
“허억··· 허억···.”
제나단이 무거운 눈꺼풀로 나를 바라봤다. 제나단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지금까지 근육을 쥐어 짜내면서 정신줄을 붙잡고 있었다.
“와···주셨네요···. 죄송해요···. 곧 죽을 거 같은데···.”
“아무 말, 하지 마. 너 그 정도로는 안 죽어. 그냥 나무에 쎄게 처박힌 거야.”
“네···.”
제나단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이미 죽음을 체념한 표정에 자신의 세상이 너무나도 비좁아 보였다. 제나단에게는 지금 무엇이 보이고 있을까.
나도 아닐 것이고 바라보고 있는 하늘도 아닐 것이다.
이를 악물고 제나단을 등에 업는다.
“······!!”
-털썩
김지원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으니 무작정 힘을 주며 억지로 일어났다.
다리 근육이 터질 듯했다. 이대로 가다간 걷지 못하는 불구가 되버릴 것 같다.
이미 수축할 대로 수축해 힘을 짜낼 여백은 없었다. 한계를 넘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냈다.
“끄으윽···! 움직여라···! 시발! 쫌!!”
화난다.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힘겹게 일어나 한 발짝 내딛고 마지막 한 발짝을 내디디며 쓰러졌다.
바닥을 지지해줄 손이 없어 코부터 바닥에 처박았다.
아까는 잘만 움직이던 다리가 지금은 너무나도 짜증난다. 내 다리가 아닌 것 같다.
‘왜 안 움직여, 제발 움직이라고···.’
“시발···.”
제나단이 추가로 피를 토해냈다. 이미 자신도 한계에 도달했으니. 글렀다.
뒤에서 고블린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분명 다가오고 있을 터인 고블린의 목소리가 점점 더 작게 느껴진다.
누가 도와줄 사람 없나···?
“······.”
드윌란?
드윌란은 언제 올까. 우리를 위험에 빠트렸으면 적어도 책임감을 가지고 구해내야 할 텐데 지금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타이밍인데 왜 곁에 없을까.
-꽈악
무책임하고 멍청하다. 교수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왜 이곳으로 왔는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키에엑!!”
“키륵!”
-후웅!
확실히 죽었다. 몽둥이가 바람을 가른다. 분명 내 머리통을 부셔버릴 거리가 나온 거겠지.
“죽었네···.”
김지원은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그때다.
이후 멀리서 바람을 찢는 소리가 들렸다. 가른다는 것과는 소리의 질이 달랐다. 마치 제트기가 상공을 비행하는 소리.
그것이 저 멀리서 점점 가깝게 들려왔다.
-파아앙!!
김지원은 눈을 감았다. 피곤하기도 했고 몸이 말을 안 듣기도 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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