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좋아하나요? 28 화
조회 : 2,985 추천 : 5 글자수 : 5,247 자 2023-03-27
"자아, 먹어요. 프랑스식 양파 수프예요."
루카스가 화제와 표정을 동시에 바꾸며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먹으면 마음속까지 따뜻해져서 모든 걱정이 사라질 거예요."
그는 머리 위 찬장에서 수프 그릇을, 서랍에서 숟가락을 , 서랍장에서 냅킨을 꺼냈다.
"혹시 다른 사람이 본다면 당신이 기웃거리며 다닌 줄 오해하겠어요. 이렇게 척척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아니까요."
나는 상을 차리는 그를 보며 웃었다.
"아, 기웃거리며 다녔죠. 당신에 한해서."
"네?!"
"왜 놀랐어요?"
"농담하지 말아요."
"농담 아닌데? "
"자꾸 그럴거예요?"
"하하......그런데 모든 주방용품이 하나도 남김없이 갖춰져 있을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당신이 요리를 잘 한다는 것도."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지 마세요."
"하하.......이제 안 그럴 거니까 걱정 말아요. 제대로 당신을 볼 테니까."
루카스는 제대로 본다는 의미를 알까?
결코 알지 못하겠지.
나는 릴라가 아니니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향긋한 프랑스식 양파 수프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순간, 이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광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솔직하게 시인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그와 나는......
따뜻한 부엌에서 빵을 나누어 먹고, 함께 수프를 먹을 사람.
같이 웃고 사랑을 나눌 사람.
같이 웃고 사랑을 나눌 사람이라고?
정신 차려!
그는 루카스 해리스야!
영화배우 루카스 해리스!
평범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토미때문에 도피라는 방식으로 지금 이렇게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여기 와 있다는 걸 잊지 마!
루카스가 수프 그릇을 개수대로 옮기고 다음 코스를 들고 왔다.
"장담 하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맛있는 치즈 수플레는 먹어 본 적이 없을 거예요."
루카스가 말했다.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인 줄 알아요. 대대로 전수된 비법이니까."
그가 웃으며 말하자 얼굴 전체가 환하게 빛났다.
"그래요? 어머니께 전수 받았나 봐요. 어떤 비법인지 궁금한데요?"
나는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의 가족 이야기가 궁금해서 조리대에 몸을 기대고 귀를 쫑긋 세웠다.
"알았어요."
루카스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사실 비법이랄 거도 없어요. 인터넷에서 본 걸 한두 군데 변형해서 나만의 비법이라고 우기는 거예요."
루카스가 너무 익살스럽고 어색하게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렇게 달라진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어머니에 대해 물어 본 것 때문일까?
힘이 들어간 그의 어깨를 보니 내 질문 때문에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내게 요리는 추억의 집합체였다.
온 가족이 모여서 뭔가를 축하하는 자리.
내가 어렸을 때는 당근을 어떻게 썰어야 하고, 어떤 허브가 어떤 음식에 잘 어울리는지, 좀 더 자랐을 때는 어떻게 하면 맛의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신 고모.
고모와 함께 부엌에서 보낸 1분, 1초가 내겐 교육의 일환이었고 보물 같은 순간이었다.
오늘도 고모는 어떤 와인을 선택할지 호들갑을 떨고 냄비를 체크하며 고모부의 저녁을 준비하셨을 것이다.
루카스는 어머니와 사이가 안 좋았던 걸까?
가족에 얽힌 기억이 아픔으로 다가 올 수도 있었다.
이제는 고모와 함께 살지 않지만 그래도 가깝게 지냈기에 그러지 않은 사람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내게는 가족이 전부였다.
분위기가 무거워질 수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더 이상 캐묻지 않았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나는 루카스의 와인 잔을 채웠다.
"밀가루가 묻었어요."
내 손끝이 하얀 점이 찍힌 그의 뺨 위에 필요 이상으로 오래 머물렀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음, 괜히 날 건드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죠?"
루카스가 씩 웃었다.
"맞아요! 밀가루 안 묻었어요! 내가 다 지어낸 거예요!"
나는 눈을 부라렸다.
복잡한 감정을 장난스럽게 흐뜨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루카스가 달걀 반죽에 치즈를 넣어서 섞은 다음 조심스럽게 오븐용 그릇에 부었다.
"훌륭한 남편이 되겠어요."
나는 그를 지켜보며 말했다.
앗!
방금 뭐라고 한거야!
루카스는 더 이상 결혼하지 않겠다 했는데!
그는 요리의 모든 절차에 집중하고 있었다.
좀 전의 맹렬한 집중력이 되살아났다.
정말 그는 요리에 진심이었다.
그가 일을 할 때도 그러는지 궁금해졌다.
집중력과 추진력이 뛰어나고 야심만만할까?
그는 영화 배우로서뿐 아니라 사업도 하고 있다.
"지금 프로포즈하는 거예요?"
루카스의 입꼬리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네? 무슨 말이예요! 꿈도 꾸지 말아요!"
나는 얼른 콧방귀로 화답했다.
"아직 맛도 못 봤는걸요."
내가 수플레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지만, 팔이 떨어지도록 달걀을 쳐서 거품을 내는 단계를 도와준 이후로 그가 워낙 모든 절차를 정확하게 밟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부풀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 그때까지 프로포즈는 미뤄둬요."
루카스는 그릇을 오븐에 넣고 식탁으로 와서 앉았다.
"나중에 결혼할 것 같아요?"
루카스가 물었다.
"당신은요?"
"나?"
"지난번에 생각 없다면서요. 결혼."
"아, 이제부터 생각해 볼려고."
루카스가 요리를 좋아하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착해서 아이들을 다리에 매달고 수플레를 구울 타입은 아니었다.
그리고 분명 아이도 낳지 않겠다고 했다.
요리하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게 일상이 되면 더 이상 신선한 매력을 잃을 게 분명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 중에 비슷한 부류를 보았다.
그들은 만질 수 없다는 걸 모르고 계속 무지개를 쫓았다.
예쁜 빛깔과 뜨거운 공기 뿐인 그것을.
왠지 몰라도 그들은 흥분되는 일과 추격의 짜릿함과 즉흥적인 발상을 즐겼다.
루카스도 그런 남자일까?
"못 믿겠다는 표정인데?"
그는 다리를 뻗고 의자에 기대고 앉아서 와인 잔을 손으로 감쌌다.
"정착해서 아이를 낳고 아이의 축구 시합이나 발레 수업을 보러 가고......남들이 하는 걸 다 해보고 싶은데."
"갑자기? 진심이에요?"
"진심인데, 이상해요?"
"아니, 지난번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아,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 아닌가?"
루카스가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사실 난 결혼해서 정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빨리 결혼했었고. 실패했지만."
"아......"
"우리같은 사람들은 직업이 이렇다 보니 결혼이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죠? 계속 영화 촬영을 다니느라 한 곳에 오래 있어 본 적이 없으니까. 게다가 사업까지 손대고 있으니까 더 정착하기가 힘들고."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없어요? 어딘가에 본부를 두고 출장을 남들에게 맡기면 되잖아요. 당신이 책임자잖아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처음에는 영화 배우인 줄만 알았지만 그는 여러 사업에 투자하는 사업가로 더 유명했다.
"솔직히 혼란스러운 생활이긴 해요."
그는 와인 잔을 만지작거렸다.
"워낙 많은 사람에게 설명을 해야 하니까 , 사방에서 줄을 당기니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일을 해결해주어야 하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니 갑자기 슬퍼지는데."
"자꾸 농담할래요?"
나는 그를 살짝 노려보았다.
루카스는 나를 놀리는 게 재미있는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관계는 어떤데요?"
내가 물었다.
"가는 곳 마다 친구들을 사귀나요? 그렇지 않으면 외로운 방랑객 신세일 텐데."
전 세계를 누비는 삶에도 매력이 있겠지만 연락할 사람 하나 없이 계속 혼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라도 친구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그는 고독을 즐기는 타입일까?
어쩌면 가는 도시마다 여자친구를 만들지도 모른다.
여자들과는 철벽을 쌓는다는 릴라와 헤일리의 말과는 다르게.
이곳 헐리우드 여자에게는 관심 없다는 그의 말처럼 캘리포니아를 벗어난다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친한 친구들은 있어요. 당신도 알겠지만 집에서는 지내는 날이 거의 없고, 차가 있지만 모는 일이 거의 없고."
"아......"
"내가 원한 삶은 이런 게 아니었다는 걸 얼마 전에서야 깨달았어요. 그런데 어떤 식으로 고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음......인간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해요.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인생이 워낙 짧으니까, 서두르거나 참지 말고 1분, 1초까지 일상을 보내면 되지 않을까요?"
골목길에서 무서운 사건을 겪어서 일까?
그 덕분에 우리는 가볍고 경쾌한 주제에서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로 훌쩍 건너갔다.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 낼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인생의 기준에 따라서 살아갈 필요는 없으니까. 내가 그렇게 살 성격이 못 된다는 건 아는데, 문제는 가끔 그러고 싶어질 때가 있다는 거."
루카스는 와인을 마시면서 잔 너머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바람둥이 면모를 포기하고 싶어 질 때가 있다고요? 설마요!"
"바람둥이? 내가? 푸하하!!!! 맞아요. 전용기가 그리울 거예요. 요트는 두말하면 입 아프고."
루카스가 나를 쳐다보며 이죽거렸다.
"어련하시겠어요.뻐기기 좋아하는 루카스 해리스씨."
나는 그에게 냅킨을 집어 던졌다.
방 안 가득 맛있는 수플레 냄새가 번지자 내 뱃속에서 천둥소리가 났다.
나는 소리를 덮으려고 헛기침을 했다.
"몸이 마음대로 안되는 모양이네요."
루카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이러십니까. 이제 나의 유혹을 받아주시죠......치즈 수플레의 유혹을."
"좋아요. 로미오. 어디 능력을 보여주세요......물론 부엌에서의 능력 말이에요."
도발적인 발언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부엌 뿐만 아닌데, 내 능력."
"음, 우선 부엌에서 능력을 보고 평가하죠."
나는 얼굴을 붉히거나 말을 더듬지 않고 눈을 굴리며 재미있게 받아쳤다.
"잊었어요? 부엌에서의 능력은 벌써 증명하지 않았나? 어제?"
"헉!"
순간 어제 기억이 떠올랐다.
"음, 그건......그건......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이미 내 얼굴은 열기로 붉어졌고 정처 없이 방황하는 눈동자는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
물론 입 밖으로는 더듬거리는 말과 함께.
그런 나를 보며 루카스는 껄껄대며 웃었다.
루카스가 화제와 표정을 동시에 바꾸며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먹으면 마음속까지 따뜻해져서 모든 걱정이 사라질 거예요."
그는 머리 위 찬장에서 수프 그릇을, 서랍에서 숟가락을 , 서랍장에서 냅킨을 꺼냈다.
"혹시 다른 사람이 본다면 당신이 기웃거리며 다닌 줄 오해하겠어요. 이렇게 척척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아니까요."
나는 상을 차리는 그를 보며 웃었다.
"아, 기웃거리며 다녔죠. 당신에 한해서."
"네?!"
"왜 놀랐어요?"
"농담하지 말아요."
"농담 아닌데? "
"자꾸 그럴거예요?"
"하하......그런데 모든 주방용품이 하나도 남김없이 갖춰져 있을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당신이 요리를 잘 한다는 것도."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지 마세요."
"하하.......이제 안 그럴 거니까 걱정 말아요. 제대로 당신을 볼 테니까."
루카스는 제대로 본다는 의미를 알까?
결코 알지 못하겠지.
나는 릴라가 아니니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향긋한 프랑스식 양파 수프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순간, 이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광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솔직하게 시인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그와 나는......
따뜻한 부엌에서 빵을 나누어 먹고, 함께 수프를 먹을 사람.
같이 웃고 사랑을 나눌 사람.
같이 웃고 사랑을 나눌 사람이라고?
정신 차려!
그는 루카스 해리스야!
영화배우 루카스 해리스!
평범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토미때문에 도피라는 방식으로 지금 이렇게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여기 와 있다는 걸 잊지 마!
루카스가 수프 그릇을 개수대로 옮기고 다음 코스를 들고 왔다.
"장담 하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맛있는 치즈 수플레는 먹어 본 적이 없을 거예요."
루카스가 말했다.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인 줄 알아요. 대대로 전수된 비법이니까."
그가 웃으며 말하자 얼굴 전체가 환하게 빛났다.
"그래요? 어머니께 전수 받았나 봐요. 어떤 비법인지 궁금한데요?"
나는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의 가족 이야기가 궁금해서 조리대에 몸을 기대고 귀를 쫑긋 세웠다.
"알았어요."
루카스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사실 비법이랄 거도 없어요. 인터넷에서 본 걸 한두 군데 변형해서 나만의 비법이라고 우기는 거예요."
루카스가 너무 익살스럽고 어색하게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렇게 달라진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어머니에 대해 물어 본 것 때문일까?
힘이 들어간 그의 어깨를 보니 내 질문 때문에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내게 요리는 추억의 집합체였다.
온 가족이 모여서 뭔가를 축하하는 자리.
내가 어렸을 때는 당근을 어떻게 썰어야 하고, 어떤 허브가 어떤 음식에 잘 어울리는지, 좀 더 자랐을 때는 어떻게 하면 맛의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신 고모.
고모와 함께 부엌에서 보낸 1분, 1초가 내겐 교육의 일환이었고 보물 같은 순간이었다.
오늘도 고모는 어떤 와인을 선택할지 호들갑을 떨고 냄비를 체크하며 고모부의 저녁을 준비하셨을 것이다.
루카스는 어머니와 사이가 안 좋았던 걸까?
가족에 얽힌 기억이 아픔으로 다가 올 수도 있었다.
이제는 고모와 함께 살지 않지만 그래도 가깝게 지냈기에 그러지 않은 사람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내게는 가족이 전부였다.
분위기가 무거워질 수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더 이상 캐묻지 않았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나는 루카스의 와인 잔을 채웠다.
"밀가루가 묻었어요."
내 손끝이 하얀 점이 찍힌 그의 뺨 위에 필요 이상으로 오래 머물렀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음, 괜히 날 건드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죠?"
루카스가 씩 웃었다.
"맞아요! 밀가루 안 묻었어요! 내가 다 지어낸 거예요!"
나는 눈을 부라렸다.
복잡한 감정을 장난스럽게 흐뜨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루카스가 달걀 반죽에 치즈를 넣어서 섞은 다음 조심스럽게 오븐용 그릇에 부었다.
"훌륭한 남편이 되겠어요."
나는 그를 지켜보며 말했다.
앗!
방금 뭐라고 한거야!
루카스는 더 이상 결혼하지 않겠다 했는데!
그는 요리의 모든 절차에 집중하고 있었다.
좀 전의 맹렬한 집중력이 되살아났다.
정말 그는 요리에 진심이었다.
그가 일을 할 때도 그러는지 궁금해졌다.
집중력과 추진력이 뛰어나고 야심만만할까?
그는 영화 배우로서뿐 아니라 사업도 하고 있다.
"지금 프로포즈하는 거예요?"
루카스의 입꼬리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네? 무슨 말이예요! 꿈도 꾸지 말아요!"
나는 얼른 콧방귀로 화답했다.
"아직 맛도 못 봤는걸요."
내가 수플레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지만, 팔이 떨어지도록 달걀을 쳐서 거품을 내는 단계를 도와준 이후로 그가 워낙 모든 절차를 정확하게 밟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부풀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 그때까지 프로포즈는 미뤄둬요."
루카스는 그릇을 오븐에 넣고 식탁으로 와서 앉았다.
"나중에 결혼할 것 같아요?"
루카스가 물었다.
"당신은요?"
"나?"
"지난번에 생각 없다면서요. 결혼."
"아, 이제부터 생각해 볼려고."
루카스가 요리를 좋아하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착해서 아이들을 다리에 매달고 수플레를 구울 타입은 아니었다.
그리고 분명 아이도 낳지 않겠다고 했다.
요리하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게 일상이 되면 더 이상 신선한 매력을 잃을 게 분명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 중에 비슷한 부류를 보았다.
그들은 만질 수 없다는 걸 모르고 계속 무지개를 쫓았다.
예쁜 빛깔과 뜨거운 공기 뿐인 그것을.
왠지 몰라도 그들은 흥분되는 일과 추격의 짜릿함과 즉흥적인 발상을 즐겼다.
루카스도 그런 남자일까?
"못 믿겠다는 표정인데?"
그는 다리를 뻗고 의자에 기대고 앉아서 와인 잔을 손으로 감쌌다.
"정착해서 아이를 낳고 아이의 축구 시합이나 발레 수업을 보러 가고......남들이 하는 걸 다 해보고 싶은데."
"갑자기? 진심이에요?"
"진심인데, 이상해요?"
"아니, 지난번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아,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 아닌가?"
루카스가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사실 난 결혼해서 정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빨리 결혼했었고. 실패했지만."
"아......"
"우리같은 사람들은 직업이 이렇다 보니 결혼이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죠? 계속 영화 촬영을 다니느라 한 곳에 오래 있어 본 적이 없으니까. 게다가 사업까지 손대고 있으니까 더 정착하기가 힘들고."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없어요? 어딘가에 본부를 두고 출장을 남들에게 맡기면 되잖아요. 당신이 책임자잖아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처음에는 영화 배우인 줄만 알았지만 그는 여러 사업에 투자하는 사업가로 더 유명했다.
"솔직히 혼란스러운 생활이긴 해요."
그는 와인 잔을 만지작거렸다.
"워낙 많은 사람에게 설명을 해야 하니까 , 사방에서 줄을 당기니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일을 해결해주어야 하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니 갑자기 슬퍼지는데."
"자꾸 농담할래요?"
나는 그를 살짝 노려보았다.
루카스는 나를 놀리는 게 재미있는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관계는 어떤데요?"
내가 물었다.
"가는 곳 마다 친구들을 사귀나요? 그렇지 않으면 외로운 방랑객 신세일 텐데."
전 세계를 누비는 삶에도 매력이 있겠지만 연락할 사람 하나 없이 계속 혼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라도 친구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그는 고독을 즐기는 타입일까?
어쩌면 가는 도시마다 여자친구를 만들지도 모른다.
여자들과는 철벽을 쌓는다는 릴라와 헤일리의 말과는 다르게.
이곳 헐리우드 여자에게는 관심 없다는 그의 말처럼 캘리포니아를 벗어난다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친한 친구들은 있어요. 당신도 알겠지만 집에서는 지내는 날이 거의 없고, 차가 있지만 모는 일이 거의 없고."
"아......"
"내가 원한 삶은 이런 게 아니었다는 걸 얼마 전에서야 깨달았어요. 그런데 어떤 식으로 고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음......인간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해요.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인생이 워낙 짧으니까, 서두르거나 참지 말고 1분, 1초까지 일상을 보내면 되지 않을까요?"
골목길에서 무서운 사건을 겪어서 일까?
그 덕분에 우리는 가볍고 경쾌한 주제에서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로 훌쩍 건너갔다.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 낼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인생의 기준에 따라서 살아갈 필요는 없으니까. 내가 그렇게 살 성격이 못 된다는 건 아는데, 문제는 가끔 그러고 싶어질 때가 있다는 거."
루카스는 와인을 마시면서 잔 너머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바람둥이 면모를 포기하고 싶어 질 때가 있다고요? 설마요!"
"바람둥이? 내가? 푸하하!!!! 맞아요. 전용기가 그리울 거예요. 요트는 두말하면 입 아프고."
루카스가 나를 쳐다보며 이죽거렸다.
"어련하시겠어요.뻐기기 좋아하는 루카스 해리스씨."
나는 그에게 냅킨을 집어 던졌다.
방 안 가득 맛있는 수플레 냄새가 번지자 내 뱃속에서 천둥소리가 났다.
나는 소리를 덮으려고 헛기침을 했다.
"몸이 마음대로 안되는 모양이네요."
루카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이러십니까. 이제 나의 유혹을 받아주시죠......치즈 수플레의 유혹을."
"좋아요. 로미오. 어디 능력을 보여주세요......물론 부엌에서의 능력 말이에요."
도발적인 발언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부엌 뿐만 아닌데, 내 능력."
"음, 우선 부엌에서 능력을 보고 평가하죠."
나는 얼굴을 붉히거나 말을 더듬지 않고 눈을 굴리며 재미있게 받아쳤다.
"잊었어요? 부엌에서의 능력은 벌써 증명하지 않았나? 어제?"
"헉!"
순간 어제 기억이 떠올랐다.
"음, 그건......그건......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이미 내 얼굴은 열기로 붉어졌고 정처 없이 방황하는 눈동자는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
물론 입 밖으로는 더듬거리는 말과 함께.
그런 나를 보며 루카스는 껄껄대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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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별을 좋아하나요? 33 화조회 : 3,371 추천 : 4 댓글 : 4 글자 : 5,482 32.별을 좋아하나요? 32 화조회 : 3,294 추천 : 5 댓글 : 4 글자 : 7,267 31.별을 좋아하나요? 31 화조회 : 3,184 추천 : 4 댓글 : 1 글자 : 4,994 30.별을 좋아하나요? 30 화조회 : 3,170 추천 : 4 댓글 : 1 글자 : 5,545 29.별을 좋아하나요? 29 화조회 : 3,235 추천 : 4 댓글 : 1 글자 : 5,011 28.별을 좋아하나요? 28 화조회 : 2,991 추천 : 5 댓글 : 1 글자 : 5,247 27.별을 좋아하나요? 27 화조회 : 2,871 추천 : 4 댓글 : 1 글자 : 6,359 26.별을 좋아하나요? 26 화조회 : 2,002 추천 : 6 댓글 : 1 글자 : 5,249 25.별을 좋아하나요? 25 화조회 : 2,108 추천 : 4 댓글 : 1 글자 : 5,131 24.별을 좋아하나요? 24 화조회 : 1,963 추천 : 4 댓글 : 2 글자 : 5,665 23.별을 좋아하나요? 23 화조회 : 1,958 추천 : 4 댓글 : 1 글자 : 3,619 22.별을 좋아하나요? 22 화조회 : 1,955 추천 : 5 댓글 : 1 글자 : 6,208 21.별을 좋아하나요? 21 화조회 : 1,911 추천 : 6 댓글 : 1 글자 : 4,823 20.별을 좋아하나요? 20 화조회 : 1,923 추천 : 4 댓글 : 2 글자 : 6,437 19.별을 좋아하나요? 19 화조회 : 2,032 추천 : 6 댓글 : 1 글자 : 5,113 18.별을 좋아하나요? 18 화조회 : 2,111 추천 : 6 댓글 : 1 글자 : 6,374 17.별을 좋아하나요? 17 화조회 : 1,974 추천 : 7 댓글 : 2 글자 : 5,508 16.별을 좋아하나요? 16 화조회 : 1,869 추천 : 5 댓글 : 2 글자 : 5,298 15.별을 좋아하나요? 15 화조회 : 1,926 추천 : 7 댓글 : 2 글자 : 5,885 14.별을 좋아하나요? 14 화조회 : 1,947 추천 : 7 댓글 : 1 글자 : 5,493 13.별을 좋아하나요? 13 화조회 : 2,106 추천 : 8 댓글 : 2 글자 : 5,581 12.별을 좋아하나요? 12 화조회 : 2,013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386 11.별을 좋아하나요? 11 화조회 : 1,907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265 10.별을 좋아하나요? 10 화조회 : 1,944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480 9.별을 좋아하나요? 9 화조회 : 1,985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972 8.별을 좋아하나요? 8 화조회 : 2,089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764 7.별을 좋아하나요? 7 화조회 : 2,085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489 6.별을 좋아하나요? 6 화조회 : 1,939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442 5.별을 좋아하나요? 5 화조회 : 1,990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830 4.별을 좋아하나요? 4 화조회 : 2,018 추천 : 6 댓글 : 1 글자 : 5,322 3.별을 좋아하나요? 3 화조회 : 2,556 추천 : 6 댓글 : 2 글자 : 5,998 2.별을 좋아하나요? 2 화조회 : 2,441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337 1.별을 좋아하나요? 1 화조회 : 7,108 추천 : 7 댓글 : 7 글자 : 4,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