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좋아하나요? 32 화
조회 : 3,323 추천 : 5 글자수 : 7,267 자 2023-04-24
"마음에 드는 작품 있어요?"
"아, 그게 ......"
당신, 지금 내가 원하는......
루카스 해리스......당신.
"서두를 필요 없어요. 어차피 5일 동안 시간 있으니까, 또 와서 보면 되니까."
"또 온다구요?"
"당연. 그래서 전시회를 5일 뒤로 하기로 했어요. 당신 먼저 천천히 보게 할려고. 그래야 제대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을 테니까."
"선택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 선택. "
"이해가 안돼요."
" 출품된 작품은 전시회가 끝난 뒤 경매를 통해 낙찰되는데, 당신이 마음에 든 작품을 사려고 그래요."
"아, 그런데 왜 당신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지 않고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려고 해요?"
"왜, 싫어요?"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그럼 된 거죠? 자, 이제 여기서 나가요. 집에 돌아가기 전에 또 들려야 할 곳이 있으니까."
"어디 가는데요?"
"작은 앤티크 숍으로 갈거예요."
"앤티크 숍?"
"왜 나와 앤티크 숍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루카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음, 좀 그렇죠."
"하하......당신 정말."
그는 껄껄대며 웃었다.
"가요."
그가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루카스의 매력에 번번이 허를 찔렸다.
그에게는 단순한 외모나 태도가 아니라 콕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내가 토미와의 관계를 끝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그런 모습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로 인해 야기되는 두근거림이 무섭다.
***
짭짤한 바닷바람이 휘몰아쳤다.
루카스와 나는 보트들이 묶여 있는 선착장을 지났다.
파도가 선체를 가만히 때리며 쉬잇 소리를 내는 것이 꼭 편히 쉬라는 바다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루카스가 바로 옆에 있어서 일까?
잔뜩 굳어 있던 어깨에서 힘이 풀리자 몸이 축 늘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아름다운 대자연 앞에서 무장 해제됐다.
뻥 뚫린 공간과 다양한 색조의 파란하늘.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와 맞닥뜨리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있지 않아 거리로 들어섰다.
쇼핑하러 나온 사람들로 길거리가 북적거렸다.
식당에서는 웨이터들이 와인 잔이 담긴 쟁반을 높이 들고, 길거리를 마주 보고 야외 등의자에 앉은 손님들을 향해 종종걸음을 쳤다.
정신없는 동네였고 나는 이 틈바구니에 섞여서 쓸려 다니다 걸음을 멈추고 쇼핑을 하거나 먹고 마실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여기에 앤티크 숍이 있나요?"
나는 위, 아래층과 울퉁불퉁하게 자갈이 깔린 널찍한 골목길을 따라서 수백 개의 장식품 가게가 이어지는 탁 트인 아케이트를 눈에 담으며 말했다.
"가게가 많죠?"
"네, 생각보다 골동품 파는 가게가 많아서 놀랐어요."
"당신이 놀랄 만도 하지. 이런 곳 처음 이죠?"
"네."
분명 이런 골동품 거리는 릴라의 취향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파는 것들은 금전적인 가치는 거의 없지만 정신적인 가치는 엄청난 깜찍한 녀석들이에요."
루카스가 나를 향해 명랑하게 웃어 보였다.
"홍차 깡통, 액자, 오래된 향수병. 그런 것들을 찾는 즐거움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그 녀석들이 어디에서 왔을지 상상하는 즐거움이에요."
"여기 자주 와요?"
"가끔. 혼자서 생각을 정리 할 때 . 누구와 함께 오는 건 오늘 처음이고."
"아......"
우리는 산더미처럼 쌓인 레코드판, 크리스탈 그릇, 설탕을 담는 호랑이 모양의 사기 단지, 빛바랜 분홍색의 발레 슈즈를 살피며 계속 걸었다.
다른 시대의 진한 향기가 시장 내부의 공기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근사한 골동품의 향기였다.
"여기서 값진 보물을 많이 찾을 수 있나요?"
"하하......당신이라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루카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비싸고 안 비싸고를 떠나서 예쁜 게 많으니까."
"소장용 보물을 말하는 거죠?"
"소장용 보물? 하하......당신 정말....하하...."
나는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테이블을 들여다보았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앤티크 손수건에 어떤 사람의 이니셜이 수놓아져 있었다.
스푼과 포크와 나이프에는 가느다랗게 금이 간 상아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이걸 봐요."
루카스가 모조 보석 더미에서 브로치를 하나 집으며 말했다.
"왜요?"
"진짜 오팔 같은데."
"에이, 설마요?"
노점상이 값을 제대로 모르고 물건을 파는 경우가 있을까?
분명 물건을 팔기 전에 보여주어서 의견을 구할 사람이 주변에 있기 마련이다.
싸구려 구슬 목걸이와 플라스틱 귀걸이 무더기 속에 진짜 오팔이 방치 되어 있을 일은 없을 것이다.
루카스는 오팔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투명해요. 모서리에 층도 없고. 진짜에요. 크기가 이 정도면 값이 제법 나가겠는데."
그는 내게 부로치를 건냈다.
"그러게요. 진짜 같아 보이네요. 당신이 보석 전문가인줄 몰랐어요."
"아, 이런저런 사업에 관련하다 보니 보석에 관해서도 알게 됐죠. "
"우와, 굉장해요! 진품을 구별 할 수 있다니요! "
"허접한 지식이나마 동원해서 여기저기 발을 담그고 있는 것 뿐이에요."
"흠."
나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왠지 연습한 대사처럼 느껴졌다.
루카스는 온 사방을 집적거리고 다니며 돈을 벌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만약 그런 거라면 그는 정말 굉장한 사람이다!
"특가 상품이래요."
나는 상자에 적힌 가격을 가리키며 말했다.
햄버거 한 개 가격이었다.
오팔을 손가락 사이에 넣고 반질반질한 표면을 문질렀다.
보석 안을 흐르는 파란색 실개천이 파란 하늘과 색이 같았다.
이런 보물을 발견하다니 황홀했고, 땅속 깊숙한 데서 꺼낸 것처럼 손끝에 닿는 느낌이 서늘했다.
루카스가 노점상에게 브로치가 진짜라고 말했다.
솔직하게 얘기하다니 뜻밖이었다.
진짜 오팔이라는 걸 숨기고 횡재할 수 있는 기회를 낚아 챌 줄 알았는데.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다.
노점상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리가 없어요. 내가 직접 확인했는데."
그는 부로치를 낚아 채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안 팔아요!"
그의 말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작은 앤티크 숍에 도착했다.
입구 쪽 테이블 위에 나뭇가지 모양의 은촛대, 오래된 타자기, 금박을 입힌 액자......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이 놓여 있었다.
"이 가게에서는 역사가 있는 물건, 세상에 딱 하나 뿐인 물건을 살 수 있어요."
"아, 그렇군요."
세상에 딱 하나 뿐인 물건이라니?
그런 건 문화재 아닌가?
"여긴 뭐랄까......좀 특이해요. 모든 물건마다 사연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어디에서 났고 누구 손을 거쳐 왔는지 조사해요. "
"아......"
"들어가서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아요. 물건을 팔지 말지 그녀가 결정할 거니까."
"그녀라니?"
"마담 조세핀이라고 가게 주인이에요."
"물건을 팔지 말지 그녀가 결정한다구요?"
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여기 몇몇 앤티크 숍에서는 소중한 상품의 주인을 아주 까다롭게 고르는 가게들이 있어요. 그리고 마담 조세핀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깐깐하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루카스를 쳐다보았다.
"자기 물건들을 워낙 애지중지해서 적임자라는 판단이 내려져야 내주죠. 그러니까 구부정하게 서지 말고, 꼼지락거리지도 말고."
헉!
꼼지락거리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습관인데.
마담 조세핀에게서 쫓겨나면 어쩐다?
그러면 루카스와 그녀의 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까?
너무도 특이한 난관에 맞닥뜨리자 긴장이 돼서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분홍색 인조 작약이 가득 담긴 낡은 찻잎 통을 집어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지만, 허리를 숙이고 들여다 보기만 했다.
"너무 가까이서 쳐다보지 말고."
루카스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나는 눈을 휘둥그래뜨며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코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참았다.
무슨 이런 가게가 다 있을까?
물건을 팔지 않으면 무슨 수로 돈을 벌겠다는 거지?
"나온다. 단추 그만 만지작거려요."
맙소사!
지켜야 할 원칙이 너무 많았다!
"루카스."
마담 조세핀이 느릿느릿 관능적인 말투로 인사를 건냈다.
그녀는 타이트한 니트 원피스의 허리를 넓은 벨트로 조여서 굴곡을 강조하는 발랄한 1960년대 스타일로 옷을 입었다.
숱이 많은 금발은 굵직하게 곱슬곱슬했고 , 얼굴에는 스모키한 아이섀도와 주홍색 립스틱으로 짙게 화장을 했다.
"마담 조세핀, 이쪽은 릴라."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 그래요?"
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이 나를 천천히 흝어 보았다.
"반가와요."
나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마담 조세핀은 완벽하게 정리한 눈썹을 추켜세우고 나를 계속 뜯어보았다.
꼼지락거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나는 모든 표정을 지웠다.
내가 아는 [Z]으로 시작되는 단어들을 모조리 소환했다.
사람들 앞에서 긴장될 때 자주 동원하는 수법이었다.
지그재그, 지퍼, 에 또......주키니(호박)......
이런 식으로 리드미컬하게 아는 단어를 떠올리는 데 집중하다 보면 허튼소리를 내뱉을 일이 없었다.
"가요."
루카스가 내 허리에 손을 두르며 말했다.
"네?"
"들어가자구요."
루카스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액세서리를 보여주겠대요."
"알겠어요!"
내가 입구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자 마담 조세핀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한숨을 쉬며 유리 진열장 쪽으로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이 앤티크 숍은 영화에 나올 법한 , 1920년대 파리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옅은 분홍색과 베이지색의 오래된 전등갓이 위쪽 고리에 걸려 있었다.
바람이 불면 전등갓에 달린 술이 살랑거렸다.
한쪽 벽에 걸린 무쇠 다리미들은 칠이 뜯기고 색이 바래서 평평한 밑면이 드러났다.
벽에 걸린 화려한 장식의 거울에 가게 내부와 휘둥그레 뜬 내 눈이 비쳐 보였다.
바닥이 우글쭈글한 놋쇠 냄비와 프라이팬이 머리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바닥으로 기다란 황금빛을 비추었다.
"어떤 걸 찾으세요?"
마담 조세핀이 나를 보고 물었다.
그 싸늘한 시선에 절로 주눅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대답할 겨를도 없이 루카스가 나섰다.
"반지를 보러 왔습니다. 파란 보석이 박힌 거면 좋겠는데, 아니면 루비. 금귀걸이와 조그맣고 우아한 펜던트같은 것도 있으면 좋고."
마담 조세핀은 고풍스러운 반지들이 일렬로 담긴 펠트 상자를 꺼냈다.
얇은 은반지에서부터 두툼한 금반지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정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거, 당신 눈이랑 잘 어울려요."
마담 조세핀이 말했다.
그녀는 내 안색을 살피며 반응을 기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무슨 왕관이라도 옮기게 된 것처럼 엄숙한 이 분위기에 동참했다.
마담 조세핀은 상자 안에 들어 있던 반지를 아주 조심스럽게 꺼냈다.
반지에 박힌 보석이 비밀을 속삭이듯 반짝였다.
내 옆에서 루카스의 몸이 뻣뻣해지는 게 느껴졌다.
"초록새?"
루카스는 미심쩍어하는 듯한 말투로 보석을 가리켰다.
마담 조세핀은 눈을 부라리며 위로 치켜떴다.
"올리브색이에요. 페리도트는 정념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죠."
정념을 달랜다?
그녀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사람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자, 깨달음의 전율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갔다.
분명 난 근래 쭉 정념에 싸여있는 상태였다.
"두고 보면 알거예요."
그녀는 내게 보여줄 수 있는 반지가 그것 하나 뿐이라는 듯이 진열장을 닫았다.
"껴봐요."
마담 조세핀이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딱 맞을 거예요."
앙증맞은 반지를 내 손가락에 끼웠다.
아니나 다를까, 맞춤 제작이라도 한 듯 딱 맞았다.
보드라운 내 새끼손가락 위에서 은은하게 반짝였다.
나는 마담 조세핀이 보물을 두고 까다롭게 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알맞은 주인을 찾을 수 있길 바라는 거였다.
"그 반지의 예전 주인은 프로방스에 사는 여자분이었어요. 올리브 농장 주인이었고요. 올리브 나무들이 그려지죠?"
바람에 흔들리는 올리브 나뭇잎과 저 너머 들판에서 불어오는 라벤더 향이 섞인 산들바람이 그려졌다.
이런 쇼핑이라니!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네."
나는 대답하고 다시 내 손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그 반지가 당신한테 딱 맞는다는 거예요. 나중에 또 오세요."
그녀는 생각을 읽으려는 듯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다음번에는 소개 없이 혼자 그냥 와도 돼요."
루카스가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감쌌다.
그리고 얼른 계산했다.
반지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몰랐다.
루카스도 마담 조세핀도 가격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내 선물이에요."
루카스가 가게를 나오며 말했다.
"네? 왜?"
"커피와 맛있는 아침 식사에 대한 답례?"
"그건, 지난번 저녁 식사로......"
"그냥 받아요."
"그렇지만......"
"그럼 부담 갖고 쭉 끼고 있어요. 절대 잃어버리지 말고. 큭큭."
"네......그럼 그럴게요. 예쁜 반지 선물해 줘서 고마워요."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네."
"저기, 루카스."
"응?"
"소개 없이 그냥 와도 된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내가 물었다.
대화를 나눠도 될 만큼 앤티크 숍에서 멀어지자 긴장했던 게 슬금슬금 풀어졌다.
"믿음직한 단골손님의 소개를 받지 않으면 물건을 살 수 없는 가게들이 몇 군데 있어요. 아까 그 앤티크 솝 같은 경우 가장 귀한 보물들은 뒷방에 따로 모아 놓았는데 거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이라야 출입할 수 있어요."
"아, 그래서 깐깐했군요."
"주인이 잘 아는 친구의 추천이 없으면 억만장자라도 안 돼요."
"그런 가게가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루카스와 이야기를 하면서 내 어깨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일종의 테스트를 통과한 셈이니까.
마담 조세핀 같은 사람이 그 아담하고 예쁜 가게에서 반지를 살 수 있도록 허락한 걸 보면, 작은 일부분이나마 난 좀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덧붙여 이 반지는 앞으로 내 손가락에서 빠질 일은 없을 것이다.
"아, 그게 ......"
당신, 지금 내가 원하는......
루카스 해리스......당신.
"서두를 필요 없어요. 어차피 5일 동안 시간 있으니까, 또 와서 보면 되니까."
"또 온다구요?"
"당연. 그래서 전시회를 5일 뒤로 하기로 했어요. 당신 먼저 천천히 보게 할려고. 그래야 제대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을 테니까."
"선택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 선택. "
"이해가 안돼요."
" 출품된 작품은 전시회가 끝난 뒤 경매를 통해 낙찰되는데, 당신이 마음에 든 작품을 사려고 그래요."
"아, 그런데 왜 당신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지 않고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려고 해요?"
"왜, 싫어요?"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그럼 된 거죠? 자, 이제 여기서 나가요. 집에 돌아가기 전에 또 들려야 할 곳이 있으니까."
"어디 가는데요?"
"작은 앤티크 숍으로 갈거예요."
"앤티크 숍?"
"왜 나와 앤티크 숍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루카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음, 좀 그렇죠."
"하하......당신 정말."
그는 껄껄대며 웃었다.
"가요."
그가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루카스의 매력에 번번이 허를 찔렸다.
그에게는 단순한 외모나 태도가 아니라 콕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내가 토미와의 관계를 끝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그런 모습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로 인해 야기되는 두근거림이 무섭다.
***
짭짤한 바닷바람이 휘몰아쳤다.
루카스와 나는 보트들이 묶여 있는 선착장을 지났다.
파도가 선체를 가만히 때리며 쉬잇 소리를 내는 것이 꼭 편히 쉬라는 바다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루카스가 바로 옆에 있어서 일까?
잔뜩 굳어 있던 어깨에서 힘이 풀리자 몸이 축 늘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아름다운 대자연 앞에서 무장 해제됐다.
뻥 뚫린 공간과 다양한 색조의 파란하늘.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와 맞닥뜨리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있지 않아 거리로 들어섰다.
쇼핑하러 나온 사람들로 길거리가 북적거렸다.
식당에서는 웨이터들이 와인 잔이 담긴 쟁반을 높이 들고, 길거리를 마주 보고 야외 등의자에 앉은 손님들을 향해 종종걸음을 쳤다.
정신없는 동네였고 나는 이 틈바구니에 섞여서 쓸려 다니다 걸음을 멈추고 쇼핑을 하거나 먹고 마실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여기에 앤티크 숍이 있나요?"
나는 위, 아래층과 울퉁불퉁하게 자갈이 깔린 널찍한 골목길을 따라서 수백 개의 장식품 가게가 이어지는 탁 트인 아케이트를 눈에 담으며 말했다.
"가게가 많죠?"
"네, 생각보다 골동품 파는 가게가 많아서 놀랐어요."
"당신이 놀랄 만도 하지. 이런 곳 처음 이죠?"
"네."
분명 이런 골동품 거리는 릴라의 취향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파는 것들은 금전적인 가치는 거의 없지만 정신적인 가치는 엄청난 깜찍한 녀석들이에요."
루카스가 나를 향해 명랑하게 웃어 보였다.
"홍차 깡통, 액자, 오래된 향수병. 그런 것들을 찾는 즐거움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그 녀석들이 어디에서 왔을지 상상하는 즐거움이에요."
"여기 자주 와요?"
"가끔. 혼자서 생각을 정리 할 때 . 누구와 함께 오는 건 오늘 처음이고."
"아......"
우리는 산더미처럼 쌓인 레코드판, 크리스탈 그릇, 설탕을 담는 호랑이 모양의 사기 단지, 빛바랜 분홍색의 발레 슈즈를 살피며 계속 걸었다.
다른 시대의 진한 향기가 시장 내부의 공기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근사한 골동품의 향기였다.
"여기서 값진 보물을 많이 찾을 수 있나요?"
"하하......당신이라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루카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비싸고 안 비싸고를 떠나서 예쁜 게 많으니까."
"소장용 보물을 말하는 거죠?"
"소장용 보물? 하하......당신 정말....하하...."
나는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테이블을 들여다보았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앤티크 손수건에 어떤 사람의 이니셜이 수놓아져 있었다.
스푼과 포크와 나이프에는 가느다랗게 금이 간 상아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이걸 봐요."
루카스가 모조 보석 더미에서 브로치를 하나 집으며 말했다.
"왜요?"
"진짜 오팔 같은데."
"에이, 설마요?"
노점상이 값을 제대로 모르고 물건을 파는 경우가 있을까?
분명 물건을 팔기 전에 보여주어서 의견을 구할 사람이 주변에 있기 마련이다.
싸구려 구슬 목걸이와 플라스틱 귀걸이 무더기 속에 진짜 오팔이 방치 되어 있을 일은 없을 것이다.
루카스는 오팔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투명해요. 모서리에 층도 없고. 진짜에요. 크기가 이 정도면 값이 제법 나가겠는데."
그는 내게 부로치를 건냈다.
"그러게요. 진짜 같아 보이네요. 당신이 보석 전문가인줄 몰랐어요."
"아, 이런저런 사업에 관련하다 보니 보석에 관해서도 알게 됐죠. "
"우와, 굉장해요! 진품을 구별 할 수 있다니요! "
"허접한 지식이나마 동원해서 여기저기 발을 담그고 있는 것 뿐이에요."
"흠."
나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왠지 연습한 대사처럼 느껴졌다.
루카스는 온 사방을 집적거리고 다니며 돈을 벌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만약 그런 거라면 그는 정말 굉장한 사람이다!
"특가 상품이래요."
나는 상자에 적힌 가격을 가리키며 말했다.
햄버거 한 개 가격이었다.
오팔을 손가락 사이에 넣고 반질반질한 표면을 문질렀다.
보석 안을 흐르는 파란색 실개천이 파란 하늘과 색이 같았다.
이런 보물을 발견하다니 황홀했고, 땅속 깊숙한 데서 꺼낸 것처럼 손끝에 닿는 느낌이 서늘했다.
루카스가 노점상에게 브로치가 진짜라고 말했다.
솔직하게 얘기하다니 뜻밖이었다.
진짜 오팔이라는 걸 숨기고 횡재할 수 있는 기회를 낚아 챌 줄 알았는데.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다.
노점상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리가 없어요. 내가 직접 확인했는데."
그는 부로치를 낚아 채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안 팔아요!"
그의 말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작은 앤티크 숍에 도착했다.
입구 쪽 테이블 위에 나뭇가지 모양의 은촛대, 오래된 타자기, 금박을 입힌 액자......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이 놓여 있었다.
"이 가게에서는 역사가 있는 물건, 세상에 딱 하나 뿐인 물건을 살 수 있어요."
"아, 그렇군요."
세상에 딱 하나 뿐인 물건이라니?
그런 건 문화재 아닌가?
"여긴 뭐랄까......좀 특이해요. 모든 물건마다 사연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어디에서 났고 누구 손을 거쳐 왔는지 조사해요. "
"아......"
"들어가서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아요. 물건을 팔지 말지 그녀가 결정할 거니까."
"그녀라니?"
"마담 조세핀이라고 가게 주인이에요."
"물건을 팔지 말지 그녀가 결정한다구요?"
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여기 몇몇 앤티크 숍에서는 소중한 상품의 주인을 아주 까다롭게 고르는 가게들이 있어요. 그리고 마담 조세핀은 그중에서도 유난히 깐깐하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루카스를 쳐다보았다.
"자기 물건들을 워낙 애지중지해서 적임자라는 판단이 내려져야 내주죠. 그러니까 구부정하게 서지 말고, 꼼지락거리지도 말고."
헉!
꼼지락거리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습관인데.
마담 조세핀에게서 쫓겨나면 어쩐다?
그러면 루카스와 그녀의 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까?
너무도 특이한 난관에 맞닥뜨리자 긴장이 돼서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분홍색 인조 작약이 가득 담긴 낡은 찻잎 통을 집어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지만, 허리를 숙이고 들여다 보기만 했다.
"너무 가까이서 쳐다보지 말고."
루카스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나는 눈을 휘둥그래뜨며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코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참았다.
무슨 이런 가게가 다 있을까?
물건을 팔지 않으면 무슨 수로 돈을 벌겠다는 거지?
"나온다. 단추 그만 만지작거려요."
맙소사!
지켜야 할 원칙이 너무 많았다!
"루카스."
마담 조세핀이 느릿느릿 관능적인 말투로 인사를 건냈다.
그녀는 타이트한 니트 원피스의 허리를 넓은 벨트로 조여서 굴곡을 강조하는 발랄한 1960년대 스타일로 옷을 입었다.
숱이 많은 금발은 굵직하게 곱슬곱슬했고 , 얼굴에는 스모키한 아이섀도와 주홍색 립스틱으로 짙게 화장을 했다.
"마담 조세핀, 이쪽은 릴라."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 그래요?"
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이 나를 천천히 흝어 보았다.
"반가와요."
나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마담 조세핀은 완벽하게 정리한 눈썹을 추켜세우고 나를 계속 뜯어보았다.
꼼지락거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나는 모든 표정을 지웠다.
내가 아는 [Z]으로 시작되는 단어들을 모조리 소환했다.
사람들 앞에서 긴장될 때 자주 동원하는 수법이었다.
지그재그, 지퍼, 에 또......주키니(호박)......
이런 식으로 리드미컬하게 아는 단어를 떠올리는 데 집중하다 보면 허튼소리를 내뱉을 일이 없었다.
"가요."
루카스가 내 허리에 손을 두르며 말했다.
"네?"
"들어가자구요."
루카스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액세서리를 보여주겠대요."
"알겠어요!"
내가 입구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자 마담 조세핀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한숨을 쉬며 유리 진열장 쪽으로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이 앤티크 숍은 영화에 나올 법한 , 1920년대 파리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옅은 분홍색과 베이지색의 오래된 전등갓이 위쪽 고리에 걸려 있었다.
바람이 불면 전등갓에 달린 술이 살랑거렸다.
한쪽 벽에 걸린 무쇠 다리미들은 칠이 뜯기고 색이 바래서 평평한 밑면이 드러났다.
벽에 걸린 화려한 장식의 거울에 가게 내부와 휘둥그레 뜬 내 눈이 비쳐 보였다.
바닥이 우글쭈글한 놋쇠 냄비와 프라이팬이 머리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바닥으로 기다란 황금빛을 비추었다.
"어떤 걸 찾으세요?"
마담 조세핀이 나를 보고 물었다.
그 싸늘한 시선에 절로 주눅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대답할 겨를도 없이 루카스가 나섰다.
"반지를 보러 왔습니다. 파란 보석이 박힌 거면 좋겠는데, 아니면 루비. 금귀걸이와 조그맣고 우아한 펜던트같은 것도 있으면 좋고."
마담 조세핀은 고풍스러운 반지들이 일렬로 담긴 펠트 상자를 꺼냈다.
얇은 은반지에서부터 두툼한 금반지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정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거, 당신 눈이랑 잘 어울려요."
마담 조세핀이 말했다.
그녀는 내 안색을 살피며 반응을 기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무슨 왕관이라도 옮기게 된 것처럼 엄숙한 이 분위기에 동참했다.
마담 조세핀은 상자 안에 들어 있던 반지를 아주 조심스럽게 꺼냈다.
반지에 박힌 보석이 비밀을 속삭이듯 반짝였다.
내 옆에서 루카스의 몸이 뻣뻣해지는 게 느껴졌다.
"초록새?"
루카스는 미심쩍어하는 듯한 말투로 보석을 가리켰다.
마담 조세핀은 눈을 부라리며 위로 치켜떴다.
"올리브색이에요. 페리도트는 정념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죠."
정념을 달랜다?
그녀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사람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자, 깨달음의 전율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갔다.
분명 난 근래 쭉 정념에 싸여있는 상태였다.
"두고 보면 알거예요."
그녀는 내게 보여줄 수 있는 반지가 그것 하나 뿐이라는 듯이 진열장을 닫았다.
"껴봐요."
마담 조세핀이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딱 맞을 거예요."
앙증맞은 반지를 내 손가락에 끼웠다.
아니나 다를까, 맞춤 제작이라도 한 듯 딱 맞았다.
보드라운 내 새끼손가락 위에서 은은하게 반짝였다.
나는 마담 조세핀이 보물을 두고 까다롭게 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알맞은 주인을 찾을 수 있길 바라는 거였다.
"그 반지의 예전 주인은 프로방스에 사는 여자분이었어요. 올리브 농장 주인이었고요. 올리브 나무들이 그려지죠?"
바람에 흔들리는 올리브 나뭇잎과 저 너머 들판에서 불어오는 라벤더 향이 섞인 산들바람이 그려졌다.
이런 쇼핑이라니!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네."
나는 대답하고 다시 내 손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그 반지가 당신한테 딱 맞는다는 거예요. 나중에 또 오세요."
그녀는 생각을 읽으려는 듯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다음번에는 소개 없이 혼자 그냥 와도 돼요."
루카스가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감쌌다.
그리고 얼른 계산했다.
반지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몰랐다.
루카스도 마담 조세핀도 가격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내 선물이에요."
루카스가 가게를 나오며 말했다.
"네? 왜?"
"커피와 맛있는 아침 식사에 대한 답례?"
"그건, 지난번 저녁 식사로......"
"그냥 받아요."
"그렇지만......"
"그럼 부담 갖고 쭉 끼고 있어요. 절대 잃어버리지 말고. 큭큭."
"네......그럼 그럴게요. 예쁜 반지 선물해 줘서 고마워요."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네."
"저기, 루카스."
"응?"
"소개 없이 그냥 와도 된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내가 물었다.
대화를 나눠도 될 만큼 앤티크 숍에서 멀어지자 긴장했던 게 슬금슬금 풀어졌다.
"믿음직한 단골손님의 소개를 받지 않으면 물건을 살 수 없는 가게들이 몇 군데 있어요. 아까 그 앤티크 솝 같은 경우 가장 귀한 보물들은 뒷방에 따로 모아 놓았는데 거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이라야 출입할 수 있어요."
"아, 그래서 깐깐했군요."
"주인이 잘 아는 친구의 추천이 없으면 억만장자라도 안 돼요."
"그런 가게가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루카스와 이야기를 하면서 내 어깨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일종의 테스트를 통과한 셈이니까.
마담 조세핀 같은 사람이 그 아담하고 예쁜 가게에서 반지를 살 수 있도록 허락한 걸 보면, 작은 일부분이나마 난 좀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
덧붙여 이 반지는 앞으로 내 손가락에서 빠질 일은 없을 것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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