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좋아하나요? 33 화
조회 : 3,388 추천 : 4 글자수 : 5,482 자 2023-05-08
루카스가 나를 조수석에 앉히고, 몸을 숙여 내 얼굴에서 머리카락을 몇 올 떼어냈다.
그러고도 루카스의 손이 계속 내 머리에 머물렀다.
"저기......"
"반지 예쁘네요."
"아, 그렇죠?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
"당신 눈동자와 같은 색이네."
"아......"
"역시 마담조세핀의 선택은 실수가 없네."
"저기, 루카스 ?"
"응?"
"물어봐도 돼요?"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했다.
"왜 반지 선물을 했는지......"
루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루카스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자동차 밖에 서서 앞쪽만 쳐다보고 있었다.
"궁금해요?"
"네......"
루카스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내 맥박이 세차게 뛰었다.
그가 뭐라고 답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주고 싶어서."
루카스가 나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이마를 문질렀다.
방금 그의 발을 제대로 들었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주고 싶어서라니?
루카스가 조수석 쪽 문을 닫고 운전석에 올라탔지만, 시동을 걸지는 않았다.
루카스가 눈을 감았다.
한참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루카스의 얼굴 대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대답이 그래요?"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루카스에게 물었다.
"좋아서."
좋아서?
도대체 무슨 의미?
그 순간 본의 아니게 루카스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루카스의 다리가 나른하게 앞으로 뻗어 있었다.
그는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자기 손가락 마디를 꺾었다.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서."
루카스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머리 위에서 비치는 햇빛 때문에 루카스의 뺨에 속눈썹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우리가 화장실에 들어간 그날, 기억 나요?"
내 입술이 "왜"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전에 루카스가 서둘러 말했다.
"우리가 거기 있었을 때, 나는 당신을 가졌다고 생각했어요."
루카스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음흉한 미소가 스쳤다.
"하지만 그때 당신은 나에 대해...그러고는 여자들이 화장실에 들어왔지."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말문이 막혔다.
"그날 클럽에서 당신을 봤어요. 드레스를 입은 당신을. 그때 결심했지, 제기랄, 나는 이기적인 놈이에요. 알게 뭐야."
루카스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전에 없이 솔직했지만, 내 눈을 쳐다보는 눈빛이 도전적이었다.
"같이 영화를 찍은 케이티가 나 더러 우울해 보인다며 놀렸어요. 그 자리에서 이유가 당신 때문이라고 말해줬지. 그 순간 당신이...달려 나갔어."
화장실, 클럽.....?
루카스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것 같은데?
아니......그런가?
지금, 그의 말은......
그는 나를 , 아니 릴라를 좋아한다는 걸까?
"그래,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아."
루카스가 좌석에 머리를 기댔다.
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쳐 있었다.
"반지에 대한 질문, 제대로 답 한 것 같은데, 아닌가?"
루카스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지금 그의 말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큰 절망감이 밀려 들었다.
나는 릴라가 아니다......
루카스, 당신은 나를 몰라......
***
차가 우리 집 앞에 도착하자, 루카스가 차에서 내렸다.
나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려고 성큼성큼 조수석 쪽으로 왔다.
"당신한테 이렇게 해주고 싶어. 내가 항상 ."
항상.
벽돌길을 따라 현관문 앞까지 가는데 기분이 야릇했다.
우리 사이에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쉬어요."
루카스가 내 얼굴에 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의 손길이 우리 집처럼 편안했다.
정신 차려!
안나 델레바인!
루카스에게 진실을 말해야 해!
당장!
나는 눈을 열심히 깜박거리며 정신을 맑게 하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루카스, 저기......"
"저기, 왜?"
루카스가 제 손가락을 내 입술에 갖다 댔다.
루카스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 있었다.
아주 가까이.
정신 차려, 안나 델레바인!
"루카스, 저기, 자꾸 이러면 사람들이 우리가 사귀는 줄 알 거예요."
"그러라고 하죠."
루카스가 내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모두가 그렇게 봐주면 좋겠는 걸."
"네?"
"당신은 아닌가?"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다름 아닌 루카스 해리스이니까.
사람들은 우리가 사귀긴 하지만 정말로 사귄다고는 여기지 않을 것이다.
릴라도 헤일리도 말했다.
루카스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고.
"당신은 스캔들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와 스캔들이 나는 건 싫은가 보네."
"그게 아니라......"
"복잡한 생각은 더 이상 말고, 이제 쉬어요. 토요일에 데리러 올게요."
"아, 토요일 파티......"
"그 전에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네?"
"하하..."
내 입술 위에 있던 루카스의 손이 이번에는 내 팔을 따라 스치듯 내려 갔다.
루카스가 그 손으로 내 손을 잡아 자기 입 쪽으로 가져갔다.
내 손 마디에 그의 입술이 살짝 닿았다.
믿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게.
루카스가 내 눈을 들여다보자 나는 정신이 몽롱해졌다.
"나는......형편 없는 배우야......"
나도 모르게 머릿속 생각이 입술 밖으로 나왔다.
"그럼 연기하지 마. 토요일에 봐요."
루카스가 내 손을 놓고 차로 돌아갔다.
루카스가 차를 타고 떠나는 동안, 나는 숨도 못 쉬고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마음속으로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 주고 싶어서 '
' 좋아서 '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서 '
' 항상 '
우리 사이에 뭔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난다면......
그게 끝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그에게 이제 진실을 말해야 한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도 현관문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서 있었다.
***
나는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을 흩날리며 테라스에 서 있었다.
입고 있는 스커트가 팔락거리고 이마와 드러난 팔이 발갛게 타 있었지만 , 기분은 그만이었다.
전에는 한번도 깨닫지 못하던 감각에 민감해지는 건 여기서 새로 발견한 나의 모습이었다.
바람은 솜사탕처럼 살랑거리고, 태양은 아직도 열기를 머금고 모든 것을 데우고 있었다.
오늘 저녁 루카스에게 진실을 말 할 것이다.
그래!
이제 거짓말쟁이는 안녕!
나는 기지개를 힘껏 켰다.
루카스의 차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를 식사에 초대한다는 말을 수십 번도 더 연습했다.
정원을 가로질러 가면서 루카스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까 헤어졌는데도 하루가 더 지난 기분이었다.
루카스는 어깨에 스포츠 재킷을 걸치고 있었고, 언제 풀었는지는 모르지만 넥타이가 단추 풀린 셔츠에 헐렁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자겠지?
"루카스"
나는 현관 앞에 선 루카스를 불렀다.
"웬일이에요? 그새 내가 보고 싶어졌어요?"
"저녁에 초대하려구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늘 아침을 갚아야죠."
"뭐, 내가 좋아서 그런 건데."
루카스는 현관문에 기대에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았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볶음밥이에요. 좋아하세요?"
말에 실수가 없기를 바라면서 물었다.
"물론, 좋아하죠. 당신이 만든 건데. 잠깐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갈게요. 뭐 가져 갈건 없어요?"
"아뇨, 식욕만 있으면 돼요."
해냈다!
루카스에게 저녁 초대를 했다!
물론 루카스는 릴라의 초대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나 상관없는 일이다.
식사를 하면서 사실을 밝힐 거니까.
이제 어떻게 말할 것 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미리미리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루카스가 온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서 한 문장도 제대로 생각해 내기가 힘들었다.
루카스가 온 건 그로부터 30분쯤 후였다.
머리엔 아직도 촉촉한 물기가 남아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를 맞았지만, 내 마음은 여러 감정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속였다는 고백을 해야 하는 것이 두려웠다.
이제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최악의 경우 루카스가 분노할 것을 생각하면.
"왜 그래요?"
그가 물었다.
"갑자기 표정이 슬퍼 보이네."
"아니에요. 기분 좋아요."
나는 눈을 깜빡이며 걱정을 떨쳐 버렸다.
내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하면 안돼!
"마음에 드는 소스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요."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멍청이!
소스라니!
"아? 소스? 볶음밥 소스?"
"네! 볶음밥 소스!"
논리적인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내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루카스의 강렬한 눈빛과 그 즉흥적이고 특별한 미소를 지으려는 듯이 꼬리가 올라간 입술 때문이었다.
"와인 좀 들겠어요?"
"좋아요."
나는 와인병을 가져왔다.
"샴페인?"
"앗!"
와인병을 가져온다는 것이 샴페인병을 가져 왔다.
오후에 와인을 사러 갔을 때, 덤으로 샴페인까지 사 왔던 것이다.
사실 난 와인에 대해서 잘 모른다.
와인 가게에 와인병이 얼마나 많았던지!
뭘 골라야 할지 막막해하는 나를 가게 주인이 몇 가지 권해 주었다.
그리고 과일 향이 감돌면서 입안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는 샴페인을 시음 해 보고는 너무 맛있어서 구매했던 것이다.
샴페인은 결코 오늘 저녁 식사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달콤한 샴페인을 좋아할까?
"저기, 루카스 , 잘못 가져 왔어요!"
"괜찮아요."
루카스는 조심스럽게 샴페인 마개를 따고,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와 거품이 가라앉도록 천천히 따랐다.
"건배."
내가 잔을 들며 말했다.
우리는 잔을 부딪쳤고, 그는 내게 예의 그 윙크를 날렸다.
정말이지 루카스는 너무나 잘생겼다!
"새로운 친구를 위하여."
내가 말했다.
"새로운 친구를 위하여."
루카스가 한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자 불빛을 받고 거의 천사처럼 반짝였다.
심지어 순수해 보일 정도였다.
순수한 천사 같은 루카스 해리스와 타락한 악마 같은 거짓말쟁이 안나 델레바인.
나는 크게 한 모금 마시고 그에게 얼른 잔을 비우라고 재촉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 정말 오늘 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
신이시여,
제게 진실을 말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오늘 밤 얼마나 마시면 내 혀가 풀리면서 죄를 실토할까?
"목말라요?"
"많이요."
내가 허둥지둥 서툴게 그의 잔을 채우는 바람에 거품이 부풀어 올라 넘칠 지경에 이르렀다.
거품이 가라앉길 기다리며 내 잔을 천천히 채웠다.
"바텀스 업 (Bottoms Up - 영어로 원샷을 뜻하는데 바텀에 엉덩이라는 뜻도 있음)"
루카스가 잔을 들며 말했다.
방금 뭐라고 했지?
바텀스 업이라고??
자기랑 자자는 건가? !!!
오늘 밤!!!!
그러고도 루카스의 손이 계속 내 머리에 머물렀다.
"저기......"
"반지 예쁘네요."
"아, 그렇죠?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
"당신 눈동자와 같은 색이네."
"아......"
"역시 마담조세핀의 선택은 실수가 없네."
"저기, 루카스 ?"
"응?"
"물어봐도 돼요?"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했다.
"왜 반지 선물을 했는지......"
루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루카스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자동차 밖에 서서 앞쪽만 쳐다보고 있었다.
"궁금해요?"
"네......"
루카스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내 맥박이 세차게 뛰었다.
그가 뭐라고 답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주고 싶어서."
루카스가 나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이마를 문질렀다.
방금 그의 발을 제대로 들었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주고 싶어서라니?
루카스가 조수석 쪽 문을 닫고 운전석에 올라탔지만, 시동을 걸지는 않았다.
루카스가 눈을 감았다.
한참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루카스의 얼굴 대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대답이 그래요?"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루카스에게 물었다.
"좋아서."
좋아서?
도대체 무슨 의미?
그 순간 본의 아니게 루카스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루카스의 다리가 나른하게 앞으로 뻗어 있었다.
그는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자기 손가락 마디를 꺾었다.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서."
루카스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머리 위에서 비치는 햇빛 때문에 루카스의 뺨에 속눈썹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우리가 화장실에 들어간 그날, 기억 나요?"
내 입술이 "왜"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전에 루카스가 서둘러 말했다.
"우리가 거기 있었을 때, 나는 당신을 가졌다고 생각했어요."
루카스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음흉한 미소가 스쳤다.
"하지만 그때 당신은 나에 대해...그러고는 여자들이 화장실에 들어왔지."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말문이 막혔다.
"그날 클럽에서 당신을 봤어요. 드레스를 입은 당신을. 그때 결심했지, 제기랄, 나는 이기적인 놈이에요. 알게 뭐야."
루카스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전에 없이 솔직했지만, 내 눈을 쳐다보는 눈빛이 도전적이었다.
"같이 영화를 찍은 케이티가 나 더러 우울해 보인다며 놀렸어요. 그 자리에서 이유가 당신 때문이라고 말해줬지. 그 순간 당신이...달려 나갔어."
화장실, 클럽.....?
루카스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것 같은데?
아니......그런가?
지금, 그의 말은......
그는 나를 , 아니 릴라를 좋아한다는 걸까?
"그래,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아."
루카스가 좌석에 머리를 기댔다.
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쳐 있었다.
"반지에 대한 질문, 제대로 답 한 것 같은데, 아닌가?"
루카스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지금 그의 말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큰 절망감이 밀려 들었다.
나는 릴라가 아니다......
루카스, 당신은 나를 몰라......
***
차가 우리 집 앞에 도착하자, 루카스가 차에서 내렸다.
나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려고 성큼성큼 조수석 쪽으로 왔다.
"당신한테 이렇게 해주고 싶어. 내가 항상 ."
항상.
벽돌길을 따라 현관문 앞까지 가는데 기분이 야릇했다.
우리 사이에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쉬어요."
루카스가 내 얼굴에 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 귀 뒤로 넘겨주었다.
그의 손길이 우리 집처럼 편안했다.
정신 차려!
안나 델레바인!
루카스에게 진실을 말해야 해!
당장!
나는 눈을 열심히 깜박거리며 정신을 맑게 하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루카스, 저기......"
"저기, 왜?"
루카스가 제 손가락을 내 입술에 갖다 댔다.
루카스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 있었다.
아주 가까이.
정신 차려, 안나 델레바인!
"루카스, 저기, 자꾸 이러면 사람들이 우리가 사귀는 줄 알 거예요."
"그러라고 하죠."
루카스가 내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모두가 그렇게 봐주면 좋겠는 걸."
"네?"
"당신은 아닌가?"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다름 아닌 루카스 해리스이니까.
사람들은 우리가 사귀긴 하지만 정말로 사귄다고는 여기지 않을 것이다.
릴라도 헤일리도 말했다.
루카스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고.
"당신은 스캔들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와 스캔들이 나는 건 싫은가 보네."
"그게 아니라......"
"복잡한 생각은 더 이상 말고, 이제 쉬어요. 토요일에 데리러 올게요."
"아, 토요일 파티......"
"그 전에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네?"
"하하..."
내 입술 위에 있던 루카스의 손이 이번에는 내 팔을 따라 스치듯 내려 갔다.
루카스가 그 손으로 내 손을 잡아 자기 입 쪽으로 가져갔다.
내 손 마디에 그의 입술이 살짝 닿았다.
믿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게.
루카스가 내 눈을 들여다보자 나는 정신이 몽롱해졌다.
"나는......형편 없는 배우야......"
나도 모르게 머릿속 생각이 입술 밖으로 나왔다.
"그럼 연기하지 마. 토요일에 봐요."
루카스가 내 손을 놓고 차로 돌아갔다.
루카스가 차를 타고 떠나는 동안, 나는 숨도 못 쉬고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마음속으로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 주고 싶어서 '
' 좋아서 '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서 '
' 항상 '
우리 사이에 뭔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난다면......
그게 끝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그에게 이제 진실을 말해야 한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도 현관문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서 있었다.
***
나는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을 흩날리며 테라스에 서 있었다.
입고 있는 스커트가 팔락거리고 이마와 드러난 팔이 발갛게 타 있었지만 , 기분은 그만이었다.
전에는 한번도 깨닫지 못하던 감각에 민감해지는 건 여기서 새로 발견한 나의 모습이었다.
바람은 솜사탕처럼 살랑거리고, 태양은 아직도 열기를 머금고 모든 것을 데우고 있었다.
오늘 저녁 루카스에게 진실을 말 할 것이다.
그래!
이제 거짓말쟁이는 안녕!
나는 기지개를 힘껏 켰다.
루카스의 차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를 식사에 초대한다는 말을 수십 번도 더 연습했다.
정원을 가로질러 가면서 루카스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까 헤어졌는데도 하루가 더 지난 기분이었다.
루카스는 어깨에 스포츠 재킷을 걸치고 있었고, 언제 풀었는지는 모르지만 넥타이가 단추 풀린 셔츠에 헐렁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자겠지?
"루카스"
나는 현관 앞에 선 루카스를 불렀다.
"웬일이에요? 그새 내가 보고 싶어졌어요?"
"저녁에 초대하려구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늘 아침을 갚아야죠."
"뭐, 내가 좋아서 그런 건데."
루카스는 현관문에 기대에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았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볶음밥이에요. 좋아하세요?"
말에 실수가 없기를 바라면서 물었다.
"물론, 좋아하죠. 당신이 만든 건데. 잠깐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갈게요. 뭐 가져 갈건 없어요?"
"아뇨, 식욕만 있으면 돼요."
해냈다!
루카스에게 저녁 초대를 했다!
물론 루카스는 릴라의 초대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나 상관없는 일이다.
식사를 하면서 사실을 밝힐 거니까.
이제 어떻게 말할 것 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미리미리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루카스가 온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서 한 문장도 제대로 생각해 내기가 힘들었다.
루카스가 온 건 그로부터 30분쯤 후였다.
머리엔 아직도 촉촉한 물기가 남아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를 맞았지만, 내 마음은 여러 감정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속였다는 고백을 해야 하는 것이 두려웠다.
이제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최악의 경우 루카스가 분노할 것을 생각하면.
"왜 그래요?"
그가 물었다.
"갑자기 표정이 슬퍼 보이네."
"아니에요. 기분 좋아요."
나는 눈을 깜빡이며 걱정을 떨쳐 버렸다.
내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하면 안돼!
"마음에 드는 소스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요."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멍청이!
소스라니!
"아? 소스? 볶음밥 소스?"
"네! 볶음밥 소스!"
논리적인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내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루카스의 강렬한 눈빛과 그 즉흥적이고 특별한 미소를 지으려는 듯이 꼬리가 올라간 입술 때문이었다.
"와인 좀 들겠어요?"
"좋아요."
나는 와인병을 가져왔다.
"샴페인?"
"앗!"
와인병을 가져온다는 것이 샴페인병을 가져 왔다.
오후에 와인을 사러 갔을 때, 덤으로 샴페인까지 사 왔던 것이다.
사실 난 와인에 대해서 잘 모른다.
와인 가게에 와인병이 얼마나 많았던지!
뭘 골라야 할지 막막해하는 나를 가게 주인이 몇 가지 권해 주었다.
그리고 과일 향이 감돌면서 입안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는 샴페인을 시음 해 보고는 너무 맛있어서 구매했던 것이다.
샴페인은 결코 오늘 저녁 식사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달콤한 샴페인을 좋아할까?
"저기, 루카스 , 잘못 가져 왔어요!"
"괜찮아요."
루카스는 조심스럽게 샴페인 마개를 따고,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와 거품이 가라앉도록 천천히 따랐다.
"건배."
내가 잔을 들며 말했다.
우리는 잔을 부딪쳤고, 그는 내게 예의 그 윙크를 날렸다.
정말이지 루카스는 너무나 잘생겼다!
"새로운 친구를 위하여."
내가 말했다.
"새로운 친구를 위하여."
루카스가 한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자 불빛을 받고 거의 천사처럼 반짝였다.
심지어 순수해 보일 정도였다.
순수한 천사 같은 루카스 해리스와 타락한 악마 같은 거짓말쟁이 안나 델레바인.
나는 크게 한 모금 마시고 그에게 얼른 잔을 비우라고 재촉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 정말 오늘 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
신이시여,
제게 진실을 말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오늘 밤 얼마나 마시면 내 혀가 풀리면서 죄를 실토할까?
"목말라요?"
"많이요."
내가 허둥지둥 서툴게 그의 잔을 채우는 바람에 거품이 부풀어 올라 넘칠 지경에 이르렀다.
거품이 가라앉길 기다리며 내 잔을 천천히 채웠다.
"바텀스 업 (Bottoms Up - 영어로 원샷을 뜻하는데 바텀에 엉덩이라는 뜻도 있음)"
루카스가 잔을 들며 말했다.
방금 뭐라고 했지?
바텀스 업이라고??
자기랑 자자는 건가? !!!
오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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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별을 좋아하나요? 33 화조회 : 3,394 추천 : 4 댓글 : 4 글자 : 5,482 32.별을 좋아하나요? 32 화조회 : 3,323 추천 : 5 댓글 : 4 글자 : 7,267 31.별을 좋아하나요? 31 화조회 : 3,196 추천 : 4 댓글 : 1 글자 : 4,994 30.별을 좋아하나요? 30 화조회 : 3,191 추천 : 4 댓글 : 1 글자 : 5,545 29.별을 좋아하나요? 29 화조회 : 3,247 추천 : 4 댓글 : 1 글자 : 5,011 28.별을 좋아하나요? 28 화조회 : 3,016 추천 : 5 댓글 : 1 글자 : 5,247 27.별을 좋아하나요? 27 화조회 : 2,891 추천 : 4 댓글 : 1 글자 : 6,359 26.별을 좋아하나요? 26 화조회 : 2,002 추천 : 6 댓글 : 1 글자 : 5,249 25.별을 좋아하나요? 25 화조회 : 2,108 추천 : 4 댓글 : 1 글자 : 5,131 24.별을 좋아하나요? 24 화조회 : 1,963 추천 : 4 댓글 : 2 글자 : 5,665 23.별을 좋아하나요? 23 화조회 : 1,958 추천 : 4 댓글 : 1 글자 : 3,619 22.별을 좋아하나요? 22 화조회 : 1,955 추천 : 5 댓글 : 1 글자 : 6,208 21.별을 좋아하나요? 21 화조회 : 1,911 추천 : 6 댓글 : 1 글자 : 4,823 20.별을 좋아하나요? 20 화조회 : 1,923 추천 : 4 댓글 : 2 글자 : 6,437 19.별을 좋아하나요? 19 화조회 : 2,032 추천 : 6 댓글 : 1 글자 : 5,113 18.별을 좋아하나요? 18 화조회 : 2,111 추천 : 6 댓글 : 1 글자 : 6,374 17.별을 좋아하나요? 17 화조회 : 1,981 추천 : 7 댓글 : 2 글자 : 5,508 16.별을 좋아하나요? 16 화조회 : 1,869 추천 : 5 댓글 : 2 글자 : 5,298 15.별을 좋아하나요? 15 화조회 : 1,926 추천 : 7 댓글 : 2 글자 : 5,885 14.별을 좋아하나요? 14 화조회 : 1,947 추천 : 7 댓글 : 1 글자 : 5,493 13.별을 좋아하나요? 13 화조회 : 2,129 추천 : 8 댓글 : 2 글자 : 5,581 12.별을 좋아하나요? 12 화조회 : 2,013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386 11.별을 좋아하나요? 11 화조회 : 1,907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265 10.별을 좋아하나요? 10 화조회 : 1,952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480 9.별을 좋아하나요? 9 화조회 : 1,985 추천 : 5 댓글 : 0 글자 : 4,972 8.별을 좋아하나요? 8 화조회 : 2,089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764 7.별을 좋아하나요? 7 화조회 : 2,085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489 6.별을 좋아하나요? 6 화조회 : 1,939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442 5.별을 좋아하나요? 5 화조회 : 1,990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830 4.별을 좋아하나요? 4 화조회 : 2,018 추천 : 6 댓글 : 1 글자 : 5,322 3.별을 좋아하나요? 3 화조회 : 2,565 추천 : 6 댓글 : 2 글자 : 5,998 2.별을 좋아하나요? 2 화조회 : 2,441 추천 : 5 댓글 : 0 글자 : 5,337 1.별을 좋아하나요? 1 화조회 : 7,119 추천 : 7 댓글 : 7 글자 : 4,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