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조회 : 978 추천 : 0 글자수 : 3,908 자 2022-09-29
“회장님, 큰일입니다!”
태성 그룹의 회장, 박정우에게 비서실장이 사색이 되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안 그래도 요새 중국과의 무역 건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박정우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그를 바라보았다.
“한 실장, 뭔데 그래?”
비서실장 한경욱은 평소 저렇게 경박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심각함마저 감돌고 있었다.
“아가씨가...!”
손자, 박지혜가 언급되자 박정우의 미간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혜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박지혜는 박정우의 유일한 손녀였다.
그리고 어려서 지혜의 아빠, 즉 박정우의 아들이 죽어서 박정우 회장에게는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까마귀로 진화한 그녀는 A급 진화자들과 함께 게이트로 사냥을 떠나 있을 텐데...
이제 막 까마귀로 진화해서, 별다른 능력치는 없었지만 A급 진화자들과 함께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것도 회사 차원에서도 가려서 뽑은 진화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경욱은 식은땀마저 흘리며 박정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음을 깨달은 박정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 실장! 어서 말해봐!”
하나뿐인 금지옥엽에게 행여나 무슨 일이 있을까,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게이트 이클립스가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진행 중이지만, 게이트 이클립스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 누구도 게이트로 진입할 수도, 나갈 수도 없게 됩니다.”
박정우가 입술을 꽉 물었다.
그도 진화자.
게이트 이클립스가 뭔지인지 정도는 안다.
“그래서 지금 지혜가 그곳에 갇혔단 얘기인가!”
“네, 맞습니다. 회장님...”
게이트 이클립스.
전 세계에 생성된 수많은 게이트에 관한 이슈에서도 가장 희귀하고도 위험한 상황.
사실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게이트 이클립스가 벌어진 순간, 생존율이 급락한다는 것이 정설.
지금 박지혜가 들어간 게이트는 비록 B급 게이트이지만, 그중에서도 난이도가 꽤 높은 곳이었고, 게이트 이클립스가 벌어지면 그 게이트의 등급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그래서 게이트 이클립스 현상은 천재지변에 비견될 정도로 최악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박정우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게이트 이클립스의 가장 치명적인 점은, 그 누구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는 사실! 그래서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무력하게 게이트 이클립스 현상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방법을...찾아보겠습니다.”
한 실장의 아무 의미 없는 목소리가 허무하게 허공에 흩어지고 있었다.
******
“준호 오빠! 성은이 언니!”
어둠만이 가득한 게이트 안,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주변을 필사적으로 더듬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박지혜.
태성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이며, 회장 박정우의 금지옥엽 손녀딸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A급 진화자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사냥을 왔었다. 원래는 B급 게이트라 정말 소풍 오듯 가볍게 사냥을 시작했었는데, 게이트 이클립스가 일어난 지금은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도시락까지 직접 싸서 설레는 마음으로 왔던 게이트였다.
그런데 갑자기 어둠이 찾아오면서 모든 것이 뒤틀렸다.
태평양의 어느 한 섬을 떠올리게 할 만큼 푸르고 높은 하늘과,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초록빛 숲...
거기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까지.
그래서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는 게이트라기 보다는, 고급 휴양지와 같은 곳이라 하여 ‘드림 파라다이스’라 불리던 곳.
그런데 그곳은 이제 지옥으로 변했고, 박지혜는 그 안에서 끝없는 공포에 젖어 사방을 헤매는 망자가 되어 있었다.
“흐흐흑! 나 어떻게 해!”
그녀의 진화 특성, 까마귀는 이런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진화 특성이 개화가 되어도 하필, 반짝이는 것을 광적으로 수집하는 까마귀의 특성이 개화되었기 때문이었다.
게이트 이클립스가 시작되면서, 거대한 충격파가 밀어닥쳤고 그 폭풍에 휩쓸려 일행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
몬스터들 때문에 후레쉬도 켤 수가 없어, 이제는 모든 것을 운에 맡겨야 했다.
하지만 그 운보다는 깊은 절망이 그녀를 먼저 찾아왔다.
이미 주변에서는 몬스터들이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많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박지혜는 무력하게 어둠 속에서 떨고만 있어야 했다.
철벅-
그때, 뭔가가 진흙창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박지혜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철벅, 철벅-
점차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박지혜는 그저 자신을 지나가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여기에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크르르-”
하지만 박지혜는 이미 죽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철벅, 철벅, 철벅-
발소리는 점차 늘어났다.
아마 이런 어둠 속에서도 사냥감을 찾아낼 수 있도록 감각이 발달한 녀석들이겠지. 놈들은 박지혜의 부드럽고 연약한 살을 곧 찢어발겨 포식을 할 것이다.
그렇게 대기업 태성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 박지혜는 이곳에서 사라지겠지.
절망만이 남은 상황, 박지혜는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마주쳤다.
“크르르...”
역겨운 입김이 느껴질 정도로 포식자들은 이미 지척까지 다다라 있었다.
박지혜가 두 손으로 입을 꽉 막으며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춘 순간, 아주 짧은 정적이 찾아들었다.
두근-
그 정적을 비집고, 박지혜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크워어어어!”
순간, 사냥감을 찾던 수많은 포식자들이 박지혜를 향해 덮쳤다.
“꺄아아아악!”
사방에서 짓쳐 드는 끔찍한 살기에 박지혜는 찢어질 듯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였다.
퍼억- 우지끈!
“키엑!”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박살이 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리며, 뭔가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런데 그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빠각-
그녀를 향해 달려들던 포식자들이 하나둘씩 끔찍한 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화악-
그리고 어느 순간, 눈앞이 크게 밝아졌다.
‘...!’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그녀가 두 눈을 크게 뜬 순간, 불꽃이 환하게 일며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파스스스-
시뻘건 불똥들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끔찍할 정도로 수많은 몬스터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
놈들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아가리를 활짝 벌리고는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는데, 불꽃은 그런 놈들의 사이를 파고 들어가며 짧게 명멸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한 남자...
그의 뒷모습이 왠지 태산처럼 거대해 보이는 것은 그녀의 착각이었을까?
남자는 짧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죽어버려라.”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콰콰콰쾅!
“끼에에-!”
“끄아아!”
작은 불꽃으로 가득했던 주변은, 끔찍한 화염으로 가득 찼다.
그 안에서 몬스터들은 미친 듯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보려는 놈들의 몸짓은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가죽을 터뜨리고 뼈를 산산조각내서 흩어버리는 폭발에 살아남을 몬스터는 없었으니까.
주변을 가득 메웠던 몬스터들이 사라지고, 한순간 환하게 타올랐던 불길이 사그라들 무렵, 남자가 뒤를 돌아섰다.
“괜찮아?”
이십 대의 남자는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도 여유가 넘쳐 보였다.
박지혜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으면 어서 일어나. 이제 곧 다른 놈들이 몰려올 테니까.”
“감사합...니다!”
남자는 피식 웃었다.
“감사는 나가서 하고. 일단은 살아날 생각부터 하자. 어? 그런데...”
그는 박지혜를 보며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했다.
“재미있는 걸 가지고 있구나, 너.”
“네?”
“아니야, 일단 그건 그거고 살아날 생각부터 하자. 슬슬 이클립스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것 같으니까. 나 따라와! 아, 맞다! 넌 아직 잘 안 보이지?”
남자는 뭔가를 꺼내 박지혜의 허리에 단단히 묶었다.
그것은 기다란 끈이었다.
박지혜도 그게 뭔지는 알고 있었다.
초보자용 생존 세트에 들어 있는 로프였다.
‘이렇게 강한 사람이 생존 세트를 들고 다닌다고...?’
그것은 말 그대로 초보자용이었기 때문에 박지혜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남자는 그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허리에도 로프를 단단히 매더니 성큼 걸음을 옮겼다.
“조심히 따라와. 이제 입구를 찾아갈 거니까.”
“네.”
이미 불꽃은 사라졌고, 주변은 여전히 짙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남자는 그런 곳을 거침없이 가로질렀다.
마치, 모든 것이 보인다는 듯.
‘이 사람 뭐지..?’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타난 의문투성이의 남자.
박지혜는 정신없이 그의 뒤를 따라가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저기...”
“응? 왜?”
“이름이...어떻게 되세요? 저는 박지혜라고 합니다.”
순간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난 김준수.”
잠시의 텀을 두고 그의 음성이 이어졌다.
“모기로 진화한 남자다.”
순간 박지혜는 그가 웃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시간 없어.”
하지만 오래 생각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바쁘게 걸음을 옮겼고, 박지혜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그 뒤를 따라야 했으니까.
태성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 박지혜는 그렇게 지옥에서 구원을 받았다.
자칭 모기로 진화한 남자에 의해.
게이트 이클립스는 계속 되고 있었다.
태성 그룹의 회장, 박정우에게 비서실장이 사색이 되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안 그래도 요새 중국과의 무역 건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박정우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그를 바라보았다.
“한 실장, 뭔데 그래?”
비서실장 한경욱은 평소 저렇게 경박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심각함마저 감돌고 있었다.
“아가씨가...!”
손자, 박지혜가 언급되자 박정우의 미간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혜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박지혜는 박정우의 유일한 손녀였다.
그리고 어려서 지혜의 아빠, 즉 박정우의 아들이 죽어서 박정우 회장에게는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까마귀로 진화한 그녀는 A급 진화자들과 함께 게이트로 사냥을 떠나 있을 텐데...
이제 막 까마귀로 진화해서, 별다른 능력치는 없었지만 A급 진화자들과 함께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것도 회사 차원에서도 가려서 뽑은 진화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경욱은 식은땀마저 흘리며 박정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음을 깨달은 박정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 실장! 어서 말해봐!”
하나뿐인 금지옥엽에게 행여나 무슨 일이 있을까,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게이트 이클립스가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진행 중이지만, 게이트 이클립스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 누구도 게이트로 진입할 수도, 나갈 수도 없게 됩니다.”
박정우가 입술을 꽉 물었다.
그도 진화자.
게이트 이클립스가 뭔지인지 정도는 안다.
“그래서 지금 지혜가 그곳에 갇혔단 얘기인가!”
“네, 맞습니다. 회장님...”
게이트 이클립스.
전 세계에 생성된 수많은 게이트에 관한 이슈에서도 가장 희귀하고도 위험한 상황.
사실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게이트 이클립스가 벌어진 순간, 생존율이 급락한다는 것이 정설.
지금 박지혜가 들어간 게이트는 비록 B급 게이트이지만, 그중에서도 난이도가 꽤 높은 곳이었고, 게이트 이클립스가 벌어지면 그 게이트의 등급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그래서 게이트 이클립스 현상은 천재지변에 비견될 정도로 최악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박정우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게이트 이클립스의 가장 치명적인 점은, 그 누구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는 사실! 그래서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무력하게 게이트 이클립스 현상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방법을...찾아보겠습니다.”
한 실장의 아무 의미 없는 목소리가 허무하게 허공에 흩어지고 있었다.
******
“준호 오빠! 성은이 언니!”
어둠만이 가득한 게이트 안,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주변을 필사적으로 더듬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박지혜.
태성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이며, 회장 박정우의 금지옥엽 손녀딸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A급 진화자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사냥을 왔었다. 원래는 B급 게이트라 정말 소풍 오듯 가볍게 사냥을 시작했었는데, 게이트 이클립스가 일어난 지금은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도시락까지 직접 싸서 설레는 마음으로 왔던 게이트였다.
그런데 갑자기 어둠이 찾아오면서 모든 것이 뒤틀렸다.
태평양의 어느 한 섬을 떠올리게 할 만큼 푸르고 높은 하늘과,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초록빛 숲...
거기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까지.
그래서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는 게이트라기 보다는, 고급 휴양지와 같은 곳이라 하여 ‘드림 파라다이스’라 불리던 곳.
그런데 그곳은 이제 지옥으로 변했고, 박지혜는 그 안에서 끝없는 공포에 젖어 사방을 헤매는 망자가 되어 있었다.
“흐흐흑! 나 어떻게 해!”
그녀의 진화 특성, 까마귀는 이런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진화 특성이 개화가 되어도 하필, 반짝이는 것을 광적으로 수집하는 까마귀의 특성이 개화되었기 때문이었다.
게이트 이클립스가 시작되면서, 거대한 충격파가 밀어닥쳤고 그 폭풍에 휩쓸려 일행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
몬스터들 때문에 후레쉬도 켤 수가 없어, 이제는 모든 것을 운에 맡겨야 했다.
하지만 그 운보다는 깊은 절망이 그녀를 먼저 찾아왔다.
이미 주변에서는 몬스터들이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많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박지혜는 무력하게 어둠 속에서 떨고만 있어야 했다.
철벅-
그때, 뭔가가 진흙창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박지혜는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철벅, 철벅-
점차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박지혜는 그저 자신을 지나가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여기에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크르르-”
하지만 박지혜는 이미 죽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철벅, 철벅, 철벅-
발소리는 점차 늘어났다.
아마 이런 어둠 속에서도 사냥감을 찾아낼 수 있도록 감각이 발달한 녀석들이겠지. 놈들은 박지혜의 부드럽고 연약한 살을 곧 찢어발겨 포식을 할 것이다.
그렇게 대기업 태성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 박지혜는 이곳에서 사라지겠지.
절망만이 남은 상황, 박지혜는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마주쳤다.
“크르르...”
역겨운 입김이 느껴질 정도로 포식자들은 이미 지척까지 다다라 있었다.
박지혜가 두 손으로 입을 꽉 막으며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춘 순간, 아주 짧은 정적이 찾아들었다.
두근-
그 정적을 비집고, 박지혜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크워어어어!”
순간, 사냥감을 찾던 수많은 포식자들이 박지혜를 향해 덮쳤다.
“꺄아아아악!”
사방에서 짓쳐 드는 끔찍한 살기에 박지혜는 찢어질 듯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였다.
퍼억- 우지끈!
“키엑!”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박살이 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리며, 뭔가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런데 그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빠각-
그녀를 향해 달려들던 포식자들이 하나둘씩 끔찍한 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화악-
그리고 어느 순간, 눈앞이 크게 밝아졌다.
‘...!’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그녀가 두 눈을 크게 뜬 순간, 불꽃이 환하게 일며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파스스스-
시뻘건 불똥들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끔찍할 정도로 수많은 몬스터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
놈들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아가리를 활짝 벌리고는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는데, 불꽃은 그런 놈들의 사이를 파고 들어가며 짧게 명멸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한 남자...
그의 뒷모습이 왠지 태산처럼 거대해 보이는 것은 그녀의 착각이었을까?
남자는 짧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죽어버려라.”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콰콰콰쾅!
“끼에에-!”
“끄아아!”
작은 불꽃으로 가득했던 주변은, 끔찍한 화염으로 가득 찼다.
그 안에서 몬스터들은 미친 듯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보려는 놈들의 몸짓은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가죽을 터뜨리고 뼈를 산산조각내서 흩어버리는 폭발에 살아남을 몬스터는 없었으니까.
주변을 가득 메웠던 몬스터들이 사라지고, 한순간 환하게 타올랐던 불길이 사그라들 무렵, 남자가 뒤를 돌아섰다.
“괜찮아?”
이십 대의 남자는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도 여유가 넘쳐 보였다.
박지혜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으면 어서 일어나. 이제 곧 다른 놈들이 몰려올 테니까.”
“감사합...니다!”
남자는 피식 웃었다.
“감사는 나가서 하고. 일단은 살아날 생각부터 하자. 어? 그런데...”
그는 박지혜를 보며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했다.
“재미있는 걸 가지고 있구나, 너.”
“네?”
“아니야, 일단 그건 그거고 살아날 생각부터 하자. 슬슬 이클립스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것 같으니까. 나 따라와! 아, 맞다! 넌 아직 잘 안 보이지?”
남자는 뭔가를 꺼내 박지혜의 허리에 단단히 묶었다.
그것은 기다란 끈이었다.
박지혜도 그게 뭔지는 알고 있었다.
초보자용 생존 세트에 들어 있는 로프였다.
‘이렇게 강한 사람이 생존 세트를 들고 다닌다고...?’
그것은 말 그대로 초보자용이었기 때문에 박지혜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남자는 그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허리에도 로프를 단단히 매더니 성큼 걸음을 옮겼다.
“조심히 따라와. 이제 입구를 찾아갈 거니까.”
“네.”
이미 불꽃은 사라졌고, 주변은 여전히 짙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남자는 그런 곳을 거침없이 가로질렀다.
마치, 모든 것이 보인다는 듯.
‘이 사람 뭐지..?’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타난 의문투성이의 남자.
박지혜는 정신없이 그의 뒤를 따라가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저기...”
“응? 왜?”
“이름이...어떻게 되세요? 저는 박지혜라고 합니다.”
순간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난 김준수.”
잠시의 텀을 두고 그의 음성이 이어졌다.
“모기로 진화한 남자다.”
순간 박지혜는 그가 웃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시간 없어.”
하지만 오래 생각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바쁘게 걸음을 옮겼고, 박지혜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그 뒤를 따라야 했으니까.
태성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 박지혜는 그렇게 지옥에서 구원을 받았다.
자칭 모기로 진화한 남자에 의해.
게이트 이클립스는 계속 되고 있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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