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조회 : 927 추천 : 0 글자수 : 5,039 자 2022-10-08
칠주(七柱).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진화자 일곱을 뽑으라면 당연히 이들을 가리킨다.
그들은 공통적인 한 가지 특성이 있었는데, 전설상 가장 강력한 존재들로 진화했다는 것.
나처럼 별 볼 것 없는 모기나 파리, 심지어 바퀴벌레 같은 특성으로 진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용이나 주작, 백호 같은 특성을 가진 진화자도 있었다.
바로 그들이 현재 대한민국을 이끄는 칠주, 즉 일곱 개의 기둥이라 불리는 최강 진화자였다.
그중에서 용은 최상위권 진화 특성이었다.
전투면 전투, 지력이면 지력...
모든 것이 최상위권이었기 때문이었다.
맷집은 강력한데 지력은 최하위인 현무나 공격력에서는 용 특성을 살짝 앞서는데, 체력이 낮은 주작 같은 특성에 비해 용 특성은 모든 수치가 완벽한 육각형에 가까웠으니까.
그래서, 용족으로 진화한 진화자는 만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는 것이고.
“반갑군요. 오재준입니다.”
“...”
그런데 그 칠주의 수장, 오재준이 눈앞에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최강의 S급 진화자이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인기 유튜버.
성준이와 헤어진 나는 박회장의 긴급 연락을 받았고, 쉴 틈도 없이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그는 매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말투를 쓰고 있었다.
사람이 담백하다고 해야 할까?
유튜브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른 오재준을 보자 뭔가 이질감이 들었다.
‘방송할 때와는 전혀 다르네.’
그의 인기 비법이기도 했겠지만, 오재준은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장면을 방송할 때면 손발이 오글거리는 멘트를 곧잘 치곤했다.
잘생긴 그의 외모와 더불어 그런 멘트를 들은 시청자들은 그 멘트에 소름이 잔뜩 돋곤 했는데, 실제 오재준은 매우 깔끔한 성격 같았다.
“오, 이 분이야? 성재 대신 들어오신 분이?”
그리고 그 옆에 엄청난 미인이 걸어오며 말했다.
나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다.
대한민국에서 그녀를 모른다면 간첩이었으니까.
‘진성연...!’
대한민국 최고의 미모를 지닌 가수이자, 불사조로 진화한 최강자.
국내 제일의 여성을 뽑으라면 진성연이 단연 원탑일 정도로 외모면 외모, 힘이면 힘...
모든 것을 다 갖춘 최고의 진화자였다.
“어, 왔어? 성재가 다쳐서 어떻게 하나 했더니 대성 그룹 회장님이 꽤 유능한 인재를 추천해주셨더라고. 이번에 봤지? 회장님 손녀 구해냈던 그분이야.”
오재준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고, 진성연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모기로 진화했다는 분이네? 안 그래도 정말 궁금했어요. 모기 특성을 가진 진화자가 그렇듯 활약하는 건 처음 봐서...성재가 나가고 안 그래도 좀 허전했는데 잘 부탁해요!”
진성연이 다가와 척- 하고 손을 내밀었다.
세상에.
오재준도 모자라 진성연까지!
“어서요.”
내가 잠시 당황하자, 진성연이 재촉했다.
‘그래! 어차피 이제 한 팀! 내가 꿀릴 건 없지.’
마음을 정한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 손을 맞잡았다.
“반갑습니다. 김준수라고 합니다.”
진성연이 미소를 지었다.
그냥 바라만 봐도 뇌쇄적인 미소.
“으휴, 너는 불사조가 아니라 불여우가 아닌가 싶다. 준수씨, 성재 대신 잘 부탁드립니다. 이 녀석이 가끔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잦아서...하하!”
윤성재.
진성연을 보좌하던 예비 헌터였다.
예비 헌터라고 해서 절대 실력으로 무시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대부분 C급 최상위부터 B급 최상위로 이뤄져 있었으니..
당연한 얘기였다.
게이트 안에서 S급에서 A급들을 보좌하며 생존하려면 전투 능력, 지력, 생존센스 등 모든 것이 최상위권이어야 가능했으니까.
윤성재 역시 칠주에 비하면 그 유명세가 낮아서 그렇지,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던 헌터였다.
그래서 여성 최강자인 진성연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고.
지금 그 역할을 내가 대신 맡게 된 것이다.
“홀리지 마세요. 이 녀석, 저도 모르게 자꾸 끼를 부리고 다닌다니까요?”
오재준이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호호! 오빠도 참! 엉뚱한 소리 하면 다들 오해해!”
“으휴, 됐다! 그건 그렇고 다른 멤버들은?”
“응, 지금 온댔는데 뭐 거의 도착할 때 됐을 거야.”
오재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준수씨. 환영 파티라도 근사하게 열어드리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시간이 얼마 없어서 미안합니다. 바로 훈련에 투입되어야 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미 김 비서를 통해 전달받은 내용이다.
게이트 토벌전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으니 바로 훈련에 투입될 것이라 그는 말했고, 이미 훈련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다.
역시 빈틈이 없다고 해야 할까.
대기업의 철저한 일 처리에 혀를 내두를 무렵, 나는 국가에서 마련한 비밀 트레이닝 센터에 오게 되었고 오재준과 진성연을 만나게 된 것이다.
마음의 각오는 이미 되어 있다는 뜻.
“네, 괜찮습니다!”
오재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미 몇 달간 호흡을 맞춰와서 준수씨에게는 좀 버거울 수도 있어요. 그 때는 꼭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훈련 스케쥴 자체를 변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배려해드리겠습니다.”
“네.”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 어차피 준수씨랑 나랑 호흡을 맞춰야 되니까. 알았죠?”
진성연도 옆에서 거들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든든하게 등을 맡길 수 있는 최강의 여전사의 느낌이 풀풀 나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자신의 힘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겠지.
“어, 마침 저기 오네! 경수, 재민이! 어서 와라! 혜주도 어서 오고!”
오재준이 반갑게 손을 흔드는 곳에는 여럿 진화자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었다.
그곳에는 칠주라 불리는 최강자들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걸어오고 있었으니까.
‘최경수, 황재민...오혜주!’
내로라하는 진화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있는 것이다.
“와우, 김준수씨 아닙니까! 크크, 내가 저분 기사 보고 너무 설렜다니까? 세상에 모기 진화자가 그렇게 대단한 활약을 하다니, 이거 심장이 벌렁거려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산만한 덩치의 최경수가 나를 보며 반색했다.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나를 보더니 마치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오더니 덥석 안았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행동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브라더! 브라더는 이제부터 제가 지킵니다! 아셨습니까? 그러니까 걱정 마시란 얘깁니다, 하하!”
최경수의 원래 직업은 힙합 가수.
그중에서 랩을 담당했었다.
사실 유명하지 않은 그룹 출신이라 ‘현무’ 특성을 가진 진화자로서의 최경수로서 더욱더 잘 알려져 있었지만.
하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진 그는 인성 좋고, 붙임성 좋은 것으로 유명했다.
“야. 니 자식이 그렇게 안으면 준수씨 죽어. 안 보여? 벌써 얼굴 새파래진 거.”
옆에 있던 오혜주가 눈을 흘기면서 면박을 주었다.
오혜주야말로 ‘불여우’의 진화자.
구미호의 화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강력한 힘을 지닌 진화자였다.
“어우, 미안합니다! 브라더! 너무 반가워서! 하하!”
최경수는 그제야 화들짝 품에서 나를 떼어놓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키가 이미터에 가깝고, 몸무게 또한 상당한 수준의 그가 웃자 곰 한 마리가 먹잇감을 두고 기뻐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 옆에는 말없이 서 있는 훤칠한 사내가 있었다.
황재민이었다.
‘백호...’
그는 호랑이로서의 진화를 겪은 진화자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는 백호로 진화를 했다.
그래서 당당히 칠주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이고.
“우와, 이 아저씨 디게 신기하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이 비밀 트레이닝 센터에 아이의 목소리라니...!
사정을 몰랐으면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었겠지만 이 아이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는 그렇지 않았다.
‘작은 용, 조은서.’
오재준과 같은 용족으로 진화한 아이.
올해 초등학교 오학년인 조은서는 내 아래서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용족이지만 오재준과 다른 점은, 오재준의 용족 특성은 ‘전투(戰鬪)’에 극대화되어 있다면 조은서의 특성은 ‘강화(强化)’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는 것.
그것은 그녀의 나이 때문이기도 했지만, 인간의 운명에 관여하여 화복을 주관한다는 용의 특성이 극대화된 결과이기도 했다.
즉, 오재준은 전투의 용, 조은서는 조화의 용.
게임으로 따지면 그녀는 강화사라 볼 수 있었다.
온갖 버프와 축복으로 파티를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지원가.
그것이 바로 조은서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당당하게 칠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예비 헌터들은 이미 사냥터에 가서 세팅 중이야.”
칠중 중 여섯 명이 이곳에 모였다.
나머지 한 명은 규정상 여섯 명만 참가 가능한 토벌전의 특성 때문에 빠져 있는 상태. 그래서 지금 여기 서 있는 여섯 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화자라 볼 수 있었다.
“자, 출발해 볼까요? 챙길 거 다 챙겼지?”
“응, 오빠!”
“네, 삼촌!”
오재준의 말에 일행이 대답했다.
오재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크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여섯 기둥이여! 호국의 일념으로...”
“그냥 가지?”
유튜브와 똑같이 멘트를 치던 오재준은 황재민의 싸늘한 한 마디에 헛기침을 하더니 피식 웃었다.
“예이, 백호 나리! 자, 갑시다! 열심히 훈련하고 우리 밥도 맛있게 먹어보자고!”
“오케이!”
“좋지이!”
다른 칠주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사이, 진성연이 다가왔다.
“우리도 갈까요?”
진성연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파트너?”
파트너.
그녀와 나는 한 팀.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났다.
그리고...
‘제임스. 행복하지 않냐?’
내 소중한 모기, 제임스에게 나는 말을 걸었다.
이 떨리는, 이 감격스러운 장면을 어찌 혼자 만끽하겠는가?
‘우리 앞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다고! 제임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일곱 사람 중 여섯 사람이 눈앞에 있다.
그들의 뜨거운 피가, 눈앞에서 들끓고 있다는 말이었다.
최강의 모기 진화자인 내 앞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진화자 일곱을 뽑으라면 당연히 이들을 가리킨다.
그들은 공통적인 한 가지 특성이 있었는데, 전설상 가장 강력한 존재들로 진화했다는 것.
나처럼 별 볼 것 없는 모기나 파리, 심지어 바퀴벌레 같은 특성으로 진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용이나 주작, 백호 같은 특성을 가진 진화자도 있었다.
바로 그들이 현재 대한민국을 이끄는 칠주, 즉 일곱 개의 기둥이라 불리는 최강 진화자였다.
그중에서 용은 최상위권 진화 특성이었다.
전투면 전투, 지력이면 지력...
모든 것이 최상위권이었기 때문이었다.
맷집은 강력한데 지력은 최하위인 현무나 공격력에서는 용 특성을 살짝 앞서는데, 체력이 낮은 주작 같은 특성에 비해 용 특성은 모든 수치가 완벽한 육각형에 가까웠으니까.
그래서, 용족으로 진화한 진화자는 만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는 것이고.
“반갑군요. 오재준입니다.”
“...”
그런데 그 칠주의 수장, 오재준이 눈앞에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최강의 S급 진화자이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인기 유튜버.
성준이와 헤어진 나는 박회장의 긴급 연락을 받았고, 쉴 틈도 없이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그는 매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말투를 쓰고 있었다.
사람이 담백하다고 해야 할까?
유튜브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른 오재준을 보자 뭔가 이질감이 들었다.
‘방송할 때와는 전혀 다르네.’
그의 인기 비법이기도 했겠지만, 오재준은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장면을 방송할 때면 손발이 오글거리는 멘트를 곧잘 치곤했다.
잘생긴 그의 외모와 더불어 그런 멘트를 들은 시청자들은 그 멘트에 소름이 잔뜩 돋곤 했는데, 실제 오재준은 매우 깔끔한 성격 같았다.
“오, 이 분이야? 성재 대신 들어오신 분이?”
그리고 그 옆에 엄청난 미인이 걸어오며 말했다.
나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다.
대한민국에서 그녀를 모른다면 간첩이었으니까.
‘진성연...!’
대한민국 최고의 미모를 지닌 가수이자, 불사조로 진화한 최강자.
국내 제일의 여성을 뽑으라면 진성연이 단연 원탑일 정도로 외모면 외모, 힘이면 힘...
모든 것을 다 갖춘 최고의 진화자였다.
“어, 왔어? 성재가 다쳐서 어떻게 하나 했더니 대성 그룹 회장님이 꽤 유능한 인재를 추천해주셨더라고. 이번에 봤지? 회장님 손녀 구해냈던 그분이야.”
오재준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고, 진성연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모기로 진화했다는 분이네? 안 그래도 정말 궁금했어요. 모기 특성을 가진 진화자가 그렇듯 활약하는 건 처음 봐서...성재가 나가고 안 그래도 좀 허전했는데 잘 부탁해요!”
진성연이 다가와 척- 하고 손을 내밀었다.
세상에.
오재준도 모자라 진성연까지!
“어서요.”
내가 잠시 당황하자, 진성연이 재촉했다.
‘그래! 어차피 이제 한 팀! 내가 꿀릴 건 없지.’
마음을 정한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 손을 맞잡았다.
“반갑습니다. 김준수라고 합니다.”
진성연이 미소를 지었다.
그냥 바라만 봐도 뇌쇄적인 미소.
“으휴, 너는 불사조가 아니라 불여우가 아닌가 싶다. 준수씨, 성재 대신 잘 부탁드립니다. 이 녀석이 가끔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잦아서...하하!”
윤성재.
진성연을 보좌하던 예비 헌터였다.
예비 헌터라고 해서 절대 실력으로 무시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대부분 C급 최상위부터 B급 최상위로 이뤄져 있었으니..
당연한 얘기였다.
게이트 안에서 S급에서 A급들을 보좌하며 생존하려면 전투 능력, 지력, 생존센스 등 모든 것이 최상위권이어야 가능했으니까.
윤성재 역시 칠주에 비하면 그 유명세가 낮아서 그렇지,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던 헌터였다.
그래서 여성 최강자인 진성연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고.
지금 그 역할을 내가 대신 맡게 된 것이다.
“홀리지 마세요. 이 녀석, 저도 모르게 자꾸 끼를 부리고 다닌다니까요?”
오재준이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호호! 오빠도 참! 엉뚱한 소리 하면 다들 오해해!”
“으휴, 됐다! 그건 그렇고 다른 멤버들은?”
“응, 지금 온댔는데 뭐 거의 도착할 때 됐을 거야.”
오재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준수씨. 환영 파티라도 근사하게 열어드리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시간이 얼마 없어서 미안합니다. 바로 훈련에 투입되어야 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미 김 비서를 통해 전달받은 내용이다.
게이트 토벌전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으니 바로 훈련에 투입될 것이라 그는 말했고, 이미 훈련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다.
역시 빈틈이 없다고 해야 할까.
대기업의 철저한 일 처리에 혀를 내두를 무렵, 나는 국가에서 마련한 비밀 트레이닝 센터에 오게 되었고 오재준과 진성연을 만나게 된 것이다.
마음의 각오는 이미 되어 있다는 뜻.
“네, 괜찮습니다!”
오재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미 몇 달간 호흡을 맞춰와서 준수씨에게는 좀 버거울 수도 있어요. 그 때는 꼭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훈련 스케쥴 자체를 변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배려해드리겠습니다.”
“네.”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 어차피 준수씨랑 나랑 호흡을 맞춰야 되니까. 알았죠?”
진성연도 옆에서 거들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든든하게 등을 맡길 수 있는 최강의 여전사의 느낌이 풀풀 나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자신의 힘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겠지.
“어, 마침 저기 오네! 경수, 재민이! 어서 와라! 혜주도 어서 오고!”
오재준이 반갑게 손을 흔드는 곳에는 여럿 진화자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었다.
그곳에는 칠주라 불리는 최강자들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걸어오고 있었으니까.
‘최경수, 황재민...오혜주!’
내로라하는 진화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있는 것이다.
“와우, 김준수씨 아닙니까! 크크, 내가 저분 기사 보고 너무 설렜다니까? 세상에 모기 진화자가 그렇게 대단한 활약을 하다니, 이거 심장이 벌렁거려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산만한 덩치의 최경수가 나를 보며 반색했다.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나를 보더니 마치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오더니 덥석 안았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행동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브라더! 브라더는 이제부터 제가 지킵니다! 아셨습니까? 그러니까 걱정 마시란 얘깁니다, 하하!”
최경수의 원래 직업은 힙합 가수.
그중에서 랩을 담당했었다.
사실 유명하지 않은 그룹 출신이라 ‘현무’ 특성을 가진 진화자로서의 최경수로서 더욱더 잘 알려져 있었지만.
하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진 그는 인성 좋고, 붙임성 좋은 것으로 유명했다.
“야. 니 자식이 그렇게 안으면 준수씨 죽어. 안 보여? 벌써 얼굴 새파래진 거.”
옆에 있던 오혜주가 눈을 흘기면서 면박을 주었다.
오혜주야말로 ‘불여우’의 진화자.
구미호의 화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강력한 힘을 지닌 진화자였다.
“어우, 미안합니다! 브라더! 너무 반가워서! 하하!”
최경수는 그제야 화들짝 품에서 나를 떼어놓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키가 이미터에 가깝고, 몸무게 또한 상당한 수준의 그가 웃자 곰 한 마리가 먹잇감을 두고 기뻐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 옆에는 말없이 서 있는 훤칠한 사내가 있었다.
황재민이었다.
‘백호...’
그는 호랑이로서의 진화를 겪은 진화자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는 백호로 진화를 했다.
그래서 당당히 칠주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이고.
“우와, 이 아저씨 디게 신기하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이 비밀 트레이닝 센터에 아이의 목소리라니...!
사정을 몰랐으면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었겠지만 이 아이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는 그렇지 않았다.
‘작은 용, 조은서.’
오재준과 같은 용족으로 진화한 아이.
올해 초등학교 오학년인 조은서는 내 아래서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용족이지만 오재준과 다른 점은, 오재준의 용족 특성은 ‘전투(戰鬪)’에 극대화되어 있다면 조은서의 특성은 ‘강화(强化)’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는 것.
그것은 그녀의 나이 때문이기도 했지만, 인간의 운명에 관여하여 화복을 주관한다는 용의 특성이 극대화된 결과이기도 했다.
즉, 오재준은 전투의 용, 조은서는 조화의 용.
게임으로 따지면 그녀는 강화사라 볼 수 있었다.
온갖 버프와 축복으로 파티를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지원가.
그것이 바로 조은서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당당하게 칠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예비 헌터들은 이미 사냥터에 가서 세팅 중이야.”
칠중 중 여섯 명이 이곳에 모였다.
나머지 한 명은 규정상 여섯 명만 참가 가능한 토벌전의 특성 때문에 빠져 있는 상태. 그래서 지금 여기 서 있는 여섯 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화자라 볼 수 있었다.
“자, 출발해 볼까요? 챙길 거 다 챙겼지?”
“응, 오빠!”
“네, 삼촌!”
오재준의 말에 일행이 대답했다.
오재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크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여섯 기둥이여! 호국의 일념으로...”
“그냥 가지?”
유튜브와 똑같이 멘트를 치던 오재준은 황재민의 싸늘한 한 마디에 헛기침을 하더니 피식 웃었다.
“예이, 백호 나리! 자, 갑시다! 열심히 훈련하고 우리 밥도 맛있게 먹어보자고!”
“오케이!”
“좋지이!”
다른 칠주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사이, 진성연이 다가왔다.
“우리도 갈까요?”
진성연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파트너?”
파트너.
그녀와 나는 한 팀.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났다.
그리고...
‘제임스. 행복하지 않냐?’
내 소중한 모기, 제임스에게 나는 말을 걸었다.
이 떨리는, 이 감격스러운 장면을 어찌 혼자 만끽하겠는가?
‘우리 앞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다고! 제임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일곱 사람 중 여섯 사람이 눈앞에 있다.
그들의 뜨거운 피가, 눈앞에서 들끓고 있다는 말이었다.
최강의 모기 진화자인 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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