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조회 : 1,060 추천 : 0 글자수 : 5,007 자 2022-10-09
진수성찬은 육주에게 그친 게 아니었다.
당연히 그들을 보조하는 예비 헌터들도 있었으니까.
“충성! 오셨습니까! 아,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현역 특수전사령부 상사 출신인 김민준이 경례를 붙이며 반색을 했다.
그의 사수는 앙증맞은 꼬맹이, 조은서.
은서는 김민준의 경례에 난처한 듯 머리를 긁었다.
“삼촌! 나한테 왜 자꾸 충성한다고 그래요! 부끄럽게.”
조카뻘인 조은서를 보며 김민준이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충성을 안 할 수 있겠어! 오늘은 밥 잘 먹고 온 거야?”
조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삼촌은요? 밥 먹었어요?”
김민준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조은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삼촌도 밥 많이 먹고 왔지! 우리 은서, 어머니가 걱정 많이 하시더라! 훈련도 힘든데 밥 잘 안 먹는다고. 엄마 속상하게 하게 하고 싶지 않지? 그러니까 은서도 밥 많이 챙겨 먹자! 알았지?”
조은서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체념한 듯 한숨을 폭 내쉬었다.
“알았어요! 시어머니 삼촌!”
“뭐? 하하하!”
조은서의 말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한참 흥겨운 분위기가 지나가고 오재준이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전략 회의 시작해볼까요?”
그 말에 방금까지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잡혔다.
그 누구의 얼굴에도 웃음기는 남아 있지 않았고, 형형하게 빛나는 두 눈은 마치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가장 어린 조은서 역시 얼굴 가득 진지함이 감돌고 있었으니...
오재준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 정해진 대진표에 의하면...일차 적국은 일본입니다. 공교롭게도 최강 전력을 지니고 있다는 나라 중 하나인 일본과 예선에서 맞붙게 됐다는 얘기죠.”
“일본이라...한일전도 오랜만이군요.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고 말입니다.”
김민준이 나직하게 말했다.
현역 군인 출신인 그는 매우 날카로운 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재준을 비롯한 다른 각성자들의 표정도 그와 비슷했다.
일본과의 대결은 유구한 한반도의 역사에서 수도 없이 벌어져 왔다.
그리고 양측은 서로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그 갈등이 더욱 심화되었는데 이번 토벌전에서는 대한민국이 매우 불리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한 사내의 존재 때문이었다.
“유우신이 존재하는 이상 쉽지 않은 싸움일 수밖에. 하아, 나오미, 그 여자랑 언젠가는 결판을 내야 할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기회가 너무 빨리 와 버렸는데?”
진성연이 한숨이 토해내며 말했다.
‘유우신...’
나도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우리나라에 오재준이 있다면, 일본에는 유우신이 있었다.
그의 진화 특성은 뱀(蛇).
그것도 그냥 뱀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달리 용이라고도 불리는 야마타노오로치(八岐大蛇)라 불리는 큰 뱀이었다. 여덟 개의 머리와 여덟 개의 꼬리를 가졌다는 거대한 용, 혹은 뱀.
그냥 용의 특성을 가진 오재준과 특별한 이름이 붙은 용의 특성을 개화한 유우신은 당연히 실력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같은 회사 대표라 하더라도 세계 최고 기업인 툰트라의 대표 조네스와 국내 기업 회장과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
그래서 유우신의 존재 하나로 현재 일본은 최강 전력을 갖춘 팀으로 알려져 있었다. 문제는 강자가 유우신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
진성연이 말한 나오미도 한 술 더 뜨는 존재였다.
나오미의 특성은 공교롭게도 진성연과 비슷한 불사의 요오(妖烏).
죽지 않는 간악한 까마귀라는 뜻.
즉, 까마귀 특성의 진화자였는데 불사조와 요오의 라이벌 관계는 유명했다.
저번 토벌전에서도 둘은 엄청난 신경전을 벌였었고, 결국 무승부로 끝나긴 했지만 그 구도는 지금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진성연 쪽은 호승심이 더욱 더 불타오르고 있는 듯한 모습.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일본 쪽에는 최강자 중의 최강자, 유우신이 등장한 상황...
“이왕 꺾을 거면, 우리 손으로 꺾어 주는 게 맞지. 안 그래요, 여러분들? 일본과 대한민국의 한판 승부, 이거 너무 짜릿하잖아!”
최경수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외쳤다.
일행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유우신의 존재가 많이 걸리는 것이겠지.
“일본 대표팀에 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래서 더 해답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할 수 있지. 너무 강력하니, 파훼법이 없다고 해야 할까? 강한 줄 알면서도 당해야 하는 입장이니...”
김민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우신의 특성에, 에이타, 히로토의 지원 사격...거기다 나오미와 미즈키, 키코의 노련한 사이드 어택은 최강자라 불리는 미국과 러시아도 고전한다고 하는 패턴이죠. 거기다 이번에 충원된 예비 헌터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다이키...이 사람은 ‘거머리’ 특성을 개화해서 매우 까다로운 존재라고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자 나는 바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거머리? 피를 빤다고?’
뭐야? 그럼 모기처럼 피를 빨아서 자신의 특성으로 만든다는 건가?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사이, 김민준의 말이 이어졌다.
“그가 가진 거머리의 특성 중 하나인 ‘착혈(搾血)’에 걸리면 바로 체력이 급속도로 소진된다 합니다. 거기다 거머리독에 걸리면 능력치 저하에 걸리기도 하고...하여튼 골치 아픈 능력을 가진 자입니다.”
아, 그런 거였나?
모기처럼 뭔가 DNA를 복사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피를 빨아내어 빈사상태로 만드고, 독을 주입하여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1차적인 진화 특성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듣고 보니 상대하기가 영 껄끄러울 것 같지 않았다.
“흠...유우신의 강력한 공격 스타일에 후방 지원이 그런 식으로 이뤄진다면 정말 골치가 아프겠군. 그렇다고 예비 헌터 하나를 무력화하기 위해 이쪽의 전력을 투입하기도 곤란하고.”
오재준의 말에 김민준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전략팀에서 계속 각국에 대한 모니터링 및 분석을 계속해 왔는데, 가장 답이 안 나오는 팀 중에 하나가 일본입니다. 이쪽에서 유우신을 봉쇄하는데 두 명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나오미, 미즈키, 키코 삼인조의 사이드 어택을 받아낼 여력이 없어집니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김민준의 말이 이어졌다.
“더욱 문제는 삼인조는 메인 헌터가 아니라 거의 백 퍼센트 예비 헌터들을 노릴 겁니다. 그쪽 편이, 쉽게 힘 안 들이고 적의 전력을 반 이상 날려 버릴 수 있는 최고의 묘수니까요.”
나오미, 미즈키, 키코로 이뤄진 삼인방은 유명하다.
세 마리의 독거미라고 이름 붙여진 세 명의 합격술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니까.
물론 각자 진화한 특성은 거미와 상관은 없지만, 그들의 독한 성정과 공격 스타일은 독거미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이었다.
거미의 은밀함, 끈질김, 집착...
모든 것을 갖춘 세 사람의 움직임은 순식간에 상대를 옭아매고 무너뜨린다.
거기에 당한 상대들은 늘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악랄한 공격으로 유명한 세 사람이었다.
오재준이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 그건 우리도 꾸준히 얘기했던 거잖아. 예비 헌터들이 쓸려 버리면 모든 것이 끝장이야. 독거미들은 어설프게 공격해 오진 않을 테니까.”
“네. 그래서 경수를 예비 헌터 쪽으로 돌릴까도 생각했습니다만...그것도 애매한 것이...”
오재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되면 메인 헌터들이 위험하다 이거지.”
김민준이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어느 쪽이든 승산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약간의 확률의 차이일 뿐...어느 쪽이든 매우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거 참...”
오재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간신히 일본을 이긴다 해도 피해가 너무 클 거고...그 다음 조와의 싸움에서는 거의 질 수밖에 없겠지. 외통수네.”
차라리 유우신만 강하다면 그를 견제하면서 상황을 풀어나가겠지만, 지금 상황은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유우신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멤버들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하니...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포기할 거면 차라리 지금 포기해. 그때 가서 추한 꼴 보이지 말고.”
진성연이었다.
“나는 나오미 하나는 반드시 잡아낼 거야. 재준 오빠, 오빠는 어때?”
오재준이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
“알면서 뭘 물어봐?”
그의 표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가짜 용은 진짜 용을 이길 수 없는 법. 한 마리의 용만이 진정한 하늘의...”
“나도 찬성.”
오재준의 말이 이어지기 전에, 한재민이 치고 들어왔다.
오재준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말을 이었다.
“사슴한테는 나도 한 방 돌려줘야 할 게 있으니까.”
사슴.
그러니까 사슴 특성으로 진화한 에이타를 가리키는 것이다.
한재민과 에이타의 혈투는 너무도 유명한 것.
당시 백호와 사슴의 결투라고 널리 알려졌던 싸움이었는데, 예상외로 둘은 초혈전을 벌였고, 결국 사슴이 백호의 발톱을 부러뜨리면서 한재민이 패배했던 싸움이었다. 그러니 그도 그때 찢겼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겠지.
오재준이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 답은 정해졌네! 빠질 사람? 없지? 그럼 훈련이나 해보자고! 자, 김 코치! 그래서 전략은 뭐야?”
김민준은 이 팀의 전략담당관이었다.
상대의 전략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임무.
“대응 전략은...”
김민준의 말이 이어졌지만, 나는 이미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오재준의 말 한 마디가 귀에 울렸기 때문이었다.
‘용 한 마리만 하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지. 오재준.’
유우신은 물론 매우 강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이쪽에, 물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잠룡(潛龍)이 숨어 있다는 것을.
뭐, 풀숲에 엎드려 있는 복호(伏虎)라고 불러도 좋고.
‘제임스! 보여줘 봐. 네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을!’
위이잉-
제임스가 눈앞에 천천히 떠올랐다.
[배속 모기 제임스가 피의 냄새를 맡습니다]
[목표물을 감지합니다]
...
그리고 제임스가 움직였다.
모기의 빨대가, 당당하게 솟구쳐 있었다.
당연히 그들을 보조하는 예비 헌터들도 있었으니까.
“충성! 오셨습니까! 아,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현역 특수전사령부 상사 출신인 김민준이 경례를 붙이며 반색을 했다.
그의 사수는 앙증맞은 꼬맹이, 조은서.
은서는 김민준의 경례에 난처한 듯 머리를 긁었다.
“삼촌! 나한테 왜 자꾸 충성한다고 그래요! 부끄럽게.”
조카뻘인 조은서를 보며 김민준이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충성을 안 할 수 있겠어! 오늘은 밥 잘 먹고 온 거야?”
조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삼촌은요? 밥 먹었어요?”
김민준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조은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삼촌도 밥 많이 먹고 왔지! 우리 은서, 어머니가 걱정 많이 하시더라! 훈련도 힘든데 밥 잘 안 먹는다고. 엄마 속상하게 하게 하고 싶지 않지? 그러니까 은서도 밥 많이 챙겨 먹자! 알았지?”
조은서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체념한 듯 한숨을 폭 내쉬었다.
“알았어요! 시어머니 삼촌!”
“뭐? 하하하!”
조은서의 말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한참 흥겨운 분위기가 지나가고 오재준이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전략 회의 시작해볼까요?”
그 말에 방금까지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잡혔다.
그 누구의 얼굴에도 웃음기는 남아 있지 않았고, 형형하게 빛나는 두 눈은 마치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가장 어린 조은서 역시 얼굴 가득 진지함이 감돌고 있었으니...
오재준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 정해진 대진표에 의하면...일차 적국은 일본입니다. 공교롭게도 최강 전력을 지니고 있다는 나라 중 하나인 일본과 예선에서 맞붙게 됐다는 얘기죠.”
“일본이라...한일전도 오랜만이군요.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고 말입니다.”
김민준이 나직하게 말했다.
현역 군인 출신인 그는 매우 날카로운 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재준을 비롯한 다른 각성자들의 표정도 그와 비슷했다.
일본과의 대결은 유구한 한반도의 역사에서 수도 없이 벌어져 왔다.
그리고 양측은 서로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그 갈등이 더욱 심화되었는데 이번 토벌전에서는 대한민국이 매우 불리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한 사내의 존재 때문이었다.
“유우신이 존재하는 이상 쉽지 않은 싸움일 수밖에. 하아, 나오미, 그 여자랑 언젠가는 결판을 내야 할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기회가 너무 빨리 와 버렸는데?”
진성연이 한숨이 토해내며 말했다.
‘유우신...’
나도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우리나라에 오재준이 있다면, 일본에는 유우신이 있었다.
그의 진화 특성은 뱀(蛇).
그것도 그냥 뱀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달리 용이라고도 불리는 야마타노오로치(八岐大蛇)라 불리는 큰 뱀이었다. 여덟 개의 머리와 여덟 개의 꼬리를 가졌다는 거대한 용, 혹은 뱀.
그냥 용의 특성을 가진 오재준과 특별한 이름이 붙은 용의 특성을 개화한 유우신은 당연히 실력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같은 회사 대표라 하더라도 세계 최고 기업인 툰트라의 대표 조네스와 국내 기업 회장과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
그래서 유우신의 존재 하나로 현재 일본은 최강 전력을 갖춘 팀으로 알려져 있었다. 문제는 강자가 유우신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
진성연이 말한 나오미도 한 술 더 뜨는 존재였다.
나오미의 특성은 공교롭게도 진성연과 비슷한 불사의 요오(妖烏).
죽지 않는 간악한 까마귀라는 뜻.
즉, 까마귀 특성의 진화자였는데 불사조와 요오의 라이벌 관계는 유명했다.
저번 토벌전에서도 둘은 엄청난 신경전을 벌였었고, 결국 무승부로 끝나긴 했지만 그 구도는 지금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진성연 쪽은 호승심이 더욱 더 불타오르고 있는 듯한 모습.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일본 쪽에는 최강자 중의 최강자, 유우신이 등장한 상황...
“이왕 꺾을 거면, 우리 손으로 꺾어 주는 게 맞지. 안 그래요, 여러분들? 일본과 대한민국의 한판 승부, 이거 너무 짜릿하잖아!”
최경수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외쳤다.
일행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유우신의 존재가 많이 걸리는 것이겠지.
“일본 대표팀에 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래서 더 해답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할 수 있지. 너무 강력하니, 파훼법이 없다고 해야 할까? 강한 줄 알면서도 당해야 하는 입장이니...”
김민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우신의 특성에, 에이타, 히로토의 지원 사격...거기다 나오미와 미즈키, 키코의 노련한 사이드 어택은 최강자라 불리는 미국과 러시아도 고전한다고 하는 패턴이죠. 거기다 이번에 충원된 예비 헌터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다이키...이 사람은 ‘거머리’ 특성을 개화해서 매우 까다로운 존재라고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자 나는 바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거머리? 피를 빤다고?’
뭐야? 그럼 모기처럼 피를 빨아서 자신의 특성으로 만든다는 건가?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사이, 김민준의 말이 이어졌다.
“그가 가진 거머리의 특성 중 하나인 ‘착혈(搾血)’에 걸리면 바로 체력이 급속도로 소진된다 합니다. 거기다 거머리독에 걸리면 능력치 저하에 걸리기도 하고...하여튼 골치 아픈 능력을 가진 자입니다.”
아, 그런 거였나?
모기처럼 뭔가 DNA를 복사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피를 빨아내어 빈사상태로 만드고, 독을 주입하여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1차적인 진화 특성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듣고 보니 상대하기가 영 껄끄러울 것 같지 않았다.
“흠...유우신의 강력한 공격 스타일에 후방 지원이 그런 식으로 이뤄진다면 정말 골치가 아프겠군. 그렇다고 예비 헌터 하나를 무력화하기 위해 이쪽의 전력을 투입하기도 곤란하고.”
오재준의 말에 김민준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전략팀에서 계속 각국에 대한 모니터링 및 분석을 계속해 왔는데, 가장 답이 안 나오는 팀 중에 하나가 일본입니다. 이쪽에서 유우신을 봉쇄하는데 두 명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나오미, 미즈키, 키코 삼인조의 사이드 어택을 받아낼 여력이 없어집니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김민준의 말이 이어졌다.
“더욱 문제는 삼인조는 메인 헌터가 아니라 거의 백 퍼센트 예비 헌터들을 노릴 겁니다. 그쪽 편이, 쉽게 힘 안 들이고 적의 전력을 반 이상 날려 버릴 수 있는 최고의 묘수니까요.”
나오미, 미즈키, 키코로 이뤄진 삼인방은 유명하다.
세 마리의 독거미라고 이름 붙여진 세 명의 합격술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니까.
물론 각자 진화한 특성은 거미와 상관은 없지만, 그들의 독한 성정과 공격 스타일은 독거미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이었다.
거미의 은밀함, 끈질김, 집착...
모든 것을 갖춘 세 사람의 움직임은 순식간에 상대를 옭아매고 무너뜨린다.
거기에 당한 상대들은 늘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악랄한 공격으로 유명한 세 사람이었다.
오재준이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 그건 우리도 꾸준히 얘기했던 거잖아. 예비 헌터들이 쓸려 버리면 모든 것이 끝장이야. 독거미들은 어설프게 공격해 오진 않을 테니까.”
“네. 그래서 경수를 예비 헌터 쪽으로 돌릴까도 생각했습니다만...그것도 애매한 것이...”
오재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되면 메인 헌터들이 위험하다 이거지.”
김민준이 굳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어느 쪽이든 승산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약간의 확률의 차이일 뿐...어느 쪽이든 매우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거 참...”
오재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간신히 일본을 이긴다 해도 피해가 너무 클 거고...그 다음 조와의 싸움에서는 거의 질 수밖에 없겠지. 외통수네.”
차라리 유우신만 강하다면 그를 견제하면서 상황을 풀어나가겠지만, 지금 상황은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유우신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멤버들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하니...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포기할 거면 차라리 지금 포기해. 그때 가서 추한 꼴 보이지 말고.”
진성연이었다.
“나는 나오미 하나는 반드시 잡아낼 거야. 재준 오빠, 오빠는 어때?”
오재준이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
“알면서 뭘 물어봐?”
그의 표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가짜 용은 진짜 용을 이길 수 없는 법. 한 마리의 용만이 진정한 하늘의...”
“나도 찬성.”
오재준의 말이 이어지기 전에, 한재민이 치고 들어왔다.
오재준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말을 이었다.
“사슴한테는 나도 한 방 돌려줘야 할 게 있으니까.”
사슴.
그러니까 사슴 특성으로 진화한 에이타를 가리키는 것이다.
한재민과 에이타의 혈투는 너무도 유명한 것.
당시 백호와 사슴의 결투라고 널리 알려졌던 싸움이었는데, 예상외로 둘은 초혈전을 벌였고, 결국 사슴이 백호의 발톱을 부러뜨리면서 한재민이 패배했던 싸움이었다. 그러니 그도 그때 찢겼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겠지.
오재준이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 답은 정해졌네! 빠질 사람? 없지? 그럼 훈련이나 해보자고! 자, 김 코치! 그래서 전략은 뭐야?”
김민준은 이 팀의 전략담당관이었다.
상대의 전략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임무.
“대응 전략은...”
김민준의 말이 이어졌지만, 나는 이미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오재준의 말 한 마디가 귀에 울렸기 때문이었다.
‘용 한 마리만 하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지. 오재준.’
유우신은 물론 매우 강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이쪽에, 물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잠룡(潛龍)이 숨어 있다는 것을.
뭐, 풀숲에 엎드려 있는 복호(伏虎)라고 불러도 좋고.
‘제임스! 보여줘 봐. 네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을!’
위이잉-
제임스가 눈앞에 천천히 떠올랐다.
[배속 모기 제임스가 피의 냄새를 맡습니다]
[목표물을 감지합니다]
...
그리고 제임스가 움직였다.
모기의 빨대가, 당당하게 솟구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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