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조회 : 1,051 추천 : 0 글자수 : 4,644 자 2022-09-30
재미있는 일이다.
나는 박지혜를 흘끗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나는 그녀를 잘 알고 있다.
태성 그룹의 상속녀, 박지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바깥세상에서는 고상하고 우아한, 그러면서 알고 보면 소탈한 그녀에 대한 동경을 가진 사람이 무수하게 많다.
그녀가 직접 운영하는 너튜브의 구독자는 이미 오백만 명을 넘겼고, 아웃스타 같은 SNS 계정에서도 그녀는 유명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만큼 재벌의 손녀답지 않은 싹싹함과 소탈함이 돋보이는 그녀는 국민 여동생으로까지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까마귀...’
그녀는 까마귀로 진화했는데, 그 능력이 매우 특이했다.
[돈벼락 : 돈이 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이거였구나! 갑자기 요새 경영에 두각을 드러냈던 이유가!’
사실 박지혜의 너튜브가 급격하게 성장했다거나 아웃스타가 순식간에 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재계 서열 20위권에 들어가는 태성 그룹에서도 경영 능력에 대해서 극찬을 받은 것도.
‘이거 때문이었어!’
그녀의 재능과 환경이 갖춰지니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생긴 것이다.
정말 욕심이 나는 재능!
사냥과는 거리가 멀 수는 있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최고의 재능!
[제임스의 흡혈 기회가 1회 충전되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능력은 증명이 되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당신의 작은 분신, 제임스가 유전자 흡혈에 성공했습니다!]
[까마귀의 유전자 정보를 토대로 진화합니다]
[특수능력 ‘돈벼락’이 개방되었습니다]
‘됐어!’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투나 생존에 관련된 능력은 아닐지라도...
‘어?’
아니, 전투나 생존에 관련된 능력이...
‘뭐야, 이거!’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돈벼락은 돈이 되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해서 단순히 경영에 관한 능력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돈벼락의 능력이 발동되었습니다]
[게이트 안에 숨겨진 히든 아티팩트를 발견했습니다]
[발견된 히든 아티팩트 수 : 2]
[돈벼락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발견할 수 있는 아이템의 양이 증가합니다]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반지나 보석을 물어다가 자신의 둥지에 갖다 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특성에서 파생된 능력이 바로 돈벼락.
그런데 그것이 게이트 안에 숨겨진 히든 아티팩트까지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나는 돈벼락으로 파악한 히든 아티팩트가 발견된 쪽을 바라보았다.
멀리, 그리고 가깝게 뭔가 반짝이는 광채가 두 개 보였다.
게이트 사냥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저, 준수씨! 날이 밝아지고 있어요!”
그때 박지혜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게이트 이클립스가 드디어 끝나가고 있었다.
끝이 없을 줄 알았던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고, 빛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봐요, 준수씨! 자기 멋대로 다니면 어떻게 합니까!”
그런데 누군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이재호가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일행들도 피투성이에, 흙투성이로 꽤나 지쳐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아마 이클립스가 진행되면서 고생이 심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재호가 나를 보며 큰소리치는 모습은 너무 애처로웠다.
“저를 찾긴 했고요?”
내 말에 이재호가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아니, 성준씨가 하도 부탁해서 데리고 온 건데 이렇게 민폐를 끼치면...”
그는 나를 보며 말하다 말고, 내 옆에 있던 박지혜를 보고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어...? 박지혜씨?”
“어머, 맞아! 지혜님이야! 이게 무슨 일이야!”
“오, 진짜네? 대성 그룹의 후계자가 여긴 왜...아! 설마 다른 쪽 게이트에 있었던 겁니까?”
일행은 박지혜를 보고 흥분한 얼굴이 되었다.
대형 유튜버이자,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
거기다 재벌가 손녀.
요새 떠오르는 스타가 있다면 바로 박지혜니, 놈들의 반응도 당연한 것이었다.
“아, 이제 보니 지혜님이 준수씨를 구해서 데리고 다니셨던 구나! 어쩐지...우리도 이렇게 엉망이 되어 있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을 리가 없지!”
“그러고 보니 그러네! 지혜씨가 준수씨 때문에 고생 많았습니다!”
일행들의 말에 박지혜가 안절부절못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준수씨...”
나는 그녀를 보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뭐, 지혜씨 덕분에 저도 외롭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은수는 왜 아직 안 보이지? 설마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성미리가 잔뜩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은수? 혹시 주은수를 말하는 건가?’
주은수.
일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나를 끝까지 챙기려 했던 녀석.
그 녀석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은수가 아직 안 돌아왔습니까?”
이재호가 나를 흘끗 보더니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만 아니었어도 이곳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고, 은수가 사라지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러게 말이야, 오빠. 돈도 좋지만 나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재수가 없으려니...쯧쯧! 야, 그냥 우리 똥 밟았다고 생각하자. 아니, 재호야! 그럴 게 아니고 나가서 추가금 요구해야 되는 거 아니냐? 우리 다 죽을 뻔 했는데.”
성준국도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나는 놈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주은수가 사라졌다...!’
그녀의 진화 종족은 카멜레온.
은신이 능력인지라 생존력은 가장 뛰어나겠지만, 그래도 모른다.
어린 나이의 그녀가 긴 어둠 속에서 생존할 수 있었을까?
“은수가 가장 마지막으로 보였던 곳이 어딥니까?”
내 말에 성준국이 고개를 흔들더니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나섰다.
“알아서 뭐할 겁니까, 김준수씨? 댁은 가만히 계시기나 하십쇼. 시펄, 지 때문에 죽을 뻔 한 건 모르고. 주제 넘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때, 박지혜가 화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성준국이 순간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아니, 당신들이 뭔데 준수 오빠한테 뭐라고 하는 거예요!”
“지혜씨...지금 무슨...”
“왜 그래요, 지혜님? 갑자기 혼자 급발진하시네? 되게 호감이었는데 갑자기 비호감으로 변하려고 그래.”
성미리가 표독하게 쏘아붙였고, 성준국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박지혜를 노려보았다.
박지혜도 그에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가 앞으로 나서며 뭐라고 하려는 찰나,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혜야.”
그리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이재호 일행이 경악한 얼굴이 되었다.
“김성규...! 당신이 왜 여기에!”
“아니...저 사람은 이소희! 태백 길드에서도 알아주는 진화자잖아!”
“꺄악! 뭐야! 안철민 오빠...!”
박지혜를 감싸듯 나타난 네 명.
그들을 보더니, 박지혜가 눈물이 그렁한 얼굴이 되었다.
“오빠! 언니!”
“무슨 일이야, 지혜야? 저분들은 누구고.”
이소희가 부드럽게 물었고, 박지혜는 이재호 일행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상한 사람들이야! 이 오빠가 나를 구해줬는데, 보자마자 재수 없다느니, 똥 밟았다느니 욕만 했어!”
“아니, 지혜씨! 우리가 언제 그랬어요...? 그냥 해본 말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는 그저 김준수씨가 다칠까봐...”
성준국과 성미리가 손을 내저으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런 그들은 거들떠보지 않고 이소희와 그 일행이 내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지혜를 구해주셨다고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요.”
“김준수씨라고 하셨지요?”
“네.”
“저는 태백 길드 소속이자, 대성 그룹의 전략기획팀장 이소희입니다. 조만간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때, 갑자기 이소희의 전신에서 금빛 오러가 뿜어졌다.
[돈벼락의 능력이 발동되었습니다]
[대상 이소희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금전운이 87퍼센트로 측정되었습니다]
[총평 : 귀인입니다. 잡으십시오]
[돈벼락의 레벨이 오르면 더욱 세세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와, 돈벼락 이것도 대단하네!’
역시 괜히 재계의 신데렐라, 박지혜가 가진 능력이 아니었다.
사냥에도, 일상생활에도 상당한 효능을 발휘하는 능력.
“그런데 잠깐만, 지혜님! 뭔가 잘못 아신 거 아니세요? 김준수씨가 지혜님을 구했다고요?”
성미리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박지혜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확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하죠! 저는 준수 오빠 없었으면 절대 살 수 없었을 거예요.”
“아니, 그게 말이 안 되는데...? 김준수씨가 진화한 종족은...”
“모기죠! 우리 준수 오빠는, 모기로 진화한 남자에요!”
박지혜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 말에 이재호 일행은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네...맞죠. 김준수씨가 모기로 진화했는데 어떻게 박지혜씨를...”
“저, 중간에 끼어들어서 죄송한데 무슨 종족으로 진화했는지 중요할까요? 중요한 건 김준수씨 덕분에 지혜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겁니다. 무례한 언사는 삼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소희의 말에, 이재호 일행이 입을 꾹 닫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깊은 불신이 떠올라 있었다.
그런데 지금 중요한 것은 놈들이 나를 불신하고 말고 하는 일이 아니었다.
[혈액 정보 : 주은수]
[거리...]
제임스가 주은수의 혈액 정보를 가져왔다.
그녀와의 거리는 남동부로 5킬로미터 아래.
‘음...!’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몬스터들은 포악하기로 이름난 놈들...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구해야 했다.
“지혜야, 먼저 나가 있어. 나는 구하러 가야 할 사람이 있어서.”
이재호 일행으로는 어림도 없는 몬스터들의 리스트를 보며 나는 나직이 박지혜에게 일렀다.
“김준수씨, 어딜 갑니까?”
이재호의 말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은수 죽게 내버려 둘 겁니까?”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이 가 봐야...”
나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럼 당신들이 가면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이미 이곳은...”
이재호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당신들 따위가 상대할 수 있는 게이트가 아니란 말입니다.”
“준수 오빠!”
박지혜가 나를 불렀다.
내가 돌아보니, 그녀는 미소 지은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힘내요!”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이재호에게 말했다.
“성준이에게는 곧 나가겠다고 전달해 주십시오.”
채비를 마친 나는 그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신들도 어서 나가고요. 위험하니까.”
“저, 저, 저런...싸가지...!”
성미리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박지혜는 물론, 이소희까지 그녀를 노려보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고는 몸을 돌렸다.
주은수.
아직 그녀가 게이트 안에 있었다.
나는 박지혜를 흘끗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나는 그녀를 잘 알고 있다.
태성 그룹의 상속녀, 박지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바깥세상에서는 고상하고 우아한, 그러면서 알고 보면 소탈한 그녀에 대한 동경을 가진 사람이 무수하게 많다.
그녀가 직접 운영하는 너튜브의 구독자는 이미 오백만 명을 넘겼고, 아웃스타 같은 SNS 계정에서도 그녀는 유명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만큼 재벌의 손녀답지 않은 싹싹함과 소탈함이 돋보이는 그녀는 국민 여동생으로까지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까마귀...’
그녀는 까마귀로 진화했는데, 그 능력이 매우 특이했다.
[돈벼락 : 돈이 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이거였구나! 갑자기 요새 경영에 두각을 드러냈던 이유가!’
사실 박지혜의 너튜브가 급격하게 성장했다거나 아웃스타가 순식간에 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재계 서열 20위권에 들어가는 태성 그룹에서도 경영 능력에 대해서 극찬을 받은 것도.
‘이거 때문이었어!’
그녀의 재능과 환경이 갖춰지니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생긴 것이다.
정말 욕심이 나는 재능!
사냥과는 거리가 멀 수는 있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최고의 재능!
[제임스의 흡혈 기회가 1회 충전되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능력은 증명이 되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당신의 작은 분신, 제임스가 유전자 흡혈에 성공했습니다!]
[까마귀의 유전자 정보를 토대로 진화합니다]
[특수능력 ‘돈벼락’이 개방되었습니다]
‘됐어!’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투나 생존에 관련된 능력은 아닐지라도...
‘어?’
아니, 전투나 생존에 관련된 능력이...
‘뭐야, 이거!’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돈벼락은 돈이 되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해서 단순히 경영에 관한 능력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돈벼락의 능력이 발동되었습니다]
[게이트 안에 숨겨진 히든 아티팩트를 발견했습니다]
[발견된 히든 아티팩트 수 : 2]
[돈벼락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발견할 수 있는 아이템의 양이 증가합니다]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반지나 보석을 물어다가 자신의 둥지에 갖다 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특성에서 파생된 능력이 바로 돈벼락.
그런데 그것이 게이트 안에 숨겨진 히든 아티팩트까지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나는 돈벼락으로 파악한 히든 아티팩트가 발견된 쪽을 바라보았다.
멀리, 그리고 가깝게 뭔가 반짝이는 광채가 두 개 보였다.
게이트 사냥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저, 준수씨! 날이 밝아지고 있어요!”
그때 박지혜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게이트 이클립스가 드디어 끝나가고 있었다.
끝이 없을 줄 알았던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고, 빛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봐요, 준수씨! 자기 멋대로 다니면 어떻게 합니까!”
그런데 누군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이재호가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일행들도 피투성이에, 흙투성이로 꽤나 지쳐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아마 이클립스가 진행되면서 고생이 심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재호가 나를 보며 큰소리치는 모습은 너무 애처로웠다.
“저를 찾긴 했고요?”
내 말에 이재호가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아니, 성준씨가 하도 부탁해서 데리고 온 건데 이렇게 민폐를 끼치면...”
그는 나를 보며 말하다 말고, 내 옆에 있던 박지혜를 보고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어...? 박지혜씨?”
“어머, 맞아! 지혜님이야! 이게 무슨 일이야!”
“오, 진짜네? 대성 그룹의 후계자가 여긴 왜...아! 설마 다른 쪽 게이트에 있었던 겁니까?”
일행은 박지혜를 보고 흥분한 얼굴이 되었다.
대형 유튜버이자,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
거기다 재벌가 손녀.
요새 떠오르는 스타가 있다면 바로 박지혜니, 놈들의 반응도 당연한 것이었다.
“아, 이제 보니 지혜님이 준수씨를 구해서 데리고 다니셨던 구나! 어쩐지...우리도 이렇게 엉망이 되어 있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을 리가 없지!”
“그러고 보니 그러네! 지혜씨가 준수씨 때문에 고생 많았습니다!”
일행들의 말에 박지혜가 안절부절못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준수씨...”
나는 그녀를 보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뭐, 지혜씨 덕분에 저도 외롭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은수는 왜 아직 안 보이지? 설마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성미리가 잔뜩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은수? 혹시 주은수를 말하는 건가?’
주은수.
일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나를 끝까지 챙기려 했던 녀석.
그 녀석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은수가 아직 안 돌아왔습니까?”
이재호가 나를 흘끗 보더니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만 아니었어도 이곳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고, 은수가 사라지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러게 말이야, 오빠. 돈도 좋지만 나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재수가 없으려니...쯧쯧! 야, 그냥 우리 똥 밟았다고 생각하자. 아니, 재호야! 그럴 게 아니고 나가서 추가금 요구해야 되는 거 아니냐? 우리 다 죽을 뻔 했는데.”
성준국도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나는 놈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주은수가 사라졌다...!’
그녀의 진화 종족은 카멜레온.
은신이 능력인지라 생존력은 가장 뛰어나겠지만, 그래도 모른다.
어린 나이의 그녀가 긴 어둠 속에서 생존할 수 있었을까?
“은수가 가장 마지막으로 보였던 곳이 어딥니까?”
내 말에 성준국이 고개를 흔들더니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나섰다.
“알아서 뭐할 겁니까, 김준수씨? 댁은 가만히 계시기나 하십쇼. 시펄, 지 때문에 죽을 뻔 한 건 모르고. 주제 넘게.”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때, 박지혜가 화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성준국이 순간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아니, 당신들이 뭔데 준수 오빠한테 뭐라고 하는 거예요!”
“지혜씨...지금 무슨...”
“왜 그래요, 지혜님? 갑자기 혼자 급발진하시네? 되게 호감이었는데 갑자기 비호감으로 변하려고 그래.”
성미리가 표독하게 쏘아붙였고, 성준국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박지혜를 노려보았다.
박지혜도 그에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가 앞으로 나서며 뭐라고 하려는 찰나,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혜야.”
그리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이재호 일행이 경악한 얼굴이 되었다.
“김성규...! 당신이 왜 여기에!”
“아니...저 사람은 이소희! 태백 길드에서도 알아주는 진화자잖아!”
“꺄악! 뭐야! 안철민 오빠...!”
박지혜를 감싸듯 나타난 네 명.
그들을 보더니, 박지혜가 눈물이 그렁한 얼굴이 되었다.
“오빠! 언니!”
“무슨 일이야, 지혜야? 저분들은 누구고.”
이소희가 부드럽게 물었고, 박지혜는 이재호 일행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상한 사람들이야! 이 오빠가 나를 구해줬는데, 보자마자 재수 없다느니, 똥 밟았다느니 욕만 했어!”
“아니, 지혜씨! 우리가 언제 그랬어요...? 그냥 해본 말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는 그저 김준수씨가 다칠까봐...”
성준국과 성미리가 손을 내저으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런 그들은 거들떠보지 않고 이소희와 그 일행이 내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지혜를 구해주셨다고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요.”
“김준수씨라고 하셨지요?”
“네.”
“저는 태백 길드 소속이자, 대성 그룹의 전략기획팀장 이소희입니다. 조만간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때, 갑자기 이소희의 전신에서 금빛 오러가 뿜어졌다.
[돈벼락의 능력이 발동되었습니다]
[대상 이소희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금전운이 87퍼센트로 측정되었습니다]
[총평 : 귀인입니다. 잡으십시오]
[돈벼락의 레벨이 오르면 더욱 세세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와, 돈벼락 이것도 대단하네!’
역시 괜히 재계의 신데렐라, 박지혜가 가진 능력이 아니었다.
사냥에도, 일상생활에도 상당한 효능을 발휘하는 능력.
“그런데 잠깐만, 지혜님! 뭔가 잘못 아신 거 아니세요? 김준수씨가 지혜님을 구했다고요?”
성미리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박지혜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확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하죠! 저는 준수 오빠 없었으면 절대 살 수 없었을 거예요.”
“아니, 그게 말이 안 되는데...? 김준수씨가 진화한 종족은...”
“모기죠! 우리 준수 오빠는, 모기로 진화한 남자에요!”
박지혜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 말에 이재호 일행은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네...맞죠. 김준수씨가 모기로 진화했는데 어떻게 박지혜씨를...”
“저, 중간에 끼어들어서 죄송한데 무슨 종족으로 진화했는지 중요할까요? 중요한 건 김준수씨 덕분에 지혜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겁니다. 무례한 언사는 삼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소희의 말에, 이재호 일행이 입을 꾹 닫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깊은 불신이 떠올라 있었다.
그런데 지금 중요한 것은 놈들이 나를 불신하고 말고 하는 일이 아니었다.
[혈액 정보 : 주은수]
[거리...]
제임스가 주은수의 혈액 정보를 가져왔다.
그녀와의 거리는 남동부로 5킬로미터 아래.
‘음...!’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몬스터들은 포악하기로 이름난 놈들...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구해야 했다.
“지혜야, 먼저 나가 있어. 나는 구하러 가야 할 사람이 있어서.”
이재호 일행으로는 어림도 없는 몬스터들의 리스트를 보며 나는 나직이 박지혜에게 일렀다.
“김준수씨, 어딜 갑니까?”
이재호의 말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은수 죽게 내버려 둘 겁니까?”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이 가 봐야...”
나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럼 당신들이 가면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이미 이곳은...”
이재호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당신들 따위가 상대할 수 있는 게이트가 아니란 말입니다.”
“준수 오빠!”
박지혜가 나를 불렀다.
내가 돌아보니, 그녀는 미소 지은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힘내요!”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이재호에게 말했다.
“성준이에게는 곧 나가겠다고 전달해 주십시오.”
채비를 마친 나는 그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신들도 어서 나가고요. 위험하니까.”
“저, 저, 저런...싸가지...!”
성미리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박지혜는 물론, 이소희까지 그녀를 노려보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고는 몸을 돌렸다.
주은수.
아직 그녀가 게이트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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