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조회 : 880 추천 : 0 글자수 : 5,107 자 2022-10-01
내가 이곳에 남은 이유는 주은수 때문이기도 했지만, 까마귀의 능력을 찾은 히든 아티팩트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연인지, 주은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과 히든 아티팩트가 숨겨진 곳은 방향이 같았다.
‘오빠! 밖에서 봐요! 연락할게요!’
박지혜는 그 말을 남기고 이소희 일행과 바깥으로 나갔고, 이재호 일행도 똥 씹은 표정으로 입구에서 대기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사라졌다.
어차피 동료애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을 테니 당연한 결과였다.
역시 게이트 이클립스로 인해 게이트 안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B급 몬스터가 등장하고 있으니 당연한 얘긴가?’
다행히 게이트 이클립스로 인한 최악의 상황인, 게이트 에볼루션, 즉 게이트가 폭발하듯 성장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최고 등급의 몬스터는 B급.
이소희 일행이 나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사실 내게는 그들의 도움은 없는 게 나았다. 히든 아티팩트를 찾으러 가는데 굳이 꼬리를 달고 갈 이유가 없었으니까.
박지혜에게도 아마 히든 아티팩트가 보였겠지만, 그녀에게는 늘 있는 일이니 별 신경을 안 쓰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히든 아티팩트가 필요한 신분도 아니었고.
하지만 그녀에게는 필요가 없다고 해도, 지금 내게는 너무도 필요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내게 초반의 히든 아티팩트는 상당한 도움이 될 테니까 .
평범한 등급의 검이나 갑옷을 사려 해도 드는 돈이 수천만 원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퍼억-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이곳의 몬스터는 내게 상당히 버거운 존재였다.
하지만 제임스가 살아나고, 가이아의 젤리로 부쩍 성장하자 그때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몬스터들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놈들의 유전자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능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또 놈들과 쉬지 않고 싸울 수 있었으니까.
돌주먹, 강철 피부, 급발진...
수많은 유전자가 나에게 집중되어 개화했고, 나는 상황에 맞게 그 능력을 갖다 쓸 수 있었다.
[제임스의 흡혈 회수가 1회 남았습니다]
[흡혈 회수가 하루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24시간 후부터 다시 흡혈이 가능합니다]
[제임스의 레벨이 오르면 한계치가 늘어납니다]
이제 유전자를 흡혈할 수 있는 회수는 1회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고 있었다.
유전자를 흡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능력을 성장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같은 돌주먹이라 하더라도, 레벨 1의 돌주먹과 레벨 2의 돌주먹의 파괴력은 급이 다르다.
간단히 예를 들어, 레벨 1의 돌주먹으로 두 대를 쳐야 몬스터를 죽일 수 있다면, 레벨 2의 돌주먹이면 한 방으로 가능하다는 것.
그 차이는 사냥의 속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유전자 복제는 일단 나중에 생각하고...’
나는 이미 복제한 능력에 대해서는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앞으로 이백 미터!’
제임스가 주은수의 혈액 정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일단 그녀는 사망한 상태는 아니었다.
혈액 정보가 활성화되었다는 얘기는, 일단 숨은 붙어 있다는 얘기니까.
[대상의 혈액 반응이 매우 미약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혈액 반응이 매우 미약하다고 뜨는 것은, 그녀가 죽어가고 있거나 혹은 다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얘기.
‘주은수, 기다려!’
마지막까지 나를 구해주려 했던 녀석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급히 걸음을 옮겼다.
백 오십 미터, 백 미터, 오십 미터...
갈수록 나는 그녀의 혈액 반응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혈액 반응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었고, 그와 반대로 주변의 몬스터들의 혈액 정보는 매우 강력해지고 있었다.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녀가 죽어가고 있었다면, 몬스터 떼들이 이렇게 모여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를 그녀에게 다가가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맹랑한 녀석!’
주은수의 진화 종족은 카멜레온.
능력은 ‘은신’.
그런데 그 능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은신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주변의 환경에 완벽하게 동화되는 것은 물론, 신진대사마저 급속도로 떨어뜨려 적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능력!
다만, 문제는 신진대사를 느리게 하면 할수록, 실제적인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폐로 유입되는 산소가 줄어들고, 그 산소를 가지고 심장은 뇌를 비롯한 필수 장기에만 느릿하게 피를 돌린다.
그러다 보면, 팔다리는 피가 통하지 않아 괴사하고 급기야 장기들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해 피를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심장과 뇌가 매우 느릿하게 생존하다가 죽음에 이른다.
은신이라는 것이 위급한 상황을 벗어나기에는 매우 좋은 능력이었지만, 결국 그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면 죽는다는 뜻.
‘남은 시간은?’
제임스가 분석한 주은수의 혈액 정보로 봤을 때, 대략 2분 안에 그녀를 구하지 못하면 그녀는 죽는다.
지금까지 은신 상태로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으니...
‘후우...’
하지만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근처에 몰려든 수많은 몬스터 떼들을 잡아야 했다.
놈들 중에는 B급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C급이지만 개체수가 많아 매우 성가신 놈들도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몬스터들의 기척을 느끼며 능력 중에 적당한 것을 골랐다.
[융화 유전자 능력 : 불폭풍-쑥대밭]
[융화 유전자 능력 : 흑요석파편-돌주먹]
[융화 유전자 능력 : 광분-급발진]
이 주변만 아니라, 좀 더 바깥쪽에도 몬스터 떼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아무리 내가 여러 종류의 종족으로 진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놈들까지 몰려들면 몸이 버텨내질 못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번에 주변의 몬스터를 박살 내고 주은수를 구출해서 빠져나오는 것!
생각을 정한 나는 바로 앞으로 내달렸다.
첫 시작은 광기 서린 도마뱀에게서 훔친 급발진!
일순간 이동 속도를 배가시켜주는 굉장한 능력치였다.
그런데, 여기에 폭군 고릴라의 광기의 유전자가 합쳐지자 광분이라는 새로운 능력치가 생겼다.
폭군 고릴라는 일정 피해를 받으면, 미친 듯 공격 속도가 올라가는데 광분은 이 두 가지의 능력을 합친 것이었다.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일정 시간 급상승하는 능력!
“크와와와!”
“쿠우우!”
갑자기 내가 뛰어들자, 몬스터 떼들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역시 등급이 높은 녀석들은 이미 내 지척까지 다다라 있을 정도로 그 속도는 빨랐다. 하지만 나는 이미 머릿속에 그림을 다 그려놓은 후였다.
“하아앗!”
나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며 덤벼드는 몬스터 떼들을 바라보며 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퍼엉-
돌주먹의 능력치가 발현되며, 내 주먹은 바위처럼 단단해졌다.
이것은 말 그대로 바위를 부술 수 있는 강력한 주먹!
그런데 유전자 융화로 탄생한 ‘흑요석 파편’에는 매우 강력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
뻐억-
가장 앞서 내게 덤벼들던 바위 피부 악어의 머리통에 주먹이 사정없이 꽂히는 순간, 놈의 턱이 그대로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였다.
퍼퍼퍼퍼펑-
“키아아악!”
“케에엑!”
돌주먹에 맞은 바위 피부 악어의 턱이 쪼개져 나감과 동시에, 사방에 흑요석 파편이 마치 미친 듯 퍼붓는 빗방울처럼 퍼져 나갔다.
수류탄이 터지면, 그 안에 있던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하듯 수십, 수백 조각의 흑요석 파편이 주변을 가득 덮은 것이었다.
그에 따라, 멋도 모르고 내게 덤벼들던 몬스터 떼들은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쓰러졌다.
빠각-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나를 향해 야무지게 달려들던 또 다른 녀석의 턱에 왼손을 꽂아 넣자, 또 한 번의 학살이 시작되었다.
이것이 돌주먹과 파편 발산의 융화 능력이었다.
흑요석 조각에 휘말린 몬스터 떼들은 또 한 번 우르르 쓰러졌다.
하지만 아직 성장치가 부족해서, B급 몬스터들을 단번에 쓰러뜨리진 못했다.
그리고 융화 능력을 무한대로 쓸 수도 없었다.
두 가지 능력을 한 번에 쓰는 정도의 체력과 정신력이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준비한 또 하나의 능력!
게이트에서 몬스터 떼들과 싸우면서 터득한 것이 있었다.
놈들은 강력하지만, 역시나 짐승과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대부분 ‘불’을 무서워한다는 것이었다.
불은 생각 외로 파급력이 컸다.
“하압!”
폭탄 벌레의 능력, 쑥대밭도 충분히 강력했지만 유전자 융화로 탄생한 불폭풍-쑥대밭은 보통 쑥대밭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불폭풍은...
퍼엉-
화르륵!
쑥대밭의 화염 속성 폭발이 일어났고, 그 안에 휘말린 수많은 몬스터들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불폭풍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화아악!
쑥대밭의 폭발로 일어난 진공 상태에, 화염의 불길이 마치 폭풍처럼 밀어닥쳤다.
“크에에엑!”
“케엑!”
화염의 불길은 순식간에 주변을 태워 버렸고, 흑요석 파편에도 버텼던 B급 몬스터들도 미친 듯 발버둥을 쳤다.
퍼퍼펑-
하지만 불폭풍-쑥대밭의 진정한 무서움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볼폭풍의 불씨에 노출이 되면, 마치 백린탄을 맞은 것처럼 작은 폭발이 계속 일어난다.
화염에 제대로 저항을 하지 못하면, 그대로 가죽이 녹아들고, 근육이 찢기며, 뼈가 가루가 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이다.
몬스터 떼들이 미친 듯 몸부림치는 것을 보며 나는 재빨리 주은수 쪽으로 향했다.
역시 육안으로는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은신은 완벽했다.
하지만 맥박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태.
“은수야!”
나는 그녀를 번쩍 들고 바로 뛰었다.
나 역시 이제 체력이 많이 남지 않은 상태.
이제 빠져나가지 않으면, 나 자신도 위험했다.
하지만 내 계획은 완벽하게 통했고, 나를 쫓아오는 몬스터는 없었다.
역시 불과 폭발 때문인지, 잡종 몬스터들은 사방으로 도망친 것이다.
“하악, 하악!”
나는 계속 뛰어서 안전한 곳에 이르러 주은수를 내려놓았다.
‘이럴 때가 아니지!’
그녀의 안색이 완전히 창백해진 것을 바라보며 나는 급히 생존 키트를 꺼냈다.
의료 키트에 모르핀 주사가 있었던 것을 떠올린 나는 주사를 꺼내 그녀에게 주입했다.
‘제발!’
죽음의 고통을 잊게 해준다는 마약성 성분의 모르핀이었지만, 헌터들에게 팔리는 모르핀은 좀 달랐다.
게이트 안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약초의 성능을 가미해서 멈춰 가는 심장 박동을 살리고, 대부분의 상처나 부상에도 효능이 있었던 것이었다.
늘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는 헌터들이었기에, 다른 것은 몰라도 의료 키트는 꼭 구입해서 다니곤 했다.
‘어서 일어나!’
순간, 창백하게 질려 있던 주은수가 한숨을 토해냈다.
“하아!”
그리고 녀석은 두 눈을 힘겹게 뜨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정신 들어?”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녀석이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차츰 정상으로 돌아오는 그녀를 보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었다.
“다행이다...!”
“고맙...습니다...오빠!”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뭐라 말하려는 순간,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뭐...야!’
주은수.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에게서 희미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황금빛은...
[돈벼락의 능력이 발현되었습니다]
[대상의 궁극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오빠...무슨 일이세요?”
그녀가 물었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분류 : 아바타라(Avatar, 화신)]
[레벨이 부족해 더 이상의 정보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발현된 돈벼락의 능력이라는 게...
‘말도 안 돼...!’
진화자의 궁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카멜레온으로 진화한 주은수는 신의 분신이라 불리는 아바타라로 궁극적으로 진화한다는 뜻!
수많은 아바타라 중 어떤 아바타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멜레온으로 궁극의 진화를 하면 아바타라의 힘을 얻는다는 얘기다.
‘진화는...’
내가 알던, 그리고 우리가 알던 진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
카멜레온으로 진화한 주은수의 극한의 진화 형태가 아바타라라는 것은, 파리나 모기로 진화한 성준이나 나의 모습 또한 상상을 초월한 형태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말문이 막히고, 입안이 바짝 말랐다.
그렇다면 수많은 종족으로 진화가 가능한 나는 도대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 것일까? 내 궁극의 모습은...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욕심이 생겼다.
내가 갈 수 있는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나는,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그리고 우연인지, 주은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과 히든 아티팩트가 숨겨진 곳은 방향이 같았다.
‘오빠! 밖에서 봐요! 연락할게요!’
박지혜는 그 말을 남기고 이소희 일행과 바깥으로 나갔고, 이재호 일행도 똥 씹은 표정으로 입구에서 대기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사라졌다.
어차피 동료애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을 테니 당연한 결과였다.
역시 게이트 이클립스로 인해 게이트 안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B급 몬스터가 등장하고 있으니 당연한 얘긴가?’
다행히 게이트 이클립스로 인한 최악의 상황인, 게이트 에볼루션, 즉 게이트가 폭발하듯 성장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최고 등급의 몬스터는 B급.
이소희 일행이 나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사실 내게는 그들의 도움은 없는 게 나았다. 히든 아티팩트를 찾으러 가는데 굳이 꼬리를 달고 갈 이유가 없었으니까.
박지혜에게도 아마 히든 아티팩트가 보였겠지만, 그녀에게는 늘 있는 일이니 별 신경을 안 쓰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히든 아티팩트가 필요한 신분도 아니었고.
하지만 그녀에게는 필요가 없다고 해도, 지금 내게는 너무도 필요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내게 초반의 히든 아티팩트는 상당한 도움이 될 테니까 .
평범한 등급의 검이나 갑옷을 사려 해도 드는 돈이 수천만 원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퍼억-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이곳의 몬스터는 내게 상당히 버거운 존재였다.
하지만 제임스가 살아나고, 가이아의 젤리로 부쩍 성장하자 그때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몬스터들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놈들의 유전자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능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또 놈들과 쉬지 않고 싸울 수 있었으니까.
돌주먹, 강철 피부, 급발진...
수많은 유전자가 나에게 집중되어 개화했고, 나는 상황에 맞게 그 능력을 갖다 쓸 수 있었다.
[제임스의 흡혈 회수가 1회 남았습니다]
[흡혈 회수가 하루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24시간 후부터 다시 흡혈이 가능합니다]
[제임스의 레벨이 오르면 한계치가 늘어납니다]
이제 유전자를 흡혈할 수 있는 회수는 1회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고 있었다.
유전자를 흡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능력을 성장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같은 돌주먹이라 하더라도, 레벨 1의 돌주먹과 레벨 2의 돌주먹의 파괴력은 급이 다르다.
간단히 예를 들어, 레벨 1의 돌주먹으로 두 대를 쳐야 몬스터를 죽일 수 있다면, 레벨 2의 돌주먹이면 한 방으로 가능하다는 것.
그 차이는 사냥의 속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유전자 복제는 일단 나중에 생각하고...’
나는 이미 복제한 능력에 대해서는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앞으로 이백 미터!’
제임스가 주은수의 혈액 정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일단 그녀는 사망한 상태는 아니었다.
혈액 정보가 활성화되었다는 얘기는, 일단 숨은 붙어 있다는 얘기니까.
[대상의 혈액 반응이 매우 미약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혈액 반응이 매우 미약하다고 뜨는 것은, 그녀가 죽어가고 있거나 혹은 다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얘기.
‘주은수, 기다려!’
마지막까지 나를 구해주려 했던 녀석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급히 걸음을 옮겼다.
백 오십 미터, 백 미터, 오십 미터...
갈수록 나는 그녀의 혈액 반응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혈액 반응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었고, 그와 반대로 주변의 몬스터들의 혈액 정보는 매우 강력해지고 있었다.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녀가 죽어가고 있었다면, 몬스터 떼들이 이렇게 모여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를 그녀에게 다가가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맹랑한 녀석!’
주은수의 진화 종족은 카멜레온.
능력은 ‘은신’.
그런데 그 능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은신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주변의 환경에 완벽하게 동화되는 것은 물론, 신진대사마저 급속도로 떨어뜨려 적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능력!
다만, 문제는 신진대사를 느리게 하면 할수록, 실제적인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폐로 유입되는 산소가 줄어들고, 그 산소를 가지고 심장은 뇌를 비롯한 필수 장기에만 느릿하게 피를 돌린다.
그러다 보면, 팔다리는 피가 통하지 않아 괴사하고 급기야 장기들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해 피를 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심장과 뇌가 매우 느릿하게 생존하다가 죽음에 이른다.
은신이라는 것이 위급한 상황을 벗어나기에는 매우 좋은 능력이었지만, 결국 그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면 죽는다는 뜻.
‘남은 시간은?’
제임스가 분석한 주은수의 혈액 정보로 봤을 때, 대략 2분 안에 그녀를 구하지 못하면 그녀는 죽는다.
지금까지 은신 상태로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으니...
‘후우...’
하지만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근처에 몰려든 수많은 몬스터 떼들을 잡아야 했다.
놈들 중에는 B급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녀석들도 있었고, C급이지만 개체수가 많아 매우 성가신 놈들도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몬스터들의 기척을 느끼며 능력 중에 적당한 것을 골랐다.
[융화 유전자 능력 : 불폭풍-쑥대밭]
[융화 유전자 능력 : 흑요석파편-돌주먹]
[융화 유전자 능력 : 광분-급발진]
이 주변만 아니라, 좀 더 바깥쪽에도 몬스터 떼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아무리 내가 여러 종류의 종족으로 진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놈들까지 몰려들면 몸이 버텨내질 못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번에 주변의 몬스터를 박살 내고 주은수를 구출해서 빠져나오는 것!
생각을 정한 나는 바로 앞으로 내달렸다.
첫 시작은 광기 서린 도마뱀에게서 훔친 급발진!
일순간 이동 속도를 배가시켜주는 굉장한 능력치였다.
그런데, 여기에 폭군 고릴라의 광기의 유전자가 합쳐지자 광분이라는 새로운 능력치가 생겼다.
폭군 고릴라는 일정 피해를 받으면, 미친 듯 공격 속도가 올라가는데 광분은 이 두 가지의 능력을 합친 것이었다.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일정 시간 급상승하는 능력!
“크와와와!”
“쿠우우!”
갑자기 내가 뛰어들자, 몬스터 떼들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역시 등급이 높은 녀석들은 이미 내 지척까지 다다라 있을 정도로 그 속도는 빨랐다. 하지만 나는 이미 머릿속에 그림을 다 그려놓은 후였다.
“하아앗!”
나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며 덤벼드는 몬스터 떼들을 바라보며 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퍼엉-
돌주먹의 능력치가 발현되며, 내 주먹은 바위처럼 단단해졌다.
이것은 말 그대로 바위를 부술 수 있는 강력한 주먹!
그런데 유전자 융화로 탄생한 ‘흑요석 파편’에는 매우 강력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
뻐억-
가장 앞서 내게 덤벼들던 바위 피부 악어의 머리통에 주먹이 사정없이 꽂히는 순간, 놈의 턱이 그대로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였다.
퍼퍼퍼퍼펑-
“키아아악!”
“케에엑!”
돌주먹에 맞은 바위 피부 악어의 턱이 쪼개져 나감과 동시에, 사방에 흑요석 파편이 마치 미친 듯 퍼붓는 빗방울처럼 퍼져 나갔다.
수류탄이 터지면, 그 안에 있던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하듯 수십, 수백 조각의 흑요석 파편이 주변을 가득 덮은 것이었다.
그에 따라, 멋도 모르고 내게 덤벼들던 몬스터 떼들은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쓰러졌다.
빠각-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나를 향해 야무지게 달려들던 또 다른 녀석의 턱에 왼손을 꽂아 넣자, 또 한 번의 학살이 시작되었다.
이것이 돌주먹과 파편 발산의 융화 능력이었다.
흑요석 조각에 휘말린 몬스터 떼들은 또 한 번 우르르 쓰러졌다.
하지만 아직 성장치가 부족해서, B급 몬스터들을 단번에 쓰러뜨리진 못했다.
그리고 융화 능력을 무한대로 쓸 수도 없었다.
두 가지 능력을 한 번에 쓰는 정도의 체력과 정신력이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준비한 또 하나의 능력!
게이트에서 몬스터 떼들과 싸우면서 터득한 것이 있었다.
놈들은 강력하지만, 역시나 짐승과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대부분 ‘불’을 무서워한다는 것이었다.
불은 생각 외로 파급력이 컸다.
“하압!”
폭탄 벌레의 능력, 쑥대밭도 충분히 강력했지만 유전자 융화로 탄생한 불폭풍-쑥대밭은 보통 쑥대밭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불폭풍은...
퍼엉-
화르륵!
쑥대밭의 화염 속성 폭발이 일어났고, 그 안에 휘말린 수많은 몬스터들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불폭풍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화아악!
쑥대밭의 폭발로 일어난 진공 상태에, 화염의 불길이 마치 폭풍처럼 밀어닥쳤다.
“크에에엑!”
“케엑!”
화염의 불길은 순식간에 주변을 태워 버렸고, 흑요석 파편에도 버텼던 B급 몬스터들도 미친 듯 발버둥을 쳤다.
퍼퍼펑-
하지만 불폭풍-쑥대밭의 진정한 무서움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볼폭풍의 불씨에 노출이 되면, 마치 백린탄을 맞은 것처럼 작은 폭발이 계속 일어난다.
화염에 제대로 저항을 하지 못하면, 그대로 가죽이 녹아들고, 근육이 찢기며, 뼈가 가루가 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이다.
몬스터 떼들이 미친 듯 몸부림치는 것을 보며 나는 재빨리 주은수 쪽으로 향했다.
역시 육안으로는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은신은 완벽했다.
하지만 맥박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태.
“은수야!”
나는 그녀를 번쩍 들고 바로 뛰었다.
나 역시 이제 체력이 많이 남지 않은 상태.
이제 빠져나가지 않으면, 나 자신도 위험했다.
하지만 내 계획은 완벽하게 통했고, 나를 쫓아오는 몬스터는 없었다.
역시 불과 폭발 때문인지, 잡종 몬스터들은 사방으로 도망친 것이다.
“하악, 하악!”
나는 계속 뛰어서 안전한 곳에 이르러 주은수를 내려놓았다.
‘이럴 때가 아니지!’
그녀의 안색이 완전히 창백해진 것을 바라보며 나는 급히 생존 키트를 꺼냈다.
의료 키트에 모르핀 주사가 있었던 것을 떠올린 나는 주사를 꺼내 그녀에게 주입했다.
‘제발!’
죽음의 고통을 잊게 해준다는 마약성 성분의 모르핀이었지만, 헌터들에게 팔리는 모르핀은 좀 달랐다.
게이트 안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약초의 성능을 가미해서 멈춰 가는 심장 박동을 살리고, 대부분의 상처나 부상에도 효능이 있었던 것이었다.
늘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는 헌터들이었기에, 다른 것은 몰라도 의료 키트는 꼭 구입해서 다니곤 했다.
‘어서 일어나!’
순간, 창백하게 질려 있던 주은수가 한숨을 토해냈다.
“하아!”
그리고 녀석은 두 눈을 힘겹게 뜨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정신 들어?”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녀석이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차츰 정상으로 돌아오는 그녀를 보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었다.
“다행이다...!”
“고맙...습니다...오빠!”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뭐라 말하려는 순간,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뭐...야!’
주은수.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에게서 희미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황금빛은...
[돈벼락의 능력이 발현되었습니다]
[대상의 궁극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오빠...무슨 일이세요?”
그녀가 물었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분류 : 아바타라(Avatar, 화신)]
[레벨이 부족해 더 이상의 정보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발현된 돈벼락의 능력이라는 게...
‘말도 안 돼...!’
진화자의 궁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카멜레온으로 진화한 주은수는 신의 분신이라 불리는 아바타라로 궁극적으로 진화한다는 뜻!
수많은 아바타라 중 어떤 아바타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멜레온으로 궁극의 진화를 하면 아바타라의 힘을 얻는다는 얘기다.
‘진화는...’
내가 알던, 그리고 우리가 알던 진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
카멜레온으로 진화한 주은수의 극한의 진화 형태가 아바타라라는 것은, 파리나 모기로 진화한 성준이나 나의 모습 또한 상상을 초월한 형태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말문이 막히고, 입안이 바짝 말랐다.
그렇다면 수많은 종족으로 진화가 가능한 나는 도대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 것일까? 내 궁극의 모습은...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욕심이 생겼다.
내가 갈 수 있는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나는,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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