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조회 : 1,182 추천 : 0 글자수 : 5,887 자 2022-10-05
대성 그룹은 오래지 않아 도착했다.
‘와...!’
대성 그룹이 국내 재벌 순위 20위에 든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람을 압도하는 본사의 거대한 건물 앞에는 절로 탄성이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비서실장 오태호입니다. 모시겠습니다.”
나는 이소희와 오태호의 안내를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가 대성 그룹이구나!’
대충 훑어봐도 그저 와- 하는 감탄사만 나오는 곳.
그런데 대성 그룹의 더욱 무서운 점은, 건물이 아닌 사람일 것이다.
이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재계나 헌터계에서 내로라하는 자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었다.
유명한 헌터들도 대성 그룹과 연을 쌓으려 노력하는 것을 보면 알듯, 대성 그룹이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헌터 지원센터 ‘어비스’는 엄청난 자원과 인재가 투입된 조직이었다.
그래서 진화자라면 누구나 욕심을 내는 조직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 내가 와 있다니...!
“김준수님 도착하셨습니다.”
끝도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곳은 회장실.
회장실은 한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딜 보나 고급스러운 장식과 인테리어가 이색적이었다.
회장실에 도착하자, 상당한 미모의 여비서 한 명이 나와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똑똑-
그녀가 집무실의 큰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김준수님,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비서실장 오태호가 절도 있는 자세로 문을 열어주었다.
‘여기가 대성의 심장...!’
거대 그룹 대성을 움직이는 이곳에 한 초로의 사내가 서 있었다.
매체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박정우 회장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박지혜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오빠!”
그녀는 나를 보며 반색했다.
박정우도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나에게 자리를 권했다.
“앉으세요, 김준수씨.”
“네, 감사합니다.”
소파에 앉자, 비서가 차를 들고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그런 녹차 같아 보였지만, 나는 그것을 보고 경악했다.
‘와, 천수관음!’
중국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차 중에 철관음이 있는데, 어느 날 게이트 안에서는 그와 비슷한 맛을 지닌 천수관음이라는 찻잎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철관음과 천수관음은 맛은 비슷했지만, 그 효능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천수관음은 신체 능력을 영구적으로 올려 주었고, ‘진화 촉진’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깃들어 있어, 진화자들에게는 꿈의 차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래서 천수관음은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비쌌다.
차 한 잔이 1억이 넘어갈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 천수관음이 내 눈앞에 떡하니 놓여 있는 것이다.
‘아무리 대성 그룹이라 해도 천수관음을 내놓는 대상은 얼마 없다고 하던데...!’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천수관음은 특별한 VVVIP에게만 대접하는 최고급 차였다.
그런 차를 내게 내어주었다는 것은, 박정우 회장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드시지요. 차는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자, 박정우 회장이 여유 있는 모습으로 차를 권했다.
“예...감사합니다!”
나는 천수관음을 한 모금 마셨다.
‘와...!’
그리고 또 한 번 경악했다.
‘어떻게 차에서 이런 맛이 나지?’
천수관음은 한 모금 마시자마자 입에서 그윽한 향내가 났고, 절로 모든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비싸구나...
그것은 느낌만이 아니었다.
[진화가 촉진되었습니다]
[능력 성장이 진행됩니다]
실제로 진화가 촉진되고 있었고, 성장이 이뤄졌다.
“차맛, 어떠십니까?”
나는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예, 너무 황홀합니다. 이런 차가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역시...”
“지혜를 구해주셨다 들었습니다. 그런 분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허허!”
“무슨 말씀을...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회장님.”
“운이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그리고 지혜를 구해주신 보답을 생각을 해봤는데 말입니다. 김준수씨.”
나는 입으로 가져가던 찻잔을 멈췄다.
재벌 총수의 손녀를 구한 대가라...
가장 생각하기 쉬운 것은 돈이겠지.
돈을 준다면 과연 얼마나 줄까?
지금 이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를 바라보던 박정우 회장이 입을 열었다.
“보름 후, 국제 게이트 토벌전 예선이 있어요.”
나는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국제 게이트 토벌전!’
마치, 예전에 세계적인 축구 대회인 월드컵이 있었듯 진화가 이뤄지면서 헌터계에도 비슷한 대회가 생겨났다.
그것이 바로 국제 게이트 토벌전.
그리고 보름 후에는 박정우 회장의 말대로, 국제 게이트 토벌전 아시아 예선이 있었다.
여기서 승리해야, 본선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이런 대회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일 텐데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것일까?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박정우 회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마침, 예비 헌터 한 명이 크게 다쳤다고 하는군요.”
쿵-
가슴이 크게 뛰었다.
그 소식은 본적이 있었다.
예비 헌터는 사냥을 담당하는 S~A급 헌터를 보좌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헌터를 말했다. 그리고 메인 헌터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할 시 그들의 위치를 대신하기도 했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예비 헌터라 해도, 절대 가볍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국가를 대표해서 국제적인 대회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예비 헌터로 선출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명예와 부를 쌓을 수 있게 되니까.
“그래서 그 자리에, 김준수 씨를 추천해보려 합니다.”
딸깍-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입안이 바짝 말라왔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지.
“회장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말씀이라...생각을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
박정우 회장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롭게 하세요. 김준수씨.”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회장님, 한 마디만 여쭙겠습니다. 수많은 헌터들이 있을 텐데 왜 저입니까?”
무려 국제 대회다.
그것도 수십억의 이목이 집중된 대회.
그런 자리에 나를 덜컥 꽂아 넣는다는 것은, 아무리 대기업 총수라도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예비 헌터라고 해도, 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니까.
그래서 물은 것이다.
왜 나인지.
박정우 회장은 이소희 쪽을 흘끗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내게는 여러 사람이 있어요. 내가 참 신뢰하고 믿는 사람들이지요. 이소희 실장은 내게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미 이 실장이 내게 김준수씨에 대한 데이터를 보내주었고, 그것을 토대로 결정한 사안입니다. 절대 감정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니, 그 점에 대해서는 마음을 놓으셔도 됩니다.”
역시, 대기업의 실장 정도 되면 이 정도로 일 처리가 빠르구나!
어쩐지 막 박지혜를 구해내고 이소희 일행과 조우했을 때, 그녀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했었다.
그녀는 이미 나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바로 회장에게 보고한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몬스터를 어떻게 잡았는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모든 것이 그녀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생각하니 뭔가 서늘한 것이 등줄기를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무서운 사람이다...!’
그렇게 따져보면, 내가 아무리 박지혜를 구했어도 그녀의 추천이 없었다면 예비 헌터로 올라갈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제야 돈벼락으로 보았던 그녀에 대한 분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귀인이라고 했던 거구나!’
내게 큰 기회를 만들어줄 사람.
그래서 이소희는 내게 귀인이었던 것이다.
이미 회장은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재가를 했을 테니 내게 이런 제안을 해왔을 테고, 그렇다면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회장님.”
모든 헌터들의 꿈.
국제 게이트 토벌전.
나도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토벌전을 보며 손에 땀을 쥐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메인 헌터 여섯과 예비 헌터 여섯으로 이뤄지는 다이나믹한 토벌전!
더군다나 상대 국가와 한 게이트에 들어가서 싸워야 하기 때문에, 그 긴박감은 더욱 컸다.
박정우 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 손을 맞잡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 손녀를 구해주셨는데, 이것으로 끝나면 결례겠지요? 오 실장!”
“예, 회장님, 준비되었습니다.”
그러자 회장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봅시다. 김준수씨. 다시 한번 손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실장, 모시게.”
“예, 회장님.”
오 실장은 회장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모시겠습니다.”
“예? 아, 예.”
“오빠! 잘 가요! 나중에 연락할게요!”
박지혜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해맑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나중에 또 보자!”
그리고 나는 오 실장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내려가 로비에 당도하자, 정문 앞에 세단 하나가 서 있었다.
뭐 높은 사람의 차이겠거니 무심코 바라봤는데, 갑자기 세단 옆에 있던 사내가 뒷좌석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오 실장이 내게 말했다.
“타십시오. 김준수씨.”
‘아, 집에도 데려다 주려나 보네! 역시 대기업답다!’
나는 집에까지 태워다 주려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차에 올라탔다.
“김 비서, 조심히 모셔.”
“예, 실장님.”
그리고 김 비서라 불린 잘생긴 사내도 운전석에 올라탔다.
주소를 말해줘야겠다 싶어서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제 주소는...”
- 역삼동 헤븐 팰리스로 경로를 설정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네비게이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엇, 저희집 거기 아닌데요?”
그때, 김 비서가 대답했다.
“회장님께서 지혜양을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김준수씨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지금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헤븐 팰리스는 집 하나에 30억이 넘는 고가인데?
“짐 정리는 차차 하시고, 일단 집부터 둘러 보시죠.”
“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 그리고 저는 오늘부터 김준수씨에게 배속되었습니다. 편하게 김 비서라고 불러주시면 되십니다. 기사이자, 비서이니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놀라운 얘기가 계속 이어졌다.
“기사라니요...? 저는 차가 없는...아!”
나는 멍한 얼굴로 말하다가 뭔가를 깨달았다.
기사가 있다는 것은, 차가 있다는 뜻.
그럼 이 차가...!
‘세상에!’
박정우 회장은 4억이 넘는 초고가의 세단과 기사까지 붙여준 것이다.
거기다 헤븐 팰리스...
‘미쳤다...!’
내가 혼이 나가 있는 사이, 차는 부드럽게 역삼동으로 진입했고 거대한 건물로 들어섰다.
이곳이 바로 헤븐 팰리스!
뉴스에서만 보던, 그 건물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초호화 스포츠카와 세단이 즐비한 곳...
몬스터 웨이브에도 절대적으로 방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부의 상징!
‘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차를 열어준 김 비서가 키 하나를 내밀었다.
붉은 말이 힘차게 서 있는 듯, 역동적인 엠블럼이 새겨진 키였다.
“이게 뭡니까?”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으실 때 타고 다니실 차입니다. 리모컨을 눌러보십시오.”
정말 놀라움에는 끝이 없었다.
도대체 박정우 회장은 어디까지 날 놀라게 할 셈일까?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누르자, 붉게 도색 된 스포츠카의 등이 깜빡거렸다.
‘진짜...미쳤네!’
5억을 호가하는 스포츠카.
온전히 나 혼자 쓸 수 있는 차까지...
박지혜를 구해낸 대가치고는 너무 어마어마한 보상이 주어진 것이다.
진짜, 인생역전이라더니...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김 비서를 따라 헤븐 팰리스의 내 집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사치의 끝이었고, 안락의 천국이었다.
나는 그 엄청난 광경에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내 인생이 역전된 것이다.
내 눈앞에는 새로운 인생이 환하게 펼쳐져 있었다.
‘와...!’
대성 그룹이 국내 재벌 순위 20위에 든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람을 압도하는 본사의 거대한 건물 앞에는 절로 탄성이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비서실장 오태호입니다. 모시겠습니다.”
나는 이소희와 오태호의 안내를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가 대성 그룹이구나!’
대충 훑어봐도 그저 와- 하는 감탄사만 나오는 곳.
그런데 대성 그룹의 더욱 무서운 점은, 건물이 아닌 사람일 것이다.
이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재계나 헌터계에서 내로라하는 자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었다.
유명한 헌터들도 대성 그룹과 연을 쌓으려 노력하는 것을 보면 알듯, 대성 그룹이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헌터 지원센터 ‘어비스’는 엄청난 자원과 인재가 투입된 조직이었다.
그래서 진화자라면 누구나 욕심을 내는 조직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 내가 와 있다니...!
“김준수님 도착하셨습니다.”
끝도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곳은 회장실.
회장실은 한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딜 보나 고급스러운 장식과 인테리어가 이색적이었다.
회장실에 도착하자, 상당한 미모의 여비서 한 명이 나와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똑똑-
그녀가 집무실의 큰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김준수님,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비서실장 오태호가 절도 있는 자세로 문을 열어주었다.
‘여기가 대성의 심장...!’
거대 그룹 대성을 움직이는 이곳에 한 초로의 사내가 서 있었다.
매체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박정우 회장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박지혜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오빠!”
그녀는 나를 보며 반색했다.
박정우도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나에게 자리를 권했다.
“앉으세요, 김준수씨.”
“네, 감사합니다.”
소파에 앉자, 비서가 차를 들고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그런 녹차 같아 보였지만, 나는 그것을 보고 경악했다.
‘와, 천수관음!’
중국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차 중에 철관음이 있는데, 어느 날 게이트 안에서는 그와 비슷한 맛을 지닌 천수관음이라는 찻잎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철관음과 천수관음은 맛은 비슷했지만, 그 효능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천수관음은 신체 능력을 영구적으로 올려 주었고, ‘진화 촉진’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깃들어 있어, 진화자들에게는 꿈의 차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래서 천수관음은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비쌌다.
차 한 잔이 1억이 넘어갈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 천수관음이 내 눈앞에 떡하니 놓여 있는 것이다.
‘아무리 대성 그룹이라 해도 천수관음을 내놓는 대상은 얼마 없다고 하던데...!’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천수관음은 특별한 VVVIP에게만 대접하는 최고급 차였다.
그런 차를 내게 내어주었다는 것은, 박정우 회장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드시지요. 차는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자, 박정우 회장이 여유 있는 모습으로 차를 권했다.
“예...감사합니다!”
나는 천수관음을 한 모금 마셨다.
‘와...!’
그리고 또 한 번 경악했다.
‘어떻게 차에서 이런 맛이 나지?’
천수관음은 한 모금 마시자마자 입에서 그윽한 향내가 났고, 절로 모든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서 비싸구나...
그것은 느낌만이 아니었다.
[진화가 촉진되었습니다]
[능력 성장이 진행됩니다]
실제로 진화가 촉진되고 있었고, 성장이 이뤄졌다.
“차맛, 어떠십니까?”
나는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예, 너무 황홀합니다. 이런 차가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역시...”
“지혜를 구해주셨다 들었습니다. 그런 분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허허!”
“무슨 말씀을...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회장님.”
“운이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그리고 지혜를 구해주신 보답을 생각을 해봤는데 말입니다. 김준수씨.”
나는 입으로 가져가던 찻잔을 멈췄다.
재벌 총수의 손녀를 구한 대가라...
가장 생각하기 쉬운 것은 돈이겠지.
돈을 준다면 과연 얼마나 줄까?
지금 이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를 바라보던 박정우 회장이 입을 열었다.
“보름 후, 국제 게이트 토벌전 예선이 있어요.”
나는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국제 게이트 토벌전!’
마치, 예전에 세계적인 축구 대회인 월드컵이 있었듯 진화가 이뤄지면서 헌터계에도 비슷한 대회가 생겨났다.
그것이 바로 국제 게이트 토벌전.
그리고 보름 후에는 박정우 회장의 말대로, 국제 게이트 토벌전 아시아 예선이 있었다.
여기서 승리해야, 본선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이런 대회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일 텐데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것일까?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박정우 회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마침, 예비 헌터 한 명이 크게 다쳤다고 하는군요.”
쿵-
가슴이 크게 뛰었다.
그 소식은 본적이 있었다.
예비 헌터는 사냥을 담당하는 S~A급 헌터를 보좌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헌터를 말했다. 그리고 메인 헌터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할 시 그들의 위치를 대신하기도 했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예비 헌터라 해도, 절대 가볍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국가를 대표해서 국제적인 대회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예비 헌터로 선출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명예와 부를 쌓을 수 있게 되니까.
“그래서 그 자리에, 김준수 씨를 추천해보려 합니다.”
딸깍-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입안이 바짝 말라왔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지.
“회장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말씀이라...생각을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
박정우 회장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롭게 하세요. 김준수씨.”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회장님, 한 마디만 여쭙겠습니다. 수많은 헌터들이 있을 텐데 왜 저입니까?”
무려 국제 대회다.
그것도 수십억의 이목이 집중된 대회.
그런 자리에 나를 덜컥 꽂아 넣는다는 것은, 아무리 대기업 총수라도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예비 헌터라고 해도, 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니까.
그래서 물은 것이다.
왜 나인지.
박정우 회장은 이소희 쪽을 흘끗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내게는 여러 사람이 있어요. 내가 참 신뢰하고 믿는 사람들이지요. 이소희 실장은 내게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미 이 실장이 내게 김준수씨에 대한 데이터를 보내주었고, 그것을 토대로 결정한 사안입니다. 절대 감정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니, 그 점에 대해서는 마음을 놓으셔도 됩니다.”
역시, 대기업의 실장 정도 되면 이 정도로 일 처리가 빠르구나!
어쩐지 막 박지혜를 구해내고 이소희 일행과 조우했을 때, 그녀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했었다.
그녀는 이미 나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바로 회장에게 보고한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몬스터를 어떻게 잡았는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모든 것이 그녀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생각하니 뭔가 서늘한 것이 등줄기를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무서운 사람이다...!’
그렇게 따져보면, 내가 아무리 박지혜를 구했어도 그녀의 추천이 없었다면 예비 헌터로 올라갈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제야 돈벼락으로 보았던 그녀에 대한 분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귀인이라고 했던 거구나!’
내게 큰 기회를 만들어줄 사람.
그래서 이소희는 내게 귀인이었던 것이다.
이미 회장은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재가를 했을 테니 내게 이런 제안을 해왔을 테고, 그렇다면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회장님.”
모든 헌터들의 꿈.
국제 게이트 토벌전.
나도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토벌전을 보며 손에 땀을 쥐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메인 헌터 여섯과 예비 헌터 여섯으로 이뤄지는 다이나믹한 토벌전!
더군다나 상대 국가와 한 게이트에 들어가서 싸워야 하기 때문에, 그 긴박감은 더욱 컸다.
박정우 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 손을 맞잡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 손녀를 구해주셨는데, 이것으로 끝나면 결례겠지요? 오 실장!”
“예, 회장님, 준비되었습니다.”
그러자 회장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봅시다. 김준수씨. 다시 한번 손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실장, 모시게.”
“예, 회장님.”
오 실장은 회장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모시겠습니다.”
“예? 아, 예.”
“오빠! 잘 가요! 나중에 연락할게요!”
박지혜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해맑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나중에 또 보자!”
그리고 나는 오 실장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내려가 로비에 당도하자, 정문 앞에 세단 하나가 서 있었다.
뭐 높은 사람의 차이겠거니 무심코 바라봤는데, 갑자기 세단 옆에 있던 사내가 뒷좌석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오 실장이 내게 말했다.
“타십시오. 김준수씨.”
‘아, 집에도 데려다 주려나 보네! 역시 대기업답다!’
나는 집에까지 태워다 주려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차에 올라탔다.
“김 비서, 조심히 모셔.”
“예, 실장님.”
그리고 김 비서라 불린 잘생긴 사내도 운전석에 올라탔다.
주소를 말해줘야겠다 싶어서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제 주소는...”
- 역삼동 헤븐 팰리스로 경로를 설정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네비게이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엇, 저희집 거기 아닌데요?”
그때, 김 비서가 대답했다.
“회장님께서 지혜양을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김준수씨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지금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헤븐 팰리스는 집 하나에 30억이 넘는 고가인데?
“짐 정리는 차차 하시고, 일단 집부터 둘러 보시죠.”
“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 그리고 저는 오늘부터 김준수씨에게 배속되었습니다. 편하게 김 비서라고 불러주시면 되십니다. 기사이자, 비서이니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놀라운 얘기가 계속 이어졌다.
“기사라니요...? 저는 차가 없는...아!”
나는 멍한 얼굴로 말하다가 뭔가를 깨달았다.
기사가 있다는 것은, 차가 있다는 뜻.
그럼 이 차가...!
‘세상에!’
박정우 회장은 4억이 넘는 초고가의 세단과 기사까지 붙여준 것이다.
거기다 헤븐 팰리스...
‘미쳤다...!’
내가 혼이 나가 있는 사이, 차는 부드럽게 역삼동으로 진입했고 거대한 건물로 들어섰다.
이곳이 바로 헤븐 팰리스!
뉴스에서만 보던, 그 건물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초호화 스포츠카와 세단이 즐비한 곳...
몬스터 웨이브에도 절대적으로 방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부의 상징!
‘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차를 열어준 김 비서가 키 하나를 내밀었다.
붉은 말이 힘차게 서 있는 듯, 역동적인 엠블럼이 새겨진 키였다.
“이게 뭡니까?”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으실 때 타고 다니실 차입니다. 리모컨을 눌러보십시오.”
정말 놀라움에는 끝이 없었다.
도대체 박정우 회장은 어디까지 날 놀라게 할 셈일까?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누르자, 붉게 도색 된 스포츠카의 등이 깜빡거렸다.
‘진짜...미쳤네!’
5억을 호가하는 스포츠카.
온전히 나 혼자 쓸 수 있는 차까지...
박지혜를 구해낸 대가치고는 너무 어마어마한 보상이 주어진 것이다.
진짜, 인생역전이라더니...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김 비서를 따라 헤븐 팰리스의 내 집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사치의 끝이었고, 안락의 천국이었다.
나는 그 엄청난 광경에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내 인생이 역전된 것이다.
내 눈앞에는 새로운 인생이 환하게 펼쳐져 있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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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나혼자 진화 초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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