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조회 : 999 추천 : 0 글자수 : 5,069 자 2022-10-07
“세상에...”
성준이가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녀석은 정말로 눈앞의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로또 1등 당첨된 그로서도, 헤븐 팰리스는 그야말로 범접불가!
그러니 저런 미묘한 표정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준이는 헤븐 팰리스 안의 고급진 가구들과 대리석 테이블 등을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중얼거렸다.
“모기가 파리보다 훨씬 낫구나...! 하긴 파리는 똥냄새나 맡을 줄 알지, 할 줄 아는 게 없지. 하아!”
그러더니 녀석은 나를 바라보았다.
“부럽다, 친구야! 너 정말 인생역전 제대로 했구나...친구로서 정말 부럽...아니, 축하한다!”
“인마, 뭘 축하해! 죽을 고생한 거 생각하면 진짜...”
성준이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정말 너 못 돌아오는 줄 알고 진짜 걱정했다! 그 자식들이 그런 식으로 행동할 줄이야! 니가 마지막으로 나온다는 얘기에 애도 타고...야, 그래도 너 스포트라이트 받으면서 나오는 거 보니 야...진짜 멋지더라! 역시 내 친구!”
“그래도 네 덕분에 많은 걸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박지혜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다 성준이 네가 도와준 덕분이고.”
성준이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녀석은 내가 던전에 들어가 있는 동안 나름 마음고생을 엄청나게 한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오는데 내가 나오지 않자, 애가 타서 이리저리 알아보기도 하고 급기야 자기가 직접 들어가 나를 구출하겠다고 하다가 제지를 당하기도 하고...
역시 친구는 이런 맛이 있어야지.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어도 친구를 위해서라면 주먹 하나 불끈 쥐고 뛰어드는 그 의리.
녀석은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녀석을 좋아하는 것이지만.
“뭐, 크크, 알면 잊지 말라고. 이 몸의 은혜를!”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역시 녀석은 이래서 좋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편하고, 믿을 수 있어서.
그래서 나도 녀석을 위해 준비한 것이 있었다.
“야, 성준아. 이번에 대성 그룹과 연을 맺으면서 얻게 된 것들이 많은데 말이야. 그중 하나가 바로 이런 거더라고.”
나는 준비해뒀던 서류 봉투 하나를 녀석에게 내밀었다.
성준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게 뭔데?”
“대성그룹 미래기획팀. 그 중에서도 보안등급 2단계여야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자료들이야.”
“뭐...?”
대기업에서 다루는 정보의 양과 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대성그룹에서는 미래기획팀이라는 부서를 운영해서 정보를 수집, 통제했는데 보안등급 2단계면 특급과 일급 기밀 빼고는 거의 접근이 가능했다.
나도 몰랐는데, 김 비서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 회장님께서는 김준수씨께서 활동하시는데 최대한 지원을 하시고 싶어하십니다. 이번에 있을 국제 게이트 토벌전을 대비해서라도 특히 말입니다. 그 일환으로 김준수씨께는 대성그룹의 정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등급 2등급의 인가가 주어졌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시고 성장하셨으면 하는 회장님의 배려입니다.
역시 대기업 회장이라 그런지 배포 한번 제대로였다.
사실 박회장에게 박지혜는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금지옥엽이라는 반증이기도 했고. 그 박지혜를 위기에서 구해낸 내게 이런 보상이 주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권한을 이용해 나를 도와준 성준이에게 뭔가를 보답을 해주고 싶었다.
“열어 봐.”
내 말에 떨떠름한 얼굴로 성준이가 봉투를 집어 들었다.
“와, 봉투 고급진 거 봐! 대기업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중얼거리듯 감탄사를 연발하던 녀석은 안에 들어 있던 서류를 빼서 읽어보더니 두 눈을 크게 떴다.
“주...준수야...! 이거...!”
나는 녀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맘에 들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논문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성준이가 진화한 ‘파리’에 대한 각종 논문들.
주은수의 진화 특성인 카멜레온이 나중에는 신의 ‘화신(化身)’ 이라 불리는 아바타라가 되는 것처럼 다른 종류의 진화 특성에도 그런 것이 있었다.
그런 진화 특성에 관한 정보들은 접하기 어려운 기밀이었는데, 대성 그룹에서는 대기업답게 그런 정보들을 수집하고 저장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전 세계적인 과학 매거진인 ‘에볼루션(evolution)’에 실린 그저 그런 논문이 아니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논문의 내용이라면 대기업에서 그렇게 관리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성준이가 들고 있는 논문에는, 파리 진화 특성을 지닌 능력자들이 어떤 식으로 진화 특성을 발전시켰고, 성장시켰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적혀 있었다.
무협소설로 따지면 ‘비급’이라 할 수 있는 굉장한 자료.
“이씨...”
성준이는 입술이 바짝 마르는지 혀로 연신 입술을 축였다.
논문을 들고 있는 녀석의 손이 바르르 떨리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야! 김준수 이 자식아! 야! 나 정말 안 되겠다! 너, 진짜 내가 사...”
“됐고 얼른 보기나 해. 보니까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던데. 독일의 루카스가 가졌던 역병 능력을 얻는 방법도 있고.”
가만 놔뒀다간 녀석은 내게 사랑 고백을 할 기세였기 때문에 적절하게 말을 자르고 놈이 혹할만한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녀석은 단순한대로 바로 미끼를 물었고.
“뭐? 그래? 루카스의 역병 능력을 얻는 방법이 있다고?”
녀석은 빠르게 서류들을 넘기더니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친구야...이것만 있으면...! 이것만 있으면 나도 게이트 안에 들어가서 당당하게 사냥을 할 수 있다고! 크흐, 이게...무슨 일이냐...”
같은 파리로 진화한 사람들 중에서도 누구는 그저 그런 똥파리로 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더욱더 진화해서 강력한 권능을 얻는 자들도 있다.
처음부터 끝판왕인 ‘용’ 이나 ‘주작’ 같은 신수로서 진화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각성진화라 불리는 제2차 진화의 결과에 따라 힘의 우열이 갈리기도 했다.
독일의 유명한 파리 진화자 루카스는 똥파리에서 진화를 시작해, 파리가 가진 강력한 권능, ‘역병(疫病)’을 습득한 경우였다.
“역병 정도면 게이트의 몬스터들을 꽤 잘 잡기로 유명한 특성이니까. 그리고 게이트에 들어가서 사냥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디야?”
성준이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맞아, 맞아! 이씨, 평생을 평범한 똥파리로 늙어 죽는가 했더니 친구 하나 잘 둬서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리는구나! 친구야!”
“내가 친구를 잘 둔 거지! 네 똥꿈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어? 따지고 보면 다 거기서부터 시작한 건데.”
성준이가 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더니 이내 우쭐한 표정이 되었다.
“맞지! 인과관계는 정확히 해둬야지. 내 똥꿈이 아니었으면 네가 게이트에 들어갈 일도 없었을 거고, 박지혜를 구해낼 일도 없었을 테니까! 우하하하!”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마음껏 즐겨. 지원 필요하면 말하고. 대성 그룹에서도 나한테 엄청 호의적이라서 어느 정도는 지원이 가능할 거 같으니까.”
“그래! 한 번 나도 제대로 된 헌터가 되어 보자! 일생 빈둥빈둥 놀고 먹고 살 수는 없지! 사나이 한 번 태어나서 불꽃처럼 살다 가는 게 낭만 아니겠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그러니까 너도 얼른 강해져라. 기다리고 있으마!”
“아, 그런데 말이야, 준수야. 하나 궁금한 게 있어.”
“응?”
“아니, 너 게이트 들어가기 전에는 나하고 비슷했잖아. 아무 능력도 없고...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예리한 질문이었다.
성준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했고.
“모기 특성이 뭐냐?”
“피 빠는 거...”
“그래, 그거야. 피를 빨면 능력을 조금 갖다 쓸 수 있게 되거든. 적절하게 써먹었지.”
성준이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모기가 그렇게 유용한 능력이 있단 말이야?”
“어디 가서 말하진 말고. 찾아보니까 다른 모기 특성 개화자들은 이런 사례가 없긴 하더라.”
사실이었다.
대성 그룹의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봐도 모기 특성 개화자들이 이런 식으로 특성을 개화한 사례는 없었다.
모기는 그저 모기.
말 그대로 남에게 사기를 치는 능력이 발달하거나, 철면피가 되어 가족이나 지인의 피를 빨다 죽는 경우가 다반사.
모기 특성 개화자 중에서 오직 나만 이런 기이한 능력이 생긴 것이었으니...
‘혹시 모를 일이긴 하지만.’
이제까지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앞으로도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
“그랬구나. 어쨌든 좋아! 나도 얼른 뒤를 따라가마! 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라!”
성준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가슴을 탕탕 쳤다.
“후, 아무튼 정말 대단하다. 인생이 이렇게 한 방에 역전이 될 수도 있구나...”
그리고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며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아무튼 나도 이제 할 일이 생겼으니 가볼게! 브라더, 너도 준비 잘 하고 있어라! 국제 게이트 토벌전, 그거 우리나라 자존심이 달린 거잖아!”
국제 게이트 토벌전.
그것은 녀석의 말대로 국가 간의 자존심이 달린 매우 치열하고도 중요한 경기였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치 총성 없는 전쟁이랄까.
이유는 간단했다.
스포츠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스포츠 정신 따위는 애초에 의미가 없는, 그야말로 전쟁.
게이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른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즉, 그 안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도 은폐만 잘한다면 그 사실은 영원히 묻힌다는 것.
그리고 이제까지 토벌전에서도 그런 의심스러운 상황들이 수도 없이 발생했지만, 각국에서는 암묵적으로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몸도 조심하고. 후, 내가 또 우리 브라더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걱정이 앞서!”
성준이의 호들갑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나도 몸 조심 할게.”
“간다!”
성준이는 흥분된 발걸음을 감추지 못하고 성큼성큼 서류를 들고 나갔고, 나는 녀석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녀석이 사라지자,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것은 단 하나.
‘토벌전...’
이제 보름 남은 토벌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성준이가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녀석은 정말로 눈앞의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로또 1등 당첨된 그로서도, 헤븐 팰리스는 그야말로 범접불가!
그러니 저런 미묘한 표정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준이는 헤븐 팰리스 안의 고급진 가구들과 대리석 테이블 등을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중얼거렸다.
“모기가 파리보다 훨씬 낫구나...! 하긴 파리는 똥냄새나 맡을 줄 알지, 할 줄 아는 게 없지. 하아!”
그러더니 녀석은 나를 바라보았다.
“부럽다, 친구야! 너 정말 인생역전 제대로 했구나...친구로서 정말 부럽...아니, 축하한다!”
“인마, 뭘 축하해! 죽을 고생한 거 생각하면 진짜...”
성준이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정말 너 못 돌아오는 줄 알고 진짜 걱정했다! 그 자식들이 그런 식으로 행동할 줄이야! 니가 마지막으로 나온다는 얘기에 애도 타고...야, 그래도 너 스포트라이트 받으면서 나오는 거 보니 야...진짜 멋지더라! 역시 내 친구!”
“그래도 네 덕분에 많은 걸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박지혜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다 성준이 네가 도와준 덕분이고.”
성준이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녀석은 내가 던전에 들어가 있는 동안 나름 마음고생을 엄청나게 한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오는데 내가 나오지 않자, 애가 타서 이리저리 알아보기도 하고 급기야 자기가 직접 들어가 나를 구출하겠다고 하다가 제지를 당하기도 하고...
역시 친구는 이런 맛이 있어야지.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어도 친구를 위해서라면 주먹 하나 불끈 쥐고 뛰어드는 그 의리.
녀석은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녀석을 좋아하는 것이지만.
“뭐, 크크, 알면 잊지 말라고. 이 몸의 은혜를!”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역시 녀석은 이래서 좋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편하고, 믿을 수 있어서.
그래서 나도 녀석을 위해 준비한 것이 있었다.
“야, 성준아. 이번에 대성 그룹과 연을 맺으면서 얻게 된 것들이 많은데 말이야. 그중 하나가 바로 이런 거더라고.”
나는 준비해뒀던 서류 봉투 하나를 녀석에게 내밀었다.
성준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게 뭔데?”
“대성그룹 미래기획팀. 그 중에서도 보안등급 2단계여야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자료들이야.”
“뭐...?”
대기업에서 다루는 정보의 양과 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대성그룹에서는 미래기획팀이라는 부서를 운영해서 정보를 수집, 통제했는데 보안등급 2단계면 특급과 일급 기밀 빼고는 거의 접근이 가능했다.
나도 몰랐는데, 김 비서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 회장님께서는 김준수씨께서 활동하시는데 최대한 지원을 하시고 싶어하십니다. 이번에 있을 국제 게이트 토벌전을 대비해서라도 특히 말입니다. 그 일환으로 김준수씨께는 대성그룹의 정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등급 2등급의 인가가 주어졌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시고 성장하셨으면 하는 회장님의 배려입니다.
역시 대기업 회장이라 그런지 배포 한번 제대로였다.
사실 박회장에게 박지혜는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금지옥엽이라는 반증이기도 했고. 그 박지혜를 위기에서 구해낸 내게 이런 보상이 주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권한을 이용해 나를 도와준 성준이에게 뭔가를 보답을 해주고 싶었다.
“열어 봐.”
내 말에 떨떠름한 얼굴로 성준이가 봉투를 집어 들었다.
“와, 봉투 고급진 거 봐! 대기업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중얼거리듯 감탄사를 연발하던 녀석은 안에 들어 있던 서류를 빼서 읽어보더니 두 눈을 크게 떴다.
“주...준수야...! 이거...!”
나는 녀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맘에 들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논문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성준이가 진화한 ‘파리’에 대한 각종 논문들.
주은수의 진화 특성인 카멜레온이 나중에는 신의 ‘화신(化身)’ 이라 불리는 아바타라가 되는 것처럼 다른 종류의 진화 특성에도 그런 것이 있었다.
그런 진화 특성에 관한 정보들은 접하기 어려운 기밀이었는데, 대성 그룹에서는 대기업답게 그런 정보들을 수집하고 저장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전 세계적인 과학 매거진인 ‘에볼루션(evolution)’에 실린 그저 그런 논문이 아니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논문의 내용이라면 대기업에서 그렇게 관리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성준이가 들고 있는 논문에는, 파리 진화 특성을 지닌 능력자들이 어떤 식으로 진화 특성을 발전시켰고, 성장시켰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적혀 있었다.
무협소설로 따지면 ‘비급’이라 할 수 있는 굉장한 자료.
“이씨...”
성준이는 입술이 바짝 마르는지 혀로 연신 입술을 축였다.
논문을 들고 있는 녀석의 손이 바르르 떨리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야! 김준수 이 자식아! 야! 나 정말 안 되겠다! 너, 진짜 내가 사...”
“됐고 얼른 보기나 해. 보니까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던데. 독일의 루카스가 가졌던 역병 능력을 얻는 방법도 있고.”
가만 놔뒀다간 녀석은 내게 사랑 고백을 할 기세였기 때문에 적절하게 말을 자르고 놈이 혹할만한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녀석은 단순한대로 바로 미끼를 물었고.
“뭐? 그래? 루카스의 역병 능력을 얻는 방법이 있다고?”
녀석은 빠르게 서류들을 넘기더니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친구야...이것만 있으면...! 이것만 있으면 나도 게이트 안에 들어가서 당당하게 사냥을 할 수 있다고! 크흐, 이게...무슨 일이냐...”
같은 파리로 진화한 사람들 중에서도 누구는 그저 그런 똥파리로 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더욱더 진화해서 강력한 권능을 얻는 자들도 있다.
처음부터 끝판왕인 ‘용’ 이나 ‘주작’ 같은 신수로서 진화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각성진화라 불리는 제2차 진화의 결과에 따라 힘의 우열이 갈리기도 했다.
독일의 유명한 파리 진화자 루카스는 똥파리에서 진화를 시작해, 파리가 가진 강력한 권능, ‘역병(疫病)’을 습득한 경우였다.
“역병 정도면 게이트의 몬스터들을 꽤 잘 잡기로 유명한 특성이니까. 그리고 게이트에 들어가서 사냥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디야?”
성준이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맞아, 맞아! 이씨, 평생을 평범한 똥파리로 늙어 죽는가 했더니 친구 하나 잘 둬서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리는구나! 친구야!”
“내가 친구를 잘 둔 거지! 네 똥꿈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어? 따지고 보면 다 거기서부터 시작한 건데.”
성준이가 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더니 이내 우쭐한 표정이 되었다.
“맞지! 인과관계는 정확히 해둬야지. 내 똥꿈이 아니었으면 네가 게이트에 들어갈 일도 없었을 거고, 박지혜를 구해낼 일도 없었을 테니까! 우하하하!”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마음껏 즐겨. 지원 필요하면 말하고. 대성 그룹에서도 나한테 엄청 호의적이라서 어느 정도는 지원이 가능할 거 같으니까.”
“그래! 한 번 나도 제대로 된 헌터가 되어 보자! 일생 빈둥빈둥 놀고 먹고 살 수는 없지! 사나이 한 번 태어나서 불꽃처럼 살다 가는 게 낭만 아니겠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그러니까 너도 얼른 강해져라. 기다리고 있으마!”
“아, 그런데 말이야, 준수야. 하나 궁금한 게 있어.”
“응?”
“아니, 너 게이트 들어가기 전에는 나하고 비슷했잖아. 아무 능력도 없고...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예리한 질문이었다.
성준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했고.
“모기 특성이 뭐냐?”
“피 빠는 거...”
“그래, 그거야. 피를 빨면 능력을 조금 갖다 쓸 수 있게 되거든. 적절하게 써먹었지.”
성준이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모기가 그렇게 유용한 능력이 있단 말이야?”
“어디 가서 말하진 말고. 찾아보니까 다른 모기 특성 개화자들은 이런 사례가 없긴 하더라.”
사실이었다.
대성 그룹의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봐도 모기 특성 개화자들이 이런 식으로 특성을 개화한 사례는 없었다.
모기는 그저 모기.
말 그대로 남에게 사기를 치는 능력이 발달하거나, 철면피가 되어 가족이나 지인의 피를 빨다 죽는 경우가 다반사.
모기 특성 개화자 중에서 오직 나만 이런 기이한 능력이 생긴 것이었으니...
‘혹시 모를 일이긴 하지만.’
이제까지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앞으로도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
“그랬구나. 어쨌든 좋아! 나도 얼른 뒤를 따라가마! 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라!”
성준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가슴을 탕탕 쳤다.
“후, 아무튼 정말 대단하다. 인생이 이렇게 한 방에 역전이 될 수도 있구나...”
그리고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며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아무튼 나도 이제 할 일이 생겼으니 가볼게! 브라더, 너도 준비 잘 하고 있어라! 국제 게이트 토벌전, 그거 우리나라 자존심이 달린 거잖아!”
국제 게이트 토벌전.
그것은 녀석의 말대로 국가 간의 자존심이 달린 매우 치열하고도 중요한 경기였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치 총성 없는 전쟁이랄까.
이유는 간단했다.
스포츠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스포츠 정신 따위는 애초에 의미가 없는, 그야말로 전쟁.
게이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른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즉, 그 안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도 은폐만 잘한다면 그 사실은 영원히 묻힌다는 것.
그리고 이제까지 토벌전에서도 그런 의심스러운 상황들이 수도 없이 발생했지만, 각국에서는 암묵적으로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몸도 조심하고. 후, 내가 또 우리 브라더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걱정이 앞서!”
성준이의 호들갑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나도 몸 조심 할게.”
“간다!”
성준이는 흥분된 발걸음을 감추지 못하고 성큼성큼 서류를 들고 나갔고, 나는 녀석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녀석이 사라지자,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것은 단 하나.
‘토벌전...’
이제 보름 남은 토벌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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