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별그램.
조회 : 716 추천 : 1 글자수 : 4,793 자 2022-10-04
"이것 좀 봐, 팔로우 수가 또 늘었어."
제니는 그의 눈앞으로 핸드폰을 갖다 대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관심 없는 척 했지만, 슬쩍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는 룬의 광대는 미세하게 씰룩거렸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까지 SNS 계정도 없이 살았어?"
그녀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휘둥그레 진 눈을 하고서 물었다.
"나름 인지도가 있었을 땐 오히려 그런 게 독이 되는 것 같아서..., 안 좋은 글이 쓰일까 봐 걱정도 됐고."
"무플보다 악플이란 몰라? 그리고 요즘은 달라, 아무리 잘 나가도 팬들이랑 소통이 없으면 안 된다고."
Rrrrr, Rrrrr
갑작스레 울린 전화에 제니는 멈칫했다.
'유매니저 아저씨, 갑자기 왜 연락하셨지?'
유매니저와 아리엘이 함께 일 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앞으로 연락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제니는 그의 연락이 당황스러웠다.
"뭐해, 안 받아?"
"응."
그녀는 룬의 눈치를 살짝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아저씨."
[아, 잘 있지? 다른 게 아니라..., 너 양희라는 영화감독 혹시 아니?]
"당연히 알죠, 그런데 왜요?"
[응, 감독님께서 이룬을 한 번 보고 싶어하는데 어떤가 해서.]
"네?"
'누가 누구를 보고 싶어 한다고?'
그녀는 시간이 멈춘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듣고 있어? 내키지 않으면 거절해도 괜찮아. 내가 잘 둘러서...]
"만나야죠!"
유매니저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제니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제? 어디서 요? 그런데 보고 싶은 이유가 뭐예요? 혹시 캐스팅? "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새처럼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던 룬이 소리 없이 입을 벙긋 거렸다.
"무슨 일 이야?"
하지만 그녀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기다리란 손짓을 했다.
"네! 그럼 장소랑 날짜 메시지로 보내주세요. 그리고... 감사해요!"
통화가 끝나자마자 제니는 입을 틀어 막고서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대체 뭐냐니까?"
답답함을 참고 있던 그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놀라지마, 양희 감독이 오빠를 만나보고 싶어 한대!"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하고 멈칫하는 그의 팔을 제니가 흔들었다.
"왜 그러고 있어? 기뻐 해야지."
"이거 꿈 아니지? 내가 아는,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그 양희 감독 맞아? 이번에 국제 영화제에서 상 받은 그 사람."
"맞다니까. 꿈 같아? 내가 때려 줄까?"
그녀는 자그만한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서 그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아!"
룬은 그제야 믿어지는 지, 이마를 문지르며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날 어떻게 알았지? 너니까 터 놓고 말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제대로 얼굴이 나오는 활동도 없었는데..."
잠깐 머뭇거리던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손을 마주쳤다.
"인별그램! 벌써 이거 본 거지!"
"엥? 겨우 1시간 전에 올린 건데?"
"뭘 모르네. 언제 올렸는 지가 왜 중요해?"
"그럼 뭐가 중요한대."
"타이밍이 중요한 거지. 아주 우연히도 그 감독이 인별그램을 보고 있었을 때, 우리가 그 사람이 관심 있을만한 태그로 사진을 올렸다는 게 중요하지."
"그건 네 추측일 뿐이잖아."
"그럼 뭐 다른 이유가 있어?"
곰곰히 생각하던 룬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없어, 네 말이 맞나 봐. SNS 라는 게 진짜 대단하구나."
그의 대답을 듣을 제니는 몰래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잘 몰라서 다행이야. 인별그램을 봤으면 DM이 왔겠지. 분명 유매니저 아저씨가 부탁하신 걸 꺼야.'
다시는 없을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뭐가?"
"기분 나빠하지 말고 내 말 잘 들어."
의미심장한 그녀의 목소리에 룬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를 응시했다.
"물론 실물도 멋지지만, 방금 올린 사진 만큼은 아니야."
"그게 뭔 소리야!"
버럭하는 그에게 제니는 조근조근 설명을 시작했다.
"생각을 해봐, 아무리 조금이라도 보정이 들어갔는데 어떻게 같을 수가 있어? 게다가 사진은 최고의 순간만 포착한 거라고. 이번 미팅 정말 중요하잖아. 그러니까 만났을 때 더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고."
룬은 인별그램에 업로드 된 사진을 다시 한번 보았다.
'맞는 말이야, 한 순간 찍힌 것과 움직이는 것이 같을 수는 없어.'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는 조금 전 보다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제니는 한발 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왜, 왜 이래?"
"가만히 있어봐."
제니는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면 관찰했다.
"뭐 하려고?"
자신의 손바닥 아래에서 발그레한 그의 볼을 알 리 없는 그녀는 급기야 입술을 매만지며 손가락으로 벌렸다.
'이대로 더 있으면 심장 소리가 다 들리겠어.'
"사람들이 쳐다 본 다고."
룬은 그녀를 밀쳐내며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으악, 나 힐 신은 거 안 보여?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 했잖아!"
"어쨌든 안 넘어졌잖아.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보는데 왜 그렇게 가까이 붙어?"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생각 같아서는 피부과랑 치과 보내고 싶은데 내가 그럴 능력은 없으니까, 오늘부터 미백 치약 쓰고, 그 2만원 짜리 마스크 팩 좀 더 사서 붙여야지."
"헐, 나 이빨 노랗게 보여?"
그는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놀란 듯 물었다.
"아, 아니. 뭐 많이 노란 건 아니지만, 연예인들 앞니는 거의 다 라미네이트기도 하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럼 또 뭐가 있는데."
"운동! 팔굽혀펴기 열심히 해서 슈트 핏 더 좋게 만들어야지."
"응, 집에 가자마자 바로 할게."
제니는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깨톡]
"약속 날짜랑 장소 정해졌나보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고 있던 제니의 얼굴은 메시지를 확인 하자마자 어두워졌다.
**
[15일, 일요일. S호텔 중식당 룸 3시. 예약은 내가 해 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집으로 돌아와서 유매니저의 메시지를 확인한 제니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당연히 계산은 내가 해야 할 텐데... 여기 코스 젤 저렴한 것도 인당 20만원이네. 어쩐다..."
머리를 굴리던 그녀는 마침내 결심이라도 한 듯,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짝퉁 사면 소비지만, 명품 사는 건 투자가 된다니까."
그녀는 선반 위에 진열 된 핑크색 퀄팅백을 들었다.
"색상도 레어템이고 가격도 샀을 때 보다 몇 백은 올랐으니까... 월세도 충당 되겠네."
가방을 한참 쳐다보던 그녀는 아쉬운 듯 가방을 꼭 끌어안았다.
Rrrrrr Rrrrrr
"벌써 들어갔나? 뭘 전화까지..."
당연히 룬일거라고 생각했던 제니는 핸드폰 화면에 뜬 뜻밖의 이름이 당황스러웠다.
'그러고 보니까 시헌이 일은 새까맣게 잊고 있었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그녀의 목소리는 사뭇 쌀쌀했다.
[너 오늘 프리다 매장 갔었어?]
"그게 왜 궁금한데? 내가 허락이라도 받아야 하니? 아, 네 새 여자친구랑 마주치기라도 할 까봐? 걱정 하지마, 너랑 같이 마주쳐도 아주 자연스럽게 모르는 척 할 줄 테니까."
속사포 처럼 말을 쏟아낸 후에야 마음이 아려왔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만난 시간이 있는데, 내 말도 좀 들어봐야지.]
"그래, 얼마나 대단한 말이 나오는 지 들어볼게."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당장 다른 사람 안 만나면 너한테 찾아 갈 것 같았단 말이야.]
"아쉽네, 돈 봉투라도 준비해서 오셨을 텐데 말이야."
[이제니!]
"왜! 그래서 지금 나한테 전화 한 이유가 뭔데? 나 차버린 이유 설명해주려고 전화 한 거야?"
[그게 아니라... 인별그램에 올라온 남자가... 새 남자친구야?]
"뭐라는 거야, 그 사람 소속사 배우야!"
[그런 거지? 그럴 줄 알았어. 네가 그렇게 쉽게 바로 다른 남자 만날 애가 아닌데 하하.]
"남이야 쉽게 만나든 아니든 신경끄고 앞으로 연락하지마."
전화를 끊으려는데 핸드폰 너머로 다급한 시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 잠깐만!]
"또 뭐?"
[내가 잘 못 했어. 이유가 어쨌든 그러면 안 되는건데, 나한테 한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대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었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이.'
오전에 프리다 매장에서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머릿끝이 쭈뼛거렸다.
지금 그에게 욕을 퍼붓던지, 그것도 못하겠으면 그냥 끊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제니는 아무것도 못 한 채,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내가 너 만나는 동안 한 눈 판 적 있었어? 나 진짜 잘했잖아 응?]
애절한 목소리는 지난 날 그와 함께 했던 좋았던 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제니는 그의 눈앞으로 핸드폰을 갖다 대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관심 없는 척 했지만, 슬쩍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는 룬의 광대는 미세하게 씰룩거렸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까지 SNS 계정도 없이 살았어?"
그녀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휘둥그레 진 눈을 하고서 물었다.
"나름 인지도가 있었을 땐 오히려 그런 게 독이 되는 것 같아서..., 안 좋은 글이 쓰일까 봐 걱정도 됐고."
"무플보다 악플이란 몰라? 그리고 요즘은 달라, 아무리 잘 나가도 팬들이랑 소통이 없으면 안 된다고."
Rrrrr, Rrrrr
갑작스레 울린 전화에 제니는 멈칫했다.
'유매니저 아저씨, 갑자기 왜 연락하셨지?'
유매니저와 아리엘이 함께 일 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앞으로 연락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제니는 그의 연락이 당황스러웠다.
"뭐해, 안 받아?"
"응."
그녀는 룬의 눈치를 살짝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아저씨."
[아, 잘 있지? 다른 게 아니라..., 너 양희라는 영화감독 혹시 아니?]
"당연히 알죠, 그런데 왜요?"
[응, 감독님께서 이룬을 한 번 보고 싶어하는데 어떤가 해서.]
"네?"
'누가 누구를 보고 싶어 한다고?'
그녀는 시간이 멈춘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듣고 있어? 내키지 않으면 거절해도 괜찮아. 내가 잘 둘러서...]
"만나야죠!"
유매니저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제니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제? 어디서 요? 그런데 보고 싶은 이유가 뭐예요? 혹시 캐스팅? "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새처럼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던 룬이 소리 없이 입을 벙긋 거렸다.
"무슨 일 이야?"
하지만 그녀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기다리란 손짓을 했다.
"네! 그럼 장소랑 날짜 메시지로 보내주세요. 그리고... 감사해요!"
통화가 끝나자마자 제니는 입을 틀어 막고서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대체 뭐냐니까?"
답답함을 참고 있던 그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놀라지마, 양희 감독이 오빠를 만나보고 싶어 한대!"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하고 멈칫하는 그의 팔을 제니가 흔들었다.
"왜 그러고 있어? 기뻐 해야지."
"이거 꿈 아니지? 내가 아는,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그 양희 감독 맞아? 이번에 국제 영화제에서 상 받은 그 사람."
"맞다니까. 꿈 같아? 내가 때려 줄까?"
그녀는 자그만한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서 그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아!"
룬은 그제야 믿어지는 지, 이마를 문지르며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날 어떻게 알았지? 너니까 터 놓고 말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제대로 얼굴이 나오는 활동도 없었는데..."
잠깐 머뭇거리던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손을 마주쳤다.
"인별그램! 벌써 이거 본 거지!"
"엥? 겨우 1시간 전에 올린 건데?"
"뭘 모르네. 언제 올렸는 지가 왜 중요해?"
"그럼 뭐가 중요한대."
"타이밍이 중요한 거지. 아주 우연히도 그 감독이 인별그램을 보고 있었을 때, 우리가 그 사람이 관심 있을만한 태그로 사진을 올렸다는 게 중요하지."
"그건 네 추측일 뿐이잖아."
"그럼 뭐 다른 이유가 있어?"
곰곰히 생각하던 룬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없어, 네 말이 맞나 봐. SNS 라는 게 진짜 대단하구나."
그의 대답을 듣을 제니는 몰래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잘 몰라서 다행이야. 인별그램을 봤으면 DM이 왔겠지. 분명 유매니저 아저씨가 부탁하신 걸 꺼야.'
다시는 없을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뭐가?"
"기분 나빠하지 말고 내 말 잘 들어."
의미심장한 그녀의 목소리에 룬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를 응시했다.
"물론 실물도 멋지지만, 방금 올린 사진 만큼은 아니야."
"그게 뭔 소리야!"
버럭하는 그에게 제니는 조근조근 설명을 시작했다.
"생각을 해봐, 아무리 조금이라도 보정이 들어갔는데 어떻게 같을 수가 있어? 게다가 사진은 최고의 순간만 포착한 거라고. 이번 미팅 정말 중요하잖아. 그러니까 만났을 때 더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고."
룬은 인별그램에 업로드 된 사진을 다시 한번 보았다.
'맞는 말이야, 한 순간 찍힌 것과 움직이는 것이 같을 수는 없어.'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는 조금 전 보다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제니는 한발 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왜, 왜 이래?"
"가만히 있어봐."
제니는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면 관찰했다.
"뭐 하려고?"
자신의 손바닥 아래에서 발그레한 그의 볼을 알 리 없는 그녀는 급기야 입술을 매만지며 손가락으로 벌렸다.
'이대로 더 있으면 심장 소리가 다 들리겠어.'
"사람들이 쳐다 본 다고."
룬은 그녀를 밀쳐내며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으악, 나 힐 신은 거 안 보여?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 했잖아!"
"어쨌든 안 넘어졌잖아.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보는데 왜 그렇게 가까이 붙어?"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생각 같아서는 피부과랑 치과 보내고 싶은데 내가 그럴 능력은 없으니까, 오늘부터 미백 치약 쓰고, 그 2만원 짜리 마스크 팩 좀 더 사서 붙여야지."
"헐, 나 이빨 노랗게 보여?"
그는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놀란 듯 물었다.
"아, 아니. 뭐 많이 노란 건 아니지만, 연예인들 앞니는 거의 다 라미네이트기도 하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럼 또 뭐가 있는데."
"운동! 팔굽혀펴기 열심히 해서 슈트 핏 더 좋게 만들어야지."
"응, 집에 가자마자 바로 할게."
제니는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깨톡]
"약속 날짜랑 장소 정해졌나보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고 있던 제니의 얼굴은 메시지를 확인 하자마자 어두워졌다.
**
[15일, 일요일. S호텔 중식당 룸 3시. 예약은 내가 해 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집으로 돌아와서 유매니저의 메시지를 확인한 제니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당연히 계산은 내가 해야 할 텐데... 여기 코스 젤 저렴한 것도 인당 20만원이네. 어쩐다..."
머리를 굴리던 그녀는 마침내 결심이라도 한 듯,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짝퉁 사면 소비지만, 명품 사는 건 투자가 된다니까."
그녀는 선반 위에 진열 된 핑크색 퀄팅백을 들었다.
"색상도 레어템이고 가격도 샀을 때 보다 몇 백은 올랐으니까... 월세도 충당 되겠네."
가방을 한참 쳐다보던 그녀는 아쉬운 듯 가방을 꼭 끌어안았다.
Rrrrrr Rrrrrr
"벌써 들어갔나? 뭘 전화까지..."
당연히 룬일거라고 생각했던 제니는 핸드폰 화면에 뜬 뜻밖의 이름이 당황스러웠다.
'그러고 보니까 시헌이 일은 새까맣게 잊고 있었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그녀의 목소리는 사뭇 쌀쌀했다.
[너 오늘 프리다 매장 갔었어?]
"그게 왜 궁금한데? 내가 허락이라도 받아야 하니? 아, 네 새 여자친구랑 마주치기라도 할 까봐? 걱정 하지마, 너랑 같이 마주쳐도 아주 자연스럽게 모르는 척 할 줄 테니까."
속사포 처럼 말을 쏟아낸 후에야 마음이 아려왔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만난 시간이 있는데, 내 말도 좀 들어봐야지.]
"그래, 얼마나 대단한 말이 나오는 지 들어볼게."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당장 다른 사람 안 만나면 너한테 찾아 갈 것 같았단 말이야.]
"아쉽네, 돈 봉투라도 준비해서 오셨을 텐데 말이야."
[이제니!]
"왜! 그래서 지금 나한테 전화 한 이유가 뭔데? 나 차버린 이유 설명해주려고 전화 한 거야?"
[그게 아니라... 인별그램에 올라온 남자가... 새 남자친구야?]
"뭐라는 거야, 그 사람 소속사 배우야!"
[그런 거지? 그럴 줄 알았어. 네가 그렇게 쉽게 바로 다른 남자 만날 애가 아닌데 하하.]
"남이야 쉽게 만나든 아니든 신경끄고 앞으로 연락하지마."
전화를 끊으려는데 핸드폰 너머로 다급한 시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 잠깐만!]
"또 뭐?"
[내가 잘 못 했어. 이유가 어쨌든 그러면 안 되는건데, 나한테 한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대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었다.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이.'
오전에 프리다 매장에서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머릿끝이 쭈뼛거렸다.
지금 그에게 욕을 퍼붓던지, 그것도 못하겠으면 그냥 끊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제니는 아무것도 못 한 채,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내가 너 만나는 동안 한 눈 판 적 있었어? 나 진짜 잘했잖아 응?]
애절한 목소리는 지난 날 그와 함께 했던 좋았던 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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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별그램.조회 : 724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793 6.왜 망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조회 : 957 추천 : 2 댓글 : 0 글자 : 4,499 5.네가 아니면 안 돼조회 : 79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849 4.부자는 망해도 삼 년은 먹을 것이 있다?조회 : 756 추천 : 2 댓글 : 0 글자 : 4,075 3.반짝반짝 별이 되게 해 줘조회 : 79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868 2.아직 한 명이 남아 있어!조회 : 752 추천 : 2 댓글 : 0 글자 : 3,619 1.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조회 : 1,033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