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조회 : 850 추천 : 0 글자수 : 5,705 자 2022-09-20
-끼이이익···
문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거대한 입학식장이었다.
모두가 입을 꾹 다물며 말 한마디 없이 진지해 있는 사이 아델은 조용히 문을 닫으며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델은 학생들로부터 따끔한 시선을 받으며 멜이 있는 빈 옆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에서 인기척을 느낀 멜이 습관적으로 입을 열었다.
“여기 자리 있···.”
아델의 얼굴을 본 멜의 표정이 변했다.
“아델···! 어디에 있다가 이제 온 거야···!”
“그게···.”
아델은 2일 전 엘리나와 있었던 대련을 조금 왜곡하여 전부 설명했다.
“와··· 너 혹시 어디 머리라던가, 아니면 머리라던가 진짜 거짓말 안치고 아픈 데 없어?”
“아쉽게도 머리는 멀쩡해.”
멜의 머릿속에서는 가만히 훈련하고 있는 귀족한테 도발하고 마지막에는 결국 패배했다는 다소 이상한 그림이 그려졌다. 이것을 믿을 멍청이는 이 세상에 없을 거다.
분명 뭔 일이 있었겠지.
분명 아델은 엘리나가 먼저 검을 들이댔다고 말 안 했다.
자신이 시비를 걸었고 엘리나와의 대련에서 패배했다는 정도로 사실을 왜곡시킨 정도다.
아델은 자신이 사실대로 말했다며 스스로 확신했다. 뭐가 됐든 목격자는 두 명이고 후에 만날 엘리나는 이 증언이 사실임을 인정할 테니 말이다.
“뭐··· 그래, 암튼 늦지 않게 잘 와서 다행이야. 근데 여기는 어떻게 찾은 거야?”
“미리 길을 봐뒀어.”
“아··· 그래?”
멜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이네 앞을 봤다.
아델은 자신을 만난 지 고작 3일 된 상태에서 귀족으로부터 구해주지 않았는가. 그들에게 매일 받는 고통은 나 자신을 나약하게 만들었다. 죽고싶기도 했고 이것이 현실임을 뼈져리게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고통 속에서 아델이 자신을 핍박 속에서 구해줬다.
멜은 그가 착하든 나쁘든 믿어줄 생각이다.
조명의 불빛이 점점 사라지며 이곳 홀은 단번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탁!
둥근 모양의 불빛이 무대 이곳저곳에 켜지며 곧 단상이 있는 방향으로 일제히 모여들었다.
빛으로 밝혀진 단상 위에는 젊어 보이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레지당스 총책임자인 데카코마니라고 합니다.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그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박수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멜도 옆에서 힘껏 박수를 쳤다.
식단 데카코마니는 손바닥을 들며 박수를 중재하였고 박수 소리가 사라지자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훤칠한 얼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했다.
“교육의 질과 수준 면에서 우리 레지당스는 오늘날까지 탁월한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오늘의 시작이 여러분의 성장에 대한 위대한 도전이 되고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서 여러분의 삶이 더 풍성해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짝짝짝짝짝
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립박수를 보였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얼씨구 잘들 논다.
아델은 턱을 괸 채 못 미더운 표정으로 데카코마니를 바라봤다.
평민을 그렇게 싫어하던 양반이 평민들의 박수가 좋다며 실실 웃고 있었다.
데카코마니는 단상에서 내려갈 때까지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좌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뒤 아까와는 사뭇 다른 나른한 인상의 다크써클 가득한 남자는 식단 데카코마니가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단상 위로 올라갔다.
“아아~.”
잠이 몰려올 듯 낮은 톤의 나른한 목소리가 한순간 좌중을 삼켰다.
모두가 입을 꾹 다물며 조용히 할 때 그가 첫 소절을 뗐다.
“하아 일단 이 과정을 통해서 여러분의 삶이 더 풍성해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아까 했던 말이었다. 중년의 남자는 다음 대사를 까먹은 걸까. 10초지만 1시간 같은 긴 정적이 흘렀다.
그때 그의 옆으로 조수로 보이는 벚꽃색 머리의 여자가 다급히 총총총 뛰어왔다.
그 뒤 남자가 잊고 안 챙긴 작은 종이를 건넸다.
“아아~ 이건가?”
여자는 말없이 고개를 크게 빠른 박자로 2번 끄덕이고는 다시 총총총 뛰며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남자는 천천히 종이를 위로 한번 옆으로 한번 아래로 한번 펼치며 종이를 완벽히 폈다.
그리고 이내 표정이 구겨졌다.
남자는 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대로 종이를 구겨버리며 뒤로 던졌다.
-탁
모두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종이로 향했다.
““·········.””
무대 뒤편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지켜보던 아까의 조수는 쓰러질 기세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순간 싸늘해진 공기.
남자는 학생들 시선 따윈 신경 안 쓴다는 얼굴로 말했다.
“나중에 후회하기 싫으면 귓구멍 열고 잘 들어라. 특히 귀족 놈들. 이곳에 온 너희의 신분은 오늘부로 귀족이 아니다. 이곳 레지당스에 온 너희들의 신분은 오늘부로 학생이다. 명심해라. 자신이 귀족이라고 뭐라도 된 듯 나대는 새끼는 내가 손가락 발가락 다 분질러 버릴 거야. 학생의 본문에 맞게 행동하며 경거망동한 멍청한 짓은 하지 마라. 레지당스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길 빌며 이상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 그리고 미리 몇몇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 올린다.”
그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몇몇은 황당한 표정으로 이 아저씨가 지금 뭔 미친 소리를 하는 건가.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다시 한번 해석해 봤다.
그러던 와중 아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홀로 박수를 쳤다.
할 말을 전부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간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눈썹을 꿈틀댔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무대 뒤편으로 향하고 있었고 잠깐 눈이 마주친 것으로 그와의 접점은 사라졌다.
아델은 씨익하고 웃으며 만족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멜이 감탄스럽다는 다소 이중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아델 ···너 이야~ 방금 진짜 멋졌어.”
“나도 알아.”
멜은 아델을 돌려 깐 것이었다. 진심으로 알아들은 아델을 보며 곧바로 방금 말을 정정했다.
“아니야 방금 말 취소할게. 진짜 방금 박수 친 거 절대로 잘한 행동이 아니라는 건 알지? 너 98명한테 찍힌 거다. 난 몰라.”
레지당스 소속 학생은 아델과 멜을 포함 100명이었다.
“나도 알아.”
그렇게 짧지만 강렬한 입학식이 끝나고 좌석 쪽 불빛이 밝아지며.
“모두 밖으로 나가 건물 뒤편으로 이동해 주세요.”
밖으로 나가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아델과 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지시에 따라 걸었다.
“후우··· 떨린다. 이제 입학시험인가?”
“그러겠지.”
멜은 일말의 미동도 없는 아델의 표정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너는 긴장을 안 하는 타입이야? 아 까도 그렇고 이전에 니가 한 행동도 들도 그렇고 그냥 자기 내키는 데로 하는···.”
“혹시 긴장돼?”
멜은 말을 하다 말고 아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아카데미라는 곳에 간다.
이곳은 자신이 알길 C등급 이하 판정을 받은 학생들이 다시 오며 기초를 다지고 다시 한번 B등급을 받기 위해 도전하는 곳이다.
엄현이 따지자면 이곳도 아카데미라고 할 수 있지.
우리는 일단 레지당스에 소속되어 있으니 말이다.
아델도 처음에는 C등급을 받아 거대한 슬럼프를 통해 이곳에서 1년을 헤매다 마법을 갈고 닦아 멜과 눈물겨운 재회를 했다.
멜과 같은 B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강자들은 레지당스 소속으로 아카데미에 간다.
우리는 그곳을 세르바눔 아카데미라고도 부르고 세르바눔 초월 도시라고도 불렀다.
거대한 하나의 왕국을 이룬 것 같은 방대한 규모의 그곳은 항상 사람이 들끓었다.
아델과 멜은 뒤편으로 이동했고 허허벌판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시공간에 영원히 갇히기 싫으면 움직이지 마세요. 텔레포트 마법을 전개합니다.”
멜이 아델을 보며 질문했다.
“···혹시 무한의 시공간에 갇히면···?”
“걱정마 내가 꺼내줄게.”
“그거, 참 안심되네.”
아델은 안심하라는 듯 옅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론상 무한의 공간에 갇힐 수 있다는 거지 지금껏 역사에는 단 한 명도 갇혔다는 사례가 없었어.”
“음··· 그러면 다행이고.”
역사에 텔레포트 도중 무한의 공간에 갇혔다는 사례가 없다는 건 텔레포트에 대한 불감증을 심어주기 위해 국가가 자체적으로 사례들을 전부 숨긴 것이다.
멜은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심호흡을 크게 했다.
곧이어.
-촤르르륵!!
거대한 마법진이 엄청난 스케일로 전개되었다.
100명이 넘는 인원을 한 번에 수용할 정도의 방대한 마법진이 이들의 발밑에 생겼고 곧 위로 조금씩 차오르며 텔레포트 시켰다.
-슈슈슈슈슝!
그렇게 도착한 아델은 눈을 떴다.
“우와아아···!”
처음 듣는 목소리.
옆에는 멜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었고 자세히 본 아델은 자신을 포함해 20명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델은 이런 일도 있었지. 하며 막 머릿속에 떠오른 기억을 머릿속에 재생했다.
세르바눔 아카데미에 대한 기억들이 머릿속에 나열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이곳의 신비한 전경이었다.
아델은 발을 떼며 조금 앞으로 걸어나갔다.
눈앞에 보이는 건 거대한 크기로 주위를 빽빽하게 메운 고층 건물들이었다.
아델이 있는 위치에서는 세르바눔 아카데미의 전체 전경이 보였다.
세르바눔 아카데미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재앙으로 가라앉은 왕국을 재건축하여 아카데미로 바꾼 곳이었다.
하늘을 뒤덮는 투명한 결계는 텅 빈 하늘로부터 외부의 공격을 막았다.
4갈래로 나눠진 거대한 구역에는 각각 다른 시설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으며 그 가운데 접점을 잇는 거대한 크기의 탑은 아카데미의 과학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게 해줬다.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아델도 눈을 빼앗기곤 했지만, 곧 익숙해져 시선을 떼었다.
-짝짝!
초록 베레모를 쓴 안내원 여자가 박수를 치며 20명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자자 저를 따라오세요. 레지당스 소속 학생 여러분 길 잃으면 저도 책임 못 집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오세요.”
여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뒤돌아 길게 연결된 투명한 통로를 걷기 시작했다.
바닥마저 투명한 이 통로는 모두 걷길 망설이게 했다.
아델을 제외한 모두가 똥 씹은 표정으로 걷길 망설일 때 아델은 대선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제일 먼저 발을 디뎠다. 그 후 한 명씩 아델을 따라 투명한 통로에 발을 디뎠다.
-텅텅텅
두께가 20cm도 안 되어 보이는 바닥이 울렸다.
지금 자신들이 걷고 있는 투명한 바닥이 쩌적하고 깨진다면 이들은 상공 500m에서 낙하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 일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아델은 앞을 보며 걸었고 몇몇은 바닥을 보며 오즘지릴 듯 입을 떡 벌렸다.
바닥을 보며 걷다 중간중간 다른 소속 사람과 겹쳐 다른 길로 새려 하는 학생이 있었다.
일일이 학생들을 확인하던 아델은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끌고 갔다.
-탁!
“아··· 고마워 헷갈릴 뻔했네.”
“똑바로 보고 걸어. 긴장도 조금 풀고.”
그 말을 남긴 아델은 무심하게 그를 지나쳐 선두로 걸어나갔다.
4분 뒤 엘리베이터 앞에 도달한 레지당스 학생들의 눈앞에는 신기한 모양의 장치가 있었다.
이게 뭐냐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읽어내며 설명해 주었다.
“마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며 무거운 짐, 사람을 위나 아래로 옮겨주는 장치입니다.”
-띠링
도착했다는 신호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고 아델과 안내원이 타는 것으로 우르르 몰려 타기 시작했다.
안내원은 생각보다 빠르게 우르르 몰려 타는 학생들 때문에 층을 못 눌러 비좁은 학생들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짧아 닿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본 아델이 대신해 그녀의 손끝을 스쳐 층을 누르는 것으로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켰다.
-우우우웅!
“감사합니다. 아델 전에도 이곳에 오신 적 있나요?”
아델은 그 말을 들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아니요 처음입니다.”
그녀는 장난이라는 표정을 아델에게 보였다.
아델은 그의 말을 깁게 새겨들으며 처음 온 것이라고 정정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바닥에는 신기한 문양으로 쭉 이어진 바닥 아래로 알 수 없는 재질이 상당 차지한 걸 볼 수 있었다.
“저 이 바닥 왕도에 갔을 때 본 적 있어요.”
“네 그거랑 같은 소재입니다. 세르바눔은 가라앉은 세르니온 왕국을 철거하고 재건축 한 거니까요. 세르바눔, 세르니온 이름도 얼추 비슷하죠?”
안내원이 그 말과 함께 반대편 입구로 내리자 20m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건물들과 잡상인들이 줄지어 선 걸 볼 수 있었다.
안내원은 작게 아델에게만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은 이곳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아델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고 안내원은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먼저 내리며 즐거운 얼굴로 말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여기서부터는 진짜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네!””
“좋아요. 그럼 갑시다.”
가는 내내 학생들은 새로운 세계에 왔다는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바로 자신의 앞사람에 있는 학생을 병아리 마냥 졸졸 따라갔다.
화려한 건물들과 인파를 뚫고 지나 아까 봤던 중앙 거대한 높이의 탑 앞에 선 안내원이 패스워드를 맞추자 문이 열렸다.
한 학생이 아까 탄 신기한 엘리베이터를 상상하며 말했다.
“올라가나요?”
“아니요. 저희는 이제 아래로 내려갈 겁니다.”
“지하요?”
“네~.”
그들은 계단을 이용하며 1분을 걸어 내려갔다.
그 뒤 안내원이 문을 열었다.
“레지당스 소속 학생들의 입학시험은 이곳에서 보게 될 겁니다.”
문이 열리고 미리 와있던 다른 소속의 학생들이 우리 팀 학생들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눈앞에 있는 놈들은 귀족들만 가입할 수 있다는 리월 명문 소속이었다.
안내원은 신난 듯 뒤돌며 우리들을 향해 말했다.
“자~ 자~ 이제 앞에 있는 저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세요.”
평민은 이런 것이었다.
귀족들의 좋은 먹잇감.
아델은 왠지 모르게 차오르는 흥분한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뒤틀어 버릴 것이다.
평민은 귀족의 먹잇감이라는 공식마저 뒤틀어 버릴 것이다.
문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거대한 입학식장이었다.
모두가 입을 꾹 다물며 말 한마디 없이 진지해 있는 사이 아델은 조용히 문을 닫으며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델은 학생들로부터 따끔한 시선을 받으며 멜이 있는 빈 옆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에서 인기척을 느낀 멜이 습관적으로 입을 열었다.
“여기 자리 있···.”
아델의 얼굴을 본 멜의 표정이 변했다.
“아델···! 어디에 있다가 이제 온 거야···!”
“그게···.”
아델은 2일 전 엘리나와 있었던 대련을 조금 왜곡하여 전부 설명했다.
“와··· 너 혹시 어디 머리라던가, 아니면 머리라던가 진짜 거짓말 안치고 아픈 데 없어?”
“아쉽게도 머리는 멀쩡해.”
멜의 머릿속에서는 가만히 훈련하고 있는 귀족한테 도발하고 마지막에는 결국 패배했다는 다소 이상한 그림이 그려졌다. 이것을 믿을 멍청이는 이 세상에 없을 거다.
분명 뭔 일이 있었겠지.
분명 아델은 엘리나가 먼저 검을 들이댔다고 말 안 했다.
자신이 시비를 걸었고 엘리나와의 대련에서 패배했다는 정도로 사실을 왜곡시킨 정도다.
아델은 자신이 사실대로 말했다며 스스로 확신했다. 뭐가 됐든 목격자는 두 명이고 후에 만날 엘리나는 이 증언이 사실임을 인정할 테니 말이다.
“뭐··· 그래, 암튼 늦지 않게 잘 와서 다행이야. 근데 여기는 어떻게 찾은 거야?”
“미리 길을 봐뒀어.”
“아··· 그래?”
멜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이네 앞을 봤다.
아델은 자신을 만난 지 고작 3일 된 상태에서 귀족으로부터 구해주지 않았는가. 그들에게 매일 받는 고통은 나 자신을 나약하게 만들었다. 죽고싶기도 했고 이것이 현실임을 뼈져리게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고통 속에서 아델이 자신을 핍박 속에서 구해줬다.
멜은 그가 착하든 나쁘든 믿어줄 생각이다.
조명의 불빛이 점점 사라지며 이곳 홀은 단번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탁!
둥근 모양의 불빛이 무대 이곳저곳에 켜지며 곧 단상이 있는 방향으로 일제히 모여들었다.
빛으로 밝혀진 단상 위에는 젊어 보이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레지당스 총책임자인 데카코마니라고 합니다.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그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박수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멜도 옆에서 힘껏 박수를 쳤다.
식단 데카코마니는 손바닥을 들며 박수를 중재하였고 박수 소리가 사라지자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훤칠한 얼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했다.
“교육의 질과 수준 면에서 우리 레지당스는 오늘날까지 탁월한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오늘의 시작이 여러분의 성장에 대한 위대한 도전이 되고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서 여러분의 삶이 더 풍성해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짝짝짝짝짝
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립박수를 보였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얼씨구 잘들 논다.
아델은 턱을 괸 채 못 미더운 표정으로 데카코마니를 바라봤다.
평민을 그렇게 싫어하던 양반이 평민들의 박수가 좋다며 실실 웃고 있었다.
데카코마니는 단상에서 내려갈 때까지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좌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뒤 아까와는 사뭇 다른 나른한 인상의 다크써클 가득한 남자는 식단 데카코마니가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단상 위로 올라갔다.
“아아~.”
잠이 몰려올 듯 낮은 톤의 나른한 목소리가 한순간 좌중을 삼켰다.
모두가 입을 꾹 다물며 조용히 할 때 그가 첫 소절을 뗐다.
“하아 일단 이 과정을 통해서 여러분의 삶이 더 풍성해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아까 했던 말이었다. 중년의 남자는 다음 대사를 까먹은 걸까. 10초지만 1시간 같은 긴 정적이 흘렀다.
그때 그의 옆으로 조수로 보이는 벚꽃색 머리의 여자가 다급히 총총총 뛰어왔다.
그 뒤 남자가 잊고 안 챙긴 작은 종이를 건넸다.
“아아~ 이건가?”
여자는 말없이 고개를 크게 빠른 박자로 2번 끄덕이고는 다시 총총총 뛰며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남자는 천천히 종이를 위로 한번 옆으로 한번 아래로 한번 펼치며 종이를 완벽히 폈다.
그리고 이내 표정이 구겨졌다.
남자는 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대로 종이를 구겨버리며 뒤로 던졌다.
-탁
모두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종이로 향했다.
““·········.””
무대 뒤편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지켜보던 아까의 조수는 쓰러질 기세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순간 싸늘해진 공기.
남자는 학생들 시선 따윈 신경 안 쓴다는 얼굴로 말했다.
“나중에 후회하기 싫으면 귓구멍 열고 잘 들어라. 특히 귀족 놈들. 이곳에 온 너희의 신분은 오늘부로 귀족이 아니다. 이곳 레지당스에 온 너희들의 신분은 오늘부로 학생이다. 명심해라. 자신이 귀족이라고 뭐라도 된 듯 나대는 새끼는 내가 손가락 발가락 다 분질러 버릴 거야. 학생의 본문에 맞게 행동하며 경거망동한 멍청한 짓은 하지 마라. 레지당스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길 빌며 이상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 그리고 미리 몇몇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 올린다.”
그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몇몇은 황당한 표정으로 이 아저씨가 지금 뭔 미친 소리를 하는 건가.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다시 한번 해석해 봤다.
그러던 와중 아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홀로 박수를 쳤다.
할 말을 전부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간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눈썹을 꿈틀댔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무대 뒤편으로 향하고 있었고 잠깐 눈이 마주친 것으로 그와의 접점은 사라졌다.
아델은 씨익하고 웃으며 만족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멜이 감탄스럽다는 다소 이중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아델 ···너 이야~ 방금 진짜 멋졌어.”
“나도 알아.”
멜은 아델을 돌려 깐 것이었다. 진심으로 알아들은 아델을 보며 곧바로 방금 말을 정정했다.
“아니야 방금 말 취소할게. 진짜 방금 박수 친 거 절대로 잘한 행동이 아니라는 건 알지? 너 98명한테 찍힌 거다. 난 몰라.”
레지당스 소속 학생은 아델과 멜을 포함 100명이었다.
“나도 알아.”
그렇게 짧지만 강렬한 입학식이 끝나고 좌석 쪽 불빛이 밝아지며.
“모두 밖으로 나가 건물 뒤편으로 이동해 주세요.”
밖으로 나가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아델과 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지시에 따라 걸었다.
“후우··· 떨린다. 이제 입학시험인가?”
“그러겠지.”
멜은 일말의 미동도 없는 아델의 표정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너는 긴장을 안 하는 타입이야? 아 까도 그렇고 이전에 니가 한 행동도 들도 그렇고 그냥 자기 내키는 데로 하는···.”
“혹시 긴장돼?”
멜은 말을 하다 말고 아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아카데미라는 곳에 간다.
이곳은 자신이 알길 C등급 이하 판정을 받은 학생들이 다시 오며 기초를 다지고 다시 한번 B등급을 받기 위해 도전하는 곳이다.
엄현이 따지자면 이곳도 아카데미라고 할 수 있지.
우리는 일단 레지당스에 소속되어 있으니 말이다.
아델도 처음에는 C등급을 받아 거대한 슬럼프를 통해 이곳에서 1년을 헤매다 마법을 갈고 닦아 멜과 눈물겨운 재회를 했다.
멜과 같은 B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강자들은 레지당스 소속으로 아카데미에 간다.
우리는 그곳을 세르바눔 아카데미라고도 부르고 세르바눔 초월 도시라고도 불렀다.
거대한 하나의 왕국을 이룬 것 같은 방대한 규모의 그곳은 항상 사람이 들끓었다.
아델과 멜은 뒤편으로 이동했고 허허벌판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시공간에 영원히 갇히기 싫으면 움직이지 마세요. 텔레포트 마법을 전개합니다.”
멜이 아델을 보며 질문했다.
“···혹시 무한의 시공간에 갇히면···?”
“걱정마 내가 꺼내줄게.”
“그거, 참 안심되네.”
아델은 안심하라는 듯 옅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론상 무한의 공간에 갇힐 수 있다는 거지 지금껏 역사에는 단 한 명도 갇혔다는 사례가 없었어.”
“음··· 그러면 다행이고.”
역사에 텔레포트 도중 무한의 공간에 갇혔다는 사례가 없다는 건 텔레포트에 대한 불감증을 심어주기 위해 국가가 자체적으로 사례들을 전부 숨긴 것이다.
멜은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심호흡을 크게 했다.
곧이어.
-촤르르륵!!
거대한 마법진이 엄청난 스케일로 전개되었다.
100명이 넘는 인원을 한 번에 수용할 정도의 방대한 마법진이 이들의 발밑에 생겼고 곧 위로 조금씩 차오르며 텔레포트 시켰다.
-슈슈슈슈슝!
그렇게 도착한 아델은 눈을 떴다.
“우와아아···!”
처음 듣는 목소리.
옆에는 멜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었고 자세히 본 아델은 자신을 포함해 20명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델은 이런 일도 있었지. 하며 막 머릿속에 떠오른 기억을 머릿속에 재생했다.
세르바눔 아카데미에 대한 기억들이 머릿속에 나열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이곳의 신비한 전경이었다.
아델은 발을 떼며 조금 앞으로 걸어나갔다.
눈앞에 보이는 건 거대한 크기로 주위를 빽빽하게 메운 고층 건물들이었다.
아델이 있는 위치에서는 세르바눔 아카데미의 전체 전경이 보였다.
세르바눔 아카데미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재앙으로 가라앉은 왕국을 재건축하여 아카데미로 바꾼 곳이었다.
하늘을 뒤덮는 투명한 결계는 텅 빈 하늘로부터 외부의 공격을 막았다.
4갈래로 나눠진 거대한 구역에는 각각 다른 시설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으며 그 가운데 접점을 잇는 거대한 크기의 탑은 아카데미의 과학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게 해줬다.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아델도 눈을 빼앗기곤 했지만, 곧 익숙해져 시선을 떼었다.
-짝짝!
초록 베레모를 쓴 안내원 여자가 박수를 치며 20명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자자 저를 따라오세요. 레지당스 소속 학생 여러분 길 잃으면 저도 책임 못 집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오세요.”
여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뒤돌아 길게 연결된 투명한 통로를 걷기 시작했다.
바닥마저 투명한 이 통로는 모두 걷길 망설이게 했다.
아델을 제외한 모두가 똥 씹은 표정으로 걷길 망설일 때 아델은 대선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제일 먼저 발을 디뎠다. 그 후 한 명씩 아델을 따라 투명한 통로에 발을 디뎠다.
-텅텅텅
두께가 20cm도 안 되어 보이는 바닥이 울렸다.
지금 자신들이 걷고 있는 투명한 바닥이 쩌적하고 깨진다면 이들은 상공 500m에서 낙하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 일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아델은 앞을 보며 걸었고 몇몇은 바닥을 보며 오즘지릴 듯 입을 떡 벌렸다.
바닥을 보며 걷다 중간중간 다른 소속 사람과 겹쳐 다른 길로 새려 하는 학생이 있었다.
일일이 학생들을 확인하던 아델은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끌고 갔다.
-탁!
“아··· 고마워 헷갈릴 뻔했네.”
“똑바로 보고 걸어. 긴장도 조금 풀고.”
그 말을 남긴 아델은 무심하게 그를 지나쳐 선두로 걸어나갔다.
4분 뒤 엘리베이터 앞에 도달한 레지당스 학생들의 눈앞에는 신기한 모양의 장치가 있었다.
이게 뭐냐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읽어내며 설명해 주었다.
“마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며 무거운 짐, 사람을 위나 아래로 옮겨주는 장치입니다.”
-띠링
도착했다는 신호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고 아델과 안내원이 타는 것으로 우르르 몰려 타기 시작했다.
안내원은 생각보다 빠르게 우르르 몰려 타는 학생들 때문에 층을 못 눌러 비좁은 학생들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짧아 닿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본 아델이 대신해 그녀의 손끝을 스쳐 층을 누르는 것으로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켰다.
-우우우웅!
“감사합니다. 아델 전에도 이곳에 오신 적 있나요?”
아델은 그 말을 들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아니요 처음입니다.”
그녀는 장난이라는 표정을 아델에게 보였다.
아델은 그의 말을 깁게 새겨들으며 처음 온 것이라고 정정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바닥에는 신기한 문양으로 쭉 이어진 바닥 아래로 알 수 없는 재질이 상당 차지한 걸 볼 수 있었다.
“저 이 바닥 왕도에 갔을 때 본 적 있어요.”
“네 그거랑 같은 소재입니다. 세르바눔은 가라앉은 세르니온 왕국을 철거하고 재건축 한 거니까요. 세르바눔, 세르니온 이름도 얼추 비슷하죠?”
안내원이 그 말과 함께 반대편 입구로 내리자 20m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건물들과 잡상인들이 줄지어 선 걸 볼 수 있었다.
안내원은 작게 아델에게만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은 이곳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아델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고 안내원은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먼저 내리며 즐거운 얼굴로 말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여기서부터는 진짜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네!””
“좋아요. 그럼 갑시다.”
가는 내내 학생들은 새로운 세계에 왔다는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바로 자신의 앞사람에 있는 학생을 병아리 마냥 졸졸 따라갔다.
화려한 건물들과 인파를 뚫고 지나 아까 봤던 중앙 거대한 높이의 탑 앞에 선 안내원이 패스워드를 맞추자 문이 열렸다.
한 학생이 아까 탄 신기한 엘리베이터를 상상하며 말했다.
“올라가나요?”
“아니요. 저희는 이제 아래로 내려갈 겁니다.”
“지하요?”
“네~.”
그들은 계단을 이용하며 1분을 걸어 내려갔다.
그 뒤 안내원이 문을 열었다.
“레지당스 소속 학생들의 입학시험은 이곳에서 보게 될 겁니다.”
문이 열리고 미리 와있던 다른 소속의 학생들이 우리 팀 학생들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눈앞에 있는 놈들은 귀족들만 가입할 수 있다는 리월 명문 소속이었다.
안내원은 신난 듯 뒤돌며 우리들을 향해 말했다.
“자~ 자~ 이제 앞에 있는 저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세요.”
평민은 이런 것이었다.
귀족들의 좋은 먹잇감.
아델은 왠지 모르게 차오르는 흥분한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뒤틀어 버릴 것이다.
평민은 귀족의 먹잇감이라는 공식마저 뒤틀어 버릴 것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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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아카데미 시절로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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