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조회 : 994 추천 : 0 글자수 : 6,312 자 2022-09-29
시간이 흘렀다.
8일이 지난 시점 아델과 멜은 B 클래스를 받았고 리차드는 합격했지만, 이후 무기정학이라는 통보가 우편함을 통해 전해졌다.
리차드의 죄를 인정하며 이에 따라 처벌했으니 앞으로 리차드에 관해서 묵인하고 다니라는 압박과 함께.
분명 다른 아카데미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겠지.
세르바눔이 아니더라도 그를 받아줄 아카데미는 많다.
인연이 질기다면 분명 만날 것이다. 질기다면.
“아델! 나가자!”
넥타이를 꽉 쪼인 아델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다 멜의 말에 기숙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잔뜩 신나 보이는 멜. 지금의 멜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며 확실하게 체감했다. 이전보다 변한 것이 많았다는 것을.
귀족에게 핍박당하는 멜을 구해주고 과거로 돌아온 지 어언 12일째다.
나약한 과거는 사라졌다. 그러니 다시 한번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것이다.
파멸도, 절망도, 공포도. 모든 것을.
전부 비틀어서 희망적이게 잡아 놓자.
그전에 강해져야겠지. 그리고 무사히 아카데미도 졸업해야 하고.
할 것이 산덩이처럼 쌓여 있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더욱 많았다.
전부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완벽한 끝맺음을 하자.
광장으로 걸어 나간 아델과 멜.
레지당스 광장에 광범위한 술식이 준비되었고 텔레포트 존에 서며 눈을 감았다.
-슈슈슈슝!!
곧 눈을 뜨며 세르바눔 아카데미의 거대한 건물을 볼 수 있었다.
“여기가 세르바눔?”
시작하자. 계획은 완벽하다. 모든 것은 나의 뜻대로 돌아갈 것이니.
아델을 기점으로 수많은 빛이 주위에 장렬했다. 아델과 같은 입학생들이지만 각자 다른 소속의 뱃지를 달은 학생들이 같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는 막 시작됐다.
·········
······
···
·
·
-또각또각
아델은 멜과 같은 반을 배정받았다.
-드르륵! 탁!
문을 열고 들어선 아델은 낯선 풍경에 눈을 들였다.
1학년 시절을 보낸 적 없는 아델은 무슨 이벤트가 있는지 어떤 사건들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문을 열고 들어선 아델과 멜은 창가 쪽 남은 두 자리에 앉았고 뒤로 학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차지해 나갔다.
그 뒤.
학생들로 꽉 찬 B-1 반 그곳으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 왔다.
“자자~ 다들 집중하세요. 저는 선생님입니다~.”
명부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남자는 자신을 선생이라 칭하며 학생들을 둘러봤다.
눈이 안 보일 정도로 작게 뜬 남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
겔란드.
귀족인 그는 가문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저는 귀족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곳에 있는 다른 학생들과도 친해지기 위해 굳이 가문을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해해 주실 수 있죠?”
“······.”
말은 없어도 모두 이해한다는 눈치다. 그의 직업이 그런 것이니 이해해 줄 것이다. 그 정도로 융통성이 없지는 않으니.
평민 학생들을 위해서다.
“그럼 긴말 생략하고 간단하게 첫 번째 과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빨리 끝나는 편이 여러분한테도 좋겠지요?”
모두가 그의 말에 극구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웃으며 칠판에 4명의 사람을 그리고 줄로 4명 모두를 이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은 겔란드는 말을 이었다.
“파티입니다. 앞으로 1년간 함께 할 수도 있고 3년간 함께 할 수도 있는 팀이죠. 어쩌면 평생을. 여러분이 이곳에서 수업을 듣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항상 파티로 인해 파티를 위한 파티가 목적인 과제의 연속일 겁니다. 파티는 개인적으로 모아서 각 선생님께 제출해도 좋습니다. 기간 말까지 기다리다. 자동 편성에 맡기셔도 좋습니다.”
말을 끝낸 겔란드는 학생들을 돌아봤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학생들.
“아무튼 여러분은 3~5명의 파티를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그것이 저희 세르바눔이 내릴 첫 번째 과제 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질문 있으면 손을 들어주세요~.”
한 여자가 번쩍 손을 들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옮겨졌고 구면인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파슬란 리베트다.
“그러니까···.”
명부에 명시된 얼굴을 확인한 겔란드는 이름을 말했다.
“파슬란~.”
“네. 파티는 3명과 5명이라고 하셨는데 3명인 파티는 과제 진행 시 5명인 파티보다 역할분배도 어렵고 해야 할 과제량도 많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3명, 4명, 5명 전부 인원수에 맞는 과제 난이도를 만들어 낼 계획입니다.”
단번에 수긍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입니다.”
“말씀하시죠.”
“도중에 서로의 의견대립으로 파티 간의 분열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되나요?”
“물론 그 부분도 염려해두고 있습니다만·····.”
선생은 학생들을 한 번씩 쭉 둘러보곤 말했다.
“지금 말하긴 그렇지만 그렇게 된다면 한 번의 방법 모색 후 해결이 불가하다면 전부 퇴학입니다.”
그 말에 모두 침을 삼켰다. 웬만하면 싸우지 말라는 소리다.
파티원 간의 불화는 불가피하다. 언제나 의견이 딱딱 맞을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퇴학이라 부분은 과하다 싶었다.
“아하하~ 물론 최후의 수단입니다. 1년 꿇거나 새 학기 2군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으니 그리 염려 말아 주세요.”
그 말에 모두 안심한 듯 표정을 풀었다.
“질문은 이상입니다.”
“중요한 부분을 잘 짚어줬네요. 감사합니다. 파슬란~.”
파슬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어서--.”
이후로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렇게 첫 번째 종이 울렸다.
모든 학생이 이 순간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귀족들의 정보력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이미 파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귀족 학생들 사이에서 퍼져있으니까.
이미 파티를 만들었을 수도 미리 점찍어두며 여러 명을 상대로 전략적이게 움직일 수도 있다.
극악무도하고 치밀한 경쟁.
-대앵~!!
종이 울렸고 겔란드는 하던 말을 멈추며 씨익하고 웃었다.
이미 나갈 채비를 맞춘 학생들을 보며 미소를 흘린 겔란드는 말없이 문밖으로 나갔고 그렇게.
-!!!!
“···!!!”
“···!!!!”
새로운 시즌이 찾아왔다.
팀을 구하는 기간은 3일.
멜은 밖으로 뛰쳐나가는 학생과 저 멀리서 부서질 듯 세게 열리는 문과 그 뒤로 울리는 진동 소리를 느꼈다.
멜이 안절부절못한 모습을 보였다.
“아델 저기 애들 다 뛰쳐나가는데 우리도 얼른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 그리고 내 첫 번째 파티원이 되어 줄래?”
멜은 아델의 미소를 보며 안심한 표정으로 아델의 손을 잡았다.
“믿고 있었어.”
-씨익
“친구잖아.”
그렇게 멜을 포함해 2명이 만들어졌다.
그 뒤다.
엘리나와의 접점은 되도록 피해야 하니 엘리나를 피한다고 하면 아델에게 필요한 인원수는 더도 말고 딱 한 명이었다.
5명은 너무 많다.
파티원 간의 호흡도 문제지만 의견이 많아지면 파가 갈리거나 균형이 안 맞게 된다.
5명은 죽어도 피하고 싶은 아델에게는 딱 한 명이 필요했다.
서포트를 잘 할 수 있는 마법사 계열에 탐지 능력이 뛰어났으면 좋겠다.
그런 능력을 갖춘 최고의 학생은 아델이 알고 있기에는 단 한 명뿐이다.
로벨리아. 하지만 지금은 기회가 아니니 조금 기다리자.
일찍 간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달콤한 제안을 막는 것은 다름 아닌 쓴 초콜릿이라는 걸.
아델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멜 연무장 갈래?”
“여, 연무장? 지금 상황 연무장이!”
“조금 여유를 갖는 것도 중요해 항상 뭔가에 쫓겨 살 필요는 없잖아.”
“그래서 연무장 간다고?”
아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 가자. 가야지···.”
멜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포기한 듯 아델을 따랐다.
포기라기에는 아델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 * *
다음날 멜을 연무장으로 보낸 아델은 홀로 누군가를 찾아갔다.
-드르륵!
문을 연 아델은 구석진 자리에서 홀로 앉아 있는 로벨리아를 볼 수 있었다.
‘역시나.’
아무도 없이 고요한 이곳에 혼자 앉아 있는 로벨리아는 시계를 볼 수 없어 항상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시간대에 세르바눔으로 나와 수업을 기다렸다.
그녀에게로 천천히 걸어간 아델은 떨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심호흡을 한 후 입을 열었다.
기회는 한 번 뿐.
실수하지 말자.
“안녕 로벨리아.”
“······.”
그녀는 고개를 올려 소리 나는 방향으로 아델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내리며 책상에 볼을 짓눌렀다.
“안녕하세요···.”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 속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있었다.
로벨리아는 아델이 무슨 경위로 접근한지알고 있었다.
‘보나마나 시답잖은 파티 권유겠지.’
“본론부터 말할게. 네가 우리 파티에 들어 와줬으면 좋겠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니까.
파티원으로 넣는 것.
당연히 거절할 말도 준비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파티에 관해서는 할 얘기가 없네요.”
아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역시 예상대로 그 파티에 닿은 것이다.
과거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델은 입을 열 수 없었다.
이전 기억들이 아델의 눈앞을 막아섰다. 아무것도 모르고 눈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의 심정이 아델의 마음을 쿡쿡 후볐다.
회귀전 전 그녀의 얼굴이.
꿈속에서 봤던 그녀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을 헤집는다.
현재 로벨리아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섯불리 말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가치를 자신에게 증명하려 하고 그런 부정적인 움직임의 연속이니 그녀는 불안하면서도 판단력이 흐려져 있었다.
미래를 보지 못하는 불안한 사람.
로벨리아를 구해내야 했다.
진정하자 이럴 때일수록 진정하자.
실수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다.
“혹시 이미 파티가 있어?”
“먼저 들어가겠다고··· 말한 파티가 있어요···.”
“파티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프로즘 파티. 이 정도면 충분한 대답이 됐나요?”
프로즘이라는 말에 아델은 오른쪽 입가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프로즘이라 하면 20명으로 구성되어있는 파티겸 길드다. 쉽게 풀면 연합 파티라고 할 수 있었다.
프로즘이라는 길드는 명실상부 아카데미 1위였다.
어째서 로벨리아가 그런 곳에 제의를 받은 것인가.
아델은 곧바로 짐작했다. 그리고 짐작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그녀의 얼굴이 미치도록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델은 알고 있다. 그곳에 들어가는 짓은 분명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혹시 그곳에 들어간 경위를 물어볼 수 있을까?”
“죄송하지만 말하기 싫네요.”
그녀는 검지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툭툭 쳤다.
뭔가 공허해 보이기도 했고 속이 빈 인형 같기도 어딘가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아델은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조금 강압적이라도 그녀가 프로즘에 들어가는 것만큼은 무조건 막고 싶었다.
과분한 달콤함은 몸을 썩게 만든다.
분명 그곳에서 그녀는 절망과 좌절을 겪게 될 것이다.
프로즘에 들어간다면 분명 얼마 안 가 맹인이라는 사실이 걸리고 나중에는 큰 집단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
그녀는 지금 B등급 최상위 포지션을 가진 평범한 학생인 척 연기하고 있으니까.
자신의 실속과 더불어 자신의 가치가 말끔히 소멸하고 불신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니.
막아야 했다.
구해줘야 한다.
절대로 그녀가 그곳에 들어가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그러니 조금 강압적이라도 막는다. 억지로라도.
아델도 꺼리고 싶지만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델은 표정을 죽이고 차갑게 말했다.
“로벨리아 나는 너의 비밀을 알고 있어.”
그 말에 로벨리아의 분위기가 변했다. 살짝 동요한 그녀의 눈살이 약간 찌푸려졌다.
“비밀이라니 잘 모르겠네요.”
“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
로벨리아는 생각에 잠긴 듯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죠?”
“아델이야.”
‘처음 듣는 이름.’
로벨리아는 가문에서 버려졌다.
버려졌어도 여전히 가문의 피가 섞여 있고 그것은 여전히 감시 대상이었다.
감시하는 대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가문에서 보낸 사람인가 의심했다. 로벨리아는 곧바로 평민임을 알았다.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평민임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냥 찔러보는 거야.’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죄송하지만 저한테 비밀 같은 건···.”
아델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양보할 수 없었다. 생각이 많아지면, 되려 거부감만 커지게 될 것이니 말을 끊으며 단호히 말했다. 한 번에 그녀를 몰아세울 것이다.
“눈.”
책상을 툭툭 치고 있던 그녀의 손가락이 멈췄다.
눈살을 타고 흘러내린 긴 보라색 머리카락은 고개가 젖혀지는 방향으로 찰랑거렸다.
그녀는 차분히 고개를 들며 싱긋 웃었다.
“재밌는 분이네요.”
“눈이 안 보일 거야. 너는 지금 내 얼굴도 거기 파티에 있는 사람들 얼굴도 아무것도 모르겠지. 너에게 있어서 그곳은 지옥일 거야. 네가 맹인이라는 사실이 걸린다면 그곳에서 널 어떻게 볼까. 너의 가치를 부정하고 불신하며 나중에는 버려지겠지. 정말 그런 걸 원하는 거야?”
“제 눈이 안 보인다는 허망 된 사실은 누구한테 들은 소리일까요.”
“······그건 알려줄 수 없어. 다만 나는 너에게 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을 거야. 파티원은 그 누구도 버림받지 않고 모두의 장점을 살려서 최선의 최고의 팀을 만들 거야. 맹세할 게 오로지 나만 할 수 있어.”
그녀는 미소를 보이며 아델을 향해 말했다.
“···상당이 치밀하시네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저를 굳이 파티원에 넣을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죠?”
“로벨리아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시 말해줄게.”
“······.”
“나는 너가 필요해. 같잖은 사심이 아니야. 쓸데없는 선심도 아니고.”
“·········.”
로벨리아는 가문에게 버려진 몸이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맹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또 한 번 버려지는 것이다.
평생을 짊어질 트라우마고 그것이 그녀를 망가트릴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델은 그녀를 버리지 않을 거다. 하드란 가문처럼. 그리고 프로즌처럼.
“최대한 서포트 해줄게. 우리 파티에는 네가 절실하게 필요해 너는 그 누구보다 빛날 수 있어.”
로벨리아는 아델의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 자신을 끝까지 책임져 주겠다.
로벨리아가 원하는 가장 쓰지만 달콤한 소리일 것이다.
그녀에게는 당장 버틸 수 있는 거목이 필요했다.
무너지지 않는 거목.
자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프로즘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일시적.
로벨리아는 알면서도 무리하려 했다.
우선순위가 너무나도 절실했으니까.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강한 파티에 들어가야 했다.
자신의 가치를 자신에게 증명하는 것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으니까.
궁지에 몰린 절박한 그녀의 판단력은 눈앞의 달콤함에 사로잡힐 만큼 어리석었다.
그런 그녀에게 아델은 단비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 파티에 들어가야 한다는 본능이 꿈틀댔다.
그랬기에 그녀는 말했다.
“······끝맺음할 시간을 주세요.”
8일이 지난 시점 아델과 멜은 B 클래스를 받았고 리차드는 합격했지만, 이후 무기정학이라는 통보가 우편함을 통해 전해졌다.
리차드의 죄를 인정하며 이에 따라 처벌했으니 앞으로 리차드에 관해서 묵인하고 다니라는 압박과 함께.
분명 다른 아카데미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겠지.
세르바눔이 아니더라도 그를 받아줄 아카데미는 많다.
인연이 질기다면 분명 만날 것이다. 질기다면.
“아델! 나가자!”
넥타이를 꽉 쪼인 아델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다 멜의 말에 기숙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잔뜩 신나 보이는 멜. 지금의 멜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며 확실하게 체감했다. 이전보다 변한 것이 많았다는 것을.
귀족에게 핍박당하는 멜을 구해주고 과거로 돌아온 지 어언 12일째다.
나약한 과거는 사라졌다. 그러니 다시 한번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것이다.
파멸도, 절망도, 공포도. 모든 것을.
전부 비틀어서 희망적이게 잡아 놓자.
그전에 강해져야겠지. 그리고 무사히 아카데미도 졸업해야 하고.
할 것이 산덩이처럼 쌓여 있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더욱 많았다.
전부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완벽한 끝맺음을 하자.
광장으로 걸어 나간 아델과 멜.
레지당스 광장에 광범위한 술식이 준비되었고 텔레포트 존에 서며 눈을 감았다.
-슈슈슈슝!!
곧 눈을 뜨며 세르바눔 아카데미의 거대한 건물을 볼 수 있었다.
“여기가 세르바눔?”
시작하자. 계획은 완벽하다. 모든 것은 나의 뜻대로 돌아갈 것이니.
아델을 기점으로 수많은 빛이 주위에 장렬했다. 아델과 같은 입학생들이지만 각자 다른 소속의 뱃지를 달은 학생들이 같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는 막 시작됐다.
·········
······
···
·
·
-또각또각
아델은 멜과 같은 반을 배정받았다.
-드르륵! 탁!
문을 열고 들어선 아델은 낯선 풍경에 눈을 들였다.
1학년 시절을 보낸 적 없는 아델은 무슨 이벤트가 있는지 어떤 사건들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문을 열고 들어선 아델과 멜은 창가 쪽 남은 두 자리에 앉았고 뒤로 학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차지해 나갔다.
그 뒤.
학생들로 꽉 찬 B-1 반 그곳으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 왔다.
“자자~ 다들 집중하세요. 저는 선생님입니다~.”
명부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남자는 자신을 선생이라 칭하며 학생들을 둘러봤다.
눈이 안 보일 정도로 작게 뜬 남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
겔란드.
귀족인 그는 가문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저는 귀족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곳에 있는 다른 학생들과도 친해지기 위해 굳이 가문을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해해 주실 수 있죠?”
“······.”
말은 없어도 모두 이해한다는 눈치다. 그의 직업이 그런 것이니 이해해 줄 것이다. 그 정도로 융통성이 없지는 않으니.
평민 학생들을 위해서다.
“그럼 긴말 생략하고 간단하게 첫 번째 과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빨리 끝나는 편이 여러분한테도 좋겠지요?”
모두가 그의 말에 극구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웃으며 칠판에 4명의 사람을 그리고 줄로 4명 모두를 이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은 겔란드는 말을 이었다.
“파티입니다. 앞으로 1년간 함께 할 수도 있고 3년간 함께 할 수도 있는 팀이죠. 어쩌면 평생을. 여러분이 이곳에서 수업을 듣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항상 파티로 인해 파티를 위한 파티가 목적인 과제의 연속일 겁니다. 파티는 개인적으로 모아서 각 선생님께 제출해도 좋습니다. 기간 말까지 기다리다. 자동 편성에 맡기셔도 좋습니다.”
말을 끝낸 겔란드는 학생들을 돌아봤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학생들.
“아무튼 여러분은 3~5명의 파티를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그것이 저희 세르바눔이 내릴 첫 번째 과제 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질문 있으면 손을 들어주세요~.”
한 여자가 번쩍 손을 들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옮겨졌고 구면인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파슬란 리베트다.
“그러니까···.”
명부에 명시된 얼굴을 확인한 겔란드는 이름을 말했다.
“파슬란~.”
“네. 파티는 3명과 5명이라고 하셨는데 3명인 파티는 과제 진행 시 5명인 파티보다 역할분배도 어렵고 해야 할 과제량도 많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3명, 4명, 5명 전부 인원수에 맞는 과제 난이도를 만들어 낼 계획입니다.”
단번에 수긍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입니다.”
“말씀하시죠.”
“도중에 서로의 의견대립으로 파티 간의 분열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되나요?”
“물론 그 부분도 염려해두고 있습니다만·····.”
선생은 학생들을 한 번씩 쭉 둘러보곤 말했다.
“지금 말하긴 그렇지만 그렇게 된다면 한 번의 방법 모색 후 해결이 불가하다면 전부 퇴학입니다.”
그 말에 모두 침을 삼켰다. 웬만하면 싸우지 말라는 소리다.
파티원 간의 불화는 불가피하다. 언제나 의견이 딱딱 맞을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퇴학이라 부분은 과하다 싶었다.
“아하하~ 물론 최후의 수단입니다. 1년 꿇거나 새 학기 2군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으니 그리 염려 말아 주세요.”
그 말에 모두 안심한 듯 표정을 풀었다.
“질문은 이상입니다.”
“중요한 부분을 잘 짚어줬네요. 감사합니다. 파슬란~.”
파슬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어서--.”
이후로는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렇게 첫 번째 종이 울렸다.
모든 학생이 이 순간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귀족들의 정보력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이미 파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귀족 학생들 사이에서 퍼져있으니까.
이미 파티를 만들었을 수도 미리 점찍어두며 여러 명을 상대로 전략적이게 움직일 수도 있다.
극악무도하고 치밀한 경쟁.
-대앵~!!
종이 울렸고 겔란드는 하던 말을 멈추며 씨익하고 웃었다.
이미 나갈 채비를 맞춘 학생들을 보며 미소를 흘린 겔란드는 말없이 문밖으로 나갔고 그렇게.
-!!!!
“···!!!”
“···!!!!”
새로운 시즌이 찾아왔다.
팀을 구하는 기간은 3일.
멜은 밖으로 뛰쳐나가는 학생과 저 멀리서 부서질 듯 세게 열리는 문과 그 뒤로 울리는 진동 소리를 느꼈다.
멜이 안절부절못한 모습을 보였다.
“아델 저기 애들 다 뛰쳐나가는데 우리도 얼른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 그리고 내 첫 번째 파티원이 되어 줄래?”
멜은 아델의 미소를 보며 안심한 표정으로 아델의 손을 잡았다.
“믿고 있었어.”
-씨익
“친구잖아.”
그렇게 멜을 포함해 2명이 만들어졌다.
그 뒤다.
엘리나와의 접점은 되도록 피해야 하니 엘리나를 피한다고 하면 아델에게 필요한 인원수는 더도 말고 딱 한 명이었다.
5명은 너무 많다.
파티원 간의 호흡도 문제지만 의견이 많아지면 파가 갈리거나 균형이 안 맞게 된다.
5명은 죽어도 피하고 싶은 아델에게는 딱 한 명이 필요했다.
서포트를 잘 할 수 있는 마법사 계열에 탐지 능력이 뛰어났으면 좋겠다.
그런 능력을 갖춘 최고의 학생은 아델이 알고 있기에는 단 한 명뿐이다.
로벨리아. 하지만 지금은 기회가 아니니 조금 기다리자.
일찍 간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달콤한 제안을 막는 것은 다름 아닌 쓴 초콜릿이라는 걸.
아델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멜 연무장 갈래?”
“여, 연무장? 지금 상황 연무장이!”
“조금 여유를 갖는 것도 중요해 항상 뭔가에 쫓겨 살 필요는 없잖아.”
“그래서 연무장 간다고?”
아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 가자. 가야지···.”
멜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포기한 듯 아델을 따랐다.
포기라기에는 아델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 * *
다음날 멜을 연무장으로 보낸 아델은 홀로 누군가를 찾아갔다.
-드르륵!
문을 연 아델은 구석진 자리에서 홀로 앉아 있는 로벨리아를 볼 수 있었다.
‘역시나.’
아무도 없이 고요한 이곳에 혼자 앉아 있는 로벨리아는 시계를 볼 수 없어 항상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시간대에 세르바눔으로 나와 수업을 기다렸다.
그녀에게로 천천히 걸어간 아델은 떨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심호흡을 한 후 입을 열었다.
기회는 한 번 뿐.
실수하지 말자.
“안녕 로벨리아.”
“······.”
그녀는 고개를 올려 소리 나는 방향으로 아델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내리며 책상에 볼을 짓눌렀다.
“안녕하세요···.”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 속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있었다.
로벨리아는 아델이 무슨 경위로 접근한지알고 있었다.
‘보나마나 시답잖은 파티 권유겠지.’
“본론부터 말할게. 네가 우리 파티에 들어 와줬으면 좋겠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니까.
파티원으로 넣는 것.
당연히 거절할 말도 준비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파티에 관해서는 할 얘기가 없네요.”
아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역시 예상대로 그 파티에 닿은 것이다.
과거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델은 입을 열 수 없었다.
이전 기억들이 아델의 눈앞을 막아섰다. 아무것도 모르고 눈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의 심정이 아델의 마음을 쿡쿡 후볐다.
회귀전 전 그녀의 얼굴이.
꿈속에서 봤던 그녀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을 헤집는다.
현재 로벨리아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섯불리 말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가치를 자신에게 증명하려 하고 그런 부정적인 움직임의 연속이니 그녀는 불안하면서도 판단력이 흐려져 있었다.
미래를 보지 못하는 불안한 사람.
로벨리아를 구해내야 했다.
진정하자 이럴 때일수록 진정하자.
실수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다.
“혹시 이미 파티가 있어?”
“먼저 들어가겠다고··· 말한 파티가 있어요···.”
“파티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프로즘 파티. 이 정도면 충분한 대답이 됐나요?”
프로즘이라는 말에 아델은 오른쪽 입가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프로즘이라 하면 20명으로 구성되어있는 파티겸 길드다. 쉽게 풀면 연합 파티라고 할 수 있었다.
프로즘이라는 길드는 명실상부 아카데미 1위였다.
어째서 로벨리아가 그런 곳에 제의를 받은 것인가.
아델은 곧바로 짐작했다. 그리고 짐작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그녀의 얼굴이 미치도록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델은 알고 있다. 그곳에 들어가는 짓은 분명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혹시 그곳에 들어간 경위를 물어볼 수 있을까?”
“죄송하지만 말하기 싫네요.”
그녀는 검지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툭툭 쳤다.
뭔가 공허해 보이기도 했고 속이 빈 인형 같기도 어딘가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아델은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조금 강압적이라도 그녀가 프로즘에 들어가는 것만큼은 무조건 막고 싶었다.
과분한 달콤함은 몸을 썩게 만든다.
분명 그곳에서 그녀는 절망과 좌절을 겪게 될 것이다.
프로즘에 들어간다면 분명 얼마 안 가 맹인이라는 사실이 걸리고 나중에는 큰 집단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
그녀는 지금 B등급 최상위 포지션을 가진 평범한 학생인 척 연기하고 있으니까.
자신의 실속과 더불어 자신의 가치가 말끔히 소멸하고 불신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니.
막아야 했다.
구해줘야 한다.
절대로 그녀가 그곳에 들어가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그러니 조금 강압적이라도 막는다. 억지로라도.
아델도 꺼리고 싶지만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델은 표정을 죽이고 차갑게 말했다.
“로벨리아 나는 너의 비밀을 알고 있어.”
그 말에 로벨리아의 분위기가 변했다. 살짝 동요한 그녀의 눈살이 약간 찌푸려졌다.
“비밀이라니 잘 모르겠네요.”
“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
로벨리아는 생각에 잠긴 듯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죠?”
“아델이야.”
‘처음 듣는 이름.’
로벨리아는 가문에서 버려졌다.
버려졌어도 여전히 가문의 피가 섞여 있고 그것은 여전히 감시 대상이었다.
감시하는 대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가문에서 보낸 사람인가 의심했다. 로벨리아는 곧바로 평민임을 알았다.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평민임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냥 찔러보는 거야.’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죄송하지만 저한테 비밀 같은 건···.”
아델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양보할 수 없었다. 생각이 많아지면, 되려 거부감만 커지게 될 것이니 말을 끊으며 단호히 말했다. 한 번에 그녀를 몰아세울 것이다.
“눈.”
책상을 툭툭 치고 있던 그녀의 손가락이 멈췄다.
눈살을 타고 흘러내린 긴 보라색 머리카락은 고개가 젖혀지는 방향으로 찰랑거렸다.
그녀는 차분히 고개를 들며 싱긋 웃었다.
“재밌는 분이네요.”
“눈이 안 보일 거야. 너는 지금 내 얼굴도 거기 파티에 있는 사람들 얼굴도 아무것도 모르겠지. 너에게 있어서 그곳은 지옥일 거야. 네가 맹인이라는 사실이 걸린다면 그곳에서 널 어떻게 볼까. 너의 가치를 부정하고 불신하며 나중에는 버려지겠지. 정말 그런 걸 원하는 거야?”
“제 눈이 안 보인다는 허망 된 사실은 누구한테 들은 소리일까요.”
“······그건 알려줄 수 없어. 다만 나는 너에게 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을 거야. 파티원은 그 누구도 버림받지 않고 모두의 장점을 살려서 최선의 최고의 팀을 만들 거야. 맹세할 게 오로지 나만 할 수 있어.”
그녀는 미소를 보이며 아델을 향해 말했다.
“···상당이 치밀하시네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저를 굳이 파티원에 넣을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죠?”
“로벨리아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시 말해줄게.”
“······.”
“나는 너가 필요해. 같잖은 사심이 아니야. 쓸데없는 선심도 아니고.”
“·········.”
로벨리아는 가문에게 버려진 몸이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맹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또 한 번 버려지는 것이다.
평생을 짊어질 트라우마고 그것이 그녀를 망가트릴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델은 그녀를 버리지 않을 거다. 하드란 가문처럼. 그리고 프로즌처럼.
“최대한 서포트 해줄게. 우리 파티에는 네가 절실하게 필요해 너는 그 누구보다 빛날 수 있어.”
로벨리아는 아델의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 자신을 끝까지 책임져 주겠다.
로벨리아가 원하는 가장 쓰지만 달콤한 소리일 것이다.
그녀에게는 당장 버틸 수 있는 거목이 필요했다.
무너지지 않는 거목.
자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프로즘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일시적.
로벨리아는 알면서도 무리하려 했다.
우선순위가 너무나도 절실했으니까.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강한 파티에 들어가야 했다.
자신의 가치를 자신에게 증명하는 것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으니까.
궁지에 몰린 절박한 그녀의 판단력은 눈앞의 달콤함에 사로잡힐 만큼 어리석었다.
그런 그녀에게 아델은 단비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 파티에 들어가야 한다는 본능이 꿈틀댔다.
그랬기에 그녀는 말했다.
“······끝맺음할 시간을 주세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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