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음.대.로
조회 : 797 추천 : 1 글자수 : 4,853 자 2022-09-11
“꺄아아아앙!! 저게 뭐야!!”
요우바는 루카가 안내 하는 대로 산책을 나왔을 뿐이었다.
돼지 세 마리와 함께하는 조금 기묘한 산책이었지만?
매일 틀어박혀 검과 씨름만 하는 오빠가 산책을 하자니
기분 좋게 따라 나선 참이었다.
그런데 루카의 영지 뒷산에서
녹색의 무언가들이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녹색의 몬스터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녹색의 무리는 취이익, 취익 소리를 내며
흉흉한 무기를 들고 급하게 쏟아져 나왔다.
“오빠! 녹색 전쟁의 복수를 하러왔나봐!!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검은 성채에서 마법으로 왔나?”
꾸에에엑! 꾸엑!
돼지들은 놀랐는지 더욱 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막내 따님의 목소리에 다들 흥분해서 나왔네요?
어디보자… 고블린이 팔백 마리쯤, 오크들이 백 마리…
트롤은 삼십 마리…? 트롤은 왜 줄었지??”
루카가 침착하게 숫자를 세었다.
“오빠! 검을 밝혀! 이대로 두면
근처 마을 주민들이 위험해!”
요우바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와 동시에 요우바의 검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진동이 더 격렬해지며 오히려 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하였다.
팟! 하고 붉은 기운이 검에 돌기 시작한다.
이윽고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오오, 정말로 검을 밝히는 군… 선명한 붉은 파동이라니…
형들에게 말로 전해 듣긴 했지만 실로 신동이다…”
붉은 파동검!
루카는 조용히 감탄했다.
꾸준히 수련한 파동검수가 적어도 서른살은
되어서야 나타나는 파동의 시각화!
마치 소드 마스터의 검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빛이지만
포스화된 마나를 사용하는 검사들과 다르게
붉은 파동검은 다른 계열의 힘이었다.
하이폴 가문에만 내려오는 가문의 비기인 것.
요우바는 긴장하며 더욱더 검에 파동의 힘을 밀어 넣었다.
요우바의 모든 마나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루카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야! 누가 이렇게 엉망으로 다녀!!”
목소리에 파동을 싣자 땅과 하늘이 울릴 정도의
소리가 퍼졌다.
펑!!
루카가 주위의 바위를 발로 차 깨뜨리며
위협적으로 씩씩 대었다.
다행히 주위에 민가는 없었지만 있었으면
전쟁이라도 난 줄 알 것이다.
“뭐 하는 거야 오빠! 왜 몬스터들이랑 말을 해!
고블린한테 말 걸면 아 그러십니까 ? 하고
줄이라도 설 거 같아?”
요우바가 루카의 이상한 행동을 못 마땅하게
여기며 한심한 눈빛으로 흘겨봤다.
그 순간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녹색의 무리가 다시 꿈틀 거렸다.
그러더니 줄을 서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핫 둘! 핫 둘! 핫 둘!”
질서 정연하게 구령을 외치며 행진하는 고블린 무리 뒤로
오크들이 엉성하게 줄을 서서 내려온다.
“어… 뭐야…”
요우바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투구와 갑옷을 입은 고블린 하나가 등에 깃발을
꽂은 채로 가장 먼저 뛰어 오고 있었다.
깃발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다.
‘위대한 수령! 크디큰 아버지 루카 만만세!’
요우바는 글을 읽으면서도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문맹이 된 것인가? 무슨 말이지?’
다만 붉게 타오르는 검을 떨군 채로 서있었다.
잔뜩 긴장한 투구 쓴 고블린이 말한다.
“야비한 스닉키가 인사를 올립니다!
그 동안 강녕하신지요!
제가 오실 줄 알고 작은 것들을 준비했습니다!”
스닉키라고 자기 소개 비슷한 것을 한 고블린이
조잡한 두 손을 펼쳤다.
손에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각종 보석 원석이 들려 있었다.
“스닉키~~! 오랜만이야! 부탁할 건 준비 되어 있는가?”
루카는 그 보석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루카가 친근하게 건너는 말에 스닉키가
조금 긴장이 풀렸다.
‘오늘은 안 때릴 건가 보군’
스닉키는 얼른 손짓했다.
그 손짓에 척 봐도 잘 훈련된 고블린 세마리가 나왔다.
잘 올라 붙은 근육과 여러 번 터져 흉터 투성이가 된
손바닥이 그들의 훈련 강도를 말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하나같이 덜덜 떨고 있긴 하다.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저분이 막내 동생님 이신가요?”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닉키의 시선이 아래위로 요우바의 몸을 훑었다.
긴 금발 생머리를 묶어서 단아하게 내린대다가
깨끗하고 둥근 얼굴에 빨간 입술.
이제 영글기 시작하는 여자의 몸.
그만 말하고 말았다.
“정말로 맛있게 생긴 동생입니다. 하하하!”
고블린과 오크 몇놈들이 키득키득거렸다.
“그래…참 맛있...”
루카의 이마가 꿈틀거렸다.
루카의 손이 일렁거리더니.
사정없이 고블린의 머리를 후려쳤다.
빠아아악!!
“으아아아악!! 아이고오!! 스닉키 죽네에!! “
단번에 투구가 두동강 난 스닉키는 바닥을 치며 뒹굴었다.
루카의 얼굴이 악마의 형상으로 찌그러졌다.
요우바를 바라 볼 때와 전혀 다른 모습.
그 모습을 본 요우바는 두려움이 들어 작게 침을 삼켰다.
녹색 전쟁의 영웅
‘더 파이브’
루카는 오늘 이곳에 있었다.
조용하다. 움직임이 전혀 없다.
천 여명의 녹색 무리가 긴장했음이 느껴진다.
그는 고블린 앞을 왔다 갔다하며 외쳤다.
“너희 고블린들은 항상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와!
그러면 나는 항상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와!
알았어? 몰랐어?”
팔백 명의 고블린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마디도 말은 안 하는 고블린들.
“왜 끄덕거려 몰랐다는거야?”
루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블린 무리 속에 들어가서
몇 놈을 쥐어 까버렸다.
그가 가는 곳 마다 피가튀고 멍이든다.
“인생 똑바로 살아! 고블린도 고블린의 인생이 있잖아?
똑바로 살라고! 야… 야..! 똑바로 서!”
실로 살풍경했다.
사실 고블린들은 루카가 하는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그저 내가 잘못했구나 했다.
근데 누가 저 말을 알아 듣겠나.
“알았어? 몰랐어?”
“예 알겠습니다!”
루카는 눈짓으로 돼지 세마리를 가르켰다.
그러자 사제옷을 입은 고블린들이
나와서 돼지를 끌고갔다.
연신 수령님의 은혜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말이다.
“너희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돼지도 끌고 왔잖아? 너희들도 내 맘을 알지?”
루카의 입에서 사랑이 나오면 항상 막대한 폭력이
뒤따른 다는 걸 고블린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스닉키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오늘 안 맞는 줄 알았는데 날 잡았구나…’
요우바는 이 장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가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다.
‘오빠가 고블린들을 군인으로 만든거야?’
아니야 아니겠지.
요우바는 머릿속에 팽이를 만들어서 왼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했다.
즉, 생각을 포기하고 공상했다.
루카는 바닥을 구르고 있는 스닉키를 보며 말했다.
“똑바로 서라, 스닉키”
그 말에 스닉키는 정말 똑바로 섰다.
정말 똑바로 말이다.
이렇게 서야 진짜 차렷!이라고 제국군사 교본에
실어야 할 정도 였다.
뒤에서 요우바를 몰래 보며 속옷을
부풀렸던 세 마리의 고블린 또한
정갈하고 신실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한 녀석은 신앙고백까지 하기 시작했다.
루카는 천천히 고블린 군영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우두머리로 앉혀놓은 스닉키를 쳐다 보았다.
루카의 살벌한 시선을 받게된 스닉키가
난데 없이 비명같이 외친다.
“루카 수령님 만만세!”
그 뒤를 따라 천여명의 녹색 몬스터들이 후창한다.
“루카 수령님 만만세!!”
루카는 자신의 검을 뽑아 몽둥이 처럼 어깨에 걸쳤다.
실제로 파동검사의 검은 날이 없고 속이 비었기 때문에
조금 뚱뚱한 검처럼 생겼다.
측면을 봤을때는 일반적인 검의 모습과 같긴 하다.
속이 비었기 때문에 일부 파동검수들은 진동을 일으켜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시끄러워!”
그 한마디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녹색무리.
그 사이에서 루카가 왔다갔다 시찰하듯이 걸었다.
그리고 곧
“시작하지”
그 한마디에 앞서 갑옷을 입고 나왔던
세 고블린이 앞으로 나왔다.
루카는 요우바에게 말했다.
“요우바! 애들 죽이면 안돼. 기절시키는 선에서 상대해라.
이것은 오늘의 수련이야.”
요우바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루카는 요우바를 외면했다.
요우바는 몸에 드는 한기를 느끼며 몸을 감쌌다.
루카는 뒤돌아서 녹색무리에게 외쳤다.
“오늘 요우바를 쓰러뜨린다면 내가 한 가지 약속하지.
요우바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
와아아아아아아!!!
워어!!!!!!
오크들의 굵은 목소리를 필두로 고블린들의
찢어지는 함성이 쏟아졌다.
녹색무리가 누가 시작이랄것 없이 원초적인
말들을 쏟아내었다.
주로 무리의 새 구성원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입장문이었다.
합체! 변신! 발사!
요우바는 치를 떨며 루카를 째려봤다.
루카가 모른척하자 큰 돌맹이를 줏어 던졌다.
맞았으면 분명 머리가 터졌을 터였다.
허나 루카는 쳐다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피했다.
두사람 다 파동을 감지하는 파동검수기에 돌팔매질은
항의에 불과한 행위였다.
스닉키가 큰 바위에 올라 깃발을 흔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진영을 만들라는 신호이기도 했다.
둥둥둥!
오크들이 배틀드럼을 쳤다.
전쟁이다. 진짜 전쟁이다.
트롤들이 쌍도끼를 들고 요우바의 후방을 잡기위해
우회기동을 시작한다.
트롤들의 속도가 가속하며 흙먼지가 날린다.
루카가 뭘 써왔는지 종이를 보며 외쳤다.
“금일!! 여기는 루카의 고성 뒷사사안!!
요우바의 녹색전쟁 간접체험!!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철없는 막내!!
금일 특별 훈련!! 시이이이이이자아아아아악!! 합니다!!"
요우바가 이빨을 아득바득 갈며 말했다.
“아빠한테 다 이를꺼야!!”
“와뽜한퇴~ 돠 이룰꿔야~~”
“따라하지마!”
“똬롸해지매~”
생각났다.
잠깐 보였던 ‘더 파이브’의 모습 때문에 깜빡한 게.
루카는 누구에게나 있는 썩을 오빠라는 것.
친오빠 동생은 서로를 죽일 마음이 언제나 있다는 것.
루카는 주변의 지형을 살피며 유리한 자리를 잡으려 이동했다.
“어떻게 여동생이 저런 저질스런 말을 듣게 해?!
나 열다섯 살이야!!
오빤 진짜 아빠한테 죽었어!!”
루카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조금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게 전쟁이야. 이게 형들이 가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아마… 여기도 그렇게 될 거야.
피할 수 없는 일... 일거야..”
루카는 검집을 쓰다듬다가 말을 이었다.
“몇 년 안 남은 거 같아.
검은 전쟁은 악마들과 불멸자들이
손을 잡고 일으킨 전쟁이야.
이런 녹색의 귀여운 녀석들과는 다르다고.
그런 전쟁 속에서는 스스로 지킬 힘이 있어야 해.”
루카는 왠지 조금 웃고 있었다.
“요우바 하이폴! 사랑한다!”
요우바는 쌍욕을 하려다 그냥 탄식했다.
“아…오빠 개새끼! 입을 찢어버릴거야!”
아니 그냥 쌍욕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빠들 돌아오면 개패버리라고 해야지…’
요우바, 요우바…이게 다 사랑의 매야.
루카는 혼자만 들리게 작게 중얼거렸다.
“요우바! 너도 내가 형들에게 당한것처럼
어디한번 당해봐라!히히! 사랑의 구타발사! 히히!”
루카는 멀리 높은 산으로 올라가 구경할 준비를 했다.
녹색의 무리가 포위망을 천천히 회전시키며 외친다.
“마.음.대.로! 마.음.대.로! 마.음.대.로! "
“마.음.대.로! 마.음.대.로! 마.음.대.로! "
요우바는 루카가 안내 하는 대로 산책을 나왔을 뿐이었다.
돼지 세 마리와 함께하는 조금 기묘한 산책이었지만?
매일 틀어박혀 검과 씨름만 하는 오빠가 산책을 하자니
기분 좋게 따라 나선 참이었다.
그런데 루카의 영지 뒷산에서
녹색의 무언가들이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녹색의 몬스터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녹색의 무리는 취이익, 취익 소리를 내며
흉흉한 무기를 들고 급하게 쏟아져 나왔다.
“오빠! 녹색 전쟁의 복수를 하러왔나봐!!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검은 성채에서 마법으로 왔나?”
꾸에에엑! 꾸엑!
돼지들은 놀랐는지 더욱 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막내 따님의 목소리에 다들 흥분해서 나왔네요?
어디보자… 고블린이 팔백 마리쯤, 오크들이 백 마리…
트롤은 삼십 마리…? 트롤은 왜 줄었지??”
루카가 침착하게 숫자를 세었다.
“오빠! 검을 밝혀! 이대로 두면
근처 마을 주민들이 위험해!”
요우바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와 동시에 요우바의 검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진동이 더 격렬해지며 오히려 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하였다.
팟! 하고 붉은 기운이 검에 돌기 시작한다.
이윽고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오오, 정말로 검을 밝히는 군… 선명한 붉은 파동이라니…
형들에게 말로 전해 듣긴 했지만 실로 신동이다…”
붉은 파동검!
루카는 조용히 감탄했다.
꾸준히 수련한 파동검수가 적어도 서른살은
되어서야 나타나는 파동의 시각화!
마치 소드 마스터의 검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빛이지만
포스화된 마나를 사용하는 검사들과 다르게
붉은 파동검은 다른 계열의 힘이었다.
하이폴 가문에만 내려오는 가문의 비기인 것.
요우바는 긴장하며 더욱더 검에 파동의 힘을 밀어 넣었다.
요우바의 모든 마나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루카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야! 누가 이렇게 엉망으로 다녀!!”
목소리에 파동을 싣자 땅과 하늘이 울릴 정도의
소리가 퍼졌다.
펑!!
루카가 주위의 바위를 발로 차 깨뜨리며
위협적으로 씩씩 대었다.
다행히 주위에 민가는 없었지만 있었으면
전쟁이라도 난 줄 알 것이다.
“뭐 하는 거야 오빠! 왜 몬스터들이랑 말을 해!
고블린한테 말 걸면 아 그러십니까 ? 하고
줄이라도 설 거 같아?”
요우바가 루카의 이상한 행동을 못 마땅하게
여기며 한심한 눈빛으로 흘겨봤다.
그 순간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녹색의 무리가 다시 꿈틀 거렸다.
그러더니 줄을 서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핫 둘! 핫 둘! 핫 둘!”
질서 정연하게 구령을 외치며 행진하는 고블린 무리 뒤로
오크들이 엉성하게 줄을 서서 내려온다.
“어… 뭐야…”
요우바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투구와 갑옷을 입은 고블린 하나가 등에 깃발을
꽂은 채로 가장 먼저 뛰어 오고 있었다.
깃발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다.
‘위대한 수령! 크디큰 아버지 루카 만만세!’
요우바는 글을 읽으면서도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문맹이 된 것인가? 무슨 말이지?’
다만 붉게 타오르는 검을 떨군 채로 서있었다.
잔뜩 긴장한 투구 쓴 고블린이 말한다.
“야비한 스닉키가 인사를 올립니다!
그 동안 강녕하신지요!
제가 오실 줄 알고 작은 것들을 준비했습니다!”
스닉키라고 자기 소개 비슷한 것을 한 고블린이
조잡한 두 손을 펼쳤다.
손에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각종 보석 원석이 들려 있었다.
“스닉키~~! 오랜만이야! 부탁할 건 준비 되어 있는가?”
루카는 그 보석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루카가 친근하게 건너는 말에 스닉키가
조금 긴장이 풀렸다.
‘오늘은 안 때릴 건가 보군’
스닉키는 얼른 손짓했다.
그 손짓에 척 봐도 잘 훈련된 고블린 세마리가 나왔다.
잘 올라 붙은 근육과 여러 번 터져 흉터 투성이가 된
손바닥이 그들의 훈련 강도를 말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하나같이 덜덜 떨고 있긴 하다.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저분이 막내 동생님 이신가요?”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닉키의 시선이 아래위로 요우바의 몸을 훑었다.
긴 금발 생머리를 묶어서 단아하게 내린대다가
깨끗하고 둥근 얼굴에 빨간 입술.
이제 영글기 시작하는 여자의 몸.
그만 말하고 말았다.
“정말로 맛있게 생긴 동생입니다. 하하하!”
고블린과 오크 몇놈들이 키득키득거렸다.
“그래…참 맛있...”
루카의 이마가 꿈틀거렸다.
루카의 손이 일렁거리더니.
사정없이 고블린의 머리를 후려쳤다.
빠아아악!!
“으아아아악!! 아이고오!! 스닉키 죽네에!! “
단번에 투구가 두동강 난 스닉키는 바닥을 치며 뒹굴었다.
루카의 얼굴이 악마의 형상으로 찌그러졌다.
요우바를 바라 볼 때와 전혀 다른 모습.
그 모습을 본 요우바는 두려움이 들어 작게 침을 삼켰다.
녹색 전쟁의 영웅
‘더 파이브’
루카는 오늘 이곳에 있었다.
조용하다. 움직임이 전혀 없다.
천 여명의 녹색 무리가 긴장했음이 느껴진다.
그는 고블린 앞을 왔다 갔다하며 외쳤다.
“너희 고블린들은 항상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와!
그러면 나는 항상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와!
알았어? 몰랐어?”
팔백 명의 고블린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마디도 말은 안 하는 고블린들.
“왜 끄덕거려 몰랐다는거야?”
루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블린 무리 속에 들어가서
몇 놈을 쥐어 까버렸다.
그가 가는 곳 마다 피가튀고 멍이든다.
“인생 똑바로 살아! 고블린도 고블린의 인생이 있잖아?
똑바로 살라고! 야… 야..! 똑바로 서!”
실로 살풍경했다.
사실 고블린들은 루카가 하는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그저 내가 잘못했구나 했다.
근데 누가 저 말을 알아 듣겠나.
“알았어? 몰랐어?”
“예 알겠습니다!”
루카는 눈짓으로 돼지 세마리를 가르켰다.
그러자 사제옷을 입은 고블린들이
나와서 돼지를 끌고갔다.
연신 수령님의 은혜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말이다.
“너희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돼지도 끌고 왔잖아? 너희들도 내 맘을 알지?”
루카의 입에서 사랑이 나오면 항상 막대한 폭력이
뒤따른 다는 걸 고블린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스닉키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오늘 안 맞는 줄 알았는데 날 잡았구나…’
요우바는 이 장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가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다.
‘오빠가 고블린들을 군인으로 만든거야?’
아니야 아니겠지.
요우바는 머릿속에 팽이를 만들어서 왼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했다.
즉, 생각을 포기하고 공상했다.
루카는 바닥을 구르고 있는 스닉키를 보며 말했다.
“똑바로 서라, 스닉키”
그 말에 스닉키는 정말 똑바로 섰다.
정말 똑바로 말이다.
이렇게 서야 진짜 차렷!이라고 제국군사 교본에
실어야 할 정도 였다.
뒤에서 요우바를 몰래 보며 속옷을
부풀렸던 세 마리의 고블린 또한
정갈하고 신실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한 녀석은 신앙고백까지 하기 시작했다.
루카는 천천히 고블린 군영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우두머리로 앉혀놓은 스닉키를 쳐다 보았다.
루카의 살벌한 시선을 받게된 스닉키가
난데 없이 비명같이 외친다.
“루카 수령님 만만세!”
그 뒤를 따라 천여명의 녹색 몬스터들이 후창한다.
“루카 수령님 만만세!!”
루카는 자신의 검을 뽑아 몽둥이 처럼 어깨에 걸쳤다.
실제로 파동검사의 검은 날이 없고 속이 비었기 때문에
조금 뚱뚱한 검처럼 생겼다.
측면을 봤을때는 일반적인 검의 모습과 같긴 하다.
속이 비었기 때문에 일부 파동검수들은 진동을 일으켜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시끄러워!”
그 한마디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녹색무리.
그 사이에서 루카가 왔다갔다 시찰하듯이 걸었다.
그리고 곧
“시작하지”
그 한마디에 앞서 갑옷을 입고 나왔던
세 고블린이 앞으로 나왔다.
루카는 요우바에게 말했다.
“요우바! 애들 죽이면 안돼. 기절시키는 선에서 상대해라.
이것은 오늘의 수련이야.”
요우바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루카는 요우바를 외면했다.
요우바는 몸에 드는 한기를 느끼며 몸을 감쌌다.
루카는 뒤돌아서 녹색무리에게 외쳤다.
“오늘 요우바를 쓰러뜨린다면 내가 한 가지 약속하지.
요우바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
와아아아아아아!!!
워어!!!!!!
오크들의 굵은 목소리를 필두로 고블린들의
찢어지는 함성이 쏟아졌다.
녹색무리가 누가 시작이랄것 없이 원초적인
말들을 쏟아내었다.
주로 무리의 새 구성원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입장문이었다.
합체! 변신! 발사!
요우바는 치를 떨며 루카를 째려봤다.
루카가 모른척하자 큰 돌맹이를 줏어 던졌다.
맞았으면 분명 머리가 터졌을 터였다.
허나 루카는 쳐다 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피했다.
두사람 다 파동을 감지하는 파동검수기에 돌팔매질은
항의에 불과한 행위였다.
스닉키가 큰 바위에 올라 깃발을 흔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진영을 만들라는 신호이기도 했다.
둥둥둥!
오크들이 배틀드럼을 쳤다.
전쟁이다. 진짜 전쟁이다.
트롤들이 쌍도끼를 들고 요우바의 후방을 잡기위해
우회기동을 시작한다.
트롤들의 속도가 가속하며 흙먼지가 날린다.
루카가 뭘 써왔는지 종이를 보며 외쳤다.
“금일!! 여기는 루카의 고성 뒷사사안!!
요우바의 녹색전쟁 간접체험!!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철없는 막내!!
금일 특별 훈련!! 시이이이이이자아아아아악!! 합니다!!"
요우바가 이빨을 아득바득 갈며 말했다.
“아빠한테 다 이를꺼야!!”
“와뽜한퇴~ 돠 이룰꿔야~~”
“따라하지마!”
“똬롸해지매~”
생각났다.
잠깐 보였던 ‘더 파이브’의 모습 때문에 깜빡한 게.
루카는 누구에게나 있는 썩을 오빠라는 것.
친오빠 동생은 서로를 죽일 마음이 언제나 있다는 것.
루카는 주변의 지형을 살피며 유리한 자리를 잡으려 이동했다.
“어떻게 여동생이 저런 저질스런 말을 듣게 해?!
나 열다섯 살이야!!
오빤 진짜 아빠한테 죽었어!!”
루카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조금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게 전쟁이야. 이게 형들이 가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아마… 여기도 그렇게 될 거야.
피할 수 없는 일... 일거야..”
루카는 검집을 쓰다듬다가 말을 이었다.
“몇 년 안 남은 거 같아.
검은 전쟁은 악마들과 불멸자들이
손을 잡고 일으킨 전쟁이야.
이런 녹색의 귀여운 녀석들과는 다르다고.
그런 전쟁 속에서는 스스로 지킬 힘이 있어야 해.”
루카는 왠지 조금 웃고 있었다.
“요우바 하이폴! 사랑한다!”
요우바는 쌍욕을 하려다 그냥 탄식했다.
“아…오빠 개새끼! 입을 찢어버릴거야!”
아니 그냥 쌍욕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빠들 돌아오면 개패버리라고 해야지…’
요우바, 요우바…이게 다 사랑의 매야.
루카는 혼자만 들리게 작게 중얼거렸다.
“요우바! 너도 내가 형들에게 당한것처럼
어디한번 당해봐라!히히! 사랑의 구타발사! 히히!”
루카는 멀리 높은 산으로 올라가 구경할 준비를 했다.
녹색의 무리가 포위망을 천천히 회전시키며 외친다.
“마.음.대.로! 마.음.대.로! 마.음.대.로! "
“마.음.대.로! 마.음.대.로! 마.음.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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