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비틀어진.
조회 : 863 추천 : 1 글자수 : 6,868 자 2022-09-16
누구나 처음에는 놀라게 된다.
천 여명의 군사들이 행진을 하는 발소리를 직접 듣게 된 사람은 당황하게 된다.
요우바가 루카에게 하던 욕설을 중단하고 자세를 잡았다.
“파동검 제 1식 파동검.”
요우바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가슴에서부터 울리던 파동이 검날을 지나 검 끝까지 오른다.
우우우웅....
“좋은 파동이다 요우바!”
요우바는 가슴을 치며 대답한다.
“오빠는 죽은 목숨이야! 오늘 내로 죽여버릴거야!”
보통의 여동생이라면 매일 같이 투정성 협박을 날린다.
형제 자매사이라면 우애깊은 삶에서 살해협박을 자주 표현하게 되지 않는가.
그런데 그럴 리가 없지만, 오늘의 협박은 꽤 진실성 있게 들린다.
루카도 인정했다.
‘내가 오늘은 사고를 크게 치긴 했어. 그래도 아버지는 이해해 주실거야...’
이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아버지가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상상이간다.
별로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안들기 시작했다.
‘아니~ 이해 안해주시겠네~? 뭐 어때. 즐겁구만!’
요우바의 치마가 펄럭인다.
싸우기엔 걸리적 거리는지 그녀가 반쯤 찢어버렸다.
햇볕을 보지 않았던 새하얀 허벅지가 드러났다.
“어... 너무 짧은데... 내가 이럴줄 알고 바지를 준비해왔지!”
요우바가 이젠 멀리 떨어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분노에 찬 파동만이 더 확실하게 전해진다.
성난 이리와 같은 파동이.
루카가 준비해 온 바지와 식재료를 꺼냈다.
“항창 싸우고 나면 항상 배고프더라고~”
시중을 들기 위해 곁에 서있던 고블린 한 마리가 바지를 받아 들고 요우바에게 달려갔다.
요우바를 바지를 받더니 땅에 던지고 침을 뱉었다.
‘누굴 닮아서 저렇게 성격이 더러울까’
고블린과 오크, 트롤들은 완전히 요우바를 포위했다.
루카가 손을 들었다.
“오늘 쳐 맞아서 기절하는 녀석은 내가 직접 두들겨 팬다? 피똥싸개 해준다? 아주 그냥 피떡을 만들거야! 아니 피똥 그 자체가 된다?”
요우바는 루카를 닮았다.
손을 힘차게 내려 신호를 보냈다.
“자아아!! 드가자아아아아!!”
루카의 수신호를 유심히 기다리던 스닉키가 째지는 목소리로 외친다.
진형을 제대로 잡고 포위망을 좁혀들어가는 발소리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야비한 스닉키가 이런 짐승들을 병사로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 갔을까. 아까 너무 세게 때렸나?... 아냐 쳐 맞을만 했어’
루카는 식재료를 꺼내 스프를 끓이고 도마를 꺼내 야채를 썰었다. 육탄전이 끝나고 먹는 따듯한 밥은 언제나 루카를 다음 전장으로 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었다. 루카는 녹색전쟁의 추억 속에 잠시 젖어들었다.
오늘은 물론 오누이 단 둘이 먹는 오붓한 식사겠지만.
그는 여동생에게 따듯한 밥을 먹이고 싶었다.
‘아~ 나는 너무 착한 오빠야’
그 생각을 할 즈음에 트롤이 던진 그물에 요우바의 두 발이 걸려 질질 끌려갔다. 땅에 검을 박아 넣은 요우바가 발목에 달려드는 고블린 둘을 걷어 찬다. 고양이 때에 둘러 쌓인 쥐가 된 꼴이다.
“루카 하이폴! 반드시 죽인다! 오늘 죽인다아아!!”
그 순간에도 루카는 샌드위치를 가로로 썰어야 하나 세로로 썰어야 하나 고민중이었다.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루카영지의 뒷산.
루카는 문득 불길한 기운을 느껴 하늘을 바라보았다.
‘대낮에 별똥별인가? 해성인가?’
루카는 해성치고는 가깝고 크고 뜨겁고 불길해 보이는 별을 바라보았다. 아니 별이라고 하기엔 너무 검다. 검은 별이 보이는 일이 있는가?
‘이게... 뭐더라...’
생각이 날 듯 말 듯
루카는 자기도 모르게 검을 잡았다.
“비켜!!”
루카는 서둘러서 주변의 전투멧돼지를 잡아 올라탔다.
“훈련은 중단한다!! 반복한다!! 훈련은 중단한다!!”
고블린들이 일제히 물러나며 흥분해 있는 오크들을 끌어냈다. 그 사이에서 드러난 요우바는 그물에 뒤엉켜 먼지더미가 되어 있었다.
“요우바! 침공이다!! 악마족 침공이다!!”
스닉키가 빠르게 전투맷돼지를 올라타더니 요우바 앞으로 몰고갔다.
“타! 아버지 성으로! 침공이다!”
요우바가 망설인다.
“돼지 따위 탈 줄 몰라!”
“그냥 타고 있으면 내가 끌어줄게! 지금! 어서! 타!”
요우바가 엉거주춤하게 올라타자 루카가 끌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멧돼지 특유의 연속적인 발굽소리와 함께 검은 해성을 따라 달렸다. 검은 해성은 별이 비행하는 속도 치고 느렸다. 불길한 불꽃이 해성의 주변에서 불타며 이글이글한 소리를 낸다.
저 검은 해성이 떨어지면 일어나는 일을 루카는 알고 있다.
“고삐를 넘겨 줘! 이제 탈 줄 알겠어!”
요우바의 재능은 끝이 없는 듯 맷돼지를 어느새 능숙하게 타고 있었다.
요우바는 눈을 비비면서 고삐를 넘겨 받았다.
검은 해성의 비행은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오빠 저게 뭐야?? 엄청나게 불길한 기운이야! 고블린들은 왜 훈련시켰어?? 저거 때문이야??”
쏟아지는 질문에 루카는 차분히 대답했다.
재앙이 코 앞에 있다고 온 몸으로 느끼니 오히려 차분해졌다.
“저건 악마들이 타고 다니는 해성이다. 고위급 악마들이 타고 있지. 떨어지면 그 자리에 악마 소환문을 만들어서 하급 악마들을 소환한다. 나도 전쟁때 한번 밖에 못봤어. 그리고 떨어지는 순간에 엄청나게 폭발해.”
루카는 맷돼지의 배를 걷어차며 속도를 더했다.
‘내가 포스 블레이더였다면 지금쯤 거의 날아가는 속도로 뛰었을텐데...’
파동검수인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후회하였다.
아무리 봐도 해성보다 먼저 도착할 거 같지가 않다.
그 때였다. 아버지의 성에서 거대한 파동이 일었다.
너무 선명한 파동이라 요우바와 루카의 검이 공명할 정도의 강력한 파동!
아버지가 검은 해성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루카는 해성을 보았을 때 보다 아버지의 비행검술에 더욱 놀랐다.
“저게 뭐지? 파동검에 비행검술이 있었나?”
요우바는 그 장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자신이 만든 파동을 밟고 걷어차고 가끔은 파동을 뿜어내었다. 그 반발력으로 날고 있던 것이다.
아버지가 검을 뽑아 검은 해성을 향해 찔러 들어간다.
그때 검은 해성의 앞부분이 열리면서 뿔이 세게 달린 악마가 뛰어나와 그 검을 받는다!
너무 멀리 있어 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아버지의 검이 비명을 지르고 있음이 들렸다. 저런 높이에서의 전투는 루카와 요우바의 수준에서는 여러의미로 닿지 않는 싸움이다.
“요우바! 얼른 아버지의 성으로 가자! 도착하면 방법이 있을거야.”
루카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요우바는 넋을 읽고 아버지와 악마의 일대일 싸움을 바라보았다.
요우바가 뭔가 중얼거리며 팔다리로 아버지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허우적거리는 꼴이 뭔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진지해 보이기도 했다.
문득.
그때 문득 둘째형이 했던 말이 루카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우리가 요우바에게 뭔가 제대로 안 가르치는 이유는 첫째로 가르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야. 여동생이지만 그녀의 재능은 끝이 없어.”
그의 표정이 씁쓸했다. 술이 독주라 그랬던 걸까.
“잘 들어.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끝이 없어. 그리고 둘째로는 요우바는 성인이 되기전에 파동검술을 제대로 배운다면...”
둘째형은 잠시 말을 골랐다. 자신만의 생각은 아닌 듯 했다.
“아마 반드시 죽을 거야. 전투를 하기엔 너무 성격이 급하고 생각이 얕아. 재능은 넘치니 우리는 닿은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강해질 텐데. 그때 가선 우리말을 듣지도 않은꺼 아냐? 하하.”
그리고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어려서 적의 깊이를 재지 못하고 죽을거야.”
형은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왜 그 말을 술주정으로 생각했지?
루카가 뭔가 말을 하려 입을 벌렸다.
그때 루카가 타고 있던 멧돼지가 넘어져 버린다.
루카는 바닥을 뒹굴며 하늘을 쳐다 보았다.
그곳에 아버지와 악마가 있었고.
요우바가 날아 오르고 있었다.
루카는 왠지 눈물이 났다.
루카란 이름은 하늘, 천상을 뜻하는 고대어이다.
항상 높고 밝으란 뜻에서 어머니가 지어주었다 했다.
그는 지금 바닥을 구르고 있다.
그의 나이는 서른 아홉.
어쩌면 나.
요우바를 가르치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던게 아닐까?
나는 뭘까. 삼십년이 넘게 검을 파고 들었지만.
나는 왜 지금 바닥을 구르고 있는 걸까.
눈앞에 까맣게 흐려지고 입에 흙이 들어왔다.
이윽고 입술이 터져 피맛이 났다.
“씨이이이발!!!!”
흑색전쟁으로 왜 나만 안 대려 간걸까.
왜 형들만 간 걸까.
사실은 나 약해빠져서 보호 받는게 아닐까.
그의 마음에 작은 불꽃이 일어나고.
그의 부정정인 생각들이 하얗게 타서 사라진다.
잡념들이 사라지고.
그는 외쳤다.
“요우바아아아아아아!!!!!”
요우바는 파동을 만들고 파동을 발바닥으로 뿜으며 하늘로 날아 올랐다.
요우바가 아버지의 곁에 다가 섰을 때.
악마의 도끼가 아버지의 심장을 때려 들어갔다.
처음 알았다. 하늘에서 사람이 죽으면.
피의 비가 내린다는 것을.
아버지의 사체가 자유낙하한다.
“끼야아아아아아아!!!”
요우바가 비명을 지르며 검을 찔러 들어갔다.
루카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몸의 모든 중심이 무너진채로 들어가는 찌르기.
아버지는 늘 루카가 기본기만을 파고들 때 한 번도 혼내지 않고 칭찬했다.
고수들의 싸움으로 가면 어차피 기본기 싸움이라고.
단 한번도 화려한 기술들을 배우라 하지 않았다.
“요우바아아아!!”
소용없는 소음소리에 불과한 이름.
악마는 도끼 끝으로 그녀의 검을 흘리고 무방비가 된 요우바의 상체를 부여 잡았다.
루카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무게 중심이 무너졌을 때.
그녀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그래도 눈을 땔 수 없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서 요우바가 살 수 도 있지 않을까?
악마가 입을 연다.
“여자친구인가?”
“아니, 여동생이다.”
루카는 넘어진채로 하늘을 보며 꼴사납게 대답했다.
뿔이 세게 달린 악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렴 어때.”
그 말을 끝으로 악마는 요우바의 목에 도끼를 밀어 넣었다.
생선의 머리가 몸으로부터 토막나듯 요우바의 머리가 잘렸다. 요우바의 머리와 몸이 자유낙하했다.
잠시 멈췄던 해성의 앞쪽으로 악마는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작은 악마 하나가 대신해서 나왔다.
작은 악마는 루카를 향해 똑바로 날아왔다.
검은 해성은 서서히 아버지의 영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작은 악마가 말했다.
“너희 가문이 다 죽는 건 보고 죽게 해주지.”
검을 들 힘이 없었다.
하늘 같은 아버지가 죽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우바가 죽었다.
작은 악마와 루카는 검은 해성을 보았다.
잠시 날아서 낙하 하는 것 같더니.
아버지의 성 전부가 폭발했다.
터지는 것이 먼저 보이고.
콰아아아앙아아!!!
소리는 나중이었다.
루카는 검을 들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져 붉은 약을 한알 삼켰다.
“파동검술 무검식. 절명검.”
루카의 눈과 귀에서 피눈물이 흘러 나왔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작은 악마가 훌쩍 물러섰다.
그렇게 생각했다.
콰직!
작은 악마의 심장에 파동검이 박혔다.
그의 검은 형체가 없어져 있고 악마의 피만 묻어서 그 원형을 짐작하게 했다.
심장에서 악마의 붉은 피가 흘러 넘칠때마다.
그의 눈이 느리게 깜빡인다.
‘어떻게든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작은 악마가 죽어가며 외쳤다.
“하하하!! 강하군!! 미친!! 엄청난 속도군!!보지도 못했어!!”
작은 악마는 활짝 웃고 있었다.
심장을 찔린 악마는 반드시 죽는다.
그러나 악마의 표정 어딘가 시원해 보였다.
“하지만 자폭이다!! 죽어라!! 멍청한 인간!!”
작은 악마가 부풀어 올랐다.
루카는 방어할 수 있었지만 그럴 이유는 찾지 못했다.
아버지도 죽었다. 요우바도 죽었다.
형들도 아마 죽었을 것이다. 누나도 죽었을 것이다.
어머니들도 다 성에서 죽었을 것이다.
나도 죽을 것이다.
펑!!
루카의 두개골의 반쪽이 날아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의 남은 몸이 버둥거렸다.
반나절동안. 아무 의미 없이.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한낮의 전투는 없던 일 같이 조용했다.
아버지의 성 방향으로 무언가 미끌어진 듯 날아온다.
악마인가?
일어나야해. 한놈이라도. 더.
그의 몸이 또 다시 아무의미 없이 버둥거렸다.
꼴 사납게. 더럽게. 벌레처럼.
처음 보는 늘어지고 비치는 옷을 입은 여자들이었다.
“여기도 죽음이 남용 되었군.”
가장 앞에서 있던 크고 아름다운 여자가 말했다.
“여신님 이 아이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뒤에 있던 작고 가녀린 여자가 말했다.
“그의 눈빛을 봐라 이미 죽었다.”
두개골의 절반이 날아간 사람에게 눈빛이 무슨 소용이던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나는 생명의 신이다. 죽음이 남용 되었으니 생명을 돌려주겠다. 하지만 너무 많이 상했군. 재대로 돌려 줄 수는 없다. 그냥 죽는 것이 어떤가?”
루카는 무슨 소린가 했다.
‘신이라니 무슨 소린가. 미친 자들인가? 혹시 진짜면 살 수 있을까? 요우바도?’
루카의 눈빛이 돌아왔다.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일단 아기로 만들어서 다시 생명의 순환을 시키면 살릴 수 있습니다.”
작은 여자가 말했다.
작은 여자는 여신이라는 사람의 말을 더 듣지 않고 손을 뻗었다.
루카의 몸이 분홍빛에 감싸진다.
‘몸에... 기운이 돌아온다...’
루카의 몸이 복구되기 시작했다.
두개골이 어느정도 복구되자 곧 루카는 요우바에게 기어 갔다.
하늘에서 떨어진 요우바의 사체는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동정심이 생긴 것이신지 여신과 그에 딸린 자들은 말 없이 따라왔다.
요우바의 사체는 머리가 없었고 사지가 다 부서져 있었다.
덜렁거리는 요우바의 몸을 들고 루카는 여신에게 내밀었다. 마치 음식을 싫어하는 자에게 강권하는 모양새처럼.
“안 된다. 이 여자는 죽은지 너무 오래 되었다. 이 여자를 살리면 세상이 너무 생명쪽으로 비틀리게 된다. 그래선 안돼.”
쌀쌀 맞은 태도에 루카는 무릎을 꿇고 나직히 울었다.
그러다 말했다.
“요우바를 살려주신다면...
악마... 악마들을 모조리 죽이겠습니다.”
생명의 신이란 자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 다른 눈빛을 한 채로.
“이 여자가 너에게 정말 특별한가 보군. 머리가 반이 날아가고도 집착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구나. ”
여신이란 자는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 날 웃게 만드는구나. 날 웃게 만드는 정도의 인간은 오랜만에 보는구나. 하하. 그 정도면 본인이 이 여자의 시체를 가지고 있다가 너의 생명을 반으로 나누어 살려주마.”
그러더니 여신은 루카의 몸에 손을 뻗어 그의 생명의 반을 가져갔다.
“악마라면 다 죽일 필요도 없다. 그래선 세상이 또 다른 쪽으로 기울어버리지.”
그녀는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세 개의 뿔이 달린 악마를 찾아 죽여라. 그 자는 생명에게 빚을 많이 진 짐승이다. 세계의 질서가 그 악마를 보호하고 있어 나 또한 어쩌지 못하고 있으니 니가 세상에서 비틀어진 존재가 되어 그를 멸할 수 있다면 손을 빌려다오.”
그녀가 요우바의 사체를 끌어 안았다. 작고 가녀린 여자가 요우바의 머리를 찾아 여신이란 자에게 건네 주었다.
“반드시, 반드시 세 개의 뿔이 달린 악마를 죽이겠습니다. 태어난 걸 후회할 정도로 잘게 조각내어 죽이겠습니다”
여신은 뭔가 웃긴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들었다.
“너는 기억의 일부를 잊을 것이다. 두개골이 날아갔으니 그건 어쩔 수 없다. 다만 대부분 기억하게 해주마.”
작고 가녀린 여자가 다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저의 작은 권능으로는 당신의 몸을 지금상 태로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신체를 아기로 돌려야 합니다.”
루카는 뭔가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이미 작아져 있었고 너무 따듯했다.
너무 졸리고 졸렸다.
그런데 너무 화가 나고 화가 났다.
잠시 화를 내던 아기는 잠시 잠투정을 부린다.
여신이 그가 잠들기 직전에 말했다.
“너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비틀어 진 자라는 걸 명심해라. 반쪽만으로 살아있는 너의 생명은 이로서 나의 손에서도 벗어났다. 너만이 똑같이 비틀어진 존재인 세 개의 뿔이 달린 악마를 죽일 수 있으니 명심하거라.”
루카는 시끄럽고 더 자고 싶다.
천 여명의 군사들이 행진을 하는 발소리를 직접 듣게 된 사람은 당황하게 된다.
요우바가 루카에게 하던 욕설을 중단하고 자세를 잡았다.
“파동검 제 1식 파동검.”
요우바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가슴에서부터 울리던 파동이 검날을 지나 검 끝까지 오른다.
우우우웅....
“좋은 파동이다 요우바!”
요우바는 가슴을 치며 대답한다.
“오빠는 죽은 목숨이야! 오늘 내로 죽여버릴거야!”
보통의 여동생이라면 매일 같이 투정성 협박을 날린다.
형제 자매사이라면 우애깊은 삶에서 살해협박을 자주 표현하게 되지 않는가.
그런데 그럴 리가 없지만, 오늘의 협박은 꽤 진실성 있게 들린다.
루카도 인정했다.
‘내가 오늘은 사고를 크게 치긴 했어. 그래도 아버지는 이해해 주실거야...’
이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아버지가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상상이간다.
별로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안들기 시작했다.
‘아니~ 이해 안해주시겠네~? 뭐 어때. 즐겁구만!’
요우바의 치마가 펄럭인다.
싸우기엔 걸리적 거리는지 그녀가 반쯤 찢어버렸다.
햇볕을 보지 않았던 새하얀 허벅지가 드러났다.
“어... 너무 짧은데... 내가 이럴줄 알고 바지를 준비해왔지!”
요우바가 이젠 멀리 떨어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분노에 찬 파동만이 더 확실하게 전해진다.
성난 이리와 같은 파동이.
루카가 준비해 온 바지와 식재료를 꺼냈다.
“항창 싸우고 나면 항상 배고프더라고~”
시중을 들기 위해 곁에 서있던 고블린 한 마리가 바지를 받아 들고 요우바에게 달려갔다.
요우바를 바지를 받더니 땅에 던지고 침을 뱉었다.
‘누굴 닮아서 저렇게 성격이 더러울까’
고블린과 오크, 트롤들은 완전히 요우바를 포위했다.
루카가 손을 들었다.
“오늘 쳐 맞아서 기절하는 녀석은 내가 직접 두들겨 팬다? 피똥싸개 해준다? 아주 그냥 피떡을 만들거야! 아니 피똥 그 자체가 된다?”
요우바는 루카를 닮았다.
손을 힘차게 내려 신호를 보냈다.
“자아아!! 드가자아아아아!!”
루카의 수신호를 유심히 기다리던 스닉키가 째지는 목소리로 외친다.
진형을 제대로 잡고 포위망을 좁혀들어가는 발소리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야비한 스닉키가 이런 짐승들을 병사로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 갔을까. 아까 너무 세게 때렸나?... 아냐 쳐 맞을만 했어’
루카는 식재료를 꺼내 스프를 끓이고 도마를 꺼내 야채를 썰었다. 육탄전이 끝나고 먹는 따듯한 밥은 언제나 루카를 다음 전장으로 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었다. 루카는 녹색전쟁의 추억 속에 잠시 젖어들었다.
오늘은 물론 오누이 단 둘이 먹는 오붓한 식사겠지만.
그는 여동생에게 따듯한 밥을 먹이고 싶었다.
‘아~ 나는 너무 착한 오빠야’
그 생각을 할 즈음에 트롤이 던진 그물에 요우바의 두 발이 걸려 질질 끌려갔다. 땅에 검을 박아 넣은 요우바가 발목에 달려드는 고블린 둘을 걷어 찬다. 고양이 때에 둘러 쌓인 쥐가 된 꼴이다.
“루카 하이폴! 반드시 죽인다! 오늘 죽인다아아!!”
그 순간에도 루카는 샌드위치를 가로로 썰어야 하나 세로로 썰어야 하나 고민중이었다.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루카영지의 뒷산.
루카는 문득 불길한 기운을 느껴 하늘을 바라보았다.
‘대낮에 별똥별인가? 해성인가?’
루카는 해성치고는 가깝고 크고 뜨겁고 불길해 보이는 별을 바라보았다. 아니 별이라고 하기엔 너무 검다. 검은 별이 보이는 일이 있는가?
‘이게... 뭐더라...’
생각이 날 듯 말 듯
루카는 자기도 모르게 검을 잡았다.
“비켜!!”
루카는 서둘러서 주변의 전투멧돼지를 잡아 올라탔다.
“훈련은 중단한다!! 반복한다!! 훈련은 중단한다!!”
고블린들이 일제히 물러나며 흥분해 있는 오크들을 끌어냈다. 그 사이에서 드러난 요우바는 그물에 뒤엉켜 먼지더미가 되어 있었다.
“요우바! 침공이다!! 악마족 침공이다!!”
스닉키가 빠르게 전투맷돼지를 올라타더니 요우바 앞으로 몰고갔다.
“타! 아버지 성으로! 침공이다!”
요우바가 망설인다.
“돼지 따위 탈 줄 몰라!”
“그냥 타고 있으면 내가 끌어줄게! 지금! 어서! 타!”
요우바가 엉거주춤하게 올라타자 루카가 끌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멧돼지 특유의 연속적인 발굽소리와 함께 검은 해성을 따라 달렸다. 검은 해성은 별이 비행하는 속도 치고 느렸다. 불길한 불꽃이 해성의 주변에서 불타며 이글이글한 소리를 낸다.
저 검은 해성이 떨어지면 일어나는 일을 루카는 알고 있다.
“고삐를 넘겨 줘! 이제 탈 줄 알겠어!”
요우바의 재능은 끝이 없는 듯 맷돼지를 어느새 능숙하게 타고 있었다.
요우바는 눈을 비비면서 고삐를 넘겨 받았다.
검은 해성의 비행은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오빠 저게 뭐야?? 엄청나게 불길한 기운이야! 고블린들은 왜 훈련시켰어?? 저거 때문이야??”
쏟아지는 질문에 루카는 차분히 대답했다.
재앙이 코 앞에 있다고 온 몸으로 느끼니 오히려 차분해졌다.
“저건 악마들이 타고 다니는 해성이다. 고위급 악마들이 타고 있지. 떨어지면 그 자리에 악마 소환문을 만들어서 하급 악마들을 소환한다. 나도 전쟁때 한번 밖에 못봤어. 그리고 떨어지는 순간에 엄청나게 폭발해.”
루카는 맷돼지의 배를 걷어차며 속도를 더했다.
‘내가 포스 블레이더였다면 지금쯤 거의 날아가는 속도로 뛰었을텐데...’
파동검수인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후회하였다.
아무리 봐도 해성보다 먼저 도착할 거 같지가 않다.
그 때였다. 아버지의 성에서 거대한 파동이 일었다.
너무 선명한 파동이라 요우바와 루카의 검이 공명할 정도의 강력한 파동!
아버지가 검은 해성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루카는 해성을 보았을 때 보다 아버지의 비행검술에 더욱 놀랐다.
“저게 뭐지? 파동검에 비행검술이 있었나?”
요우바는 그 장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자신이 만든 파동을 밟고 걷어차고 가끔은 파동을 뿜어내었다. 그 반발력으로 날고 있던 것이다.
아버지가 검을 뽑아 검은 해성을 향해 찔러 들어간다.
그때 검은 해성의 앞부분이 열리면서 뿔이 세게 달린 악마가 뛰어나와 그 검을 받는다!
너무 멀리 있어 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아버지의 검이 비명을 지르고 있음이 들렸다. 저런 높이에서의 전투는 루카와 요우바의 수준에서는 여러의미로 닿지 않는 싸움이다.
“요우바! 얼른 아버지의 성으로 가자! 도착하면 방법이 있을거야.”
루카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요우바는 넋을 읽고 아버지와 악마의 일대일 싸움을 바라보았다.
요우바가 뭔가 중얼거리며 팔다리로 아버지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허우적거리는 꼴이 뭔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진지해 보이기도 했다.
문득.
그때 문득 둘째형이 했던 말이 루카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우리가 요우바에게 뭔가 제대로 안 가르치는 이유는 첫째로 가르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야. 여동생이지만 그녀의 재능은 끝이 없어.”
그의 표정이 씁쓸했다. 술이 독주라 그랬던 걸까.
“잘 들어.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끝이 없어. 그리고 둘째로는 요우바는 성인이 되기전에 파동검술을 제대로 배운다면...”
둘째형은 잠시 말을 골랐다. 자신만의 생각은 아닌 듯 했다.
“아마 반드시 죽을 거야. 전투를 하기엔 너무 성격이 급하고 생각이 얕아. 재능은 넘치니 우리는 닿은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강해질 텐데. 그때 가선 우리말을 듣지도 않은꺼 아냐? 하하.”
그리고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어려서 적의 깊이를 재지 못하고 죽을거야.”
형은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왜 그 말을 술주정으로 생각했지?
루카가 뭔가 말을 하려 입을 벌렸다.
그때 루카가 타고 있던 멧돼지가 넘어져 버린다.
루카는 바닥을 뒹굴며 하늘을 쳐다 보았다.
그곳에 아버지와 악마가 있었고.
요우바가 날아 오르고 있었다.
루카는 왠지 눈물이 났다.
루카란 이름은 하늘, 천상을 뜻하는 고대어이다.
항상 높고 밝으란 뜻에서 어머니가 지어주었다 했다.
그는 지금 바닥을 구르고 있다.
그의 나이는 서른 아홉.
어쩌면 나.
요우바를 가르치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던게 아닐까?
나는 뭘까. 삼십년이 넘게 검을 파고 들었지만.
나는 왜 지금 바닥을 구르고 있는 걸까.
눈앞에 까맣게 흐려지고 입에 흙이 들어왔다.
이윽고 입술이 터져 피맛이 났다.
“씨이이이발!!!!”
흑색전쟁으로 왜 나만 안 대려 간걸까.
왜 형들만 간 걸까.
사실은 나 약해빠져서 보호 받는게 아닐까.
그의 마음에 작은 불꽃이 일어나고.
그의 부정정인 생각들이 하얗게 타서 사라진다.
잡념들이 사라지고.
그는 외쳤다.
“요우바아아아아아아!!!!!”
요우바는 파동을 만들고 파동을 발바닥으로 뿜으며 하늘로 날아 올랐다.
요우바가 아버지의 곁에 다가 섰을 때.
악마의 도끼가 아버지의 심장을 때려 들어갔다.
처음 알았다. 하늘에서 사람이 죽으면.
피의 비가 내린다는 것을.
아버지의 사체가 자유낙하한다.
“끼야아아아아아아!!!”
요우바가 비명을 지르며 검을 찔러 들어갔다.
루카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몸의 모든 중심이 무너진채로 들어가는 찌르기.
아버지는 늘 루카가 기본기만을 파고들 때 한 번도 혼내지 않고 칭찬했다.
고수들의 싸움으로 가면 어차피 기본기 싸움이라고.
단 한번도 화려한 기술들을 배우라 하지 않았다.
“요우바아아아!!”
소용없는 소음소리에 불과한 이름.
악마는 도끼 끝으로 그녀의 검을 흘리고 무방비가 된 요우바의 상체를 부여 잡았다.
루카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무게 중심이 무너졌을 때.
그녀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그래도 눈을 땔 수 없었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서 요우바가 살 수 도 있지 않을까?
악마가 입을 연다.
“여자친구인가?”
“아니, 여동생이다.”
루카는 넘어진채로 하늘을 보며 꼴사납게 대답했다.
뿔이 세게 달린 악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렴 어때.”
그 말을 끝으로 악마는 요우바의 목에 도끼를 밀어 넣었다.
생선의 머리가 몸으로부터 토막나듯 요우바의 머리가 잘렸다. 요우바의 머리와 몸이 자유낙하했다.
잠시 멈췄던 해성의 앞쪽으로 악마는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작은 악마 하나가 대신해서 나왔다.
작은 악마는 루카를 향해 똑바로 날아왔다.
검은 해성은 서서히 아버지의 영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작은 악마가 말했다.
“너희 가문이 다 죽는 건 보고 죽게 해주지.”
검을 들 힘이 없었다.
하늘 같은 아버지가 죽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우바가 죽었다.
작은 악마와 루카는 검은 해성을 보았다.
잠시 날아서 낙하 하는 것 같더니.
아버지의 성 전부가 폭발했다.
터지는 것이 먼저 보이고.
콰아아아앙아아!!!
소리는 나중이었다.
루카는 검을 들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져 붉은 약을 한알 삼켰다.
“파동검술 무검식. 절명검.”
루카의 눈과 귀에서 피눈물이 흘러 나왔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작은 악마가 훌쩍 물러섰다.
그렇게 생각했다.
콰직!
작은 악마의 심장에 파동검이 박혔다.
그의 검은 형체가 없어져 있고 악마의 피만 묻어서 그 원형을 짐작하게 했다.
심장에서 악마의 붉은 피가 흘러 넘칠때마다.
그의 눈이 느리게 깜빡인다.
‘어떻게든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작은 악마가 죽어가며 외쳤다.
“하하하!! 강하군!! 미친!! 엄청난 속도군!!보지도 못했어!!”
작은 악마는 활짝 웃고 있었다.
심장을 찔린 악마는 반드시 죽는다.
그러나 악마의 표정 어딘가 시원해 보였다.
“하지만 자폭이다!! 죽어라!! 멍청한 인간!!”
작은 악마가 부풀어 올랐다.
루카는 방어할 수 있었지만 그럴 이유는 찾지 못했다.
아버지도 죽었다. 요우바도 죽었다.
형들도 아마 죽었을 것이다. 누나도 죽었을 것이다.
어머니들도 다 성에서 죽었을 것이다.
나도 죽을 것이다.
펑!!
루카의 두개골의 반쪽이 날아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의 남은 몸이 버둥거렸다.
반나절동안. 아무 의미 없이.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한낮의 전투는 없던 일 같이 조용했다.
아버지의 성 방향으로 무언가 미끌어진 듯 날아온다.
악마인가?
일어나야해. 한놈이라도. 더.
그의 몸이 또 다시 아무의미 없이 버둥거렸다.
꼴 사납게. 더럽게. 벌레처럼.
처음 보는 늘어지고 비치는 옷을 입은 여자들이었다.
“여기도 죽음이 남용 되었군.”
가장 앞에서 있던 크고 아름다운 여자가 말했다.
“여신님 이 아이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뒤에 있던 작고 가녀린 여자가 말했다.
“그의 눈빛을 봐라 이미 죽었다.”
두개골의 절반이 날아간 사람에게 눈빛이 무슨 소용이던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나는 생명의 신이다. 죽음이 남용 되었으니 생명을 돌려주겠다. 하지만 너무 많이 상했군. 재대로 돌려 줄 수는 없다. 그냥 죽는 것이 어떤가?”
루카는 무슨 소린가 했다.
‘신이라니 무슨 소린가. 미친 자들인가? 혹시 진짜면 살 수 있을까? 요우바도?’
루카의 눈빛이 돌아왔다.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일단 아기로 만들어서 다시 생명의 순환을 시키면 살릴 수 있습니다.”
작은 여자가 말했다.
작은 여자는 여신이라는 사람의 말을 더 듣지 않고 손을 뻗었다.
루카의 몸이 분홍빛에 감싸진다.
‘몸에... 기운이 돌아온다...’
루카의 몸이 복구되기 시작했다.
두개골이 어느정도 복구되자 곧 루카는 요우바에게 기어 갔다.
하늘에서 떨어진 요우바의 사체는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동정심이 생긴 것이신지 여신과 그에 딸린 자들은 말 없이 따라왔다.
요우바의 사체는 머리가 없었고 사지가 다 부서져 있었다.
덜렁거리는 요우바의 몸을 들고 루카는 여신에게 내밀었다. 마치 음식을 싫어하는 자에게 강권하는 모양새처럼.
“안 된다. 이 여자는 죽은지 너무 오래 되었다. 이 여자를 살리면 세상이 너무 생명쪽으로 비틀리게 된다. 그래선 안돼.”
쌀쌀 맞은 태도에 루카는 무릎을 꿇고 나직히 울었다.
그러다 말했다.
“요우바를 살려주신다면...
악마... 악마들을 모조리 죽이겠습니다.”
생명의 신이란 자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 다른 눈빛을 한 채로.
“이 여자가 너에게 정말 특별한가 보군. 머리가 반이 날아가고도 집착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구나. ”
여신이란 자는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 날 웃게 만드는구나. 날 웃게 만드는 정도의 인간은 오랜만에 보는구나. 하하. 그 정도면 본인이 이 여자의 시체를 가지고 있다가 너의 생명을 반으로 나누어 살려주마.”
그러더니 여신은 루카의 몸에 손을 뻗어 그의 생명의 반을 가져갔다.
“악마라면 다 죽일 필요도 없다. 그래선 세상이 또 다른 쪽으로 기울어버리지.”
그녀는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세 개의 뿔이 달린 악마를 찾아 죽여라. 그 자는 생명에게 빚을 많이 진 짐승이다. 세계의 질서가 그 악마를 보호하고 있어 나 또한 어쩌지 못하고 있으니 니가 세상에서 비틀어진 존재가 되어 그를 멸할 수 있다면 손을 빌려다오.”
그녀가 요우바의 사체를 끌어 안았다. 작고 가녀린 여자가 요우바의 머리를 찾아 여신이란 자에게 건네 주었다.
“반드시, 반드시 세 개의 뿔이 달린 악마를 죽이겠습니다. 태어난 걸 후회할 정도로 잘게 조각내어 죽이겠습니다”
여신은 뭔가 웃긴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들었다.
“너는 기억의 일부를 잊을 것이다. 두개골이 날아갔으니 그건 어쩔 수 없다. 다만 대부분 기억하게 해주마.”
작고 가녀린 여자가 다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저의 작은 권능으로는 당신의 몸을 지금상 태로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신체를 아기로 돌려야 합니다.”
루카는 뭔가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이미 작아져 있었고 너무 따듯했다.
너무 졸리고 졸렸다.
그런데 너무 화가 나고 화가 났다.
잠시 화를 내던 아기는 잠시 잠투정을 부린다.
여신이 그가 잠들기 직전에 말했다.
“너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비틀어 진 자라는 걸 명심해라. 반쪽만으로 살아있는 너의 생명은 이로서 나의 손에서도 벗어났다. 너만이 똑같이 비틀어진 존재인 세 개의 뿔이 달린 악마를 죽일 수 있으니 명심하거라.”
루카는 시끄럽고 더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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