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칼에 찔린듯..
조회 : 1,174 추천 : 0 글자수 : 5,393 자 2022-09-27
“오늘은 마력으로 검을 만드는 것을 배울거에요. 머릿속으로 작은 단도를 상상해 보세요.
심장에 응축되어있는 마나를 길게 손끝까지 움직이며 한번에 밖으로 쭈욱 빼는 겁니다. 이렇게요.”
미카엘은 마나를 오른손으로 움직여 순식간에 빛나는 황금빛 단도를 꺼내어 손에 쥐었다.
“우와..”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리만은 원래 상급생이라 이런 기초적인 마법은 이미 마스터한 상태지만 에이샤를 도와주며 수업을 같이 듣고 있었다.
“형 마나가 잘 안움직여..”
“에이샤 눈을 감고 마나의 위치를 다시한번 느껴봐.”
에이샤는 보석 같은 두 붉은 눈을 감고 미간에 인상을 조금 썼다.
“에이샤.이렇게 인상을 쓰는 너의 모습도 난 참 좋아한단다.”
에이샤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눌러 펴주며 미카엘이 다가왔다.
미카엘은 마나를 내보내 가볍게 에이샤의 온몸을 감쌌다. 대공의 기운이 점점 온몸에 퍼지고 있었다.
대공의 기운이지만 사악하지 않는 순수의 결정체였다.
다만 아직까지 에이샤에게는 마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없기에 그저 가슴언저리에서만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에이샤 수업끝나면 내방으로 잠시 올래?”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미카엘도 대공만큼이나 에이샤에게 집착을 하고있었기에 리만도 같이 가겠다 했다.
“아니,오늘은 에이샤만 내방으로 오도록.”
미카엘은 그 말만 남긴채 다시 교단으로 올라가 수업을 이어나갔다.
“단검을 만들었으니 이제 그것의 쓸모를 알아봅시다. 여러분이 만든 단검은 여러 종류로 변화시킬수 있어요.
이렇게 모양을 바꾸어 암기로 사용할수도 있구요. 마나의 양이 가득한 학생은 조금 더 크게 모양을 변형시켜 검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건 바로 이거에요.”
미카엘은 장검을 만들어 검끝을 목표물에 겨누어 순식간에 황금색 오러를 쏘아 올렸다.
세네개의 오러들이 파동을 만들어내며 채찍으로 갈기듯 목표물을 부셔트렸다.
“우와 미카엘님 저희도 가능한겁니까?”
“물론입니다. 이상태까지 만들어낼수 있으면 여러분은 중급마법사로 한단계 더 진화할 수 있습니다.
다음주 이시간까지 모두들 장검을 만들어 오러를 입혀오세요. 앞으로 수업은 더 힘들어질겁니다. 물론 위험하기도 하구요.
지금내준 과제를 완수해 온 학생들만 앞으로 저와 중급에서 상급까지 수업을 같이 할수 있습니다.”
미카엘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에이샤는 난감했다. 아직 마나를 자유롭게 움직이기도 힘든데 단검도 아닌 장검까지…
“에이샤.넌 할수 있을거야.내가 도와줄게.”
일년남짓 에이샤와 함께 아카데미 생활을 해오고 있는 리만은 단번에 에이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하는데 한번도 에이샤의 마나가 밖으로 분출되지 않았다.
색색이 분출되어 나오는 아이들의 마나를 보며 붉은 두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이내 한방울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리만은 눈물을 흘리는 에이샤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었다.
그모습을 바라만 보는것으로도 너무 가슴이 뛰어 뭐라 위로의 말을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미카엘도 마찬가지였다.
에이샤가 처음으로 수업 도중에 눈물을 흘렸다.
몇 년전 대공저에서 보았을때만 해도 미카엘이 농담을 건네도 이해하지 못하고 하루에 몇 번이고 우는 에이샤 때문에 대공이 무섭게 살기를 뿌렸었다.
사실 우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볼때마다 일부러 울리곤했다.
하지만 그건 에이샤가 열 살남짓 되었을때였고 지금은 열세살을 넘어 곧 열네살을 앞두고 있었다.
열 살때나 지금이나 별다르지 않은 작은 몸으로 저보다 두배나 큰 리만의 손에 이끌려 강의실에 들어와 높은 책상과 의자에 앉아 호기심 가득찬 모습으로 수업을 듣고있는 모습이 교단에서 보면 꼭 깜찍한 인형이 앉아 있는 듯 했다.
"미카엘 교수님.저는…저는..이만 ."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눈물이 폭포수가 되어 흘러내렸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기 시작하더니 이내 뒤돌아 뛰어 강의실을 빠져나가 무작정 달려갔다.
“에이샤.잠깐만 기다려.” 리만이 따라나섰다.
미카엘은 조용히 나가 교수실로 들어갔지만 에이샤의 마지막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모습이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큰 상처를 주었군.”
미카엘은 그저 창문 밖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희안했다. 에이샤의 몸은 중성적이었다.
마법을 사용못하는 몸이 아니라 전혀 사용하지 못하도록 무언가가 덮여있는 듯했다.
오늘 맘먹고 그 가려진 한꺼풀을 벗겨내보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에이샤는 누구에게든 위로를 먼저 받는게 먼저였다.
“대공에게 가겠지.”
미카엘 본인이 아니라 대공에게 위로를 받으러 달려나가는 에이샤의 모습에 가슴이 찌릿거렸다.
조그만 체구로 눈물을 훔치며 잘도 달렸다.
리만은 맞은편에서 진검을 들고 장난치며 걸어오고 있는 데일 크래지와 렉 하이나를 보았다.
에이샤는 그들을 못보고 그저 눈물을 훔치며 기숙사가 있는곳으로 달려가고만 있었다.
“에이샤 멈춰봐. 멈춰야 해.”
아무래도 리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듯했다.
맞은편에서 크래지 공작가의 영식인 데일 크래지와 하이나 자작의 영식인 렉 하이나도 서로 장난을 치느라 에이샤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데일 크래지는 현 국왕의 조카이기도 했기에 미카엘과는 사촌으로 아카데미에서 유명한 난봉꾼이었다.
눈물을 훔치며 달리던 에이샤가 그만 앞을 보지 못하고 데일의 단단한 몸에 부딪혀 튕겨나가 몇바퀴를 굴렀다.
“이런 젠장 에이샤.”
리만이 달려가 에이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데일은 마법이 아닌 검술을 주로 배우고 있어서 어느 기사와도 뒤지지 않는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뭐야. 야 너 꼬맹이 이리와.”
리만은 데일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저 쓰러져 있는 에이샤만 들어 안았다.
“에이샤 정신차려봐 에이샤..”
다행히 에이샤는 정신을 잃은 것 까지는 아니었어도 충격이 심했다.
몇바퀴 구르며 얼굴이며 손등 무릎과 발까지 온통 상처 투성이였다.
리만은 데일을 무시하고 에이샤를 안고 대공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야 이새끼야 ,니가 안고가는거 이리로 가져오라구.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데일은 저가 만난 영애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렉에게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는데 저 조그만 새끼가 부딪히며 이야기의 흐름이 깨어져 기분이 팍 상했다.
더군다나 공작영식인 자신이 불러도 대꾸도 안하고 사라지려하는 리만은 항상 눈엣가시였다.
아카데미에서 데일이 창이라면 리만은 방패였다.
리만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우선 에이샤를 대공이 있는 에이샤의 기숙사로 먼저 데려가야했다.
에이샤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만 아직까지도 울고 있었다.
“가자 내가 데려다 줄게.”
리만은 에이샤를 가슴에 힘껏 안은 채 발걸음을 다시 옮기려 했다.
'스스륵' '치잉'
제앞에 긴검이 날라와 바닥에 꽃혔다. 순간 너무 위험했다.
두손으로 에이샤를 안고 있었기에 손을 뻗어 마법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데일과 렉은 리만 근처까지 다가와 리만에게서 에이샤를 뺏으려 했다.
“내놔 그새끼가 감히 날 치고 도망을 가?”
그저 부딪히며 상처를 입은것도 에이샤 뿐인데 명백한 시비를 걸어왔다.
“너희가 감당할수 없을텐데..데일”
리만은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말을 들은 데일이 욱하며 리만의 정강이를 걷어차 무릎을 꿇렸다.
“리만 그 새끼를 내려놓아야 너가 마법을 부릴텐데 말이야. 이렇게 계속 맞고만 있을건가?‘
데일은 있는 힘껏 발을 들어 리만의 등을 내리쳤다.
“으억..그만..해”
리만은 연신 두들겨 맞으면서도 에이샤를 감싸고 있었고 에이샤는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며 리만에게 자신을 내려놓으라 했다.
“형..엉엉..나를 제발 내려놓아.. 리만형”
리만은 들은체도 안했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면서도 에이샤를 감은 두손을 절대 풀지않았다.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형을 그만 때리세요. 제가 갈께요.”
리만이 바닥에 쓰러지며 살짝 손에 힘이 빠진 틈을 타 데일이 에이샤의 목을 잡고 쑥 꺼집어 냈다.
“이게 누구야. 그 유명하신 괴물 꼬마 아니신가.크크”
에이샤는 있는 힘껏 발버둥를 쳤다.
“블…래…ㄱ”
“뭐라고? 야 꼬맹이 괴물짓 좀 한번 해보지 그래. 아니면 내가 리만 이새끼를 그냥 죽여버릴 테니까.”
데일이 렉에게 눈짓을 하자 바닥에 꽃아 있는 칼을 뽑아 리만에게 다가갔다.
“안..돼 크억..그만..”
데일이 계속 목을 잡고 있었기에 에이샤는 가쁜 숨을 쉬며 머리가 샛노래지기 시작했다.
“이새끼야 이정도로 정신을 잃으면 안되지. 짝.짝. 너가 내몸에 낸 상처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구.짝”
데일은 실실 웃으며 연신 에이샤의 뺨을 갈겼고 에이샤의 코와 입에서 뻘건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대…공….”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에이샤의 온몸이 축 늘어졌고 데일은 에이샤의 뒷목깃을 잡고 바닥에 질질 끌며 자신의 기숙사로 데려가고 있었다.
이상했다. 대공이 에이샤에게 준 마나가 조금씩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에이샤는 마나를 움직이지 못할텐데..”
미카엘의 수업이어서 대공은 굳이 블랙을 소환하지 않았다.
미카엘도 에이샤를 예뻐하고 좋아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대공이 자신의 수업에 관여하는 것이 싫은 미카엘은 자신의 수업시간 만큼은 블랙을 소환하지 못하게 단단히 대공에게 일러 놓았다.
대공은 블랙을 소환해 에이샤를 찾기 시작했고 데일과 렉에 의해 짐짝처럼 바닥에 붙어 질질 끌려가는 에이샤를 보았다.
에이샤의 모습이 온통 피투성이였고 의식은 사라진지 한참전이었다.
“으읏”
대공의 가슴이 칼에 찔린 듯 아파왔다.
블랙이 즉시 대공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거의 죽어 있는듯한 에이샤의 모습을 보자 두눈에 불이 붙었다.
대공이 살기를 꺼내들자 미카엘이 재빠르게 데일과 렉 에이샤 그리고 리만의 주위에 방어결계를 쳤다.
지금 대공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누구든 그 살기에 닿기만 해도 녹아 흐를수 있었다.
“대공님. 에이샤를 먼저 ...”
미카엘이 대공을 진정시키려 에이샤의 이름을 불렀다.
에이샤라는 말에 대공의 살기가 잠시 누그러들었다. 죽여야 하는 목표물에서 미카엘이 안고 있는 에이샤를 바라보았다.
미카엘은 거의 죽어가는 에이샤에게 성력을 퍼부어 치료하려 했지만 에이샤의 몸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모든 것을 튕겨내었다.
저벅저벅..
살기를 가다듬지도 않고 다가와 단번에 에이샤를 받아 안았다.
대공이 에이샤의 가슴에 귀를 대어보았다. 아직 심장은 멈추지 않았고 미세하나마 뛰고는 있었다.
에이샤를 대공에게 건네주려다 대공의 살기에 살작 닿은 미카엘의 두손이 화상에 일그러졌다.
데일과 렉은 그모습에 기절을 했고 리만은 바닥에 쓰러져 검은 살기를 흩뿌리고 있는 괴물 같은 대공이 소중히 안아들고 있는 에이샤를 보았다.
에이샤는 대공의 살기에서도 화상은 커녕 오히려 원래의 제 품이 대공의 품인 듯 편안하게 안겨 있었다.
“미카엘. 난 내것에 손대는 것들이 가장 싫다 했을텐데..데일과 렉은 너의 처분에 맞기지. 내가 맘에 드는 처분을 해야 할거야.
그렇지 않으면 제국의 족보에서 크래지 공작가가 사라지게 될 테니..”
그말을 마치고 그 자리에서 획 사라졌다.
심장에 응축되어있는 마나를 길게 손끝까지 움직이며 한번에 밖으로 쭈욱 빼는 겁니다. 이렇게요.”
미카엘은 마나를 오른손으로 움직여 순식간에 빛나는 황금빛 단도를 꺼내어 손에 쥐었다.
“우와..”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리만은 원래 상급생이라 이런 기초적인 마법은 이미 마스터한 상태지만 에이샤를 도와주며 수업을 같이 듣고 있었다.
“형 마나가 잘 안움직여..”
“에이샤 눈을 감고 마나의 위치를 다시한번 느껴봐.”
에이샤는 보석 같은 두 붉은 눈을 감고 미간에 인상을 조금 썼다.
“에이샤.이렇게 인상을 쓰는 너의 모습도 난 참 좋아한단다.”
에이샤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눌러 펴주며 미카엘이 다가왔다.
미카엘은 마나를 내보내 가볍게 에이샤의 온몸을 감쌌다. 대공의 기운이 점점 온몸에 퍼지고 있었다.
대공의 기운이지만 사악하지 않는 순수의 결정체였다.
다만 아직까지 에이샤에게는 마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없기에 그저 가슴언저리에서만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에이샤 수업끝나면 내방으로 잠시 올래?”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미카엘도 대공만큼이나 에이샤에게 집착을 하고있었기에 리만도 같이 가겠다 했다.
“아니,오늘은 에이샤만 내방으로 오도록.”
미카엘은 그 말만 남긴채 다시 교단으로 올라가 수업을 이어나갔다.
“단검을 만들었으니 이제 그것의 쓸모를 알아봅시다. 여러분이 만든 단검은 여러 종류로 변화시킬수 있어요.
이렇게 모양을 바꾸어 암기로 사용할수도 있구요. 마나의 양이 가득한 학생은 조금 더 크게 모양을 변형시켜 검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건 바로 이거에요.”
미카엘은 장검을 만들어 검끝을 목표물에 겨누어 순식간에 황금색 오러를 쏘아 올렸다.
세네개의 오러들이 파동을 만들어내며 채찍으로 갈기듯 목표물을 부셔트렸다.
“우와 미카엘님 저희도 가능한겁니까?”
“물론입니다. 이상태까지 만들어낼수 있으면 여러분은 중급마법사로 한단계 더 진화할 수 있습니다.
다음주 이시간까지 모두들 장검을 만들어 오러를 입혀오세요. 앞으로 수업은 더 힘들어질겁니다. 물론 위험하기도 하구요.
지금내준 과제를 완수해 온 학생들만 앞으로 저와 중급에서 상급까지 수업을 같이 할수 있습니다.”
미카엘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에이샤는 난감했다. 아직 마나를 자유롭게 움직이기도 힘든데 단검도 아닌 장검까지…
“에이샤.넌 할수 있을거야.내가 도와줄게.”
일년남짓 에이샤와 함께 아카데미 생활을 해오고 있는 리만은 단번에 에이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하는데 한번도 에이샤의 마나가 밖으로 분출되지 않았다.
색색이 분출되어 나오는 아이들의 마나를 보며 붉은 두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이내 한방울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리만은 눈물을 흘리는 에이샤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었다.
그모습을 바라만 보는것으로도 너무 가슴이 뛰어 뭐라 위로의 말을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미카엘도 마찬가지였다.
에이샤가 처음으로 수업 도중에 눈물을 흘렸다.
몇 년전 대공저에서 보았을때만 해도 미카엘이 농담을 건네도 이해하지 못하고 하루에 몇 번이고 우는 에이샤 때문에 대공이 무섭게 살기를 뿌렸었다.
사실 우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볼때마다 일부러 울리곤했다.
하지만 그건 에이샤가 열 살남짓 되었을때였고 지금은 열세살을 넘어 곧 열네살을 앞두고 있었다.
열 살때나 지금이나 별다르지 않은 작은 몸으로 저보다 두배나 큰 리만의 손에 이끌려 강의실에 들어와 높은 책상과 의자에 앉아 호기심 가득찬 모습으로 수업을 듣고있는 모습이 교단에서 보면 꼭 깜찍한 인형이 앉아 있는 듯 했다.
"미카엘 교수님.저는…저는..이만 ."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눈물이 폭포수가 되어 흘러내렸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기 시작하더니 이내 뒤돌아 뛰어 강의실을 빠져나가 무작정 달려갔다.
“에이샤.잠깐만 기다려.” 리만이 따라나섰다.
미카엘은 조용히 나가 교수실로 들어갔지만 에이샤의 마지막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모습이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큰 상처를 주었군.”
미카엘은 그저 창문 밖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희안했다. 에이샤의 몸은 중성적이었다.
마법을 사용못하는 몸이 아니라 전혀 사용하지 못하도록 무언가가 덮여있는 듯했다.
오늘 맘먹고 그 가려진 한꺼풀을 벗겨내보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에이샤는 누구에게든 위로를 먼저 받는게 먼저였다.
“대공에게 가겠지.”
미카엘 본인이 아니라 대공에게 위로를 받으러 달려나가는 에이샤의 모습에 가슴이 찌릿거렸다.
조그만 체구로 눈물을 훔치며 잘도 달렸다.
리만은 맞은편에서 진검을 들고 장난치며 걸어오고 있는 데일 크래지와 렉 하이나를 보았다.
에이샤는 그들을 못보고 그저 눈물을 훔치며 기숙사가 있는곳으로 달려가고만 있었다.
“에이샤 멈춰봐. 멈춰야 해.”
아무래도 리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듯했다.
맞은편에서 크래지 공작가의 영식인 데일 크래지와 하이나 자작의 영식인 렉 하이나도 서로 장난을 치느라 에이샤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데일 크래지는 현 국왕의 조카이기도 했기에 미카엘과는 사촌으로 아카데미에서 유명한 난봉꾼이었다.
눈물을 훔치며 달리던 에이샤가 그만 앞을 보지 못하고 데일의 단단한 몸에 부딪혀 튕겨나가 몇바퀴를 굴렀다.
“이런 젠장 에이샤.”
리만이 달려가 에이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데일은 마법이 아닌 검술을 주로 배우고 있어서 어느 기사와도 뒤지지 않는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뭐야. 야 너 꼬맹이 이리와.”
리만은 데일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저 쓰러져 있는 에이샤만 들어 안았다.
“에이샤 정신차려봐 에이샤..”
다행히 에이샤는 정신을 잃은 것 까지는 아니었어도 충격이 심했다.
몇바퀴 구르며 얼굴이며 손등 무릎과 발까지 온통 상처 투성이였다.
리만은 데일을 무시하고 에이샤를 안고 대공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야 이새끼야 ,니가 안고가는거 이리로 가져오라구.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데일은 저가 만난 영애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렉에게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는데 저 조그만 새끼가 부딪히며 이야기의 흐름이 깨어져 기분이 팍 상했다.
더군다나 공작영식인 자신이 불러도 대꾸도 안하고 사라지려하는 리만은 항상 눈엣가시였다.
아카데미에서 데일이 창이라면 리만은 방패였다.
리만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우선 에이샤를 대공이 있는 에이샤의 기숙사로 먼저 데려가야했다.
에이샤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만 아직까지도 울고 있었다.
“가자 내가 데려다 줄게.”
리만은 에이샤를 가슴에 힘껏 안은 채 발걸음을 다시 옮기려 했다.
'스스륵' '치잉'
제앞에 긴검이 날라와 바닥에 꽃혔다. 순간 너무 위험했다.
두손으로 에이샤를 안고 있었기에 손을 뻗어 마법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데일과 렉은 리만 근처까지 다가와 리만에게서 에이샤를 뺏으려 했다.
“내놔 그새끼가 감히 날 치고 도망을 가?”
그저 부딪히며 상처를 입은것도 에이샤 뿐인데 명백한 시비를 걸어왔다.
“너희가 감당할수 없을텐데..데일”
리만은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말을 들은 데일이 욱하며 리만의 정강이를 걷어차 무릎을 꿇렸다.
“리만 그 새끼를 내려놓아야 너가 마법을 부릴텐데 말이야. 이렇게 계속 맞고만 있을건가?‘
데일은 있는 힘껏 발을 들어 리만의 등을 내리쳤다.
“으억..그만..해”
리만은 연신 두들겨 맞으면서도 에이샤를 감싸고 있었고 에이샤는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며 리만에게 자신을 내려놓으라 했다.
“형..엉엉..나를 제발 내려놓아.. 리만형”
리만은 들은체도 안했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면서도 에이샤를 감은 두손을 절대 풀지않았다.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형을 그만 때리세요. 제가 갈께요.”
리만이 바닥에 쓰러지며 살짝 손에 힘이 빠진 틈을 타 데일이 에이샤의 목을 잡고 쑥 꺼집어 냈다.
“이게 누구야. 그 유명하신 괴물 꼬마 아니신가.크크”
에이샤는 있는 힘껏 발버둥를 쳤다.
“블…래…ㄱ”
“뭐라고? 야 꼬맹이 괴물짓 좀 한번 해보지 그래. 아니면 내가 리만 이새끼를 그냥 죽여버릴 테니까.”
데일이 렉에게 눈짓을 하자 바닥에 꽃아 있는 칼을 뽑아 리만에게 다가갔다.
“안..돼 크억..그만..”
데일이 계속 목을 잡고 있었기에 에이샤는 가쁜 숨을 쉬며 머리가 샛노래지기 시작했다.
“이새끼야 이정도로 정신을 잃으면 안되지. 짝.짝. 너가 내몸에 낸 상처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구.짝”
데일은 실실 웃으며 연신 에이샤의 뺨을 갈겼고 에이샤의 코와 입에서 뻘건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대…공….”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에이샤의 온몸이 축 늘어졌고 데일은 에이샤의 뒷목깃을 잡고 바닥에 질질 끌며 자신의 기숙사로 데려가고 있었다.
이상했다. 대공이 에이샤에게 준 마나가 조금씩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에이샤는 마나를 움직이지 못할텐데..”
미카엘의 수업이어서 대공은 굳이 블랙을 소환하지 않았다.
미카엘도 에이샤를 예뻐하고 좋아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대공이 자신의 수업에 관여하는 것이 싫은 미카엘은 자신의 수업시간 만큼은 블랙을 소환하지 못하게 단단히 대공에게 일러 놓았다.
대공은 블랙을 소환해 에이샤를 찾기 시작했고 데일과 렉에 의해 짐짝처럼 바닥에 붙어 질질 끌려가는 에이샤를 보았다.
에이샤의 모습이 온통 피투성이였고 의식은 사라진지 한참전이었다.
“으읏”
대공의 가슴이 칼에 찔린 듯 아파왔다.
블랙이 즉시 대공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거의 죽어 있는듯한 에이샤의 모습을 보자 두눈에 불이 붙었다.
대공이 살기를 꺼내들자 미카엘이 재빠르게 데일과 렉 에이샤 그리고 리만의 주위에 방어결계를 쳤다.
지금 대공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누구든 그 살기에 닿기만 해도 녹아 흐를수 있었다.
“대공님. 에이샤를 먼저 ...”
미카엘이 대공을 진정시키려 에이샤의 이름을 불렀다.
에이샤라는 말에 대공의 살기가 잠시 누그러들었다. 죽여야 하는 목표물에서 미카엘이 안고 있는 에이샤를 바라보았다.
미카엘은 거의 죽어가는 에이샤에게 성력을 퍼부어 치료하려 했지만 에이샤의 몸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모든 것을 튕겨내었다.
저벅저벅..
살기를 가다듬지도 않고 다가와 단번에 에이샤를 받아 안았다.
대공이 에이샤의 가슴에 귀를 대어보았다. 아직 심장은 멈추지 않았고 미세하나마 뛰고는 있었다.
에이샤를 대공에게 건네주려다 대공의 살기에 살작 닿은 미카엘의 두손이 화상에 일그러졌다.
데일과 렉은 그모습에 기절을 했고 리만은 바닥에 쓰러져 검은 살기를 흩뿌리고 있는 괴물 같은 대공이 소중히 안아들고 있는 에이샤를 보았다.
에이샤는 대공의 살기에서도 화상은 커녕 오히려 원래의 제 품이 대공의 품인 듯 편안하게 안겨 있었다.
“미카엘. 난 내것에 손대는 것들이 가장 싫다 했을텐데..데일과 렉은 너의 처분에 맞기지. 내가 맘에 드는 처분을 해야 할거야.
그렇지 않으면 제국의 족보에서 크래지 공작가가 사라지게 될 테니..”
그말을 마치고 그 자리에서 획 사라졌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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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무심한 대공은 백작저의 괴물을 총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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