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시종장2
조회 : 818 추천 : 1 글자수 : 5,831 자 2022-10-14
마탑주도 그를 무시했음에 틀림없었다.
고작 이런것들 가지고 대공을 죽이려 하다니…
“어떻게 내 데이몬들을…그렇게…손쉽게…”
마탑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순식간에 모든 더러운것들을 정리한 대공이 마지막으로 한줄의 검붉은 오러를 꺼내어 마탑주를 제앞에 끌고 왔다.
“고작 이게 너가 보여줄수 있는 다인가?”
고개를 기웃거리며 모든게 귀찮아 보이는 대공의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다만 아까의 그 붉은 눈에서 다시 검은 눈으로 되돌아 왔을 뿐이었다.
“살..살려주세요 대공님.”
마탑주의 살려달라는 말에 살짝 입가를 올린 대공은
“으음..살려달라 말할정도면 조금 더 재미있게 준비했어야지..이건 너무 시시해서.. 그래 너가 남은 재미를 나에게 주면 되겠군.”
대공은 한쪽 입꼬리만 살짝들어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대공이 잡고있는 손이 검게 변하면서 서서히 마탑주를 녹여나가기 시작했다.
“흐억..대공..살려주세요..아아악”
마탑주의 몸이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새 점과 같아지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 그 정도의 표정을 지어줘야 내가 흥미가 생기지 후후후”
마탑주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바라보며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즐기는 대공은 더 이상 주신이 아니라 마왕과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상하리 만큼 경외로움이 느껴졌다.
미카엘은 대공의 앞에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저는 이 대륙의 황태자 미카엘입니다. 대륙을 대신해서 또한번 감사드립니…”
갑자기 자신의 앞에 있던 검은 대공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그 전투 때 할리스탄의 카이탄 대공을 미카엘은 처음으로 보았고 온몸이 무서움으로 떨렸지만 소름돋게 멋진 사내임은 분명했다.
“미카엘, 내가 깨끗하게 처리하라 했을텐데..너의 제국을 지키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 후후”
대공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더 무서워졌다.
“제국의 어떤 것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너희가 했던 모든걸 용서하려 했다. 하지만 내것에 자꾸 욕심을 내면 어떤일이 발생하는지 똑바로 보여줘야겠군.”
느긋하게 말하며 시종장을 불렀다.
“시종장. 마지막으로 날뛰어본게 언제지?”
“뭐 한 십년정도 된 것 같습니다. 왠만한 전투에는 제가 늙었다고 데리고 가지 않으셨으니까요.”
시종장은 정말 섭섭했다는 식으로 대공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오늘 맘대로 날뛸 수 있는 기회를 주지. 필요하면 여기 이 꼬맹이를 데리고 가. 혹시 아나?
자네가 너무 늙어 넘어져 허리라도 다치면 큰일이거든. 우리 에이샤를 알뜰하게 살펴줄 이가 없으니..”
지금껏 팔십평생을 살아오며 대공에게 처음으로 들은 칭찬?이었다.
시종장은 감격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오래살다보니 별일 이군요. 대공전하께서 이 노인네 칭찬도 하시고.
아마 대공전하께서도 가실날이 얼마 안남았나 봅니다. 이왕이면 제가 갈때 같이 가시는것도 으업”
시종장은 말을 끝마칠 수가 없었다. 대공이 그를 향해 살기를 마구 뻗어내고 있었다.
“지금 당신의 주신께 가고 싶나? 그렇담 내가 좀 귀찮아도 그리해주지.”
시종장은 눈하나 깜빡않고 깡충깡충 뛰며 검은살기를 잘도 피했다.
피이슝..
시종장이 순간 마나를 응집해 자신의 애착무기인 장창을 소환해냈다.
마지막의 검은 살기를 장창으로 막아낸 시종장은 꾸벅 인사를 하고 바로 뒤돌아 저택 밖으로 나갔다.
“꼬맹이 따라가. 시종장 허리라도 다치는 날엔 너의 허리도 뒤로 접어주지.”
미카엘은 알겠다며 잽싸게 시종장의 뒤를 따라갔다.
“여러분, 너무 많은 분들께서 위험한 놀이를 하러 오셨네요.”
장창 하나만 세워 든 팔십먹은 노인네가 저택을 둘러싼 수백의 기사들에게 포효하듯 말했다.
“에이 공작님 지금 장난하십니까? 저 노인네 한명 상대하려고 지금 공작저에 있는 모든 기사들을 불러 모으신 겁니까?”
은색 갑옷과 투구까지 쓴 기사단장이 시종장을 비아냥거리듯 한마디 했다.
“저자는 보기와는 다르다.”
공작이 아무리 그리 말을 해도 도통 말귀를 알아듯지 못하는 기사단장이었다.
“어이 노인네..얘는 우리 보조 기사라네. 자네가 이 애와 싸워 이긴다면 친히 내가 대적한번 해주지.히히히”
“낄낄낄”
“하하하”
여기저기에서 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만 들렸다.
“아가야. 너는 보조기사라면 아직 기사서임을 한 것은 아니니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여기있는 기사들은 모두 뒤질거거든.”
시종장이 해맑게 웃으며 보조 기사를 바라보았고 다행히 그 보조기사는 사람을 보는 눈이 탁월한 자였다.
물론 시종장 뒤에서 미카엘이 눈짓 발짓으로 어서 도망가라 말해준것도 한도움되었다.
보조기사는 칼을 버리고 감사하다 꾸벅 인사를 하고 저택 문뒤에 서있는 미카엘의 뒤로 도망갔다.
“에헹? 너는 왜 그리로 가느냐? 거기는 적진이라구 꼬마야. 낄낄..
공작각하 저애가 아직 어리구 전투가 처음이라 구분을 잘 못하는 듯합니다.”
“야.거기 이빨만 잘터는 옥수수 같이 생긴놈. 니 애들 다데리고 한번에 덤벼. 나오늘 무지 열받고 바쁜날이거든.
빨리 처리하고 우리 에이샤도련님 식사준비 해야 해.”
미카엘은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시종장의 말에 웃음이 빵터져 버렸다.
“시종장. 밖에서 너무 개미새끼들이 시끄러워. 우리 에이샤가 쉬지를 못하고 있어.빨리 정리하고 들어와.”
대공은 안보이지만 대공의 목소리 만은 저택저 안팎으로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네.대공전하 죄송합니다. 오랜만의 재미거리를 주셔서 제가 좀 흥분한듯합니다.”
시종장은 눈을 감고 잠시 집중을 했다.
들고있던 은색의 장창이 손잡이부터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흐억.저건 대공의 검붉은 살기와 같은색인데..”
미카엘은 순간 할아버지 시종장이 두려워졌다.
하지만 문제는 미카엘만 두려움을 느꼈다는 거였다.
수백명의 기사들은 너나 할것없이 그냥 너가 나가라 내가 나가라 말싸움만 할뿐이었다.
“저어기 꼬마 기사..눈 감아.”
미카엘은 아직 순진한 꼬마 기사에게 그렇게 하는게 좋을 거라 충고를 해주었고 다행히 꼬마기사는 순순히 그의 말을 따라 눈을 감고 귀까지 막고 있었다.
시종장이 눈을 떴다. 그의 눈이 붉어 있었다.
기사단장은 아까와는 다르게 무표정으로 오러를 충전하며 서있는 시종장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
갑자기 온몸이 떨려왔다.
“와이씨..뭐야..저건 도데체.”
그의 말에 모두들 말싸움을 멈추고 기사단장이 바라보고 있는 시종장을 쳐다보았다.
눈만 맞쳤을 뿐이네 그들은 모두 오금이 저려왔다.
“이거 한명으로는 안되겠네. 일단 모두 진격..”
“진격”
우렁찬 함성소리와 수백명의 기사들이 칼 끝에 마나를 입혀 모두 시종장을 향해 돌진하였고
그들이 먼저 움직이길 기다리고 있던 시종장은 대공과 비슷하게 삐뚜름하게 웃으며
사방에서 쏘아오는 빗발같은 오러를 온몸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미카엘님. 보셨지요? 저는 지금부터 정당방위입니다.”
뒤에 미카엘이 있음을 알고 큰소리로 정당방위를 외치며 창을 땅에 내려 빙글돌며 큰원을 만들어 냈다.
큰원에서 검붉은 오러가 쉴드처럼 원을 그리며 하늘까지 치솟았다.
시종장이 하늘로 올라간 검붉은 오러를 따라 창을 번쩍들었다.
더 이상 은빛이 아닌 검붉은 창끝이 번득이더니 시종장이 창을 다시 수백명의 가사들을 향해 내리뻗자
하늘에서 핏빗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흰색의 번개가 곧바로 기사들을 향해 수직강하했다.
“흐억..”
“아아악”
“내눈..눈이 안보여.”
“으악..따가워”
핏빗 비를 맞은 사람들의 몸에 구멍이 뚫리며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번개에 맞은 기사들은 다행?히도 즉사할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미카엘은 지금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저 하나의 동작같은거였다.
그저 우아하게 긴창을 들고 원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올렸을 뿐인데도 이 엄청난 사단을 만들어 내는 시종장이야말로 죽음의 사신이었다.
“으억..내눈..미카엘..나좀 살려줘.”
공작이 미카엘에게 살려달라 애원했지만 감히 그의 에이샤에게 상처를 입힌것으로 부족해 대공이 거주하는 사택에 기사들을 데려오다니..
미카엘도 화가 났다.
“공작님. 제가 데일의 한쪽 팔을 거둔것에서 감사히 여기며 그렇게 쭈구리고 계셨어야지요.
감히 대공저에 기사나부랭이들을 몰고 올 생각을 하다니..
공작의 경거망동 때문에 제국이 위험해 질뻔했습니다.
공작이 가신후 후에 데일에게 그 죄를 다시 묻지요.”
미카엘은 자신의 할만만 하고 다시 대공저로 들어갔다.
줄을 잘 선 미카엘은 대공이 있는곳을 마치 자신의 집을 드나들 듯이 편히 드나들었다.
꼬마 기사도 미카엘을 따라들어갔다.
“얘,너는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니?”
“저는…할아버지를 꼭 만나봐야겠습니다.”
조그만 녀석이 이런 사단을 겪었으면 쫄만도 한데 당당히 시종장을 만나야겠다하니 이놈도 평범한 놈은 아니었다.
“너 이름은 뭐야?”
“존입니다.”
“그냥 존?”
“네 저는 평민이라 성이 없습니다.”
짧은 갈색머리에 옆으로 쭉 찢어진 가느다란 눈. 오똑한 코. 야무진 입술.
아이라기 보다는 청년에 가까운 가슴속에 넘실거리는 오러로 가득찬 보조기사였다.
드디어 시종장이 밖을 마무리 하고 문을 열고 저택안으로 들어왔다.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핏방울 하나 묻지 않은 원래의 깔끔하고 인자한 모습이었다.
“아아..얼마만에 해방시켜 보는건지..종종 이런 일이 있으면 좋으련만..랄 라라라”
콧노래까지 부르며 한껏 기분좋음을 마끽하고 있었다.
“자네는 지금 수백명을 살생하고 온 사람같지 않군.”
미카엘이 시종장의 위아래를 흘터보며 말을 건냈다.
좀전의 엄청난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본 미카엘에게 시종장이 예전같아 보일수는 없었다.
“전 대공전하의 명을 수행했을 뿐입니다. 자네는 왜 여기에 있나?”
시종장이 그제서야 보조 기사가 미카엘의 옆에 서있음을 보고 물었다.
“스승님. 스승님으로 모시게 해주십시오.”
존은 시종장을 보자마자 일단 그의 발밑에 무릎을 끓었다.
“아가 너 내모습이 안보이니? 나 팔십먹은 노인네야. 언제 갈지모른다구.
밖은 깨끗하게 청소해 놓았으니 어서 집에 돌아가거라.”
시종장은 바삐 2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안됩니다. 저를 제자로 받아들여 주시기 전에 전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거에요.”
시종장이 움직이지 못하게 바짓단을 붙잡고 애원을 했다.
“너 아까 사신 같은 시종장의 모습을 보고도 그런말이 나오니?”
미카엘은 어이가 없었다.
시종장을 봐야 한다는 말이 이렇게 제자로 받아들여 달라고 애원하려는 이유였다니..
“전 꼭 시종장님의 제자가 될겁니다.”
“꼬마기사 양반. 너가 어리고 네 마나가 순수해서 너를 살려 둔거라네. 그것만 아니었어도 넌 밖의 검은 잿더미 중 하나였을거야.
어서 집으로 돌아가게. 그리고 나 지금 아주 바뻐요.네 눈으로 안보이니? 이 큰 저택에 사용인이 나 하나밖에 없는 것이?”
그말에 존은 씨익 웃으며 시종장을 따라 일어났다.
“그럼 바쁘시니까 저를 살려주신 은혜로 조금만 집안일을 도와드리고 가도록 하겠습니다.저 청소도 요리도 아주 잘합니다.”
시종장은 청소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목숨값을 하는건 당연한거야. 암 그렇고 말고.. 이리 따라오게.”
시종장은 존을 데리고 세탁실로 들어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산더미처럼 싸여있는 범상치 않은 세탁물들이 보였다.
“존. 이건 꼭 방망이질을 해서 찌든 때를 말끔히 …”
시종장은 더 이상 말을 계속할 수없었다. 존과함께 뒤따라온 미카엘이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세탁됨은 물론 차곡차곡 개어지기까지 했다.
시종장은 미카엘의 손을 덮썩 잡았다.
“미카엘님. 이정도로 쓸모가 있으신지 제가 아둔해서 잘 몰라뵈었습니다. 혹시 대공저에 취직하실 생각없으신가요?”
이제 시종장 눈에는 오직 미카엘만 보일뿐이었다.
“시종장. 나도 여기 대공저에 쓰임새가 있다네. 그걸 자네가 지금 알아봐준 것일뿐. 후후”
존이 퉁퉁 부은 얼굴로 개어진 세탁물을 한아름 안아들었다.
“사부님.이거 어디로 옯기면 될까요?”
시종장은 솔선수범해서 청소를 하는 이 둘이 꼭 맘에 들었다.
“존 그건 여기로 가져오너라. 오늘부터 찬찬히 일을 배워보도록 하자꾸나.”
시종장의 말에 한껏 기분이 나아진 존은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고작 이런것들 가지고 대공을 죽이려 하다니…
“어떻게 내 데이몬들을…그렇게…손쉽게…”
마탑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순식간에 모든 더러운것들을 정리한 대공이 마지막으로 한줄의 검붉은 오러를 꺼내어 마탑주를 제앞에 끌고 왔다.
“고작 이게 너가 보여줄수 있는 다인가?”
고개를 기웃거리며 모든게 귀찮아 보이는 대공의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다만 아까의 그 붉은 눈에서 다시 검은 눈으로 되돌아 왔을 뿐이었다.
“살..살려주세요 대공님.”
마탑주의 살려달라는 말에 살짝 입가를 올린 대공은
“으음..살려달라 말할정도면 조금 더 재미있게 준비했어야지..이건 너무 시시해서.. 그래 너가 남은 재미를 나에게 주면 되겠군.”
대공은 한쪽 입꼬리만 살짝들어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대공이 잡고있는 손이 검게 변하면서 서서히 마탑주를 녹여나가기 시작했다.
“흐억..대공..살려주세요..아아악”
마탑주의 몸이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새 점과 같아지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 그 정도의 표정을 지어줘야 내가 흥미가 생기지 후후후”
마탑주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바라보며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즐기는 대공은 더 이상 주신이 아니라 마왕과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상하리 만큼 경외로움이 느껴졌다.
미카엘은 대공의 앞에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저는 이 대륙의 황태자 미카엘입니다. 대륙을 대신해서 또한번 감사드립니…”
갑자기 자신의 앞에 있던 검은 대공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그 전투 때 할리스탄의 카이탄 대공을 미카엘은 처음으로 보았고 온몸이 무서움으로 떨렸지만 소름돋게 멋진 사내임은 분명했다.
“미카엘, 내가 깨끗하게 처리하라 했을텐데..너의 제국을 지키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 후후”
대공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더 무서워졌다.
“제국의 어떤 것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너희가 했던 모든걸 용서하려 했다. 하지만 내것에 자꾸 욕심을 내면 어떤일이 발생하는지 똑바로 보여줘야겠군.”
느긋하게 말하며 시종장을 불렀다.
“시종장. 마지막으로 날뛰어본게 언제지?”
“뭐 한 십년정도 된 것 같습니다. 왠만한 전투에는 제가 늙었다고 데리고 가지 않으셨으니까요.”
시종장은 정말 섭섭했다는 식으로 대공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오늘 맘대로 날뛸 수 있는 기회를 주지. 필요하면 여기 이 꼬맹이를 데리고 가. 혹시 아나?
자네가 너무 늙어 넘어져 허리라도 다치면 큰일이거든. 우리 에이샤를 알뜰하게 살펴줄 이가 없으니..”
지금껏 팔십평생을 살아오며 대공에게 처음으로 들은 칭찬?이었다.
시종장은 감격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오래살다보니 별일 이군요. 대공전하께서 이 노인네 칭찬도 하시고.
아마 대공전하께서도 가실날이 얼마 안남았나 봅니다. 이왕이면 제가 갈때 같이 가시는것도 으업”
시종장은 말을 끝마칠 수가 없었다. 대공이 그를 향해 살기를 마구 뻗어내고 있었다.
“지금 당신의 주신께 가고 싶나? 그렇담 내가 좀 귀찮아도 그리해주지.”
시종장은 눈하나 깜빡않고 깡충깡충 뛰며 검은살기를 잘도 피했다.
피이슝..
시종장이 순간 마나를 응집해 자신의 애착무기인 장창을 소환해냈다.
마지막의 검은 살기를 장창으로 막아낸 시종장은 꾸벅 인사를 하고 바로 뒤돌아 저택 밖으로 나갔다.
“꼬맹이 따라가. 시종장 허리라도 다치는 날엔 너의 허리도 뒤로 접어주지.”
미카엘은 알겠다며 잽싸게 시종장의 뒤를 따라갔다.
“여러분, 너무 많은 분들께서 위험한 놀이를 하러 오셨네요.”
장창 하나만 세워 든 팔십먹은 노인네가 저택을 둘러싼 수백의 기사들에게 포효하듯 말했다.
“에이 공작님 지금 장난하십니까? 저 노인네 한명 상대하려고 지금 공작저에 있는 모든 기사들을 불러 모으신 겁니까?”
은색 갑옷과 투구까지 쓴 기사단장이 시종장을 비아냥거리듯 한마디 했다.
“저자는 보기와는 다르다.”
공작이 아무리 그리 말을 해도 도통 말귀를 알아듯지 못하는 기사단장이었다.
“어이 노인네..얘는 우리 보조 기사라네. 자네가 이 애와 싸워 이긴다면 친히 내가 대적한번 해주지.히히히”
“낄낄낄”
“하하하”
여기저기에서 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만 들렸다.
“아가야. 너는 보조기사라면 아직 기사서임을 한 것은 아니니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여기있는 기사들은 모두 뒤질거거든.”
시종장이 해맑게 웃으며 보조 기사를 바라보았고 다행히 그 보조기사는 사람을 보는 눈이 탁월한 자였다.
물론 시종장 뒤에서 미카엘이 눈짓 발짓으로 어서 도망가라 말해준것도 한도움되었다.
보조기사는 칼을 버리고 감사하다 꾸벅 인사를 하고 저택 문뒤에 서있는 미카엘의 뒤로 도망갔다.
“에헹? 너는 왜 그리로 가느냐? 거기는 적진이라구 꼬마야. 낄낄..
공작각하 저애가 아직 어리구 전투가 처음이라 구분을 잘 못하는 듯합니다.”
“야.거기 이빨만 잘터는 옥수수 같이 생긴놈. 니 애들 다데리고 한번에 덤벼. 나오늘 무지 열받고 바쁜날이거든.
빨리 처리하고 우리 에이샤도련님 식사준비 해야 해.”
미카엘은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시종장의 말에 웃음이 빵터져 버렸다.
“시종장. 밖에서 너무 개미새끼들이 시끄러워. 우리 에이샤가 쉬지를 못하고 있어.빨리 정리하고 들어와.”
대공은 안보이지만 대공의 목소리 만은 저택저 안팎으로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네.대공전하 죄송합니다. 오랜만의 재미거리를 주셔서 제가 좀 흥분한듯합니다.”
시종장은 눈을 감고 잠시 집중을 했다.
들고있던 은색의 장창이 손잡이부터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흐억.저건 대공의 검붉은 살기와 같은색인데..”
미카엘은 순간 할아버지 시종장이 두려워졌다.
하지만 문제는 미카엘만 두려움을 느꼈다는 거였다.
수백명의 기사들은 너나 할것없이 그냥 너가 나가라 내가 나가라 말싸움만 할뿐이었다.
“저어기 꼬마 기사..눈 감아.”
미카엘은 아직 순진한 꼬마 기사에게 그렇게 하는게 좋을 거라 충고를 해주었고 다행히 꼬마기사는 순순히 그의 말을 따라 눈을 감고 귀까지 막고 있었다.
시종장이 눈을 떴다. 그의 눈이 붉어 있었다.
기사단장은 아까와는 다르게 무표정으로 오러를 충전하며 서있는 시종장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
갑자기 온몸이 떨려왔다.
“와이씨..뭐야..저건 도데체.”
그의 말에 모두들 말싸움을 멈추고 기사단장이 바라보고 있는 시종장을 쳐다보았다.
눈만 맞쳤을 뿐이네 그들은 모두 오금이 저려왔다.
“이거 한명으로는 안되겠네. 일단 모두 진격..”
“진격”
우렁찬 함성소리와 수백명의 기사들이 칼 끝에 마나를 입혀 모두 시종장을 향해 돌진하였고
그들이 먼저 움직이길 기다리고 있던 시종장은 대공과 비슷하게 삐뚜름하게 웃으며
사방에서 쏘아오는 빗발같은 오러를 온몸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미카엘님. 보셨지요? 저는 지금부터 정당방위입니다.”
뒤에 미카엘이 있음을 알고 큰소리로 정당방위를 외치며 창을 땅에 내려 빙글돌며 큰원을 만들어 냈다.
큰원에서 검붉은 오러가 쉴드처럼 원을 그리며 하늘까지 치솟았다.
시종장이 하늘로 올라간 검붉은 오러를 따라 창을 번쩍들었다.
더 이상 은빛이 아닌 검붉은 창끝이 번득이더니 시종장이 창을 다시 수백명의 가사들을 향해 내리뻗자
하늘에서 핏빗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흰색의 번개가 곧바로 기사들을 향해 수직강하했다.
“흐억..”
“아아악”
“내눈..눈이 안보여.”
“으악..따가워”
핏빗 비를 맞은 사람들의 몸에 구멍이 뚫리며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번개에 맞은 기사들은 다행?히도 즉사할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미카엘은 지금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저 하나의 동작같은거였다.
그저 우아하게 긴창을 들고 원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올렸을 뿐인데도 이 엄청난 사단을 만들어 내는 시종장이야말로 죽음의 사신이었다.
“으억..내눈..미카엘..나좀 살려줘.”
공작이 미카엘에게 살려달라 애원했지만 감히 그의 에이샤에게 상처를 입힌것으로 부족해 대공이 거주하는 사택에 기사들을 데려오다니..
미카엘도 화가 났다.
“공작님. 제가 데일의 한쪽 팔을 거둔것에서 감사히 여기며 그렇게 쭈구리고 계셨어야지요.
감히 대공저에 기사나부랭이들을 몰고 올 생각을 하다니..
공작의 경거망동 때문에 제국이 위험해 질뻔했습니다.
공작이 가신후 후에 데일에게 그 죄를 다시 묻지요.”
미카엘은 자신의 할만만 하고 다시 대공저로 들어갔다.
줄을 잘 선 미카엘은 대공이 있는곳을 마치 자신의 집을 드나들 듯이 편히 드나들었다.
꼬마 기사도 미카엘을 따라들어갔다.
“얘,너는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니?”
“저는…할아버지를 꼭 만나봐야겠습니다.”
조그만 녀석이 이런 사단을 겪었으면 쫄만도 한데 당당히 시종장을 만나야겠다하니 이놈도 평범한 놈은 아니었다.
“너 이름은 뭐야?”
“존입니다.”
“그냥 존?”
“네 저는 평민이라 성이 없습니다.”
짧은 갈색머리에 옆으로 쭉 찢어진 가느다란 눈. 오똑한 코. 야무진 입술.
아이라기 보다는 청년에 가까운 가슴속에 넘실거리는 오러로 가득찬 보조기사였다.
드디어 시종장이 밖을 마무리 하고 문을 열고 저택안으로 들어왔다.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핏방울 하나 묻지 않은 원래의 깔끔하고 인자한 모습이었다.
“아아..얼마만에 해방시켜 보는건지..종종 이런 일이 있으면 좋으련만..랄 라라라”
콧노래까지 부르며 한껏 기분좋음을 마끽하고 있었다.
“자네는 지금 수백명을 살생하고 온 사람같지 않군.”
미카엘이 시종장의 위아래를 흘터보며 말을 건냈다.
좀전의 엄청난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본 미카엘에게 시종장이 예전같아 보일수는 없었다.
“전 대공전하의 명을 수행했을 뿐입니다. 자네는 왜 여기에 있나?”
시종장이 그제서야 보조 기사가 미카엘의 옆에 서있음을 보고 물었다.
“스승님. 스승님으로 모시게 해주십시오.”
존은 시종장을 보자마자 일단 그의 발밑에 무릎을 끓었다.
“아가 너 내모습이 안보이니? 나 팔십먹은 노인네야. 언제 갈지모른다구.
밖은 깨끗하게 청소해 놓았으니 어서 집에 돌아가거라.”
시종장은 바삐 2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안됩니다. 저를 제자로 받아들여 주시기 전에 전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거에요.”
시종장이 움직이지 못하게 바짓단을 붙잡고 애원을 했다.
“너 아까 사신 같은 시종장의 모습을 보고도 그런말이 나오니?”
미카엘은 어이가 없었다.
시종장을 봐야 한다는 말이 이렇게 제자로 받아들여 달라고 애원하려는 이유였다니..
“전 꼭 시종장님의 제자가 될겁니다.”
“꼬마기사 양반. 너가 어리고 네 마나가 순수해서 너를 살려 둔거라네. 그것만 아니었어도 넌 밖의 검은 잿더미 중 하나였을거야.
어서 집으로 돌아가게. 그리고 나 지금 아주 바뻐요.네 눈으로 안보이니? 이 큰 저택에 사용인이 나 하나밖에 없는 것이?”
그말에 존은 씨익 웃으며 시종장을 따라 일어났다.
“그럼 바쁘시니까 저를 살려주신 은혜로 조금만 집안일을 도와드리고 가도록 하겠습니다.저 청소도 요리도 아주 잘합니다.”
시종장은 청소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목숨값을 하는건 당연한거야. 암 그렇고 말고.. 이리 따라오게.”
시종장은 존을 데리고 세탁실로 들어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산더미처럼 싸여있는 범상치 않은 세탁물들이 보였다.
“존. 이건 꼭 방망이질을 해서 찌든 때를 말끔히 …”
시종장은 더 이상 말을 계속할 수없었다. 존과함께 뒤따라온 미카엘이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세탁됨은 물론 차곡차곡 개어지기까지 했다.
시종장은 미카엘의 손을 덮썩 잡았다.
“미카엘님. 이정도로 쓸모가 있으신지 제가 아둔해서 잘 몰라뵈었습니다. 혹시 대공저에 취직하실 생각없으신가요?”
이제 시종장 눈에는 오직 미카엘만 보일뿐이었다.
“시종장. 나도 여기 대공저에 쓰임새가 있다네. 그걸 자네가 지금 알아봐준 것일뿐. 후후”
존이 퉁퉁 부은 얼굴로 개어진 세탁물을 한아름 안아들었다.
“사부님.이거 어디로 옯기면 될까요?”
시종장은 솔선수범해서 청소를 하는 이 둘이 꼭 맘에 들었다.
“존 그건 여기로 가져오너라. 오늘부터 찬찬히 일을 배워보도록 하자꾸나.”
시종장의 말에 한껏 기분이 나아진 존은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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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무심한 대공은 백작저의 괴물을 총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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