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랙을 만나다
조회 : 1,592 추천 : 2 글자수 : 3,943 자 2022-09-13
에이샤는 이층 방 침대에 누워 창문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별다른건 없었다.
무성한 나무들이 별관을 둘러싸고 있었기에 창문으로 보이는 건 그저 우거진 큰 나무들과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를 흔들면 그때마다 조금씩 보이는 파란하늘정도였다.
오늘은 에이샤의 생일을 축하라도 하듯 산들바람이 꽤 불어와 맑고 파란하늘을 자주 보여주고 있었다.
에이샤에게 생일이란 탄생의 기쁨보다는 죽음의 저주 같은 날이었다.
본인이 죽지못해 어미를 죽인날..그래서 가족들을 불행하게 만든날..
그래서 그날만큼은 더더욱 백작저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백작저내에서 가장 멀리갈수 있는 언덕까지 단박에 달려가 한동안 나무아래에서 누워있다 들어오곤했다.
“오늘도 역시 하늘이 참 맑아. 잠은 안오고 무엇을 해야 오늘이 빨리 지나갈까?”
에이샤는 듣는 사람이 없음에도 누군가 옆에 있는 것처럼 혼잣말을 했다.
‘푸드덕,푸드덕,’
갑자기 한 마리 검은 새가 창문틀에 앉아 그 작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녕 작은새야”
에이샤의 인사에 또다시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작은 몸짓이 너무 귀여워 에이샤는 천천히 일어나 침대에 걸터 앉았다.
“까악 깍.”
에이샤의 인사에 대답이라도 하듯 검은 부리를 열어 조용히 까악거렸다.
“후훗. 너도 나한테 인사해주는 거야?”
“…까악..”
“대답해줘서 고마워. 후후. 작은새야..너는 내가 무섭지 않니?”
“까악?” 정말 대답이라도 하듯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번엔 날개까지 푸덕였다.
“들어오고 싶다고? 여기는 저주받은 곳인데?”
“까아아악.”
헛소리 말라는 듯 부리로 창문을 쪼면서 까악거렸다.
정말 들어오고 싶어서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창문을 조금 여니 왜이리 늦게 문을 여냐는 식으로 까만 두발로 당당히 걸어 들어오며 까악거린다.
그모습이 마치 집주인 같았다.
“푸웃..”
에이샤는 당당히 들어오는 새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두손으로 입을 막아 간신히 삼켰다.
에이샤가 웃자 자신을 무시한 듯 기분이 나빴는지 까만새는 에이샤 주변을 푸드덕거리며 몇바퀴를 빙빙 돌았다.
“아..미안 작은새야. 너를 무시한게 아니라 너가 너무..푸웃..귀여워서..”
또다시 웃음이 터진 에이샤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맘껏 소리내 웃어버렸다.
“호호..하하하”
웃으면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까악?까아악?”
에이샤의 눈물에 놀라 위로해주듯 작은새가 어깨에 올라타 부리로 에이샤의 볼을 아프지 않게 톡톡 건드렸다.
“이거 슬퍼서 흘리는 눈물아니야. 너가 너무 고마워서..흑흑..그래서 그런거야. 나 사실 태어나서 이렇게 웃어본적이 없었거든..흐흑.”
“까아악..”
에이샤는 이 작은 검은새가 무슨말을 해도 다 알아듯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 나랑 같이 있을래?”
“까아악 깍깍”
“내가 정말 무섭지 않아?”
“깍깍” 이번엔 말도 안된다는 듯이 단호하게 깍깍거렸다.
에이샤는 살면서 지금까지 누군가와 이렇게 많은 말을 해본적이 없었다. 오히려 사람이 아닌 귀여운 작은 동물이기에 가능한것일지도 모르겠다.
에이샤는 어깨에 그대로 작은 새를 내버려두고 침대로 와 앉았다.
“너 이름은 있어?”
“까아악….”
마치 없다는 듯 작은 머리를 숙인다.
“없으면 내가 지어줄까?”
“깍깍.”
“널 처음 봤을때부터 블랙이라 부르고 싶었어.”
뭐 엄청난 이름이 생길줄 알았던 블랙은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다.
“블랙이라고 부르면 너가 좋아할까?”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물어오는 말에 블랙은 한숨을 쉬고 퍼득거리며 날아올라 기분이 좋다는 듯 에이샤의 머리위를 한바퀴 빙글 돌았다.
“깍깍”
“후후 다행이야. 블랙..블랙아..”하며 다정스레 이름을 불러왔다.
“깍깍”
불러오는 이름에 맞춰 블랙은 깍깍거리며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흔들리는 마차속에서 눈을 감고있던 카이탄이 입고리만 살짝 들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카이탄. 너 지금 웃은거야?”
지금껏 무표정으로만 일관하던 카이탄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가 살짝 어렸던 것 같았다.
“뭐야..뭔가 즐거운 일이라도 찾은거야?”
“….”
카이탄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미카엘과 카이탄은 지금 백작저로 가는 마차안에 앉아 있었다. 수많은 황궁기사들이 마차를 에워싸고 있었고 뒤따르고 있는 시종들도 많았다.
카이탄은 그 자체가 성가셨다. 옆에서 계속 재잘거리는 미카엘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과 주변의 역겨운 기사들의 냄새에 머리가 다 아플지경이었다.
미카엘을 따라나선건 그저 호기심 때문이었다.
카이탄은 백작영애의 생일과는 별도로 백작저에 가서 세간에 소문이 돌고있는 백작저에 살고 있는 괴물에 대해 알아볼 심산이었다.
'도데체 어떤 놈이기에 나보다 더한 괴물이란 소문까지 있는거야? 기분 더럽네.'
일단 움직이기 쉬운 작은 까마귀를 소환수로 먼저 보내 보았다.
하늘에서 백작저를 한바퀴 돌아보던 까마귀의 눈에 백작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나무로 가려져있는 작은 2층집이 보였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았길래 보였지 그냥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절대 볼수 없는 독특한 구조였다.
일단 출입문이 없었다.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등나무 줄기처럼 여기저기 얽혀있어서 그것을 밀어보지 않는다면 문이라고 알수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듯했다.
신기하게 그집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래서 다시 까마귀를 더 높이 보내어 집주변을 돌며 살펴보았다. 작은 창이 보였고 그 창안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더 자세히 보기위해 창문틀에 내려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침대에 누워있던 인형이 스윽 일어나 말을 걸었다.
흐억..한눈에 알수가 있었다. 저 소년이 백작저의 괴물이라는 것을..
조그만 뺴빼마른 몸에 백작가의 상징인 연한 보랏빛 머리카락..그리고 까마귀를 제대로 마주 보지 못하는 색이 다른 두 눈..너무 아름다워 숨이 막힐지경이었다. 카이탄은 이 소년에게 첫눈에 매료되었다.
자신이 무섭지 않냐며 작은 새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소년이 괴물일리 없었다.
'블랙이라…나쁘진 않은데 작명센스는 없군. 후훗'
“어어..카이탄..너 또 웃은거야?”
미카엘이 기가 막히다는 듯 이번엔 입까지 막고 놀란척 했다.
저새끼 입을 틀어막아버리던 해야지 ...지금까지 좋았는데 …
카이탄은 미카엘의 목소리에 인상을 써버렸다.
“흐읍”
카이탄이 인상을 쓰자 미카엘은 두손으로 입을 막고 앞으로 아무말도 안한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또다시 오드 아이인 소년이 블랙을 불렀다.
블랙에게 문을 열어준 소년이 밝게 웃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이질적인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너무 좋아서 우는 소년이라…뭐 같이 있어달라니 하루정도는 같이 보내줘도 될듯했다.
“황태자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우렁찬 소리에 모두들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제국의 작은태양이신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네 그만 모두들 일어나세요.”
“황태자 전하. 저희아이의 생일임에도 이렇게 찾아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제이스 백작이 너무 황공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듯 열렬히 환영했다.
“아닙니다. 대 제국의 백작영애 생일인데 저라도 당연히 찾아뵈야지요. 아.. 이 귀여운 영애가 오늘의 주인공인 아란영애인거 같은데 아란 영애.. 오늘 저와 춤을 출수 있는 영광을 제게 주시겠습니까?”
아란은 넋이 빠져나간 듯 미카엘만 바라보고 있었다.
제국에서 황태자를 사랑하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올해 스물인 황태자 미카엘은 이름처럼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왕실을 상징하는 불타는듯한 금발에 은빛 눈동자 오똑한 콧날에 가늘게 찢어진 붉은 입술.. 190가까이 되는 장신에 검술로 길들여진 탄탄하게 자리잡은 근육들..
정말 보는사람들마다 탄성을 자아냈다.
“흐흠.아란영애..”
아란에게 내민 손을 보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아란이 고사리 같이 작은 손을 미카엘의 손위에 살짝 올렸다. 그 둘의 춤을 시작으로 한두명식 중앙홀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카이탄은 궂이 연회장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 종류의 연회나 무도회는 카이탄이 제일 싫어하는 것으로 까마귀를 통해 미리봐 둔 한적한 언덕으로 올라가 그 밑에 자리잡고 누웠다. 오늘은 블랙에만 집중해 볼 생각이었다.
조금전 소년이 눈물을 흘릴때 가슴근처가 살짝 간질거렸다.
철의 장벽 카이탄대공..
제국내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국인은 아니지만 또 제국인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게 카이탄은 북쪽 할리스번 변경백으로 지금 황실의 조상님과 함께 제국을 세운 일등공신 가문출신이었다. 그들은 대대로 성이 없었다. 그저 카이탄대공으로만 불리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분명한건 카이탄 변경백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 황제를 갈아치우고 본인이 황제가 될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힘과 부를 지니고 있음은 누구든 알고 있었다.
한번은 미카엘이 카이탄에게 물어본적이 있었다.
“카이탄, 너희는 왜 황제가 되지 않았지?”
“귀찮아서”
누가 들으면 반역죄라도 물어도 될듯한 질문에 너무 간단한 대답이었다.
카이탄은 항상 그런식이었다. 북쪽 할리스번 밖으로 거의 나오지도 않고 성에서만 칩거하듯 지내는 카이탄을 미카엘이 불러낼수 있었던 것은 오직 백작가에 있는 괴물이었다.
“카이탄.. 백작이 괴물을 하나 데리고 있다는데 너도 들어본적이 있나?”
“제국에 나말고 다른 괴물이 살고있다고?”
역시 카이탄이 관심을 보였다.
“이번에 백작 막내영애의 열살 생일잔치를 성대하게 연다고 하네. 나한테 초대장이 올 정도로..후후 같이 가볼 생각이 생기나?”
“….”
“그 괴물이 말야 어떤 괴물이냐면 ………”
끝없이 재잘대는 미카엘의 입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가지.”
“허억..정말인가?”
그말을 끝으로 수정구의 불빛이 꺼져버렸다.
“매정하긴..그래도 괴물에는 흥미가 생기나보네..후후”
미카엘은 아주 재미있다는 듯 크게 미소를 지었다.
무성한 나무들이 별관을 둘러싸고 있었기에 창문으로 보이는 건 그저 우거진 큰 나무들과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를 흔들면 그때마다 조금씩 보이는 파란하늘정도였다.
오늘은 에이샤의 생일을 축하라도 하듯 산들바람이 꽤 불어와 맑고 파란하늘을 자주 보여주고 있었다.
에이샤에게 생일이란 탄생의 기쁨보다는 죽음의 저주 같은 날이었다.
본인이 죽지못해 어미를 죽인날..그래서 가족들을 불행하게 만든날..
그래서 그날만큼은 더더욱 백작저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백작저내에서 가장 멀리갈수 있는 언덕까지 단박에 달려가 한동안 나무아래에서 누워있다 들어오곤했다.
“오늘도 역시 하늘이 참 맑아. 잠은 안오고 무엇을 해야 오늘이 빨리 지나갈까?”
에이샤는 듣는 사람이 없음에도 누군가 옆에 있는 것처럼 혼잣말을 했다.
‘푸드덕,푸드덕,’
갑자기 한 마리 검은 새가 창문틀에 앉아 그 작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안녕 작은새야”
에이샤의 인사에 또다시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작은 몸짓이 너무 귀여워 에이샤는 천천히 일어나 침대에 걸터 앉았다.
“까악 깍.”
에이샤의 인사에 대답이라도 하듯 검은 부리를 열어 조용히 까악거렸다.
“후훗. 너도 나한테 인사해주는 거야?”
“…까악..”
“대답해줘서 고마워. 후후. 작은새야..너는 내가 무섭지 않니?”
“까악?” 정말 대답이라도 하듯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번엔 날개까지 푸덕였다.
“들어오고 싶다고? 여기는 저주받은 곳인데?”
“까아아악.”
헛소리 말라는 듯 부리로 창문을 쪼면서 까악거렸다.
정말 들어오고 싶어서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창문을 조금 여니 왜이리 늦게 문을 여냐는 식으로 까만 두발로 당당히 걸어 들어오며 까악거린다.
그모습이 마치 집주인 같았다.
“푸웃..”
에이샤는 당당히 들어오는 새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두손으로 입을 막아 간신히 삼켰다.
에이샤가 웃자 자신을 무시한 듯 기분이 나빴는지 까만새는 에이샤 주변을 푸드덕거리며 몇바퀴를 빙빙 돌았다.
“아..미안 작은새야. 너를 무시한게 아니라 너가 너무..푸웃..귀여워서..”
또다시 웃음이 터진 에이샤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맘껏 소리내 웃어버렸다.
“호호..하하하”
웃으면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까악?까아악?”
에이샤의 눈물에 놀라 위로해주듯 작은새가 어깨에 올라타 부리로 에이샤의 볼을 아프지 않게 톡톡 건드렸다.
“이거 슬퍼서 흘리는 눈물아니야. 너가 너무 고마워서..흑흑..그래서 그런거야. 나 사실 태어나서 이렇게 웃어본적이 없었거든..흐흑.”
“까아악..”
에이샤는 이 작은 검은새가 무슨말을 해도 다 알아듯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 나랑 같이 있을래?”
“까아악 깍깍”
“내가 정말 무섭지 않아?”
“깍깍” 이번엔 말도 안된다는 듯이 단호하게 깍깍거렸다.
에이샤는 살면서 지금까지 누군가와 이렇게 많은 말을 해본적이 없었다. 오히려 사람이 아닌 귀여운 작은 동물이기에 가능한것일지도 모르겠다.
에이샤는 어깨에 그대로 작은 새를 내버려두고 침대로 와 앉았다.
“너 이름은 있어?”
“까아악….”
마치 없다는 듯 작은 머리를 숙인다.
“없으면 내가 지어줄까?”
“깍깍.”
“널 처음 봤을때부터 블랙이라 부르고 싶었어.”
뭐 엄청난 이름이 생길줄 알았던 블랙은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다.
“블랙이라고 부르면 너가 좋아할까?”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물어오는 말에 블랙은 한숨을 쉬고 퍼득거리며 날아올라 기분이 좋다는 듯 에이샤의 머리위를 한바퀴 빙글 돌았다.
“깍깍”
“후후 다행이야. 블랙..블랙아..”하며 다정스레 이름을 불러왔다.
“깍깍”
불러오는 이름에 맞춰 블랙은 깍깍거리며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흔들리는 마차속에서 눈을 감고있던 카이탄이 입고리만 살짝 들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카이탄. 너 지금 웃은거야?”
지금껏 무표정으로만 일관하던 카이탄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가 살짝 어렸던 것 같았다.
“뭐야..뭔가 즐거운 일이라도 찾은거야?”
“….”
카이탄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미카엘과 카이탄은 지금 백작저로 가는 마차안에 앉아 있었다. 수많은 황궁기사들이 마차를 에워싸고 있었고 뒤따르고 있는 시종들도 많았다.
카이탄은 그 자체가 성가셨다. 옆에서 계속 재잘거리는 미카엘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과 주변의 역겨운 기사들의 냄새에 머리가 다 아플지경이었다.
미카엘을 따라나선건 그저 호기심 때문이었다.
카이탄은 백작영애의 생일과는 별도로 백작저에 가서 세간에 소문이 돌고있는 백작저에 살고 있는 괴물에 대해 알아볼 심산이었다.
'도데체 어떤 놈이기에 나보다 더한 괴물이란 소문까지 있는거야? 기분 더럽네.'
일단 움직이기 쉬운 작은 까마귀를 소환수로 먼저 보내 보았다.
하늘에서 백작저를 한바퀴 돌아보던 까마귀의 눈에 백작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나무로 가려져있는 작은 2층집이 보였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았길래 보였지 그냥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절대 볼수 없는 독특한 구조였다.
일단 출입문이 없었다.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등나무 줄기처럼 여기저기 얽혀있어서 그것을 밀어보지 않는다면 문이라고 알수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듯했다.
신기하게 그집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래서 다시 까마귀를 더 높이 보내어 집주변을 돌며 살펴보았다. 작은 창이 보였고 그 창안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더 자세히 보기위해 창문틀에 내려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침대에 누워있던 인형이 스윽 일어나 말을 걸었다.
흐억..한눈에 알수가 있었다. 저 소년이 백작저의 괴물이라는 것을..
조그만 뺴빼마른 몸에 백작가의 상징인 연한 보랏빛 머리카락..그리고 까마귀를 제대로 마주 보지 못하는 색이 다른 두 눈..너무 아름다워 숨이 막힐지경이었다. 카이탄은 이 소년에게 첫눈에 매료되었다.
자신이 무섭지 않냐며 작은 새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소년이 괴물일리 없었다.
'블랙이라…나쁘진 않은데 작명센스는 없군. 후훗'
“어어..카이탄..너 또 웃은거야?”
미카엘이 기가 막히다는 듯 이번엔 입까지 막고 놀란척 했다.
저새끼 입을 틀어막아버리던 해야지 ...지금까지 좋았는데 …
카이탄은 미카엘의 목소리에 인상을 써버렸다.
“흐읍”
카이탄이 인상을 쓰자 미카엘은 두손으로 입을 막고 앞으로 아무말도 안한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또다시 오드 아이인 소년이 블랙을 불렀다.
블랙에게 문을 열어준 소년이 밝게 웃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이질적인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너무 좋아서 우는 소년이라…뭐 같이 있어달라니 하루정도는 같이 보내줘도 될듯했다.
“황태자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우렁찬 소리에 모두들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제국의 작은태양이신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네 그만 모두들 일어나세요.”
“황태자 전하. 저희아이의 생일임에도 이렇게 찾아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제이스 백작이 너무 황공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듯 열렬히 환영했다.
“아닙니다. 대 제국의 백작영애 생일인데 저라도 당연히 찾아뵈야지요. 아.. 이 귀여운 영애가 오늘의 주인공인 아란영애인거 같은데 아란 영애.. 오늘 저와 춤을 출수 있는 영광을 제게 주시겠습니까?”
아란은 넋이 빠져나간 듯 미카엘만 바라보고 있었다.
제국에서 황태자를 사랑하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올해 스물인 황태자 미카엘은 이름처럼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왕실을 상징하는 불타는듯한 금발에 은빛 눈동자 오똑한 콧날에 가늘게 찢어진 붉은 입술.. 190가까이 되는 장신에 검술로 길들여진 탄탄하게 자리잡은 근육들..
정말 보는사람들마다 탄성을 자아냈다.
“흐흠.아란영애..”
아란에게 내민 손을 보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아란이 고사리 같이 작은 손을 미카엘의 손위에 살짝 올렸다. 그 둘의 춤을 시작으로 한두명식 중앙홀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카이탄은 궂이 연회장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 종류의 연회나 무도회는 카이탄이 제일 싫어하는 것으로 까마귀를 통해 미리봐 둔 한적한 언덕으로 올라가 그 밑에 자리잡고 누웠다. 오늘은 블랙에만 집중해 볼 생각이었다.
조금전 소년이 눈물을 흘릴때 가슴근처가 살짝 간질거렸다.
철의 장벽 카이탄대공..
제국내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국인은 아니지만 또 제국인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게 카이탄은 북쪽 할리스번 변경백으로 지금 황실의 조상님과 함께 제국을 세운 일등공신 가문출신이었다. 그들은 대대로 성이 없었다. 그저 카이탄대공으로만 불리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분명한건 카이탄 변경백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 황제를 갈아치우고 본인이 황제가 될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힘과 부를 지니고 있음은 누구든 알고 있었다.
한번은 미카엘이 카이탄에게 물어본적이 있었다.
“카이탄, 너희는 왜 황제가 되지 않았지?”
“귀찮아서”
누가 들으면 반역죄라도 물어도 될듯한 질문에 너무 간단한 대답이었다.
카이탄은 항상 그런식이었다. 북쪽 할리스번 밖으로 거의 나오지도 않고 성에서만 칩거하듯 지내는 카이탄을 미카엘이 불러낼수 있었던 것은 오직 백작가에 있는 괴물이었다.
“카이탄.. 백작이 괴물을 하나 데리고 있다는데 너도 들어본적이 있나?”
“제국에 나말고 다른 괴물이 살고있다고?”
역시 카이탄이 관심을 보였다.
“이번에 백작 막내영애의 열살 생일잔치를 성대하게 연다고 하네. 나한테 초대장이 올 정도로..후후 같이 가볼 생각이 생기나?”
“….”
“그 괴물이 말야 어떤 괴물이냐면 ………”
끝없이 재잘대는 미카엘의 입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가지.”
“허억..정말인가?”
그말을 끝으로 수정구의 불빛이 꺼져버렸다.
“매정하긴..그래도 괴물에는 흥미가 생기나보네..후후”
미카엘은 아주 재미있다는 듯 크게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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