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미카엘과의 첫 만남 : 저런 더러운것은 네 눈으로 볼 필요없다.
조회 : 922 추천 : 3 글자수 : 3,876 자 2022-09-17
“카이탄.나만빼고 너 혼자 재미있게 즐기기야?”
미카엘은 대공 침대에 누워있는 꼬맹이를 흘깃거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이 마치 에이샤보다 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꺼져”
미카엘이 에이샤를 쳐다보는 것이 더러운 듯 붉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잡아당겼다.
“무슨변덕이지? 육아는 너랑 어울리지 않아.”
미카엘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에이샤가 둘의 대화 소리에 일어났는지 이불속에서 꼬물거렸다.
미카엘이 침대로 다가가 이불을 끌어내려주려 하자 카이탄이 먼저 이불 채 에이샤를 안아들었다.
“대공님?” 잠에서 깬 에이샤는 조그만 목소리로 대공을 불러보았다.
“에이샤,저런 더러운 것은 너의 눈으로 볼 필요없다.”
버터가 녹을 듯한 카이탄의 목소리에 미카엘의 입이 쩍 벌어졌다.
에이샤는 대공의 말에 무서운 것이 있는 듯 더욱 대공의 품을 파고들었고 카이탄은 의자에 앉아 나른하게 미소를 지으며 여전히 품에 에이샤를 가두어 두었을 뿐이었다.
“도데체 뭐가 널 그리 만든 건지 정말 궁금하군.”
겉으론 느긋하게 말하는 듯 했지만 미카엘의 속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내가 내 것을 알아본것일뿐.”
카이탄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미카엘은 끄응거리며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대공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뭐 알았다고.”
미카엘은 사라지지 않고 대공 침실을 여유롭게 걸어나갔다.
문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쏙 내민 에이샤가 대공의 목을 껴안았다.
따스한 살결이 목에 닿아오는 느낌이 나쁘지 않아 에이샤가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대공전하.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에이샤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금껏 저에게 이런 소유욕을 나타낸 건 오직 대공밖에 없었다.
“후후 괴물은 괴물과 같이 지내야지..사소로운 인간들과 같이 어울릴 필요가 없다.”
카이탄은 부드러운 에이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사실 카이탄이 느끼는 이런 감정은 무엇인지 그 조차도 몰랐다. 하지만 카이탄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에이샤는 그의 것이라는 것을..
오늘도 에이샤는 대공저의 서재에 콕 박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에이샤에게 책이란 새로운 문물같은거였다.
에이샤는 유모에게 글만 배웠을 뿐 지금까지 한번도 교육이란 것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책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 가끔가다 유모가 없는 돈을 탈탈 털어 재미있는 동화책을 한권씩 사와 에이샤에게 읽어주곤했다. 에이샤에게 유일한 보물이 바로 몇 안되는 책들이었다.
대공저를 탐험할 때 서재에 들어와 본 에이샤는 너무 놀랐다. 문을 열자마자 흘러나오는 책의 향기가..어마어마하게 꽃혀 있는 책들의 양에 에이샤는 놀라 자빠져 버렸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책들이 있었구나” 그 길로 쪼로록 시종장한테 가서 물어보았다. 에이샤가 서재에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는지..
시종장 할아버지는 그저 허허 웃으며 대공전하께 직접 허락을 받으라 얘기를 했었다.
카이탄의 집무실 밖에서 조그만 발자국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리로 몇발자국..저리로 몇발자국..
‘허락이란건 어떻게 받아야 하는것일까?
대공님이 나에게 책을 허락하실까? 책한 권을 사려면 며칠 동안 일을 해 돈을 모아야 한다고 유모가 말했었는데.. 나에게 일을 달라고 하면 허락 하실까?‘
조그만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차 쉽사리 문을 열지 못하고 밖을 계속 서성이고 있었다.
카이탄은 그저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니 드디어 결심을 했는지 똑똑 문을 두드려 온다.
“들어와”
끼이익 큰 문이 조심스레 열리고 카이탄이 맘에 들어하는 아름다운 눈이 카이탄의 검은 눈과 마주쳤다.
“저어기..대공님..”
“……”
카이탄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에이샤가 무슨 말을 해올지 궁금했다. 에이샤가 카이탄을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어기…그러니까..”두손을 꼬물거리며 참 서론이 길었다.
“하고싶은 말은?”
기다리다 못한 대공이 먼저 물었다.
조그만 가슴팍이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두 눈이 다른 곳을 응시한다.
조금 당황했을 때 나오는 에이샤의 모습이었다.
“저어기..서재를..책을..”
“맘대로 해”
에이샤가 말을 마무리 하기도 전에 대공이 대답을 했다.
“네에? 그래도 되요? 엄청 비싼것들인데..제가 맘대로..봐도 되요?”
카이탄이 가지고 있는 책들은 정말 비싸긴 했다. 거의 모든 것이 원본에 초판이므로..
그러나 에이샤가 가격을 따지려 하자 정말 가슴이 답답하며 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니..빌어먹은 백작 새끼를 내가 죽여버리던지 해야지..”카이탄은 손으로 이마를 한번 쓸어내렸다.
“흐업..” 당연히 에이샤는 카이탄의 욕 한마디에 너무 놀라 뒷걸음질하다 뭔 가에 부딫혔다.
입을 막고 살짝 뒤돌아 보니 황금빛 머리칼을 가진 큰 사내가 저를 이상하단 듯이 내려보고 있었다. 에이샤는 걸음아 나살려라 카이탄의 뒤로 숨어버렸고 그런 에이샤의 모습에 카이탄은 조금씩 화가 누그러지고 있었다.
“대공전하. 이런 귀여운 아이 앞에서 그런 험한 말씀을 하시면 안되지요. ‘우리’ 아가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미카엘은 우리라는 말을 강조하며 대공의 뒤에서 자기를 힐끔거리는 에이샤를 바라보며 능글거리게 말을 했다.
“어제 내가 꺼지라고 했을텐데”
“그래서 어제 꺼졌다가 오늘 다시 나타난 거 아닙니까? 후후 제가 좀 호기심이 많아서요..특히 대공과 관련된 일에는..”
미카엘이 에이샤에게 반갑다며 손을 살짝 흔들어보였다. 대공의 뒤에 숨어 고개만 살짝 내밀던 에이샤가 미카엘이 손을 흔들며 아는 체 하자 대공의 뒤에 꼭꼭 숨어 더는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저 아이이군요. 백작저의 괴물이라.흐업”
백작저의 괴물이란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대공은 단도를 꺼내어 미카엘을 향해 던졌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미카엘은 정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공의 분위기를 살폈다. 검은 눈이 더 짙어 져 정말 화가나 보였다.
“그 말을 내가 요즘 가장 듣기 싫어하지. 앞으로 네 명만큼 살다 가길 원한다면 그 입 조심해야할거야.”
“죄송합니다 대공전하. 에이샤,미안하구나.”
미카엘은 진심으로 사죄를 했고 방정맞은 입을 몇 대 톡톡 쳤더니 대공 뒤에서 그 모습을 본 에이샤가 이번에도 두 손으로 입을 막고 킥킥 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에이샤..대공..에이샤는..에이샤는..”
미카엘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자그만 얼굴에 박혀있는 두 개의 이질적인 눈이 어떤 보석보다 더 아름다웠다.
“꺼져”
넋을 놓고 제 것을 보는 미카엘이 꼴보기 싫었다.
“에이샤 이리온.”
카이탄이 팔을 뻗자 에이샤가 자연스레 두 팔을 벌리며 아름다운 두 눈은 대공에게 고정한 채 만면에 미소 가득 대공만 쳐다보며 폭 안겨왔다.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니 미카엘은 배알이 꼬여왔다.
“미카엘. 에이샤는 내것이다. 난 나의 것을 지금까지 뺴앗겨 본적이 없지.”
미카엘은 대공의 마지막 말에 다시 한번 방을 나섰다.
“에이샤. 대공저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너의 것이다. 그러니 넌 일일이 나에게 허락 받을 필요없다. 물론 서재에 있는 모든 책들도 너의 것이다. 난 이미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암기해 놓았기에 이제 그 책들은 네가 볼 차례이군. 읽다가 궁금한 것들은 시종장이나 나에게 와서 물어봐도 된다.”
대공의 말에 에이샤는 너무 좋아 얼굴을 대공의 가슴에 비비적 거렸다.
“저도..대공님이.. 좋아요.”
서로 같이 지낸 것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대공은 에이샤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고 있었다.
물론 에이샤이기에 대공이 베풀어 주며 지켜주는 것이기도 했다.
“나도 에이샤 네가 좋다.”
카이탄은 에이샤가 밖으로 나가기 전에 다시한번 꼬옥 안아주었다.
다시 서재로 돌아온 에이샤는 정신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미있는 동화책부터 시작했다. 한번 읽기 시작하니 도무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에이샤 도련님. 식사 시간입니다.”
시종장은 간단한 샌드위치와 음료를 가져와 에이샤 앞에 가져다주었다.
“고마워요.할아버지”
시종장은 할아버지란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도련님 저녁은 꼭 식당으로 오셔야합니다. 꼭이요”
에이샤가 시종장을 향해 밝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너무 재미있다. 그다음은 무엇을 볼까?”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은 에이샤에게 금장으로 테두리가 된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높은 곳에 있었지만 한번 눈길이 간 그 책을 꼭 보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쪽 꾸석에 사다리 같은 것이 있었다.
에이샤는 사다리를 끌고 와 한칸 한칸씩 부들거리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다리 끝까지 올라가도 금장책은 손에 닿을 듯 말 듯 했다.
“조금만 더..조금만..”
발꿈치를 들어 올려 책을 손에 넣는 순간 사다리가 삐걱거리며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아악”단발비명을 지르며 책을 가슴에 움켜잡고 밑으로 추락하려는 찰라 누군가 에이샤를 낚아채듯 안아들었다.
“휴우..조금만 늦었어도 큰일날 뻔 했네..”
꼭 감은 눈을 살짝 뜨니 아까 대공님과 같이 싸우듯 대화했던 미카엘이라는 남자였다.
미카엘은 에이샤와 눈이 마주치자 심장이 멈춘 듯했다. 정말 신비하고 오묘했다. 그저 두 눈속에 빠져들어 갈것만 같았다.
“저어기..저좀..”
더듬거리며 말하는 게 미친 듯이 귀여웠다.
“너 너무 예뻐.”
한 손으로 에이샤의 볼을 쓰다듬어보고 찰랑거리는 보랏빛 머리를 쓸어보았다. 손의 감촉이 깨끗하게 좋았다. 하나도 오염이 안된 소년이었다.
미카엘은 좀전에 대공이 안 듯 에이사를 폭 껴안아 보았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에이샤. 우리집이 말이야 대공저보다 더 넓고 훨씬 좋아. 아니 제국에서 가장좋아. 우리집에 가서 같이 살래?”
‘휘이익.푸드득 푸드득.’
어디에서 날라왔는지 검은 까마귀 한 마리가 미카엘을 향해 돌진하며 부리를 박으려 했다.
“아아 아니라구요. 잘못했어요. 장난이라구요”
미카엘은 에이샤를 바닥에 내려 놓고 사라져 버렸다.
미카엘은 대공 침대에 누워있는 꼬맹이를 흘깃거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이 마치 에이샤보다 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꺼져”
미카엘이 에이샤를 쳐다보는 것이 더러운 듯 붉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잡아당겼다.
“무슨변덕이지? 육아는 너랑 어울리지 않아.”
미카엘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에이샤가 둘의 대화 소리에 일어났는지 이불속에서 꼬물거렸다.
미카엘이 침대로 다가가 이불을 끌어내려주려 하자 카이탄이 먼저 이불 채 에이샤를 안아들었다.
“대공님?” 잠에서 깬 에이샤는 조그만 목소리로 대공을 불러보았다.
“에이샤,저런 더러운 것은 너의 눈으로 볼 필요없다.”
버터가 녹을 듯한 카이탄의 목소리에 미카엘의 입이 쩍 벌어졌다.
에이샤는 대공의 말에 무서운 것이 있는 듯 더욱 대공의 품을 파고들었고 카이탄은 의자에 앉아 나른하게 미소를 지으며 여전히 품에 에이샤를 가두어 두었을 뿐이었다.
“도데체 뭐가 널 그리 만든 건지 정말 궁금하군.”
겉으론 느긋하게 말하는 듯 했지만 미카엘의 속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내가 내 것을 알아본것일뿐.”
카이탄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미카엘은 끄응거리며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대공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뭐 알았다고.”
미카엘은 사라지지 않고 대공 침실을 여유롭게 걸어나갔다.
문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쏙 내민 에이샤가 대공의 목을 껴안았다.
따스한 살결이 목에 닿아오는 느낌이 나쁘지 않아 에이샤가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대공전하.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에이샤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금껏 저에게 이런 소유욕을 나타낸 건 오직 대공밖에 없었다.
“후후 괴물은 괴물과 같이 지내야지..사소로운 인간들과 같이 어울릴 필요가 없다.”
카이탄은 부드러운 에이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사실 카이탄이 느끼는 이런 감정은 무엇인지 그 조차도 몰랐다. 하지만 카이탄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에이샤는 그의 것이라는 것을..
오늘도 에이샤는 대공저의 서재에 콕 박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에이샤에게 책이란 새로운 문물같은거였다.
에이샤는 유모에게 글만 배웠을 뿐 지금까지 한번도 교육이란 것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책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 가끔가다 유모가 없는 돈을 탈탈 털어 재미있는 동화책을 한권씩 사와 에이샤에게 읽어주곤했다. 에이샤에게 유일한 보물이 바로 몇 안되는 책들이었다.
대공저를 탐험할 때 서재에 들어와 본 에이샤는 너무 놀랐다. 문을 열자마자 흘러나오는 책의 향기가..어마어마하게 꽃혀 있는 책들의 양에 에이샤는 놀라 자빠져 버렸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책들이 있었구나” 그 길로 쪼로록 시종장한테 가서 물어보았다. 에이샤가 서재에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는지..
시종장 할아버지는 그저 허허 웃으며 대공전하께 직접 허락을 받으라 얘기를 했었다.
카이탄의 집무실 밖에서 조그만 발자국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리로 몇발자국..저리로 몇발자국..
‘허락이란건 어떻게 받아야 하는것일까?
대공님이 나에게 책을 허락하실까? 책한 권을 사려면 며칠 동안 일을 해 돈을 모아야 한다고 유모가 말했었는데.. 나에게 일을 달라고 하면 허락 하실까?‘
조그만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차 쉽사리 문을 열지 못하고 밖을 계속 서성이고 있었다.
카이탄은 그저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니 드디어 결심을 했는지 똑똑 문을 두드려 온다.
“들어와”
끼이익 큰 문이 조심스레 열리고 카이탄이 맘에 들어하는 아름다운 눈이 카이탄의 검은 눈과 마주쳤다.
“저어기..대공님..”
“……”
카이탄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에이샤가 무슨 말을 해올지 궁금했다. 에이샤가 카이탄을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어기…그러니까..”두손을 꼬물거리며 참 서론이 길었다.
“하고싶은 말은?”
기다리다 못한 대공이 먼저 물었다.
조그만 가슴팍이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두 눈이 다른 곳을 응시한다.
조금 당황했을 때 나오는 에이샤의 모습이었다.
“저어기..서재를..책을..”
“맘대로 해”
에이샤가 말을 마무리 하기도 전에 대공이 대답을 했다.
“네에? 그래도 되요? 엄청 비싼것들인데..제가 맘대로..봐도 되요?”
카이탄이 가지고 있는 책들은 정말 비싸긴 했다. 거의 모든 것이 원본에 초판이므로..
그러나 에이샤가 가격을 따지려 하자 정말 가슴이 답답하며 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니..빌어먹은 백작 새끼를 내가 죽여버리던지 해야지..”카이탄은 손으로 이마를 한번 쓸어내렸다.
“흐업..” 당연히 에이샤는 카이탄의 욕 한마디에 너무 놀라 뒷걸음질하다 뭔 가에 부딫혔다.
입을 막고 살짝 뒤돌아 보니 황금빛 머리칼을 가진 큰 사내가 저를 이상하단 듯이 내려보고 있었다. 에이샤는 걸음아 나살려라 카이탄의 뒤로 숨어버렸고 그런 에이샤의 모습에 카이탄은 조금씩 화가 누그러지고 있었다.
“대공전하. 이런 귀여운 아이 앞에서 그런 험한 말씀을 하시면 안되지요. ‘우리’ 아가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미카엘은 우리라는 말을 강조하며 대공의 뒤에서 자기를 힐끔거리는 에이샤를 바라보며 능글거리게 말을 했다.
“어제 내가 꺼지라고 했을텐데”
“그래서 어제 꺼졌다가 오늘 다시 나타난 거 아닙니까? 후후 제가 좀 호기심이 많아서요..특히 대공과 관련된 일에는..”
미카엘이 에이샤에게 반갑다며 손을 살짝 흔들어보였다. 대공의 뒤에 숨어 고개만 살짝 내밀던 에이샤가 미카엘이 손을 흔들며 아는 체 하자 대공의 뒤에 꼭꼭 숨어 더는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저 아이이군요. 백작저의 괴물이라.흐업”
백작저의 괴물이란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대공은 단도를 꺼내어 미카엘을 향해 던졌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미카엘은 정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공의 분위기를 살폈다. 검은 눈이 더 짙어 져 정말 화가나 보였다.
“그 말을 내가 요즘 가장 듣기 싫어하지. 앞으로 네 명만큼 살다 가길 원한다면 그 입 조심해야할거야.”
“죄송합니다 대공전하. 에이샤,미안하구나.”
미카엘은 진심으로 사죄를 했고 방정맞은 입을 몇 대 톡톡 쳤더니 대공 뒤에서 그 모습을 본 에이샤가 이번에도 두 손으로 입을 막고 킥킥 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에이샤..대공..에이샤는..에이샤는..”
미카엘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자그만 얼굴에 박혀있는 두 개의 이질적인 눈이 어떤 보석보다 더 아름다웠다.
“꺼져”
넋을 놓고 제 것을 보는 미카엘이 꼴보기 싫었다.
“에이샤 이리온.”
카이탄이 팔을 뻗자 에이샤가 자연스레 두 팔을 벌리며 아름다운 두 눈은 대공에게 고정한 채 만면에 미소 가득 대공만 쳐다보며 폭 안겨왔다.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니 미카엘은 배알이 꼬여왔다.
“미카엘. 에이샤는 내것이다. 난 나의 것을 지금까지 뺴앗겨 본적이 없지.”
미카엘은 대공의 마지막 말에 다시 한번 방을 나섰다.
“에이샤. 대공저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너의 것이다. 그러니 넌 일일이 나에게 허락 받을 필요없다. 물론 서재에 있는 모든 책들도 너의 것이다. 난 이미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암기해 놓았기에 이제 그 책들은 네가 볼 차례이군. 읽다가 궁금한 것들은 시종장이나 나에게 와서 물어봐도 된다.”
대공의 말에 에이샤는 너무 좋아 얼굴을 대공의 가슴에 비비적 거렸다.
“저도..대공님이.. 좋아요.”
서로 같이 지낸 것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대공은 에이샤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고 있었다.
물론 에이샤이기에 대공이 베풀어 주며 지켜주는 것이기도 했다.
“나도 에이샤 네가 좋다.”
카이탄은 에이샤가 밖으로 나가기 전에 다시한번 꼬옥 안아주었다.
다시 서재로 돌아온 에이샤는 정신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미있는 동화책부터 시작했다. 한번 읽기 시작하니 도무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에이샤 도련님. 식사 시간입니다.”
시종장은 간단한 샌드위치와 음료를 가져와 에이샤 앞에 가져다주었다.
“고마워요.할아버지”
시종장은 할아버지란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도련님 저녁은 꼭 식당으로 오셔야합니다. 꼭이요”
에이샤가 시종장을 향해 밝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너무 재미있다. 그다음은 무엇을 볼까?”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은 에이샤에게 금장으로 테두리가 된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높은 곳에 있었지만 한번 눈길이 간 그 책을 꼭 보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쪽 꾸석에 사다리 같은 것이 있었다.
에이샤는 사다리를 끌고 와 한칸 한칸씩 부들거리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다리 끝까지 올라가도 금장책은 손에 닿을 듯 말 듯 했다.
“조금만 더..조금만..”
발꿈치를 들어 올려 책을 손에 넣는 순간 사다리가 삐걱거리며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아악”단발비명을 지르며 책을 가슴에 움켜잡고 밑으로 추락하려는 찰라 누군가 에이샤를 낚아채듯 안아들었다.
“휴우..조금만 늦었어도 큰일날 뻔 했네..”
꼭 감은 눈을 살짝 뜨니 아까 대공님과 같이 싸우듯 대화했던 미카엘이라는 남자였다.
미카엘은 에이샤와 눈이 마주치자 심장이 멈춘 듯했다. 정말 신비하고 오묘했다. 그저 두 눈속에 빠져들어 갈것만 같았다.
“저어기..저좀..”
더듬거리며 말하는 게 미친 듯이 귀여웠다.
“너 너무 예뻐.”
한 손으로 에이샤의 볼을 쓰다듬어보고 찰랑거리는 보랏빛 머리를 쓸어보았다. 손의 감촉이 깨끗하게 좋았다. 하나도 오염이 안된 소년이었다.
미카엘은 좀전에 대공이 안 듯 에이사를 폭 껴안아 보았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에이샤. 우리집이 말이야 대공저보다 더 넓고 훨씬 좋아. 아니 제국에서 가장좋아. 우리집에 가서 같이 살래?”
‘휘이익.푸드득 푸드득.’
어디에서 날라왔는지 검은 까마귀 한 마리가 미카엘을 향해 돌진하며 부리를 박으려 했다.
“아아 아니라구요. 잘못했어요. 장난이라구요”
미카엘은 에이샤를 바닥에 내려 놓고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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