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인도(引導)(7)
조회 : 987 추천 : 0 글자수 : 4,578 자 2022-12-06
*이 작품에는 혐오와 차별, 그에 따른 폭력, 기타 부상과 유혈, 사망이 묘사되어있습니다. 해당 요소를 보기 힘드신 경우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소속이 뭐든 가온교면 다 똑같은 거 아니야? 7인의 마리는 함께 협력하고 있잖아.”
하람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가온교 내에서 파벌이 갈리기라도 한단 말인가? 가온교는 7명의 마리가 관리하나, 따로 권력다툼은 하지 않았다. 신의 이름 아래 동등한 권력을 가졌으며, 교인들 또한 가온교의 교리 아래 함께 뭉쳐있었다.
하람이 힐끗 이 솔을 바라보니, 그녀는 어째서인지 놀라고 있었다. 마치 하람은 모르는 뭔가를 안다는 듯이. 이 솔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어디 소속이지?”
일반인들은 모르며, 사냥꾼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사실. 권력 앞에 평등이란 있을 수 없으니, 이는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가온교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단지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있을 뿐. 7인의 마리는 서로 권력을 먹이로 경쟁하고 있는 관계였다.
7인의 마리 중 호안 마리가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6인의 마리가 모두 의견을 합쳐야 호안 마리에게 반대 의견이라도 얹을 수 있다.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가온교의 핵심인 ‘신의 힘’을 ‘축복’이라는 이름 아래 교인들에게 새겨 넣는 것을 호안 마리만이 할 수 있어서라고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가온교의 교인들에게 ‘축복’을 새기는 일은 사냥꾼들의 무기에 ‘축복’을 새기는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교인에게 하는 의식은 오직 호안 마리만이 진행하며, 코앞에서 봐도 어떻게 하는지 자세한 방법을 알 수 없다. 이 의식을 진행하고 나면 ‘축복’을 받은 교인들은 그 축복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 힘을 활용해 사냥꾼의 무기에 ‘축복’을 불어넣는다. 이는 일시적이며, 힘이 희미해지면 다시금 ‘축복’을 새겨야 한다. 한 번 의식을 받으면 죽을 때까지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교인들과는 다르게.
바깥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안 놀라는 거 보니 네가 이 한 님의 딸이구나?”
“대답이나 해. 어느 소속이야.”
“난 청옥 마리 직속부대 ‘청록의 가지’ 소속인 마름, 유별하. 저쪽에 아직도 기절해 있는 쟤는 호안 마리 소속.”
“직속부대라고?”
가온교의 계급체계는 아래에서부터 아랫물-윗물-다짐지기-살피-마름-애지-마리로 구성되어있다. 그중 마름은 전투에 특화된 이들로, 마름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난 이들만이 마리 직속 전투부대에 소속될 수 있다. 모든 다툼이 가온교로 인해 통제받는 세상에서 마리만이 군대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어째서 ‘가온교’가 아닌 각 ‘마리’마다 직속 부대가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직속 부대에서 지금까지 살아서 퇴직한 이들이 없는 것과 같은 이유겠지.
“그래. 나는 호안 마리가 아닌 청옥 마리의 명령을 듣고 왔어. 호안 마리로부터 ‘나래’를 지키라는 명을 듣고 왔지.”
“나래?”
“그래. 네가 가지고 있는 그 ‘힘’의 주인.”
똑똑. 손등으로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주면 내가 아는 내에서 전부 말해주지. ‘나래’가 뭔지, 호안 마리가 왜 저자를 보냈는지, 가온교가 나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신의 선택을 받은 가온교. 신과도 같다는 그 힘. 그리고 힘의 주인. 얼어붙은 이 솔에게, 하람은 손을 놓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솔은 잠시 하람을 바라보더니 문을 벌컥 열었다. 문 앞에는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하얀색 정장 윗옷과 바지, 검은 넥타이에 어깨에 걸친 검은 두루마기. 가온교에서 마름만이 입을 수 있는 상징.
“너, 뭘 얼마나 알고 있는 거지?”
“알 만큼은 알고 있지. 일단 안에 들어가면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어차피 차단해놨지만, 밖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잖아?”
이 솔이 별하의 어깨너머를 바라보았다. 투명한 막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크기를 보아하니 집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했다.
“그게 뭐가 그렇게 신기하다고 보고 있니? 자자, 들어가자고.”
“이런 미친……. 여기가 네 집이냐?”
이 솔은 당당하게 들어오는 별하를 노려보면서도 쫓아내지는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밖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렇게 안 숨겨도 되는데. 나래한테 공격할 마음은 없어.”
“뭘 보고 믿으라고?”
이 솔은 별하를 안으로 들이면서도 하람의 앞을 막아서며 보호했다. 하람은 이 솔의 어깨너머에서 별하를 조심스럽게 관찰하다 별하의 손등을 보고서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언니?”
“오, 역시 보이는구나.”
별하는 오른쪽 손을 들어 손등을 보여주었다. 양 끝이 날카로운 납작한 타원형의 문양이 세 개가 새겨져 있었다. 문양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하람과 이 솔의 날개처럼.
“어, 어째서…….”
하람은 문양을 눈에 담고서 몸을 떨었다. 어째서, 어째서 저 문양에서 자신과 같은 종류의 힘이 느껴지는 걸까? 어딘가 다르지만, 근본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축복’의 정체야. 네가 느낀 대로, 다른 나래의 날개에서 떼어진 힘의 일부지.”
별하는 태연하게 거실로 들어서서는 소파에 앉았다. 마치 제집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에 이 솔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나래는 너희가 처음이 아니야. 아~주 오래전, 그래. 가온교가 만들어졌던 시대부터. 가온교를 만든 나래를 초대 나래니까.”
“가온교를 만든 게 나래라고?”
“그래. 정확히는 나래와 그를 따르는 7명의 초대 마리가 만들었지만. 가온교의 성전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래가 하늘로 돌아간 건 아니야. 신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나래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정해진 수명대로 명을 달리한 거지.”
신의 힘으로 세계의 다툼과 전쟁을 멈춘 자. 마치 신과도 같은 그녀도 인간으로서 죽음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신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몸은 인간이었기 때문에.
“초대 나래는 죽기 전에 다시 다툼이 시작될 것을 염려해서 자신의 힘을, 날개를 남기고 갔어. 그 뒤 다른 나래들도 초대의 의지를 이어받아 가온교에 날개를 남겼고, 가온교는 대대로 나래를 신처럼 받들며 힘이 이용당하지 않게 그들을 지켜주었지.”
신의 힘을 가진 인간. 가온교는 그런 나래가 다른 이들에게 이용당하지 않도록 나래를 숨겨주었다. ‘나래’라는 존재만은 지운 채, 신의 힘을 사용해 세계를 조율하고 전쟁을 막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틀어져 버렸다.
가온교 초기에는 호안 마리만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6명의 마리도 불만을 품지 않았다. 나래가 남긴 날개를 호안 마리가 관리하는 것도, 이를 인간에게 ‘축복’으로 내리는 방법도 호안 마리만이 알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선대의 뜻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점차 6인의 마리는 호안 마리의 독재적인 권력에 반발을 품었고, 호안 마리를 찍어누르려 했으나 실패했다. 가온교의 힘은 날개에서 나왔고, 그 힘을 관리하는 건 호안 마리였기 때문에.
“그거 알아? 날개의 힘에는 한계가 없어. 원한다면 세계를 통째로 부수는 것도 가능하다고. 날개 하나하나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몇 개나 호안 마리한테 있다고 생각해?”
호안 마리와 다른 6명의 마리가 서로의 권력을 위해 내부 다툼을 시작하고 몇십 년. 결국 가온교는 위상을 잃어버려 위기에 놓였으나, 때마침 발생한 ‘두억시니’ 사태로 겨우 위상을 되찾았다. 아니, 전보다 더욱 강한 권력을 손에 넣었다. 세계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호안 마리는 절대적인 권력을 되찾았지. 두억시니를 막은 것도 결국 날개의 힘이니까.”
“근데 왜 아직도 싸우고 난리야?”
“뭐, 호안 마리를 어떻게든 누르면 그 힘을 나눠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눈이 돌아간 것도 있고, 죽기 싫어서 살아남으려고 그러는 것도 있고.”
하지만 가온교 역사를 통틀어서 6인의 마리가 호안 마리를 죽인 적은 없었다. 대중매체에 비치는 현재 호안 마리는 푸근한 인상의 상냥한 사람이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인물이다. 가장 무서운 건 그녀에 관한 ‘부정적인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통제하고 세뇌한다. 숱한 선행을 베푸는 그 손에 얼마나 피가 묻었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호안 마리의 본성을 아는 건 마름 정도일까?
“그래서 호안 마리가 왜 저 녀석을 보냈냐면……이봐?”
“언니?”
별하와 이 솔의 시선이 하람에게 향했다. 하람은 지나칠 정도로 몸을 떨고 있었다. 창백한 안색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를 부축하려던 이 솔의 손은 닿지 못했다. 하람이 밖으로 뛰어나간 것이다.
“언니!”
“갑자기 뭐야?”
“……안 돼.”
하람은 맨발로 문밖까지 뛰쳐나와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솔아, 저게, 저게 안 보여?”
“무슨…….”
하람이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 지점을 보자, 거대한 빛의 기둥에 땅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이 보였다.
“가야 해.”
하람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 솔의 팔을 붙잡았다.
“그 애가 길을 잃게 될 거야.”
별하가 옆에서 ‘뭔데, 뭐가 보이는데~?’ 하며 끈질기게 물어왔지만, 이 솔은 듣지 않았다.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그녀가 한 말.
이 날개가 그대의 의지를 인도하리니.
나의 나비여, 길 잃은 날개를 인도하라.
“소속이 뭐든 가온교면 다 똑같은 거 아니야? 7인의 마리는 함께 협력하고 있잖아.”
하람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가온교 내에서 파벌이 갈리기라도 한단 말인가? 가온교는 7명의 마리가 관리하나, 따로 권력다툼은 하지 않았다. 신의 이름 아래 동등한 권력을 가졌으며, 교인들 또한 가온교의 교리 아래 함께 뭉쳐있었다.
하람이 힐끗 이 솔을 바라보니, 그녀는 어째서인지 놀라고 있었다. 마치 하람은 모르는 뭔가를 안다는 듯이. 이 솔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어디 소속이지?”
일반인들은 모르며, 사냥꾼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사실. 권력 앞에 평등이란 있을 수 없으니, 이는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가온교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단지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있을 뿐. 7인의 마리는 서로 권력을 먹이로 경쟁하고 있는 관계였다.
7인의 마리 중 호안 마리가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6인의 마리가 모두 의견을 합쳐야 호안 마리에게 반대 의견이라도 얹을 수 있다.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가온교의 핵심인 ‘신의 힘’을 ‘축복’이라는 이름 아래 교인들에게 새겨 넣는 것을 호안 마리만이 할 수 있어서라고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가온교의 교인들에게 ‘축복’을 새기는 일은 사냥꾼들의 무기에 ‘축복’을 새기는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교인에게 하는 의식은 오직 호안 마리만이 진행하며, 코앞에서 봐도 어떻게 하는지 자세한 방법을 알 수 없다. 이 의식을 진행하고 나면 ‘축복’을 받은 교인들은 그 축복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 힘을 활용해 사냥꾼의 무기에 ‘축복’을 불어넣는다. 이는 일시적이며, 힘이 희미해지면 다시금 ‘축복’을 새겨야 한다. 한 번 의식을 받으면 죽을 때까지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교인들과는 다르게.
바깥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안 놀라는 거 보니 네가 이 한 님의 딸이구나?”
“대답이나 해. 어느 소속이야.”
“난 청옥 마리 직속부대 ‘청록의 가지’ 소속인 마름, 유별하. 저쪽에 아직도 기절해 있는 쟤는 호안 마리 소속.”
“직속부대라고?”
가온교의 계급체계는 아래에서부터 아랫물-윗물-다짐지기-살피-마름-애지-마리로 구성되어있다. 그중 마름은 전투에 특화된 이들로, 마름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난 이들만이 마리 직속 전투부대에 소속될 수 있다. 모든 다툼이 가온교로 인해 통제받는 세상에서 마리만이 군대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어째서 ‘가온교’가 아닌 각 ‘마리’마다 직속 부대가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직속 부대에서 지금까지 살아서 퇴직한 이들이 없는 것과 같은 이유겠지.
“그래. 나는 호안 마리가 아닌 청옥 마리의 명령을 듣고 왔어. 호안 마리로부터 ‘나래’를 지키라는 명을 듣고 왔지.”
“나래?”
“그래. 네가 가지고 있는 그 ‘힘’의 주인.”
똑똑. 손등으로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주면 내가 아는 내에서 전부 말해주지. ‘나래’가 뭔지, 호안 마리가 왜 저자를 보냈는지, 가온교가 나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신의 선택을 받은 가온교. 신과도 같다는 그 힘. 그리고 힘의 주인. 얼어붙은 이 솔에게, 하람은 손을 놓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솔은 잠시 하람을 바라보더니 문을 벌컥 열었다. 문 앞에는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하얀색 정장 윗옷과 바지, 검은 넥타이에 어깨에 걸친 검은 두루마기. 가온교에서 마름만이 입을 수 있는 상징.
“너, 뭘 얼마나 알고 있는 거지?”
“알 만큼은 알고 있지. 일단 안에 들어가면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어차피 차단해놨지만, 밖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잖아?”
이 솔이 별하의 어깨너머를 바라보았다. 투명한 막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크기를 보아하니 집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했다.
“그게 뭐가 그렇게 신기하다고 보고 있니? 자자, 들어가자고.”
“이런 미친……. 여기가 네 집이냐?”
이 솔은 당당하게 들어오는 별하를 노려보면서도 쫓아내지는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밖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렇게 안 숨겨도 되는데. 나래한테 공격할 마음은 없어.”
“뭘 보고 믿으라고?”
이 솔은 별하를 안으로 들이면서도 하람의 앞을 막아서며 보호했다. 하람은 이 솔의 어깨너머에서 별하를 조심스럽게 관찰하다 별하의 손등을 보고서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언니?”
“오, 역시 보이는구나.”
별하는 오른쪽 손을 들어 손등을 보여주었다. 양 끝이 날카로운 납작한 타원형의 문양이 세 개가 새겨져 있었다. 문양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하람과 이 솔의 날개처럼.
“어, 어째서…….”
하람은 문양을 눈에 담고서 몸을 떨었다. 어째서, 어째서 저 문양에서 자신과 같은 종류의 힘이 느껴지는 걸까? 어딘가 다르지만, 근본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축복’의 정체야. 네가 느낀 대로, 다른 나래의 날개에서 떼어진 힘의 일부지.”
별하는 태연하게 거실로 들어서서는 소파에 앉았다. 마치 제집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에 이 솔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나래는 너희가 처음이 아니야. 아~주 오래전, 그래. 가온교가 만들어졌던 시대부터. 가온교를 만든 나래를 초대 나래니까.”
“가온교를 만든 게 나래라고?”
“그래. 정확히는 나래와 그를 따르는 7명의 초대 마리가 만들었지만. 가온교의 성전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래가 하늘로 돌아간 건 아니야. 신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나래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정해진 수명대로 명을 달리한 거지.”
신의 힘으로 세계의 다툼과 전쟁을 멈춘 자. 마치 신과도 같은 그녀도 인간으로서 죽음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신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몸은 인간이었기 때문에.
“초대 나래는 죽기 전에 다시 다툼이 시작될 것을 염려해서 자신의 힘을, 날개를 남기고 갔어. 그 뒤 다른 나래들도 초대의 의지를 이어받아 가온교에 날개를 남겼고, 가온교는 대대로 나래를 신처럼 받들며 힘이 이용당하지 않게 그들을 지켜주었지.”
신의 힘을 가진 인간. 가온교는 그런 나래가 다른 이들에게 이용당하지 않도록 나래를 숨겨주었다. ‘나래’라는 존재만은 지운 채, 신의 힘을 사용해 세계를 조율하고 전쟁을 막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틀어져 버렸다.
가온교 초기에는 호안 마리만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6명의 마리도 불만을 품지 않았다. 나래가 남긴 날개를 호안 마리가 관리하는 것도, 이를 인간에게 ‘축복’으로 내리는 방법도 호안 마리만이 알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선대의 뜻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점차 6인의 마리는 호안 마리의 독재적인 권력에 반발을 품었고, 호안 마리를 찍어누르려 했으나 실패했다. 가온교의 힘은 날개에서 나왔고, 그 힘을 관리하는 건 호안 마리였기 때문에.
“그거 알아? 날개의 힘에는 한계가 없어. 원한다면 세계를 통째로 부수는 것도 가능하다고. 날개 하나하나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몇 개나 호안 마리한테 있다고 생각해?”
호안 마리와 다른 6명의 마리가 서로의 권력을 위해 내부 다툼을 시작하고 몇십 년. 결국 가온교는 위상을 잃어버려 위기에 놓였으나, 때마침 발생한 ‘두억시니’ 사태로 겨우 위상을 되찾았다. 아니, 전보다 더욱 강한 권력을 손에 넣었다. 세계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호안 마리는 절대적인 권력을 되찾았지. 두억시니를 막은 것도 결국 날개의 힘이니까.”
“근데 왜 아직도 싸우고 난리야?”
“뭐, 호안 마리를 어떻게든 누르면 그 힘을 나눠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눈이 돌아간 것도 있고, 죽기 싫어서 살아남으려고 그러는 것도 있고.”
하지만 가온교 역사를 통틀어서 6인의 마리가 호안 마리를 죽인 적은 없었다. 대중매체에 비치는 현재 호안 마리는 푸근한 인상의 상냥한 사람이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인물이다. 가장 무서운 건 그녀에 관한 ‘부정적인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통제하고 세뇌한다. 숱한 선행을 베푸는 그 손에 얼마나 피가 묻었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호안 마리의 본성을 아는 건 마름 정도일까?
“그래서 호안 마리가 왜 저 녀석을 보냈냐면……이봐?”
“언니?”
별하와 이 솔의 시선이 하람에게 향했다. 하람은 지나칠 정도로 몸을 떨고 있었다. 창백한 안색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를 부축하려던 이 솔의 손은 닿지 못했다. 하람이 밖으로 뛰어나간 것이다.
“언니!”
“갑자기 뭐야?”
“……안 돼.”
하람은 맨발로 문밖까지 뛰쳐나와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솔아, 저게, 저게 안 보여?”
“무슨…….”
하람이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 지점을 보자, 거대한 빛의 기둥에 땅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이 보였다.
“가야 해.”
하람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 솔의 팔을 붙잡았다.
“그 애가 길을 잃게 될 거야.”
별하가 옆에서 ‘뭔데, 뭐가 보이는데~?’ 하며 끈질기게 물어왔지만, 이 솔은 듣지 않았다.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그녀가 한 말.
이 날개가 그대의 의지를 인도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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