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신에 대한 믿음은 그대로예요.
조회 : 1,026 추천 : 2 글자수 : 6,289 자 2022-09-28
“아직 8살짜리 아이의 마력이에요.”
“하. 지금껏 우리가 늘 해왔던 일이다. 이제야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는 게인가?”
“정말 미치셨어요? 마력이라구요.
케렌시아 교황국이 마력을 믿는 자들을 이단이라 선포하고 있는데
신성왕국에게 마력 연구를 들키기라도 하면-”
“파르케. 그러니 기적이라는 거 아니겠나.”
데이모스의 왕이자, 미냐르 신성 왕국의 왕은 호탕하게 웃었다.
“마력만이 아니야.
그 아이의 힘은 마력과 성력이 함께 있어.
우린 특별한 성력을 연구하는 것일 뿐이지.”
“그런 변명을 케렌시아가 받아들일 것 같으세요?”
“네가 참견할 부분이 아니다.”
국왕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파르케에게 물러나라는 듯 손짓했다.
“마력 연구를 하는 것도,
그 대상이 어린아이인 것도 너무 위험합니다.”
파르케는 그의 축객령을 무시하고 그를 향해 더욱 쏘아붙였다.
쾅.
국왕이 왕좌의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리쳐 큰 소리가 났다.
“짐이 어찌하라는 말이냐!!
강대국들이 무서워 벌벌 떨면서 이 나라의 멸망을 지켜보라는 말이야?”
“늘 해왔던 것처럼.
마력이 아닌 특수한 혈통을 가진 아이들을 훈련-”
“쯧쯧쯧. 어미가 천하게 가르치니
세상 보는 눈이 어둡지.”
국왕이 혀를 찼다.
“우리 미냐르에게 힘이 있는가?
케렌시아 교황국이 물자 하나 제대로 보내주었나?
아니!
그들 역시 자기들 나라만을 지키기 위할 뿐이야.
우리가.
미냐르 왕가가 데이모스를 어떤 마음으로 키웠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게야?”
“폐하.”
“그만. 입 다물거라.”
“폐하. 제발. 연구를 그만둬 주세요.”
“당분간 우랄산맥에서 머리나 식히고 오거라!”
“그러면.... 아이들은요? 그 불쌍한 애들은요! 전 아이들을 돌봐야....!”
“「파르케 미냐르!!!!!!!」”
파르케는 말을 다 이을 수 없었다.
그가 문신의 저주를 통해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피를 토해냈다.
그녀는 고통으로 인해 손가락에서 피가 맺힐 만큼 바닥을 긁어 댔다.
“네 방종을 봐주는 건 여기까지야.”
파르케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이 나라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파르케는 바샤와 하에온을 데리고 탈출을 시도했다.
빠른 속도로 추격자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탈출한 지 이틀도 되지 않아
우랄산맥의 중턱에서 추격자들이 그들의 뒤를 바짝 쫓아 왔다.
“하에온. 잘 들어.
앞으로 저 산만 넘으면, 라자루스야.”
도망치는 것에 한계를 느낀 파르케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바샤를 하에온에게 건네주며 당부했다.
“전속력으로 뛰어.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무슨 소리가 들리던지. 뛰어.”
하에온은 파르케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새끼가. 왜 지금도 말을 안 들어! 뛰라고!”
파르케는 하에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했다.
“싫어. 같이 가.”
“제발 가라고!”
“파르케..같이 가..
내가 이제 존댓말 할게요. 제발 같이 가.”
하에온은 파르케가 휘두르는 주먹질에
바샤가 맞지 않도록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파르케에게 매달렸다.
파르케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며 흔들렸지만
그녀는 하에온에게 침을 뱉으며 모진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너희 같이 버림받은 새끼들 도와주는 게 아녔어.
괜히 도와줘서 내 목숨만 달랑거리잖아! 꺼져!
이래서 애새끼들이 싫어.
난 가서 국왕한테 무릎 꿇고 빌 거야.
그러니깐 너희는 꺼져. 제발!”
“싫어! 같이 가. 제발. 같이 가....”
“파...르케....?”
첫 연구로부터 일주일이 되던 날. 탈출한 지 이튿날.
바샤가 눈을 떠 처음 본 장면은 눈물 콧물이
모두 흐르고 있는 파르케와 하에온이었다.
“바샤. 괜찮아? 정신이 들어?”
파르케는 바샤가 말을 하자, 다급하게 그녀에게 다가왔다.
“네... 조금 어지러워요.”
바샤는 어눌한 발음으로 대답을 했다.
“거기서 무슨 일을 당한 거야? 그 새끼들이 뭔 짓 했어!”
파르케가 격노하며 바샤에게 물어왔다.
“마려...을... 해...눈...데.....”
바샤가 말을 했으나, 발음이 뭉개져 제대로 의사전달이 되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더 말하지 않아도 돼.”
파르케는 자신의 옷자락을 세게 잡으며 화를 참아냈다. 그리고 자상한 얼굴로 계속 웅얼거리는 바샤를 달랬다.
“하에온. 이래도 가지 않을 거야?”
파르케는 하에온을 향해 물었다.
하에온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품 안에 안긴 바샤를 바라볼 뿐이었다.
“바샤 네가 지켜야지.”
이내 하에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르케..어디가요...?”
바샤가 파르케를 부르는 소리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디가요...? 가지마요.....”
바샤가 파르케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으나
이미 파르케는 지금껏 달려온 방향으로 사라진 후였다.
파르케의 희생이 무색하게도
이제 마력을 발현한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11살의 하에온은 다시 정신을 잃은 바샤를 안고 멀리 가지 못했다.
그들은 추격자들에게 붙잡혀
다시 미냐르 신전의 지하로 돌아와
파르케의 죽음을 마주했다.
파르케와 함께 머물던 장소에서
조각난 시신과 함께 이틀을 버텨야 했다.
하에온과 바샤에게 내려진 벌이었다.
데이모스로 다시 돌아와
바샤는 자신의 마력에 대한 연구에 성실히 임할테니
하에온만은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당시의 바샤와 하에온은 너무 약했다.
그리고 데이모스는 너무 크고 강한 조직이었다.
다행히 데이모스의 국왕은 그녀의 청을 받아들였다.
그 대가로 바샤는 2년여간
연구를 당하며 거의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아주 가끔 정신을 차리면 하에온은 울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항상 똑같은 말만을 되풀이했다.
“바샤. 미안해. 내가 강해질게.”
그녀의 몸이 성수를 부으면 다시 회생되는 것을
알게 된 조직은 그녀의 마력에 대한 연구를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바샤는 혼수상태에 있음에도
조금씩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빌어먹을 문신 쪼가리라고 이를 아득바득 갈며
훗날 국왕을 갈기갈기 찢을 생각만으로 버텨냈다.
18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의 선물처럼 그녀에게 주어진 마력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바샤는 국왕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이제 저의 마력에 대한 연구를 그만둬주세요.
전 미래를 예지할 수 있어요.
전하의 곁에서,
데이모스가 세상의 지배자가 될 수 있도록 해 드릴게요.”
바샤는 빌로나 제국의 황제가 죽을 것을 예언했다.
바샤의 예언대로 황제는 죽었으며
다음 황제로 샤를마뉴 2세가 25살의 젊은 황제로 즉위했다.
그녀의 다음 예언은.
샤를마뉴 2세가 즉위하자마자 혁명을 일으킬 것이란 거였다.
그 누구도 바샤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혁명의 여파로 인해
황가와 관련된 신분만을 남긴 채 신분제는 폐지되었다.
공작, 후작, 백작, 남작의 자리는
이제 각 지역의 마탑의 주인들이 맡게 되었다.
데이모스의 국왕은 처음에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을 했다.
점차 바샤가 예언한 일들이 모두 들어맞자
그녀의 말을 신뢰 할 수밖에 없었다.
바샤는 그날 이후, 하에온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하에온과 파르케와 같이 함께 머물던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1822년 3월.
그 방을 떠나기 전날. 그와 맹세를 했다.
“하에온.
내가 너를 데이모스의 왕으로 만들어줄게.
너의 복수를 내가 이룰 수 있게.
도와줄게.
그러니 너는 내가 위험할 때.
나를 꼭 살려야 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바샤는 주변에 결계를 치고
자신의 마력을 끌어내어 그가 느낄 수 있게 힘을 조심스레 개방 했다.
그날따라 하에온은 바샤가 다르게 보였다.
달빛이 그녀를 비춰 그녀의 몸에서 하얗게 빛이 났다.
그는 숱한 훈련을 해오며 마법의 천재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압도적인 힘에 잠식당해 버렸다.
자신의 품 안에서 축 처져있던 소녀가 아니었다.
하에온은 그 제안을 하던 바샤가 마치 신처럼 보였다.
이 지옥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내려온 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지만
그 제안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의 그녀라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에온은 자신을 구원하러 온 신의 손을 잡았다.
당시의 첫 번째 삶의 바샤는 조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 일행에게 빌런으로 몰려 죽을 앞날을 벗어나기 위해,
하나의 보험으로 그에게 약속을 받아낸 것일 뿐이었지만,
하에온에게는 구원을 받은 것과 같이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바샤는 겉으로 조직의 예언자로
데이모스의 충실한 번견이 될 동안
뒤로는 하에온이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조종하며
데이모스의 파멸만을 기다렸다.
이미 암살 조직인 데이모스로 굳건했던
미냐르 왕국을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바샤는 천천히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젖듯이
데이모스이자 미냐르 왕국에 스며들었다.
1822년.
바샤는 미냐르 지역에 대마물 웨이브가 도래할 것을 예고했다.
국왕은 바샤의 말대로 해당 지역에
성기사들을 미리 파견하여 큰 피해를 막았다.
1825년.
바샤는 유시아 대륙의 교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유시아 대륙은 볼품없는 지역이었으며
일년내내 눈이 오고 바다가 얼어붙는 미냐르 신성 왕국이
유시아 대륙과 교역을 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반신반의했던 국왕은
바샤와 하에온, 리아를 유시아 대륙으로 보냈다.
그들은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
유시아 대륙 비단과 도자기 등의 교역품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빌로나 제국은
미냐르 신성 왕국을 통해 들어온 유시아 대륙의 교역품에 관심을 기울였다.
얼음이나 메마른 물고기와 같은 물품으로
빌로나 제국과 교역하던 미냐르 신성 왕국은
유시아 대륙의 교역을 통해 크게 부흥하기 시작했다.
데이모스의 왕이자, 미냐르 신성왕국의 국왕은
바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바샤는 유시아 대륙의 진귀한 차라며
양귀비의 씨앗을 우려낸 차를 건네며 웃었다.
“유시아 대륙의 황제가 마신다는 차에요.
전하를 위해 제가 특별히 가져왔어요.
제 소원은 국왕 폐하와
한 달에 한 번은 꼭 저랑 같이 차를 즐기는 것.
하나밖에 없어요.”
1827년.
빌로나 제국은 직접 유시아 대륙과 교역을 하기 시작하면서
미냐르 신성 왕국의 부흥은 금세 시들해졌다.
바샤는 국왕에게 조언을 했다.
“전하. 저의 마력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사용하세요.”
루카신을 믿는 자들은 마법과 멀리해야만 했다.
미냐르 신성 왕국은
케렌시아 교황국의 우방국이자, 루카신을 믿는 왕국이었다.
“괜찮아요.
우리는 마도구의 설계만 할 거잖아요.
미냐르 왕국의 신에 대한 믿음은 그대로예요. ”
국왕은 바샤의 말대로
마도학자들을 모집하고, 양성하기 시작했다.
마도학자들이 만든 설계도는
조용히 내륙으로 흘러 들어가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전하. 제 말이 맞죠?”
바샤는 국왕에게 속삭이며 양귀비 차를 내어주었다.
1828년.
바샤는 데이모스의 국왕에게 예언을 했다.
“8년 후 빌로나 황가가
데이모스를 찢어 버릴 거에요.
그들이 찾아와 전하의 사랑스러운 백성을 모두 죽이고
미냐르 신성 왕국을 짓밟을 것에요.
그를 방지하기 위해, 하에온을 데려온 거잖아요?
하에온을 믿지 못하겠으면
데이모스의 저주를 그대로 둔 채 그를 세상에 알리세요.
성군으로 불리는 샤를마뉴 황제에게.
네 혈육이자 네가 그토록 지우고자 했던 오점이
여기 있다고 알리세요.”
“하. 지금껏 우리가 늘 해왔던 일이다. 이제야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는 게인가?”
“정말 미치셨어요? 마력이라구요.
케렌시아 교황국이 마력을 믿는 자들을 이단이라 선포하고 있는데
신성왕국에게 마력 연구를 들키기라도 하면-”
“파르케. 그러니 기적이라는 거 아니겠나.”
데이모스의 왕이자, 미냐르 신성 왕국의 왕은 호탕하게 웃었다.
“마력만이 아니야.
그 아이의 힘은 마력과 성력이 함께 있어.
우린 특별한 성력을 연구하는 것일 뿐이지.”
“그런 변명을 케렌시아가 받아들일 것 같으세요?”
“네가 참견할 부분이 아니다.”
국왕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파르케에게 물러나라는 듯 손짓했다.
“마력 연구를 하는 것도,
그 대상이 어린아이인 것도 너무 위험합니다.”
파르케는 그의 축객령을 무시하고 그를 향해 더욱 쏘아붙였다.
쾅.
국왕이 왕좌의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리쳐 큰 소리가 났다.
“짐이 어찌하라는 말이냐!!
강대국들이 무서워 벌벌 떨면서 이 나라의 멸망을 지켜보라는 말이야?”
“늘 해왔던 것처럼.
마력이 아닌 특수한 혈통을 가진 아이들을 훈련-”
“쯧쯧쯧. 어미가 천하게 가르치니
세상 보는 눈이 어둡지.”
국왕이 혀를 찼다.
“우리 미냐르에게 힘이 있는가?
케렌시아 교황국이 물자 하나 제대로 보내주었나?
아니!
그들 역시 자기들 나라만을 지키기 위할 뿐이야.
우리가.
미냐르 왕가가 데이모스를 어떤 마음으로 키웠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게야?”
“폐하.”
“그만. 입 다물거라.”
“폐하. 제발. 연구를 그만둬 주세요.”
“당분간 우랄산맥에서 머리나 식히고 오거라!”
“그러면.... 아이들은요? 그 불쌍한 애들은요! 전 아이들을 돌봐야....!”
“「파르케 미냐르!!!!!!!」”
파르케는 말을 다 이을 수 없었다.
그가 문신의 저주를 통해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피를 토해냈다.
그녀는 고통으로 인해 손가락에서 피가 맺힐 만큼 바닥을 긁어 댔다.
“네 방종을 봐주는 건 여기까지야.”
파르케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이 나라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파르케는 바샤와 하에온을 데리고 탈출을 시도했다.
빠른 속도로 추격자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탈출한 지 이틀도 되지 않아
우랄산맥의 중턱에서 추격자들이 그들의 뒤를 바짝 쫓아 왔다.
“하에온. 잘 들어.
앞으로 저 산만 넘으면, 라자루스야.”
도망치는 것에 한계를 느낀 파르케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바샤를 하에온에게 건네주며 당부했다.
“전속력으로 뛰어.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무슨 소리가 들리던지. 뛰어.”
하에온은 파르케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새끼가. 왜 지금도 말을 안 들어! 뛰라고!”
파르케는 하에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했다.
“싫어. 같이 가.”
“제발 가라고!”
“파르케..같이 가..
내가 이제 존댓말 할게요. 제발 같이 가.”
하에온은 파르케가 휘두르는 주먹질에
바샤가 맞지 않도록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파르케에게 매달렸다.
파르케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며 흔들렸지만
그녀는 하에온에게 침을 뱉으며 모진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너희 같이 버림받은 새끼들 도와주는 게 아녔어.
괜히 도와줘서 내 목숨만 달랑거리잖아! 꺼져!
이래서 애새끼들이 싫어.
난 가서 국왕한테 무릎 꿇고 빌 거야.
그러니깐 너희는 꺼져. 제발!”
“싫어! 같이 가. 제발. 같이 가....”
“파...르케....?”
첫 연구로부터 일주일이 되던 날. 탈출한 지 이튿날.
바샤가 눈을 떠 처음 본 장면은 눈물 콧물이
모두 흐르고 있는 파르케와 하에온이었다.
“바샤. 괜찮아? 정신이 들어?”
파르케는 바샤가 말을 하자, 다급하게 그녀에게 다가왔다.
“네... 조금 어지러워요.”
바샤는 어눌한 발음으로 대답을 했다.
“거기서 무슨 일을 당한 거야? 그 새끼들이 뭔 짓 했어!”
파르케가 격노하며 바샤에게 물어왔다.
“마려...을... 해...눈...데.....”
바샤가 말을 했으나, 발음이 뭉개져 제대로 의사전달이 되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더 말하지 않아도 돼.”
파르케는 자신의 옷자락을 세게 잡으며 화를 참아냈다. 그리고 자상한 얼굴로 계속 웅얼거리는 바샤를 달랬다.
“하에온. 이래도 가지 않을 거야?”
파르케는 하에온을 향해 물었다.
하에온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품 안에 안긴 바샤를 바라볼 뿐이었다.
“바샤 네가 지켜야지.”
이내 하에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르케..어디가요...?”
바샤가 파르케를 부르는 소리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디가요...? 가지마요.....”
바샤가 파르케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으나
이미 파르케는 지금껏 달려온 방향으로 사라진 후였다.
파르케의 희생이 무색하게도
이제 마력을 발현한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11살의 하에온은 다시 정신을 잃은 바샤를 안고 멀리 가지 못했다.
그들은 추격자들에게 붙잡혀
다시 미냐르 신전의 지하로 돌아와
파르케의 죽음을 마주했다.
파르케와 함께 머물던 장소에서
조각난 시신과 함께 이틀을 버텨야 했다.
하에온과 바샤에게 내려진 벌이었다.
데이모스로 다시 돌아와
바샤는 자신의 마력에 대한 연구에 성실히 임할테니
하에온만은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당시의 바샤와 하에온은 너무 약했다.
그리고 데이모스는 너무 크고 강한 조직이었다.
다행히 데이모스의 국왕은 그녀의 청을 받아들였다.
그 대가로 바샤는 2년여간
연구를 당하며 거의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아주 가끔 정신을 차리면 하에온은 울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항상 똑같은 말만을 되풀이했다.
“바샤. 미안해. 내가 강해질게.”
그녀의 몸이 성수를 부으면 다시 회생되는 것을
알게 된 조직은 그녀의 마력에 대한 연구를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바샤는 혼수상태에 있음에도
조금씩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빌어먹을 문신 쪼가리라고 이를 아득바득 갈며
훗날 국왕을 갈기갈기 찢을 생각만으로 버텨냈다.
18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의 선물처럼 그녀에게 주어진 마력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바샤는 국왕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이제 저의 마력에 대한 연구를 그만둬주세요.
전 미래를 예지할 수 있어요.
전하의 곁에서,
데이모스가 세상의 지배자가 될 수 있도록 해 드릴게요.”
바샤는 빌로나 제국의 황제가 죽을 것을 예언했다.
바샤의 예언대로 황제는 죽었으며
다음 황제로 샤를마뉴 2세가 25살의 젊은 황제로 즉위했다.
그녀의 다음 예언은.
샤를마뉴 2세가 즉위하자마자 혁명을 일으킬 것이란 거였다.
그 누구도 바샤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혁명의 여파로 인해
황가와 관련된 신분만을 남긴 채 신분제는 폐지되었다.
공작, 후작, 백작, 남작의 자리는
이제 각 지역의 마탑의 주인들이 맡게 되었다.
데이모스의 국왕은 처음에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을 했다.
점차 바샤가 예언한 일들이 모두 들어맞자
그녀의 말을 신뢰 할 수밖에 없었다.
바샤는 그날 이후, 하에온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하에온과 파르케와 같이 함께 머물던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1822년 3월.
그 방을 떠나기 전날. 그와 맹세를 했다.
“하에온.
내가 너를 데이모스의 왕으로 만들어줄게.
너의 복수를 내가 이룰 수 있게.
도와줄게.
그러니 너는 내가 위험할 때.
나를 꼭 살려야 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바샤는 주변에 결계를 치고
자신의 마력을 끌어내어 그가 느낄 수 있게 힘을 조심스레 개방 했다.
그날따라 하에온은 바샤가 다르게 보였다.
달빛이 그녀를 비춰 그녀의 몸에서 하얗게 빛이 났다.
그는 숱한 훈련을 해오며 마법의 천재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압도적인 힘에 잠식당해 버렸다.
자신의 품 안에서 축 처져있던 소녀가 아니었다.
하에온은 그 제안을 하던 바샤가 마치 신처럼 보였다.
이 지옥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내려온 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지만
그 제안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의 그녀라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에온은 자신을 구원하러 온 신의 손을 잡았다.
당시의 첫 번째 삶의 바샤는 조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 일행에게 빌런으로 몰려 죽을 앞날을 벗어나기 위해,
하나의 보험으로 그에게 약속을 받아낸 것일 뿐이었지만,
하에온에게는 구원을 받은 것과 같이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바샤는 겉으로 조직의 예언자로
데이모스의 충실한 번견이 될 동안
뒤로는 하에온이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조종하며
데이모스의 파멸만을 기다렸다.
이미 암살 조직인 데이모스로 굳건했던
미냐르 왕국을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바샤는 천천히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젖듯이
데이모스이자 미냐르 왕국에 스며들었다.
1822년.
바샤는 미냐르 지역에 대마물 웨이브가 도래할 것을 예고했다.
국왕은 바샤의 말대로 해당 지역에
성기사들을 미리 파견하여 큰 피해를 막았다.
1825년.
바샤는 유시아 대륙의 교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유시아 대륙은 볼품없는 지역이었으며
일년내내 눈이 오고 바다가 얼어붙는 미냐르 신성 왕국이
유시아 대륙과 교역을 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반신반의했던 국왕은
바샤와 하에온, 리아를 유시아 대륙으로 보냈다.
그들은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
유시아 대륙 비단과 도자기 등의 교역품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빌로나 제국은
미냐르 신성 왕국을 통해 들어온 유시아 대륙의 교역품에 관심을 기울였다.
얼음이나 메마른 물고기와 같은 물품으로
빌로나 제국과 교역하던 미냐르 신성 왕국은
유시아 대륙의 교역을 통해 크게 부흥하기 시작했다.
데이모스의 왕이자, 미냐르 신성왕국의 국왕은
바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바샤는 유시아 대륙의 진귀한 차라며
양귀비의 씨앗을 우려낸 차를 건네며 웃었다.
“유시아 대륙의 황제가 마신다는 차에요.
전하를 위해 제가 특별히 가져왔어요.
제 소원은 국왕 폐하와
한 달에 한 번은 꼭 저랑 같이 차를 즐기는 것.
하나밖에 없어요.”
1827년.
빌로나 제국은 직접 유시아 대륙과 교역을 하기 시작하면서
미냐르 신성 왕국의 부흥은 금세 시들해졌다.
바샤는 국왕에게 조언을 했다.
“전하. 저의 마력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사용하세요.”
루카신을 믿는 자들은 마법과 멀리해야만 했다.
미냐르 신성 왕국은
케렌시아 교황국의 우방국이자, 루카신을 믿는 왕국이었다.
“괜찮아요.
우리는 마도구의 설계만 할 거잖아요.
미냐르 왕국의 신에 대한 믿음은 그대로예요. ”
국왕은 바샤의 말대로
마도학자들을 모집하고, 양성하기 시작했다.
마도학자들이 만든 설계도는
조용히 내륙으로 흘러 들어가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전하. 제 말이 맞죠?”
바샤는 국왕에게 속삭이며 양귀비 차를 내어주었다.
1828년.
바샤는 데이모스의 국왕에게 예언을 했다.
“8년 후 빌로나 황가가
데이모스를 찢어 버릴 거에요.
그들이 찾아와 전하의 사랑스러운 백성을 모두 죽이고
미냐르 신성 왕국을 짓밟을 것에요.
그를 방지하기 위해, 하에온을 데려온 거잖아요?
하에온을 믿지 못하겠으면
데이모스의 저주를 그대로 둔 채 그를 세상에 알리세요.
성군으로 불리는 샤를마뉴 황제에게.
네 혈육이자 네가 그토록 지우고자 했던 오점이
여기 있다고 알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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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대공님, 집착 말고 날 죽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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