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블레스 웨딩에 오신 걸 환영 합니다!
조회 : 2,470 추천 : 2 글자수 : 5,120 자 2022-09-16
“신부님! 너무 아름다우세요~”
화려한 보석이 빼곡이 박혀있고 겹겹의 레이스로 풍성한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신부를 향해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와- 디즈니 공주님 같으세요. 어제 저녁에 막 들어온 최신상 드레스예요.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마치 신부님을 위한 맞춤 드레스 같네요.”
여울의 칭찬에 신부의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신부의 표정도 미소 가득이다.
그리고 신부는 몸을 돌려 커튼 앞에 얌전하게 섰다. 여울은 커튼 밖을 향해 말했다.
“커튼 열겠습니다.”
촤라라라락-
커튼이 열리자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던 신랑이 고개를 들었다.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
오? 그게 끝인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신랑의 칭찬을 기다리는 신부가 보이지 않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여울은 신랑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리액션을 더 해달라는 의미의 손짓이었다. 여울의 손동작을 본 신랑은 그제야 눈치 챈 듯 자리에 일어서며 박수를 쳤다.
짝짝-
“와우~ 너무 눈부신데? 화려한 드레스가 자기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아. 너무 이쁘다!”
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신랑의 리액션이 맘에 들었는지 신부는 새침하게 말했다.
“정말? 그렇게 예뻐? 호호. 그럼 이걸로 할게요!”
.
.
국내 웨딩 업계 1위 기업인 토탈웨딩회사 ‘노블레스’에서 메이크업 실장으로 있는 송여울이다. 노블레스 웨딩은 한 건물 안에 메이크업, 스튜디오, 드레스샵, 웨딩홀이 함께 있으며 늘 새로운 컨셉과 최상의 서비스로 많은 사람이 ‘노블레스’에서 웨딩식을 올리고 싶어 하는 곳이다. 그만큼 콧대 높은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서비스 이상에 만족을 충족시켜야 하는 이곳에서 5년을 버텼다.
.
.
신랑, 신부를 보내고 여울은 소파에 털썩 앉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드레스 피팅을 끝낸 나연이 자신의 다리를 주무르며 이야기했다.
“역시 실장님 대단해요. 까탈스러운 신부님이어서 드레스 오래 고를 줄 알았는데. 아까 신랑분 실장님이 알려준 대로 리액션 잘하던데요? 훗.”
“하.. 남자들은 꼭 그렇게 알려줘야만 알더라? 처음 리액션 봤어? 오! 이게 끝인 게 말이되니? 어휴.. 정말.”
“그래도 신랑 리액션 덕에 신부님 결정이 빨랐잖아요. 크큭.”
“그러니까! 말만 잘해줘도 남녀사이가 훨씬 편해진다는 걸 왜 모를까?”
답답하다는 듯 말하는 여울을 보며 나연은 팔짱을 끼고 몸을 당겨 말했다.
“실장님은 말씀하시는 거 보면 연애 전문가 같은데 왜 남친은 없어요?”
“내가 원하는 남자는 없더라. 센스 있는 남자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흑.”
“찾는 남자가 확고한 거 보니 실장님도 일찍 결혼하긴 힘드실 거 같네요.”
“어머! 나연씨!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반박할 수가 없네~ 훗.”
연애 전문가!
..는 무슨.. 사실 여울은 모쏠이다. 연애 경험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책의 이론과 많은 미디어로 얻어낸 결과물일 뿐.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내일 모레 서른인데 모솔이라는 걸 밝힐 순 없다. 왠지 찌질해보이잖아.
잠깐에 쉬는 시간을 즐기고 있는 그때 직원 한 명이 들어왔다.
“송여울 실장님. 쉬는 시간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긴급사항이 있어서요.”
“긴급사항요?”
여울과 나연은 자세를 고쳐 앉고 직원의 말에 집중했다. 서류 한 장을 건네며 직원은 말을 이었다.
“본사에서 내려온 공지예요. 저희 회사 이사장님께서 결혼하신다고 합니다.”
공지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는데 나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사장님 결혼하시는데 왜 긴급사항이라는 거죠?”
“그게... 이사장님 결혼 상대자가 JW그룹 막내딸이래요. 완벽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열거라는데 비위 잘 맞추라는 거겠죠? 덩달아 우리 회사 홍보도 될 테니까요.”
직원의 말에 한숨부터 나왔다. 다 읽은 공지문을 나연에게 건네며 여울이 입을 열었다.
“후우..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요.”
“소문에 의하면 JW그룹 막내딸 성격이 보통 아니라던데. 회사 직원들 다들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없던 완벽한 결혼식이라.. 나 휴가 좀 낼 수 있나?”
“저도 같이 갈 수 있을까요?”
공지문을 다 읽어 본 나연은 나른한 표정으로 여울을 향해 말했다.
“휴가 갔던 사람들도 불러올 판이니, 두 분 딴생각 마시고 바짝 긴장하시기 바랍니다. 전 그럼 이만!”
단호한 말을 남기고 직원이 나가자 여울과 나연은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아휴~”
“으으윽~~~”
.
.
이사장의 웨딩 사진 촬영날_
평일 늦은 저녁. 불이 다 꺼진 ‘노블레스’ 메이크업 실 안은 숨 막히는 공기가 감돌았다.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다는 이유로 소수의 직원만 남기고 조용한 상태에서 이사장 커플에 웨딩 촬영을 하기로 했다.
신부인 JW그룹의 막내딸 공지수는 말도 걸기 힘들 정도로 차갑고 도도한 얼굴로 메이크업 의자에 앉았다.
여울은 이사장 결혼을 위해 특별 드레스를 체크 하는 동안 나연이 JW그룹 막내딸 공지수의 머리를 스타일링 하고 있었다.
“아악!”
“죄... 죄송합니다.”
“살살 하지 못해? 머리카락 다 뽑히겠어!”
조용한 메이크업 실에서 공지수의 앙칼지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생화 장식을 얹은 단아한 업스타일을 마친 나연은 진땀을 빼며 주눅들어 있었다.
둥근 거울로 뒷모습을 비춰주며 나연이 물었다.
“어떠..세요? 마음에 드세요?”
거울에 비친 뒷머리를 본 공지수는 생화 장식을 잡아 뜯어 바닥에 집어 던졌다.
“맘에 안 들어! 다시 해!!!”
나연은 깜짝 놀라 손을 덜덜 떨며 머리를 다시 만졌다.
잠시 뒤...
두 번째 스타일은 장식 없이 긴 머리를 땋아 화려하게 업스타일을 완성시켰다. 거울로 뒷머리를 보여주자 공지수는 또 다시 소리쳤다.
“너무 촌스럽잖아!! 평생 남을 사진 촬영하는데 이 꼴로 하라는 거야?”
나연은 몸이 떨려왔고 울음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공지수를 따라온 비서들도 누구 하나 그녀를 컨트롤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여울이 나섰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시작하시죠.”
“어휴, 짜증나 정말!”
일단 나연을 옆 사무실로 데리고 왔다. 자리에 앉은 나연은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울음을 터트렸다.
“흐윽.. 저 여자 정말 너무해요. 첫 번째 스타일은 자기가 원하던 스타일로 해준건데..”
“울지마. 나연씨. 내가 이야기해보고 마무리할게. 여기서 좀 진정하고 있어.”
“죄송해요.. 실장님.”
나연을 진정시키고 서둘러 신부에게 이동했다. 그리고 그녀의 상태부터 체크했다.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이게 몇 번째야? 정말 실망스러워. 이래서 국내 1위라고 할 수 있겠어?”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공지수를 향해 최대한 차분하게 기분을 맞추려 노력했다.
“혹시 원하시는 스타일 있으신가요?”
공지수는 무섭게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
“꼭 말로 해야 해? 신부를 딱 보고 어울리는 스타일을 만들어내야 하는 거 아냐?”
원하는 스타일을 알아맞히라는 듯이 말하는 공지수를 보며 여울 역시 당황스러웠다. 잠시 고민하던 여울은 앉아있는 공지수의 의자를 돌려 얼굴을 빤히 마주봤다.
말없이 뚫어지게 공지수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녀는 당황한 듯 말했다.
“뭐.. 뭐야! 왜 사람을 그렇게 쳐다봐?!”
공지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를 다시 정면으로 획 돌렸다.
“어머! 너.. 뭐하는거야!”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옆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신부님께 어울리는 맞춤 스타일이 나왔어요!”
“뭐... 뭐?!”
“신부님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니 얼굴에 선이 너무 예쁘고 고우세요. 매끈한 옆라인을 돋보이게 해드릴게요.”
여울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일단 칭찬으로 밑밥을 깔아놓으니 공지수도 두고보자는 듯 가만히 앉아있었다.
얼굴의 옆선이 더 돋보이도록 긴 머리를 굵은 웨이브로 말아주었고 반묶음을 하여 청순하게 연출했다.
그리고 하얀 생화 한 송이를 장식하여 우아하면서 소녀 같은 스타일을 완성했다.
공지수에게 완성된 머리를 어떠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밝은 브라운과 옅은 오렌지빛을 믹스하여 무겁지도 튀지도 않게 색상을 연출했다.
마무리로 얼굴 라인을 잡아주는 쉐딩까지 끝내고 나서 공지수의 반응을 기다렸다.
“오-”
주변에 있던 공지수의 비서와 직원들 몇 명이 작은 소리로 감탄했고 그녀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동안 가만히 거울만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당신이 해줬으면 됐을 일을 왜 피곤하게 일을 만들지?”
공지수는 마음에 드는 표현을 이런식으로 했다.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한 여울은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소리를 웃으면서 하네?”
세상 모든 일에 딴지를 걸려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분위기는 다시 싸늘해졌다.
그때였다.
“이 스타일은 마음에 드는군.”
동굴처럼 울리는 낮은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어디 있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갑자기 나타난 그는 ‘노블레스’ 이사장 차석진이었다. 회사내에서 들리는 소문으로는 잘생겼다는 말만 들었을 뿐 사실 차석진의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회사가 한 건물이지만 웨딩홀과 사무동은 출입문이 다르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는 공지수와 다를 바 없이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굴로 칭찬인지도 모를 말을 내뱉고 있었다.
‘이사장이라고 다를 게 없구만.. 칭찬을 하는거야 마는거야?’
여울은 멍한 표정으로 차석진과 눈이 마주쳤다. 그때 여울은 자신도 모르게 칭찬을 더 하라는 뜻으로 손을 휘저었다.
“?”
갸우뚱한 그의 얼굴을 보자 여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려대는 손을 멈췄다.
‘어머! 미쳤나봐.. 지금 여기서 손을 왜 돌려!’
민망해진 상황에 여울은 손을 다급하게 의자를 향해 뻗었다.
“신랑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공지수가 일어나 드레스를 갈아입으러 가고 차석진이 그 의자에 앉았다. 조금 전 자신이 한 손짓이 민망해진 여울은 서둘러 머리를 스타일링 했다.
헤어를 마치고 차석진의 메이크업을 해주고 있는 그때 그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 물었다.
“근데.. 아까 그 손짓은 뭐였죠?”
“네?”
내가 말을 머뭇 거리자 차석진은 가늘게 눈을 뜨고 여울을 바라봤다. 컨실러를 바르고 있던 상황이라 서로의 얼굴이 상당히 가까이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길게 뻗은 눈매, 자신도 모르게 그의 눈코입을 천천히 훑어 내려갔다.
‘뭐.. 뭐야! 너무 가깝잖아!’
그와 눈이 마주친 상황에서 가만히 멈춘 채 당황하고 있자 그가 입을 열었다.
“뭘 달라는 거였나? 아님 이리 오라는 거였나?”
동굴처럼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사실대로 이야기 했다.
“아하하... 그게 아니고 사실은.. 신랑님들이 칭찬을 잘 못하시더라고요. 리액션을 더 해달라는 뜻으로 제가 신랑님들께 하는 사인이었는데 습관적으로 저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웃음을 싹 지우고 진중한 모습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제야 그 뜻을 이해한 차석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리액션을 더 해달라는 거였군. 계속해요.”
“네?”
“메이크업.”
“!”
여울은 다시 메이크업을 시작했고, 공지수가 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쯤 차석진의 메이크업을 마무리했다. 공지수가 드레스를 입고 차석진 앞에 섰다.
공지수는 무표정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턱을 살짝 들며 물었다.
“어때?”
“좋아.”
감흥과 영혼 없는 대답에 놀라 차석진을 바라보며 그를 향해 손을 굴리는 손짓했다.
‘저 사인은..?’
여울은 차석진의 눈을 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제발.. 이쁘다고 한마디만 해.’
그러자 차석진은 공지수를 향해 이야기했다.
“아주 예쁘군. 훌륭해.”
생각지 못한 칭찬에 공지수는 살짝 놀란 듯 했지만 싫지 않은지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
“흠. 프랑스에서 내가 직접 공수한 드레스야. 세계에 단 세 벌 있는 드레스를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받아온 드레스라고. 그러니 훌륭할 수밖에.”
차석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군. 안목이 대단해.”
로봇처럼 리액션 하는 차석진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훗.”
그때 섬뜩하고 싸늘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자 공지수가 얼어붙은 차가운 얼굴로 내게 말했다.
“지금 웃어?”
‘!!!’
화려한 보석이 빼곡이 박혀있고 겹겹의 레이스로 풍성한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신부를 향해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와- 디즈니 공주님 같으세요. 어제 저녁에 막 들어온 최신상 드레스예요.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마치 신부님을 위한 맞춤 드레스 같네요.”
여울의 칭찬에 신부의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신부의 표정도 미소 가득이다.
그리고 신부는 몸을 돌려 커튼 앞에 얌전하게 섰다. 여울은 커튼 밖을 향해 말했다.
“커튼 열겠습니다.”
촤라라라락-
커튼이 열리자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던 신랑이 고개를 들었다.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
오? 그게 끝인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신랑의 칭찬을 기다리는 신부가 보이지 않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여울은 신랑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리액션을 더 해달라는 의미의 손짓이었다. 여울의 손동작을 본 신랑은 그제야 눈치 챈 듯 자리에 일어서며 박수를 쳤다.
짝짝-
“와우~ 너무 눈부신데? 화려한 드레스가 자기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아. 너무 이쁘다!”
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신랑의 리액션이 맘에 들었는지 신부는 새침하게 말했다.
“정말? 그렇게 예뻐? 호호. 그럼 이걸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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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웨딩 업계 1위 기업인 토탈웨딩회사 ‘노블레스’에서 메이크업 실장으로 있는 송여울이다. 노블레스 웨딩은 한 건물 안에 메이크업, 스튜디오, 드레스샵, 웨딩홀이 함께 있으며 늘 새로운 컨셉과 최상의 서비스로 많은 사람이 ‘노블레스’에서 웨딩식을 올리고 싶어 하는 곳이다. 그만큼 콧대 높은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서비스 이상에 만족을 충족시켜야 하는 이곳에서 5년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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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신부를 보내고 여울은 소파에 털썩 앉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드레스 피팅을 끝낸 나연이 자신의 다리를 주무르며 이야기했다.
“역시 실장님 대단해요. 까탈스러운 신부님이어서 드레스 오래 고를 줄 알았는데. 아까 신랑분 실장님이 알려준 대로 리액션 잘하던데요? 훗.”
“하.. 남자들은 꼭 그렇게 알려줘야만 알더라? 처음 리액션 봤어? 오! 이게 끝인 게 말이되니? 어휴.. 정말.”
“그래도 신랑 리액션 덕에 신부님 결정이 빨랐잖아요. 크큭.”
“그러니까! 말만 잘해줘도 남녀사이가 훨씬 편해진다는 걸 왜 모를까?”
답답하다는 듯 말하는 여울을 보며 나연은 팔짱을 끼고 몸을 당겨 말했다.
“실장님은 말씀하시는 거 보면 연애 전문가 같은데 왜 남친은 없어요?”
“내가 원하는 남자는 없더라. 센스 있는 남자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흑.”
“찾는 남자가 확고한 거 보니 실장님도 일찍 결혼하긴 힘드실 거 같네요.”
“어머! 나연씨!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반박할 수가 없네~ 훗.”
연애 전문가!
..는 무슨.. 사실 여울은 모쏠이다. 연애 경험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책의 이론과 많은 미디어로 얻어낸 결과물일 뿐.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내일 모레 서른인데 모솔이라는 걸 밝힐 순 없다. 왠지 찌질해보이잖아.
잠깐에 쉬는 시간을 즐기고 있는 그때 직원 한 명이 들어왔다.
“송여울 실장님. 쉬는 시간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긴급사항이 있어서요.”
“긴급사항요?”
여울과 나연은 자세를 고쳐 앉고 직원의 말에 집중했다. 서류 한 장을 건네며 직원은 말을 이었다.
“본사에서 내려온 공지예요. 저희 회사 이사장님께서 결혼하신다고 합니다.”
공지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는데 나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사장님 결혼하시는데 왜 긴급사항이라는 거죠?”
“그게... 이사장님 결혼 상대자가 JW그룹 막내딸이래요. 완벽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열거라는데 비위 잘 맞추라는 거겠죠? 덩달아 우리 회사 홍보도 될 테니까요.”
직원의 말에 한숨부터 나왔다. 다 읽은 공지문을 나연에게 건네며 여울이 입을 열었다.
“후우..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요.”
“소문에 의하면 JW그룹 막내딸 성격이 보통 아니라던데. 회사 직원들 다들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없던 완벽한 결혼식이라.. 나 휴가 좀 낼 수 있나?”
“저도 같이 갈 수 있을까요?”
공지문을 다 읽어 본 나연은 나른한 표정으로 여울을 향해 말했다.
“휴가 갔던 사람들도 불러올 판이니, 두 분 딴생각 마시고 바짝 긴장하시기 바랍니다. 전 그럼 이만!”
단호한 말을 남기고 직원이 나가자 여울과 나연은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아휴~”
“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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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의 웨딩 사진 촬영날_
평일 늦은 저녁. 불이 다 꺼진 ‘노블레스’ 메이크업 실 안은 숨 막히는 공기가 감돌았다.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다는 이유로 소수의 직원만 남기고 조용한 상태에서 이사장 커플에 웨딩 촬영을 하기로 했다.
신부인 JW그룹의 막내딸 공지수는 말도 걸기 힘들 정도로 차갑고 도도한 얼굴로 메이크업 의자에 앉았다.
여울은 이사장 결혼을 위해 특별 드레스를 체크 하는 동안 나연이 JW그룹 막내딸 공지수의 머리를 스타일링 하고 있었다.
“아악!”
“죄... 죄송합니다.”
“살살 하지 못해? 머리카락 다 뽑히겠어!”
조용한 메이크업 실에서 공지수의 앙칼지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생화 장식을 얹은 단아한 업스타일을 마친 나연은 진땀을 빼며 주눅들어 있었다.
둥근 거울로 뒷모습을 비춰주며 나연이 물었다.
“어떠..세요? 마음에 드세요?”
거울에 비친 뒷머리를 본 공지수는 생화 장식을 잡아 뜯어 바닥에 집어 던졌다.
“맘에 안 들어! 다시 해!!!”
나연은 깜짝 놀라 손을 덜덜 떨며 머리를 다시 만졌다.
잠시 뒤...
두 번째 스타일은 장식 없이 긴 머리를 땋아 화려하게 업스타일을 완성시켰다. 거울로 뒷머리를 보여주자 공지수는 또 다시 소리쳤다.
“너무 촌스럽잖아!! 평생 남을 사진 촬영하는데 이 꼴로 하라는 거야?”
나연은 몸이 떨려왔고 울음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공지수를 따라온 비서들도 누구 하나 그녀를 컨트롤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여울이 나섰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시작하시죠.”
“어휴, 짜증나 정말!”
일단 나연을 옆 사무실로 데리고 왔다. 자리에 앉은 나연은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울음을 터트렸다.
“흐윽.. 저 여자 정말 너무해요. 첫 번째 스타일은 자기가 원하던 스타일로 해준건데..”
“울지마. 나연씨. 내가 이야기해보고 마무리할게. 여기서 좀 진정하고 있어.”
“죄송해요.. 실장님.”
나연을 진정시키고 서둘러 신부에게 이동했다. 그리고 그녀의 상태부터 체크했다.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이게 몇 번째야? 정말 실망스러워. 이래서 국내 1위라고 할 수 있겠어?”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공지수를 향해 최대한 차분하게 기분을 맞추려 노력했다.
“혹시 원하시는 스타일 있으신가요?”
공지수는 무섭게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
“꼭 말로 해야 해? 신부를 딱 보고 어울리는 스타일을 만들어내야 하는 거 아냐?”
원하는 스타일을 알아맞히라는 듯이 말하는 공지수를 보며 여울 역시 당황스러웠다. 잠시 고민하던 여울은 앉아있는 공지수의 의자를 돌려 얼굴을 빤히 마주봤다.
말없이 뚫어지게 공지수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녀는 당황한 듯 말했다.
“뭐.. 뭐야! 왜 사람을 그렇게 쳐다봐?!”
공지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를 다시 정면으로 획 돌렸다.
“어머! 너.. 뭐하는거야!”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옆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신부님께 어울리는 맞춤 스타일이 나왔어요!”
“뭐... 뭐?!”
“신부님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니 얼굴에 선이 너무 예쁘고 고우세요. 매끈한 옆라인을 돋보이게 해드릴게요.”
여울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일단 칭찬으로 밑밥을 깔아놓으니 공지수도 두고보자는 듯 가만히 앉아있었다.
얼굴의 옆선이 더 돋보이도록 긴 머리를 굵은 웨이브로 말아주었고 반묶음을 하여 청순하게 연출했다.
그리고 하얀 생화 한 송이를 장식하여 우아하면서 소녀 같은 스타일을 완성했다.
공지수에게 완성된 머리를 어떠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밝은 브라운과 옅은 오렌지빛을 믹스하여 무겁지도 튀지도 않게 색상을 연출했다.
마무리로 얼굴 라인을 잡아주는 쉐딩까지 끝내고 나서 공지수의 반응을 기다렸다.
“오-”
주변에 있던 공지수의 비서와 직원들 몇 명이 작은 소리로 감탄했고 그녀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동안 가만히 거울만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당신이 해줬으면 됐을 일을 왜 피곤하게 일을 만들지?”
공지수는 마음에 드는 표현을 이런식으로 했다.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한 여울은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소리를 웃으면서 하네?”
세상 모든 일에 딴지를 걸려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분위기는 다시 싸늘해졌다.
그때였다.
“이 스타일은 마음에 드는군.”
동굴처럼 울리는 낮은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어디 있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갑자기 나타난 그는 ‘노블레스’ 이사장 차석진이었다. 회사내에서 들리는 소문으로는 잘생겼다는 말만 들었을 뿐 사실 차석진의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회사가 한 건물이지만 웨딩홀과 사무동은 출입문이 다르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는 공지수와 다를 바 없이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굴로 칭찬인지도 모를 말을 내뱉고 있었다.
‘이사장이라고 다를 게 없구만.. 칭찬을 하는거야 마는거야?’
여울은 멍한 표정으로 차석진과 눈이 마주쳤다. 그때 여울은 자신도 모르게 칭찬을 더 하라는 뜻으로 손을 휘저었다.
“?”
갸우뚱한 그의 얼굴을 보자 여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려대는 손을 멈췄다.
‘어머! 미쳤나봐.. 지금 여기서 손을 왜 돌려!’
민망해진 상황에 여울은 손을 다급하게 의자를 향해 뻗었다.
“신랑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공지수가 일어나 드레스를 갈아입으러 가고 차석진이 그 의자에 앉았다. 조금 전 자신이 한 손짓이 민망해진 여울은 서둘러 머리를 스타일링 했다.
헤어를 마치고 차석진의 메이크업을 해주고 있는 그때 그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 물었다.
“근데.. 아까 그 손짓은 뭐였죠?”
“네?”
내가 말을 머뭇 거리자 차석진은 가늘게 눈을 뜨고 여울을 바라봤다. 컨실러를 바르고 있던 상황이라 서로의 얼굴이 상당히 가까이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길게 뻗은 눈매, 자신도 모르게 그의 눈코입을 천천히 훑어 내려갔다.
‘뭐.. 뭐야! 너무 가깝잖아!’
그와 눈이 마주친 상황에서 가만히 멈춘 채 당황하고 있자 그가 입을 열었다.
“뭘 달라는 거였나? 아님 이리 오라는 거였나?”
동굴처럼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사실대로 이야기 했다.
“아하하... 그게 아니고 사실은.. 신랑님들이 칭찬을 잘 못하시더라고요. 리액션을 더 해달라는 뜻으로 제가 신랑님들께 하는 사인이었는데 습관적으로 저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웃음을 싹 지우고 진중한 모습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제야 그 뜻을 이해한 차석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리액션을 더 해달라는 거였군. 계속해요.”
“네?”
“메이크업.”
“!”
여울은 다시 메이크업을 시작했고, 공지수가 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쯤 차석진의 메이크업을 마무리했다. 공지수가 드레스를 입고 차석진 앞에 섰다.
공지수는 무표정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턱을 살짝 들며 물었다.
“어때?”
“좋아.”
감흥과 영혼 없는 대답에 놀라 차석진을 바라보며 그를 향해 손을 굴리는 손짓했다.
‘저 사인은..?’
여울은 차석진의 눈을 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제발.. 이쁘다고 한마디만 해.’
그러자 차석진은 공지수를 향해 이야기했다.
“아주 예쁘군. 훌륭해.”
생각지 못한 칭찬에 공지수는 살짝 놀란 듯 했지만 싫지 않은지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
“흠. 프랑스에서 내가 직접 공수한 드레스야. 세계에 단 세 벌 있는 드레스를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유일하게 받아온 드레스라고. 그러니 훌륭할 수밖에.”
차석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군. 안목이 대단해.”
로봇처럼 리액션 하는 차석진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훗.”
그때 섬뜩하고 싸늘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자 공지수가 얼어붙은 차가운 얼굴로 내게 말했다.
“지금 웃어?”
‘!!!’
작가의 말
처음 인사 드립니다. 작가 글로벌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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